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32760 글쓴이: 풀잎향수
조회:1330 날짜:2004/09/16 16:53
1990년 난 월급이 28만원이었다.
취사도 되지 않아 주인 몰래 부루스타에 해먹어야하는 단칸방..
100만원 보증금에 월세 13만원 지출하니 달랑 남은 돈 15만원으로 저축, 생활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다.
1년 후엔 500만원짜리 옥탑 전세로 꼭 올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퇴근 후 돈벌기.
첫 알바자리는 과외였으나 성격상 실패^^;;;(무쟈게 급해요)
두번째..
일산에 원 할머니 족발집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30만원을 받고 일하기로 했다.
배달은 가만히 보니 하루 5-6개 정도 들어왔다.
제안을 하였다.
사장님!!! "하루 10개 이상 들어오면 한개에 2,000원 주실래요?"
그리고 홀 매상이 2배로 늘어나면 제 월급도 두배로 주실껀가요?
사장님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내 사무실은 50년 전부터 주 5일 근무에 하절기엔 5시에 퇴근이다.
그래서 퇴근과 동시에..그리고 토요일 일요일마다..
스티커를 들고 주변에 아파트는 다 돌았다,
그 덕분에 운동도 되어 지금 내 체력은 이천수다..
한번은 백마 이마트 옆 금호 아파트 27층 사는 사람이 쟁반국수를 시켰는데 엘리베이터가 수리중이였다.
아마 그 사람도 내려오기 귀찮아서 시켜 먹었나보다.
그래서 27층까지 한번도 안쉬고 뛰어 올라 간적도 있다.
국수는 면발이 생명이기 때문이었다.
암튼 스티커 돌리기 2주째 배달이 딱 10개 들어왔다.
그 다음은 14개 그 다음은 20개..
노하우는 배달 갈 때마다..배달 안할 때도 한가할 땐 사다 드릴테니까 담배, 음료수 쌀, 등등 필요한거 시키세요..돈은 한달후에 후불로 주세요.
내 생각은 적중했다. 배달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홀에 손님 많게 하는 노하우 :
난 우선 인사를 기분 좋게 크게 하기..
그리고 내가 앉기 편하게 테이블을 바꿨다.
그리고 다른 알바 애들한테도 손님이 부르면 항상 대답 크게 하기..
또는 손님이 눈만 굴려도 달려가기..
항상 우리끼리 잡담하지 말고 손님 주시하기...
그래서 교육후 젓가락이 바닥에 떨어지면 손님이 달라고 하기도 전에 우린 그 테이블로 가지고 갈수 있었다.
물론 맛도 있었지만 서비스 전략이 더 효과적이였던거 같다.
원할머니 족발 보쌈집에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4시간 알바한지 4달만에 월 이백 오십을 받을 수 있었다.
난 5개월 후
알바 시작한지 9개월만에
꿈의 옥탑 500만원짜리가 아니라 옥상 넓은 1000만원짜리 옥탑으로 옮겼다.
넓은 옥상이 있는 옥탑은 정말 꿈만 같았다.
이제 시골에 다녀오면 나한테 연락도 없이 제사랍시고 내방에 손님들이 가득하여 새벽에 내쫒기는 일은 없어서 좋다.
난 빨간 돼지를 늘 한마리 키운다.
애지중지하던 빨간 돼지를 주인 아들이 손대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 아이는 2년 전 우연히 연희관 주차장에서 차를 주차하는데 울학교 주차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어느덧 성장하여 나와 소주를 함께 나눌 나이가 된 것에 놀라기도 했다.
암튼 다시 욕심이 생겼다. 내 집이 가지고 싶었다.
복지타운 옆에 상가엔 떡집이 있다.
어차피 우린 5일 근무이니 토요일과 일요일을 활용하면 될 거란 계산이 나왔다.
한번은 원할머니집에 좀 늦겠다고 전화를 한 후 그 떡집으로 찾아가서 혹 알바안구하냐고 물어봤다.
마침 주말 새벽에 배달이 많은데 차 있느냐고 물어보신다.
네 차있어요.
바로 대답하고 다음주 토요일, 일요일 새벽 4시 30분부터 나가기로 하였다.
오후 4시 30분까지 12시간 이틀이면 24시간을 또 활용할 수가 있다.
1시간에 1,500백원정도로 기억하는데 그건 확실치 않다
1500백원 X 12시간 X 8일 = 144,000원
원장님께 어디 중고차 싸게 살만한데 없냐고 여쭤보았다.
원장님이셨던 박ㅇㅇ원장님께서 평소 예쁘게 보셨던지라 당신이 타시던 프라이드를 어차피 잘 안타신다고 내게 무상으로 주셨다.
나의 첫 차가 프라이드다,
그래서 난 아직 프라이드를 좋아한다.
지금은 중풍으로 쓰러지셔서 시골에서 요양중이시다.
떡집에는 떡을 만드는 곳이지만 기름도 짜고, 고춧가루도 빻고 한다.
난 먼지 알레르기가 있는데..
고춧가루 냄새를 맡으면 계속해서 재채기를 한다.
떡집 내내 알바를 하는 동안 사장님은 내가 감기를 달고 사는 줄 아셨다.
가만히 보니 떡집 주변에 절이 하나 있었는데.
그 절에만 들어가고 몇 군데 안되는 어린이집 정도만 들어가고 있다.
난 먼저 주변에 교회가 몇 개인지 학교가 몇개인지를 파악해보고.
교회, 학교, 어린이집, 그리고 각 가정에 배부할 스티커를 바로 만들었다.
원할머니 족발집 스티커를 돌리며 함께 돌리니 일거 양득이었고..
떡배달도 점점 늘어갔다.
떡집에서 일한지 5개월만에 당연히 내 배달료도 시간당 8천원으로 뛰었다.
8000원 X 12시간 X 8일 = 758,000원
실력을 갖춰야 월급도 더 많이 오를 거 같았다.
떡집에서 일하려면 손에 허물이 세번에서 다섯번은 벗겨져야 떡을 만들 수 있다.
처음 막 쪄낸 반죽은 보통 사람이면 뜨거워서 만지질 못한다.
난 허물이 4번 벗겨지고서야 떡을 제대로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뜨거운 것은 잘 만지나보다^^
내가 제일 잘 만드는 떡은 바람떡, 꿀떡 , 개떡이다.
떡집에서 일한지 1년만에 난 사장님보다 바람떡, 꿀떡, 개떡은 더 잘 만들 수 있었고..
그 떡집은 상가 안쪽에 어두운 구석에 있었는데 1000원에서 3000원짜리 묶음을 만들어 밖에 가판대를 만들었다.
많이 팔렸다.
난 1달에 8일 일하면서 1백만원을 받았다.
알바생 여러분!!!
시간으로 돈 계산안하고 월급으로 제대로 받으려면 사장님보다 일을 많이 아시는 게 가장 페이 결정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어쨌든 옥탑으로 옮긴지 2년만에 난 서울 천연동에 평수가 작은 집이지만 서울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제일 꼭대기에 아파트를 마련하였다.
이젠 내 집이다.
아버님 돌아가신 이후로 처음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