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나오길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하면 거짓말이구요. 소설이므로 사실은 많이 기다리긴 했어요. [자음과모음] 계간지에 연재할 때부터 읽었던 책이라, 단행본으로 언제 나오나 기다린 것은 사실이니까. 다들 표지가 예뻐다고 할 때, 저는 아우, 뭐야? 표지 왜 이래? 했었는데 막상 실물을 보니까 진짜, 예뻐더군요. 더구나 살짝, 옆으로 돌린 저 소녀의 이미지가 그나마 봐주겠더라는. 첨엔 좀 어색해서 마이 투덜거렸지만도^^;;

 

아, 그것 보셨어요? 북트레일러 티저 영상이 나왔는데 그기 보니까 양갈래로 땋은 소녀의 뒷모습이 나오더라구요(무려 작가의 '멋진' 모습도 보이더라는!). 그 소녀의 모습과 요조의 낭독 목소리가 참 잘 어울리더군요. 동영상을 어찌 올리는지 모르니, 그건 패스하고 궁금하시면 유투브에 들어가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치면 나온답니다. 본 영상이 아니고 티저 영상이므로 나중에 본 영상으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한데, 티저 영상으로 보니, 본 영상이 진짜로 궁금해지더라구요.

 

암튼 책을 받고 한참을 겉표지를 쳐다보다가, 겉표지를 벗겼다가, 잘 생긴(아우, 프로필 사진 예뻐요!^^) 작가 얼굴 한번 봤다가, 작가의 말을 읽었습니다. 뭔들 안 좋겠냐마는, 역시 좋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작가의 말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한다. 깊고 어둡고 서늘한 심연이다. 살아오면서 여러 번 그 심연 앞에서 주춤거렸다. 심연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건너갈 수 없다."

 

나를 혼잣말하는 고독한 사람으로 만드는 게 바로 그 심연이다. 심연에서, 거기서, 건너가지 못한 채, 그럼에도 뭔가 말할 때, 가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심연 저편의 당신을 향해 말을 걸 때, 그때 내 소설이 시작됐다.

 

 

나의 말(言)들은 심연 속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다시 써야만 한다. 깊고 어두운 심연이, 심연으로 떨어진 무수한 나의 말들이 나를 소설가로 만든다. 심연이야말로 나의 숨은 힘이다.

 

 

가끔, 설명하기 곤란하지만 나의 말들이 심연을 건너 당신에게 가닿는 경우가 있다. 소설가는 그런 식으로 신비를 체험한다. 마찬가지로 살아가면서 우리는 신비를 체험한다.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을 때, 어둠 속에서 포옹할 때, 두 개의 빛이 만나 하나의 빛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듯이.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 우리가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것, 혹은 당신이 내 소설을 읽는 것, 심연 속으로 떨어진 내 말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_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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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body 2012-08-2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물을 가지고 계시다니 부럽네요!!
오늘 온다고는 했는데 태풍 땜에 걱정입니다~
책날개 사진에 두근두근!! *^^*

readersu 2012-09-07 14:03   좋아요 0 | URL
사진, 멋져요! 요즘 신문에 광고 사진도 멋지더라구요^0^

유부만두 2012-08-28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련한 분위기의 표지군요! 김 작가님 훈남 사진도 인상적이고요. 전 이비에스 라디오서 몇번 들었는데 책으로 어떨까 궁금해요.

readersu 2012-09-07 14:03   좋아요 0 | URL
지금쯤이며 다 읽으셨을것 같다는..어때요? 좋았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쓰기가 책대책이나 주제로 묶은 책들이에요. 이번에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으면서 궁금했던 것은 남자들 머릿속엔 '첫사랑'의 환상이 어떤 형식으로 숨어 있는 걸까? 하는 거였어요. 주변에 '아는' 남자들의 이야길 들어보면 다들 '첫사랑' 만큼은 꽤나 진지했더라구요.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몹시도 아파하고 또 그만큼 잊지도 못하고 있는 듯. 그래서!!  생각난 김에 "남자들의 지고지순한(!) 첫사랑"에 관한 책, 세 권을 골랐어요. 세상의 많은 작가들이 많은 작품 속에서 그 사랑을 얘기했지만 저는 세계문학에서 골랐는데 고르고보니 너무 대중적(-.-) 뭐 이유라면  제가 읽은 책을 위주로,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세 권의 책으로만(사실은 더 많은 책을 추천하고 싶었는데, 아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글쓰는 일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라서 많으면 힘드니까ㅋㅋ 대충;;) 아무튼 처음으로 생각난 책은 F. 스콧 피츠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입니다.

 

 

 

얼마 전에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봤어요. 그 영화 속에 스콧 피츠제랄드가 나오죠. 길이 스콧의 부인인 젤다와 인사 나누다가 깜짝 놀라는 모습이 다시 눈에 그려지는데요. 피츠제랄드, 그가 누구인지는 다들 아시죠? 네, 그 위대하고 위대한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랍니다. 제가 이 작품을 본 것은 오래 전인데, 영화로도 보고 글로도 읽었던 것 같아요. 스콧 피츠제랄드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를 쓴 작가이기도 하죠. 언젠가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 영화가 개봉되면서 여러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기도 했어요.

 

 

소설은 화자인 '나(닉)'가 이웃사람인 개츠비에 대해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첫 문장에 '나'는 아버지에게 들은 충고를 떠올리면서 시작하죠.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시작부터 좀 의미심장한데요. 닉의 집은 볼품없으나 이웃 개츠비의 집은 거대하고 멋집니다. 연일 파티를 열죠. 이 모두가 한 여자를 불러(!)들이기 위함입니다. 파티가 끝나면 그는 마당 건너 저 아랫집 창문의 녹색불을 응시합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그곳에 있는. 네, 상상하던대로예요. 그곳에 개츠비의 첫사랑 데이지가 살고 있습니다. 돈 많은 남편 톰과 함께. 한때 데이지와 사귀었던 개츠비는 가난 때문에 데이지와 헤어졌다고 생각하고 돈을 모아 복수하듯이 이곳으로 이사를 오죠. 그리고 ……

 

 

 

제가 생각하는 첫사랑은 순수함이에요. 상대에 대한 어떤 욕망이나 집착, 욕심도 없는 순수함 그 자체. 첫사랑은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을 하죠. 영화 [건축학 개론]의 승민이처럼. 한데 개츠비의 첫사랑은 그렇지 않았나봐요. 스스로는 순수하다고 생각했을지언정 열등감과 강박에 쌓여 부자가 되면 떠난 그녀가 되돌아올 것이다, 착각을 한 것 같아요. 하지만 여자는 여우죠. 가난하다는 이유로 남자를 버리는(!) 여자라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걸 개츠비가 몰랐다면, 순수한 것, 맞다고 할 수 있겠네요(제 생각엔 멍청하다고 하고 싶지만(-.-)) 아무튼 첫사랑을 못 잊어 돌아온 개츠비를 보니 측은지심. 왜 그랬어? 세상엔 널리고 널린 게 여자인데, 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첫사랑과 다시 만나 잘 된 경우, 과연, 얼마나 되겠어요. 그쵸? 어, 이렇게 말하고 나니 갑자기 떠오르는 남자가 있군요. 험버트 험버트. 누군지 알 것 같은가요? 이름도 성도 험버트인 그 남자, 맞아요. 다음 책은 《롤리타》예요.

 

 

한 소녀를 지독하게도 사랑한 남자, 험버트 험버트. 김연수 작가는 《롤리타》관련 글에서 험버트*2라는 귀여운(!!) 글장난을 하기도 했는데 그 험버트 험버트의 첫사랑 기억하나요? 롤리타 아니냐구요? 오우, 노우! 험버트의 첫사랑은 롤리타가 아니었어요. 그럼 누구? 그에게 첫사랑의 상처를 준 여자는 애너벨이라는 소녀입니다. 애드가 앨런 포는 <애너벨 리>라는 시에서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이라고 노래했는데 험버트에겐 그 정도는 아니었나봐요. 애너벨이라는 첫사랑이 있긴 했으나 롤리타를 보는 순간 애너벨은 잊고 말았으니까요. "그녀 전에 다른 여자가 있었던가? 있었지. 그래 있었어. 사실은 어느 여름날 내가 어느 어린 소녀애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롤리타는 없었을 것이다. 바닷가 어느 왕자의 궁에서. 아, 언제? 롤리타가 태어나기 전, 그래 여름 내 나이 때."


험버트의 롤리타를 향한 사랑은 눈물겹습니다. 여자로서 도무지 그의 사랑을 이해할 수가 없지만 도대체 무엇이 그로 하여금 어린 롤리타에게 여자를 느끼게 했을까요? 첫사랑, 애너벨때문이랄까요? 그녀를 잃은 상처가 그런 사랑을 만들어냈을까요?

 


첫사랑이라고 하면 반드시 떠오르는 남자, 여기 또 있습니다.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입니다. 러시아 문학의 3대 거장(톨스토이, 도스터예프스키)으로 꼽힌다는 그의 작품 《첫사랑》은 '창작이 아니라 나의 과거'라고 했을 정도로 자전적 요소가 짙은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개츠비나 험버트에 비하면 블라디미르의 사랑은, 진짜 순수한 사랑이었어요.


열여섯의 블라디미르는 많은 시를 외우고 있었고. 블라디미르 안의 피는 방황했고, 심장은 달콤하면서도 간지럽게 죄어 들었으며 무언가를 늘 기다리면서도 두려워했지만 모든 것이 놀라웠고 준비가 되어 있었죠. 그런 그 앞에 온 몸이 떨리고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여자, 지나이다가 나타납니다. 블라디미르는 첫눈에 빠져들고 말아요. "날씬한 몸의 선, 가는 목, 아름다운 손, 흰색 스카프 아래 약간 헝클어진 금발머리, 반쯤 감은 영리한 눈과 눈썹, 그 아래 부드러운 뺨……" 정신없이 빠져들지만 그녀에게 블라디미르는 '어린아이'에 불과하죠.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따로 있었으니까요.


첫사랑은 늘 그렇습니다. 이루어지지 않거나 내 사랑이 받아지지 않은 채 끝나버리죠. 그리고 세월이 흘러 누군가에게서 첫사랑에 대해 이야길 듣습니다. 대부분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기도 하고 간혹 세상을 떠난 사람이기도 하여 마음을 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첫사랑은 풋풋하기도 하고 아릿한 기억을 주기도 하지만 남자에게 첫사랑은 살면서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런, 추억인가 봅니다. 개츠비도 험버트도 마흔이 다 되어 평범하지 않았다며 첫사랑 얘길 꺼낸 블라디미르에게도.


그렇다면 여자에게 첫사랑은 어떤 의미일까요?

 

 

 

 

 

라고 여자의 첫사랑도 쓰려다가 힘들어서 포기^^;;

그래도 나중에 생각나면 꼭 써보도록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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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08-20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들의 첫 사랑은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께요,,이런 페이퍼 좋아요!!리더수님 화이팅!!^^

readersu 2012-08-20 15:31   좋아요 0 | URL
앗, 감사합니다. 좋아해주시니까 힘이 불끈!
조만간 꼭 써보도록 하겠어요. 좀 더 깊고 넓게 써보고 싶은데 제 글쓰기의 수준이 너무 얕아서 아흑;;;;;
 

계간지 《자음과모음》에 연재했던 김연수 장편소설 '희재'가 이름을 바꿔서 나왔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책 속의 문장에서 제목을 따왔다. 연재를 다 따라 읽진 못했다. 저 문장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잘 모르겠는데 누군가 올린 글을 보니 기억이 날듯말듯. 자모계간지를 한번 찾아봐야겠다. 책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 너무 지루하니까.

 

내가 읽은 연재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은 이것이다. 

 

"그해 여름, 아빠와 오빠와 나, 이렇게 셋이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간 적이 있었다. 백중 가까울 무렵의, 달이 밝은 밤이었다. 태풍이 북상하기 전이어서 바다가 얼마나 고요했는지 모른다. 아마 아빠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흔들리는 뱃전에 서서 시내 쪽을 바라보는데, 그 불빛들이 점점 멀어지면서 정말 아름답게 반짝였다. 흩뿌린 보석 같기도 하고, 은하수 같기도 했다. 불빛이 참 예뻐요, 라고 좋아했더니 아빠는 아름다운 것들은 좀 떨어져서 봐야지 보인다고 말했다. 그 말은 전적으로 맞다. 그때가 우리 가족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걸 이제 알겠으니까. 고통스러운 일을 겪고 고향을 등졌지만, 그때 우리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 광경이 상상이 된다. 달 밝은 밤, 고요한 바다 위의 한 척의 배. 흔들리는 뱃전에서 바라보는 마을의 불빛. 흔들흔들, 반짝반짝. 진짜 예뻤을 것 같다.(하고 보니 비슷한 사진을 찍은 기억이 난다.)

 

<내 사진은 흐렸지만 반짝이는 불빛은 대략 이런 광경이 아니었을까??^^;;>

 

위 문장에 나오는 가족은 소설 속에서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후 1981년에 광주에서 진남으로 이사를 왔다고 나온다. 그 '고통스러운 일'이란 아마 5.18이 아닐까, 혼자 생각. 왜냐면 지난 번에《원더보이》작가와 만남에서 그가 이런 말을 했었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 1980년의 이야기가 자꾸만 등장하는 이유는 작가가 되고자한 원초적인 사건이기에 모른척하며 살진 않기 위해서라고.

 

아무튼, 연재를 읽으면서도 김연수다운 아름다운 문장들에 혹, 하여 필사 열심히 해두고 있었는데 단행본으로 나올 땐 아마 조금의 교정이 들어갔겠지. 그 어떤 책보다 무진장 기다려지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으나,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애독자인지라,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만나게 되는 작가의 신간에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 말하고 싶을 뿐.

 

"그러는 사이에 배는 점점 먼 바다로 나갔어. 너무 멀리 나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불안할 정도로. 빛들은 이제 너무나 멀리 있어 한데 엉켜버렸지. 아름다운 것들은 좀 떨어져서 보는 게 맞지만, 너무 떨어지니까 아스라해지더라. 그때 오빠는 이런 말을 했어. 꼭 우리 셋만 따로 떨어져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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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6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readersu 2012-08-16 17:38   좋아요 0 | URL
책 제목 말씀하시는 거죠? 제목 짓느라 무진장 고민했었다는 얘길 살짝 들었어요^^ 아마 스토리도 매우, 맘에 드실 거예요!
 

요즘 잠을 바닥에서 자는지라 잠자리 양 옆으로 책이 점점 쌓이고 있다. 쌓아둔 책들은 1/3은 읽다가 둔 책이고, 나머진 읽으려고 쌓아둔 책이다. 한데 그것도 모자라 책꽂이에 있는 책을 마구 꺼내 같이 쌓는다. 도대체 책을 읽겠다는 건지, 쌓아두겠다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아침에 괜히 잘 꽂혀 있던 책을 꺼냈다. 근데 아직도 이 책을 안 읽었다구?(-.-) 하는 친구들 많을 것이다. 뭐 한두 번 듣는 소리도 아니다. 재밌다는 소문이 들리면 안 사면 무슨 큰일날 것처럼 불안해하다가 일단 구입한다. 책이 도착하면 샀다! 라는 묘한 감정이 생기면서 한번 휘리릭 넘겨보고 책꽂이에 꽂아둔다. 그게 일상이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읽었어?"

_웅, 집에 있어. 아직 못 읽었어

(이게 나름의 안심과 자랑이다. 다들 아는 그 책, 나도 있다는!

안 읽은 게 아니라 못 읽고 있다는 사실!-

아, 유치해. 책을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집을 하고 있으니)

"빨리 읽어봐, 정말 감동이야"

_웅, 언젠가는 읽을 거야.(그봐, 읽고 있잖아. 비록 7년이 지나긴 했지만!)

 

아침에 책을 꺼내고 언제나 그렇듯이 표지 사진을 찍고(이런 짓은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소! 라고 자랑질하기 위한 행동 중의 하나이다.ㅋ) 역시 언제나 그렇듯이 살짝 색 바랜 표지는 빼서 두고 책을 들고 나왔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책을 펼쳤는데 어머낫! 이게 모야??

 

요즘은 이런 글을 잘 안 쓰는데(워낙 책을 마이 구입하니 그때의 감정이란게 죄다 충동구매이다;;) 예전엔 책을 사게 된 동기나, 그때의 감정을 적어두었더랬다. 이 책에도 구입한 날의 감정이 적혀 있다. 2005년 7월에 구입했다. 자그마치 7년 전이다. 2005년에 사 놓고선 아직도 안 읽고 있었다뉘(-.-) 나도 참 징한 인간이다! 아무튼, 그 메모로 인해 한번 씨~익 웃고선 책을 읽었다.

 

 

 

그러나 그녀는 일어서서 진열대로 가더니 달걀을 하나 더 집어서 내게 주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뽀뽀를 해주었다. 한순간 나는 희망 비슷한 것을 맛보았다. 그때의 기분을 묘사하는 건 불가능하니 굳이 설명하진 않겠다. 나는 그날 오전 내내 그 가게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무엇을 기다리며 서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따금 그 맘씨 좋은 주인 여자는 나를 보고 미소를 지어주었다. 나는 손에 달걀을 쥔 채 거기에 서 있었다. 그때 내 나이 여섯 살쯤이었고, 나는 내 생이 모두 거기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겨우 달걀 하나뿐이었는데……

 

 

첫 문장부터 몰입이 장난 아니더니 갈수록, 이렇게 예쁜(!) 소설을 이제야 읽다니!  혼자 씩씩거렸다. 친구들이 추천하면 일단 읽어줘야 하는데 너무 오랫동안 미뤘나보다. 버스가 밀려 지각이라도 하길 바랐다. 책을 내려놓기가 아쉬웠다. 저녁이 오기 전엔 읽을 수가 없으니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모모의 개구쟁이 같은 행동을 상상했다. 로자 아줌마의 투덜거림과 사랑이 마구 느껴졌다.

 

 

 

 

언젠가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다. 아무리 읽어도 새들이 왜 페루에 가서 죽는지 몰랐다. 첫 단편부터 그러하니 그다음 편이 읽히지 않았다. 역시 몇 년 째 내 책꽂이에 꽂힌 채 읽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영화로도 본 것 같다. 영화로 먼저 보고 나면 이해를 훨씬 쉽게 할 수 있으니까, 어쨌든 이해해보자고 맘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해했냐고? 제대로 기억이 안 나는 것보니 영화를 보면서는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로맹 가리의 소설을 읽을 엄두를 못 낸 건지도 모르겠다. 《자기 앞의 생》은 그렇지 않다고들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앞의 생》을 읽다 보니 얼마 전에 나온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 가쁜 사랑》이라는 책이 궁금해지고 말았다. 책 속에 들어 있는 사진을 보면서 더욱! 궁금했다. 살까말까, 어디서 빌릴 수 있을거야! 하다가 일단 로맹 가리의 작품을 읽은 후에 읽어야 하지 않겠어! 나름의 이유를 대며 구입을 미루고 있었는데ㅡ

 

 

 

 

그나저나 나 왜 모모에게 이렇게 몰입이 되는 거지?

애정결핍인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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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책을 잔뜩 쌓아놓고 책을 읽었습니다. 제일 먼저 김연수 작가의 《지지 않는다는 말》을 해치웠죠. 휴가 가는 길에 들고 가서 휴가고 뭐고 책이나 읽고 싶었습니다만, 한 번밖에 없는 휴가라 그러지 못하고;; 신 나게 노느라 들고간 책은 다 읽지도 못하고 가져왔더랍니다. 그렇게 들고 와서 나머지 부분을 읽는데, 세상에 이런 글이 툭 튀어나오지 뭐예요.

 

"내가 사 온 보석바를 보더니 친구도 "어, 보석바가 아직도 나오네"라며 반색했다. 사실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도 심심찮게 만나는 친구였다. 둘이서 어렸을 때 먹었던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한참 떠들었다. 물론 보석바를 먹던 시절의 이야기도. 그때 나는 깨달았다. 추억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서 하는 일은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요즘 들어서 자꾸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점점 더 소중해지는 까닭이 거기에 있었다. 물론 우리는 언젠가 헤어질 것이다. 영영. 누군가 우리 곁을 떠나고 난 뒤에 우리가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 기댈 곳은 오직 추억뿐이다. 추억으로 우리는 죽음과 맞설 수도 있다. 그때 그러고 보면 박경리 선생의 상가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분의 어떤 일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었다. 혼자서 고독하게 뭔가를 해내는 일은 멋지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국 우리를 위로할 것이다."

 

이번 휴가 때 저는 여수 오동도로 다녀왔습니다. 지난번에 다락방 님이 여수에서 잎새주 마셨다는 글을 읽고 여수여수여수(어쩌면 잎새주잎새주잎새주 였을지도) 노래를 불렀는데 저도 그곳에 가서 잎새주를 엄청 마시고 왔지요^^

 

아무튼 작년부터 혼자 다니는 여행을 하다가 이번에 친구와 같이 갔는데 참 좋았더랬습니다. 혼자도 좋지만 둘도 나쁘진 않구나! 뭐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그랬는데 《지지 않는다는 말》에서 위의 문장을 읽는 순간, 아하! 공감공감 하며 고개 끄덕이고 "보석"같은 친구,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둘 만의 추억! 어쩌고 하며 참 좋아 했지 뭡니까.

 

이외에도 김연수의 《지지 않는다는 말》엔 참 좋은 문장들이 많습니다. 신품에서 서이수가 왜 《원더보이》를 필사하라고 했는지 알겠더라니깐요!!

 

 

그다음에 읽은 책은 이성아라는 작가의 책이었습니다. 《태풍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요》라는 책이었는데, 생전 처음 만난 작가의 작품이었죠. 순전히 제목 때문에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 여수엘 다녀온 후 휴가앓이로 바다에만 관심이 무쟈게 가는데 이 책에 바다는 물론이고 섬과 낚시, 배 그리고 태풍에 관한 스토리가 몇 편 들어 있지 뭡니까. 근데 알고 보니 이 작가님은 책도 여러권 내신 중견 작가! 그러고 보니 문체에서 그 연륜이 나오긴 하더라구요. 제 취향의 글들은 아니었지만 서너 편의 글들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애정하는 심윤경 작가의 신작 《사랑이 달리다》에 눈독을 들였습니다만 펼쳐보지도 못하고 주말이 지나고 말았습니다. 주말만 되면 항상 책들을 쌓아놓고 이 책들을 다 읽어주고 말겠다! 다짐하지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 이란 걸 잘 알면서도 만날 다짐만 해대고 못 읽은 책들은 쌓이고;;;

 

근데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출근하니 다시 신간들이 마구 눈에 들어옵니다. 전경린 작가의 《최소한의 사랑》이라거나 북극의 허풍은 어떻기에 제목에서 마저 허풍이라는 단어를 넣었는지 궁금해지는 《북극 허풍담》, 좋아하는 만화가 난다의 《어쿠스틱 라이프3》까지 안 그래도 책으로 터져나가는 제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더군요. 나오는 신간은커녕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간 마저도 읽을 틈이 없이 쏟아져 나오는 통에 쌓아놓은 김애란 작가의《비행운》은 언제 읽을 것이며, 반쯤 읽은 《여성 한시 선집》은 언제 마무리할지. 특히 진짜, 아껴 읽고 있는 정혜윤 작가의 《삶을 바꾸는 책 읽기》는 정말이지 완전 제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홀릭하며 음미하고 공감하며 읽고 있는데 말입니다.

 

오늘 버스에서 읽은 정혜윤 작가의 《삶을 바꾸는 책 읽기》에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완전 공감이 가는 말이라 밑줄 긋고 써먹을려고 접어두기까지 했습니다. 〈책의 진짜 쓸모는 뭐죠?〉라는 장에 나오는 글입니다.

 

"남들의 이야기를 잘 듣다 보면 그 이야기 사이사이에 그와 비슷한 내 경험의 기억들이 끼어듭니다. 책 또한 내 이야기를 덧붙이게 합니다. 나를 다시 보게 합니다. 뭔가를 다시 기억나게 합니다. 책 읽기를 잠시 중단시킵니다. 이 짧은 중단이 필요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 기억을 찾는 일, 저는 많이 경험하거든요. 이외에도 공감 가는 문장이 많은데 역시 정혜윤 작가는 책을 읽었던 독자로서 독자의 마음이 어떤지, 어떤 생각으로 책을 읽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연신 고개 끄덕이며 읽고 있답니다.

 

정혜윤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데, 진짜, 책은 우리에게 무한한 지식과 사랑과 행복과 즐거움을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책으로 인해 느끼는 행복감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 같아요. 하긴, 그러니 저는 허구한날, 책이나 읽고 있겠지만 말이죠(어, 어째 행복한 말투가 아닌듯;; 마무리가 안 되고 있다. 지금;; 그래서 그냥 끝!!).

 

 

 

덧, 제목으로 쓴 문장은 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에 나오는 말에 나오는 말입니다. 김연수가 경험한 가장 비싼 고독이 고비사막에서 보내던 여러 밤이라고 하는데, 이런 문장입니다(아, 자꾸 길어지는 글;;;;꼭 글 못 쓰는 사람들이 이런단 말입니다;;;)

 

내가 경험한 가장 비싼 고독은 고비사막에서 보내던 여러 밤에 겪었다. 거기 사막에는 밤이 환했다. 달은 해처럼 환했고, 별빛은 달빛처럼 은은했다. 누군가 랜턴의 불을 밝혔다가 끄면 비로소 어둠이 잠시 찾아왔다가 이내 사라졌다.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처럼 캠프가 있었고, 나는 그 캠프에 설치한 게르에서 혼자 잠들었다. 문을 열고 게르로 들어가면 완벽한 어둠이, 다시 문을 열고 나오면 당장이라도 밤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게 아닐까는 걱정이 들 정도로 너무 많이 매달린 별들이 있었다. 나는 캠프 사무소 앞 벤치에 누워서 밤새 그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보고 또 봐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결엔가 이 우주가 참 아릅답다고 생각하게 됐는데, 그 순간 나는 고독을 경험했다. 고독은 전혀 외롭지 않았다. 고독은 뭐랄까, 나는 영원히 살 수 없는데 이 우주는 영원히 반짝일 것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의 감정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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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07-26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정도는 긴것도 아니에요,,^^;;
이 정도 아주 적절한 길이라고 봅니다.
하긴 요즘 글을 다들 길게 쓰긴 하더군요,,저부터 자꾸 글이 길어져요,,저는 못쓰니까 그런거 맞습니다만,,ㅋㅋㅋ
이 페이퍼 참 좋아요, 리더수님~.^^

readersu 2012-07-26 16:31   좋아요 1 | URL
우왓, 마지막 줄, 이거이 칭찬?^^;;;;
제 주 특기가 길게 쓰면서 삼천포로 빠지기랍니다^^;;
읽어주어 감사해욤!

라주미힌 2012-07-27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ㅎ 조만간에 읽어볼게요...

readersu 2012-07-27 18:07   좋아요 1 | URL
라주님!
꼭 읽어보세요^^
가끔 제 추천이 아닌 경우도 있어서 걱정이지만도!^^

비연 2012-07-27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연수의 글. 읽고 싶어지네요...^^

readersu 2012-07-27 18:08   좋아요 1 | URL
오! 그렇다면 읽어보셔요! 좋아하시게 될거예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