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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경영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3월
평점 :
언젠가부터 북유럽에 대한 선망이 많아졌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본적인 복지에서 실망할수록 살기 좋다는 북유럽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어떻게 그 나라들이 그렇게 살기가 좋을까. 사실 그렇게 잘 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고 그 돈은 내 수입의 절대량을 세금으로 낸다는 것을 별로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다. 공과금이나 세금이 조금만 올라도 난리를 치는 우리 나라에서 북유럽 복지의 근간인 엄청난 세율을 본다면 기절할 정도다.
내가 번 돈의 반을 세금으로 낸다고 해도 그것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친다면 이해할 만하다. 의료,교육같은 복지에 제대로 쓰이고 또 실업했을때 사는데 지장이 없는 돈이 나온다면 세금을 많이 낼만하다. 아직도 많이 일하고 많이 일할 수 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에 분노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북유럽 사회 체제는 부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북유럽이 뛰어난 복지가 다는 아닐 것이다. 다른 좋은 점 나쁜 점이 있을텐데 불행하게도 우리 나라에서 너무 멀다. 우리와 사고 방식이나 생활 방식이 다르다. 그런 점에서 이들 나라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데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할 것 같다. 지은이 마이클 부스는 영국인으로 다방면에서 글을 쓰는 작가, 언론인인데 그가 덴마크에서 살면서 영국인으로써 이들 나라를 바라 보는 관점을 흥미롭고 실제적으로 쓴 내용이다.
먼저 덴마크는 지은이가 살았던 곳이기도 한데 행복 지수가 1등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수치화하기 어려운 행복이라는 관념을 어떻게 측정을 햇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도 여러 조사에서 1위를 한 적이 많다고 한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그런 결과가 나왔다면 분명 어떤 의미있는 현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행복할까. 표면적으로는 풍족한 복지 정책때문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신뢰'에 있다. 내가 번 돈의 반을 세금으로 뜯어가도 그것이 복지에 제대로 쓰이고 부의 재분배에 기여한다는 믿음 말이다. 아마 실제로도 그것에 근접하게 집행이 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돈을 그렇게 뜯어가도 아무말 없지. 내가 낸 세금이 허투로 쓰인다면 혁명이 일어나도 벌써 일어났을 것이다.
반면에 이런 복지 정책으로 인해서 너무 느긋하고 편안해서 나태해지는 면도 있다. 무슨 조사에서 덴마크 나태지수가 2등을 했다고 한다. 여유가 있는 것은 좋지만 게을러지는 것은 방지해야 할텐데 쉽지 않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강국이었다가 여러 번 패배한 이후로 안으로는 단결을 했지만 긍정적 편협주의에 빠져서 고립성을 향하고 말았다.
이 책에서 덴마크와 함께 가장 많은 쪽수를 차지하는 스웨덴은 오늘날 스칸디나비아를 대표한다고 할 만한 나라다. 한때 북유럽은 덴마크가 지배했다. 하지만 스웨덴이 스스로 일어나기 시작하고 30년 전쟁 시절 때는 강력한 국가였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현대에 들어와서는 롤러코스터 같은 시절을 겪었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신용 거래와 관련한 경제적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기민한 개혁으로 그것을 극복했고 아직까지도 수준 높은 복지 국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런 스웨덴도 이민 정책이 옳으냐 그르냐로 논란이 있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 제도의 악화도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다.
사실 어느 나라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그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좋은 점이 더 큰 영향을 발휘하면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이다. 북유럽이 살기 좋다고 하는 것은 신뢰, 사회적 결속, 경제 평등과 남녀 평등, 합리주의, 겸손, 균형적인 정치 경제 제도 등이 다른 나라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지금 우리 나라에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많은 문제들이 북유럽에서 슬기롭게 풀어가고 있다는 것이 이들 나라를 부럽게 하는 요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겉으로만 알던 북유럽을 조금은 실제적으로 알게 한다. 지난 세월 우리 나라는 밤낮없이 일했고 그것으로 큰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제는 잘 살게 되었으니 앞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옆과 뒤도 봐야 하는데 아직도 안 보고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돈을 좀 더 적게 벌더라도 생활에 충실한 워라벨을 추구하는데 그것의 모델이 북유럽이 것이다. 진짜 제대로 된 복지가 실현이 된다면 세금을 지금보다 더 많이 올려도 찬성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국민 간에 그런 공감대와 신뢰를 어떻게 쌓는 지가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북유럽과 우리는 삶의 태도도 다르고 기후나 문화가 다르기에 비슷하게 살 수가 없다. 하지만 그들의 정책은 우리에 맞게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북유럽의 그 여유를 부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부제는 미친 듯이 웃긴다고 하지만 별로 웃기지는 않았고 북유럽 각 나라가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그리고 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삶을 살 수 있는 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북유럽으로 여행 가는 사람들이나 이쪽 지역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내용 같아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