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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이 있습니다. 하얀 모래 대신 까만 글자들로 가득한, 그런 사막. 누군가 그 위를 걸어가네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걸어갈 그 길을, 그러나 걷는 순간만큼은 누구나 홀로인 채로. 빠르게 걷는 사람도 느리게 걷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걷고 있다는 사실.

들숨과 함께 마셔지고 날숨으로 뱉어진 글자들은, 그러나 종종 그의 가슴 속에 남기도 합니다. 심장의 박동과 함께 혈관을 도는 글자들, 글자들, 글자들. 가끔은 사막 특유의 거친 바람이 불어오지만, 그 바람의 끝에는 언제나 무수한 글자들이 하늘 높이 날아 반짝반짝 빛나기 마련.

그래서 우리들은 계속해서 걸어갑니다. 손끝에, 머리에, 심장에 그 글자들을 고이고이 담고. 때론 기침처럼 터져 나온 글자들이 일기장을 적시기도 해요. 때론 작은 미로가, 정교한 건축물이, 바람처럼 가벼운 웃음이, 아름다운 시가 되기도 하지요. 그렇게 사막은, 점점 더 깊어지고요.

하지만 밤은 찾아오기 마련. 누구라도 쉬지 않고 걸을 수는 없고, 그렇게 홀로일 수도 없습니다. 글자들이 모여 단어가, 문장이, 그리하여 한 권의 책이 되듯이. 휴식과 친구는 같을 수 없지만 꼭 닮은 점 하나는 휴식만큼 친구가, 친구만큼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 걷다 지치면 앉을 곳이 필요하고, 혼자가 지치면 친구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이 작은 서재가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글을 읽느라 이미 충분히 지치셨겠지만…)

앞으로 이 서재에는 제가 맡은 분야의 책들을 꽂아 갈 생각입니다. 모든 분들이 만장일치로 추천하는 책도, 저 혼자만 사랑해 마지않는 그런 책도, 어쨌거나 조금이라도 많은 분들이 만났으면 하는 그런 책들을. 그렇다고 너무 부담 갖진 마세요. 그냥 잠시 숨을 고르듯, 홀로 잠들기 외로운 밤 책 한 권 손에 집듯, 그렇게 찾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퇴근 전 한 시간]에서는 그 날 들어온 따뜻한 신간 중 한 권(혹은 두 권, 때때로 세 권…)을 소개합니다.
- [이번 주도 만선]에서는 그 주에 들어온 책들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 [무의식의 책갈피]에서는 제 무의식의 어딘가를 떠돌고 있는 책들을 종종 끄집어 낼 예정입니다.

너무 잡설이 길었네요. 이것으로 어줍잖은 서재에 대한 지루한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아 참, 저는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고 있는 금정연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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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tz 2008-05-27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인문에서 사회, 역사, 과학까지! 정말 광범위한 분야를 맡고 계시네요.. 앞으로 재미난 글 기대할게요!

활자유랑자 2008-06-0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pitz 님 / 고맙습니다. 다만 너무 기대는 하지 않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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