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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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수건 한 장을 찾을 때나 침대 밑에서 슬리퍼 한 짝을 꺼낼 때마다 나는 얼마나 커다란 사랑과 배려가 그 질서 속에, 그 모든 것 속에 담겨 있었는지를 비로소 깨닫는다. 서러운 고아가 된 느낌이 들어 목이 멘다.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곁에 있는 사람에게서 받는 사랑과 배려가 처음에는 고맙지만 어느 순간부터 당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라지고 난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소중함. '왜 그땐 알지 못했나?' 때늦은 후회는 말 그대로 늦었음을 상기시겨 줄 뿐이다.
잔소리가 지겹고 사소한 배려가 구속처럼 느껴져도 사람의 빈자리를 채우는 기억은 오히려 그런 것들이지 않을까.
있을때 잘하라는 말, 효자보다 악처가 낫다는 말. 바로 옆에 있어서 소중함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그저 마이동풍일 뿐이니.
언젠가가 될 훗날에 내가 없는 그, 그가 없는 나를 떠올려본다. 서러운 고아가 된 느낌,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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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27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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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세상이야 어떻든 나만은 반듯한 인간이라는 신념이 어딘가에 있었던 것이지요. (중략)나 역시 그 작은 아버지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의식이 들면서 갑작스레 휘청거렸습니다.

무언가 비밀이 많아 보였던 선생님이 베일이 벗겨진다. 상처받은자의 고통을 알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잔인함. 사람에 대한 혐오감은 아마도 그 자신 스스로에게로 향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선생님이라 불리운 그 사람도, 그 아내도, 친구 K도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단순하지만 본능처럼 행동한 작은 아버지만이 이해될 뿐이다. (결코 옳다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의 이중적인 태도와 아내의 결혼전 애매한 태도, K의 극단적인 선택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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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27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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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틀로 찍어 낸 듯한 그런 악인은 이 세상에 없어. 평소에는 다들 착한 사람들이지. 적어도 다들 평범한 사람들이야. 그러다가 여차할 때 갑자기 악인으로 돌변하니까 무서운 것이지.

소설의 흐름과 관계가 있든 없든, 이 대사가 눈에 쏙 들어오고 가슴에 확 들어와 박힌다.
세상에 알고 보면 나쁜 사람 없지. 저마다 사정이란게 있으니. 그러나 나에게 나쁘면 나쁜거다. 나와 맞지 않으면 나쁜거다.
다른 곳에서는 희생과 봉사의 화신같은 삶을 살더라도 내게 몽둥이질을 하는 사람이라면 내게는 나쁜 사람인게다. 태어날 때부터 악인이라 이름표를 달고 태어나는 이 없으니.
선생님에게는 악인으로 돌변한 주변인이 있었던 것일까? 이래저래 충고하는 내용이 점점 심상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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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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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람들은 많은 길을 가야 한다.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어리석은 일을 겪어야 하며, 나무와 송진 냄새가 나는 목재 옆에 있는 자신으로 돌아가려면 삶의 한 조각을 각혈해 뱉어 내야 한다.

떠나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여정. 인생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無에서 와서 無로 돌아가는 돌고 돌아 가는 길.
결과만 두고 본다면 최종 목적지는 죽음이겠지만 인생의 목적을 죽음에 두지는 않으니, 때로는 과정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한다.
걸어온 많은 길 중에서 얼마나 배우고 얼마나 어리석은 일들을 겪어왔을까? 삶의 한 조각을 각혈해 뱉어내야 한다는 말이 비수에 베인 듯 아프다. 아직 길은 끝나지 않았다. 어리석은 실수를 통해 배워나가는 과정이 매순간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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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27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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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그이에게 물어봤어. 내가 잘못 한 게 있으면 서슴없이 말해 달라고, 고칠 수 있는 결점이라면 고치겠다고. 그랬더니 그이는, 당신에게는 결점 같은 건 없다, 결점은 자기한테 있다, 라고 했어.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갑갑해져 온다. 누구보다도 가까워야할 부부사이, 그래서 법으로도 무촌인 부부.
배우자에게 분명히 깊은 근심이 있음을 느끼고는 있지만 아무 것도 말해줄 것이 없다는 상대에게 섭섭함을 넘은 원망이 생길 것도 같다. 추측으로만 서로를 파악하고 판단해야 한다면 부부로 살아간다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숨기고 말해주지 않는 이유가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것임을 또한 알지만 그렇게 세상 근심 다 짊어진 분위기로 무거운 존재감을 나타낸다면 이미 걱정을 끼치고 있는 것이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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