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는 처음에는 머리를 끄덕이며 나만 그런 거 아니었어!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지만 뒤로 갈수록 글 쓰는 사람이 공감할 내용이라 흥미가 좀 떨어졌다. 더군다나 중간에 라틴어가 나오면서 라알못인 나는 일일이 사전을 검색해가며 보니 더욱 그랬다. 이런 건 딱 보고 푸하하 해야 하는데 단어 찾아서 아 이렇구나 하하하 이렇게 열 박자는 늦게 웃게 되니 말이다. 


그러다 페넬로페 님과 잠자냥 님의 페이퍼를 보게 되었는데 나도 내 책장에 있는 책에 대해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제 읽은 책도 가물거리는 내 기억력 탓에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답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책' 뭐였지? 무지 많았던 거 같은데? '펴볼 엄두가 안 난 책'도 많았잖아? 근데 제목이 뭐였더라... 이렇게 내려가다가 아,이거다! 싶은 대목이 있었다. '어째서인지 두 권 있는 책' (책에는 세 권 있는 책인데 페넬로페님과 잠자냥님 모두 두 권으로 하셨길래. 사실 나는 세 권을 가지고 있는 책은 없다.)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책을 가지고 있는 걸 까먹고 또 사거나, 가지고 있는 걸 알지만 좋아하는 책이라 다른 에디션을 또 사거나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치(?)를 누릴 수가 없다. 해외에 살고 있다보니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겁도 없이 해외 배송으로 책을 구입하기도 했지만 배송료가 너무 부담스러워 (알라딘 US 같은 경우는 얼마 이상 구입 시 미국 내 배송료가 없지만 책값 자체가 무척 높게 책정되어있다) 한국에 갔을 때만 책을 구입해 직접 들고 왔다.(어떤 해에는 책만 100권을 들고 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너무 고생한 이후 한 번에 30여 권을 넘기지 않는다) 이렇기 때문에 책을 살 때 심혈을 다해 고르고 같은 책을 구입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두 권씩 가지고 있는 책은 어떤 것일까?


대학 시절 작고 마른 체구(지금은 체중조절을 경고받은 후덕한 아줌마가 되었지만 대학 시절에는 형제복지원 탈출자라고 할 정도로 빼빼 말랐었다)였던 나는 보기와 다르게 술을 아주 잘 마셔 술친구가 많았다. Y는 과 친구였는데 연애가 잘 안 풀릴 때 나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그가 채였다고 하면 위로주를 같이 마셔주곤 했었다. 이과생이라 책을 읽는 남학생이 별로 없었는데 Y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 이야기가 잘 통했다. 그가 나에게 건네주었던 책. 장 그르니에의 '섬' 과 '어느 개의 죽음에 관하여' 내가 처음 '섬'을 읽었을 때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마구 뛰었던 느낌과 읽고 또 읽으며 줄 긋고 노트에 적었던 그 순간의 기억은 생생하다. 이 책으로 술친구 중 한 명에서 마음까지 통하는 특별한 이성 친구로 발전했다.



그 이후 청하에서 나오는 장 그르니에의 전집을 하나씩 모았다. 사실 청하의 '섬'은 전집을 맞추느라 나중에 샀고 읽지는 않았다.


이번에 이데아 총서의 '섬'을 펴보고 깜짝 놀랐다.


엥 한자가 막 섞여 있네. 나 한자 까막눈인데 이거 어떻게 읽었지? 그리고 생각해보니 1988년 한겨레 신문이 한글로 된 신문을 창간하기 전에는 모든 신문에 한자가 함께 사용되었다. 그 당시 나에게는 별일이 아니었던 듯. 



내가 가지고 있는 '청하'의 그르니에 전집


대학 시절 내가 좋아하던 작가 중 한 명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였다. '그리스인 조르바'에 푹 빠진 뒤 고려원에서 나온 그의 전집을 마구 읽었는데 그때 Y가 추천해 준 책이 바로 '성 프란시스코'였다. 당시만 해도 신심이 무척 깊었던 Y와 함께 카잔차키스의 작품을 읽고 소주를 마시며 이야기하던 기억이 아득하다.



우리는 더욱 가깝게 해 준 '그리스인 조르바'는 집에 없어서 나중에 구입을 했고, 이번에 친정 아버지 책장에 있는 것을 내가 들고와 두 권이 되었다.



이렇게 서로 책을 권해주고 좋은 책에 같이 흥분하던 Y는 시도 썼었는데 가끔 술집에서 같이 술 마시다가 냅킨에 즉석에서 시를 써주기도 하고, 단골 카페의 낙서장에 쓴 시에 누가 곡을 붙였다며 주인 아저씨가 건네준 적도 있다. 이러니 내가 안 넘어갈 수가 있나!

하지만 그는 결혼 후 책은 한 권도 읽지 않았고 시는 고사하고 편지나 카드도 쓰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니 이건 나를 꼬시기 위해 작전을 쓴 거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쓰다 보니 책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연애 이야기가 된 거 같아 좀 민망한데... 실은 옛날 생각이 떠오른 건 며칠 전이 결혼 기념일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우리 이번 결혼 기념일도 (평소와 같이!) 그냥 넘어갑시다! 라고 선언을 했는데 둘째 엔양이 어찌 결혼기념일을 그냥 넘어가냐고 자기가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사진으로 보니 허접해 보이는데 우리 가족들이 무척 좋아하는 요리이다.


그리고 엔양은 나한테 카드를 하나 사서 건네면서 "엄마, 아빠한테 카드라도 쓰세요." 라고 한다. "엄마가 카드도 안 샀을 거 같아서..." 나를 너무 잘 아는 딸. 무심한 나한테서 어떻게 저렇게 다정한 아이가 나왔는지 참으로 미스터리다.


남편이 사온 꽃(발렌타인스 데이 꽃이 남아있는데 꽃을 또.... 융통성 제로임) 과 케익

엔양이 나 대신 사서 쥐어 준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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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2-22 08: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꽃에 꽃을 더하는 거 보니 융통성 제로가 아니라 낭만이 넘치는 거 아닐까요 ㅋㅋㅋ시 읽어주고 책 선물하는 거도 취향 저격한 맞춤형 꼬시기 전략... 그 결실이 카드 쥐어주는 총명한 따님 ㅋㅋ딱딱 맞아들어가는 기념일 축하드립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남의 연애사가 제일 재미있어요.

psyche 2021-02-22 11:32   좋아요 1 | URL
그건 정말 꿈보다 해몽인 거 같아요 ㅎㅎㅎ
취향 저격 맞춤형 꼬시기 맞는 거 같아요. ㅋㅋ 술 좋아하니 괜히 핑계삼아 술마시고 책 주고 그러면서 꼬신 거죠. 그땐 그걸 모르고 ㅜㅜ.... 그래도 그 결실이 다정한 딸이구나 싶으니 갑자기 지난 결혼생활이 덜 억울하네요. ㅎㅎ

유부만두 2021-02-22 08: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우~~~~ 달달해라!!!!
Y에서 딱 알았지만 남편분 독서 이력은 처음 알았네요. 서로 연래 상담자였다는 얘기만 알았지 뭐에요. 첫째의 독서량이 다 설명되는군요. ^^ 근데 우리집 애들은 뭐야 ㅜ ㅜ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쿨 시크 남편분께 안부 전해주세요.

psyche 2021-02-22 11:34   좋아요 0 | URL
우리집 첫째도 책을 안 읽은 지 쫌 되었다는...ㅠㅠ 그냥 지금 세대 아이들이 그런가보다 하고 있어.
지금은 쿨 시크 하지 않지만 안부 전할게~ ㅎㅎ

blanca 2021-02-22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그가 남편이 되었다니, 이런 반전이...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

psyche 2021-02-22 11:35   좋아요 0 | URL
반전으로 쓴 건 아니었는데....ㅎㅎ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scott 2021-02-22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페이퍼는 끝까지 읽어야 하는 반전 러브 스토리 한국에서 싹튼 사랑이 미국에서도 시들지 않고 만개한 꽃다발💐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ㅎ^

psyche 2021-02-22 11:36   좋아요 1 | URL
아 제가 Y 라고 써서 다들 과거의 사랑 이야기인 줄 아셨군요. ㅎㅎ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2-22 1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재결혼시키기, 엑스리브리스 가 생각나네요~
축하합니다~~!

psyche 2021-02-22 11:38   좋아요 1 | URL
‘서재 결혼 시키기‘ 저도 좋아하는 책이에요. 제 남편은 이제 책을 읽지 않지만...ㅠㅠ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연 2021-02-22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 그르니에 좋아해서 수집했던 기억이.. 추억돋네요. 청하의 저 책들. 부모님 집에 꽂혀있는데.. 그나저나 러브스토리, 멋져요^^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

psyche 2021-02-22 11:40   좋아요 1 | URL
미국으로 올 때 책을 거의 못 가져왔거든요. 그래도 저 책들은 꼭 챙겨왔답니다. 비연님도 그르니에 좋아하시는군요. 저 청하 시리즈는 너무 이쁜데 절판되어 아쉬워요.

다락방 2021-02-22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는 이 이야기가 결혼으로 진행될줄은 몰랐습니다? 하하하하하. 결혼은 반전이네요.
기념일 축하드려요. 책과 연애이야기라니, 너무 좋네요. 이런 이야기들을 다른 분들도 다 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재미있는 이야기!!

psyche 2021-02-22 11:42   좋아요 0 | URL
제가 옛날 사람이라 사귀면 결혼을... ㅋㅋ 그런 건 아니고 책 좋아하는 남자인 줄 알고 속아서 결혼했죠. 사실 남편이랑 저는 책과 연결된 이야기보다는 술과 연결된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언젠가 그 흑과거를 꺼내놓을수도. ㅎㅎ

cyrus 2021-02-22 1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저는 <마지막 페이지>를 가지고 있어요. 독서 모임 멤버 한 분이 지금 일 때문에 베트남에 거주하고 계세요. 그분은 장 그르니에의 글을 좋아해요. 그분이 귀국하면 <마지막 페이지>를 선물로 주려고 해요. 책은 그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의 서재에 있어야 해요. ^^

psyche 2021-02-22 11:44   좋아요 0 | URL
와 그분이 너무 좋아하시겠어요! 저도 주변에 cyrus 님처럼 사려 깊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베트남에 계신 모르는 그분이 엄청 부럽네요. ㅎㅎ

페넬로페 2021-02-22 1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달한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
책에 얽힌 에피소드는 사람마다 무궁무진 할 것 같아요. 그것을 읽는 재미도 좋구요.
제 딸아이도 카드사와서 남편에게 강제로 쓰라고 한 적 있어요 ㅎㅎ
장 그르니에의 책을 더 읽고 싶어져요^^

psyche 2021-02-26 02:17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 덕에 옛날 생각 떠올리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감사해요~
전 생각난 김에 그르니에 책 꺼내서 읽어보려했는데 글씨가 너무 작고 연한색이라 집중이 잘 안되더라고요. 흑흑

수이 2021-02-22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혼기념일 잘 보내셨어요?! 앗 결혼기념일 챙겨주는 따님 너무 센스 만점이에요. 저도 몇 권 겹치는 거 있는데 그건 생략하고 청하 장 그르니에 전집 보니까 새삼 가슴 떨려요. 저때는 제가 아줌마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죠!!! 프시케님이랑 와인을 마시고싶어지는 페이퍼입니다 ^^

psyche 2021-02-26 02:20   좋아요 0 | URL
엄마를 닮지 않은 딸이라 다행입니다 물론 큰애는 카톡으로 퉁쳤으니 저를 닮았네요. ㅎㅎ 저는 와인에는 아픈 과거가 있어서 ( (아무튼, 술> 에 그런 대목이 있어서 엄청 공감했네요) 맥주를 더 좋아합니다만... 언젠가 만나서 한잔할 날이 꼭 오겠죠.

라로 2021-02-22 1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프님!!!! 우리는 정말 도플갱어 같은 느낌 많이 들어요. 저 섬 책,, 저에게도 아주 특별한 책이거든요. (저는 <섬>만. ^^;;) 그러니까 저는 프님의 하수,,ㅎㅎㅎ
암튼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찐한 밤 보내셨습니까?? (딴청~)
엔양은 정말,,,,,하느짓이 어쩜 그리 다 이쁜가요!!! 한번도 만나본 적 없지만 애정해요, 엔양.
엔양같은 며느리 만나길 매일 기도합니다.
그런데 저기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데 비닐에 담아서 먹는 그곳? 아니에요??ㅎㅎㅎㅎㅎㅎ
저 간호대에서 단체로 갔었던 생각나요. 저는 양념이 별로라서 그 이후로 안 갔어요. 더구나 남편이 해산물 싫어하고, 혼자 가기는 그런 곳이라서. 갑자기 이름이 생각 안 나네요.흑
암튼 거기 안 싼데 엔양이 쐈다는 거에요?? 손도 큰 엔양!!
저는 프님 서재에 오면 늘 엔양 얘기만 하는 군요. 하하하
암튼, 남편분 정말 프님을 사랑하는 게 느껴져요. 제 남편이랑 같은 과인 것도 느껴지고 (초콜렛 주지 말라고 했다고 말 잘 듣;;;;,,,암튾ㅎㅎ)
프님의 페이퍼는 언제나 재밌어요. 다음엔 꼭 흑역사에 대해서 하나 씩 풀어주세요!!! 저 기다리고 있다가 가끔씩 조르겠어요.ㅋ

아! 그리고 빼빼 마르셨다는 거 상상이 가요. 제가 첨 만났을때도 팔다리가 가늘고,,,암튼 이쁘십니다. ^^

psyche 2021-02-26 02:26   좋아요 0 | URL
앗 저기를 안 좋아하시다니! 저기는 크랩헛이고요. 비슷한 곳이 좀 있는데 저희 가족들은 그중 크랩헛을 좋아해요. 해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 엠군은 소세지만 먹고요. 해물이라 값이 좀 하는데 엔양이 팍 쐈습니다. 구두쇠지만 쏠 때는 또 과감히 쏘는 아이라... 덕분에 아주 잘 먹었어요.
저희 남편도 해산물 별로 안 좋아해요. 뭐 이런 거까지 비슷하다니.... ㅋㅋㅋㅋ 그래서 크랩헛 가면 다른 해산물은 안 넣고 새우랑 조개만 시키는 데 남편은 새우만 먹어요. 조개는 나랑 엔양꺼.
그리고 라로님이 저를 보셨을때보다 살이 더 쪘습니다. ㅜㅜ 제 인생에 이런 날이 있을 줄을 몰랐네요. 만삭때보다 더 뚱뚱해요. 흐흐흑

희선 2021-02-26 0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났겠지만 결혼기념일 축하합니다 책으로 만난 인연이군요 다정한 따님이네요 책을 볼 때마다 그때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희선

psyche 2021-02-26 02:2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희선님. 책 때문에 제가 꼬임에 넘어간 인연이에요. ㅎㅎ 사실 책이 이중주차된 책장 안쪽에 있어서 정말 간만에 꺼냈네요. 책을 펴보니 앞에 쓴 글도 있고해서 옛날생각 한참 했어요.

2021-02-26 0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26 0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26 0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26 0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껴 고향인 과테말라를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아이들. 내가 번역했던 <The Only Road/장벽 너머 단 하나의 길>과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장벽 너머 단 하나의 길>이 초등 고학년용 이상으로 좀 순화(?)된 것이었다면 이 책은 청소년 용으로 훨씬 세다. 사실 <장벽 너머 단 하나의 길>도 마음 졸이면서, 가슴 아파하면서 읽었는데 그 책보다 더 세다니! 

과테말라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더 끔찍하며 죽음의 기차를 올라타서 이동하는 부분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소설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지옥 같은 여정을 이어가면서 무너져가는 아이를 보는 건 정말 괴로웠다. 사실 이런 죽음의 여행을 하면서 어찌 제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 그걸 알면서도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계속 읽을 수가 없었다. 몇 번이나 책을 덮었고 이 아이들이 어떤 일을 당하는지 알게 되는 게 두려워 책을 다시 여는 걸 주저했다. 

하지만 내가 눈 감는다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고 이런 일을 몸으로 겪고 있는 아이들이 없는 게 아닌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저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억하는 것 뿐이라 계속 읽었다. 이것밖에 할 수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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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2-17 0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외면하지 않는 게 가장 힘들지도 몰라요. 듣고 보는 게 아픈 뉴스들이 너무 많아요.
캐러밴 기사를 가끔 읽는데 멀리 한국에서 갑갑한 마음이에요. 언니 덕에 그 속에 청소년, 어린이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psyche 2021-02-18 08:12   좋아요 1 | URL
정부가 바뀌었으니 최소 미국에서의 상황은 좀 달라지겠지. 그래도 그게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니까 안타깝기만 해. ㅜㅜ

미미 2021-02-17 0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 저도 공감합니다! 기억하고 들어줘야 한다고. 외면하면 없던 일이 되어버리기도 하잖아요. 저도 찾아 읽어볼래요!

psyche 2021-02-18 08:13   좋아요 2 | URL
기억하고 들어주는 게 어떤 도움이 될까 싶어 답답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듣는다면 작은 변화라도 일어나겠죠?

coolcat329 2021-02-17 1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책을 번역하신 분이었군요. 장벽 너머.. 제 아이도 읽었답니다. we are not . . .이 책은 아직 국내번역이 안된거죠?
만약 하시면 꼭 읽고 싶네요☺

psyche 2021-02-18 08:16   좋아요 2 | URL
어머나. 그 책을 읽은 독자(의 어머니)를 이렇게 만나다니! 뭐랄까 막 감개무량하네요. 자녀분이 재미있게 읽으셨나 궁금해요.
이 책은 번역이 안되어있고 번역이 되지 않을 듯? 장벽 너머..와 비슷한 스토리 라인인데 대상층이 애매하지 않나 싶네요. 제가 읽고 좋아도 이게 또 한국 상황에 맞아야 번역할 수 있더라고요. ㅜㅜ

coolcat329 2021-02-18 11:20   좋아요 1 | URL
감동적이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번역이 안되는군요. 앞으로 좋은 책 번역 기대할게요 ~~

psyche 2021-02-20 03:28   좋아요 1 | URL
감동적이었다니 제가 더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scott 2021-02-17 1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쉬케님 가슴이 따뜻하신분 !
한아이가 성장하려면 마을 전체의 도움이 필요하듯이
우리가 눈을 질끔감고 외면하기에 아이들의 목숨이 넘 위태롭고
단하나의 희망 누군가는 들어줘야 더큰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것 같네요 ^.^

psyche 2021-02-18 08:18   좋아요 1 | URL
세상에 너무 고통받는 아이들이 많아서 가슴 아픈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서...ㅠㅠ

2021-02-17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8 0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8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20 0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20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1-02-19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도 아이가 웃으면서 살 수 있는 나라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한국보다 더 힘든 나라도 있는 것 같더군요 어떤 나라에서는 아이가 돈 벌려고 갔지만, 돈은 거의 못 받고 일했다고 합니다 어린이한테는 일을 시키지 않아야 할 텐데...


희선

psyche 2021-02-20 03:33   좋아요 1 | URL
한국도 아이들에게 힘들긴 하지만 이 나라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는 고통이니까요. 아직도 어린이 노동력을 착취하는 곳도 있고. ㅜㅜ 고통받는 아이들이 많아 가슴이 아프네요.

박균호 2021-02-26 0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번역가이시군요 ^^ 선생님이 번역한 책 찾아서 읽어볼께요.

psyche 2021-02-26 11:37   좋아요 1 | URL
아직 병아리?라 번역가라는 호칭이 어색하네요 ^^
저도 선생님 책 두 권 가지고 있는데 아직 못 읽었네요. 빨리 읽어봐야겠다.
 

전에도 한 번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한국에 살던 시절 우리가 왜 양키들의 명절을 따라 해야 하냐며 당시 남친이었던 남편에게 초콜렛 한번 준 적이 없던 나는 미국에 와서는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며 초콜렛과 장미를 받아왔다.

얼마 전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엔양이 아빠가 한국에 있었을때 엄마가 발렌타인스 데이에 초콜렛을 주었냐고 묻는다 (엔양이 화이트데이도 알더라고) 남편이 그동안 무척 억울했었는지 자기는 한 번도 초콜렛을 받은 적이 없고 한 번 받아보는 게 소원이라네?

그래서 좋아. 까짓거 소원 한번 들어주지 뭐

올해는 내가 초콜렛 살 테니 남편은 사지 말라고 했는데 굳이 남편이 장미랑 초콜렛을 또 사 왔다.(그것도 고디바 큰 봉지 두 개나.. 안 그래도 체중조절 해야 한다는 경고받았는데 어쩌라고 ㅜㅜ)


전날 저녁 삼겹살에 와인을 조금(!) 많이  마시는 바람에 라면으로 해장을 하려 했는데 엔양이 발렌타인스 데이에 라면이 뭔말이냐며 아침을 차려주었다.

고맙긴 한데.... 엄마는 얼큰한 국물이 필요하단다. ㅜㅜ


하지만 위대한 모성으로 열심히 먹었고 먹다 보니 그럭저럭 해장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해장으로 햄버거를 먹는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그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해보니 괜찮았다. 내 식성이 미쿡화 되어가는 걸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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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2-16 06: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해피 발렌타인 언니!!!! 언니의 평생 스윗 하트 남편분, 안 그런척 하시며 다 챙겨주시는 분인거 제가 알죠! 언니네 옛날 컴퓨터 방 책장의 빽빽히 꽂혀있던 책들도 기억 나고요. 언니 보고 싶어!

psyche 2021-02-16 07:56   좋아요 2 | URL
스윗 하트 남편은 요즘 나이가 늘었나 무척 징징??? 거리네. ㅋㅋ 사실 미국에서는 친구도 없고 그저 마누라만 바라볼 수 밖에 없으니 그렇긴 하지만... 올해 한국에 갈 거니깐 그때 꼭 보자고!!

단발머리 2021-02-16 0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아아아아! 정말 하트하트한 장면인데요. 초콜렛도 장미꽃도 너무 근사합니다. 엄마 아침 차려주는 딸마음이 예뻐요~ 하려는데 예쁘게 차린 아침상도 이쁘네요. 저도 어제 초콜렛을 먹긴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왜 먹는지 모르고 먹었더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yche 2021-02-16 07:58   좋아요 1 | URL
둘째가 잘 챙기는 스타일이라 무슨 날이고 하면 꼭 챙겨요. 무심한 저를 안 닮아서 얼마나 좋은지. ㅎㅎㅎ

붕붕툐툐 2021-02-16 0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발렌타인데이를 정말 발렌타인데이로 보내셨군요!! 장미 넘넘 예뻐요!!😍

psyche 2021-02-16 08:00   좋아요 2 | URL
미국에서는 발렌타인데이를 많이 챙기다보니 저렇게 꽃도 받고 아침상도 받았네요 ㅎㅎ

다락방 2021-02-16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리 조카가 할머니한테 초콜렛을 줬는데 그게 발렌타인 데이 때문이었군요!!!

장미도 예쁘지만 저 아침상 정말 마음에 쏙 드네요. 사진엔 없지만 삼겹살에 와인도요. 호호 🤭

psyche 2021-02-17 02:07   좋아요 0 | URL
저는 와인에 아픈 추억이 있어서 와인을 잘 안 마십니다만.. 간만에 삼겹살하고 마시니 좋더라고요. ㅎㅎ
딸들이 요리를 잘해서 좋아요. 더군다나 코로나로 딸이 집에 와 있으니 가끔 딸이 식사 준비를 하니 그것도 좋고요.ㅎㅎ

scott 2021-02-16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케익에 꼭 박힌 불르베리가 하트로 보임 ㅋㅋㅋ 프쉬케님 남편분 어메리칸 스타일로 바뀌신것 같아요 초쿄보다 장미에 마음을 담아놓으쉼 💐

psyche 2021-02-17 02:11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ㅎㅎ 저 팬케익이 블루베리와 초콜렛칩 두 가지였는데 다들 초콜렛 칩만 먹으려고....ㅜㅜ 그래서 가족들이 뒹굴뒹굴 굴러 다니나봐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1-02-16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부만두님 서재에서도 달달한 이야기 읽고 왔는데 프쉬케님네 댁에서도 달달함과 장미향까지!!!!!
여기저기 달달함 넘 좋네요~~^^
발렌타인 데이고 화이트 데이고 이런 날 빙자하여 모두가 사랑을 표현하는 건 참 좋다!!! 란 생각 불현듯 스칩니다.
그동안 넘 무심하게 그냥 지나쳐 왔었구나!!란 생각이 드네요.
아이들이 보고 자란다는 생각을 못했어요ㅋㅋㅋㅋ
행복한 아침상이에요^^

psyche 2021-02-17 02:19   좋아요 1 | URL
미국은 무슨 날이면 온 나라가 들썩거려요. 발렌타인스 데이 같은 경우는 초등학교 때는 반에서 막 행사도 하고 반 친구들 모두에게 작은 카드랑 사탕 이나 초콜렛 한 개 같은 걸 주고요. 마트에서 파는 걸 가져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어떤 아이들은 정말 정성담긴 카드를 주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그렇게 하니까 자연스럽게 집에서도 그냥 넘어가지 않게 되네요.
미국 사람들은 사랑한다 뭐 이런 거 표현을 무척 많이 하잖아요. 한국도 이제는 바뀌고 있지만... 저는 옛날 사람이라 처음에는 뭐야 닭살스럽게 했는데 살다보니 서로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게 좋은 거 같더라고요.

라로 2021-02-17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 발렌타인데이 아무도 초콜렛을 안 줘서 제가 저를 위해 사줬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프님은 많이도 받으셨네요!! 고다이바라고 발음하던에,,,맛있었나요?? 아니 다 먹었나요??ㅎㅎㅎ 꽃도!! 젤 부러운 것은 둘째 따님이 차려주신 아침상!! 어떻게 하면 그런 효녀를 낳을 수 있나요? 저는 이미 늦었으니 그 비밀을 제 딸에게 전수;;;

psyche 2021-02-18 08:41   좋아요 0 | URL
그죠. 미국에서는 고다이바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고디바라고 ㅎㅎ 저 사진에 있는 건 제가 가족들한테 사준 거고요. 남편이 사준 고디바 두 봉지는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저 같이 무심한 엄마한테서 어떻게 저런 딸이 나왔는지는 정말 미스터리입니다. 혹시 엄마랑 반대로 가는 걸까요? ㅎㅎ
 












아마 많은 알라디너들이 그렇겠지만, 다른 사람 집에 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책장이다. 당장 가서 무슨 책이 있는지 살펴보고 싶지만 친한 사이가 아닌 한 다짜고짜 책장 앞으로 달려가는 건 예의가 아닌 법. 하하호호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책장으로 갈 기회만 호시탐탐 노린다. 그러다 드디어 그 기회가 오면 책을 살펴보며 그 사람에 대해 판단한다. 



하지만 남들에게 내 책장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내 책장을 보고 날 판단할테니까. 



와우! 어쩜 이렇게 내 맘이랑 똑같지!!





이 부분에서도 한참 웃었는데 특히 여기! 나의 경우는 부인 대신 남편 또는 가족이 되겠다. 예전에는 책 읽으면서 옆에서 말하면 건성으로 대충 대충 응,응 할 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는다. 책 읽을 때 옆에서 뭐라고 하면 대답이 나오질 않는다. 아니 나한테 말했는지 들리지도 않는다. 코로나로 가족들이 집에 있으면서 이런 나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내가 자기들을 무시한다나 어쩐다나. 하지만 어쩌라고 난 이미 중독자인걸.




이 그림을 보자 이 사진이 생각났다.



샌디에고 중앙 도서관에 있는 이 글귀 The greatest gift is a passion for reading.

이 글귀를 보자마자 바로 친정아버지가 떠올라서 마음이 찡했다.

항상 책을 손에서 놓치 않으셨던 아버지께 받아서 나의 아이들에게 준 귀한 선물. 책에 대한 열정. 


내가 이 글귀를 봤을 때만 해도 내 아이들 모두 책을 좋아했고 특히 큰 아이는 "제발 책 좀 그만 읽어!"라고 잔소리를 해야 할 정도였는데 (어릴 적 그 말을 제일 싫어했던 내가 아이에게 할 정도!) 이제는 세 아이 모두 일 년에 한 권 읽을까 말까 한다. 하지만 언젠가 그 열정이 다시 돌아올 날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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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2-16 07: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들한테 바라는 거 그거 딱 하나인데요(아닌가요?@@) 그게 참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저만이라도 열정을 가지려고요. 옆에서 활활 불타오르면 쳐다보지 않을까 싶어서요. 근데 어쩌나요. 제가 그냥 성냥이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다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yche 2021-02-16 07:49   좋아요 2 | URL
옛날에는 책 읽고 서로 권해주고 욕하고 막 그랬는데 지금은 제가 막 이거 넘 좋아 꼭 읽어!! 라고 막 난리쳐도 오케이 맘 하고는 끝... 그래도 딸들은 대답은 하죠. 아들놈은 대꾸도 안 해요. ㅜㅜ

단발머리 2021-02-16 07:55   좋아요 3 | URL
저는 읽는 책 이야기를 얼마나 하는지요 ㅋㅋㅋㅋㅋㅋ최근에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읽었거든요. 저희집 아이들이 그 책을 싫어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psyche 2021-02-16 08:0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저 엄청 공감합니다. 저희집도 그래요. 어떤 때는 내가 책 이야기를 시작하면 가족들이 갑자기 싹 사라진다는...

붕붕툐툐 2021-02-16 0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쿡은 중앙도서관에 저리 멋진 말이 써있군요~! 완전 감동이에용!!

psyche 2021-02-16 08:06   좋아요 1 | URL
제가 사는 도시의 중앙 도서관이 한 9년? 전쯤 멋지게 다시 지었거든요. 그때 아이들 데리고 갔서 봤어요. 안에도 잘 해놓아서 가끔 갔었는데 이제는 코로나 때문에 못 가네요. ㅜㅜ

붕붕툐툐 2021-02-16 13:07   좋아요 1 | URL
으힝.. 코로나 나쁘다..ㅠㅠ

scott 2021-02-16 1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미쿡도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 츨입이 힘들어 졌군요. 책을 사랑하는 아버지 프쉬케님 그리고 아이들,,,,[ The greatest gift is a passion for reading.]이문구가 프쉬케님 가족 가훈이네요. ^.^

psyche 2021-02-17 02:00   좋아요 1 | URL
네 캘리포니아는 작년 3월 이후 거의 락다운 해서요. 도서관은 오랫동안 닫았다가 이제는 들어가지는 못하고 예약한 책 픽업만 가능해요.
그 생각을 못했는데 scott 님 아이디어 덕에 저희 집에도 가훈이 생겼네요. 고맙습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1-02-16 1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우리집 아이들 셋도 어쩌다 책을 멀리하는 아이들이 된 건지???
청소년기 들어서면서.....ㅜㅜ
책 안 읽는 성인이 되면 어쩌나??걱정이에요...그래놓곤 요즘 저도 책을 잘 안 읽고 있는데 할말 없어 웃음이!!!ㅋㅋㅋㅋㅋ
저런 문구가 새겨진 도서관에는 한 번 가서 책을 읽어 보고 싶네요...가슴 벅찰 것 같아요^^

psyche 2021-02-17 02:03   좋아요 0 | URL
요즘 아이들이 다 그런가봐요.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책 보기를 돌같이 하는... 제 큰 딸은 정말 걸어다닐 때도 책을 읽는 아이였는데 심지어 전공이 영문학... 그런데도 이제 책을 거의 안 읽더라고요. ㅜㅜ
 

영어책은 누크 심플 터치로 한글책은 갤탭 2로 사용하다 보니 불편한 점들이 있었다.


먼저 갤탭으로 보는 경우 눈의 피로도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작년 4월부터 <밀리의 서재>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무료 한 달만 하려고 그다음에는 두어 달만 더 하려는 마음에 미친 듯 읽어댔더니 시력이 팍팍 나빠지는 게 바로 느껴질 정도였다. 안 그래도 나이와 노안 탓에 침침한 눈이 악화 되어 뭔가 조치가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한 5년 전부터 영어책은 더 이상 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모든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다 (놀랍게도 이 다짐은 아주 잘 지켜지고 있다. 한 권도 안 산 건 아니지만 일 년에 한 권 정도의 책만 구입함) 우리 동네는 퍼블릭 도서관과 카운티 도서관 두 군데를 이용할 수 있는데, 코로나 이후 한동안 도서관을 닫아 종이책을 빌릴 수가 없고 전자책만 빌릴 수 있었다. 퍼블릭 도서관의 전자책은 쉽게 누크에 담아 읽을 수가 있지만 카운티 도서관의 경우 새로 만든 앱을 깔아야 하는데 갤탭 2가 오래된 태블릿이다보니 도서관 앱을 깔 수가 없는 것이다. 퍼블릭 도서관에는 없고 카운티 도서관에만 책이 있는 경우 안타깝지만 읽지 못하거나, 남편 태블릿을 빌려 읽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또한 카운티 도서관 앱뿐 아니라 '밀리의 서재'도 갤탭 2에 깔 수가 없기 때문에 읽기 전용앱 apk을 깔아서 사용했는데 이건 말 그대로 읽기 전용이라 컴퓨터에 들어가서 책을 고르고 찜을 한 뒤 다시 앱으로 돌아와서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안 그래도 <밀리의 서재>앱이 불안정한데 이런 방식을 사용하니 하다가 오류가 나거나 잘 안돼서 짜증이 날 때가 종종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하나 장만해야지 하고 찾아보니 새로 나온 크레마 시리즈 중에서 골라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샀던 크레마 터치는 너무 초창기라서 그랬던 걸 거야. 요즘 나오는 건 괜찮겠지. 평도 나쁘지 않잖아. 그러면서도 선뜻 사겠다라고 마음 먹지 못하던 차에 우연히 구글 뉴스에서 오닉스 북스라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제품이라 검색을 해봤는데 이게 전자책 단말기로 꽤 유명하네? e-ink 화면으로 여러 사이즈가 나오고 있어 와 이거 맘에 든다 했는데 세상에 가격이.... 가격이... 너무 비싸다. ㅠㅠ 그래서 오닉스를 사려는 마음을 접었다.


마음을 접었다면서도 계속 기웃기웃.  갑자기 포크 2가 세일을 한다는 글을 보았다. 포크 2는 너무 작은 거 같아서 고려 대상이 아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결제를 누른 나의 손. (내가 구입한 뒤 후속 모델이 포크 3과 e-ink지만 칼라인 포크 칼라가 나왔다. 그래서 세일을 했던 거였음.)


*오닉스 북스 포크 2 (Onyx Boox Poke 2)



약 6개월간 사용했는데 현재까지는 대만족이다. 하지만 중국 회사라 내구성이 얼마나 좋은지는 알 수 없다. 몇 년 후에 화내면서 다시 글을 쓸지도 모른다. 


혹시 이게 어떤 건지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오닉스의 북스 시리즈는 말하자면 아이패드나 갤탭 같은 태블릿인데 e-ink 화면인 것이다. 그러니까 흑백 버전의 태블릿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있어서 우리가 스마트 폰에 하듯 앱을 깔고 쓰면 된다. 어떤 사람들은 이걸로 인터넷도 하고 그러던데 나는 책 관련 앱만 깔아 책 읽는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루팅이나 그런 것 없이 킨들, 누크, 알라딘,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등  거기에 도서관 책까지 다 읽을 수 있어 세상 편하다. 도서관이나 밀리의 서재 등을 사용할 때 전처럼 컴에서 빌리고 다시 읽기전용앱으로 올 필요 없이 단말기에서 직접 할 수 있어 좋다. e-ink 화면이라 눈이 피로하지 않은 건 당연하고 와이파이 끄고 있으면 배터리도 제법 오래 간다. 내가 누크에서 아쉬웠던 것이 밤에 볼 수 있게 화면 뒤에서 불이 나오는 거였는데 포크 2는 그게 된다. 밝기의 정도도 조절할 수 있음.

6인치라 좀 작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는데 누크 심플 터치 화면 사이즈와 같기 때문에 나에게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작고 가볍기 때문에 누워서 읽을 때도 편하고 가방에 넣고 다녀도 부담 없다.


 

사이즈가 궁금하신 분이 있으실까 봐 비교 샷. 화면이 켜져 있어야 사이즈 비교가 쉬울 거 같아 켜고 찍었다. 포크 2와 누크 심플 터치, 크레마 터치의 화면 사이즈는 같은데 전체 단말기의 사이즈는 포크 2가 작다.


포크 2는 두께도 얇아 케이스를 빼면 스마트 폰 두께이다.


지금까지 대체로 만족인데 마이크로 SD 카드를 넣을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오닉스 북스 제품은 다 그런 듯. XX 전집 이런 거 읽지도 않으면서 막 구입했던 나는 혹시 저장 용량이 부족할 까봐 다운받지 않았다. 사실 다운 받아두어도 읽지도 않잖아. ㅎㅎ



내가 살 때 리모콘을 끼어주었는데 아니 전자책 단말기에 왜 리모콘이?


이렇게 생겼다.

나는 책 읽는 거로만 쓰니 리모콘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또 쓰다 보니 편하네. 게으름의 끝판왕이다. 종이책처럼 넘기는 것도 아니고 그냥 탁 치면 페이지가 넘어가는 건데 화면까지 팔 뻗는 것도 귀찮아서 손에 있는 리모콘을 클릭하며 페이지를 넘긴다. 누워서 책 읽을 때 무척 유용하다. 


쓰다 보니 길어져서 전자책의 장점은 다음에 기회에.


혹 전자책 단말기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네이* 디지털 감성 e북 카페라는 곳에 가면 엄청난 양의 정보가 있습니다. 오닉스 말고 다른 e-ink 로 된 단말기들도 있으니 혹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구입할까 하는 분은 거기 가서 검색해보고 나에게 맞는 단말기를 찾아보는 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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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2-13 09: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닉스란 말이죠 ... 네 ...

psyche 2021-02-14 00:26   좋아요 0 | URL
중국 거라 내구성 자신은 없지만 현재는 만족

blanca 2021-02-13 09: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프쉬케님! 저 지금 오닉스 검색 중. 저는 좀 연식이 된 크레마가 있는데 터치가 줄 긋는 게 잘 안 되서 너무 불편해요. 정보 주시는 글 너무 감사해요. 저, 요새 Anne Tyler에 빠져서 그것도 고민 중... 킨들도 이북 결제하면 결국 한화로 환산하면 만칠천 원 정도 하는 거더라고요.. 도서관 너무 그립고 부러워요.

psyche 2021-02-14 00:30   좋아요 0 | URL
오닉스 저는 한국에서 직구로 샀는데 가끔 이렇게 세일할 때가 있나보더라고요. 관심있으시면 계속 들여다보시면 좋은 가격이 나올 거에요.
도서관은... 저는 또 미국에 있다보니 한국 도서관 사용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답니다 ㅎㅎ

붕붕툐툐 2021-02-13 09: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대박 정보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눌렀지만, 결과적으로 대만족이시네용!!!ㅎㅎ

psyche 2021-02-14 00:30   좋아요 1 | URL
네 얼떨결에 샀는데 완전 만족이에요. 계속 만족해야할텐데... ㅎㅎ

scott 2021-02-13 1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리모콘 몸이 아플때 쵝오 에요 ㅋㅋㅋ

엄지 人間들에게 휴식을 주는 ㅋㅋ
전 오디오 기능 적극 사용하게 되더군요. ^.^

psyche 2021-02-14 00:32   좋아요 2 | URL
몸 안 아파도 계속 씁니다 ㅎㅎㅎㅎ 팔 뻗는 것 조차 귀찮아서 리모콘을 찾으니 나란 인간의 게으름이란... ㅎㅎㅎ

수이 2021-02-13 1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닉스 이야기하셨는데 전 킨들에만 시선이 자꾸 머물러서 또 먼 산을 바라보아요 먼 산 물끄러미;;;

psyche 2021-02-14 00:33   좋아요 1 | URL
킨들의 내구성이 좋은 건 워낙 유명해서요. 저는 누크를 사용해서 잘 모르지만 누크를 10년째 쓰고 있는데 넘 멀쩡하거든요. 킨들도 그런 거 같더라고요. 단 킨들책 밖에 못보니까 결국 단말기가 두개가 있어야한다는 게 단점이에요. 킨들 루팅은 어려워요.

라로 2021-02-13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닉스,,, 그렇잖아도 저번에 알려주셔서 좋은데,,, 중국산이라니 왜 안 내킬까용?? (옷이나 그런 거 생각하면 중국산 그렇잖아요,, 이북은 다르려나요??)

라로 2021-02-13 12:48   좋아요 1 | URL
저는 코보 것을 생각했어요. 오닉스는 좀 많이 비싸고, 코보는 가격이 적당한 것 같은데..한글 지원 안 되는 듯요.ㅠㅠ

아참! 저는 카운티것 앱을 깔았는데도 빌릴 수 없네요. 엘에이 카운티 왜 이러는 거임?ㅠㅠ 리비앱은 정말 너무 좋아요!!!

psyche 2021-02-14 00:42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서 살까말까 했던 건데 엄청난 세일이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사게 된 거에요 ㅎㅎㅎ
아직 6개월밖에 안 써서 뭐라 할 수는 없는데 저는 책만 읽고 거의 집에서 사용하고 그러기 때문에 오래 쓸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오닉스는 사이즈 큰 건 비싼데 포크는 아주 비싸지는 않아요. (다른 것보다는 비싸지만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있다는 게 엄청 편하거든요) 사양대비 가격 나쁘지 않은 거래요.
코보는 한글 지원이 안 돼서 뭘 깔아야한다고 해서 제꼈었고요.
저는 한국에 있을때 직구로 샀는데 여기는 보니 베스트바이에 포크 3가 있네요. 근데 라로님이 6인치가 너무 작아서 사이즈가 조금 더 큰 걸 생각하신다면 오닉스가 가격의 압박이 있긴 합니다.

psyche 2021-02-14 00:52   좋아요 1 | URL
이잉크 방식이 눈에 피로도를 줄여주지만 어떤 책은 칼라가 필요하니까요(칼라 이잉크는 엄청난 가격이니)
그래서 저는 책은 다 포크로 보고 만화, 웹툰, 그림책, 삽화가 들어간 책, PDF 는 갤탭 10인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포크의 사이즈가 작은 건 별로 상관이 없어요.

단발머리 2021-02-1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진짜 이 시리즈 올려주신 페이퍼를 꼼꼼히 보았으나.... 저의 마음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말입니다 ㅠㅠ
전 크레마 사운드가 있고요. 그전에 아이패드로 이북을 봐서 그런지 크레마 속도가 마음에 안 들더라구요. 친구들꺼를 봤는데 그렇게 잘돼요. 친구꺼는 크레마 그랑데였나 그랬거든요. 제꺼가 불량인가 싶더라구요. 아무튼 집에 아주 잘 있고요. 여행갈 때는 꼭 꺼내서 챙겨갑니다. 그러나 코로나로 여행길은 막혔고.... 쩜쩜쩜.

저는 일년에 두 세번씩 킨들을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 매우 심각한 기계치라서요. 솔직히 새로 적응할 자신이 없어서 아직 구매하지 못하고 있는데, 결국엔 이북으로 가지 않을까 싶어서, 언젠가는 킨들을 구매할 것 같고요.
근데 오닉스까지.... 고민이 깊어지는 아침입니다ㅠㅠㅠㅠ

2021-02-15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5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5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5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5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22598 2021-02-15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자책 단말기 전문가가 여기 계셨네요 ^^ 제가 킨들 페이퍼화이트를 사기 전에 이걸 봤었어야 했는데 ㅠㅠ
전 하나만 써봐서 그런지 ㅋㅋ 그냥 킨들 페이퍼화이트로 만족하고 있어요. 그런데, psyche님 글을 보니, 다른 것들도 궁금해지네요 ^^

psyche 2021-02-16 03:17   좋아요 0 | URL
킨들 페이퍼화이트는 좋은 기기에요. 저도 누크가 고장나면 킨들 페이퍼화이트로 갈아타려했는데 이게 고장이 안나서 계속 쓰다가 생각지도 않게 오닉스를 구입하게 되었네요.
킨들로 한국서점 책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사실 아마존 전용기기이기 때문에 그정도 사양에 그 값이 나오는 거니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