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 특별판 박스 세트 - 전2권 -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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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특별판 세트

움베르토 에코 (지음) |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sns에서 우연히 보고는 표지에 일단 반했던 책이다.

움베르토 에코가 쓴 책이니 내용은 보장일테고.

그의 소설은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만을 읽었을 뿐이었지만 무게감이 상당했던 것과 비교해 이번 특별판 세트의 책들은 유머와 익살이 가득하다. 그렇다고해서 주제와 내용까지 가벼웠던 것은 아니다. 많이 아는 자의 여유랄까, 꿰뚫어 보는 심미안적인 그의 관점이 "오~오~" 감탄사를 연발케하며 홀린듯이 읽어내려가게 만들었다.

무거운 주제들도, 가벼운 주제들도 있었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거나 대화의 소재로 다루어지는 익숙한 주제가 많았다. 다른 작가의 다른 소설들이 연상되기도 하고 기억에 자리잡은 지난 뉴스들이 연관되어 떠오르기도 했다.

이제 세상에 없는 그다. 그의 새로운 글은 만날 수 없겠지만 읽었던 책을 재독하며 움베르토 에코를 좀더 친숙하고 깊이있게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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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맨 브라운
너새니얼 호손 지음 / 내로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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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맨 브라운

나다니엘 호손 (지음) | 차영지 (옮김) | 내로라 (펴냄)

역시 이번에도 내로라였고 역시 쉽지 않았다.

어렵지만 파고들며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단편이다.

주홍글씨로 익숙한 이름 '나다니엘 호손'의 단편 <굿맨 브라운>.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 굿맨 브라운의 배경이 되는 세일럼이 이 단편을 이해하는데 큰 단초가 된다.

폐쇄적 청교도 마을인 세일럼에서 아이들의 작은 소란으로 시작된 마녀사냥은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랑과 용서를 바탕으로 하는 종교가 집단의 이기심과 맞물리며 빚은 비극이다. 과연 신이 그 마녀사냥을 원하셨을까?

아내 '신념'의 간절한 만류에도 '굿맨'은 길을 나선다. 왜 가야하는지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 밝히지 않은채로.

그 여정에서 만난 남자는 굿맨을 숲속으로 이끈다. 힘들면 의지하라고 내미는 뱀 모양의 지팡이는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를 꼬드겨 선악과를 먹게 한 뱀이 연상되어 이 남자의 존재가 결코 선한 존재가 아닐거라는 첫인상을 주었다.

신실한 청교도 마을에서 대를 이으며 살아온 굿맨. 이름처럼 착하게 살아왔다 생각하는 그에게 악마가 건네는 말은 조금씩 조금씩 그를 물들인다. 굿맨이 말로는 아니다 아니다 부정하면서도 끝내 그 남자를 떨치고 가지않고 그를 따라 숲속 깊이들어가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순경이었던 조부가 거리 한복판에서 퀘이커 교도 여성을 채찍질하고, 부친이 원주민 마을을 불태운 일을 악마에게 듣게 되고, 독실한 권사와 목사, 장로가 악마를 추종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55. 하늘 위에는 천국이 있고, 아래에는 신념이 있다! 그래! 나는 단단하게 우뚝 서서 악마에 맞서겠다!

그러나 도움을 바라던 아내 신념이 비명과 분홍색 리본을 남기고 사라지자 절망으로 미쳐버린 굿맨은 바닥에 떨어진 지팡이를 움켜쥐고 나아간다.

마을 사람들의 신실함 뒤의 이면을 보게 된 굿맨의 배신감과 상실감은 결국 그를 개종자들 틈에 서게 만든다.

창백한 아내 신념과 창백한 굿맨이 서로 마주보고 세례를 받게 되려는 순간 굿맨은 다시 한번 악마에 맞서 싸워보자 외치지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 밤 이후 굿맨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인간 내면의 감춰진 악의 본성을 본 것인지 한번 자리잡은 의심이 자꾸 커져갔는지는 모르겠다.

종교적 색채가 짙었지만 종교적 해석으로만 보아선 안될 것 같다.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에 대한 배신과 인간 내면의 탐구, 절대적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듯 하다.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에서 헤스터와 불륜의 사랑을 했던 목사 아서 딤스데일이 떠오르며 절대 선과 절대 악의 모호한 경계도 생각하게 한다.

나다니엘 호손의 다른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청교도적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옳고 그름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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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연대기 2 - 예언하는 새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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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감는 새 연대기 2. 예언하는 새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김난주 (옮김) | 민음사 (펴냄)

21. 괴로우시겠지만, 만사에는 때가 있는 법이죠.밀물과 썰물처럼 말이에요. 아무도 그걸 바꿀 수 없습니다. 기다려야 할 때에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집을 나가 소식이 없는 아내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도오루가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누군가는 인생이 도전의 연속이라고도 말하지만 그 도전에 대한 결과는 재촉한다고 해서 앞당겨지지 않는다. 그저 기다릴 뿐.

우물에 내려간 도오루가 사라져버린 사다리로 다시 올라오지 못할 때에도 그저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우물 안에서 잠들었던 도오루의 꿈에서 전화속 미스테리 여인이 등장한다. 이름을 찾아달라고, 당신은 이미 내 이름을 알고 있다고, 이름을 찾아주면 나갈 수 있다고...

우물 밖으로 나온 도오루의 얼굴에는 멍이 생겼다. 통증은 없지만 누가 봐도 놀랄만큼 크고 선명한 멍이.

보통 멍은 다치고 난 뒤 상처나 타박상이 나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다. 아내의 가출에 대해 격하게 분노하거나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지만 도오루의 내면이 그만큼 큰 상처를 입었었다는 상징적인 의미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좀처럼 사라질 조짐이 없는 멍이라 평생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도오루는 느끼고 있지만 외도와 상관없이 틀림없이 남편을 사랑하고 있는 구미코가 돌아온다거나 가출의 진짜 이유를 알게 되면 그의 멍은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세상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더 많다. 그런데도 도오루는 우물안에 스스로 고립되어 반만 열린 뚜껑을 통해 세상을 올려다보며 보이지 않는 세상을 알려하고 이해해 보려 했다. 그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유품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 아닌 마미야와 도오루를 만나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던 혼다 씨의 의도와 알 수 없는 결핍을 다른 남성과의 성욕으로 해갈하려던 아내 구미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선까지 가보고 싶었던 가사하라 메이, 마지막 성매매의 더러움을 도오루와의 행위로 씻어내려 했던 가노 크레타 까지. 하나도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들과 일련의 일들은 도오루를 중심으로 이어져있다.

전화 속 여자의 정체를 알게된 도오루는 자신의 태엽도 다시 감을 수 있게 될까? 죄를 짓고도 죄인줄 모르는 죄의식이 없는 사람들과 그들의 주변에서 그 죄로 인해 대신 고통받는 사람들.

성매매를 일삼던 노보루는 의원으로 정계진출을 꿈꾸고 그에게 더럽혀진 가노 크레타는 크레타 섬으로 떠난다. 가사하라 메이는 오토바이를 몰던 남자 친구의 눈을 가려 남자친구는 죽고 가사하라 메이는 여전히 생과 사의 아슬아슬함에 다가가고 싶어한다.

도오루와 마미야 씨가 다시 만나 얘기를 나누게 된다면 흩어진 얘기들은 하나의 주제로 만나게 될까?

쉽지 않은 소설이다. 그러나 일본의 잘못에 대해 몇번의 사죄도 부족하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기에 그가 하고 싶은 얘기를 끝까지 읽으며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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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특별판 박스 세트 - 전2권 -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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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움베르토 에코 특별판] 2권의 세트 도서 중 먼저 읽었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에 비해 좀 더 진지한 주제들로 대화를 풀어내고 있다.

세상을 미쳤다고 표현한 것도 모자라 이해하는 척이라니. 그런데 세상을 온전히 이해한다는게 가능하기는 할까?

살아가면서 누구나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한번씩은 해보지 않았을까? 정답이 없거나 너무 많은 답을 가진 질문은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각자가 많은 고민과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이나 답은 당연히 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고 인정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공격하는 이들이 있다. 정치, 종교, 인종 문제 등의 거창한 문제를 비롯해서 책 한권을 읽고 조용히 남긴 감상문 한 편에도 자신과 반대 입장을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인신공격과 비하를 서슴지 않는 일부 도를 넘은 인터넷 상의 언어 전쟁도 그러하다. 철학과 주관이 아닌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가 마치 의견의 다양성이라도 된다는 듯이.

여러 주제에 대해 칼럼처럼 씌여졌지만 유머를 장착해선지 어렵지 않게 읽어 내려갔다. 공감가는 주제들에는 나의 입장에서 주관적인 해석을 하게 된다. 몇 가지 관심있게 보았던 주제들을 열거하자면, (사생활의 보호에 대해 얘기하며) 보호받아야할 사생활은 타인의 사생활도 보장해주는 것이어야 한다던지, 영웅이라고 불리는 많은 사람들은 그저 정직하고 용감하게 자신의 의무를 다한 사람일 뿐 영웅이라고 과장할 것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이 영웅으로 불리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핸드폰 증후군. 너무 많이 듣고 보아서 모두가 잘 아는 주제다. 그런데도 여전히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노예가 되고 핸드폰 좀비가 되어간다. 이용하는 게 아니라 조종당하는 삶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소비의 행태가 대상의 소유 자체보다는 걷잡을 수 없는 구매 충동이 목표라는 얘기는 주변에서도 쉽게 접하는 사례이기에 이해가 된다.

좋아하는 것은 없지만 싫어하는 것은 있고, 원하는 것은 없지만 원하지 않는 것은 있다는 모순처럼 들리는 얘기에도 공감이 된다.

철학과 종교를 다루는 부분에서도 움베르토 에코의 주장에 강하게 동의하고 싶은 대목이 많았다.

종교는 민감한 주제다. 그 종교로 인해 전쟁도 불사하니 말이다. 거의 모든 종교가 사랑과 평화, 용서와 믿음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본다면 아이러니이지만. 내 종교는 존중 받길 원하면서 타인의 종교는 무시하거나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다. 존중받고 싶은 만큼 타인의 생각과 종교 등을 존중해주는게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인터넷이 생활에 깊이 들어오며 정보의 양과 속도는 엄청나게 많아지고 빨라졌다. 그 중 의도하지 않았던 가짜와 의도된 가짜도 진짜인 척 섞여있다. 남의 생각을 제 생각인 양 앵무새처럼 떠들면서 알맹이는 쏙 빠진채 목소리만 높이는 자들도 있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고 그 깊이도 헤아릴 수 있는 안목과 깊이를 가져야 할 때다.

20 세기를 대표하는 기호학자이자 미학자, 그리고 세계적 인기를 누린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를 설명하는 이런 수식어에 철학자라는 말을 덧붙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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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 수업 : 연결 - 오늘의 지식을 내일의 변화로 이어가기 퇴근길 인문학 수업
이종관 외 지음, 백상경제연구원 엮음 / 한빛비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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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 수업. 연결

백상경제연구원 (편저) | 한빛비즈 (펴냄)

총 6권의 시리즈 중 지금까지 5권을 읽었다.

멈춤을 시작으로 전환, 전진, 관계에 이어 "연결"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강의는 역시나 여러 분야의 이야기로 흥미와 지식을 둘 다 잡는데 성공했다. 중간중간 관계와 소통에 관한 이야기로 비슷하게 흐르는가 했지만 이 두 주제를 보다 더 크게 포용하며 폭넓은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말 그대로 지금까지의 주제들을 연결하며 새로운 방향을 바라보게 한다고 하면 맞을까?

책 표지의 붉은 문장이 이번 주제를 짧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오늘의 지식을 내일의 변화로 이어가기". 철학, 미술, 영화, 문학, 고전, 경제, 역사, 사회의 영역별로 풀어가는 강의는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IT와 인공지능. 이세돌과 알파고로 대표되는 과학의 발전은 인간을 위한 것임이 분명한데도 언젠가부터 인간이 소외되고 있는 기이하고도 아이러니한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인간이 배워야할 것은 과학만이 아닌 인문학이 되어야 하는 이유, 인문학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기에 도구(기술)에 집중하지 말고 도구를 사용하는 과제에 집중해야 하며, 제품보다 시장 구축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내용이 깊이 와닿는다.

성장을 위해서는 먼저 개방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개방성은 외부 환경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나와 내가 속한 조직의 소통과 혁신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의 요인이 된다. 소통이 강조되는 시대에 개방성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무엇을' 보다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한다고 한다. 그의 영화가 다른 영화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고민의 포인트가 시작부터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사상가들의 철학이 정치와 종교를 주 무대로 삼지만 각자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인정받는 사람들 또한 나름의 철학을 가진 사상가라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역사가 계속되어 오는 동안 명품의 의미는 조금씩 달라져 왔다. 희귀하고 결핍된 물건에서 시작된 고대의 명품은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면서 부르주아 계층의 등장으로 고가의 물건으로 부를 과시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그것에 관심없는 사람에게는 별의미가 없지만, 명품이 욕망과 연결된 사람들에게는 욕망(갖고 싶은 환상)과 현실(소유 후 일시적인 만족)이 무한 반복하며 중독에 이르기도 한다.

동양의 의학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중시해왔다. 이제마의 사상의학은 '인간과 자연'을 '인간과 사회'로 전환하려 시도했다. 그리고 지금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 끊임없는 변화의 이유는 무엇일까? 의학 뿐만이 아니라 모든 학문이 시대에 따른 한계를 가지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의 취향과 한계에 따른 차이도 존재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아야 모르는 것도 보인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그 차이가 거듭되는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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