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로 엄마, 아빠를 한꺼번에 묶은 한국과 달리 미국은 엄마의 날과, 아빠의 날이 따로 있다. 어머니의 날은 5월 둘째주 일요일이고, 아버지의 날은 6월 세째주 일요일. 


어머니 날 아침. 아침 일찍 볼런티어를 다녀온 둘째 N양이 엄마가 좋아하는 아보카도 토스트와 오믈렛을 아침 식사로 준비하였다. 거기에 카드와 장미꽃까지. 한번도 카드에 한글을 쓴 적이 없었는데 요즘 BTS와 워너원 때문에 가사적기 하느라 한글이 좀 늘었다. 고마운 BTS와 워너원. ㅎㅎ


남편은 자기가 꽃을 사오려고 했는데 N양이 먼저 사오는 바람에... 하면서 슬쩍 넘어갔고, 아들 녀석은 누나가 카드를 사줬는데도 불구하고 카드도 안 썼다!

엄마의 성질+분노+협박에도 불구하고 안 쓰다가 누나의 회유로 겨우 한 줄 써옴. 내년 엄마의 날에는 어디 카드나 받을 수 있으려나.


저녁에는 남편의 어릴적 친구가 엘에이를 방문하여 만나러 가느라 전날 저녁에 엄마의 날 축하? 식사를 하였다. N양이 운전을 하면 되니 나랑 남편은 맥주도 마시고. 대학가기 전에 기사노릇 많이 시켜야지 ㅋ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8-05-15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사진에서 바질페스토라고 생각하고 ㅋㅋ 갑자기 사진 보자마자 ‘바질 페스토를 사서 빵에 발라 먹겠다!!‘ 하고 굳은 다짐을 하였더랬습니다. ㅋㅋㅋㅋㅋ

psyche 2018-05-15 12:11   좋아요 0 | URL
갑자기 저도 바질 페스토가 먹고싶네요.ㅎㅎ

transient-guest 2018-05-15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챙길 건 챙겨야죠 ㅎㅎ 저도 늘 어머니 아버지 날 따로 챙겨 드린답니다 ㅎㅎㅎ 안 그러면 디게 서운해하실 거에요 다음 달엔 뭘 해드려야 하는지 고민 중입니다

psyche 2018-05-15 12:13   좋아요 1 | URL
저는 부모님께서 한국에 계시니까 어버이 날로 한번에. ㅎㅎ 저랑 남편은 따로. 그런데 미국에서는 엄마의 날은 무지 큰데 아빠의 날은 좀 조용히 넘어가는 거 같아요. 학교에서도 그렇고. ㅎㅎ

transient-guest 2018-05-15 13:04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그런 면이 좀 없지 않죠..ㅎ

유부만두 2018-05-15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보카도 샌드위치 레서피를 받고 싶고요....
아휴, 성인이라고 맨날 큰소리 치는 우리집 큰애는 어버이날이고 뭐고 그냥 얼렁뚱땅이에요. 내년부턴 꽃을 꼭 받고 말겠어요!
언니네 두 딸들은 어쩜 이리 스윗한지.... 부럽고 또 부럽고.... 엠군은 뭐...우리집 애들 같아서 이해가 되고 ...그래요. ㅎㅎㅎ

psyche 2018-05-16 07:38   좋아요 0 | URL
내가 만든게 아니라서... 나중에 엔양한테 물어보고 알려줄게.
뭐 둘째만 스윗했지 큰딸은 전화로 때우더만. 전에는 시간맞춰 카드보내더니... 엠군은 참으로...ㅜㅜ
그 집 큰 아들은 지금 군인이니까 그래서 그랬을거야. 봐줘야지.아마 제대하면 챙기겠지.
 

아이들이 어릴 적과 비교하면 "엄마!"를 부르는 빈도가 만 분의 일로 줄었지만, 그래도 그 소리가 도저히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Leave me alone!을 외치고 나와 차의 시동을 건 순간 남편이 재빨리 차에 올라탄다. 마누라 진짜 가출할까 봐 걱정되었나?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가는 거라는 데도 거기까지 같이 가겠단다. 반납장소가 카운티 도서관이었는데 바닷가에서 가까운 곳이라 책을 반납한 후 바닷가 쪽으로 갔다. 기온이 꽤 올라간 주말 오후라 그런지 바닷가에도 잔디밭에도 사람이 많았다. 계속 집에만 있어서 이렇게 날씨가 좋은 줄도 몰랐네. 진작 바깥에 나와 바닷바람이라도 쐬었다면 별것도 아닌 일에 그렇게 짜증 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주 가끔! 친한 사람들과 와서 슬슬 산책하기도 하는데 남편은 거의 십 년만에 왔단다. 우리 숨 좀 쉬면서 삽시다.


집으로 곧장 가려다가 집 근처에서 타코 두 개랑 맥주 두 잔 시켜서 나눠 먹었다. 여기서 생맥주를 파는 줄도 몰랐네. 왜 이렇게 여유 없이 사는지...  앞으로 가출할 일 생기면 이리로 와서 한잔 하고 가려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8-05-08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8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05-08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시케님 가출에 박수 치고 싶은 이 마음은 어쩌면 좋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 집에서 제일 가까운 도서관은 아파트에 딱 붙어있어서 아파트 끝까지 가면 도서관이거든요.
아.... 바닷가에 가까운 도서관이라니 넘넘 멋져요~~
타코도 완전 근사하고요. 오른쪽은 오징어 튀김으로 보입니다. 맞나요? ㅎㅎㅎㅎㅎㅎ


psyche 2018-05-08 15:41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다 컸으니 그냥 아무때나 나가도 아무 상관없는데 굳이 엄마가 가출한다고 하고 나갔어요 ㅋㅋ
저는 도서관이ㅜ아파트에 딱 붙어있는 단발머리님이 부럽네요. 여기서는 어딜가도 다 차로 움직여야 하니...
저게 오징어 튀김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 갑자기 오징어 튀김 먹고싶다.ㅜㅜ 저거 어니언링이에요.

북극곰 2018-05-1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와서 가출할 일 생기면 들른 곳이 생겨서 부럽습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저 뷰~~ 여긴 어딜 가도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연휴에 어디 안 가고 가족들이랑 붙어 있으니, 결국엔 짜증을 내게 되더라고요. 역시나, 밥이 문제예요! 그 넘의 밥하느라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는 것 같아요.

psyche 2018-05-10 11:10   좋아요 0 | URL
저 뷰가 좋긴 한데 저는 주로 집순이라 저 뷰를 보는 일은 거의 없어요.
간단히 앉아서 한잔하기 딱 좋은 곳을 찾은 건 좋은데 8시 반에 문닫는거 있죠. 일찍 가출하지 않으면 진짜 한잔밖에 못마시겠어요 ㅜㅜ
 

샌프란시스코에는 다리가 두 개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금문교(Golden Gate Bridge)와 베이 브리지(Bay Bridge)다.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인 소살리토쪽으로 향하는 다리이고, 베이 브리지는 동쪽의 오클랜드로 가는 다리다. 우리의 숙소는 베이 브리지 근처였는데 계획보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아직 체크인 시간도 되지 않았다. 근처에서 기다렸다가 호텔로 들어가도 되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 거 근처를 둘러보기로 했다.


오클랜드는 미국에서 위험한 도시 랭킹에서 항상 상위권에 꼽히는 곳이니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여자 둘이 갈 곳은 안되고, 샌프란시스코는 금요일 오후라 길이 많이 막힐 게 뻔한 일. 장거리 운전하고 와서 너무 무리하고 다니다 병나면 안되니 그곳도 패스. 그러다가 베이 브리지 중간에 있다는 트레져 아일랜드가 생각났다. 샌프란시스코가 쫙 보이는 전망이 끝내주는 곳이라던가. 숙소에서도 가깝고 하니 딱이네.


그런데 내가 몰랐던 것이 있었다. 베이 브리지로 샌프란시스코쪽으로 가는 길이 어마어마하게 밀린다는 것. 밀리는 이유는 차도 많지만 톨 게이트 때문이었는데 패스트 패스가 아닌 현금으로 내는 차는 양쪽 끝으로 가야 한다는 것 역시 몰랐다. 길이 밀리니 차들은 안 비켜주고 (저기요 저 얍삽한 짓 하는거 아니구요. 몰랐다구요.) 차들이 꽉 막혀 움직이지도 않는 그 곳에서 대가리 일단 넣기 신공을 거듭하며 반대쪽 끝까지 왔다. 어휴. 그냥 호텔로 갈 껄 왜 이 고생이냐. 돈 내는 곳 가까이 와서 보니 뭐??6불이라고?? 베이 브리지를 건너는데 톨비를 내는 건 알았지만 6불이나 하는 줄 몰랐다. 더구나 나는 다리 다 건널 것도 아닌데 좀 깍아주면 안되나.ㅜ.ㅜ 어짜피 뒤돌아 갈 길은 없고 6불이나 내고 다리에 들어온 거 그냥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버려?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톨 게이트를 지나도 계속되는 정체에 원래 계획대로 트레저 아일랜드 출구로 재빨리 나갔다.


트레져 아일랜드는 이렇게 오클랜드와 샌프란시스코를 잇는 베이브리지 (80번) 중간에 있다.




다리를 건너는 중. 어쩐지 사진은 롤러 코스터 타는 듯한 느낌이네 




트레저 아일랜드 출구로 나와 길을 따라가니 눈앞에 이렇게 펼쳐진다.






어머 멋있어. 뭔가 보물섬 뭐 이런 느낌이 나는 거 같아.

저기 야자수가 쫙 서있는 길이 샌프란시스코가 보이는 바로 그곳인가 봐. 거기가면 진짜 멋있겠다 하면서 갔는데....



헐 그 길이 공사중이라 완전히 막혀있다. 어 이거 뭐야. 그렇다면 반대쪽 끝으로 가보지 하면서 섬 안쪽으로 들어갔다. 섬 안을 돌다보니 뭐랄까 고스트 타운? 쇠락해 가는 혹은 버려진 그런 느낌이 든다. 집도 있고, 주차되어 있는 차도 있고 아주 가끔 걸어다니는 사람도 있으니 그런 건 아닐텐데도 뭔가 너무 조용하여 사람이 살지 않는 곳 같았다. 오랫동안 관리 되지 않은, 버려진 것 처럼 보이는 건물들과 막사나 수용소 같이 보이는 건물들을 지나면서 싸한 느낌도 들고. 드디어 샌프란시스코를 볼 수 있는 길의 끝에 왔는데 넓은 주차장에 공사차량 말고는 우리밖에 없고 그래도 잠깐 나가서 구경하려고 나왔는데 이상한 아저씨가 걸어다니고...ㅜㅜ


그래도 그 와중에 한 장 찍어왔다. 이거 찍고 잽싸게 차로 다시 옴


벌써 안개가 들어와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희미하게 보이는 다리가 바로 금문교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유명한 카페나 와이너리 같은 곳들이 있었지만 으스스한 느낌에 그냥  빨리 나가기로 했다. 무섭다면서도 나오면서 사진은 찍었다. 거기는 경찰차가 있었거든. 경찰차를 보자 뭔가 안심이 되었다고 할까?  



이게 아까 건너 온 베이 브리지




나중에 찾아보니 트레저 아일랜드는 1939년 국제 박람회를 위해 만들어진 인공섬이다. 원래는 박람회가 끝난 뒤 공항으로 사용하려 하였으나 전쟁이 일어나 미 해군이 이 곳을 사용하게 되었다. 1997년 해군기지를 폐쇄하였고, 2007년 해군으로부터 이 섬을 산 샌프란시스코 시는 이 섬을 개발하려고 하는 중이다. 이 곳을 싹 밀어내고 거기에 호텔, 고급 콘도를 비롯한 주택들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실리콘 벨리에서부터 샌프란시스코의 주택문제의 심각함은 악명높으니 이렇게 좋은 위치에 있는 노른자위 땅을 그냥 두지 않으려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사실 이 곳은 해군이 핵전쟁을 대비한 훈련을 하고 버린 것들로 인해 방사능이 남아있고 해군이 떠나면서 치웠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땅에서 방사능이 나오는 곳이 있다 (나는 못봤는데 섬 중간중간 방사능 표시와 함께 출입금지 표시가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해군이 떠나고 나서 홈리스나 저소득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게 되었는데 이제 이 곳을 철거하면 그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철거 반대도 하고 있는거 같던데 쉽지 않을 거 같다. 이러한 사정을 알고나니 섬에서 느껴지던 죽은 도시의 분위기가 이해 되었다. 


섬에서 나와 다시 베이 브리지를 타고 호텔로 가는 길. 네비가 길이 밀리니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다른 길로 가겠냐고 한다. 그러지 뭐. 하고 네비를 따라 좁은 골목길로 좌회전을 한 순간. 정말 영화속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영화 속 빈민가 뒷골목 딱 그런 곳이었다. 나도 모르게 내 손이 차 잠금장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꼬불꼬불 계속 좌회전 우회전 하는 길이 어찌나 멀던지. 그 곳을 빠져나오고 나서야 나와 딸이 동시에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다음부터 모르는 동네에서는 네비가 아무리 빨리 가는 지름길을 알려준다 해도 절대 안따라 가리라. 모르는 도시에서는 무조건 큰 길로.


호텔에 가서 짐을 풀어 놓고, 근처 포국수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종일 대충 끼니를 때워 시장했었는데 양이 많아서 만족. 다시 방으로 들어오다 보니 로비에 바가 있었다. 로컬 생맥주를 팔고 있어 어떤 걸 추천하냐고 물었더니 직접 맛을 보라며 거기 있는 맥주를 다 막 준다. ㅋ 맛보다 취하겠네. 그 중 맘에 드는 거 골라 한 잔 사가지고 방으로 올라왔다.

내일도 일정이 있으니 오늘은 한 잔만. 


길었던 하루가 이렇게 끝났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단발머리 2018-05-05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리있는 미국이 프시케님 덕분에 가깝게 느껴지네요. 들어보았던 장소는 금문교 뿐이라 웬지 반가워요 ㅎㅎㅎ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요~~~

psyche 2018-05-05 10:0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샌프란시스코 여행하셨었군요. 저는 처음 미국와서 산호세쪽에 살았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는 한국에서 손님 오시면 가는 코스였어요. 이번에 간 건 사실 여행이아니고 아이의 학교때문에 간 거 여서 다른 곳은 구경하지 않고 멀리 갔다가 다시 왔네요.

단발머리 2018-05-05 10:19   좋아요 0 | URL
아직 미국에 못 갔어요 ㅎㅎㅎ 귀동냥만 했더랬죠.
마음으로는 이미 뉴욕 타임스퀘어를 열번쯤 ㅋㅋㅋㅋㅋㅋ

psyche 2018-05-05 10:27   좋아요 0 | URL
들어봤던을 제가 돌아봤던 으로 잘못 읽었네요. 에고. 근데 사실 실제로 보는거랑 사진으로 보는거랑 별 차이 없어요. ㅎㅎ

2018-05-05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5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8-05-05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족이랑 갔던 곳이라 막 반가와요!!
저 보물섬에서 저희는 둘레를 걸었는데 파도가 치는 것이 멋지더라구요. 사진도 찍었는데. 글고 군인들이 있었던 곳 같은 데서 사진도 찍고 막 그랬어요. 남편이랑 가서 그런가? 하나도 안 무서웠지만 사람들이 없고 그래서 삭막하긴 하더라구요.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곳이었군요!!!
어느 호텔인데 로비에서 맥주를 팔아요??? 나도 담에 가고 싶어요. 무슨 맛을 골라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중. ㅎㅎㅎㅎ
로드트립의 백미인 오리엔테이션 얘기 올려주실 거죠??????네!!!!

psyche 2018-05-05 10:1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그 트레일 있잖아요. 샌프란시스코 보면서 걸을 수 있는 곳 그 길을 다 막았더라구요. 공사하느라.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다들 죽은 도시 같다는 말이 없는데 이상하다 했는데 좀 더 찾아보니 지금 도시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서 그런거 같아요. 이미 떠난 사람들도 있겠고, 버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철거직전의 죽은 분위기 그래서 그랬나봐요

psyche 2018-05-05 11:54   좋아요 0 | URL
다음날의 이야기는 커밍쑨! 이겠죠?? ㅎㅎ 근데 내일이 주말이라 기약은 없습니다 ㅎㅎ
 

처음 미국에 와서 영어공부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불끈불끈 솟아올랐을 때 집 근처 어덜트 스쿨에서 하는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에 등록을 했다. 매일 가기는 귀찮은데 마침 클래스 중에 비디오를 집에서 보고 일주일에 한번 선생님을 만나서 비디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있길래 그걸 신청했다.

그 비디오가 얼마나 재미있던지! 보스톤에 살던 싱어송라이터인 주인공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음악학교에 가려고 낡은 차로 미국을 가로 지른다. 중간에 차에 문제가 생겨 고생하다 잘생긴 (내 눈에는 느끼했지만) 남자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나중에 이 남자의 형과도 썸씽이 있게 된다. (이렇게 쓰고 보니 막장이네) 보통 공부건 운동이건 해야지 하고 어디 등록했다가도 한달을 못 넘기는 나였는데 이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는데다 과연 주인공이 형과 동생 중 누구랑 연결될 지 궁금해서 드라마  끝날 때까지 클래스를 다녔다! 물론 드라마 끝나고 바로 그만 둠 ㅜㅜ


주인공이 보스톤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하는 에피소드를 보고 온 날 선생이 나한테 물었다. "너네 나라는 끝에서 끝까지 얼마나 걸려?" "응 한 5시간?" "비행기로?" "아니 차로" 그랬더니 놀라더라구. 그래서 좀 기분이 나빴었다. 지네 나라가 크면 뭐 얼마나 크다고 흥


그때만해도 나는 미국이라는 곳이 얼마나 큰 지 별로 느끼지 못했던거 같다. 동부, 중부, 남부, 서부, 북부는 거의 다른 나라 만큼이나 문화도 풍경도 다르다. 캘리포니아 하나만 해도 얼마나 큰지. 그 선생이 캘리포니아에서 쭉 살아왔다면 자기가 사는 주보다도 작은 나라가 있다는거에 놀랄 수도 있었겠다 싶다. (사실 많은 미국인들이 다른 나라에 대해 무척이나 무지하다.) 얼마 전 둘째와 함께 북가주를 다녀왔는데 우리집에서 목적지까지 780km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400km니까 거의 서울 부산 왕복인데도 이게 캘리포니아 끝에서 끝이 아니다. 아 멀다. 지금껏 샌프란시스코까지 간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주로 남편이 주 운전자로, 내가 가끔찍 바꿔주는 역이었지 이렇게 내가 아이만 데리고 간 적은 없었기 때문에 살짝 긴장이 되었다.


우리집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길은 5번 도로를 타고 오랫동안 북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그리로 계속 가면 주도인 새크라멘토까지 가게 되고 우리는 그 전에 서쪽으로 가는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5번 고속도로는 엘에이를 통과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는 교통체증이 엄청나다. 그래서 새벽6시에 출발해서 길이 많이 밀리기 전에 엘에이를 지나가기로 했다.


출발은 좋았고, 슁슁 잘 달리고 있었는데, 카풀차선에서 길이 갈라지는 걸 모르고 표지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가 아차 하는 순간 길을 잘 못들었더니 이게 다른 고속도로로 바꿔다는 길이다. 아뿔싸! 다음번 출구로 나가 돌아가려고 하니 네비가 이 길로 가도 5분 차이밖에 안 난다고 한다. 그래? 그렇다면 그냥 가자. 그 길은 57번 고속도로. 그리로 쭉 가다가 210번 고속도로로 바꿔 타면서 보니 앗 여기는 라로님이 사시는 동네! 괜히 반갑다. 라로님 저 이렇게 지나갑니다~

5번을 다시 타러 가는 길은 무척 밀렸다 그 사이 시간이 지나 출근 시간 정체가 시작된 것.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짜증이 좀 났지만 아마 5번은 훨씬 더 밀렸을거야. 그랬을꺼야 라며 신포도 여우가 됨.


엘에이를 벗어나자 길이 다시 쓩쓩 뚫렸다. 엘에이를 지나, 꽤 유명한 놀이동산인 식스 플래그를 지나면 큰 산이 나온다. 그 산을 낑낑대며 (내가 낑낑대는 건 아니지만 운전 중에는 차와 이미 한 몸을 이뤘으므로) 넘고 나면 주유소와 패스트 푸드점들이 있는데 거기에 인 앤 아웃 버거가 있다. 샌프란시스코쪽으로 갈때면 항상 그곳에 차를 세우고 햄버거도 먹고, 기지개도 켜고 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하자 하면서 자 여기만 지나면 인 앤 아웃 버거가 기다린다고! 하며 달려갔는데 막상 근처에 가서 확인해보니 인 앤 아웃 버거는 10시 30분이 되어야 문을 연다. 흑흑. 우리 너무 부지런했나봐. 그래서 그냥 지나쳐 달리다가 만난 패스트푸드 점에서 간단히 요기만 하고 다시 출발했다.


산을 넘은 뒤 5번 도로는 쭉 펼쳐진 직선도로다. 주변에 과수원이나 농장같은 것이 있을 때도 있지만 보통 황무지라 황량하다. 트럭이 많아 주의해야 하지만 속도가 높은 거 말고는 운전하기 어렵지 않기 때문에 운전대를 둘째에게 넘겼다. 운전한지 일년이 넘기도 했고, 아이가 차분한 성격이라 그런지 상당히 안정적으로 운전을 했다. 황무지를, 가끔 소 떼들을 보면서 방탄소년단과 워너원과 함께 오랫동안 달렸다. 드디어 서쪽으로 가는 고속도로 580번을 만나니 슬슬 주변의 모습이 도시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밥도 먹을 겸, 차에 기름도 넣을겸 도속도로에서 가까운 코스코에서 기름도 넣고 근처 몰에 가서 간단히 점심도 먹었다. 길이 밀리기 전에 출발한다고 새벽부터 서둘렀더니 엘에이에서 좀 밀렸는데도 계획한거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다. 이대로 호텔로 가면 너무 이른데 어떻게 할까?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8-05-04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4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8-05-05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10번 웨스트로 가셨군요. 그거 출근시간에 엄청 막히는 거로 유명해요!!!ㅠㅠ
암튼 빨리 이탄 해주세요!! 미스테리 소설도 아닌데 넘 흥미진진한 일편의 마무리!!! ㅎㅎㅎㅎ
근데 남편분이랑 엠군은 같이 안 갔어요??? 직장과 학교 때문에 그러셨나요?? 딸이 운전하니까 좋죠!! 엔양이 차분하게 운전을 잘 하는군요. 음악들으며 고속도로 달리는 거 너~~~~무 좋죠!!!! 저는 그래서 로드트립 좋아해요!

psyche 2018-05-05 00:32   좋아요 0 | URL
네 엄청 밀렸어요. ㅜㅜ 그래도 라로님네 도시 이름을 보니 엄청 반갑더라구요. 아침 일찍만 아니었다면 막 전화할뻔. ㅎㅎ
네 금요일 학교 결석하고 간거라서요. 그리고 엠군은 차타고 어디 가는 것도 무지무지 싫어하구요. 딸과 둘이서 오붓하게 다녀왔어요.
음악 들으면서 고속도로 달리는 거 좋아하는데요 엔양과 함께 하다보니 방탄소년단이랑 워너원 노래를 계속 들어서 나중에는 음악 좀 끄자고 했었다는....

라로 2018-05-05 01:0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57번에서 210번 타는 곳이 저희집 근처인데!! 아침에 지나가시는 줄 알았으면 여기 막히니까 아침이나 같이 먹자고 했을텐데요!! 아쉽다.
아이들은 여행 가는 거 싫어하죠. 더구나 차타고 오래 가는 거!!! ㅎㅎㅎㅎ
그러셨겠다. 방탄소년단과 워너비만 계속 들으면 저는 미칠거에요. ㅎㅎㅎㅎ
그래도 따님과의 오붓한 여행은 부럽습니다!!

라로 2018-05-05 01:07   좋아요 0 | URL
저는 시민권 공부 해야 하는데 만년필 때문에 필사에 미쳐있어요. ㅠㅠ 내일은 시민권 공부만 해야지,,,이러면서 또 안 할 것 같아요. 걱정만 앞서고. ㅎㅎㅎㅎ

psyche 2018-05-05 01:30   좋아요 1 | URL
제가 길을 잘못 들줄 몰랐죠.ㅜㅜ 시민권 공부는 저는 운전할때 씨디 틀어놓고 했어요. 아이들도 덩달아 공부를 ㅎㅎ 라로님은 잘하실거에요. 돈 워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는 가끔 읽었던 추리소설을 다시 읽을 때가 있다. 많은 경우 읽은 건 생각나는데 어떤 내용인지 까마득하다거나, 분명 재미있었다는 건 생각나지만 누가 범인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도 많고, 아주 가끔은 읽었다는 것조차 생각해내지 못하고 읽었다가 나중에 내가 적어둔 메모를 보고서야 어 나 이거 읽었던 거야? 하기도 한다. (네 여기 서재에도 동지들 있으시죠?)


오늘 아침에 꾸물꾸물 빗방울도 하나둘씩 내리고 하길래 재빨리 김치전 반죽을 만들어 놓고 으스스한 책을 골랐다. 으스스한 거라면 역시 스티븐 킹. 지난 번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사온 그린 마일이 딱일거 같아. 뭔지 모르지만 스티븐 킹이니까.


책을 딱 펼쳤는데 첫장을 다 읽기도 전에 내 머리속에는 녹색의 카페트가 깔린 사형수 동이 그려졌다. 아 나 이 책 읽었었구나! 오래전에 읽었지만 책의 배경이 생생이 떠오른다. 나같은 기억력의 소유자도 한번 읽으면 잊지 못하게 만드는 스티븐 킹의 마법. 놀라울 수 밖에. (그래서 더 무섭다.)


김치전 반죽도 미리 다 만들어 놓았지만 금새 햇빛은 쨍쨍이다. 그래도 맛있다 김치전. 근데 어쩐지 스티븐 킹의 책은 먹으면서 읽기는 좀....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18-05-03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치전 받고 도시락 2탄 올리겠습니다.

psyche 2018-05-03 14:38   좋아요 0 | URL
사랑의 도시락 ^^

유부만두 2018-05-03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치가 안 익어서 김치전을 못해 먹는 슬픔...어제 서울에도 비 왔어요

psyche 2018-05-03 14:39   좋아요 0 | URL
나는 이번에 엔양이랑 주말을 두번 비웠더니 김치가 시어졌더라구. 그래서 김치찌개, 김치 볶음밥 해먹고 오늘 김치전으로 마무리 ㅎㅎ

라로 2018-05-0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해든이가 집에 오자마자 김치볶음밥 해달라고 해서 만들어서 같이 먹었어요. 막내가 김치를 좋아해서 좋아요.
근데 님의 김치전 넘 맛나 보인다. 저 김치전 넘 좋아하는데요!!!

psyche 2018-05-03 14:40   좋아요 0 | URL
저희집 막내는 김치는 거들떠도 안봐서...ㅜㅜ 김치볶음밥할때도 두가지로 한답니다. 그냥 볶음밥과 김치볶음밥으로.

곰곰생각하는발 2018-05-0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린마일 읽으면서 자꾸 이 소설은 예수에 대한 은유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ㅎㅎ

psyche 2018-05-03 14:42   좋아요 0 | URL
아 정말 그렇게 볼 수도 있을거 같은데요!

cyrus 2018-05-03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치전+(얼음 띄운) 막걸리’ 조합이라면 저는 날씨가 더워도 먹을 수 있습니다.. ㅎㅎㅎ

psyche 2018-05-03 14:43   좋아요 0 | URL
저는 안타깝게도 막걸리가 없어서 그냥 김치전만...ㅜㅜ

cyrus 2018-05-03 14:44   좋아요 0 | URL
맥주는 어떤가요? ‘김치전+맥주‘는 나쁘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해요.. ^^;;

psyche 2018-05-03 14:46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원래 맥주파라서 맥주랑 같이 잘 먹어요. 근데 오늘은 아까 운전해야해서 패스

stella.K 2018-05-03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프시케님 꼭 서울에 계신 것 같아요.
지금 서울 날씨가 딱 그렇거든요.ㅋ
그린 마일 전 영화로 봤는데 재밌게 봤죠.
책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psyche 2018-05-03 15:11   좋아요 0 | URL
그럼 스텔라 님도 오늘 김치전을? ㅎㅎ 책 재미있어요. 오늘 내내 이 책 읽었네요. 영화도 재미있군요. 기회되면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