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죽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49
짐 크레이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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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미덕은 소박하게 얘기하자면 '이야기에서 얻어지는 즐거움, 교훈과 감동' 이다.

이야기라는 것은 줄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즐거움이라는 것은 그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것이다. 교훈과 감동이라는 것은 그 이야기가 술자리 농담과 달리 읽을만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존 스타인벡이나 에밀 졸라에게는 큰 존경심을 갖는 반면, 버지니아 울프의 <올란도> 같은 작품은 이해도 되지 않고 약간의 경멸감 마저 품는 경우가 있다. 나는 천상 리얼리스트이다. 

 

이 책의 줄거리를 시간순으로 배열하면 이렇다.

 

동물학자인 셀리스와 조지프는 연수원에서 만난 사이다. 셀리스와 조지프 외에 남자 세 명과 여자 한 명이 동료로 참여했는데 둘이 해변에서 사랑을 나누는 동안 연수원에 불이나서 여자 동료가 죽는다. 셀리느는 이 사건이 삶에 짐으로 다가가는 반면, 조지프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30년 후 조지프는 문득 바리톤만에서의 옛 일이 떠올라 성욕을 느끼게 되고 셀리스를 설득하여 바리톤만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옷을 벗고 사랑을 나누다가 우연히 지나던 강도가 휘두른 화강암 돌덩이에 맞아 죽는다. 그리고 딸인 실비가 이들을 찾아다니다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번역을 한 김석희씨의 '옮긴이의 말'을 보면 처음 대충 읽었을 때는 시큰둥 했으나 두번째 읽었을 때에는 처음의 느낌이 건방지고 어리석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두 번 읽더라도 시큰둥 할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흥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며, 죽음에 대한 접근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며, 부모의 죽음에 반응하는 딸 실비의 태도가 정상적이지 못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내가 '상식' 이라고 느끼는 정서와 반하는 내용들에 불편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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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 이야기 - 2007년 제52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이승우 외 지음 / 현대문학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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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인 이승우의 '전기수 이야기' 와 동작가의 '도살장의 책'은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문학, 작가가 처한 작금의 현실에 대한 그의 태도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전기수 이야기'에서 제목 이외에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었고, '도살장의 책'에서 도서관 사서를 범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역겹기까지 하다. 문학적 상징은 작가와 독자의 공감 속에서 그 의미를 획득한다고 믿는데, 작가의 역량은 이 장면이 '상징'에 이르게 만들지 못하고 '사건'의 수준에서 머무는 것 같다.

 

김경욱의 '천년 여왕'은 흥미진진하다. 김경욱은 대중문화의 이슈를 적절히 작품의 소재로 믹스하여 흥미를 유발하고 재미를 주는 것에 능하다. 그러나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Nirvana의 커트 코베인, 영화 바그다드 카페, 장국영 등 익히 알려진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차용하기 시작한게 근 10년이 넘은 것 같은데 말이다.

 

김애란의 '성탄특선'이 나는 가장 마음에 든다. 크리스마스날 그저 그런 남매가 그저 그렇게 '시간 보내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재미있게 읽힌다. 작가가 경험했을게 틀림없는 이야기들도 얼핏 보이면서, 나는 내 대학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고 한없이 유쾌해질 수 있었다.

 

김중혁의 '유리방패'도 유쾌한 소설이었지만,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든다.

 

박민규의 '누런 강 배 한 척'은 짜증이 치미는 소설이었다. 치매가 걸린 아내와, 이제는 퇴직한 남편이 자살을 위한 여행을 시작하는 도입부에서의 진지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내키는 대로 파격적인 결말을 끼워넣었는데 박완서의 평처럼 '너무 했다' 싶었다. 도입부의 진지함마저 작가의 '장난질'을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는 느낌마저 지울 수 없다.

 

또 떠오르는 작품은 기수상작가인 박완서의 '대범한 밥상'이다. 박완서의 소설은 술술 읽힌다. 마치 몇십년간 같은 일을 해온 장인의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동작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보고 있는 동안은 시간의 결락을 느낄 수 없는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이다. 그런 훌륭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박완서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작가의 글이 한가한 오후 시간대 라디오에서 소개하는 '독자 사연' 코너 정도의 좀스러운 느낌 때문이다. 들을때는 재미있지만, 애써 듣기 위해 주파수를 맞춘적은 한번도 없는 라디오 코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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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모자이크 살인
줄리오 레오니 지음, 이현경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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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오 레오니는 책을 팔아먹을 줄 아는 작가이다.

그는 누구나 아는 <신곡>의 작가 단테를 자신의 추리소설의 주인공으로 차용한 후 여기에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유사한 스토리를 엮어 나간다. 의문의 살인이 있고,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중세와 신학의 음울한 분위기를 믹싱하고, 기득권이 두려워하는 바로 그 문제가 살인의 원인이었음을 말한다.

그러나 왠일인가. 작가의 이러한 뻔뻔스런 마케팅 기법에도 불구하고 책 전반에 걸친 분위기는 맥 빠진 그것이었다.

의문의 살인을 접한 주인공 '단테'는 이성의 힘을 빌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음을 자신하나, 작가의 역량은 이러한 자신감에 미치지 못하는지 '3번째 하늘'의 각 용의자와의 대화는 전혀 이성적이지도, 철학적이지도 못하며 범인을 알게 된 것은 애초의 호언 장담과는 달리 단지 우연히 용의자의 대화에서 힌트를 얻는 것 뿐이다. 그 과정은 극적이지도, 긴박하지도 않다.

게다가 연금술과 점성술의 분위기를 가미하기 위해 다윗의 방패를 차용해 오각형을 주구장창 들먹이다 정작 살인의 이유에 가서는 다섯번째 '신대륙' 이라니! 

<장미의 이름>의 윌리엄 대신 단테를 집어넣고, 읽어서는 안되는 이교도의 책(이성을 상징하는) 대신 신대륙을 끼워 맞춘 후 책장사에 나선 그는 자신의 나머지 책에서도 단테를 줄기차게 팔아먹고 있다. 그러나 작가에게는 불운하게도 이탈리아에 이미 움베르토 에코라는 거장이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중세의 신학,철학 등을 너무나 유려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하긴 에코가 있기에 아류인 줄리오 레오니가 있을 수 있었겠지만.

 

http://blog.naver.com/rainsky94/80048924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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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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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공과대학을 졸업했으면서도, 어떻게 공과대학을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는지 항상 스스로도 의문이다.

어드 해던가, 일반수학을 낙제하여 다시 듣게 되는 바람에 한 학기에 무려 네개의 수학을 수강한 적이 있었다.

일반수학, 공업수학, 이산수학, 확률통계론.

그 학기 내내 나는 알 수 없는 기호에 둘러 쌓여 도대체 내가 이 문제를 풀 수 있기는 한건지 책들을 펴고 망연해 한 적이 있다.

그러다 수학과를 다니던 친구의 과제를 보고는 수학은 알수 없는 미지의 그 무엇이다! 라고 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에 명제라고 배웠던 그 모든 것들을 증명하는 것이 과제였던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수학자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논리적으로 범행을 은폐한다. 그리고 그의 대학시절 친구인 물리학자는 이 논리적인 은폐를 파해쳐 나간다. 기발한 설정도 설정이지만 자칫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사랑이야기가 작가의 새심한 배려로 그럴싸하게 전개되어 간다. 그리고 줄거리를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 누군가 제시한 해답의 진위를 가리는 것이 쉬운가, 아니면 스스로 해답에 도달하는 것이 쉬운가? 결국 이 그럴싸한 이야기에 빠져버려 11시경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었다가 새벽 4시까지 끝을 보고야 말았다.

그리고 출근을 한 지금, 졸려서 미치겠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04851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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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쏭바강 외 - 한국소설문학대계 75
박영한 / 동아출판사(두산) / 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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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초기작들을 읽으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경우가 누구나 있겠지만 나의 경우엔 신경숙과 은희경이 그렇다.

그들은 그들이 써야할 말들이 스스로 넘치고 넘쳐 초기에 모든 것을 쏟아낸 후, 사그러져 버렸다고 느낀다.

신경숙은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기점으로 힘이 빠져버렸고, 은희경은 '새의 선물' 이후로 심하게 얘기하자면 그저그런 만담꾼으로 그치고 만 것 같다.

반면에 전경린은 시간이 흐를수록 훌륭한 글들을 써낸다. 더 이상 남자들을 경원하지 않는 듯 하다.

 

그런데 박영한은 위에서 말한 훌륭해지느냐, 아니면 기운이 빠져버렸느냐의 범주가 아니라 전혀 다른 작가가 된 듯 하다.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 은 '왕룽 일가', '우묵배미의 사랑' 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소설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가 작가가 되면, 흔히들 다른 작가들이 그렇듯, 꼭 써야 할 경험이 있었을 것이고 박영한의 경우엔 그 경험이 바로 베트남 참전이 아니었나 싶다. 베트남 전쟁과 같은 이야기를 '왕룽 일가' 의 천연덕스러운 만연체로 써내려 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쓴 초기작이라 그런지 소설은 일관된 흐름에선 부족한 면이 있다. 전쟁의 부조리함을 느끼고는 있지만 정확한 부조리의 근원을 파해치기엔 작가 박영한의 정치적, 세계사적 식견은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 이나 안정효의 '하얀 전쟁' 에 비하면 부족한 감이 있다. 따라서 부조리는 말 그대로 부조리일 뿐이다. 전쟁의 정확한 원인을 느끼고는 있으나 그걸 설명하지는 못한다. 거기에 빅 뚜이와의 연애담에 가서는 약간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박영한은 '머나먼 쏭바강', '아라베스크' 의 박영한이 아니라, '우묵배미의 사랑' 의 박영한이다. 박영한은 그 한편만으로도 나의 책꽂이에 꽂혀 있을만 하다. 일찍 타계하지 않았더라면, 2000년대의 우묵배미 이야기를 기대해 볼 수도 있었으련만...

 

1,2부 합본으로 착각하여 산 책인데 1부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대신 '지상의 방 한칸'과 '우묵배미의 사랑' 이 수록되어 있음.

 

http://blog.naver.com/rainsky94/80048513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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