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5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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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그가 버려진 이후, 그리고 앞만 바라보며 걷기 시작한 이후, 그 긴 시간 동안, 이제 어쩌면 그가 들어가게 될 인간 세상에서, 그는 아직 세 번의 만남밖에 갖지 못했다. 남자 하나, 여인 하나, 그리고 아이 하나와의 만남이었다.

버려져 홀로 남은 아이가 정처없이 걷다가 마주하게 된 만남은 만남이라 이름 붙이기조차 서글프다.
죽음 이후에도 쉬지 못하고 경각의 표본이 되어야 했던 남자와 모성으로 끌어안은 체온이 아이에게 죽음이 되고 있었던 여자, 그리고 죽음 직전에 아이 덕분에 살아남은 갖난 아기...
버려진 아이가 만났던 세번의 만남은 그래도 죽음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하는 것인지.
모두가 꺼려하던 이 버림받은 아이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끌어안은 남자 우르수스. 당신은 다시 만나도 참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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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5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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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살리기 위해 요람에 태워 강에 띄워보냈던 어미가 있었다. 공주에게 구조되어 귀하게 자란 모세의 이야기다. 우르카에 오르지 못하고 해안가에 버려진 아이의 신세를 보니 죽음을 피하기 위해 물 길에 띄워졌던 모세가 생각났다. 물이라는 경계를 두고 생사가 갈리는 타의에 의한 선택의 결과가 주어진 것이다.
길이라기 보다 투신의 장소로 더 적합한 절벽의 오솔길을 굴러내리듯 내려온 아이는 다시 그 낭떠러지를 기어 올랐다. 죽음밖에 없을 고독에서 살기 위해 죽을 힘을 다했을 그 어린 고사리 손이 상상된다.
살기 위해 아이를 밀치고 우르카에 오른 비정한 동행자들은 자신들이 향하고 있는 그 곳이 삶이 아닌 죽음이었음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삶과 죽음은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아니라 예상을 빗나가는 한 끗의 차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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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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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그 아이들을 무엇에 썼을까?
괴물을 만들었다.
왜 괴물을 만들었을까?
웃기 위해서였다.]

 

타인의 비극을 자신의 유희로 삼는 인간의 잔인성. 우르수스의 인간 혐오가 이해가 된다.
괴물이 된 아이들을 사고 파는 것도 모자라 틀에 넣고 만들어내듯 생산해 내기까지 하는 이들. 과연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인위적으로 만드는 이들도, 그들을 사고 파는 이들도, 그들을 이용하는 이들도 그리고 보고 즐기며 웃어대는 이들 중 신의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자들은 없어 보인다.
얼굴만이 아니라 기억마저 빼앗겨야 했던 아이들. 얼굴에 남은 상흔 말고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왜 고통받아야 했는지, 누가 그랬는지, 얼만큼의 고통을 받았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사육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야 했던 목숨 아닌 목숨들. 스스로를 지키고 방어할 힘이 없었던 아이들에게 이루어진 이 잔인하고도 참혹함. 인간성의 상실이 인간에게 닥친 가장 큰 재앙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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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5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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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우르수스와 호모는 깊은 우정으로 맺어져 있었다. 우르수스는 사람이었고 호모는 늑대였다. 사람이 늑대에게 그러한 이름을 지어 주었다. 아마 자기의 이름도 스스로 선택했을 것이다. 우르수스가 자기에게 적합하고, 호모는 짐승에게 걸맞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르수스와호모. 호모와 우르수스.
스스로에게 지었음직한 이름인 우르수스와 늑대에게 지어준 이름 호모. 사람에겐 짐승의 이름을 짐승에겐 사람의 이름을 지었다.
우리는 가끔 짐승보다 못하다고도 하고, 짐승을 일컬어 사람보다 낫다고도 한다. 본글에 들어서기 전 우르수스와 호모에 대한 긴 설명이 뒤에 이어질 주인공들의 굴곡진 인생을 암시한다. 많은 재주와 재능을 가진 우르수스가 늑대인 호모만을 벗삼아 떠돌이 생활을 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없음을 암시한다. 알고 읽는 <웃는 남자>의 한 줄 한 줄은 단 한 줄도 허투루 보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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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7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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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순한 여인'은 <백야>에 수록된 여러 단편들 중 가장 몰입해서 읽은 이야기다. 처음부터 온순한 여인이라 단정지은 결론은 소통의 부재를 불러온다. 대화로 관계를 개선하고 오해를 풀 수 있었던 많은 시간들이 있었음에도 대화보다는 뒷조사와 자신만의 해석으로 생각과 상상을 확정지은 결과는 참담하다.
이제 아내의 진심을 알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성상을 끌어안고 창밖으로 몸을 던진 그녀의 진심은 그간 남편이 보였던 고의적인 침묵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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