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드루얀을 위하여

공간의 광막함과 시간의 영겁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과 공유할 수 있었음은 나에게는 하나의 기쁨이었다.

코스모스COSMOS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코스모스를 정관하노라면 깊은 울림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나는 그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며 아득히 높은 데서 어렴풋한 기억의 심연으로 떨어지는 듯한, 아주 묘한 느낌에 사로잡히고는 한다. 코스모스를 정관한다는 것이 미지 중 미지의 세계와 마주함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울림, 그 느낌, 그 감정이야말로 인간이라면 그 누구나 하게 되는 당연한 반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코스모스에서

다시 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자신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은 그 위에 있거나 또는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기쁨과 슬픔, 숭상되는 수천의 종교, 이데올로기, 경제 이론, 사냥꾼과 약탈자, 영웅과 겁쟁이,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민, 서로 사랑하는 남녀, 어머니와 아버지, 앞날이 촉망되는아이들, 발명가와 개척자, 윤리 도덕의 교사들, 부패한 정치가들, ‘슈퍼스타‘, ‘초인적 지도자‘, 성자와 죄인 등 인류의 역사에서 그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천체에 살았던 것이다. - 창백한 푸른 점에서

날씨가 좋은 날이면 칼은 자연에 묻혀서 사색하며 글쓰기를 즐날·겼다. 뉴욕 주, 이타카 시 소재의 우리 집을 둘러싼 바로 그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말이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방의 창을 통하여 폭포로 비스듬히 이어지는 뜰이 가득히 밀려온다. 칼은 몇 시간씩뜰에 놓인 테이블에 꼼짝도 않고 앉아 있고는 했다. 백색 소음의 물소리가 만들어 내는 음악이 한 가지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제공한다는 이야기를 내게 하고는 했다. 나와 칼이 『잊혀진 조상들의그림자 shadosur of Fiongoutern Anceton』를 공동 집필할 당시의 일이다. 컴퓨터에서눈을 떼어 시선을 창 밖으로 잠시 돌렸더니, 덩치가 엄청나게 큰 사슴한 마리가 칼의 어깨 너머로 원고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칼은 등 뒤에사슴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자기 앞에 놓인 우리의 원고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집중하기는 사슴도 마찬가지였다. 칼이 원고에 뭐라고쓰는지 알고 싶기라도 하다는 표정으로 칼의 어깨 너머를 뚫어지게보고 있었던 것이다. 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 영겁의 역사가 층층이새겨져 있는 저 절벽, 그리고 사슴을 비롯한 각종 야생 동물들은 아직그대로인데, 칼이 앉아서 글을 쓰던 의자만이 텅 비어 있구나. - P8

칼은 평소에, 첨단 과학 기술에 뿌리를 둔 민주주의 사회에서 한 사람이 건전한 시민으로 성숙하는 데에는 효율적인 과학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곤 했다. 그러므로 나는, 칼 세이건 재단 Carl Sagan Foundation이 칼 세이건 아카데미 Carl Sagan Academy를 운영하기로 한 결정에 칼이 매우 흡족해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CSA는 플로리다 주 힐스보로Hillsborough 카운티의 탬파Tampa 지역 중등학생들이 현대 과학이 찾아낸자연의 경이로움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계획은 우리가 플로리다 주의 휴머니스트 연맹과 이 지방 침례교회들과함께 이루어낸 놀라운 협력의 결과이다. 이 세 기구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상을 가진 사람들의 조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의 목적을위하여 함께 일했다. 이 협력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바람직한 세상의실현 가능성을 예시한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해인 금년에는 모두 78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게 되는데, 이들은 미국에서 가장 혜택 받지 못한 낙후 지역의 어린이들이다. 나는 행성 학회 회원들 중에서 과학적사고의 가치를 높이 여기고, 사회 문제에 대해 건전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며, 칼의 이상에 동조하는 이라면 누구든지 칼 세이건 재단의 문을 두드려 주기 바란다. - P13

칼은 별을 향한 긴 여정에서 우리가 방향을 잃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다. 이 위대한 과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인류의 의지가 혹시 사그라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고 크게우려했다. 침대에 누워서 죽어 가는 와중에도 그는 자신이 하려던 기조 연설의 내용을 있는 힘을 다해 구술해 갔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나는 심장을 쥐어짜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리고 며칠 후 부통령 고어는 칼의 구술 내용을 대독하는 것으로예정됐던 백악관 회의를 시작했다. 칼의 마지막 순간에 내가 그에게들려줄 수 있었던 몇 가지 이야기들 중 하나가 바로, 칼의 메시지가 백악관 사람들에게 전달됐다는 것이었다. 그는 내 이야기에 미소로 답했다. 이미 담갈색으로 변해 가던 그의 두 눈망울에서 나는 여러 가지를읽어 낼 수 있었다. 앨 고어에 대한 고마움, 우주 과학 정책을 결정하는이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전했다는 안도감, 우주 과학의 미래에 대한일말의 불안감 등이 그의 눈빛에 섞여 있었다. 우주 과학의 미래에 대한 그의 우려는, 적어도 짧은 시간 척도로 보았을 때, 아주 타당한 것이었음이 그 후에 곧 판명됐다. - P16

앞으로 두 걸음 나갔다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는 식의 변화로 인류는 역사의 먼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별을 향한 여정에서도 우리는우회로들을 종종 만나곤 했다. 우회로야말로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효과적인 방편이 아닌가.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서 결국, 지구인들은칼이 물려준 위대한 유산을 중심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 갈 것이다. 칼이 앉아 있던 그 의자는 주인을 잃은 지 오래됐지만 그가 우리에게 전한 이상과 가치관은 여기 그대로 있다. 그가 가꿔 오던 꿈들마저인류 전체의 꿈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지 않은가.
2006년 가을
앤 드루얀



이 글은 칼 세이건 서거 10주기를 맞아 부인인 앤 드루얀이 세이건 사후 10년을 추억하며 <행성 보고서> 2006년 11/12월호에 쓴 글이다. ‘코스모스, 특별판을 출간하면서 앤드루얀과 칼 세이건 재단의 특별한 허락을 받아 한국어판 서문을 대신하여 게재했다. ― 옮긴이 - P17

인간이 여러 세대에 걸쳐 부지런히 연구를 계속한다면, 지금은 짙은 암흑 속에 감춰져 있는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거기에 빛이 비쳐 그 안에 숨어 있는 진리의 실상이 밖으로 드러나게 될 때가 오고야 말 것이다. 그것은 한 사람의생애로는 부족하다. 누가 자신의 일생을 하늘을 연구하는 데만 온동 바친다고 하더라도, 우주와 같은 엄청난 주제를 다진리는루기에 한 사람의 일생은 너무 짧고 부족하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하나씩 그리고 조금씩 서서히 밝혀지게마련이다. 우리 먼 후손들은 자신들에게는 아주 뻔한 것들수없조차 우리가 모르고 있었음을 의아해 할 것이다.
이 많은 발견이 먼 미래에도 끝없이 이어질 것이며, 그 과정에서 결국 우리에 대한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말 것이다. 우리 후손들이 끊임없이 연구해서 밝혀야 할 그 무엇을 우주가무궁무진으로 품고 있지 않다면, 그리고 우리 우주가 혹시라도 그러한 우주라면, 우리는 그것을 한날 보잘것없고 초라함존재로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자연의 신비는 단 한 번에 한꺼번에 밝혀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세네카, 자연학의 문제, 제7권, 1세기 - P19

우리는 코스모스에서 태어났지만 이제는 많이 자라 코스모스와 멀리 떨어진 지오래됐다. 이제 코스모스는 우리의 일상사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별개의 세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학은 이와는 아주 다른 우주의 실상을또한 우리에게 알려 준다. 우주는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로 황홀하지만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은 결코 아니다. 우리도 코스모스의 일부이다. 이것은 결코 시적 수사가 아니다. 인간과 우주는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연결돼 있다. 인류는 코스모스에서 태어났으며인류의 장차 운명도 코스모스와 깊게 관련돼 있다. 인류 진화의 역사에있었던 대사건들뿐 아니라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일들까지도 따지고 보면 하나같이 우리를 둘러싼 우주의 기원에 그 뿌리가 닿아 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우주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본질과 만나게 될 것이다. - P22

한마디로 과학의 성공은 자정 능력에 있다. 과학은 스스로를 교정할 수 있다. 과학에서는 새로운 실험 결과와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때마다 그 전에는 신비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있던 미지의 사실이 설명될 수 있는 합리적 현상으로 바뀌어 간다. 9장에서 논의한 중성미자의문제가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중성미자라는 포착하기조차 어려운입자가 태양 내부에서 이론적 예상보다 적게 만들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이것을 설명하기 위한 방안들이 속속 등장했다. 10장에서 다루는 문제도 좋은 예이다. 현대 우주론은 우주의 물질 밀도가 충분히 커서 멀리 있는 은하들의 후퇴 운동을 종국에 가서는 멈추게 할수 있을 건지, 우주는 그 나이가 무한대인 존재이고 따라서 우주의 창조를 부정할 수 있을지 같은 형이상학적이고 신비주의적인 문제들도과학적인 방법으로 논의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 P22

『코스모스』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나는 앤드루얀 Ann Druyan과 스티븐 소터Steven Sorter에게 참으로 많은 빚을 졌습니다. 이분들은 ‘코스모스‘ 텔레비전 시리즈의 공동저자로서 『코스모스』집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 주셨습니다. 이 저작물 전반에 흐르는 기본 아이디어의 구상에서부터, 그 아이디어들 이면에 숨어 있는 깊은 연계성의 발굴과, 그리고 시리즈 각 편에 담아 낸 내용의 지적 수준과 구조, 또 멋들어진문체의 구사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 책의 초고를 왕성한 의욕과 비판적 시각으로 철저하게 읽어주셨습니다. 나에게 준 이들의 건설적이며 창조적인 제언들이 수없이이어지는 퇴고의 과정을 통해서 이 책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텔레비전 시리즈의 공동 저자로서 이분들이 쓰신 대본이 이 책의 내용을결정하는 데 주요한 영향을 미쳤던 것입니다. 나는 이분들과 여러 차례에 걸쳐 열띤 토론과 심도 깊은 토의를 하면서 크나큰 기쁨을 맛볼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 기쁨이 내가 ‘코스모스‘ 프로젝트에서 얻을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보상들 중 하나였습니다.

1980년 5월
이타카와 로스앤젤레스에서 - P32

맨 처음에 창조된 사람들은 "흉악한 웃음의 마법사", "밤의마법사", "야만인", "어둠의 마법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들은 지혜를 부여받았기에,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아챌수 있었다. 이들이 눈을 떠 세상을 둘러보자, 그 즉시 모든것을 인지하였으며 거대한 천구와 땅의 둥그런 얼굴도모두 알아보았다. (그러자 창조주께서 입을 여셨다.) "저들은 전지全知하구나, 이제 저들을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저들의 눈길이가까운 곳에만 이르게끔 하고, 땅의 얼굴도 조금씩밖에 보지못하게 하리라! 저들은 우리 손에서 나온 한갓 피조물이 아니던가? 저들마저 신이 된대서야 어디 말이 되겠는가?"

- 퀴체 마야의 성전 <포폴 부흐> - P35

네가 넓은 땅 위를 구석구석 살펴 알아 보지 못한 것이 없거든, 어서 말해 보아라. 빛의 전당으로 가는 길은 어디냐? 어둠이 도사리고 있는 곳은 어디냐? - 욥기」 - P35

나의 위엄을 찾을 곳은 우주가 아닙니다. 그것은 내 사고의 제어 기제에서 찾아져야합니다. 내가 세상들을 차지했다면 더 가질 것이 없습니다. 우주는 공간을 온통 둘러싸서 나를 원자 알갱이 하나 삼키듯이 먹어 버립니다. 나는 생각함으로써 세상을 이해합니다.  - 블레즈 파스칼, 팡세 - P36

앎은 한정되어 있지만 무지에는 끝이 없다. 지성에 관한 한 우리는 설명이 불가능한 ‘
끝없는 무지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에 불과하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그 섬을 조금씩이라도 넓혀 나가는 것이 인간의 의무이다. ㅡ토머스 헉슬리, 1887년 - P36

코스모스 COSMOS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코스모스를 정관하노라면 깊은 울림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나는 그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며 아득히 높은 데서 어렴풋한 기억의 심연으로 떨어지는 듯한, 아주 묘한 느낌에 사로잡히고는 한다. 코스모스를 정관한다는 것이 미지 중 미지의 세계와 마주함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울림, 그 느낌, 그 감정이야말로 인간이라면 그 누구나 하게 되는당연한 반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인류는 영원 무한의 시공간에 파묻힌 하나의 점, 지구를 보금자리삼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주제에 코스모스의 크기와 나이를 헤아리고자 한다는 것은 인류의 이해 수준을 훌쩍 뛰어 넘는 무모한 도전일지도 모른다. 모든 인간사는, 우주적 입장과 관점에서 바라볼 때 중요키는커녕 지극히 하찮고 자질구레하기까지 하다.  - P36

우리가 이제 떠나려는 탐험에는 회의의 정신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력에만 의존한다면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로 빠져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탐험은 상상력 없이는 단한 발짝도 뗄 수 없는 여정의 연속일 것이다. 회의의 정신은 공상과 실제를 분간할 줄 알게 하여 억측의 실현성 여부를 검증해 준다. 코스모스는 그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보물 창고로서 그 우아한 실제, 절묘한 상관관계 그리고 기묘한 작동 원리를 그 안에 모두 품고 있다.
코스모스를 거대한 바다라고 생각한다면 지구의 표면은 곧 바닷가에 해당한다. ‘우주라는 바다‘에 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거의대부분 우리가 이 바닷가에 서서 스스로 보고 배워서 알아낸 것이다.
직접 바닷물 속으로 들어간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그것은 겨우 발가락을 적시는 수준이었다. 아니, 기껏해야 발목을 물에 적셨다고나할까 - P37

코스모스는 너무 거대하여 우리가 통상 사용하는 길이 단위인 미터나 마일로는 도무지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미터나 마일은 지상에서 쓰기에 편리하도록 고안된 단위일 뿐이다. 천문학에서는 그 대신빛의 빠른 속도를 이용하여 거리를 잰다. 빚은 1초에 약 18만 6000마일 또는 거의 30만 킬로미터, 즉 지구 7바퀴를 돈다. 빛은 태양에서 지구까지 8분이면 온다. 그러므로 태양은 지구에서 약 8광분 만큼 떨어져 있다. 빛은 1년이면 10조 킬로미터, 약 6조 마일을 간다. 천문학자들은 빛이 1년 동안 지나간 거리를 하나의 단위로 삼아 1광년年이라고 부른다. 광년은 시간을 재는 단위가 아니라 거리를, 그것도 엄청나게 먼 거리를 재는 단위이다.
지구는 우주에서 결코 유일무이한 장소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전형적인 곳은 더더욱 아니다. 행성이나 별이나 은하를 전형적인 곳이라 할 수 없는 까닭은 코스모스의 대부분이 텅 빈 공간이기 때문이다. 코스모스에서 일반적인곳이라 할 만한 곳은 저 광대하고 냉랭하고 어디로 가나 텅 비어 있으며 끝없는 밤으로 채워진 은하 사이의 공간이다. 그 공간은 참으로 괴이하고 외로운 곳이라서 그곳에 있는 행성과 별과 은하 들이 가슴 시리도록 귀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 P39

코스모스의 어느 한구석을 무작위로찍는다고 했을 때 그곳이 운 좋게 행성 바로 위나 근처일 확률은 10-33이다! 우리가 살면서 일어날 확률이 그렇게 낮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본다면 우리는 그 일에 매혹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참으로 고귀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은하와 은하 사이의 공간에서 본다면 바다 물결 위의 흰 거품처럼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희미하고 가냘픈 덩굴손 모양의 빛줄기가 암흑을배경으로 떠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이것들이 은하다. 이들 중에는 홀로떠다니는 고독한 녀석도 있지만, 대부분은 은하단이라는 집단을 이루며한데 어우러져 거대한 코스모스의 암흑 속을 끝없이 떠다닌다. 이것이우리가 아는 코스모스의 가장 거시적인 모습이며, 여기가 바로 성운들의 세계이다. 지구에서 80억 광년 떨어진 곳, 우리가 우주의 중간쯤으로알고 있는 머나먼 저곳이 성운들의 세상이란 말이다. - P40

나선 팔 안은 물론이고 나선 팔과 나선 팔 사이를 지나다 보면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이 모인 지극히 아름다운 집단들이 우리에게 깊은인상을 남기며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다. 그 집단들 중에는 비눗방울처럼 가냘프게 생겼으면서, 태양 1만 개 또는 지구 1조 개나 들어갈 수있을 만큼 어마어마하게 큰 것들이 있다. 또 천체들 중에는 크기는 작은 마을만 하지만 그 밀도는 납의 100조 배나 되는 것도 있다. 태양처럼 홀몸인 별도 있지만 동반성과 함께하는 별이 더 많다. 별들은 주로 - P42

두 별이 서로 상대방 주위를 도는 하나의 쌍성계를 이룬다. 그리고 겨우 별 셋으로 이루어진 항성계에서 시작하여, 여남은 별들이 엉성하게 모여 있는 성단, 수백만 개의 구성원을 뽐내는 거대한 구상 성단까지 천차만별의 항성계들이 은하에 있다. 쌍성계들 중에는두 구성 별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 상대방 ‘별의 물질‘을 서로 주고받는 근접 쌍성계들도 있다. 대부분의 쌍성계에서는 두 별이 태양과목성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초신성같이 저혼자 내는 빛이 은하 전체가 내는 빛과 맞먹을 만큼 밝은 천체가 있는가 하면, 블랙홀 black hole과 같이 겨우 몇 킬로미터만 떨어져도 보이지않는 어두운 별이 있다. 밝기만 보더라도 일정한 빛을 내는 별이 있는가 하면 불규칙하게 가물거리는 별이 있고 틀림없는 주기로 깜빡이는 별도 있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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