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세계문학전집 13
에밀 졸라 지음, 최애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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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 눈보라가 몰아치는 어느 겨울, 아홉 살 난 소녀가 성녀들이 세겨진 보몽 성당 문 앞에서 떨고 있었다. 사제복 제조 장인인 위베르가 아이를 발견하고 불쌍히 여겨 집으로 데려간다. 소녀는 책 한권을 소중하게 안고 있었는데 그것은 빈민 구제 사무국의 아동기록부로, 소녀의 이름이 마리 앙젤리크라는 것과 부모로부터 버림 받아 1851년에 수용되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었다.

위베르는 과거 장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위베르틴과 결혼했는데 장모는 죽어가면서도 그들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저주하며 죽어갔다. 위베르틴은 아이를 낳을 수 없었고 그것은 어머니가 내린 저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위베르 부부는 앙젤리크를 거두어 기르기로 한 후 사제복에 수 놓는 일을 가르친다. 그들은 앙젤리크를 정식 딸로 맞아들이기 위해 조사를 하던 중 앙젤리크의 어머니가 행실이 나쁜 여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위베르 부부는 앙젤리크에게 그녀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가 없었고 이미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들은 앙젤리크가 나쁜 영향을 받아 비뚤어질 것을 우려하여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미사를 보기 위해서만 외출을 시킨다. 앙젤리크는 자수 일을 배우면서 <황금빛 전설>이라는 성녀들의 수난사를 읽으며 자신을 성녀들과 동일시하는 황홀경에 빠진다. 특히 아그네스의 이야기가 그녀를 매혹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앙젤리크는 성당 그림 수선공인 펠리시엥이라는 사내를 알게 된다. 앙젤리크는 <황금빛 전설>을 읽으며 성녀들의 수난사에 매혹되기도 했지만, 언젠가는 자신이 동화 속 왕자님을 만나 엄청난 부귀를 누릴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도 갖고 있었다. 그녀는 펠리시엥이 사실은 고귀한 신분일 것이라 생각하며 그에게 매혹된다. 순결한 삶과 부귀를 누리는 삶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녀는 펠리시엥에게 자신의 마음과는 다른 냉담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둘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며 미래를 약속한다.

7월 28일 축일 행진이 있던 날, 앙젤리크는 주교와 나란히 서 있는 펠리시엥을 보고 한편으로는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믿음이 실현되었음을 알게 된다. 펠리시엥은 주교의 아들로 유서 깊은 오트쾨르가의 상속인이었던 것이다. 펠리시엥의 어머니는 펠리시엥을 낳다가 사망했고 주교는 그런 아들을 원망하며 버려둔 채 성직자의 길로 들어섰다가 20년만에 아들을 자신의 곁으로 불러온 것이었다.

펠리시엥이 누구인지 알게 된 위베르틴은 앙젤리크가 불행해질 것을 염려한다. 그녀는 자신이 겪었던 전철을 앙젤리크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앙젤리크의 열정과 자만심이 그녀를 불행하게 할 것이라 생각했고 복종을 통해서만 그녀가 행복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앙젤리크는 주교가 자신을 보고 누구인지 알게 된다면 둘의 결혼을 허락해 줄 것이라는 허황된 믿음을 품고 주교를 찾아가 간청한다. 주교는 둘 사이를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는 한 마디만을 남긴다.

위베르틴은 앙젤리크가 불행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앙젤리크와 펠리시엥 모두에게 거짓말을 해서 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다. 앙젤리크는 펠리시엥이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병이 나고, 그런 그녀를 펠리시엥이 밤중에 찾아온다. 아버지의 허락을 구할 수 없다면 도망치자는 펠리시엥의 말에 앙젤리크는 동요한다. 하지만 자신이 복종과 순결한 삶을 살 것이라며 주교의 허락 없이 떠나지 않겠다고 말한다.

펠리시엥은 주교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앙젤리크는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져 종부성사를 청하기에 이른다. 종부성사는 뜻밖에도 신부가 아닌 주교가 집전한다. 주교는 자신이 앙젤리크에게서 자신의 아내를 떠올렸음을 깨닫는다. 주교는 오트쾨르가의 선조들이 치유의 기적을 일으켰던 그 입맞춤으로 앙젤리크를 기사회생시킨 후 아들과의 결혼을 허락한다.

마침내 펠리시엥과 앙젤리크가 결혼하고 행복의 절정을 맛보며 성당 문을 나서기 직전, 앙젤리크는 펠리시엥과 입맞춤 한 후 사망한다.

 

루공-마카르가 총서의 열여섯번째 작품인 <꿈>은 을유문화사에서 2008년에 국내 초역된 소설이다. 

앙젤리크의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도입부에서 읽게 된 후 <나나>나 <목로주점>을 떠올리며 그녀가 열정과 자만심에 굴복하여 비참한 처지로 빠지는 결말을 예측했었으나, 작품은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앙젤리크는 난잡한 생활을 이어갔던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았고 위베르틴은 그런 점을 염려하여 그녀를 철저히 고립된 환경 속에서 양육한다. 앙젤리크가 보고 듣는 것은 대부분 성당의 것들이었고 그녀가 읽었던 책도 <황금빛 전설> 한 권에 불과했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단선적 투쟁 과정을 예상했으나 의외의 요소가 개입한다. 바로 환상과 꿈이다.

유전적 요인에 의한 환상은 그녀가 왕자를 만나 부귀를 누리리라는 세속적인 꿈이다. 한편 앙젤리크는 아그네스와 같은 성녀의 삶을 동경하기도 한다. 그녀는 주교를 찾아가 자신의 세속적 꿈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나쁜지 묻는다. 주교는 대답 대신 그녀에게서 자신이 20년간 고통받고 억눌렀던 성적 환상을 본다.

앙젤리크는 성녀의 환상에 경도되어 펠리시엥을 거부하고 그 결과 세속적 환상을 쟁취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성당 문을 나서기 전 죽고 만다. 소설은 환상과 현실이 기묘하게 교차하며 기존의 에밀 졸라의 소설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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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사이코 - 상 밀리언셀러 클럽 15
브렛 이스턴 엘리스 지음, 이옥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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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프라이스는 월스트리트에 자리 잡고 있는 인수 합병 회사 피어스 앤 피어스 CEO이다. 그는 브랜드 옷과 액세서리로 치장하고 헬스 클럽 엑스클루시브에서 몸을 단련하며 최고급 레스토랑에 예약하길 즐긴다. 그는 에벌린이라는 아름다운 여성과 사귀고 있으나 여자를 돈으로 사기도 하고 친구의 애인과 바람도 피운다. 포르노와 고어물 비디오 테이프를 탐닉하고 자극적인 <패티 윈터스 쇼>를 챙겨 보는 그는 전형적인 여피족이다.

노숙자에게 적대적이고 공공연히 인종주의적 편견을 드러내던 그가 할시온, 자낙스, 코카인 등에 취해 분열 증세를 나타내고 자신 이외 모든 존재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다. 그는 손쉬운 상대인 개, 노숙자, 어린아이를 살해한 후 돈으로 산 여자들을 난자하더니 급기야 자신이 따내지 못한 큰 건을 다루는 폴 오언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폴 오언의 아파트는 이제 여자들을 살해하기 위한 장소로 쓰인다.

광기에 사로잡힌 패트릭의 살인 행각은 대로변에서도 이어지지만 우려하던 경찰의 추적은 그에게 미치지 못한다. 동료 여피족들과 시시껄렁한 농담을 나누던 그는 술집 문을 나서다가 '여기는 출구가 아닙니다'라는 글자를 발견한다.

 

<아메리칸 사이코>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미국을 휩쓸던 시기의 이야기이다. 레이건은 복지 분야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노동자계급을 탄압했으며 기업의 이윤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각종 법안을 통과시켰다. 79년에 집권한 대처가 벌였던 추악한 짓을 레이건은 한 점 부끄럼 없이 미국에서 감행한 것이다. 자본은 눈 없는 괴물처럼 모든 것을 집어 삼키기 시작했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아메리칸 사이코>의 주인공 패트릭 프라이스는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자로서 적대적 M&A를 통해 재산을 증식시키는 인물이다. 패트릭이 타인을 판단하는 척도는 그 사람이 어떤 브랜드의 옷과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있는가이다. 아르마니, 보테가 베네타, 브룩스 브라더스, 지방시, 켄조 등 수백 가지 브랜드 명이 나오지만 타인이 하는 말이나 생각은 전혀 패트릭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들은 서로를 다른 이로 착각하지만 그 점에 대해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 사람이 폴이든, 루이스든 부르는 이름이 다를 뿐 피상적인 관계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패트릭이 폴 오언을 살해했지만 패트릭에게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패트릭은 폴 오언을 살해한 후 그의 자동응답기에 영국으로 가겠다는 음성을 녹음해 놓는데 아무도 목소리가 다르다는 점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심지어 영국에서 폴 오언을 보았다는 증인이 몇 명이나 나타난 것이다.

그와 그의 친구들은 노숙자에게 1달러를 적선하느니 눈 앞에서 불 태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패트릭은 자신 이외의 사람에게 인격이나 존엄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따라서 그의 살인에는 일말의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노숙자의 눈을 칼로 도려내고 어린아이의 목을 따는 일을 무감동하게 수행해 나간다. 그는 자신이 인종주의자임을 숨기려 들지 않는다.

자본은 친구가 없다. 폴 오언이 패트릭의 손에 희생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자본은 독점을 통해 다른 자본을 잡아먹고 결국에는 제국주의로 화한다. <아메리칸 사이코>는 지독한 고어물이지만 패트릭의 행동이 자본의 속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 끔찍함이 공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번역은 그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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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미우라 아야코 지음 / 한림미디어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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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공선>의 작가 고바야시 다키지는 몰락한 농가의 차남으로 태어나 큰아버지의 도움으로 상고를 졸업한 후 은행원이 된다. 원래는 그림을 그리고자 했으나 큰아버지가 돈벌이에 도움 되지 않는 짓은 집어치우라는 말에 몰래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은행원으로 일하여 번 돈으로 집안을 건사하는 한편 소설을 써나가던 다키지는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에 깊은 동정을 느꼈고, 그들의 가난을 구조적으로 해소할 수는 없는지 고민한다. 

다키지는 창녀촌에 소설 취재를 갔다가 다미라는 아가씨는 만난다. 그는 다미의 처지를 동정하여 월급을 털어 빚을 갚아주고자 하고, 다키지의 어머니 세키는 그런 아들의 따뜻한 마음을 이해해준다. 다미를 며느리로 맞을 것이라는 세키의 예상과 달리 다키지는 다미를 독립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었다. 다키지는 자신이 빚을 갚아주었기 때문에 다미에게 결혼을 청하면 그녀는 거절하지 못할 것이고, 그런 행동은 돈으로 여자를 사는 것과 진배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미는 자신에게 청혼하지 않는 다키지의 의중을 짐작하지 못한다. 다미는 자신이 창녀였고 집안이 가난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청혼하지 않는 것이라 오해한다. 둘 사이의 그런 오해는 7년간을 사귀면서 계속된다.

다키지는 <게공선>으로 유명작가의 반열에 오르지만 고등경찰의 감시와 미행이 시작된다. 공산당에 입당한 후에는 검거와 투옥, 도피생활이 반복된다. 1933년 2월 20일 경찰은 고바야시 다키지에게 고문과 폭행을 가한 끝에 그를 처참하게 살해하고 만다.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을 처음 읽을 때가 생각난다. 고등학교 3학년 때였는데 밤을 세워 읽었다. 다음 날 서점에 <속 빙점>을 사러 가면서 얼마나 두근댔는지 모른다. 지금도 나는 스토리 텔링에 있어서만큼은 미우라 아야코를 따라올 작가가 몇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미우라 아야코의 소설은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머니>라는 이 책을 발견하고 주저 없이 구매했다. 세키의 과거 회상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큰 아들을 병으로 잃는 사건 등 세키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 후 둘째 아들 다키지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을 넘어 사회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인식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때까지만해도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에 대한 오마쥬이거니 했을 뿐이다. 그리고 미우라 아야코가 그런 내용의 소설을 썼다는 것에 대해 뜻밖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게공선>이라는 이름이 나오고, 다키지가 바로 그 고바야시 다키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게공선>이라는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1994년도, 동아리 <사회과학연구회>의 책장에서였다. <사회과학연구회>에는 책이 참 많았다. 나중에 그 책들의 대부분이 소설가 조혁신 선배가 기증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기증된 책에는 어김 없이 밑줄이 그어져 있었고 논평이 곁들여진 것들도 많았다. 루카치와 브레히트를 그 때 알게 되었다. 함께 학교를 다니지 않았지만 나는 그 방대한 책들 때문에 조혁신 선배를 흠모했었던 것 같다. 또다른 선배는 <백사>라는 동아리 소속이었는데 시를 잘 썼었다. 농활이 끝나고 한동안 그 선배의 자취방을 뒹굴었는데 방 안 가득 들어찬 책들을 보며 황홀경을 느꼈었다.

당시에는 읽고 싶은 책을 사서 볼 정도의 돈이 없었다. 직장을 다니는 지금은 원하는 책은 언제든지 사서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책을 사볼 수 있는 여유가 되는 지금도 나는 당시의 기억 때문에 중고 서점을 기웃거리는 경우가 많다. 이제 책은 사서 볼 수 있는 처지가 되었지만 나는 메인 몸이다. 책을 읽을 시간은 그 당시보다 형편 없이 줄어들었다. 밥벌이의 지긋지긋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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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이체르 소나타 (반양장) 펭귄클래식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기주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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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가정의 행복 

 

'나'는 돌아가신 엄마의 장례식을 치른 후 시골 영지에서 가정교사인 카탸, 그리고 여동생 소냐와 함께 조용히 지낸다. 아버지의 친구인 세르게이 미하일리치가 후견인이 되어 집안일을 돌보아주기 시작한다. '나'는 나이 차가 있는 그에게 점차 호의적인 감정을 품게 되는데, 그 역시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점차 세르게이 미하일리치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 하면 그와의 동질감을 강하게 느낀다. 하지만 세르게이 미하일리치는 자신이 너무 늙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솔직한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야외로 나들이를 간 날 세르게이 미하일리치가 우회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그런 속마음을 드러내자 '나'는 그와 결혼하기로 결심하고 주위에 공표한다.

결혼식 과정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시시하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곧 그런 느낌이 사라지고 행복으로 충만한 시기를 보낸다. 하지만 점차 '나'의 감정이 예민해지기 시작했고 어느 날 남편이 바깥에서 있었던 불쾌한 일에 관해 나와 이야기하기 저어하던 일이 발단이 되어 둘 사이가 잠시 삐걱거린다. 남편은 '나'의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 도시로 이사 가는 선택을 하게 된다.

페테르부르크 생활을 시작하기 전 남편은 도시 생활을 즐기되 사교계를 경계해야 하고 부활절 주간에는 시골로 돌아가 지내자는 말을 한다. '나' 역시 그런 남편의 말에 동의하지만, 막상 사교계에서 인기를 얻고 선망의 대상이 되자 그 생활을 즐기기 시작한다. M 대공이 자신과 만나길 고대하고 있다는 공작부인의 말에 '나'는 남편과 시골로 돌아가기로 약속했으면서도 주저하는 태도를 보인다. 공작부인이 남편에게 '질투' 운운하자 남편은 냉담한 태도로 화를 내고, '나'는 야회에서 누릴 기쁨을 '희생'하여 시골로 가겠다고 말한다. '희생'이라는 말이 남편을 더욱 자극하여 둘 사이는 냉랭해지고 '나'는 오기에 차서 반드시 연회에 참석하겠다는 말을 하고 만다. 그날 이후 둘의 관계는 완전히 달라지고 만다. 

실랑이와 말다툼은 피했지만 예전과 같은 애정어린 말들도 없어졌다. 그해 여름 온천지에서 '나'는 정렬적으로 구애하는 이탈리아 후작에게 잠깐이지만 욕정을 느껴 키스를 허용하고 만다. 죄책감에 사로잡힌 '나'는 그날 밤 기차를 타고 남편이 체류중인 하이델베르크로 향한다. 모든 것을 털어놓고 용서를 빌 생각이었지만 남편은 울먹이는 '나'를 보고 모든 것을 짐작했다는 듯 냉담한 태도를 보인다. 시골로 돌아가자는 말에도 그는 한없이 냉정한 태도로 그곳에서 견뎌내지 못하리란 것을 잘 안다고 말한다.

시골로 돌아온 둘은 아무런 정렬도 없이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낸다. 비가 내리는 날 예전의 피아노곡을 연주하는 '나'에게 남편이 다가와 온화한 태도로 말을 건낸다. 감정에 북받힌 '나'는 과거에 남편이 보여주었던 모습을 책망한다. 남편은 별다른 동요 없이 과거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을 하며 예전과 같은 불안과 동요가 더는 없다는 사실에 감사하자고 말한다. 마침 유모가 아이를 데리고 오자 '나'는 아이를 꼭 끌어안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남편과 '나'의 로맨스는 끝이 났고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라는 새로운 감정이 전혀 다른 행복한 삶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교계를 둘러싼 '나'와 남편의 갈등을 묘사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나'의 욕망은 물론 사교계에서 각광받으며 한껏 즐기는 것이다. '나'는 남편이라는 <권력자>에 의해 자신의 욕망이 억압되길 기대하면서도 정작 우회적인 억압에는 도전한다. '나'는 끝내 남편이 화를 내는 이유를 알지 못하고(혹은 외면하고) 둘 사이는 틀어지고 만다.

남편이 소극적이고 우회적인 이유는 명백하다. 그는 자신이 아내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에 위축되어 있다. 남편은 소설의 마지막에서 이제는 아내가 모든 것을 받아들일 시기가 왔고, 예전 사교계에 빠져 있을 당시에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결과론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이제 남녀의 행복이 아니라 가정의 행복이 찾아왔다는 것인데 이것이 진정 '행복'인지, 아니면 '주어지고 감내해야 할 상황'인지는 의문이다.

이 이야기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성(性)과 관련된 욕구'가 아닐까 싶다. 나이 많은 남편은 아내를 성적인 쾌락으로 인도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위축된 상태이고, 젊은 아내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지만 성적 방종에 자신을 내맡기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남편은 아내를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못하는 상태이고, 아내는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남편이 '남편으로서의 권력'을 발휘해 제어해주길 원한다. '남편으로서의 권력'이란 곧 남성성을 보인다는 것인데 그것이 곧 가부장적인 권력, 혹은 인습적인 권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남성 독자는 작가 톨스토이의 여성에 대한 불신감이 반영된 소설이라고 느낄 소지가 다분하다.

그런데 여성 독자가 이 글을 읽었을 때의 감상은 사뭇 다를 수 있다. 독립된 개체로서의 여성이 삶을 스스로 제어하고자 할 때에 남성이 성적으로 주도적일 것이라는 편견에 근거한 성적 권력, 혹은 가부장적 권력은 반발의 대상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화자인 '나'의 행동은 일견 이해될 성질의 것이다. 게다가 남편은 화자의 구체적인 행실을 근거로 하여 질투하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부정적인 예견을 근거로 질투를 하고 있다. 그것은 남편의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런 감상도 나오지 않을 이유는 없다.

 

o 크로이체르 소나타

 

이른 봄날 '나'는 기차 여행 중 포즈드니셰프라는 사람을 만난다. 그는 주변사람들이 사랑과 결혼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듣더니 공격적인 태도로 질문을 던지다가 문득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와 단둘이 객실에 남게 되자 그는 자신이 아내를 살해한 사람이라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려움 없는 집안에서 자라난 그는 결혼 전 방탕한 생활을 일 삼았고 몸을 파는 여자들과 관계하기도 했다. 어느 날 매우 날씬한 몸매의 여인에게 반한 그는 그녀와 결혼하게 된다. 허니문은 생각각과는 전혀 달랐고 그녀와 관계를 갖고 난 후 둘 사이는 점차 멀어지기 시작한다. 그는 이유를 성적 접촉 자체에서 찾는다. 남자와 여자가 정신적인 동반자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성관계에 있으며 서로에 대한 욕정으로 일시적인 합의에 이르러 쾌락을 얻을 수는 있지만, 괘락을 얻은 이후에는 곧바로 서로를 성적 대상으로 여겼다는 생각, 즉 동물적인 상태가 되었다는 생각에 불쾌감에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악화되던 관계는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서 일시적으로 해소된다. 하지만 아내가 젖을 먹여선 안된다는 의사의 충고에 따라 수유를 중지하게 된다. 그는 아내가 '성스러운 어머니'이면서도 '육체적인 욕구를 가진 여성'이라는 기묘한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내와의 관계가 악화 일로를 치닫던 중 트루하쳅스키라는 바이올린 연주자와 교우하게 된다. 포즈드니셰프는 그와 아내가 모종의 불륜관계로 치달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예감에 시달리면서도 그와 아내의 연주회를 계획한다. 연주회 전 포즈드니셰프는 아내의 태도가 평상시와 달라진 점에 광포하게 화를 내지만 아내는 그의 자존심을 교묘하게 자극하여 연주회는 예정대로 열린다. 그들은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비롯해 몇 가지 소품을 연주한다.

연주회가 끝난 후 포즈드니셰프는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그는 문득 아내와 트루하쳅스키의 태도가 불륜관계의 그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집으로 돌아온다. 새벽 1시에 집에 도착한 그는 아내와 트루하쳅스키가 집에 있다는 것을 알고 평온함마저 느낀다. 그가 느꼈던 두려움은 영원히 질투심에 사로잡혀 내면의 분노를 폭발시킬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단검을 집어든 그는 아내를 찌르고 트루하쳅스키는 도망친다. 자살할 생각이었던 그는 아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살의 욕구가 사그라든다. 아내는 죽어가며 포즈드니셰프를 저주할 뿐이었고 자신의 잘못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는다. 관 속에 누운 그녀를 보며 그녀를 죽였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마친 그는 몸을 떨며 흐느끼더니 용서하십시오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톨스토이 자신이 겪었던 가정 불화와 그로 인한 고통이 그대로 반영된 작품이다. 성욕에 관한 셰이커교도적인 관점은 차치하고, 그가 그려내는 포즈드니셰프의 질투, 그리고 그로 인한 번민과 고통은 도스토예프스키가 그려내는 지옥과 필적할 만하다. 포즈드니셰프가 아내의 불륜 현장을 자신의 눈으로 본 후 느꼈던 안도감은 그런 점에서 이해가 간다. 그가 두려워했던 것은 아내의 불륜 사실보다 질투심에 사로 잡혀 영혼이 잠식당하는 상태였을 것이다. 분노의 외적 표출로 아내를 살해하고, 내적 표출로 자살을 하겠다는 포즈드니셰프의 결심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데 톨스토이의 위대한 점은 포즈드니셰프가 트루하쳅스키를 쫓아가 살해하지 않는다는 점과 자살을 포기한다는 점이다. 포즈드니셰프는 양말 바람으로 트루하쳅스키를 쫓아가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술회한다. 그는 자신이 괴물과 같은 모습으로 둘에게 비춰지는 것에 이미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외형적인 마무리에 신경을 쓰는 살인자의 모습을 스스로 연기한다. 이성복의 <그는 참 이상한 꿈을 가졌다>는 시에서 '제가 부는 풍선 속으로 들어가려는' 상태이다. 연기가 모두 끝난 후 관객이 없는 상태에서 자살을 한다는 것은 맥빠지는 일이다. 관객이 없는 상태에서는 연기도 헛헛할 뿐이다.

 

o 악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예브게니 이르테네프는 영지를 관리하는데 온 힘을 쏟는다. 할 일은 산재해 있었지만 이르테네프에게는 이 일들을 충분히 꾸려낼 육체적, 정신적인 힘이 있었다. 다만 한 가지 괴로운 점은 성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 없었다는 데 있었다. 그는 곧 산림지기 다닐라에게 적당한 여성을 주선해주길 부탁한다. 다닐라는 남편이 도시에 나가 있는 스테파니다라는 여성을 소개해 주고 이르테네프는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 한 번으로 끝내려 했던 처음의 마음과는 달리 관계는 꽤 오래 지속된다. 이르테네프는 마침내 관계를 청산하고 일년 뒤 리자라는 이름의 아가씨와 결혼한다.

평온한 시기가 얼마간 지속되는가 싶더니 스테파니다의 모습이 자꾸만 이르테네프의 눈에 들어온다. 이르테네프는 필사적으로 스테파니다의 기억을 떨쳐버리려 하지만 불쑥 불쑥 치솟는 욕망을 어떻게 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진다. 이르테네프는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욕정으로 죄를 짓게 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권총으로 자살하고 만다. 사람들은 이르테네프가 자살한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고 추측한다. 하지만 진정한 정신병자는 타인에게서 광기의 징후를 보면서, 자기 자신에게서는 똑같은 것을 보지 못하는 자들이다.

 

한 번 빠져들었던 육체적 쾌락이 이르테네프를 자살에 이르게 만든다. 이르테네프는 리자를 정신적으로 사랑했으면서도 또 다른 사랑, 즉 육체적인 사랑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욕구야말로 인간을 고뇌하게 만든다.

 

o 신부 세르게이

 

1940년, 중기병대의 화실 기병대장으로서 장차 황제 니콜라이 1세의 시종무관이 될 것으로 기대되던 화려한 경력의 미남 공작이 결혼을 한 달 앞두고, 황녀를 보필하며 총애를 받던 아름다운 약혼녀와 파혼하고 퇴역을 신청한다. 그리고 자신의 재산을 모두 누이에게 넘겨주고 수도원으로 들어가버린다.

그의 이름은 스테판 카사츠키로 어린 시절부터 모든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왔다. 군인이 된 후에도 그의 능력은 두드러져 황제의 신임을 받을 정도였다. 그는 더욱 출세하기 위해 사교계에 드나들었고 뛰어난 집안의 딸과 결혼해 신분을 상승시키기로 마음 먹는다.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백작의 영양 코로트코바와 약혼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혼인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때 그녀가 사실은 자신이 황제의 정부였음을 고백한다. 스테판은 그 고백에 충격을 받아 모든 것을 버리고 수도원으로 간다.

세르게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스테판은 수도원에서 여러 해를 지내면서 세속의 욕망에서 멀어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고뇌는 깊어져갔고 자신이 교만에 빠졌음을 깨닫고 탐비노 수도원의 암자에 은거한다.

어느 날 마코프키나라는 이혼녀가 세르게이를 유혹하기 위해 그의 수도원을 찾는다. 세르게이는 마태복음에서 신체의 일부를 훼손시키더라도 욕망에 굴복하지 않는 사례를 떠올리며 자신의 손가락을 도끼로 자른다. 마코프키나는 세르게이가 보여준 금욕적인 모습에 심한 부끄러움을 느껴 수녀가 된다.

세르게이의 명성은 점차 높아져갔고 그가 병을 치료하는 능력이 있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세르게이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가자 그는 자신이 대중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명성에 취해 과거의 신실한 마음이 점차 고갈되어 감을 느낀다. 어느 날 상인이 자신의 딸을 치료해달라며 세르게이에게 부탁한다. 찾아온 상인의 딸은 육감적이었고 세르게이는 그녀의 유혹에 굴복하고 만다.

자살 하려는 마음을 먹은 세르게이에게 문득 어렸을 적에 알고 지내던 파셴카를 떠오른다. 파셴카가 아이들에게 놀림받던 기억을 떠올리던 세르게이는 그녀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다시 만난 파셴카는 삶이 주는 온갖 번잡함에 눌려 지내고 있었지만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과 신에 대한 두려움을 여전히 지니고 있었다. 세르게이는 자신은 지금껏 하나님을 핑계삼아 인간을 위해 살았지만, 파셴카는 사람들을 위해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하느님을 위해 산다고 느낀다. 다시 길을 떠난 세르게이는 부랑아로 오인되어 시베리아로 쫓겨나 그곳에서 노동을 하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환자를 돌보며 지낸다.

 

출세를 위해 접근했다가 진정한 사랑을 느꼈으나 정작 상대편은 자신의 생각과 달리 황제의 정부였다는 사실에 충격받은 세르게이는 수도원으로 들어간다. 그는 수도원에 들어가면서도 내심 세속적인 부와 권력, 명예욕을 버림으로서 그런 것들에 집착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세르게이는 육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육욕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했다고 느꼈을 때에는 명예욕에 사로잡힌다. 하나의 욕망에 굴복하자 극복했다고 믿었던 육욕에도 굴복하고 만다. 세르게이는 파셴카로부터 새로운 구원의 희망을 보게 되지만, 파셴카의 어떤 면이 그러했는지는 애매하게 처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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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인연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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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인 고이치와 남동생 다이스케, 그리고 여동생 시즈나가 부모님 몰래 유성군을 보러 한밤중에 집을 나선다. 하지만 그날은 는개가 내리는 날이라서 아이들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무참하게 살해된 부모님의 모습을 목격하고 만다.

가시와바라 형사와 하기무라 형사는 범인이 남기고 간 것으로 보이는 비닐 우산과 다이스케가 목격한 범인의 인상착의를 단서로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결국 사건은 미결이 되고 만다. 아이들은 보호시설로 들어가게 된다.

 

시설을 나온 고이치와 다이스케, 그리고 시즈나는 사기를 당한 후 자신들이 남을 속이는 쪽에 서기로 결심한다. 고이치가 전체적인 계획을 짜고 다이스케가 바람을 잡은 후 시즈나가 남자를 홀리는 식으로 이들은 사기행각을 벌여 나간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도가미 유키나리로 <도가미 정>이라는 유명한 양식당 소유주의 아들이었다. 시즈나가 유키나리에게 접근하여 꼬인 후 다이스케가 가짜 보석을 유키나리에게 판다, 그리고 그 보석을 유키나리가 시즈나에게 선물하도록 한다, 는 계획이었다. 선물 받는 즉시 증거는 인멸될 것이었다.

유키나리는 시즈나의 모습에 호감을 느껴 자신이 새로 개업할 식당에 초대해 그곳의 메인 메뉴인 '하야시라이스'를 맛보여준다. 시즈나는 '하야시라이스'를 먹다가 아버지가 어렸을 적에 만들어 준 맛과 너무도 똑같다는 점에 경악한다. 그리고 다이스케가 도가미 유키나리의 아버지 도가미 마사유키를 목격하고 14년 전에 본 범인이 그라는 것을 확인한다.

고이치는 <도가미 정>에 대해 면밀히 조사한 결과 '하야시라이스'의 레시피가 그곳으로 흘러들어갔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고이치들의 아버지 아리아케와 도가미 마사유키의 연관점도 밝혀낸다. 아리아케는 도박에 미쳐 사설 경마를 주선하는 다방에 자주 출입했고, 마사유키는 그곳에 음식을 배달했었다. 아리아케가 마사유키의 '하야시라이스'에 대해 혹평을 퍼부었기 때문에 둘 사이에 언쟁이 있었던 정황도 드러난다. 아리아케가 살해된 직후 마사유키가 운영하는 <도가미 정>의 '하야시라이스'가 갑자기 유명세를 타더니 지금의 거대 체인점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여러가지 정황과 목격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결정적인 증거가 없이는 도가미 마사유키를 조사해주지 않을 터였다.

고이치들은 증거를 조작하기로 한다. 먼저 차량을 훔친 후 그 안에 DVD와 아버지의 유품을 남겨둔다. 그리고 배를 훔쳐타고 먼 바다로 나가 자살한 정황을 만든다. 경찰은 도난차량을 조사하여 DVD를 단서로 수사를 시작한다. DVD 대여점은 과거 <도가미 정> 자리에 있었고, 남겨진 유류품에서 <아리아케>의 이름이 세겨진 시계가 나온다. 경찰은 미제 사건의 피해자 유류품이 나오자 활발히 수사를 재개한다. 고이치들은 시즈나를 시켜 아버지의 레시피 노트를 유키나리의 집에 두고 오게 한다.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 가택 수색 같은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 시간을 보내던 이들에게 예기치 않은 사건이 벌어진다. 유키나리가 시즈나를 만나 레시피 노트를 두고 간 이유를 추궁한 것이다. 그날 유키나리의 어머니가 시즈나에게 선물한 향수가 화근이었다. 향수의 향기가 노트에 남았던 것이다. 시즈나는 도가미 마사유키의 범행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유키나리는 심각한 고뇌에 빠진다. 유키나리는 고이치를 만나 아버지가 범인이라면 사실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결심을 밝힌다.

고이치와 다이스케가 형사로 가장하여 마사유키를 찾아간다. 현장에 남겨진 우산에서 DNA를 추출하여 마사유키가 범인임을 밝혀냈다는 협박을 해보아도 마사유키는 어쩐지 태연했다. 그는 고이치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을 이야기한다. 마사유키는 이들의 조사 내용과 같이 아리아케로부터 음식에 대한 비난을 듣는다. 그리고 직접 음식을 먹어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아리아케는 도박 빚에 쪼들리던 차에 음식의 레시피를 마사유키에게 50만엔에 팔겠다고 제안한다. 사건이 일어난 날 밤 마사유키는 거래를 위해 음식점에 들렀다가 누군가 먼저 왔다간 사실을 알게 된다. 경황 중에 레시피 복사본만을 들고 도망을 치다가 우산을 바꿔가지고 온 사실을 알아챈다. 마사유키는 자신이 범인으로 몰릴 것에 대비해 14년간 우산을 보관하고 있었다. 그는 가시와바라 형사에게 전화를 걸어 우산을 건내준다.

문득 우산의 손잡이 부분을 보던 고이치는 자신이 지금까지 큰 착각을 했음을 알게 된다. 우산의 손잡이는 바닥에 여러차례 긁힌 흔적이 있었다. 고이치는 과거 자신의 집을 수사하던 가시와바라가 골프에 미쳐 버릇처럼 우산대를 땅바닥에 휘두르던 모습을 기억해 낸다. 우산에 지문이 없었던 것은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가시와바라 형사가 자신의 지문을 닦아냈기 때문이었다.

고이치의 추궁을 듣던 가시와바라 형사는 육교에서 뛰어내려 자살한다. 하기무라 형사는 고이치에게 전화를 걸어 가시와바라 형사가 차량 절취와 살인을 고백하는 자술서를 남겼다고 전한다.

고이치와 다이스케는 자신들의 사기행각을 뉘우치고 깨끗히 살아가기 위해 자수하기로 결심한다. 고이치는 시즈나가 함께 엮이는 것을 원치 않았으므로 유키나리에게 무릎을 꿇고 시즈나를 설득해주길 간청한다. 유키나리는 그들에게서 가짜 반지를 사서 피해자에게 사기친 금액을 갚도록 해주고, 반지를 시즈나에게 선물하면서 유성으로 엮인 세 명의 남매처럼 자신도 반지로 인연을 맺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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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도 제작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바 있는 <유성의 인연>은 미스터리물 이면서도 드라마적인 요소를 적절히 가미하여 독자에게 적극 어필하고 있다. 소설의 초입부터 정교하게 숨겨진 복선들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저마다 의미를 찾아가기에 독자는 수수께끼 풀이 측면에서 만족스러움을 느낀다. 또한, 세 명의 아이들의 인생유전이 적절한 드라마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전개되므로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 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고 여러 사람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먼저 읽고 싶었기에 아껴두었다고나 할까, 책꽂이에 꽂아두고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82724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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