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돌보지 않은 케이스릴러
변지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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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돌보지 않은

변지안 (지음) | 고즈넉이엔티 (펴냄)

여경을 고용하기 위해 다른 선택지가 없도록 몰고가는 아홉살 해나의 계획이 철두철미하다.

12살에 엄마에게 버림받은 여경은 9살 답지 않은 9살의 해나가 그저 남같지만은 않다.

사람들의 어려움을 못 본척 할 수 없었던 그녀가 타인을 위해 했던 행동은 불법이었고 그 불법이 계속 되던 어느 날 한 목숨이 꺼졌다. 교도소에서 엄마의 사망을 알게 되었지만 너무나 엄마답게 약물에 의한 사망이었다. "발신표시제한자"의 문자가 아니었다면 여경도 진실에 대해서 영원히 아무것도 모른채 살아갔을 것이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 '출생의 비밀'을 전혀 색다른 방향으로 풀어냈다.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동생 "꼴 보기 싫은 재수 없는 계집애"의 이름을 딸에게 붙여준 엄마 미경과 죽은 딸을 떠나 보내지 못해 입양한 아이에게 죽은 딸의 이름인 "해나"로 부르는 엄마 인혜. 이런 두 사람의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살아낼 수 있었을까?

자신의 계획에 꼭 주여경 이어야만 하는 이유, 약점을 처음으로 털어놓을 수 있게 된 친구 유진, 그리고 울음이 허락치 않았던 9살 해나가 의지와 상관없이 가져야 했고 빼앗겨야 했던 이름들. 자영, 은율, 예은 그 이름들 중에 사랑받고 보살핌 받아야 했던 어린 아이는 없었다. 아무도 돌보지 않아 스스로를 돌봐야 했던 해나만이 남았다.

스스로를 돌보고 지키기 위해 하는 해나의 행동들은 여경의 보호관찰관인 창수와 해리티지의 매니저 소윤의 이목을 끌게 된다. 여동생 부부가 떠넘긴 빚과 사채업자, 치매의 노모, 이혼한 아내에게 보낼 양육비 등으로 절벽 끝에 몰릴대로 몰린 창수는 보호자 없이 거액의 트렁크를 가진 해나를 찾아온다.

비로소 모든 비밀을 알게 된 여경과 창수. 이 두 사람이 마지막에 했던 선택을 비난할 수 있을까? 가석방 중 종적을 감춘 여경은 지명수배가 되고 그런 그녀를 찾지 않는 담당 관찰관 창수.

처음부터 모든 비밀을 알고 있었으면서 자신을 위해 비밀을 지키려던, 자식을 본인 인생의 트로피로 만들고 싶었던 미경과 여경의 엄마. 그리고 역시 비밀을 알고 있었지만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비밀을 지켜주었던 유정 엄마. 엄마가 되는 게 꿈이었던 여자 초인혜. 이 모든게 제각각의 뒤틀리고 비뚤어진 모성으로 빚어진 비극은 아니었을까?

소설 중간중간 촉법소년법과 해외 입양아들의 국적 취득 문제에 대한 작가님의 문제제기도 녹여 내신걸로 보인다. 촉법 소년법은 권리와 의무가 동시에 주어져야 하는 복잡한 문제로 실형을 선고하게 되면 선거권도 주어야 한다는 문제때문에 헌법개정까지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를 천종호 판사님의 인터뷰에서 본적이 있다.

소설 속의 제니처럼 어릴 적 입양된 한국입양아들이 정식절차를 밟고 입양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적 취득을 따로 해야한다는 것을 모른 양부모의 고의 혹은 실수로 강제 출국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음을 오래전 다큐멘터리에서 본 기억이 났다. 너무 과하지 않게 스토리 전개에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우리가 모두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를 짚어주신것 같다.

무엇보다도 해나는 이제 스스로를 돌보지 않아도 되는 9살의 행복한 아이가 되었을까?

"해나, 어때, 신났어?"

"응!"

"얼마나?"

"산타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아무도 돌보지 않은 420쪽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고즈넉이엔티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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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선집
찰스 디킨스 지음, 권민정 옮김 / 시공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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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지음) | 권민정 (옮김) | 시공사 (펴냄)

다른 번역으로 읽은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재독이었다. 처음의 감동이 채 가라앉기도 전, 다시 만나는 <두 도시 이야기>의 감동이 반감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오히려 더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처음 읽을 당시에는 반복해서 읽어도 모호하거나 은유적인 표현이 있는 곳에서 이해가 잘 되질 않는 부분이 더러 있었는데 시공사의 '두 도시 이야기'로 재독하며 그 이해되지 않던 부분이 말끔히 이해되었다. 고전을 출판사별로 혹은 선호하는 번역가님들 위주로 여러권 소장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두 도시 이야기'에서 거창하게 그들의 역사나 신분에서 오는 차별과 억압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루시를 중심으로 하는 주변인물들의 인간애를 보았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저는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만약 제 생애가 좀 더 바람직하게 흘러가 어떤 식으로든 희생할 기회나 가능성이 생긴다면, 저는 당신과 당신에게 소중한 이들을 위해 어떤 희생이든 감수하겠습니다.

시공사 <두 도시 이야기> 중 270쪽

쉽게 고백하고 맹세도 쉬운 일부의 사랑보다 사랑하는 루시를 위해 그녀가 사랑하는 이들까지 끌어안는 시드니 카턴의 큰 사랑은 감히 희생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양심을 져버리지 못하고 인간적인 선택을 했던 이유로 자신을 18년이나 바스티유의 북탑 105호로 살도록 만들었던 이름. 그 이름을 물려받은 후손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과의 결혼을 받아들이며 비밀과 상처를 묻으려 노력했던 마네트 박사의 부정과 스치고 말아도 되었을 인연을 노년까지 이어가며 울타리같은 보호와 인간의 신의를 보여준 로리 씨에게서도 그 자신만의 사랑법에 고개가 숙여졌다.

억압, 핍박, 멸시의 세월이 권력으로 탈바꿈하는 피의 시대에 당연한 듯 누리고 살아도 되었을 부와 권력을 내려놓고도 가족의 죄를 대신 갚아야 하는 억울함도 다네이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족의 원한을 혁명의 이름으로 복수하려던 드파르주 부인은 피가 피를 부르는 점점 더 커지는 복수심에 스스로가 잡아먹히고 말았다. 옛 주인에 대한 도리와 정, 짓밟히며 살아온 인생들인 수많은 자크들의 우두머리로써의 선택에서 괴로워하던 드파르주도 인상적이었다.

믿음과 사랑에 바탕을 둔 관계라면 혈연보다 더 한 유대감이 가능할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는 사람이지만, 프로스 양과 제리 씨가 마지막까지 위험을 무릅썼던 것을 보면, 그래도 역시 사람의 희망은 사람에게서 찾는게 맞을 듯 하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시공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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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생리학 인간 생리학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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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생리학

오노레드 발자크 (지음) |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펴냄)

기자를 설명하는 글에 왜 생리학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유머와 조롱이 교묘히 섞인 이 글에는 기자를 비롯한 논객과 비평가들을 동물이나 식물의 분류법처럼 직종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풍자하고 있었다.

언론이 가진 힘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발자크가 이 글을 썼을 당시의 언론은 신문이 거의 유일무이 했을 것이고 그래서 신문과 신문에 글을 싣는 지식인의 힘은 그들 자신의 허영과 특권의식에 불을 붙였을 것이다.

언론은 자기들 법에 따라 사법부도 복종시켰다. 아마 그 어떤 형법 발명품보다 언론의 기사가 더 잔혹한 형벌일 것이다.

기자 생리학 262쪽

발자크가 바라보는 기자와 신문사는 조롱이 가득하다. 상상만큼 언론이 자유롭지 못한 이유도 있긴 하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언론은 약한 자들과 소외된 자들에 대해서만 자유롭다. 신문과 결착하여 그 신문을 보호하는 자들, 바로 '정치인'이다. 신문들은 정치인의 동정을 눈치보며 아첨하듯 보도한다. 어떤 높은 지위에 올랐더라도 다른 이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물러나야 할 때가 온다. 버림받은 후 다시 불러줄 날을 기다리며 "사람이 너무 좋아 탈이지"라는 자기 위안을 하기도 한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역사 이래로 호의적이고 좋았던 적이 있나 싶다.

"101. 종이 위에 뭐가 한가득 쓰여 있어 무슨 좋은 생각들로 넘쳐나는가 보다 하지만, 코를 박고 살펴보면 텅 빈 지하 창고 냄새가 난다."

아는 척 하고 싶은 요란스런 빈수레가 아닌가!

누군가는 인신 공격으로 상처를 주기 보다는 우아하게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심술궂다는 것은 확실하게 보여준다. 자신의 글이나 자신에게 자긍심이 있어 보이지만 타인에게 호감을 주진 못하는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또 다른 비평가는 있는 것은 부정하고 없는 것은 칭찬하며 어느 분야에서나 일하고 모든 것에 대해 쓴다. 예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면서 예술에 대해 말한다. 아첨꾼은 칭찬하기 위해 글을 쓴다.

글로 세상을 대하는 시야가 그렇게 만드는 걸까?

대비평가의 글은 지루하다. 상상력도 없고 곧이곧대로 쓴다. 면밀히 읽으며 아무 책 아무 것이나 다 다루지 않는다.문예 비평가들은 극장의 특별석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극장업계 사람들은 이들을 애지중지 해준다. 극장은 신문사에게 줄 것을 준다. 다 돈의 논리이다. 비평을 통한 홍보 마케팅이라고나 할까?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각종 시사회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정직하지 못한 벼락치기 감상에 "구독자의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 했지만 어느 뛰어난 지성인은 이렇게 말했다. "199. 저열하고 우둔한 것은 바로 신문이다."

대작가를 공격하여 유명해지고 싶은 군소 신문 비평가들은 작품을 분석하는 게 아니라 잘게 해체한다. 검토하는게 아니라 죽여 놓아 사형 집행과도 같다.

"206. 그에게 입 벌린 돈주머니를 가지고 와주면 자객은 칼을, 그러니까 펜을 칼집에 다시 집어넣는다." 맘에 들지 않으면 기사 한 줄로도 사회적 매장을 시켜버릴 수 있는 언론의 힘인 것이다. 실리와 취하는 입장에 따라 정의의 기준이 바뀌는 요즘의 일부 기사들이 떠올라 씁쓸하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페이퍼로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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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본) - 톨스토이 단편선 현대지성 클래식 3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홍대화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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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톨스토이 (지음) | 홍대화 (옮김) | 현대지성 (펴냄)

러시아의 민화를 기본으로 쓰여진 톨스토이의 단편들에서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난의 고통을 없애는 방법은 두가지 입니다.

자기의 재산을 늘리는 것과 자신의 욕망을 줄이는 것입니다.

전자는 우리의 힘으로 해결되지 않지만, 후자는 언제나 우리의 마음가짐으로 가능합니다.

-톨스토이의 <명언록> 중에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천사 미하일라가 땅으로 내쳐지며 받은 질문 세가지.

"사람의 마음 속에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외투 한 벌의 장만에 몇년을 별러야 하는 궁핍한 살림에도 굶주림과 추위에 죽어가는 외지인을 모른척 할 수 없었던 구두장이 세묜은 전재산이라 할만한 외투와 남은 빵 한조각을 베풀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으면서 일년 뒤를 준비하며 자신의 죽을 날조차 알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는 타인을 서로 돌보며 평안을 찾고 사랑하는 마음만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라는 메세지를 주고 있다.

<사람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에서는 악을 악으로 대적치 말라는 톨스토이가 가졌던 신앙의 핵심을 보여준다.

"46. 너의 이 뺨을 치는 자에게 저 뺨도 돌려대며 네 겉옷을 빼앗는 자에게 속옷도 거절하지 말라.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 것을 가져가는 자에게 다시 달라 하지 말며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사람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는 말은 사람의 마음 속에 신과 같은 마음을 품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타인을 향한 조건없은 사랑과 베풂. 마르띤이 추위에 떨고 있던 스쩨빠니치와 아이를 안은 여인에게 따뜻한 차와 음식을 나눈 것처럼 말이다.

"58. 너희가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두 노인>, 예핌과 옐리세이. 근심과 걱정을 만들어서라도 하는 예핌은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의심하고 주위를 둘러보는 배려심은 없으면서 오직 성지순례를 통해서만 신에 대한 믿음을 증명하려고 하며, 옐리세이는 삶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고 일상에서 선의 실천을 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타인을 위하는 삶을 살며 신에 대한 믿음을 증명한다. 신이 바라는 믿음은 입으로만 부르짖는 신앙과 헌금과 추앙이 아니라 주위에 사랑을 나누는 그런 모습인 것이다.

모두가 마름의 폭정에 분노하며 저주를 퍼부을 때 오직 선한 표트르 미헤예프만이 "불행에 수그리면 불행도 우리에게 지고 들어올 것"이라며 반대한다.그의 쟁기 위에서 빛나던 <촛불>은 어떤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최후의 선이며, "신의 권능은 악이 아닌, 선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

<대자>에서도 역시 악은 악으로 다스릴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악을 악으로 대하지 말라는 톨스토이의 사상과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냥 지켜보며 모든 것을 신의 뜻에만 맡겨두는 시각이 나는 불편하다. 이런 관점이라면 나라가 나라를 지배하고 착취하는 식민지의 백성은 그저 당하고 있어야만 할까? 살육을 일삼는 명분없는 전쟁에서는 그저 당해주어야 옳은걸까?

스스로의 마음을 맑게 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타인을 향한 마음이 진심일때 상대와 나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만이 전부일까?

톨스토이의 신앙에 기반한 철학은 몇번을 재독해도 좁은 소견으로 끌어안기에는 너무 어렵다.

우리는 흔히 뛰어나거나 잘나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이 욕심없이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일컬어 바보같다고 한다. 큰 성공은 화려해 보이지만 운에 의해 실패로 치닫거나 패가망신 하기도 한다. 그럴 때 도움을 준 <바보 이반>처럼 사람이 결국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타인의 관심과 근면 성실인 것이다.

그 밖에도 과욕이 화를 부른다는 교훈과 <세가지 질문>을 통해 모든 일을 시작할 때는 언제인지, 어떤 사람이 가장 필요한 사람인지, 어떠한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인지.

지금, 가장 필요한 이는 지금 함께하는 이,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

결국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랑.

사랑, 믿음, 소망 중에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종교와 인종, 빈부의 격차를 모두 물리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그런 차별없는 사랑. 가능할까?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현대지성으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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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 - 금을 삼키다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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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 금을 삼키다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펴냄)

기대 이상이었다. 적당한 멜로와 적당한 미스터리에 출생의 비밀이라는 흔한 소재를 버무린 그런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다. 미스터리 장르물을 자주 읽는 편은 아니지만 거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결말과 마지막에 다다르고 나서야 급작스럽게 마무리되는 해결이 억지로 독자를 설득하는 이야기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탄금, 금을 삼키다>의 등장인물들은 조곤조곤 하나하나 제각기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는데 오히려 내가 숨가쁘게 읽어내려가기 바빴다.

주인공들을 비롯하여 그들 주변의 사람들까지 섬세하게 그려낸 감정선들과 사연들은 마지막 책장을 덮고도 내게 주는 여운이 너무 길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자식의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부모의 참담한 심경과 동생의 실종을 제 탓인냥 죄책감에 시달리는 재이. 가난에 자식을 팔아야 하는 양자의 친부는 손에 쥔 돈보다도 자식이 배곯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자신의 부귀영화를 바랬던 자식의 매매였다면 아들의 몸 값으로 받은 이 천냥을 손도 대지 않고 빈곤에 굶주리다 죽지는 않았을 게다. 민상단의 실종된 아들 대신 자리 말뚝으로 몸을 숙이며 견뎌낸 무진의 십년 세월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누이 재이에 대한 사랑도 눌러야만 했다. 있어도 없는 듯이 살아야 했고 없는 듯이 살아도 쓰임은 다 해야 했던 슬픈 목숨들이었다.

십 년 만에 어릴적 기억을 모두 읽고 살수검계가 되어 돌아온 홍랑을 재이는 믿지 않았다. 끝없이 밀어내는 마음 끝에는 또다시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살지도 죽지도 못 한 채 생과 사의 경계에서 근근이 이어진 삶이었다. 질기고 질긴 제 목숨 줄을 확인할 때마다 분노와 살의는 무섭게 짙어져갔다. 그런 생에 덜컥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재이였다.

탄금, 금을 삼키다 300쪽

복수심을 숨긴 홍랑과 인신매매가 업인 김굉표, 흰 피부의 남아를 선호했던 한평 대군의 은밀한 취미, 그 '소품'의 공급을 맡았던 심열국.

모지리에게 홍랑이란 새 이름을 주고 새 삶을 준 은인 송월. 그녀에게도 남모르는 이름과 사연이 있었다.

칠점사 홍랑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호위무사 인회 역시도 깊은 사연이 있었다. 스피디한 전개에 거듭되는 반전! 장난없는 스토리 라인 대~박!

잠시나마 잃어버린 아들의 귀환이라고 여겼던 홍랑의 존재를 희귀소품으로 대하며 값을 올리려는 심열국의 장사속이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아내 민씨 부인이 보여 왔던 몰인정과 몰염치한 행동들에 저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드디어 드러나는 사건의 전모!

아무도 모르게 큰 그림을 그리던 이는 따로 있었구나!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혹시나 홍랑이 진짜 홍랑이 아닐까 했었지만 그러면 너무 뻔해서 실망했을지 모르겠다. 내내 따라다니던 궁금증. '진짜 홍랑은 어디로 사라졌기에 이토록 종적이 묘연한가?'

스치듯 지나치는 인물에게도 주어진 사연이 결말에 이르러 하나로 모여진다. 재미와 감동을 확실하게 잡은 <탄금, 금을 삼키다>. 죽을 때까지 금을 삼켜야 하는 형벌이라는 탄금. 홍랑의 복수심에 베어져 죽은 자들은

자신의 탐욕이 빛나는 황금인 줄 알고 하나하나 이루어질 때마다, 삼킨 것은 금이 아닌 누군가의 피눈물이었음을 죽을때까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정녕! 이 소설이 이 작가님의 첫 소설이라는게 믿기지가 않는다. 한 줄 한 줄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의 표현들을 현대소설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니! 고전문학에서나 받았던 필력의 아름다움을 만나볼 수 있어 좋았고 감사했다. 거기에 더해서 전혀 뻔하지 않았던 결말까지! 진심으로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북레시피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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