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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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도원.호계.재인.
남모를 사연 하나씩을 품고 있을 것 같은 네 남녀의 사랑과 사랑을 담지 않은 연애에 관한 소설이다.
연애 소설이라 하니 통속적이고 유치하리라는 선입견이 끼어들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 장까지 천천히 집중하며 읽어내려간 것은 그들의 내면이었다.

《13.그렇게 애정을 쏟았는데 돌아오는 건 도리어 상처와 아픔이라니. 그때 느낀 감정은 어른의 언어로는 배신감이었다. 너무 날카롭고 아름다운 건 결국 속성을 뒤바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걸까.》
도원에게 다가서고 싶은 예진, 그녀와 평행선을 걷고 싶은 도원. 서로를 마음에 담고도 한템포씩 삐그덕 거리는 타이밍의 도원과 재인. 밝음으로 우울과 불면을 가리는 예진과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지향하는 호계. 이들이 가면을 쓰고 외로움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나를 포함한 누구의 이야기라도 될 수 있었다.

《79. 외롭다. 이 감정은 내 안에 있는 것.
그런데 왜 밖에서만 답을 찾으려 할까.》
어디 외로움 뿐이랴. 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의 원인을 밖에서 찾으려 하고 해결도 밖에서만 찾으려 하니 답이 나오질 않지. 숱한 방황이 되기도 하고.


심심함과 외로움의 차이. 사전 속 의미는 알고 있지만 자신에게 닿아있는 이 두 단어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심심함을 외로움으로 착각해서 하게 되는 사랑이나 결혼은 외로움의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더 깊은 외로움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내 감정을 좋아하며 즐기는지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 혹은 알지만 경험해보지 못하는 슬픔.


《161.여기서 정작 중요한 건 다른 게 아닐까? 이 질문이 너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 자체에 주목해봐.같은 고민을 계속 안고 있다는 건, 이미 네가 결론을 알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니까.》
때로는 답을 몰라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답이 마음에 들지 않아 괴로운 것이다.


《207.오빠가 좋은 사람이든 아니든 그건 오빠 판단이지 제 판단이 아니고요. 오빠 좋아하는 마음은 내 껀데 그 마음까지 오빠 마음대로 비난하지 마시라고요.》
오! 진짜?
그 마음은 네꺼라고? 그 감정을 보여주고 들이대며 부담주면 그건 온전히 네것만이 아니란다.


《231. 이제 재인의 세계에는 엄마도 현조씨도 호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호계를 생각하면 도원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한쪽 가슴이 아리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한때 소중하고 가까웠던 것들은 다 사라졌다. 재인은 그녀가 늘 실패하던 것에 성공했다. 연결되지 않고 끊어내는 것을. 그러므로 그녀는 이제 백지처럼 결백한 영혼을 지닌 새 사람이다.》
돌아보게 된다.
아파서, 귀찮아서 혹은 그냥 싫어서 쉽게 버리고 끊어낸 것들에 대해서.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소설에서 나는 사랑보다는 인생을 보았다. 날마다 되풀이 되는 일상의 오가는 곳이 일정한 패턴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에 많은 사람을 만나며 인연이 되기도 하고 악연이 되기도 하고 지나치기도 억지로 지나쳐보내기도 하면서 써내려가는 인생.


《264.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또 나는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찬란한 빛을 뿜어내게 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빛내주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출판사의 지원을 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된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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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 모든 것이 가능한 나는 누구인가?
김선중 지음 / 원너스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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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개조해 보겠다고 무척이나 많은 자기계발서들을 읽어왔다.
자신을 계발시켜야 한다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일관된 주장 속에서 내 위치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며 위로 오르는 것만이 계발이고 성공이라는 내용이 주류였다.
한결같은 목소리로 나에게 상처를 준 이들을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대목에선 전력질주를 하다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 같은 당혹감에 요즘은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가 주는 메세지는 이전의 책들과는 다르다. 나보다 높은 곳을 보고 달려가는 것이 아닌 '나를 직시하고 인정하라','처음의 내가 완벽한 나이다'라고 말한다.
'나'를 발견한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나'에 대해 말해보라면 누구의 아내이고,딸이며,엄마이자 이러이러한 일들을 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한다. 이 답에 과연 '내'가 있을까?
'내'가 없이 이루는 많은 것(꿈,돈 등)들은 의미없이 어느 순간 덧없이 느껴지기 쉽고 허무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를 알게 되고 찾아서 발견하게 된다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소한 것들이 의미를 갖게 된다. 그 안에서 행복한 것은 당연할 것이다.
나를 발견한다는 것은 모든 일의 시작이며 중요한 첫걸음임을 알겠다.

《68.온전한 내 존재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그러한 내 존재를 부정하게 만든 과거의 패턴을 발견해야 했다. 지금의 삶은 과거의 내 삶이 가져다준 결과다. 과거에 내가 쓴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왜 그런 이야기를 쓰게 되었는가? 이것을 발견해야 하고,발견했다면 더 이상 그 패턴으로 살지 않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

《73.중요한 것은 당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그 힘으로, 앞으로는 다른 선택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선택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을 함으로써 실현된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일어난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우리의 해석이라는 에픽테토스의 말처럼 일어난 '사실'보다는 의도와는 다른 해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진실에 눈을 감고 일어난 대부분의 모든 원인을 남탓을 하며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어 스스로에게 보내는 자기연민에 빠져 사실을 진실되게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다.

셀리의 법칙은 인과의 법칙이 적용된다.
나의 생각은 행동을 낳게 되고 반드시 결과가 따라온다.
반대로 머피는 무관심한 상태가 베이스가 되어 과거로 부터 이어진 현재가 아닌 그냥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만 매몰되어 늘 부족한 결핍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만 집중하고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명심해라. 오늘의 나는 과거의 내가 만들어온 이야기와 선택의 결과라는 것을!

셀리는 '문제있는 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원래 온전한 나'를 견지하는 과정에서 온전한 나를 가로막고 있는 이야기를 발견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면 '질병으로 아픈 현재의 나'가 아닌 '원래의 건강한 나'를 찾아가기 위해 질병을 제거해 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시크릿>이 이러한 긍정의 메세지를 우주로 보낸다면 <셀리>는 긍정의 답을 이미 내 안에 있는 내게서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로 일어난 일'과 그로 인해 나의 주관적 해석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구별해 내야 한다.
그래야만 셀리의 도구인 감사와 용서구함이 진심이 될것이다.

용서는 해주는 것이 아니라 구한다는 말, 셀리도구를 장착한다는 말은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으로는 안된다.
아직도 내가 가야 할 길이 먼 것이겠지.
사랑은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는것.
사랑의 대상을 '누구나'로 하지 못하는 것도 아직은 나의 한계.



※이 서평은 출판사의 협찬을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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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 책 읽어드립니다,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김구 지음 / 스타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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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서를 대신하여 쓴 글이라 하시니 시작부터 먹먹하다.
자식에게 남길 말을 얼굴을 보고 하지 못하고 글로 남겨야 할 그 심중에는 한 나라의 정신적 지도자이기 전에 부모로서의 미안함도 계셨으리라.
유서를 대신하여 남긴 상권은 지나온 과거를 돌이켜보며 혹여라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을지도 모를 아들을 위한 글로 시작되었으나  뒤로 갈수록 독립운동의 산기록이 되었다.


과거를 치르며 느낀 세상의 부조리함.
동학 입교 후 최연소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연비를 가진 접주가 되며 동학을 탄압하는 양반과 관리에 대항하여 치른 거사에서 선봉에 서며 인정도 받았지만 같은 동학 내에서의 질투와 모략으로 아끼던 이종선을 잃었다.
안중근의 부친인 진사 안태훈과는 동학군과 이를 토벌하기 위한 적군으로 만났으나 서로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피차 어려운 지경에는 서로 도울 것이라는 인연을 만들었다.그의 도움으로 청계동에 머물며 고선생을 만나 세상사와 학문을 논하는 사이가 되었다. 

청나라의 사정도 알아보고  훗날의 기회를 위해 그 나라 인물과 교의도 맺을겸 청으로 떠난다.
서옥생의 아들과 의형제를 맺게 되고 김이언의 의병에 합세하여 강계성을 습격하지만 김이언의 고집대로 하다가 일은 실패로 돌아갔다. 일을 도모하고 실행하는데 있어서 장수의 지략과 계획이 처음 세운 뜻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돌아온 고국은 단발령이 시행되고 있었고 친일파와 친러파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었다.
고선생은 김구(창수)를 손주사위로 삼고 싶어했지만 김치경의 방해로 성사되지 못하고 김구는 서옥생의 아들을 만나러 방랑길을 떠났지만,삼남 곳곳의 의병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시세를 관망하여 새로 거처를 정하기로 생각하고 발길을 돌렸다.
대동강에서 빙산을 만나 고비를 맞았지만 힘으로 빙산을 떠밀고 위기를 넘겼다. 포구에 내려 배주인 집에서 한복으로 위장한 일본 중위 쓰지다를 죽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석 달후 일본 중사를 죽인 죄로 투옥된다.
왜놈이 지켜보는 경무청에서 신문을  받으면서도 당당하셨다.
"나는 국모 폐하의 원수를 갚으려고 왜놈 원수 한 명을 때려죽인 일은 있으나, 재물을 강탈한 일은 없소."
경무관 김윤정을 비롯하여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그에게 감동하고 많은 이들이 면회하러 왔다.
감옥안에서도 책을 가까이하며 서양문물과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고 가르치는 것임을 깨달아 옥중에서 죄수들을 상대로 가르치기도 하였다.
사형집행을 몇시간 앞두고 기적처럼 사형을 면했지만, 김주경이 앞장선 석방 송사는 매번 고배를 마시며 끝내 탈옥을 결심하게 된다.
감옥에 들어온 지 2년 만에 감옥을 나오게 된다.

탈옥한 창수는 방랑을 하게 된다.
거지처럼 걸식도 하게 되고 고생을 하지만 고마운 이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충청도 계룡산 동학사에서  만난 홀아비와 중이 되기로 약속하고 마곡사에서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입적하게 되었다.
반년의 세월이 흐르고 부모님과 자신으로 인해 집과 몸을 망쳐버린 김주경의 소식과 안진사도 생각나 보경당의 허락을 얻어 절을 나온다. 길에서 만난 혜정이란 중에게 부모님께 자신의 안부를 전해달라 부탁을 하고 혜정을 뒤쫒은 부모님과 재회를 하였다.
인재는 인재를 알아보는 걸까?
최재학의 소개로 영천암 지주가 되어 부모님과 정착하지만 불심으로 입적한 그가 아니었기에 환속은 정해진 일일지도 몰랐다.
김경득을 찾아갔지만 그는 만나지 못하고 창수를 찾으러 온 이춘백을 따라 유인무를 만나러 가게 되고,그 곳에서 박태경,이천경,이시발,성태영 등 그들의 동지를 만나며 이름을 김구로 개명하고 신분을 세탁하게 된다.
우리가 아는 김구선생으로의 탄생이다.

유인무의 집에서 머물며 지내던 어느 날 꿈에 아버지를 보았다.
흉몽이라 여긴 김구는 급히 집에 내려가며 고선생을 뵈었는데 그것이 고선생을 살아계실적 뵌 마지막이었다.
집에 도착하여 병세가 위중한 아버지를 뵙고  할고를 하며 시중을 들지만 14일째 되던날 운명하셨다.
아버지 상 중에 여옥이라는 처녀와 약혼을 했지만 1년후 약혼녀가 병사하게 된다.
그의 나이 스물 여덟,고비고비 굴곡도 많은 인생이다.
여러번의  탈많던 약혼끝에 최준례와 혼인을 하였다.

김구가 왜인을 죽인것으로 투옥되었을 당시 그를 위해 가산을 탕진했던 김주경은 몸을 숨긴 후에 붓장사로 큰 돈을 모았으나 객사하고, 묵고 있던 주막집 주인이 그 돈을 다 먹어버려 김주경의 유족에게는 한푼도 전해주지 않았다.
돈앞에 양심 잃은 자. 그때나 지금이나.
을사년에 을사늑약이 체결되었다.
이에 사방에서  의병을 일으키고 상소를 올리는 등 항일투쟁이 일어났다.
김구선생과 동지들은 전국에 흩어진 교육사업에 힘을 쓰기로 하였다.
환등회를 열어 연설을 하다가 잡혀가 감옥에 수감되셨는데,안중근의 이등박문 사건과 연관지으려는 것이었다.
이완용을 죽이려던 이재명을 만나지만 젊은 혈기로 치부해버린 일을 후회한다.
깨달은 지사들이 한데 뭉쳐 동포들을 깨우쳐서 기울어진 국운을 되살리려는 큰 비밀운동이 일어났다.바로 신민회였다.

미국에서 돌아온 안창호 선생은 대성학교를 세웠다.
청년교육에 힘쓰며 신민회를 조직하여 훈련 지도를 했다. 합병 후 블라디보스톡으로 건너 가시고 동지들이 뒤를 이었다.
양기탁의 집에  비밀리에 모여 각 도 대표를 선정하여 무관학교를 창설하기로 하였다. 자금의 조달을 위해 김홍량은 가산을 팔았다.이런 의지와 결심을 가졌던 그가 여러 독립투사들과 함께 투옥후 모진 고문 끝에 자백을 한 일은 안타깝지만 고문의 강도가 어떠했을지는 상상조차 어렵다.

《215.나는 생각했다.평시에 나라를 위해 십분 정성과 힘을 쓰지 못한 죄로 이 벌을 받는 것이라고.》
《217.처음에 내 성명을 묻던 왜놈이 밤이 새도록 쉬지 않는 것을 보고, 나는 그놈들이 어떻게 제 나라의 일에 충성하고 있는가를 보았다.왜놈들은 이미 먹은 나라를 삭히려고 밤을 새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내 나라를 찾으려는 일로 몇 번이나 밤을 새웠던가를 생각하니 부끄러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고문을 받는 와중에도 김구 선생의 절절한 애국심이 느껴진다.
심문을 하러 온 와타나베는 김구가 예전에 왜인을 죽인 김창수임을 알아보지 못했다. 왜놈의 경찰에서 형사질을 하는 한인들은 그런 이력을 알면서도 고하지 않았다. 나라는 망했어도 민족성은 망하지 않았다고 기뻐하셨다는 대목에선 정확히 표현하기 힘든 분노가 일었다.
민족성이라기보다는 최소한의 양심이었겠지.

감옥에서 삼남의 불한당 괴수라 불리는 김진사라는 사람을 알게 되어 도적떼의 지휘계통과 명령을 내리는 기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조직이 탄탄하지 못해 발각이 잘 되고 처음 의지와 다르게 고문 도중 변절자가 많았던 초기 독립운동단체는 이후에 달라진다.
지금의 환율로도 어마어마한 현상금에도 절대 잡히지 않던 김구선생은 애국지사들의 도움도 컸지만 조직을 재정비한 이때의 도움이 꽤 컸으리라고 본다.

17년 형을 언도 받고 몇차례의 감형후 5년의 옥중생활을 마치고 가출옥되어 집으로 갔지만 7살의 어린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숙부를 뵈러 가고도 싶었지만 헌병대에 허가 받기가 싫었던 김구는 만기가 되기를 기다렸다. 만기후 며칠 출타중 준영 숙부가 다녀가셨으나 만나지 못하고 부고를 듣게 되었다.
동산평으로 가 학교를 세우고 학부형이 아니면 소작을 불허하는 법을 만들었다.
(교육의 중요성을 일찍 아시고 행동 할 수 있도록 만든 그 시대의 일종의 넛지. 뭘 좀 아시는 김구 선생님)
그 무렵 만세 운동이 일어 났고  상해로 떠날 결심을 하셨다.
상해에서 임시정부가 조직되고 경무국장을 맡으셨다.
김구 선생이 본국을 떠난 후에야 김구가 왜인을 죽인 김창수였음이 드러난다.사건 발생 24년만 이었다.

중국 본토의  한인 각당 각파와 미주와 하와이에 있는 동포들이 상해 임시정부를 추대하며 독립자금과 함께 기대와 응원으로 힘을 실어 주었다. 또한 외교적인 노력으로 외교위원부를 설치 하는 등 미국과 중국의 인정을 받았다.
프랑스 조계 생활 14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왜인 앞잡이로 사는 한인들도 많았지만 그들 중에서도 몰래 임시정부의 일을 돕는 자들도 있었고,독립 운동으로 길을 바꾼 이들도 있었다.
반면 독립운동을 위해 상해로 왔지만 변절한 이들도 있었다.우리가 영화로 본 <밀정>의 스토리가 낯설지 않다.
그러나 한마음 한 뜻은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쉽지는 않았다.
이념이 파고들어 공산주의를 따르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 안에서도 세 파로 분립이 되었다.(이동휘의 상해파,안병찬과 여운형우 이르쿠츠크파,후쿠모토의 지도를 받은 김준연의 엠 엘당파) 그 외에도 무정부당 '아나키스트'의 활동도 있었다.
혼란의 시기였다. 한국독립당이 조직되었으나 독립운동가들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서 동포들에게 귀찮음을 준 것에 대한 책임인지 국제정세는 냉담해져 갔고,왜놈에게 투항하는 자들도 생기면서 만주의 운동근거는 취약해져 갔다.

만주의  운동근거가 취약해지더니 일본이 만주를 점령하여 만주국을 만들었다. 정의부,신민부,참의부가 합하여 새로운 '정의부'가 된 뒤로 임시정부와 관계를 끊더니 서로 제 살을 깎는 비극을 연출하였다.
이런 것을 어부지리라 할까? 공산주의로 인한 분열은 일본의 이득이 되었다.
임시정부도 한국독립당 하나로 껍데기만 유지할 뿐이었다.
지식층의 변절과 체포,생활고로 독립운동가들의 수는 줄어들었다. 본국과 만주와는 연락이 끊긴 상태라 미주와 하와이 동포들에게 기댈 수 밖에 없었다.
이봉창과 같은 뜻있는 이들이 찾아왔으나 독립운동을 하더라도 스스로 가진 돈이 있어야만 했다.
동경으로 일왕암살을 위해 떠나는 이봉창.
《313."저는 영원한 쾌락을 누리고자 이 길을 떠나는 것입니다.그러니 우리 두 사람이 기쁜 얼굴로 사진을 찍읍시다"》
우리가 지금 보는 독립운동가들의 사진에서 그들이 웃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평소에는 누더기같은 옷을 입더라도 사진을 찍는 날은 최고로 좋은 옷을 입었다는 이유도 언젠가 본 다큐멘터리를 보고 알았다.
독립된 나라에서 살게 될 후손들이 자신들을 고생에 찌든 이들이 아니라 한 나라를 대표하는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독립군으로 기억하길 바라셨다는.
침체된 독립운동의 분위기의 반전을 위한 극단의 선택이었던 이봉창의 동경사건은 우리에게 적대적이던 중국의 분위기를 돌려놓았고 몇몇 열혈 청년들이 찾아오도록 했다.
그 중 한사람. 윤봉길!
홍구공원에서의 물통폭탄은 안창호와 여러 애국지사의 체포로 이어지며 김구선생의 긴 도피생활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피신생활 중에 신분을 숨기기 위해 뱃사공 주애보와 혼인을 했다.
장개석과 만나 지원금을 받고 무관 양성을 위한 군관 학교를 세웠지만 1기생이 졸업하고는 일본의 항의로 폐쇄되었다.
의열단,신한독립당,조선혁명당,한국독립당,미주 대한인 독립당이 통일되어 조선민족혁명당이 되었다.
임시정부의 국무위원이던 7명 중 5명이 이곳에 심취하여 빠져서 국무회의를 열 수도 없는 무정부 상태가 되었다.
그 후에도 당은 해체되고 다시 결성되기를 반복하였다. 이런 분열의 원인은 의열단 분자가 민족운동의 가면을 쓰고 속으로는 공산주의 활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민족혁명당이 분열되는 반면 민족주의자들의 결합은 모든 애국 단체들이 연결되어 임시정부를 지지하고 힘을 실어 주었다.
조선혁명당,한국독립당,한국국민당의 통일문제를 협의하기위한 자리에서 암살시도를 받으시고 겨우 살아나셨다.
일본인들의 암살시도가 아닌 독립운동을 하는 동포안에서의 저격사건이라 더욱 통탄할 일이다.
이념이 무엇이기에, 뜻을 하나로 모아 힘을 모으는 것이 독립운동만큼이나 힘겨운 일이 되어버렸다.

독립당과 임시정부,광복군의 일체 비용은 미주,멕시코,하와이의 동포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썼다.
광복군은 창설되었으나 인원이 많지 않았다.그러던 중 50여명의 청년들이 가슴에 태극기를 붙이고 임시정부 정청으로 애국가를 부르며 들어온 사건이 있었다.학병으로 일본군대에 편입되었다가 목숨을  걸고 탈주한 우리의 대학생들 이었다.
이 대목은 시대를 초월한 감동이었다.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미군과 광복군이 비밀훈련을 함께 실시하게 되었다.
왜적이 항복했다는 말에 김구선생은 기쁨보다 걱정과 안타까움이 앞섰다.
《373.그보다도 걱정되는 것은 우리가 이번 전쟁에 한 일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국제간에 발언권이 빈약하리라는 것이었다.》
임시정부로는 입국을 할 수 없어 개인의 자격으로 고국으로 돌아왔다.목숨을 걸고 싸워왔는데 미국의 허락이 필요했다.
힘없는 나라의 국민된 슬픔이다.
독립운동을 지원했던 해외동포들의 생활도 비참하긴 마찬가지였다.그야말로 피땀으로 이뤄낸 민족의 승리이고 해방이다.

지금까지도 민족의 정신적 지도자로 기억되는 김구선생님이 동족간 이데올로기에 운명을 달리하셨다는게 안타깝다.
《255."우리나라가 독립하여 정부가 생기거든 그 집의 뜰을 쓸고 유리창을 닦는 일을 해보고 죽게 하소서"》

<이 서평은 출판사의 지원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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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살인법
저우둥 지음, 이연희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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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살인에 약혼녀와 뱃속의 아이를 잃게 된 위윈즈.
5년 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초등생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너무 어이없게 잡혀버린 살인자는 공짜밥이 먹고 싶어 그랬다는 둥,차라리 사형을 시켜달라는 둥 제대로 된 답변을 주지 못하는 정신이상자였다.
살인의 이유를 연구해 보고싶다며 찾아온 상담심리사의 끈질긴 제안으로 윈즈는 변호를 맡게 된다.
살인의 동기를 연구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100가지 사건에 동기는 100가지 이기 마련이다.개인의 범죄 동기를 연구하면 범죄 예방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일까? 살인의 동기를 알면 과연 재발을 막을 수 있을까?

재판이 진행되며 1차,2차에 걸쳐 진행된 정신감정결과가 화두에 오른다.
정신감정의 결과, 정신이상이 진단되면 처벌이 아닌 치료를 받는다? 언뜻보면 인도주의적 결론이라고 볼 수 있지만 주위를 둘러보라.나와 당신 주위에 완벽한 정상은 얼마나 되는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거의 모두 경증의 우울증이나 우울감을 앓고 있다. 도덕과 선악의 구분을 궤변을 통해 모호하게 경계를 허물며 정신이상이라는 병명뒤에 숨는다면 정의는 과연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걸까.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심신미약의 이유로 감형되고, 재범의 우려가 없다하여 집행유예로 풀려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례를 우리는 현실에서도 드물지 않게 봐왔다.

살인을 저지른 천원칭의 불우한 성장배경을 알게되며 윈즈는 원칭이 사형받기보다는 살아남아 치료받고 제정신이 돌아왔을때 진심으로 참회하고 피해자의 가족에게 사과하기를 바란다.
개인의 아픔이,질병이 범죄로 이어진다면 그를 동정해야 할것인가.개인사에 아픔이 없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부모에게 학대받고 방치되어 자라 온 원칭.
그의 살인의 원죄가 그의 부모로부터 시작되었다면 그의 부모가 그렇게 된것은 누구에게 원인을 찾을 것인가.
범죄에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동정과 연민과는 별개로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본다.
일어난 일을 주워 담을 수는 없기에.

중증도의 정신질환자 범죄의 경우는 선악의 정의 자체가 없어보이기에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고 보지만 어디까지를 중증도의 질환이라고 구분할 것인가.원칭과 같이 의사소통마저 힘든 경우를 예외로 둔다면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니 쉽지 않은 딜레마다.
치료가 불가능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과 조두순,박사방의 조주빈과 그외 관련자들에게도 어릴적 트라우마를 정신질환으로 보고 처벌보다 치료를 해야 한다면?
피해자의 억울함과 정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닌 제3자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방관하는 삶을 살게 될까? 잠재적 피해자가 되는 공포에 놓이게 될것이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전세계는 잠재적 감염자의 공포에 떨고있다. 확진임을 알면서도 숨기고 활보하고 다닌 이들에게 모두 한 목소리로 말하지 않는가? 그런 사람들은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미스테리물임에도 범인을 처음부터 노출시켜 긴장감이 없을 줄 알았는데 역시 반전을 주는 센스.윈즈의 강력한 조력자 비서인 사야의 정체!

죄책감은 죄를 지은 자가 아니라 양심이 있는 자들의 것이라는 아이러니한 슬픈 현실.그것이 피해자와 그 가족일지라도.
피해자가 주지 않는 용서를 신의 이름으로 받았다는 가해자들.
참회도 없고 반성도 사과도 없는데 용서를 강요받는 피해자들.우리의 위안부 할머니들처럼.

무차별 살인은 이유없는 살인이 아니다.그 이유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일 뿐이다.
그럴수도 있지만,그래서는 안되는 것 사이의 경계는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 때론 매정해 보이는 법일지라도.
인간성을 잃은 자들에게서 인간성을 가진 자들이 보호받을 권리!
피해자의 인권은 없지만 가해자의 인권은 있는 지금. 여기.

차원이 다른 미스테리물을 만났다.
사회고발 미스테리 무차별 살인법.



※이 서평은 리딩투데이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의 지원을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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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웃는 숙녀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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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비웃는 숙녀를 잇는 후속편인 <다시 비웃는 숙녀>.
사실 전작을 읽지 않고 만난 시리즈이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다음 후속편을 기다리게 되었다.
현대문학,그 중에서도 추리소설은 어릴적 읽었던 홈즈와 루팡시리즈를 제외하고는 크게 흥미가 없었는데 몇년전 읽었던 다른 작가의 미스테리물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마땅히 죄의 심판을 받아 처벌받았어야 할 죄인을 처단하는 대목은 통쾌함이 있었지만,그 과정에서 그의 수족을 잘라낸다는 명분으로 제거 되어지는 부수적인 또 다른 범죄들.
정치,종교,불륜,탐욕.
스스로의 욕망에 눈 먼 그 수족들 또한 자승자박되어 자기 꾐에 자기가 빠져 그리된 것이지만 그 끝이 모두 꼭 죽음이어야만 했을까.

다른 추리물들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탐정이나 형사들이 범인을 추리해 나가며 범위를 좁혀오는 구조이지만 여기서는 경찰의 활약이 거의 보이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더 깊이 몰입하여 스스로 추리하게 만든다.
각 쳅터는 각각의 사건처럼 보이는 옴니버스 구성이지만 최종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법망을 교묘히 피한 악인을 처단한다는 면에선 성녀이지만 정의감이 아닌 타인의 마음을 조종해 상대를 끌어내리거나 죽이는 것을 즐기는 본능만을 가졌다는 점에서는 악녀라고 불리울만 하다.

추리소설을 즐기는 독자들이라면 전작에서 죽은 이가 '가모우 미치루'가 아닌 '노노미야 쿄코'인것 쯤은 단박에 알것이다.
단지 가족의 복수가 목적이었던 가엾은 두 목숨마저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엔딩은 슬펐지만, 반전에 반전을 주는 재미 <다시 비웃는 숙녀>이다.
다음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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