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주말입니다. 전 내일 춘천에 갈 거예요. 떠나가는 가을을 배웅해주고 올 생각이랍니다. 어딘가로 여행을 떠난다는 기대는 일주일을 즐겁게 만들죠. 저도 이번 주 내내 내일을 기다리며 즐거웠답니다. 옷은 뭘 입고 가지? 지루할 차 안에서 읽을 책으론 어떤 책이 좋을까? 독서가 위험하다는 책을 가져갈까? 집 나갔다는 엄마를 찾으러 가 볼까? 즐거운 고민을 하다가 만화책을 들고 가기로 했답니다. 바로 이 책이죠.

하워드 진입니다. 미국역사입니다. 그리고 만화입니다.『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민중이나 미국역사에 관심이 없던 저에게도 익숙한 이름이죠. 하워드 진, 한번 정도는 읽어주어야 할 이 시대가 낳은 역사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하워드 진을 읽지 못하던 저에게 이 만화는 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어젯밤에 살짝 시작 부분을 읽었습니다. 미국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궁금증과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를 알고 싶게 만드는 힘이 느껴지더군요. 그 밤에 다 읽어버릴 것 같아 바로 덮어버리면서 책장에 꽂힌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라는 책으로 눈길이 가더군요. 미국의 역사는 인디언의 멸망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요. 오늘은 14일이니(이런 것은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잘 하던 행동이었는데 말이죠.^^;) 14쪽을 펼쳐보겠습니다. 이런 말이 나오는군요.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든 말이기도 합니다. 좀 길지만 써보겠습니다. “우리는 예전에도 그랬다. 이것은 낡은 사고방식이며 구시대의 행동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우리는 베트남에서 네이팜 탄(넒은 지역을 불바다로 만드는 유지소이탄)과 집속폭탄(폭발시 금속파편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폭탄)으로 폭격을 하며 농촌마을에 테러행위를 저질렀다. 우리는 또한 칠레, 엘살바도르, 과테말라와 아이티의 독재자와 암살부대를 지원하였다. 이라크에서는 우리 미국이 내린 경제봉쇄의 결과로 5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죽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전 세계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에 희생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우리에 대한 적개심에 대해 생각해봐야만 한다. 정치인들과 언론이 만들어 낸 전쟁의 당위성이야 어찌되었든 우리는 결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혀야만 한다.” 내가 이 책을 읽겠다고 하니 옆에 있던 친구가 말하더군요. 완전 보수주의자이신 울 아버지가 보시면 한 소리하시겠다고.ㅋ


이번엔 타블로입니다. 『당신의 조각들』, 처음 타블로가 소설집을 낸다고 했을 때, 솔직히 속으로 픽! 했습니다. 뭐야, 가수나 할 것이지. 웬 소설? 연예인들은 조금 유명해지면 전부다 책을 내는구나!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했더랬죠.(사실 글 잘 쓰지만 등단을 못해서 자기 이름으로 된 책을 못 내는 숨어 있는 작가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읽고 싶은 생각도 없었어요. 하긴 제가 안 읽어도 책은 엄청나게!(불황이라는데도) 팔리고 있어서 신춘문예든 문학상이든 그런 것은 제쳐두고 이젠 가수로든 연기자로든 유명해지고 난 후에 볼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무튼 그런 불만을 안고 어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전 불만이 있어도 내 손에 책이 들어오면 일단 읽어줍니다) 도대체 얼마나 잘 썼을까? 잔뜩 의심을 품은 채 말이죠. 근데 말이죠. 하하;; 전 이 책을 기획한 출판사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아무리 스탠포드를 나오고 창작문예에, 영문학 석사를 받은 타블로의 소설집이라고는 해도 사실, 십대 후반에서 이십 대로 넘어가는 그 시기에 습작 삼아 쓴 소설인데 천재가 아닌 이상 뭐가 그리 잘 쓴 소설이겠어요? 하지만 책을 펼치면서 전 ‘멋지다!’했습니다. 왜? 이 책은 연예인이 쓴 소설이기에 너무나 ‘연예인스러운’ 편집들이 기막히게 좋았던 거죠. 만약 우리의 여느 문학 소설집처럼 활자만 빡빡하게 넣어 소설집이라고 내 놓았다면, 그래서 읽었는데 이게 뭐?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책은 저어 멀리 확! 던져버리고 말았을 거예요. 하지만 전 다 읽었답니다. 그것도 아주 재밌게 읽었어요. 김경욱 작가는「위험한 독서」에서 소설의 주인공과 작가를 동일시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소설마다 나오는 주인공이 꼭 타블로를 연상시켰습니다. 그 시절, 그 나이에 누구나 고민하고 의문을 가져보았을 불안함, 외로움의 조각들이 타블로의 고백처럼 보였으니까요. 또 중간 중간 넣어준 뉴욕의 사진들은 글을 방해한다거나 원고 매수를 채우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타블로다운, 타블로라는 ‘캐릭터‘를 위한, 멋진 편집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타블로는 작가가 아니죠. 하지만 소설집을 냈으니 작가가 된 셈이에요. 그냥 편하게 읽어보세요. 그럼 다 이해가 되어요. 글이, 사진이, 원고 매수가. 암튼 그의 책 14쪽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어요. “복도는 한때 어머니의 자랑이었다, 어머니는 남편과 아들의 천재성을 과시하는 성소 같은 그 복도를, 애정을 담아 ’미시마 명예의 전당‘이라 불렀다. 나는 늘 복도 양 벽면을 가득 메운 액사 속의 사진들과 사애들. 신문기사 스크랩들이 오로지 남의 시선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나귀는 당나귀답게』를 쓴 아지즈 네신의 삐뚜름한 세상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습니다. 『개가 남긴 한 마디』, 1958년에 터키에서 처음 출간했다는데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읽히고 있는 책이랍니다. 제가 아지즈 네신을 기억하는 이유는 터키라는 나라의 작가라는 것과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에서 보여준 그의 놀라운 상상력 때문이랍니다. 그런 상상력이 또 한번 이 책에서 발휘됩니다. 바로 동물로 위장시켜 아지즈 네신이 풍자하는 세상의 이야기는 “허망한 권력욕과 허위의식, 외모 지상주의와 허장성세, 위정자들의 도덕적 불감증” 등을 말해주고 있죠. 그래서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세상과 사회, 인간 본성과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며, 지금 우리나라의 어수선한 상황과도 절묘하게 닮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앗! 이 책의 14쪽에는 삽화가;;;; 까마귀가 사람의 머리 위에 똥을 싸는 장면이네요.ㅋㅋ 내용인즉, 세상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그 대표자 격인 파디샤(이슬람권 국가의 군주)를 뽑아야 하는데 그 파디샤를 까마귀가 뽑는다는 군요. 한 사람의 머리 위에 까마귀가 똥을 싸면 그 사람이 파디샤가 되는 거래요. 푸핫! 그래서 파디샤를 뽑는 날이면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자기 머리 위에 똥을 갈겨 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모자를 벗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댑니다. “까마귀 형제여, 여기에, 여기에, 제발 여기에…” 어때요? 파디샤가 되고 싶지 않으세요?^^ 전 으윽~


독특한 미술 관련 책이 나왔습니다. 세계의 유명한 예술가들의 기법을 배울 수 있는 미술 기법서인데요. 어린이들에게 미술 공부의 기초를 가르쳐주는 동시에 화가들마다 가진 개성적인 미술 기법을 직접 익힐 수 있도록 만든 책입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작가들의 글을 필사하는 것처럼 『한 권으로 배우는 세계의 미술가』도 대가들의 작품을 익히고 배울 수 있도록 제시해줍니다. 사물의 모양과 색깔의 특징과 변화를 인식하게 되는 4세부터 다양한 시각 예술을 접하고 직접 활동하는 12세의 어린이까지 단계별로 익힐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며 단순한 그리기가 아니라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한 흥미로운 미술 활동 경험을 통해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일깨워줍니다. 이 책의 14쪽에는 ‘로렌초 기베르티라는 1400년 경 이탈리아의 젊은 조각가의 소개와 마분지와 끈, 접착제, 알루미늄 포일로 <플로렌스 양식의 부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이 책 한 권이면 미술의 대가들을 모두 만나고 또 그들의 작품을 한번씩 만들거나 그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겠습니다.


위의 책보다 먼저 나온 책 중에 비슷한 책이 또 있네요. 같은 예술 분야지만 이건 작곡가들에 관한 책이에요.『작곡가들과 떠나는 클래식 음악 여행』, 바흐부터 모차르트, 현대 음악가 피에르 볼레즈까지, 위대한 작곡가들과 함께하는 클래식 음악의 세계로 빠질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이제 ‘베바‘도 끝나고 클래식에 관한 좀더 다양한 지식을 알고 싶다면 비록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같이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 잡지에 연재한 내용을 독일의 음악 전문 출판사인 쇼트 뮤직 출판사에서 출간한 작품이랍니다. 책은 음악가들의 간단한 소개와 용어 설명 그리고 퍼즐과 글자 퀴즈를 담아 아이들이 즐겁게 작곡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렇다면 이 책의 14쪽엔 어떤 작곡가가 나올까요? 바로 ’구스타프 밀러‘입니다. ‘다이내믹‘에 관한 설명을 재미있게 해주시네요. “다이내믹이란 건, 그 곡을 얼마나 큰 소리로 아니면 작은 소리로 연주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표시지요. 연주 용어는 작품의 분위기를 더 자세히 말해 주는 말이고요. 연주 용어를 보면 작곡가가 그 음악으로 무엇을 나타내고 싶어 하는지 알아내기가 조금 쉬워진답니다, 예를 들면 내 교향곡 6번에는 이런 연주 용어들이 있어요. ’무겁게, 끌지 말고 치고 나감‘, ’고풍스럽게‘, ’서두르지 말 것‘, 같은 말들요. 이런 용어들이 연주자의 상상을 복돋워주지요. 어떤 때는 이야기를 떠올리거나 눈앞에 그림을 그려 보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사랑’에 관한 소설을 한 권 소개할까 합니다.^^ 이 책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친구에게서 올해의 문학베스트에 넣을 생각이라는 사견을 들은 적이 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읽어보려고 해요. 그 친구의 선택은 가끔 잘 들어맞거든요.^^ 바로 『너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입니다. 스페인 어로 쓰인 소설에 주어지는 최고의 명예, “2007 알파과라상”을 수상했다고 하네요. 서사하라의 오랜 영토 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렸다고 하는데 지난달에 나온 책을 이제야 관심을 가져봅니다. 표지가 너무 덤덤했고 제목도 뭐랄까? 식상하달까? 그래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더구나 우리에게 알려진 작가도 아닌지라…. 가끔 좋은 책들이 이런 이유로 알려지지 않을 때는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암튼 그 친구는 “쉽게 읽을 수 없지만, 읽은 뒤에 쉽게 잊을 수 없는 그런 여운이 가득하다.”라는 글을 남겼네요. 14쪽을 펼치니 “당신들, 정말 어리석군요! 정말 멍청해요! 여기서 나가지 못하면 저 인간들의 만행을 참고 견뎌야 해요. 이런 취급을 받는데도 그냥 넘긴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에요. 이건 노예만도 못한 삶이잖아요. 이건…… 이건 정말…….” 

 

인문이나 경영서도 제가 좋아라하면 좋겠네요. 아니 그보다 제가 접할 수 있는 책이 이 분야의 책들이라 저의 편애가 좀 들어갔습니다.^^ 이번 주말도 좋은 책 많이 읽으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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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 작가도 보고 책소개도 보고 가끔 리뷰도 보지만 책표지나 제목도 책을 고르는 한 방법이다. 며칠 전 『침실로 올라오세요, 창문을 통해』라는 책 제목을 보면서 '제목도 참 잘 짓는구나! 호기심을 확! 자극하여 끌리게 만드네.'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제목에 끌려서 구입하거나 읽은 책들을 한번 모아봐야겠다. 하는 쓸데없는 상상을 실천에 옮겨보기로 했다. 지금은 일요일이고 나는 한가하게 놀고 있으며 그다지 바쁜 일도 없을 예정이기에…

헤이리 리브로북카페에서 본 책이었다.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살펴보다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이건 무슨 내용이기에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두께도 장난아니게 두꺼워서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자리로 가지고 와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왠지 끌리지 않느냐? 하니 다들 살펴보며 한마디 한다. 오! 재미있을 것 같아. 그러곤 수첩들 꺼내어 제목을 적는다! 이런 짓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일상다반사로 있는 일이다. 머릿속에 기억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마음에 드는 책이 나타나면 일단 어딘가에 메모를 해 두어야 한다. 그러곤 잊지 않고 구입을 한다. 읽든말든!! 하여 난 아직 읽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추천으로(오로지 제목만) 책을 구입한 또 다른 친구의 감상은 "빨리 읽어, 책 괜찮아!"였다. 

이 책은 언젠가도 한번 소개한 것 같다. 어찌어찌하여 구입을 한 책인데 오자마자 펼치고 읽었다. 이 책이야말로 완전히 제목과 표지에 필!꽂혀 내용이 뭔지 장르가 뭔지도 몰랐다. 한데 고고학자의 자서전이다.  시인 김정환의 번역본인데 문장이 시 같았다. 김정환의 번역본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뭔가 참 묘한 문장이다. 천천히 읽어봐야 할 것 같았다. 순식간에 읽고자 넘겼지만 쉽게 넘어가지 않았기에. 결국 책꽂이에 잘 꽂아두고 다른 책들 먼저 읽었다.  그리고 오늘 윤성희 작가에게 온라인 질문을 하는 곳에서 윤성희 작가가 지금 읽고 있는 책 198쪽엔 어떤 글이 적혀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윤성희 작가의 답글이 바로 『그 모든 낯선 시간들』이었다. 그 책 198쪽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단다. "나는 그가 나를 기억할 수 있게끔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오래 전 <열린책들>의 책들은  매우 신선했고 디자인은 예뻤다. 그리고 요즘처럼 책을 많이 읽지 않았기에 두껍고 빽빽한 글씨로 무장한 소설들이 아주 마음에 들어 열린책들의 책들은 무조건, 가능하면 구입하는 책 중에 하나였다.  그때 이 책을 구입했다. 『개는 말할 것도 없이』, 굉장한 궁금증을 일으키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묵혀두었다가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심심풀이로 이런 책을 읽어야 해! 하며 들고 갔었는데 헉! 뭔소리인지 읽히지가 않았다. 이럴 수가!  결국 이 책의 운명은 책꽂이에 꽂히는 신세고 아니고 뭔 물건의 받침용(!)으로 쓰이고 말았다. 그러다 구제를 받게 되는데 그건 바로 그 후에 나온 『둠즈데이북』이라는 책 때문이다. 『개는 말할 것도 없이』의 후속작이라는 『둠즈데이북』을 우연히 읽었다. 꽤 재미있었다. 근데 이 책 이전에 나온 연결 된 작품이 바로 『개는 말할 것도 없이』라는 것이다. 아, 내가 그때 이 책의 가치를 몰랐던 거야! 하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어 좌절하던 찰나에 받침대가 되어 찌그러지고 있던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곤 『둠즈데이북』의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읽어리라 마음먹고도 아직까지 읽지 않고 있다. -.-;;;; 

내 눈에 먼저 들어왔던 책은 아니지만 언젠가 비슷한 시기에 여러 작가들의 추천으로 알게 된 소설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작가들의 추천은 두 번째이고 얼른 구입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책이다. 바로 유디트 헤르만의 『여름 별장, 그 후』이다.  여름 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가? 궁금증을 갖게하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위의 책들에 비해 얇고 소설집이었기에 이 책은 도착하자마자 읽게 되었는데 어떤 친구는 좋은 줄 모르겠다고 했지만 난 아주 맘에 들었다.^^ 가끔 내가 맘에 들어하는 책들을 보면 정말 공감이 가는 글들일 때와 도무지 이해는 안 되면서도 왠지 알 것 같은 아리송한 글들일 때가 많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하지만 그래서 나중에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난 후에 다시 읽을 책이기도 하다. 앗! 그러고보니 유디트 헤르만의 새 책을 지난 번에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는데 잊고 있었다. 얼른 구입해야겠다. 

 

가끔 <문학동네>의 책을 접할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이 책 제목은 도대체 누가 지은 것일까? 또 이 표지는 누가 선정한 걸까? 얼마 전에 나온 박현욱의 『그 여자의 침대』도 그렇다. 표지도 그렇고 제목도 왠지 매혹적이다.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들게 만드는 것 같다. 내용 또한 그래서 맘에 든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아직 다 읽지 않았기에 좋다 나쁘다 말할 수는 없겠다. 아무튼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당신이 없었다, 당신이』『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같은 긴 제목의 책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이 책 『한낮의 우울』 역시 추천에 의해 고른 작품이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맘에 들어 하며 고이 모셔둔 책이다.  '한낮의 우울'이라는 제목에서 나는 장국영의 맘보춤이 생각나고 여행 중에 부부싸움을 하고 사막에 버려진 쟈스민의 모습과 calling you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아직 그 책을 읽지 않았으니 그것들의 연관성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정적, 찌는 듯한, 그런 배경들이 '한낮'에 연상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람마다 책에 관한 기억이나 제목, 혹은 표지나 내용에 따라 공감하는 부분이 다를 테니 그러므로 깊게 알려하면 머리 아프니 이정도만;; 암튼. 리뷰를 믿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에 관한 리뷰는 믿고 싶다. 얼른 읽어줘야 할 텐데… 

제목 그대로 끌린 이 책『끌림』은 시인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와 책 속으로 쏙 빠져들게 만든다. 이렇게 적고보니 내가 끌린 유일하게 짧은 제목의 책이 되었다. 이 책을 사서 읽고 너무 좋아서 한동안 책 속에 있는 글들을 여기저기 적었었는데 시인 이병률의 사인을 받을 기회가 생겼더랬다. 그 기회를 놓칠세라 친구들 것까지 모두 모으고 선물할 것까지 사서 사인을 받았는데 와우~! 반응이 아주 좋았다.^^ 『끌림』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사인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받은 친구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좋아라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외에도 너무 많다. 아니 제목에 필  꽂힌 책을 소개해보겠다고 시도한 내가 잘못인 것 같다. 적다보니 끝이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ㅠㅠ 당장 기억나는 것만 이러하니;;;;

죽~보아하니 나는 짧은 제목보다 긴 제목의 책들에게 더 호감을 갖는 것 같다. 최소한 다섯 자는 넘는. 예전엔 제목이 길면 책이 안 팔린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제목이 길든말든 뭔가 자극을 주는 제목을 좋아하는 것 같다.

휴일 낮의 노곤함, 『그날 밤의 거짓말』이나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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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8-11-09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어서 아는 책은 딱 두권이네요..

readersu 2008-11-10 10:38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제 기준으로 모두 좋은 책이랍니다. 제 취향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근데 어떤 책일까요? 그 두 권이??
 

 

주말입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너무나 바쁜 요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지경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더니 올해도 몇 달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정말 쏜살 같이 지나고 있네요. 주말이 되면 그동안 눈독 들인 신간들을 훑어보는 게 이제 저의 즐거움이 되었어요. 편식을 하는 경향이 뚜렷하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분야에 나름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예판을 시작하며, 아니 이미 그 전부터 예상은 했지만 파울로 코엘료의 신간『흐르는 강물처럼』은 정말 빠른 속도로 많은 분들이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어제야 저는 이 책을 받았는데 표지가 참 예쁘네요. 제목도 마음에 들고, 내용은? 아직 읽어보지 못해 윤성희 작가의 책 제목처럼 198페이지를 펼쳤더니 이런 얘기가 나오네요. "철들기 전부터 나는 최고의 배움은 여행에서 얻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매번 집에서 책으로 여행을 하지만^^:) 다르게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네요. 이렇게 파울로 코엘료는 짧은 이야기로 우리 앞에 놓인 '오직 한 번뿐인 오늘을 살아가는 법'을 알려줍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은 아니지만 모든 연령이 읽기 좋은 책인듯 합니다.^^

 

요즘 신윤복과 김홍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우리의 그림을 너무 무시(?)한 면이 없지 않았어요. 저도 이정명의 책을 통해서 신윤복과 김홍도에 관심이 생겼으니 알고 보면 우리의 그림도 정말 아름다운데 말이죠. 『내 영혼의 그림 여행』은 정지원 시인이 읽어주는 그림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시로 유명한 정지원 시인은 이 책을 통해 전문가의 시각이 아닌 가장 일반적인 감상자의 시선으로 그림을 보고 , 느끼고, 그 마음을 시인의 언어로 풀어냈다고 하네요. 이 책의 198페이지에는 <자화상>으로 유명한(제가 이 그림을 유명하다고 한 이유는 여러분도 이 그림을 보면 아! 하실 거예요. 비록 이 그림의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몰랐다 할지라도 말이죠^^) 윤두서의 <자화상>에 대한 정지원의 풀이가 실려 있네요. "(…)깊은 슬픔에 젖은 눈빛으로 그는 그들과 함께한 시간마저 땅 속 깊이 묻어버렸을 것이다. 너무 많이 아파서 짓물러버린 저 눈시울. 그 속에서도 그는 자신을 똑바로, 침착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그는 살아 있다."


그림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 음악 이야기도 한번 들어볼까요? 교보문고에서 나온 『그림책, 음악을 만나다』입니다. 이 책은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인 '음악이 있는 그림책'의 글들을 새롭게 엮었습니다. 그림책이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그림책을 통해 추억을 되찾고 인생의 지혜를 얻는 방법을 보여준다고 하네요.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에 읽은 황정민 아나운서의 책이 생각나네요. 저 역시 조카를 키우면서 동화나 그림책이 어른들의 책에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무한한 감동과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을 알고 그림책 읽는 것을 꽤나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책이나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 하는 것이나 모두 공통된 말들인 것 같습니다. 흠… 이 책의 198페이지에는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를 조카에게 선물했는데 조카가 이 책을 무서워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네요. 갑자기 망태 할아버지가 마구 궁금해집니다.^^

 

 

 

올해 열다섯인 소녀의 눈에 비친 스웨덴은 과연 어떤 나라일까요? 양철북에서 나온 『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를 통해 창의, 다양, 여유를 가르치는 스웨덴의 학교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북유럽은 여행하기도 참 힘든 곳이죠. 물가는 엄청나고 자칫 겨울에 여행을 떠났다가는 그 추위를 견디지 못할 테고 긴긴 밤은 또 어떻게 보낼 것인지. 그래서인지 북유럽으로의 여행은 늘 여행자들에게 망설이게 하는 코스인 듯합니다. 앗! 이렇게 적고 보니 꼭 여행 서적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책은 여행 서적이 아니고 '꿈의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스웨덴의 학교에 다니는 하영이가 직접 보고 겪은 이야기를 풀어 놓은 책이랍니다. 여행자나 연구자, 유학생의 시각이 아니라서 더욱 믿음이 간다고 하네요. 저도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과연 우리나라와 어떤 면이 다르고 어떤 면이 공감이 가는지 궁금해집니다. 하영이의 책 198페이지에는 일바라는 친구의 기행(?)에 대해 나오네요. 우리나라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바의 기행은 스웨덴이 "중요한 무언가를 결정하는 권한은 선생님뿐만 아니라 학생에게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답니다. 읽어보니 그러네요. 우리나라에 만약 일바와 같은 태도를 보이는 아이가 있었다면 벌써….

 

 

 

다른출판사에서 나온 『짝퉁 인디언의 일기』는 뉴욕타임스 현재 48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작품이랍니다. 이 책을 보니 우리 소설 『완득이』가 생각나더군요. 우울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인디언 주니어, 음악을 좋아하지만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버린 아버지, 책을 좋아해 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는 어머니, 매우 똑똑하여 작가가 되길 꿈꾸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지하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살고 있는 누나. 주니어는 비록 바다 건너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아이지만 그 내면을 엿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자칫 칙칙하고 우울할 이야기를 작가는 가슴이 저며 올 만큼 유쾌하게 풀어냈답니다. 울면서 웃는 이야기, 꽤 매력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의 198페이지에는 이런 글이 나오네요. "제기랄, 결국 난 대표 팀으로 선발되었다. 그것도 신입생인 내가 말이다. 코치는 나를 보고 지금껏 보아온 최고의 슈터라고 했다. 난 코치의 비밀병기가 될 것이었다. 난 대량 살상무기가 될 터였다. 코치는 그런 군대 은유를 엄청나게 좋아했다.(…) 미치겠군. 열이 엄청 높다고 말할까? 그날 난 먹은 것을 네 번 게워냈다.(…)" 어때요? 흥미롭죠?^^

 

 

 

엄마들이 좋아하는 출판사 <책읽는곰>에서 『야, 생선이다!』라는 신간이 나왔어요. 이번에 나온 이야기는 '사랑스런 어린이집'에서 벌어지는 요리에 관한 이야기네요.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요. 무언가 신기한 것을 보면 만져보고 싶어하고 궁금해하죠. 하지만 보통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위험하다며 만지지 마라, 더러우니 만지지 마라 등 아이들에게 제제를 가하죠. 하지만 이 어린이집은 그렇지 않아요. 요리할 커다란 생선이 들어오자 아이들과 선생님이 모두 관찰하며 한마디씩 합니다. 비리다고 못 만지게 하지도 않고 요리할 거라고 손대지 말라는 소리도 하지 않아요. 그저 아이들은 생선을 관찰하고 요리하여 맛있게 먹고 신나게 놀며 즐겁게 하루를 보낸답니다. 앗! 그러고 보니 그림책이라 이 책에는 198페이지를 찾을 수가 없네요.^^


 

마지막으로 "SF의 핵심은 하드 SF다!" 라고 광고하고 있는 정통 SF 소설『하드 SF 르네상스1』입니다. 전 SF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요즘 들어 관심이 부쩍 가고 있어요. 더구나 이 책은 '정통 SF'라고 하니 더욱 솔깃해지네요. 제목에서 말하는 '하드 SF'가 뭔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설명해 주네요. "하드 SF란? 국내에서 ‘장르문학 가운데 하나’인 SF가 이제 SF 하위 장르의 소개를 통해 그 인식의 범주를 확대하고 있다. 다양한 하위 장르가 있는 SF, 그렇다면 ‘하드 SF’란 무엇일까? ‘하드 SF’는 과학과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엄밀한 과학적 이론과 원칙에 입각하여 씌어지는 SF의 핵심, 정통 SF를 말한다. 스페이스 오페라, 밀리터리 SF, 대체역사, 시간 SF 등 SF의 여러 하위 장르 중에서도 가장 SF다운 SF를 가리킨다." 가장 SF다운 SF! 만나보세요.^^ 이 책의 198페이지에는 헉! 스티븐 백스터라는 영국 출신 작가의 소개가 나오네요.^^

 

오늘부터 갑자기(작년과 비슷한 기온이지만 그동안 워낙 날이 따뜻하여!) 바람 불고 기온이 뚝! 떨어져서 쌀쌀합니다. 이번 주말은 쉬지도 못하고 매일 나와야 하는데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어요. 여러분들도 감기 조심하세요. 약속이 없으시다면 창문으로 보이는 바람과 낙엽과 하늘을 가끔씩 바라보며 좋은 책 한 권씩 읽으시길 바랍니다. 가을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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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안그림자 2008-10-24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깔스럽고 맘에 와 닿는 책의 의미에 대한 소개와 내용 잘 듣고 갑니다. 맛깔스러운 책 소개많이 부탁드릴께요^^

readersu 2008-10-27 10:47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제 취향이지만 권하고 싶은 책들이었어요. 기회가 되시면 모두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엔 걱정을 했었다. 김연수의 문체를 알고 있기에 분명 어려울 것이라고 아주 단정 지어 생각했으니까. 특히 잘 알지도 못하는 역사를 두고 소설을 썼다고 하니 어이쿠야! 했다. 물론 나는 그 이전에 계간지에 발표했던 『밤은 노래한다』를 읽은 적이 있다. 앞부분과 여옥이가 등장하는 부분, 마지막 부분도 기억이 난다. 그때도 나름 천천히 열심히 읽었었던 것 같다. 김연수 책은 그렇게 읽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아마 알고 있었던 듯. 

책을 읽기 전에 <민생단 사건>에 대해 먼저 알고자 한홍구 교수의 해제 부분을 먼저 읽었다. 워낙 그런 쪽엔 관심이 전무한 탓에 어렴풋하게 이해를 하였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어내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사실은 책을 펼쳐 읽는데 솔직히 두려웠다. 과연 내가 이해를 하며 읽을 수 있을까? 나처럼 대중적이고, 평범하고, 어려운 책은 싫어하는 독자가?

의외였다. 난 개인적으로 김연수의 작품 중에 이 책이 제일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산문집이나 가벼웠던 선영이를 제외하고 그동안의 작품들을 비교해보았을 때, 가장 완성도가 높았다고나 할까? 그게 아니면 내가 드디어 김연수의 소설을 어렵다 생각하지 않고 재미있게, 흥미롭게, 절절하게 읽어서 그렇게 느낀 것일까?

리뷰를 써볼까? 생각하다가 이내 접어버렸다. 내 성격으로 봐서 칭찬 일색의 리뷰를 쓸 게 분명하고 또 쓸데없이(이와 같은)리뷰나 써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한 번밖에 읽지 않았는데 뭐라고 아는 척하며 끄적이기가 좀 그랬다. 그래, 한 번밖에 못 읽었는데…

히라노 게이치로가 강연을 하면서 그런 말을 했다. 난해하지 않고 대중적인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소설은 작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고. 헐리웃 영화의 스토리처럼 '긴장감'으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고, 다음 장면이 '궁금'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고, '사건'이 일어나 결과를 궁금하게 만들고… 그도 그래서 이번에 일본에서 출간한 『별괴』(정확한 단어는 모르겠다. 제각각이다. 별궤라기도 하고 별계라기도 하고)는 이전 작품들보다 덜 난해하고 대중적이어서인지 독자들이 다들 좋아한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밤은 노래한다』를 읽으면서 나는 그런 기분을 맛보았다. 여기까지만 읽고 일 좀 보고 읽어야지 하다가도 다음 장면을 너무나 궁금하게 만드는 끝문장 때문에 책을 놓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의 노력이 많이 엿보이고, 에곤 쉴레의 표지 그림이 이해가 되고, 벌써 다음 작품이 기대가 되고, 한데 나는 결국 리뷰나 페이퍼나 칭찬만 가득하고… 

   
 

지금 어디에 있나요? 제 말은 들리나요? 어쩌면 이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겠어요.(…) 이렇게 말해도 될까요? 지금까지 내게는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이 우주는 신생 우주이고, 그토록 고요한 우주라고. 지금까지 나는 눈도, 귀도, 입도 없었던 존재라고. 나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고, 아무것도 듣지 않았으며, 아무것도 맛보지 않았어요. 지금 나는 돋아난 새싹이에요. 그처럼 이 세상도 이제 막 태어난 세상이에요. 한때 나를 사로잡았던 그 소망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네요. 옷에는 얼룩만이 남아 지나간 시절들에 대해서 말해주네요. 이렇게 해서 나는 평안을 얻게 되는 건가요? 송어들처럼 힘이 넘치는, 그 어떤 것에도 지지 않는 그런 평안인가요. 이제.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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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죽음을 소재로 한 스릴러(?) 두 권을 읽었습니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공통점으로 들어가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라서 같이 올린다는 게 웃기지만 뭐 읽다보니 죽음이란 공통적인 단어가 생각났고 그래서 연결해보는 것이니 쓰는 사람 마음이겠지요?(아, 뭐 이런 개뼈다귀 같은 핑계를.)

 

먼저 『고스트 인 러브』입니다. 말 그대로 사랑에 빠진 영혼들이랍니다. 영혼이 사랑을 한다는 이야기는 죽어서도 산 사람처럼 살고 있다는 의미겠죠? 그게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육신은 죽어도 영혼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겁니다. 그에 의미를 두자면 『로라, 시티』도 비슷합니다. 책에 나오는 '시티'야말로 영혼들이 진짜! 사람처럼 자라고 생활하는 곳이니까요. 여태껏 사람이 죽으면 지옥이나 천당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던 나에겐 좀 색다른 충격이었는데 아무리 소설이라고 해도 믿고 싶어지기도 하네요. 그러나 한편으론 걱정도 되어요.

  

고스트 인 러브』의 헬렌은 자신의 죄책감으로 인해 우리가 생각하는 하늘나라로 가질 못하거든요. 한 인간을 매개로 해서 그 주변을 맴도는 거죠. 그 주변을 떠나면 지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에요. 할 수 없이 인간을 숙주로 해서 그 인간이 죽을 때까지 그 인간의 인생을 곁에서 지켜보다가 죽으면 다른 인간에게로 옮겨 가는 거예요. 그러니 백 년, 이백 년 살게 되는 거죠. 도대체 얼마나 큰 죄책감이 있기에 영혼이 되어서도 떠나지 못할까요? 문득 우리나라의 전설들이 생각나요. 우리나라의 전설 속 영혼들은 대부분 본인의 죄책감보다는 나를 괴롭힌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생을 떠나지 못하는 영혼들이 많잖아요. 그런 점에 비하면 좀 착한 영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고스트 인 러브』는 더 나아가서 내 몸을 스스로 버리는 영혼도 나타나요. 어떤 충격이나 사건을 계기로 '내'가 '나'를 버리는 거죠. 좀 슬픈 일이에요. 내가 내 몸을 거부한다는 것은.

 

그건 그렇고 전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랑이라는 것은 인간에게나 영혼에게나 소중한 것이구나! 더불어 사랑에 빠지면 영혼이라도 별 수 없구나! 뭐 그런 시답잖은 생각요.^^; 죄책감 때문에 인간을 떠나지 못하면서 저와 같은 영혼을 만나 사랑에 빠지다니요!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지요.ㅎㅎ

 

그런 점에 비하면 『로라, 시티』는 좀 성숙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염병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죽어버렸어요. 세상엔 단 한 명 로라만 존재한답니다. 세상에 홀로 남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당연히 두렵겠죠? 그건 당연지사이니 말할 필요도 없어요. 그보다 중요한 사실은 살아남은 로라보다도 '시티'에 존재하는 죽은 사람들이에요. 책의 부제처럼 '죽은 자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되는 곳'이 바로 그 '시티'이거든요. 죽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이라 해서 죽었다고 다 가는 곳이냐 하면 그렇지 않아요. 누군가 죽은 '나'를 기억해주어야만 그곳에 갈 수 있는 거죠. 이건 참 중요한 메시지인데 만약 내가 죽었는데도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난 세상에서 잊힌 존재가 되는 것이며 '시티'에 갈 수 있는 자격이 없는 거예요. 다르게 생각하면 참 억울한 일이죠.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것도 슬픈 일인데, 그로 인해 제2의 삶일 수도 있는 '시티'에 입성하지 못한다니 말예요.  세상은 정말 불공평해요.-.-;;

 

자, 그렇다면 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감이 잡히시죠? 세상에 혼자 남은 '로라', 그리고 로라가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시티' . 한 사람이 평생동안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몇 명일까요? 과연, 기억해보세요! 그리고 이건 분명 소설임에 틀림없지만, 그래서 이런 이야기에 솔깃하여 혹시나? 하고 믿는다는 것은 지나가는 개도 웃길 이야기지만 누군가를 기억해준다는 사실, 어쩌면 그 사람에게 죽어서도 제2의 삶을 살게 해주는 것일지도 몰라요. 믿거나 말거나 ㅋㅋ 그나저나 로라는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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