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돈의 탄생 - 돈의 기원부터 비트코인까지 5,000년 화폐의 역사
먀오옌보 지음, 홍민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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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탄생

먀오옌보 (지음) | 홍민경 (옮김) | 현대지성 (펴냄)

작은 부자는 경제 현상만 공부하지만 큰 부자는 "돈의 역사"를 공부한다!

강렬하다.

돈이라는 주제도 솔깃한데 돈의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더 솔깃하게 만든다. 화폐에 대한 관심과 애증이 역사적으로 없었던 때가 있었을까? 과거의 유럽사가 종교와 권력의 대립이었다면 현대는 권력과 돈의 경쟁적 대립과 협력이 역사로 기록되지 않을까?

역사를 서술하는 방법은 참 여러가지다.

독살, 지도, 인물, 시대순 등. 이번에는 화폐를 따라 역사를 읽었다.

최초의 화페로 쓰였던 것은 '조개껍데기'라고 학창시절에 배운 기억이 난다. <돈의 탄생>.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역시 조개 껍데기였다. 돈의 역사를 따라 시대를 거스르며 그 탄생을 찾는 이야기는 구석기 시대의 농업 사회로 부터 시작한다. 사회 대분업이 결과로 잉여 제품이 생기고 상인이 출현하는 제3차 사회 대분업에 이르기까지. 몇 줄로 줄여 말할 수 있는 역사지만 얼마나 오랜 시간과 불편을 겪어왔을까?

때로는 시대적으로 너무 앞서간 제도들이 적절한 시기를 만나지 못해 사라지기도 했다. 금은령을 발표하고 지폐를 사용하려던 주원장의 방법이 적절한 시대를 만났다면 세계 화폐의 판도가 지금과는 달랐을까? 시대를 앞서가는 생각은 나라의 국운을 좌우하기도 하지만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혜안을 주기도하니 말이다.

불편이 발명을 한다고 했던가? 초기의 지폐는 철전의 양을 기록한 영수증이었지만, 조금씩 발전을 거듭하며 진정한 의미의 화폐가 되어갔다. 이제는 가벼운 종이 지폐마저도 소지해야하는 불편을 얘기한다.

실물 화폐에서 시작한 화폐의 역사는 금본위제와 종이지폐라는 발전을 거쳐 신용카드와 온라인 화폐 등의 전자 화폐에 이르렀다. 생활이 온라인으로 확대되면서 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종이 지폐의 수명이 3년 안팎이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유통되는 화폐는 전자 화폐의 유통량에 훨씬 못미치는 액수라고 한다. 농담처럼 얘기하는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이 농담이 아닌 화폐가 숫자로 대체되는 현실이다. 실물 화폐가 아예 사라져 버린다면 초래되는 것은 편리함일까, 혼란일까?

파운드가 강세이던 것을 달러가 자리를 차지한 것은 세계 대전과 관련이 깊다. 제1차 세계대전이 미국 통화의 급부상을 가져다 준 큰 기회였다.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씁쓸한 진리.

미국의 발전은 자동차 산업이 호황을 맞은 것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부강한 나라와 화폐의 번영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으니 달러의 강세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모든 나라가 순순히 미국과 달러의 영향력을 참고 견디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왜냐하면 달러가 국제통화체제 안에서 패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몸부림쳐봐야 국제적 금융 고립상태에 놓이기 쉽다.

금본위제의 폐지에 대해 역사적으로 여러 시도가 있어왔다. 때로는 실패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분적인 성공을 이루며 금이 화폐로써 사용되는 일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화폐 대용품이다.

경제는 정치와 맞물리는 톱니바퀴다. 특히 국제 정세가 혼란스러울 때는 금값이 폭등한다.

얼마전까지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비트코인. 이제는 블록체인에 관심이 옮겨가는 듯 보이지만 다음은 어떤 화폐가 등장하게 될까?

실물화폐가 전자화폐로 그리고 가상화폐로 옮겨가고 있다. 그 다음 화폐는 어떤 형태로 등장하게 될까? 그 새로운 판도에 대한민국이 한 자리 차지해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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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살로 읽는 세계사 - 중세 유럽의 의문사부터 김정남 암살 사건까지, 은밀하고 잔혹한 역사의 뒷골목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5
엘리너 허먼 지음, 솝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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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살로 읽는 세계사

엘리너 허먼 (지음) | 솝희 (옮김) | 현대지성 (펴냄)

조선의 역사는 저주의 역사라고 할 만큼 저주가 넘쳐나던 시대였다는 어느 역사학자의 얘기를 본 적이 있다. <독살로 읽는 세계사>를 읽고나니 세계사는 독살의 의혹과 시도로 얼룩진 역사다.

독살의 이유는 다양하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술수로써 혹은 질투심에 눈멀어 연적을 제거하거나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이유로 복수심에 불타서, 그리고 내연남(녀)에게 가기 위해 배우자를 중독시키는 등 그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그야말로 '가설'일뿐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것은 드물다. 정황상 그러했으리라고 짐작할 뿐.

수천 년 동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왕들은 독살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기미 상궁이 있었던 것처럼 다른 나라의 왕들에게도 독 감별사가 있어 먼저 왕의 음식을 맛보았다. 음식 뿐 아니라 왕이 사용하는 모든 식기와 냅킨 등을 피부에 문지르고 입을 대어 보았다하니 왕은 독이 아니라 세균 때문에 병이 들 지경이었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듯 싶다.

독의 효과가 곧바로 치명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어 사망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통도 길어지게 만들었으니 죽음보다 고통이 목적이었다면 그 효과는 최고였다할 만하다. 음식뿐이 아니라 피부로 독이 흡수될 수도 있었으니 만지는 것조차도 함부로 맘 편히 할 수 없었던 권력의 자리가 허망하다.

르네상스 시대 의사의 처방은 지금보면 위험하거나 어이없는 경우가 많다. 유명한 음악가들의 초상화를 보면 얼굴이 유난히 하얗다. 그것이 치료를 목적으로 한 무분별한 채혈로 인한 빈혈때문이었다는 것을 어느 티비 강연에서 보았다. 거의 모든 질환에 쓰였던 수은과 비소. 이렇게 구하기 쉽고 흔했던 중금속이었던가? 어쩌면 우리가 질병사라고 알고있는 위인들의 죽음이 질병사가 아닌 중독사나 부작용으로 인한 죽음일 수도 있겠다.

비소와 수은의 사용이 보편화 되던 시대에 그런 중금속의 중독은 피할 수 없었으니 오랜시간이 흐른 지금 부검해보아도 중독의 자세한 경로와 방법은 알 수 없다.

129. 우리가 이제껏 경험했던 것처럼 수수께끼 하나가 해결되었다 하더라도 새로운 의문이 그 자리를 냉큼 차지할 것이다.

과거 과학기술과 의료기술의 발전이 지금과 같지 않았을 때의 의문사는 그대로 묻혀버리거나 억울한 죽음을 재생산했을 것이다. 현대는 시체로 부터 약간의 표본만 검취할 수 있다면 사인을 밝혀낼 수 있는 시대이긴 하지만 그 죽음이 인위적인 살인이었다면 그 이유는 또다시 미스터리로 남는다.

얽히고 섥힌 그들의 스토리는 베일에 싸인 역사의 일부가 된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며 여러 연구와 발명,발견들 덕분에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되면서 무지로 인한 중독사는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죽음의 공포에서 비롯된 독살의 소문들도 잠잠해졌다. 그러나 독살의 시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독은 좀 더 교묘하게 발달해 무취, 무미해서 감별하기 어려워졌고 정치적으로 정적을 제거하는데도 사용되었다.

현대의 과학으로도 밝히지 못한 독살로 의심받는 죽음들은 언젠가는 속시원히 밝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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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의 거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271
레오 페루츠 지음, 신동화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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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의 거장

레오 페루츠 (지음) | 신동화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우리 각자는 나름의 최후의 심판을 안에 지니고 있습니다.

본문 234페이지

추리 소설의 분위기를 풍기며 궁정 배우 오이겐 비쇼프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권총 자살을 한 오이겐 비쇼프의 죽음에 그의 아내 디나와 처남인 펠릭스는 오슈 남작에게 그 죽음의 책임을 돌린다.

디나가 결혼 전 오슈 남작과 연인이었다는 것을 이유로 오슈 남작이 질투를 참지 못해 비쇼프를 자살로 몰고갔다는 것이 그 이유다. 펠릭스의 동료인 엔지니어 졸 그루프는 오슈 남작의 결백을 주장하며 범인으로 이탈리어를 쓰는 괴물을 지목한다.

<심판의 날의 거장> 안에는 해군 장교인 형과 아카데미 학생인 동생의 불가사의한 자살 사건과 사건을 쫒던 중 발견한 책에 기록된 메세르 살림베니와 조반시모네의 이야기가 액자 구성으로 실려있다.

졸그루프는 이 해군장교 형제의 미스터리한 죽음이 비쇼프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추적해 나가고 요슈 남작도 단서를 모아 비쇼프 죽음의 의문을 풀어보려 한다.

<심판의 날의 거장>은 '맺음말을 대신하는 머리말'이라는 의미심장한 시작을 하며 요슈 남작의 시점에서 얘기를 이끌어 나간다. 기이하고도 비극적인 사건을 얘기하며 요슈 남작은 거듭 강조한다.

7. 내가 기록한 것은 완전한 진실이다. 아무것도 건너뛰지 않았고, 아무것도 억누르지 않았다. 나는 무언가를 숨길 이유가 없다.

이토록 진실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너무 억울하거나 거짓말이거나!

소설 말미 편자 후기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요슈 남작의 기록을 거짓말로 몰아가는 편자의 얘기를 나는 오히려 반대로 '편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심판의 날의 거장만 믿으면 된다"고 알 수 없는 말을 했던 약제사 폴디의 죽음과 알바하리의 집에서 발견한 책에서 알게 된 사실들을 모두 요슈 남작의 거짓말 혹은 환각으로 보는 게 맞는걸까? 재판소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비쇼프의 죽음이 진짜 그의 책임이었을까? 아니면 "정황 증거로 장난치기"라는 형법 학자들의 지적처럼 자신에게 죄가 없었을 수도 있다는 증거를 스스로에게 제시하려던 것일까? 진실은 본인들만 알 수 있다. 애석하게도.

길지 않은 분량이고 어려운 단어 없이 잘 읽혔지만 그 내용만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4페이지 분량의 편자 후기가 <심판의 날의 거장> 결론이라는데, 살짝 몽환적이기까지 한 이 소설을 백프로 이해하긴 쉽지 않았다.

239. 이미 일어난 일, 더는 바꿀 수 없는 일에 대한 거부! 그런데 이것은 예로부터 모든 예술의 원천이 아니던가!

레오 페루츠가 하고 싶은 말은 어쩌면 처음부터 이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열린책들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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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기쁨과 슬픔 - 너무 열심인 ‘나’를 위한 애쓰기의 기술
올리비에 푸리올 지음, 조윤진 옮김 / 다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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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기쁨과 슬픔

올리비에 푸리올 (지음) | 조윤진 (옮김) | 다른 (펴냄)

원하는 바를 애쓰지 않고, 숙고하지 않고, 목적으로 삼지 않고 이루기.

인생을 살다보면 성공이란 얼마나 노력을 들였는가와 상관이 없을 때가 종종 있다. 노력의 배신으로 좌절과 실패감을 느낀 경험이 없었다면 좋았겠지만 누구나 그런 경험이 적어도 한 두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 <노력의 기쁨과 슬픔>은 그 "노력"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 올리비에 푸리올은 말한다.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 길을 잃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정말로 길을 잃게 된다고. 길을 잃어 망설이는 것이 아니라 망설이기에 길을 잃는다고.

무수히 많은 생각보다는 한 걸음 내딛는 행동이 의미있다는 뜻이다.우리 속담에도 있지 않은가? 시작이 반이라고.

<노력의 기쁨과 슬픔>을 읽다보면 노력에 대해 얘기하는 다른 자기계발서와는 정반대로 얘기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노력하지 마라.", "노력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라."

'어?' 하면서 초반부를 읽었다. 읽다보니 알겠다. 노력하지 말라는 말은 꿈을 이루기 위한 일이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멈추라는 얘기가 아니다. 목적 자체에 지나친 의미를 두어 과정을 즐기는 것을 놓치고 목적 자체, 노력 자체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본인의 의지로 즐기다보면 의식보다 먼저 무의식이 먼저, 생각보다 몸이 먼저 해나가고 있는 경험도 해보았을 것이다.

바라는 것을 바라고 또 바라면 그 바램의 기운을 온 우주가 긍정의 응답을 준다는 '시크릿'과 상반되는 듯 보이지만 집착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행동한다면 어느새 목적지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메세지는 다르지 않다.

수단보다는 직관,머리보다는 체득해 온 몸을 믿어보자.

211. 자연스러워 보이려고 노력하면, 절대 그렇게 될 수 없어.

"어떤 목표는 간접적인 방법으로만 달성될 수 있다"는 목표 자체에 함몰되지 말라는 메세지를 주고 있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고 피나는 노력을 하다가 오기에 불타 애초 목적을 잊은 채 목표에 매몰되어버리곤 한다.보통은 내려놓자는 생각이 더 큰 집착이 되어 더 내려놓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인간은 욕망에 의해 움직이는 피조물이라니 내려놓음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테지만.

160. 과도한 생각은 존재 자체를 오염시키고 심지어 위협한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생각에 파묻혀버린 경험은 개인적으로 적지 않다. 교훈을 얻은 것이 있다면,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서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고 일어나지 않을 일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면 애써 떨치지도 않고 그 생각을 계속 이어가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냥 두면 그냥 잊혀진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잊어야 한다. 출발선에서 떠올리는 결승점은 너무 멀어 지치기 쉽다. 잊고 달리다보면 결승점에 도착하는 것이다. 노력하지 말라고 해서 달리는 것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닌 것이다.

때로는 놓아버림(포기가 아니다)으로써 이루어지는 일은 또 얼마나 많이 보아왔던가 새삼 돌아보게 되는 독서였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다른으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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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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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티 나인

무라카미 류 (지음) |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펴냄)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무라카미 류의 자전적 소설이라 밝히고 있는 <69>.

'69'가 상징하고 있는 것은 1969년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다른 무엇을 나타내고자 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심각해야할 문제에 있어서도 늘 "~~하면 거짓말이고"를 독자에게 고백하듯 내뱉는 겐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17살 소년이다.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는 겐은 엉뚱하고 사고나 치는 공부 못하는 문제아다. 교무실에 불려가도 "또 너냐?"는 핀잔과 꾸지람 뿐이다. 책에는 없는 말이지만 "너는 나중에 뭐가 될래?"하는 소리가 음성지원처럼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이쁜 여자애만 보면 야한 상상이나 하는 그 나이대의 평범하다면 평범한 소년.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잘 보이고 싶은 허세로 시작한 영화 만들기는 주변학교 일진들의 주목을 끌고 바리케이트 봉쇄는 무기 자택근신이라는 징계를 받기에 이른다.

119일만에 징계에서 풀려 학교로 돌아오지만 별다른 감회는 없다. 돌아오고 싶었던 곳이라야 돌아왔을 때 감회도 남다르겠지만 벗어나고 싶었던 곳이라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열일곱 소년에게.

농담을 입에 달고 사는 겐 때문에 중간중간 피식피식 웃음짓게 하는 가벼움이 있는 소설이었지만 그 가벼움이 전부는 아니다. 겐이 심중에 담고 세상에는 내지르지 못하는 말들은 무겁고 무겁다.

105. 네놈은 모교 현관에 빨간 페인트로 글이 적혀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울먹인단 말이냐? 이 학교 건물이 너의 신전이라도 된단 말이냐? 그러나 이런 유의 인간이 정말 무서운 것이다. 무엇이든 한번 믿으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한국이나 중국에서 학살과 고문과 강간을 일삼은 것도 이런 인간들이다.

겐에게 천사같던 마쓰이 가즈코의 말은 대조적이다.

245. 이 세상에는 잔혹한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 베트남이나 유대인 수용소라든지, 그렇지만 난 일부러 그런 영화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왜 그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만 할까?

이 말은 바다 건너 그들의 심중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알고 있다는 의미가 서로 다르고, 진정한 사과의 의미 또한 다른 그들과 우리. 그리고 결국은 잊혀지길 바라는 누군가.

사춘기 소년의 객기어린 성장소설인 줄 알았더니 농담으로 위장한 작가의 의식을 보았다.

세상 일도, 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도 예상대로만 살아가리란 보장은 없다. 열혈 문제아 겐이 유명한 소설가가 될거라 누가 짐작했겠는가! 혹시 이 부분이 자전적?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작가정신으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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