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비늘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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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비늘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펴냄)





끝이 없는 인간의 욕망은 금기를 넘어서는 어리석음을 보였다.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모르고 '조금 더, 조금만 더' 내딛는 탐욕은 결국 가진 것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이 책  <소금비늘>은 말해주고 싶었던 걸까?
용보는 가족을 위해서 였다고 탐욕의 이유를 대보지만 결국 그 탐욕에 가장 아팠던 건 가족이었다.
친구 엄마의 썩지 않은 시체를 욕망의 도구로 본 중산과 태어날 조카를 위해 소금비늘을 훔친 동일, 그리고 십 여년이란 긴 세월을 인내하며 때를 기다려온 준호. 모두 욕망으로 파멸했다.
본성을 거슬러 인간이 되고 싶었던 백어들도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토륵 인간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인간이 되고 싶어서 바다에서 구한 남자를 뭍으로 돌려 보낼때 따라 나와 함께 산다는 백어.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이름없이 죽은 전처의 이름으로 살다 간 순화의 어머니도 백어였다.

《13. 남정심은 가족을 얻기 위해 소중한 것을  버렸고 많은 것을 숨겼다. 그녀는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선택이 헛되지 않았음을 믿으려 했다.》

소금비늘을 훔친 도둑을 죽여야만 하는 본능을 가진 백어는 고향인 바다의 그리움을 평생 안고 살면서도 인간이 되고 싶은 꿈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순화의 어머니 남정심의 죽음이 더 슬픈지도 모르겠다. 남편으로 살아온 남자를 죽일 수 없기에 차라리 그 손에 죽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진실은 죽어서야 백어로 돌아간 그녀만이 알겠지.



마리. 한 마리. 뭍으로 올라와 펄떡거리는 백어를 본 준호에게 한마리라 불리운 것을 이름으로 삼았다. 그녀는 무심코 소금비늘을 집어간 친구를 십대에 죽이게 되는 첫 살인의 아픈 기억과 후회로 본능을 거슬러 보려 한다.살인을 피하고자 소금비늘 도둑인 남편으로부터 도망친다. 그녀의 얘기들을 한번이라도 진심으로 믿고 귀 기울여 주었다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106.
당연한 이야기는 누구라도 믿어. 진짜 믿는다는 것은 그 이야기가 설사 믿을 수 없는 이야기처럼 보일지라도 믿는거야》



순화와 마리는 첫눈에 동족의 피를 알아본다.
인간이고 싶어 했던 엄마의 비극적인 죽음에 알 수 없는 그리움으로 커 온 순화와 인간이고 싶었지만 따라 나온 남자의 여자가 될 수 없었던 마리.
타인의 욕망으로 비극은 그들의 것이 되었다.
나중에서야 용보는 깨닫는다.
마리가 떠난 것은 그를 용서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딸'섬'을 위해서라는 것을.

《45.
동화는 말이야.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로 끝나야 해.거기서부터 시작되는 다음 이야기는 어림없는 어른들의 이야기니까. 진짜 현실이지.》


누군가에게는 빛을 담은 아름다운 그림이 되고, 누군가에는 욕망에 이르는 열쇠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살인의 도구가 되는 <소금비늘>.
아무도 행복하게 끝나지 않은 이유가 '어림없는 어른들의 진짜 현실'이기 때문이었을까?
인간이 되고 싶었던 백어들과 탐욕에 눈먼 인간들의 선택은 그 결과 또한 고스란히 자신들의 몫이었다.
욕망 자체가 현실일까, 욕망에 이길 수 없는 한계가 현실일까...

​※출판사의 지원을 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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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0주년 개정증보판)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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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카 (지음) |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펴냄)




일상 깊이 파고든 인터넷은 이제 굳이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휴대폰으로 얼마든지 접속 가능하며 나 스스로가 접속을 하지 않아도 알람을 띄워 내게 알려주는 친절함까지 장착하고 있다. 가입해 놓은 사이트에서의 생일 축하 알람이라든지 자연재해 경고 알람이든지의 형태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친숙해져 있다.나의 취향까지도 맞춰 음악을 골라 추천해 주기도 하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SNS의 추천 친구로 띄우는 알고리즘은 놀랍기까지 하다.  별다른 인지없이 편리함이라고만 치부해 온 것들에 대해 이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돌아보게 만들었다.

​《236. 지식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우리가 어떤 주제에 대해 직접 아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련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인터넷이 축소시키고 있는 것은 첫 번째 종류의 지식이다. 우리가 스스로 깊이 아는 능력, 우리의 사고 안에서 독창적인 지식이 피어오르게 하며 풍부하고 색다른 일련의 연관 관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바로 그 능력 말이다.》

인터넷은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었지만 사고의 깊이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면 어떠할까?
쏟아지는 정보의 과부하 속에서 '빨리 많은'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대충 훓어보고 건너뛰는 읽기를 하고 있다.
종이책 대신 스크린을 통한 읽기를 하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지만 구글로 대표되는 인터넷의 검색 알고리즘은 정보의 깊이보다는 최신정보와 최다 검색정보를 보여줄 뿐이다.
TV를 바보 상자라 부르던 시대가 반세기도 지나지 않았다. 보여주는 것만을 여과없이 받아들인다는 이유였지만 인터넷의 정보도 깊이 없이 단편적 발췌가 많다는 점을 든다면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p.114 인쇄된 책을 읽는 행위는 독자들이 저자의 글에서 지식을 얻기 때문만이 아니라 책 속의 글들이 독자의 사고 영역에서 동요를 일으키기 때문에 유익하다. 깊이 읽을수록 더 깊이 생각한다.》

전자책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종이책이 사라질거라 추측했다. 전자책은 단지 눈으로 읽을 뿐이지만 종이책은 눈과 더불어 촉각이 함께 하는 독서다. 읽은 페이지를 넘겨가며 읽은 페이지가 두꺼워져가는, 그래서 내가 얼만큼 읽었는지를 시각으로 다시 한번 더 인지하게 되는 그런 독서다.
전자책은 독서에만 집중하도록 하지 않고 여러작업을 동시에 하게 하는 유혹이 있다. 검색과 이메일 확인 등, 이른바 '멀티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람들을 '멀티 플레이어'라 칭하며 능력 아닌 능력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는 이런 멀티 태스킹을 주변 자극에 쉽게 산만해지고 집중력 유지 능력에서도 뒤떨어지며 작업 기억내용에 대한 제어도 뒤떨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지식을 직접 아는 것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그 지식을 빨리 검색해볼 수 있게 되면서 생각의 깊이에 대한 성찰도 많이 사라진것 같다.


생각을 글로 적고 그것들을 읽는 데 익숙해지면서 점차 기억력에는 덜 의존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모든 것을 기억할 필요없이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책은 기억의 보조 역할을 넘어, 읽으면서 자신만의 관점과 개성이 더해져 창의성과 판단이 요구되는 '완전한 사고'를 하도록 한다. 인터넷은 기억의 보조 수단이 아닌, 정보의 저장이나 기억에 더 이상 뇌를 필요로 하지 않는 대체물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의 뇌는 망각에 익숙해지고 기억에는 미숙해졌다. 깊이 있는 사고로 이어지지 못하는 안타까운 이유다.
반복되는 기억은 굳히기의 효과가 있다. 우리는 이것을 '학습되다'라고 말한다. 단순하고 단편적인 정보의 검색이 학습으로 이어지지 않는 또 하나의 안타까운 이유이기도 하다. 

​발전된 기술로 인공지능과의 대화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지만 정작 인간들은 새로운 기술에 의존도를 높이며 사고능력이 퇴화되어가는 아이러니를 보이고 있다.

10년전 <생각하지않는사람들>의 초판에서 경고했던 위험성들은 상황적 근거만 존재했지만 그동안의 경험들과 실험들은 그러한 경고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의 접속이 용이해지면서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은 기억뿐일까?


※출판사의 지원을 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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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 - 현실 편 : 철학 / 과학 / 예술 / 종교 / 신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2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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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
채사장 (지음) | 웨일북 (펴냄)



​<지대넓얕>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우며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채사장의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1권에 이어 2권도 만났다.
1권이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를 아우르는 현실에 대한 방대한 지식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면 2권은 현실 너머의 철학,과학,예술,종교,신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는 지식 여행서이다.
역사,경제,정치,사회가 결국은 하나의 커다란 바퀴에서 서로 영향을 미치며 굴러가는 것처럼 철학,과학,예술,종교,신비는 절대주의와 상대주의라는 두개의 큰 축으로 나뉘고 혹은 오가며 역사와 함께 이어져 왔다.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학자들이 철학자이자 과학자였던 이유를 부끄럽게도 채사장의 글로 알게 되었다. 그들의 깊고 넓은 지식이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많은 학설들을 만들고 이끌어 왔다고 막연히 생각해 왔는데, 사실 고대의 과학과 철학은 구분자체가 없었던 것이었다. 관찰과 실험이 없는 시대에서 오직 생각과 철학적 질문만으로 과학을 증명하려 했기 때문이다.
보통 수학과 과학을 별개의 학문으로 취급하지만 사실 수학은 과학에서 파생된 학문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과학을 증명하기 위해 수학이 생겨난게 아닐까?


철학은 자연스럽게 종교와 연결된다.
'좋음과 나쁨'이 '선과악'을 만나면서 그리스도교는 겸손,근면,친절,순종,질서에의 순종을 강조한 노예의 도덕(원한의 도덕)을 기반으로 하여,노예의 도덕이 '선'이 되고 주인의 도덕이 진취성,확실성,결단력,창조력이 '악'이 되는가치 전도의 상황이 발생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진리'찾기는 예술에서도 여러 사조를 탄생시키고 거치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대상을 제거한 작품과 작가의 행위를 작품에 끌어들이는데까지 도달했다.
아름다움과 사실적 묘사, 둘 중 어느 것을 진리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까.


삶과 죽음은 인간이 진리를 추구하면서 만나게 되는 가장 큰 난제가 아닐까 한다. 특히나 삶은 주관적 경험으로 채워지고 그로 인한 가치관은 개인차가 더 클 수 밖에 없다. 현재의 순간 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면서 인생이 알차고 아름다우리란 기대는 가질 수 없다. 죽음을 끝이라고 보는 시각과 지속,반복으로 보는 관점에 따라 종교의 유무도 개인의 선택이다.
소수의 비틀린 편협한 종교관이 다수에게 고통이 되는 사례들이 충격적일 때가 많다. 진리를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에 좀 더 충실한 자세가 종교에 혹은 종교인에게 필요해 보이는 현실이다.


대화를 위해 이러한 것들을 꼭 알아야 하는지, 지금까지 모르고 지내왔어도 괜찮았다고 말한다면 꼭 알려주고 싶다.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이라고.


※출판사의 지원을 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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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상1 - 시간을 넘어온 손님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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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여년
묘니 (지음) | 이기용 (옮김) | 이연 (펴냄)

​중증근무력증을 앓고 있는 판션은 오랜 병상 생활로 의욕도 없고 가족도 없이 생의 마지막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 전부인 남자이다.
어느 날 생명의 불씨가 차례차례 사라져가는 게 느껴지던 적막한 밤에 눈이 번쩍 뜨이며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갓난아이에게 영혼이 들어가며 다른 차원으로의 환생을 하게 된 주인공! 현재에서 과거로 타임슬립을 한 듯한 시대로 차원을 건너 환생했다. 고관대작의 사생아로 태어나 우리나라의 옛 서얼처럼 생활은 풍요로웠지만 신분의 한계는 있었다.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환생을 하게 된 그는 판시엔이라는 이름으로 자라며 한살 이전의 기억도 물론 가지고 있다.남들에겐 천재라 불리울만큼의 영민함 이었을테지만 판시엔에게는 지워지지 않은 전생의 학습!(요샛말로 개이득!!!)

변방의 버려진 자식처럼 할머니의 손에 자라다가 황실과의 혼사로 징두로 오게 되면서 여러 사건에 얽힌다.
자랄수록 궁금함이 커져가는 어머니의 비밀스런 존재와 죽음은 판시엔을 조여오는 위협과도 무관하지 않다.

어머니 '예칭메이'가 살아생전 이루었다는 '내고'를 통한 막강한 부와 나라를 좌지우지 할 수 있었을만큼의 권력은 또다른 권력과의 대립에서 어어니는 목숨을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가로 귀속된 '내고'를 손에 쥐고 권력의 맛을 본 장공주와 예칭메이의 아들인 판시엔에게 돌려주려 합법적 방법을 찾는 국왕사이에서 복잡하게 얽힌 후계구도가 정신없이 일어나는 사건들로 숨돌릴 틈이 없다.

여종들을 모아놓고 영화 <트루먼 쇼>를 얘기하고, 시를 낭송하며 '리바이벌'은 안하니 잘 들으라는 대목에선 작가의 유머러스함이 보인다.
차원이 다른 세계이니 그들은 알리 없지만, 이 책 <경여년>을 읽는 우리는 알고 있는 두보의 시를 읊으며 판시엔은 시의 천재라 불리운다. 자신이 살았던 전생의 시대에서 보았던 소설 <홍루몽>을 표절하여 유명작가가 되기도 하고 경국에서 내노라하는 문장가앞에서 '백거이'의 시 300수를 읊어 모두의 우러름을 받기도 한다.
암투와 살인, 모략이 판치는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판시엔의 모습이 매력있다.


내고를 넘겨주기 싫어서 끊임없이 판시엔을 죽이려고 하는 장공주, 자신의 사위가 될 사람에게도 권력욕 앞에서는 가차없다.
북제에서 활동하는 경국의 밀정대장인 옌빙윈을 적국에 쉽게 넘기는 걸 보면 장공주에게 '내고'는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치키고 싶은 욕망 그자체다.

​그림자처럼 보이지않는 곳에서 그를 지켜주는 우쥬와 스승 페이지에의 도움으로 무술을 연마하며 기를 훈련해온 판시엔도 만만치 않다.
어머니가 남긴 검은 상자, 그 안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열쇠가 없어 알 수 없었다. 장공주의 침소에서 훔친 열쇠로 열어본 상자에서는 컴퓨터 키보드가 나왔다!
어머니 예칭메이도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이었던 것이다!


환타지와 무협과 sf가 섞여 녹아든 흡입력이 있다.
드라마로 제작된 <경여년>이 큰 인기를 몰며 인생드라마라고 손꼽히는 이유가 있었구만...
그가 다른 세상으로 선택되어 환생한 이유는 무얼까?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환생을 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어머니 예칭메이는 어떻게 차원을 건너가 그 대단한 삶을 살게 된걸까?
장모인 장공주의 끊임없는 목숨의 위협속에서 린완알과는 애틋한 사랑을 계속해서 그려나갈 수 있을까?

다음권을 기대하게 만드는 <경여년:시간을 넘어온 손님>.


※출판사의 지원을 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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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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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 이은선 (옮김) | 이봄 (펴냄)


이 책 <아킬레우스의 노래>를 펼치기 전 기대만큼이나 두려움도 있었다는 걸 미리 고백한다. 소설과 그리스로마신화를 멀리 했던 이유는 사람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해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그리스로마신화와 소설의 결합이라니!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아킬레우스의 노래>가 주는 기대감과 흥미로움이 결국 책을 펼치게 만들었고 읽지 않았으면 결코 몰랐을 먹먹한 감동이 남았다.

​트로이 전쟁을 중심으로 전쟁 전과 전쟁의 한창에서 일어나는 주변의 이야기. 그리스로마신화를 책으로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너무나 유명해서 누구나 알고 있는 트로이 전쟁. 파리스와 헬레나 그 두 사람으로 인해 벌어진 전쟁인데 여기 <아킬레우스의 노래>에서 그들의 비중은 없다.
그 전쟁에서 영웅으로 기억되는 아킬레우스와 그의 영혼의 동반자라 불리어도 무방할 파트로클로스의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는 사랑이야기일까, 우정이야기일까, 아니면 그들의 짧은 생을 연민하는 영웅에 대한 기록일까?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는 둘 모두 왕자로 태어났다.
아킬레우스는 여신의 아들로 아버지의 무한 신뢰와 전폭적인 지원아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반면 파트로클로스는 모자란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왕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에게 그리고 다른이들에게 모자란 취급을 받으며 없는 아이처럼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자랐다.
한번의 밀침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그 사고에서 그의 해명이라도 들어보길 원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파트로클로스는 추방되어 고아로 사는 삶을 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아킬레우스를 만나지 못했겠지만.

​《125.
"행복하게 살았던 영웅을 한 명만 대봐.없지?"
"그러네."
"그럴 줄 알았어. 명예를 얻는 동시에 행복해질 수는 없거든."
"내가 최초가 될 거야.너 때문에 그러려는 거니까"》

명예와 사랑, 둘 다를 가지고 행복해지고 싶었던 아킬레우스. 그는 전쟁에서 헥토르를 죽이고 그 다음 차례로 단명하게 되는 예언을 받았다.
처음부터 파트로클로스를 대놓고 미워한 테티스.그녀는 인간인 파트로클로스가 아들 아킬레우스의 곁에 있는 것이 마땅치가 않았다. 아들을 사랑해서 지키고 싶었던 걸까, 아들을 영웅으로 만들고 싶은 허영심이었을까?

《402.
"그 아이가 다음 아리스토스 아카이오이다."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낫지. 너를 위대하게 만드느라 내가 어떤 희생을 감수했는지 아느냐?"》

비뚤어진 모정은 신의 세상에도 있는 모양이다.
아킬레우스의 아들인 피로스는 자신의 뜻대로 길렀다. 아버지 아킬레우스의 외모를 닮아 아름다웠지만 인품은 그러질 못해 잔인하고 매정했던 그도 결국 남의 여자를 탐하다가 죽임을 당했다.

​아가멤논의 자존심과 아킬레우스의 자존심 대결에서 그리스군의 많은 희생과 아킬레우스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커져갔다. 사랑하는 이가 미움의 대상이 되어가는 모습이 가슴아팠던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출정했다가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헥토르와의 전면대결이었건만 복수심만 남은 아킬레우스는 예언대로 헥토르를 죽이고 파리스에게 또 다른 복수로 죽음을 맞는다.
아킬레우스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예언이었을까, 사랑을 잃은 슬픔에 눈 먼 복수심 이었을까, 비뚤어진 모정이었을까.

​왕자로 태어나 한사람은 빛으로 한사람은 그의 그림자로 살았다. 빛이 없으면 그림자도 없다. 그림자를 만들지 못하는 빛 또한 의미가 없다.
불어있지만 경계를 마주하고 서로를 끌어안을수 없는 빛과 그림자는 저승에서는 하나가 되었을까...

​※출판사의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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