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티 Rome City - The Illustrated Story of Rome
이상록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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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시티

이상록 (지음) | 책과함께 (펴냄)

로마의 역사와 유적에 관한 많은 도서들이 있지만 "책과함께"에서 나온 신간 <로마 시티>는 이전까지 보아왔던 책들과는 차별성이 보인다.

학술적으로 접근해 딱딱하고 건조한 지식서와 달리 저자가 로마를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보태어져 여행기를 살짝 닮아 있는 모습이다. "소소한 로마 여행 그림책을 만들어보겠다고 시작했던 일이 15년이 지나는 동안 두꺼운 인문교양서가 되고 말았다."는 작가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3백여 컷의 근사한 일러스트는 독자를 더욱 더 친근하게 로마로 이끈다. 투머치하게 세밀하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디테일은 놓치지 않아 정보를 주면서도 눈도 호강하는 일석이조라고나 할까?

서구의 문명과 역사를 얘기하면서 로마를 빼놓을 수 없다. 로마의 유적지와 역사를 설명하는 책들이 거듭 출판되는 이유다. 그런데 유적지와 관광지, 유물과 지도, 명화와 초상화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그림으로 설명하는 책은 처음 접해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역사만 설명되었다면 다른 로마사 책들과 차별성이 없고 약간 지루할 수도 있었겠지만 로마와 관련된 역사, 문화, 유적지, 미술 등을 망라하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설명은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 역사의 중심에 로마가 있었다고 할 정도로 크고 작게 로마의 영향을 받으며 현재에 이르렀다.

길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았던 고대의 로마인들. 전쟁시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군대에게 제대로 닦인 길은 병사들이 느끼는 피로를 줄여주었다. 사람이 다니는 길 뿐이랴.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물의 길 '송수로'도 만들었다. 계급에 상관없이 이용했던 목욕탕 문화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얘기를 나누는 친목의 공간이 되었다.

권력자들은 대중이 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탐탁치 않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로마는 최고 권력자들이 막대한 부를 이용해 공공건물을 짓는데 열중했다. 다른 나라에서 권력자들이 부와 힘을 이용해 궁전과 무덤 등을 거창하고 화려하게 꾸민 것과는 대조적이다.

목욕탕 문화를 유흥과 향락으로만 보고 로마가 몰락한 이유 중 하나로 보는 시각이 있다. 더불어 '빵과 서커스'도 자주 애용되는 얘기다. 군중을 우둔하게 만들기 위해 정부가 쓴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3S정책을 펼친바 있다. '스크린, 스포츠, 섹스'를 통해 국민의 주의를 돌리는 것이다. (수천년의 시간을 건너 뛰어서도 배울 것은 배우고 마는 정신을 높이 사야하는가...)

그러나 로마의 서커스는 성공하지 못했다. 경기를 보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민중은 여론이라는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르네상스' 하면 예술의 부활, 부흥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미술사로 접근하는 르네상스가 친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마시티>에서는 르네상스의 나머지 반쪽도 얘기한다. 450. 르네상스의 반쪽이 펜과 붓, 물감과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면, 나머지 반쪽은 칼과 대포, 피와 폐허로 만들어졌다.

로마가 지금의 이탈리아와 바티칸시국이 되기까지 거쳐온 사건과 세월들까지. 한권의 책으로 다 알 순 없지만 한쪽에 치우친 분야보다 다양하게 접근한 <로마시티>는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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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피 - 자존감, 나르시시즘, 완벽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윌 스토 지음, 이현경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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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피

윌 스토 (지음) 이현경 (옮김) 글항아리 (펴냄)

우리는 완벽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완벽주의는 우리 목숨을 앗아가는 생각이다.

표지글에서

한때 세상 모든 일들의 원인이 자존감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지난날의 나는 유리 멘탈로도 부족해서 쿠크다스 멘탈이라고 불리웠다. 자존감은 멘탈과도 관계가 있는 듯 싶다.

자존감, 자신감, 자기존중, 자만심 등 엄밀히 보면 분명히 다른 뜻인데도 뭉뜽그려 쓰며 동의어처럼 남발한다. 지금은 자존감의 시대가 아니라 자존갑의 시대라고 해도 될만큼 자신만을 드러내고 위하고 치켜세우며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자존감의 형성이 유아기가 결정적이라는 얘기를 어디선가 듣고는 "내 아이는 특별해요"를 외치며 내 아이만을 옳다하고 안하무인의 행동을 보이는 일부 부모들도 있다. 진상과 갑질, '맘충'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사회의 물의를 일으키는 민폐로 연결된다. 자존감은 개개인을 특별한 사람으로 여기고 존중하는 것은 맞지만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아닌 개인의 개성과 특성에 따라 맞춤형 배려와 존중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다루고 있는 "자존감". 윌 스토의 <셀피>에서 자존감에 대해 다루고 드는 예는 다른 자기계발서와는 결이 다르다. 낯선 접근이었지만 좀 더 전문적이었고 다각적인 접근과 해석이 엿보였다.

우리는 완벽할 수 없는 존재임에도 완벽을 요구받고 완벽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거절과 좌절을 맞닥뜨렸을때 보이는 반응과 결정은 개인의 자존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일부는 재도전, 일부는 쿨한 포기, 누군가는 은둔을 선택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폭력으로 표현하며 안타깝게도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같은 문제에 같은 답을 얻고서도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개인의 차이일 것이다.

서양에서의 영웅은 불의에 맞서 진실이 승리하도록 하는 정복자의 이미지이고 동양에서의 영웅은 희생하고 보살피는 사람의 이미지라는 본문 속 내용은 자존감을 형성하는 환경에 문화적인 요소가 꽤 크게 자리잡는 것을 보여준다. 자살을 바라보는 시각도 동서양이 다르다. 누명을 쓰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선택한 자살이 서양에서는 죄의 자백을 뜻하고 동양에서는 억울함의 항변과 가지지 못한 증거의 또 다른 형태로 표현된다.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보다 먼저 스스로를 제대로 객관적으로 보고 알아야 한다. 자기직시와 자아성찰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높은 자존감은 주위에 민폐가 되고 때로는 사회악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자존감이 아닌 병든 자존갑, 근자감이 되고 마는 것이다.

완벽주의를 요구받는 시대를 살아가며 누구나 한번쯤은 완벽을 꿈꾼다.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나쁜것도 틀린 것도 아니다. 우리는 모두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올바른 자기직시와 자아성찰로 자기비하가 아닌 겸손함을, 이기주의가 아닌 개인주의를, 자존갑이 아닌 자존감을 갖춘다면 완벽하진 않더라도 완벽을 꿈꾸는 삶을 건강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지금도 '현재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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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달 1 (일러스트 특별판) - 세 명의 소녀 고양이달 (일러스트 특별판) 1
박영주 지음, 김다혜 그림 / 아띠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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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달. 세 명의 소녀

박영주 (글) | 김다혜 (그림) | 아띠봄 (펴냄)

39. 살면서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적 있어? 혹은 누군가로 인해 네 삶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그런 적은? '그 누군가를 만나지 않았다면' 하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절대적인 인연이 있었는지를 묻는거야, 지금.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여겨왔다. 온 세계가 열광했던 해리포터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나다. 첫사랑 소녀를 찾아 여행을 떠난 노아가 아리별의 주인 아리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내용은 아이들만의 동화라고 하기엔 깊은 이야기가 많다.

동화책을 읽던 나이에서부터 10대 아이 둘을 키우는 40대가 된 지금의 내가 20대에게 감히 추천하고픈 책이다.

●20대 책 추천 - 고양이달

                                   

바라별의 벽에는 뭐든지 그림만 그리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노아가 고양이달의 소녀를 아무리 그려보아도 그 소원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스승님의 몇번의 망치질로 찢겨나간 벽은 바라별이 거대한 우주 속 작은 별일 뿐임을 알게 한다. 현실의 울타리를 지키기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 세상의 수많은 노아들과 자신이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양 목소리를 높이고 우물 안 개구리의 식견으로 세상을 판단하는 현실의 어리석음을 겹쳐본다.

별신의 고장으로 불시착하게 된 아리별에서 노아는 따뜻한 세상을 배운다. 동성의 기린 커플인 링코와 린, 그리고 이들 부부에게 입양된 여우 핀. 우리의 시각으로 본다면 평범하지 않은 가족이지만 아리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존경받는 링코이고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린이다. 지구에서는 편견없이 이들을 한 가족으로 바라보아주고 받아들여줄까? 지구별에서 온 빅과 스몰이 탐욕과 이기심을 보이는 모습이 오히려 익숙한 모습이랄까?

어른이 되어갈수록 몸이 작아지며 엄지족이 되어가는 거인족들. 정해진 이별을 받아들이는 거인족 가족의 모습이 애달프다. 작아지는 몸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거인이 되어버린 딸들을 가슴 가득 안아주지 못하는 엄마와 엄마를 원망하지만 미워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딸의 모습을 통해 가족 안에서의 갈등과 오해, 가족애를 보여준다. 불행한 사고로 작별인사를 할 틈도 없이 죽음을 맞은 엄지 아빠와 태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는 구름아이를 보며 사랑은 표현하며 살아야 함을 느낀다. 아무리 많이 사랑해도 덜 좋아하는 것처럼 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어른이 된 것이라는 링코의 말은 부담을 주지 않는 사랑을 얘기한다.

                                   

노아는 링코와 린에게 또 다른 가족과도 같다. 부모의 정을 모르고 자란 노아에게는 이들이 부모와 같다.

아리별이 일곱 가지 무지개색 마을로 이루어져 있듯이 사랑도 여러 모습 여러 색깔이다. 모나를 향한 마레의 마음도, 노아를 향하는 마레의 억누른 마음도 모두 사랑인 것이다.

<고양이달>이 왜 문고사이트에서 초등학생용 동화로 분류되어야 하는건지 의문이 든다. 동화라고 하면 무조건 아동용이라는 편견이 아쉽다. <고양이달>은 어른들도 고민하고 생각해봐야할 질문과 철학이 많이 담긴 책이다.

20대 책 추천을 하고픈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를 꼽자면 순수함이다. 20대 책 추천을 해주고 픈 <고양이달>. 세상살이로부터 순수함을 잃기 전 이런 책을 읽게 된다면 각자의 세계관은 좀 달라지지 않으려나.

아이들의 동화로만 치부하기엔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할 주제가 넘쳐난다. 20대 책 추천 아니 전 연령대가 함께 읽어도 좋을 <고양이달>이다.

초록띠마을의 사라진 초록의 노래는 다시 기억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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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소피 랩 - 내 삶을 바꾸는 오늘의 철학 연구소
조니 톰슨 지음, 최다인 옮김 / 윌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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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소피 랩

조니 톰슨 (지음) | 최다인 (옮김) | 윌북 (펴냄)

옥스퍼드 대학 철학 교수가 알려주는 맞춤형 철학 솔루션

열개의 주제로 나누어 철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본다. 윤리, 실존주의, 예술, 사회와 인간관계, 종교와 형이상학, 문학과 언어, 과학과 심리학, 일상 속 철학, 인식과 마음, 정치와 경제.

애써 외우려 하지 않고 정답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철학은 개인의 경험에 따라 자기만의 답이 있으니까.

보통의 철학 도서들은 위대하거나 유명한 철학자와 그의 대표 사상을 지식적으로 접근하며 독자를 이해시키려 한다. <필로소피 랩>은 일반적인 철학 서적과는 결이 약간 다르다. 많은 철학자와 그들의 사상을 다루고 있지만 일상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떠올려봤음직한 질문들에 답을 찾기 위한 열쇠로서만 쓰인다.

독자를 배려해 주제별로 분류해 놓은 친절함을 보였지만 읽어갈수록 각 주제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겠구나 싶었다. 고대의 철학자들이 철학자이면서 수학자인 동시에 과학자이고 예술가적인 면모까지 갖추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철학이란 것이 칼로 무 베듯이 윤리와 예술, 인간관계, 문학 등을 서로 넘나들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본문에는 철학자들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인 타노스나 조커 등을 인용하며 무게있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철학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아니더라도 삶과 죽음, 애정과 증오, 개인주의와 이타주의 등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한두번 혹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이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철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보다 답을 찾기 위한 그 과정에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한다. 저자인 조니 톰슨도 질문을 던지며 여러 사상과 철학을 가볍고 간단하게 설명해줄 뿐 질문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다.

하나의 질문 만으로도 한권의 책이 되고도 남을 만큼 그가 주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본문에서 다루고 있는 "사회와 인간관계" 중 부모의 애정, 소속감에 관한 부분은 많은 육아지침서와 교육서, 자기계발서 등으로 끊임없이 많은 책이 출판되고 읽힌다.

현대인들에게 깊은 고민과 갈등을 주며 치유와 힐링을 필요로 하는 문제에 "관계"는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깊고 얕은 관계, 길고 짧은 관계, 사적이거나 공적인 관계 등 살아가면서 이루게되는 많은 관계들 중에서 내가 꼭 피하고 싶은 두 부류가 있다. 진상과 관종. 진짜, 살면서 이 두 부류는 웬만하면 거르고 싶다. 정신건강을 위해서.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관계도 있으니 괴로워하고 고민하며 각자의 깊이에 맞는 철학을 하고 배우는 게 아닐까?

철학은 멀리 있지 않다. 일상 속에도 철학이 있고 문학 속에도 철학이 있다. 후세에 길이 남길 거창한 사상은 아닐지라도 나만의 철학으로 나를 세우고 더불어 주위 사람들을 세우며 살아간다. 종착지가 "행복"이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아닌들 어떠한가. 고민하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아가고 발전하는 기쁨이 있으니, 조니 톰슨이 주고 싶었던 것은 답이 아니라 처음부터 질문이었는지도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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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06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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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하)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당신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내가 함께 가는 거야.

우리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살아 있으면 그건 둘 다 살아 있는 거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하) 본문 중에서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되도록이면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감독의 재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기에 작가의 의도를 먼저 알고 싶은 이유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존 던의 시를 제목으로 쓰여진 헤밍웨이의 소설이다.

17세기 런던의 마을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교회종을 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헤밍웨이의 소설에서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렸을까?

언제 죽을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전쟁에서도 사랑이 가능한가? 마리아와 로버트 조던의 짧지만 진한 사랑을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전쟁이라고는 하지만 국가와 국가간의 전쟁이 아닌 스페인 공화국과 반란군 파시스트 사이의 내전이다. 공화국은 유럽 각국과 미국의 국제 여단의 지원을 받았고 반란군은 보수주의자, 파시스트, 이탈리아 나치 독일의 지원을 받았다. 스페인을 위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지원국들의 감추어진 속내가 한 나라를 더욱 더 내전으로 몰고가진 않았을까? 우리의 6.25처럼 말이다. 정치인들이 아니었다면 조국은 분단이 아닌 통일을 맞이했을거란 여운형 선생의 말이 줄곳 떠올랐다.

로버트 조던의 지시를 받아 공화국의 골스에게 편지를 전하러 떠난 안드레스가 무정부주의자의 무지와 장교들의 고집, 불필요한 절차로 번번이 통행이 저지되는 것을 보면서 어리석은 지도부는 어느 전쟁, 어느 시대에나 꼭 있구나 싶었다. 이들 중 신념을 가지고 전장에 나선 이는 얼마나 되었을까?

로버트 조던은 자신이 죽인 나바라의 타파야 출신 기병대 젊은이의 편지를 읽고 생각에 잠긴다. 자신이 죽인 사람들 중에 확실한 파시스트는 몇명이었는지, '죽이지 말아야겠다'와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야' 사이에서 괴로워 한다. 살인은 분명 범죄이지만 더 큰 불행을 막기 위함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보아도 그런다고 해서 괴로움이 덜해지지 않는다.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마리아와 로버트 조던의 사랑이 큰 줄기로 이야기가 흐르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에서는 사랑에 못지 않은 무게로 내전의 참혹함과 상처, 게릴라들의 동료애를 보여주었다. 로버트 조던은 나흘을 함께 보낸 필라르의 일당들에게 형제애를 느꼈다. 서로에게 목숨을 맡겨야 하는 것은 절대적인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 번 배신했다가 돌아온 파블로에게 마리아를 부탁해야 하는 예상치 못한 변수도 생겼지만. 삶은 늘 예상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으니.

이런 세상에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로버트와 아이를 낳아 파시스트와 맞서게 하고 싶다는 마리아. 부모의 죽음과 겁탈이라는 상처를 지닌채 순종적이고 사랑밖에 난 몰라를 표현하는 마리아에게서 잡초와도 같은 생명력을 보았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마리아를 보내기 위해 로버트가 한 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심이었을 것이다.

'​존 던'의 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마지막 구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지 알기 위해 사람을 보내지는 말지라.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므로."

결국은 모두에게 울릴 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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