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죽음 - 다문화의 대륙인가? 사라지는 세계인가?
더글러스 머리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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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죽음

더글러스 머리 (지음) |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p.7 유럽으로 이주해 온 이민자들은 고향의 음식을 먹고, 조국의 언어로 말하며, 고국의 종교를 믿는다.그로인해 유럽은 점점 다른 곳이 되어 간다.

 

우리나라도 3D업종 이라 불리는 분야의 노동력 부족과 농촌의 국제 결혼으로 이민과 이주의 문턱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은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족을 불러들이고 그들만의 문화를 공유,유지하며 집단과 소국가를 이루기도 한다. 대립과 분쟁에는 인종차별과 이민족 차별 등의 목소리를 내지만, 그들 역시 우리의 공교육 제도 아래에서 한글이 아닌 자신들의 모국어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하는 일도 있었다.

코로나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며 실업자가 늘어나자 유럽각국에 자리잡고 있는 한국인을 비롯한 이민자와 유학생들이 폭력의 위협에 노출되기도 했다. 실업의 불안이 이민자들로 인한 것이라는 그들 자신의 생업에 대한 위협 때문이다.

 

대규모의 저렴한 노동력의 유입은 얼핏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이 번돈은 거의 자신들의 본국으로 보내진다.

내는 세금보다 받는 혜택이 더 커서 국가의 재정이 흔들리기도 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의료혜택을 목적으로 취업을 오는 이민자나 노동자가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우리나라에 취업을 위해 들어온 동남아의 사람들을 보면 고학력자가 많았다. 교수,의사,박사 출신인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공장,택시 운전 등으로 본인들의 전문성보다 이곳에서의 밑바닥 생활이 어쨌든 고국에서의 생활보다는 수입이나 복지가 나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문화에서 오는 가치관의 차이는 범죄에서도 드러난다.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여진 대규모의 이민은 그들의 범죄 심판에 대해서는 인종주의로 맞선다. 일종의 역차별이다. 오히려 현실적인 대처는 냉담하다는 비판을 불러온다. 동정과 연민을 앞세운 태도와 정책만이 인도주의적 행동일까?

[머리와 가슴, 현실성과 감정의 다툼]은 풀리지 않는, 아니 풀 수 없는 난제다.

유럽은 대규모 이민 그 자체도 우려되는 문제이지만 그 이민자들 대다수가 젊은 남성의 무슬림이라는 것에 더 큰 우려의 이유를 내포한다.

남성과 여성을 바라보는 태도,성소수자에 대한 태도 등 남녀평등과 성소수자들의 평등에 관한 차이로 이슬람 문화권의 이민자를 반대하던 초기의 일부 주장들은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다문화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무슬림 게토가 커지는 가운데 국가의 정체성과 자유주의적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가짜 난민과 난민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 추방 명령을 받았지만 추방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한다면?

인종주의는 칼과 방패,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겠다.

 

 

유럽으로 오기 위해 위험도 불사했다. 오래된 어선을 타고 밀입국을 시도하다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수도 많았다. 알선업자에게 속아 빚을 지고 성매매를 강요받는 여자들도 생겨났다. 나은 삶을 위해 건너는 바다가 공동묘지가 되어갔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비정부기구들의 움직임은 이민자와 난민의 수를 더욱 늘렸다. 이러한 정책은 난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난민을 더 만들어내도록 부추기고 있었다.

 

저자 더글러스 머리가 유럽의 이민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는 이민자를 수용해야 한다는 투자가 짐 모리슨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주장이다. 낯설고 어려운 국제 정치 용어가 많아서 이 <유럽의 죽음>을 읽는게 쉽진 않았지만, 우리의 이민자 수용 현실과 작년 제주도에 받아들였던 무슬림 난민 뉴스가 떠올라 그저 남의 나라 얘기로만 읽히지는 않았다.

 

'다양성'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출판사의 지원을 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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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스튜어트 터튼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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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하드캐슬의일곱번의죽음

스튜어트터튼 (지음) | 최필원 (옮김) | 책세상 (펴냄)

 

 

잠이 들고 다시 눈을 뜰 때마다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이런 설정은 영화에서도 익숙하게 들어왔고 보아왔던 설정이라 새롭지는 않았다. 타임슬립의 고전 격인 <사랑의 블랙홀>과 자신을 죽인 범인을 찾아 죽음을 피해야만 반복된 하루를 벗어나는 <해피 버스 데이>,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타임슬립하는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는 <타임 패러독스>.그러나 매번 새롭게 눈을 뜨면 몸이 바뀐다는 설정이 이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에서는 특이하다. 8명의 몸을 오가며 반복되는 8일 안에 에블린의 살인같지 않은 살인의 범인을 알아내야 한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음모가 더 많은 블랙 히스. 이 장소는 생과 사를 초월한 곳인 듯 하다. 기억을 모두 잃고 미스테리를 풀어야 하는 '에이든 비숍'은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지도 모르는 혼란 속에서 허무하게 날짜와 호스트들을 잃는다. 체스판에서 잘못 둔 한 수로 체스말을 잃듯이.

 

한겹 벗겨내면 두개,세개의 새로운 의문이 생긴다. 이 끝없는 미스테리 속에서 정작 블랙히스의 안주인 레이디 헬레나를 본 사람이 없다. 19년 전에 비통하게 어린 아들을 잃고 아들의 기일에 맞춰 19년 전 그날 블랙히스에 머물던 이들을 모두 초대해 가장 무도회를 연 장본인이다.

 

 

113. 하지만 그들 모두 당신의 진정한 인격이 아니오. 당신의 인격은 당신이 블랙히스에 들어서는 순간 당신에게서 벗겨져 나갔소. 그건 당신이 이곳을 떠나기 전까지 절대 되돌아오지 않을 거요.

 

두명의 경쟁자와 겨루어 가장 먼저 미스테리를 풀어야만 블랙히스를 벗어날 수 있다. 목숨을 위협하는 풋맨과 적인지 동지인지 가늠할 수 없는 애나와 대니얼, 협박인지 조언인지 알 수 없는 힌트를 남기는 흑사병 의사.

잠들고 기절 했다가 눈을 뜨면 몸이 바뀌어 있는 비숍은 책 중반까지 혼란으로 우왕 좌왕 하지만 호스트들의 장점을 무기삼아 냉철히 판단하고 관찰하며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았던 미스테리의 윤곽을 잡기 시작한다.

에이든 비숍의 이타적인 결정이, 몇 번이지 셀 수도 없을 이 게임을 매번 오류로 만들었다고 했다.

 

책 후반에 이르러 폭풍처럼 쏟아지는 미스테리의 본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스테리들은 결국 하나의 비밀을 덮기 위한 인간의 탐욕이 부른 결과였다. 타임슬립 영화의 정수라 불리우는 <타임 패러독스>와 미디어와 책으로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자신의 이전 호스트와 이후 호스트들과의 협조,상황 이용이 정해진 루틴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65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전혀 길고 지루하지 않다. 가볍게 흘려 보내는 복선을 부디 놓치지 말고 꽉 잡으시길!!! 어설픔과 억지스러움이 1도 없는 미스테리 소설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강추!!

 

※출판사의 지원을 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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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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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오승호(지음) | 이연승(옮김) | 블루홀6 (펴냄)



<스완>을 읽으면서 '블루홀6' 에서 출간된 <무차별 살인법>과 우리의 아픔 세월호 사건이 겹쳐 떠올랐다.
읽기 전 <스완>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과 표지의 발레리나는 영화 블랙스완을 생각나게 했다. '발레단의 이야기일까?'했지만 그보다는 더 깊은 뜻이 있었다.
총기 소지가 자유인 나라에서는 소설이 아닌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무차별 총격 살인.
소설 <스완>은 이러한 한시간 남짓의 무차별 총격 사건을 소재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21명의 죽음과 17명의 부상자.
언론과 여론은 21명의 사망자와 비난의 대상이 되어줄 또다른 형태의 희생자에만 관심이 뜨겁다.
부상자와 유족들. 그들의 트라우마와 살아남은 것이  죄책감이 된 그들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다.
이즈미가 악의 역할에 등떠밀린 것처럼 경비 직원인 오다지마는 영웅으로 만들어졌다.
애초의 비극이 그의 비아냥조의 한마디, "꼴좋네"에서 비롯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었다는 속담처럼 이 '꼴좋네'라는 한마디는 오타케에게 굴욕감을 주어 이 사건을 일으키게 하는 방아쇠가 된다.

'고나가와 시티가든 스완'. 이 대형 쇼핑몰에서 그 날 사망한 요시무라 기쿠노. 그녀의 아들이자 사장인 히데키는 변호사 도쿠시타에게 의뢰해 총격사건이 일어나고 반년 후, 그 총격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5명을 한자리에 모은다. 기쿠노의  사망 당시 상황의 의혹을 풀기 위해서다.
이즈미와 노인 호사카, 진행하는 도쿠시타 변호사를 제외하고 하타노,도산,이쿠타는 가명이다.
총을 쏜 범인들의 이야기가 아닌, 목격자이자 생존자인 이들의 기억과 진술이 의혹과 거짓말로 밝혀지며 더욱 궁금증을 일으킨다. 이들이 단순 피해자라면 왜 이토록 진실을 감추려 하는 걸까. 이들 5명은 그날의 행적에 대해서 솔직하지 못하다. 도대체 왜?


《287.애당초 사건의 '악'은 범인들이었다.다음으로 경찰이 도마에 올랐다. 언론은 경찰의 늦은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며 입을 모아 부르짖었다. 그리고 세 번째 표적이 된 것은 야마지를 필두로 한 경비원들이었다. 
사람들이 비난에 슬슬 질리기 시작할 무렵, 네번째의 참신한 악으로서 이즈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이런 비난의 단계와 구도가 낯설지 않다. 세월호의 참사는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였기에 아픔보다는 비난으로 더 뜨거웠다. 남을 탓해야만 내탓이 아닌듯이 맹렬히 비난하고 공격했다. 
상부의 지침을 어기고라도 구했어야 했다고, 혹은 상부의 지침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 사고라고,직접 바다에 뛰어들지 않고 구명조끼를 던진 해경도 비난을 받았다. 민간인의 자격으로 돕던 자원봉사들도 목숨을 잃었고 그런 행위를 비난하던 목소리도 없진 않았다. 왜? 왜그래야만 했을까?

《217.악해진 것이 아니다. 악한것도 아니다. 그저 악이 된 것이다.》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행해진 순간순간의 선택들이 생과 사를 갈랐다.
이즈미에게 열등감을 느끼던 고즈에는 수화기로 들려오는 이즈미의 '살려주세요' 소리에 친구를 구하러 혼란속으로 왔다.그 와중에 엄마를 잃고 울고 있던 유키오를 데리고 피했지만 오히려 죽음으로 내몬 결과가 되었다.
호사카가 우연히 마주친 기쿠노에게 강압적으로 소리지르지 않았다면 기쿠노는 맥없이 범인에게 당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어머니 기쿠노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카이라운지를 벗어났기 때문에 스카이라운지에 있던 사람들이 죽은 것인지 그 의혹을 풀고 싶었던 히데키.

의외다.왕따 주모자인 고즈에가 친구의 부름에 달려가고 아이도 구하려했다는 것이. 거드름을 피우고 진상 손님짓을 하던 할머니 기쿠노가 평소 미워하던 하마야를 구하러 가는 유일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할 수 있는 행동과 해서는 안됐을 행동,어쩌면 구할 수도 있었을 생명.
선과 악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을까? 정의할 수 있을까?


사회 고발이라기 보다는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서 정의라 불리우는 행동과 무심코 행해지는 악의 없는 악에 대해 짚어보게 된다.
명심하자. 누군가를 비난하는 삿대질의 손끝 중 세손가락은 본인을 향하고 있음을.
수많은 질문을 던지면서도 미스테리의 역할도 충분히 다한 소설 <스완>. 후반부에서는 읽다가 아악! 하며 입을 틀어막은 반전.
깊이있는 미스테리 소설을 읽고 싶다면 <스완>을 권하고 싶다.

​※출판사의 지원을 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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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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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 장 자끄 상뻬 (그림) | 유혜자 (옮김)

열린책들 (펴냄)







책 제목은 <좀머 씨 이야기> 인데 좀머 씨 얘기가 얼마 나오지 않아 처음 읽었을 땐 '왜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좀머 씨는 죽고 좀머 씨를 유일하게 지켜보던 소년은 잘 자라 좀머 씨를 회상한다.
좀머 씨와 직접적으로 나눈 대화나 교류는 없었지만 좀머 씨가 소설 속 화자인 소년 '나'에게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좀머 씨 자신은 모르지만 소년의 목숨을 구했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존재의 가치. 좀머 씨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까.



<좀머 씨 이야기> 를 읽는 내내 7살의 이 소년에게 연민이 갔다. 혼자만 호수 아랫 마을에 살아서 학교가 끝나면 혼자 걸어와야 하는 숲길과 짝사랑하는 카롤리나의 "월요일에 너랑 같이 갈께"라는 말에 준비했던 산책로와 간식,그리고 그애를 웃게 해 줄 이야기까지 쉽게 깨진 약속은 허망하기까지 하다. 그 날 혼자 돌아오는 그 길은 얼마나 멀고 멀게 느껴졌을까?



덩치에 비해 너무 컸던, 그래서 페달에 발이 닿지 않아 일어서서 우스꽝스런 자세로 타야했던 엄마의 자전거는 또 어떠한가?
형이라면 3단 기어의 경기용 자전거로 13분 30초면 갈 거리를 소년은 도중에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달려도 20분이다. 도중에 자동차와 행인 그리고 개까지 피하느라 피아노 레슨에 10분이 늦은 날, (더구나 손목시계가 없어 시간도 볼 수 없었는데!) 미스 풍겔은 변명의 기회도 주지않고 혼을 냈다. 제대로 못 쳤다고 소리지르고 주먹으로 식탁을 치고 엄마에게 이를거라고 말하는 선.생.님. 
"네 물건 싸 가지고 꺼져 버려!"
쫒겨나듯 나와 집으로 가는 걸음은 너무나 떨려서 걷지도 못할 지경이다. 아이고!
소년이 느꼈을 참담하기까지 할 기분이 너무 아프게 다가온다. 옆에 있다면 괜찮다고 안아주고 싶다 .ㅜㅜ

이런 소외감과 아무도 공감해 주지 않는 소년이기에 좀머 씨의 고립된 세상이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좀머 씨가 숲에서 보인 행동은 전투 중에 보이는 행동과 흡사하다. 사방을 살피며 허겁지겁 베어무는 빵 한 입도 맘 편히 먹지 못한다.
그는 전쟁 참전의 후유증으로 공황장애를 앓고 있지만,사람들은 좀머 씨가 하루종일 걷기만 하는 이유가 밀폐 공포증을 앓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타인에 대한 선입견은 제멋대로 자기들의 잣대로 평가한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나를 좀 제발, 제발 그냥...!》
일생을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좀머 씨를 보고나니 소년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몇년이 지나 좀머 씨의 부인이 죽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 장례식에는 어느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고 아저씨는 다락방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집에 머무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걱정거리들로 좀머 씨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가끔씩 사람들 눈에 띄기는 하지만 의식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았다!》

그날 나무에서 몸을 던졌으면 맞이하지 못했을 많은 일들을 경험하며 자랐다. 나무에 기어오르는 일은 거의 없었고 자신만의 자전거도 갖게 되었다.

어느 가을 저녁.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길.
호수 가장자리에 서 있는 좀머 씨를 보게 된다. 뒤쪽을 단호히 물리치면서 호수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신발을 신은 채로.
그러다가 아저씨의 모습은 사라졌다.

좀머 아저씨가 사라진 것이 알려진 것은 2주 후였다. 실종 전단의 사진 속 아저씨는 이저씨라고 알아볼 수 없는 눈빛과 확신에 찬 미소가 있었다. 그리고 누구도 몰랐던 아저씨의 이름. <막시밀리안 에른스트 에기디우스 좀머>.
아저씨의 행방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난무했지만 아저씨에 대한 얘기는 수그러졌고 아무도 아저씨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소년은 그 날 본 것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소년이 침묵한 이유는 무엇일까.
좀머씨는 자살 한 것이 아니다.
더 이상 살아 갈 수 없는 이쪽을 포기하고 건너편으로 건너 걸어 갔을 뿐이다.
이상의 <날개>에 나오는 주인공이 날아간 것 처럼,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처럼.
책은 얇았지만 여운은 결코!!!! 얇지 않은 <좀머 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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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 대 살인귀 스토리콜렉터 88
하야사카 야부사카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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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 대 살인귀 
하야사카 야부사카 (지음) | 현정수 (옮김) | 북로드 (펴냄)



​최근 읽은 미스테리 소설 중 최고의 반전이다.
보통은 '반전'이라고 홍보를 해도 읽어보면 그렇지 않고 뻔히 보이는 범인과 수법이 스토리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데, <살인범 대 살인귀>가 주는 반전은 독자의 허를 찌른다.

​《170. 만약 어머니가 앞으로  계속 영능력자로 일하다 보면, 반드시 부정적인 감정에 노출되어 위험해질 때가 있을 거야. 그렇게 되었을 때 네가 어머니를 구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이 모든 것의 시작!
어머니를 여우에 빙의한 소녀로 부터 구하기 위해 했던 일이 이 모든 살인의 시작이었다.
'착한 아이의 섬'.
고립된 장소에서의 계속되는 살인이라는 설정은 다른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설정이지만, 동시에 두 살인자가 서로를 견제하며 경쟁하듯 일으키는 살인은 누가 살인범이고 누가 살인귀인지를 소설 끝에 가서야 알 수 있다.
살인범의 엽기적인 살해방법의 이유가 알고보니 너무 단순했던 트릭과 살인귀의 살인 이유가 너무 기상천외했던 의외성이 만나 최고의 반전을 주지 않았나 싶다.


사연을 가진 미성년 아이들이 보호받는 시설인 '착한 아이의 섬'. 이곳에서 어른들은 없고 아이들만 남은 어느 밤에 고류지의 살해를 시작으로 이튿날까지 살인은 계속된다.
등장하는 중심 인물들의 나이가 8세부터 17세 라는 것이 '과연 잔혹한 살인이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의 현실은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나?'싶은 왕따와 집단구타,혹은 그에 대한 보복성 살인과 폭력도 있어 왔기에 '말도 안된다'고 무심히 넘겨 지지는 않는다.


살인귀 X의 살인의 이유가 어찌보면 살인의 시작만큼이나 무겁고 아프다.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했던 첫 살인은, 살아가기 위해 계속 죽여야만 하는 무겁고 무서운 운명이 되었다.
진짜 반전 미스테리 소설을 읽고 싶다면 <살인범 대 살인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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