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크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커다란 책이 보기에도 좋으니 더 좋은 책일까요, 작은 책이 들고 다니기 좋으니 더 좋은 책일까요. 책이 무슨 고질라도 아니고 "크기가 문제다!"라는 건 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글쎄요. 결국엔 취향의 문제겠지만, 다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큰 책은 좋은 책이기 쉽다"라고. 어쩐지 말장난 같기는 하지만.

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그 내용입니다. 하지만 '연장'의 속성을 갖고 있는(!) 물질로서의 책,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상품인 책이라면 그 외관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겠죠.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은 그대로 '보기 좋은 책이 읽기에도 좋다'라고 쓰일 수 있어요.

그 중에서도 책의 크기는 생각보다 미묘한 요소들을 품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제작비(따라서 가격)-보관상의 난점-오프라인 서점에서 진열-온라인 서점에서 배송 같은 것들. 그럼에도 '큰 책'을 내기로 결정했다면, 출판사 측에서는 나름대로 '좋은 책'이란 야심찬 판단이 있지 않았을까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어디까지나 이건 저의 추측에 불과합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제 앞에서 책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 세 권의 '커다란 책'은 좋은 책이라는 것. (사실 이 말이 하고 싶었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일반화에도 불구하고…)

* 크기 두 배, 기쁨은 서너 배?









 

 

  

      일반 단행본(신국판) 대비 2.6배                          2.4배                                                 2.3배
 

이 책들이 커다란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 같은 문외한도 절로 감탄하게 되는 커다랗고 아름다운 사진들 때문. 하지만 이 책들이 좋은 이유는 비단 그것만은 아니에요. 사진과 어우러지는 글 역시 보는 우리의 마음을 좋게 하니까요. 아름다운 사진과, 재미있는 글, 그것을 받치고 있는 만족스러운 하드웨어까지. "지·덕·체"를 겸비했다고 할까요? (하하;)

<세상에서 가장 큰 중국책>은 사진집도, 여행 가이드도 그렇다고 여행 에세이도 아닙니다. "오랫동안 난 서양 친구들에게 내가 태어난 곳을 설명해주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이 책으로 가능해졌다.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은 중국인이 아니지만 그들은 내 조국의 정수를 잘 잡아냈다"는 (공동저자 중 한 명인) 민안치의 말이 가장 좋은 설명이 될 것 같네요.

풍경, 역사, 인간, 문화, 건축이라는 5개의 키워드로 각각의 상황에 맞는 사진과 글을 담아낸 책은, 중국을 좋아하시는 분이나 중국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신 분, 혹은 중국을 다시 보고 싶으신 분들께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바로 제목. 이미 <20세기 포토 다큐 세계사 1 - 중국의 세기>라는, 이 책보다 손톱만큼 더 큰 책이 나와 있어요)

많은 분들이 넋을 놓고 보았던 동명의 BBC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살아 있는 지구>가 마음에 드신다면 아마 <한국 곤충기>도 마음에 드실 듯 합니다. 제목 그대로, 표지 그대로 한국에 살고 있는 곤충들을 다룬 자연 도감입니다. 도감이라면 아이들만 보는 것 아니냐고요? 에이 설마요.

각 계절별로 정리된 곤충들의 사진은 25년 동안 곤충을 연구하신 저자 김정환 선생께서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직접 찍은 것이라고 해요(마지막의 인덱스에서 해당 곤충을 찍은 시기와 장소를 적어 두는 꼼꼼함까지). 그야말로 곤충의 달인. 또한 '곤충기'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단순한 도감을 넘어 한국 곤충의 생활사를 담고 있습니다. (방바닥을 기어가는 이름 모를 벌레에게도 나름의 인생 아니 충생이 있다는… 먹고 살기 참 힘들겠죠


* 역시 커다란 책이 좋으시다고요? 그런 분들을 위한 또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고대 세계의 70가지 미스터리>는 과거 오늘의책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책을 다시 출간한 책인데요, 화려한 도판들과 함께 '모세와 출애굽 : 신화인가, 사실인가', '피라미드와 오벨리스크는 어떻게 세웠을까?' 등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브라이언 M. 페이건의 팬이시거나, 절판되었던 책을 찾아 다니셨던 분들은 이번 기회에 장만하시면 될 듯.


* 커다란 책은 잘 모르겠지만,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생명'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생물과 무생물 사이>를 권해 드립니다. 일본의 권위 있는 상인 산토리학예상을 수상한 교양 과학서로, 생명과학의 경이로운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스릴과 절망 그리고 꿈과 희망과 반역이 빚어내는 흥미진진한 책" 이라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추천사가 눈에 띄네요)

 
 
* 크기보단 두께로 승부한다! 
 







        587쪽            598쪽             578쪽            463쪽 

두께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책의 두께라는 '외향적 결과'는 순전히 '내용'에서 비롯하는 것. 하여 두꺼운 책들이 뿜어 내는 포스는 이렇습니다. "어때, 읽을 수 있겠어?" 그렇지만 그런 책은 또한 젖과 꿀이 흐르는 피안을 약속하니, 다 읽어 냈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겠지요. 그것이 바로 독서의 묘미!

<지젝이 만난 레닌>은 2006년 출간된 <혁명이 다가온다>의 일종의 완역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의 두 부분 중 레닌의 텍스트에 기반을 둔 지젝의 사유만을 엮은 것이 <혁명이 다가온다>라면, 지젝이 직접 편집한 레닌의 텍스트까지 포함한 것이 바로 <지젝이 만난 레닌>인 것. '좀 더 부자'가 되고픈 개인의 욕망에 밀려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모두의 꿈이 사라진 지금, 많은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만물의 척도>는 '프랑스 혁명보다 위대한 미터법 혁명'을 다루고 있습니다. 시계의 발명이 근대 이후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듯, '절대공간'의 개념을 인식시켜준 미터법 혁명이 어떻게 세계를 바꾸었는지, 과학이 세상과 맺는 관계는 무엇인지를 흥미진진하게 추적합니다. 프랑스 혁명보다 위대하다라, 조금 과장된 듯하지만 실은 전혀 과장되지 않았는지도… ("정복은 순간이지만, 미터법은 영원하리라!" - 나폴레옹)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라는 책, 아마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테지요. 물론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은 조선시대 과거 시험의 마지막 관문이었던, 왕이 직접 내는 '책문'과 그에 대한 선비들의 답인 '대책'을 담고 있었습니다. <율곡문답>에는 바로 그런 책문과 대책의 형식을 빌어 풀어낸 조선유학의 최고봉, 율곡 이이 선생의 사상이 담겨 있습니다. 16세기 조선에 대한 율곡의 17가지 화두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신 지식의 최전선>은 다른 세 책에 비해 조금 빈약해 보입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각각 평균 이상의 몸집을 가진 시리즈가 4권까지 함께 출간 되었습니다. 같은 출판사에서 <지식의 최전선>(700여 쪽)이란 제목으로 과거 출간 되었던 책이, 변화된 세상에 걸맞는 새로운 지식들로 무장한 채 돌아 왔습니다. 각각 인문, 문화, 사회, 과학 분야를 다루는 네 권의 책은, 모두 21세기 현대학문의 최신 화두를 품고 있습니다.


* 그리고…

그리고 이번 주도 역시, 참 많은 책들이 있었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심리학의 고전 <마음의 해부학>이 번역 출간 되었습니다. <나를 찾는 셀프 심리학>에서는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 왜 사는지도 모른 채 그냥 남이 바라는 대로 사는 우리 자신에게 우리의 삶을 찾을 것을 요구하네요. <경성상계>, <한국사傳 2> 등 다채로운 역사 신간들도 눈에 띕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크고 두꺼운 책들을 너무 많이 담았더니 벌써 배가 꽉 찬 걸요.

고맙습니다. 이번 주도 만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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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berry watches 2011-12-28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학의 최고봉, 율곡 이이 선생의 사상이 담겨 있습니다. 16세기 조선에 대한 율곡의 17가지 화두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많은 생각을
 

(오해를 피하기 위해) 먼저 몇 가지 사실을 밝혀 두겠습니다.  

1. 7살, '여름 성경 학교'에 가서 나시티와 반바지를 입고 '캔디바'를 먹음. 23살, 뒤늦게 간 군대 훈련소에 자리한 교회에서 활동복을 입고 '핫브레이크'를 먹음.

2. 산타를 믿은 건 9세, 12월 15일 경까지. (결과적으로 그 해, 마지막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음)

3. C. 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를 감명깊게 읽음.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인격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비난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일이다. 그들이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면 어떤 사람이었을지 생각해보라' 하는 부분)

4. 시간이 난다면 읽어 볼 '책'들 중 가장 앞부분에 <성경>이 자리하고 있음.

5.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등을 즐겁게 보았음. 그 외 일당들의 저작 역시 재미있게 즐기는 편. (가끔씩 일반화의 오류 혹은 흑백논리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음)

대략 이 정도로. 이제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오늘 소개시켜 드릴 책은, 샘 해리스의 <기독교 국가에 보내는 편지>입니다. <샘에게 보내는 편지>나, 기독교 에세이집(?) 같은 표지를 하고 있지만 실은 어마어마하게 논쟁적인 책이지요.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작가의 전작은 <종교의 종말>. 그 무시무시한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샘 해리스는 "리처드 도킨스, 다니엘 데닛, 크리스토퍼 히친스와 함께 종교적 도그마와 지적 설계론을 비판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논자"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작년 여름 <만들어진 신>의 뜨거운 논쟁부터  올 초 출간된 <신은 위대하지 않다>와 <자비를 팔다>를 거쳐 <기독교 국가에 보내는 편지>까지 오게 된 것. 어떤 내용인지, 무엇이 뜨거운지는 굳이 여기서 다시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다른 책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1. 편지 형식을 빌고 있습니다. "이 형식은 사도 바울이 전도 여행을 다니면서 기독교인들에게 편지를 보낸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다"라고 옮긴이는 밝히고 있습니다. 악마 삼촌이 조카에게 보내는 '인간 유혹법', <스크루테이프의 편지>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굉장히 쉽게 읽힙니다.

2.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기독교 국가', 그 중에서도 53%가 창조론을 믿고 있는 '미국'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C.S. 루이스의 말을 떠올려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도대체 미국이 기독교 국가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그야말로 덜덜덜 하지 말입니다)

3. 얇습니다. (마찬가지로 들고 다니기 즐거운 사이즈의 <자비를 팔다> 보다도 15페이지가 적습니다) 따라서 한 문장도 돌아가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펀치를 날리는 날렵한 복서처럼.

공통점은 딱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논쟁적이라는 것! 어때요, 뜨거운 논쟁의 한 가운데로 함께 가보실래요? (Shall we?)

* 이런 분께! : 기독교신자(무신론자/불교신자/이슬람교신자/제수이트교신자 등등)라면, 현대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한 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종교 관련 논쟁의 뜨거운(Hot!) 맛을 보고 싶으시다면
* 이 책도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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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받는 순간, 제 머리속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갔습니다.

"조선에 상업이 있었어?"
"무슨 소리야, 상도 못봤어 상도?"
"베니스의 개성상인도 있잖아?"
"그 사람은 고려 사람 아냐?"

...(참 한심하죠)

그렇지만 조선의 상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하얀 눈썹 휘날리시던 고등학교 국사 선생님이라면 아실까, 그리 많진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잠깐, 그런 걸 알아서 무엇하겠느냐고요? 글쎄요. 그렇게 따지면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나 지금 우리와 크게 다를 것 같지도 않은 "조선의 서민들", "미쳐서 미친" 사람들, "책만 보던 바보들"을 알아야 할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생각하면 또 복잡하고 담배 한 대 물고 싶고, 술 한잔 하며 토론을 나누고도 싶은데 그럼 또 괜히 이야기 길어질 것 같지만 사실 아주 간단한 이유가 아닐까요. (고매한 이유들은 제쳐두고) 바로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제 앞에 있는 이 책이 그렇습니다.

색색의 제목 밑에 작은 글씨로 적혀있듯 "조용하고 아름다운 조선의 도읍 한성에서 근대 상업도시로 급변하는 경성의 모던 풍경을 한데 담"은 책은, "전차와 백화점을 앞세운 근대의 달콤한 유혹, 그 속에 숨겨진 경성 상계의 흥망성쇠" 바로 그 "근대의 급속한 전개와 함께 울고 웃었던 우리의 생생하고도 치열한" 삶을 그려냅니다.

생각해 보면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 동안 별 다른 변화 없이 고요하던 경성, 하지만 근대화의 바람은 몰아치고 제물포 개항으로 쏟아진 화려한 신문물,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가 아니었을까요? 자, 이제 도시가 들썩입니다. 그 도시 안에서 여전히 사람들은 살아갑니다(백화점에 간 이상 씨, 전차를 타던 구보 씨, 전당포에 결혼반지를 맡기던 염상섭씨 등등). 그렇게 근대 상업도시 경성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물론 그 엄청난 변화는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지요. 어때요, 흥미롭지 않으세요?

* 이런 분께! : 역사를 좋아하신다면, 역사에 흥미를 느껴본 적이 없으시다면, <상도>말고 또? 라고 하신다면, 비정상적이고 비인간적인 한국 자본주의가 강제적인 개항과 이권의 이전투구 속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발전되어 왔는지 궁금하시다면…(!)
* 이 책도 함께! :



 

 



그리고 여기, 또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이미 올 초에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한국사傳>의 두 번째 이야기! (KBS TV에서도 여전히 절찬리에 방영중이지요)

기왕의 한국사와 다른 점은,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바로 통사가 아니라 인물 중심의 열전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열전 형식의 책이 처음은 아닙니다만, 이 책의 특징은 "리얼 휴먼스토리로 가득한 전(傳)에 주목"했다는 것.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다들 아시겠지만 역시나 가장 재미있는 것은 사람 이야기죠.

그렇다면 2권에서는 어떤 인물들을 다루고 있을까요? 올 초 '옥토끼가 달을 바라보고 노래하는' 제 운수를 점지해주신 토정 이지함, 연산군이 광기어린 목소리로 "처선아~"라고 부르던 내시 김처선, 매주 월요일 10시면 만나는 이산 정조 등 우리 역사 속 '유명짜'한 인물들부터, 그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더없이 소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뒷표지에 이런 말이 적혀 있네요. "한국사의 씨줄과 날줄이 된 숨은 인물 찾기!")

사실 저는 '열전'이라고 하면 무엇보다 <맹꽁이 서당>이 먼저 떠올라요. 토정 이지함 선생 역시 윤승운 화백 특유의 익살스러운 그림으로 제 기억 속에 남아있을 정도로. (사실 윤승운 화백의 인물은 다들 비슷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구분되는 디테일이 있었던 거죠) 어린 시절 독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요즘입니다… (참 한심하죠)

* 이런 분께! : 1권을 보셨다면, 1권을 아직 안보셨다면, 동명의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역사 속 인물들이 궁금하다면
* 이 책도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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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아 있는 지구

 북극의 곰을 좋아하세요? 언젠가 근엄하기로 소문난 독일 국민들이 아기곰 '크누트'가 커버리자 (더이상 귀엽지 않다는 이유로) 비통에 잠겼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새하얀 아기 북극곰은 분명 사랑스운 존재이긴 해요.

하지만 그것은, (동물을 대상화하는) 다분히 인간중심적인 관점이 아닐까요?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엄마 곰 아기 곰> 같은 촉감 그림책을 만나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하얀 털을 쓰다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지만… 

저 역시 마냥 귀엽게만 보던 북극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것은 바로 다큐멘터리 [살아 있는 지구]의 '혹독하고 고독한 극지방' 에피소드 때문이었습니다.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먹이를 찾아 떠나는 북극곰 일가를 보게 된 것이지요.

과연 북극의 삶이란 혹독하고도 고독해서, 먹이를 찾아 헤매는 북극곰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자연 그대로의 북극곰의 모습. 바다표범을 공격하고, 하얀 털에 빨간 피를 뒤집어쓰고, 다시금 먹이를 찾아 찬바다를 헤엄치는 북극곰의 모습은 그저 놀라울 따름.

오직 살아남기 위해 빙산에서 빙산으로 헤엄치던 북극곰은 때때로 다음 목적지에 채 닫기도 전에 힘이 빠지곤 합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빙산들이 점점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결국 북극곰의 죽음에 우리 모두 일말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우리가 책임이 있는 것이 비단 그 뿐만은 아니겠지만요). 이렇듯 [살아있는 지구]는 제게, 우리 모두는 '지구'라는 같은 집을 공유하며 살고 있음을 새삼 새기게 했어요.

하여 이 다큐멘터리를 설명하는데 "BBC 제작-제작비 300억-제작기간 4년-에미상 4개 부분 수상" 등의 수식이 얼마나 필요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꿈틀대는 지구에서 살아왔고- 살아가는, 우리의 빈약한 상상을 뛰어 넘는 동물들의 치열한 삶에 그런 수식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하여 이 동명의 책에도 별다른 수식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영상매체에서 인쇄매체로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그 감동을 오롯이 담아냈다는 것, 오히려 책이라는 매체의 장점을 십분 살려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는 것, 그 정도로만. 시원한 판형에 아름다운 사진만으로 보는 이를 뿌듯하게 하는 그런 책입니다.

* 이런 분께! - 다큐멘터리의 감동을 잊지 못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위대한 아름다움이 궁금하다면
* 이 책도 함께! - <자연의 빈자리>, <인간 없는 세상>


2. 지젝이 만난 레닌

물론 인간 역시 지구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하나의 동물이고, 비록 혹독하고 고독한 극지방은 아니더라도, 그 삶이 평탄할리만은 없죠. 실은 고민 투성이에요. 자, 그러면 문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요? 많은 대답이 있어왔고, 또 있겠지만 여기 한 번쯤 생각해 볼 대답이 있습니다.

"레닌을 재현실화한다는 생각에 대한 공중의 첫 번째 반응은 물론 빈정거리는 폭소다. 마르크스는 좋다. - 오늘날에는, 심지어 월 스트리트에도, 여전히 마르크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본주의의 힘을 완벽하게 묘사한 상품의 시인 마르크스, 우리 일상 생활의 소외와 물화를 보여준 '문화 연구'의 마르크스. 그러나 레닌은 - 안 되지, 농담이겠지!" 라고 스스로 책을 시작하는 지젝.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레닌일까요?

지젝이 주목하는 부분은 "오늘날의 좌파가 진보 운동의 시대 전체의 종말이라는 충격적인 경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과, 1914년 레닌의 시대에 "진보에 대한 목가적이고 부르주아적인 믿음만이 아니라, 그것과 동행했던 사회주의 운동도 사라졌"던 "세계 전체가 사라진 재앙"과의 역사적 유사성입니다.

그리하여 지젝은 이렇게 말합니다.

"'레닌'은 낡은 교조적 확실성을 가리키는, 노스탤지어에 젖은 이름이 아니다. 정반대다. 우리가 건져내야 할 레닌은 낡은 좌표가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된 상황, 재앙에 가까운 그런 새로운 상황에 내던져지는 근본적인 경험을 했던 레닌이며, 그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마르크스 주의를 다시 만들어내야 했던 레닌이다. (중략)

핵심은 레닌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키르케고르적인 의미에서 레닌을 반복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상황에서 똑같은 충동을 되살리자는 것이다. 레닌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노스탤지어에 젖어 '좋았던 옛 혁명기'를 재상연하자는 것도 아니고, 낡은 강령을 '새로운 조건'에 맞게 기회주의적-실용주의적으로 조정하자는 것도 아니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라는 조건에서,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1914년의 재앙으로 오랜 진보주의 시대가 정치·이데올로기적으로 붕괴한 뒤에 혁명적 기획을 다시 만들어낸 레닌의 행동을 현재의 세계적인 조건에서 반복하자는 것이다."

어때요? 우리 시대의 가장 논쟁적인 (스타) 철학자 지젝의 제안이. 1부는 1917년 2월혁명이 일어난 직후부터 10월혁명이 성공하기까지 쓴 레닌의 핵심 텍스트 중 지젝이 직접 편집한 텍스트가, 2부는 이러한 레닌의 사상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바로 여기의 문제로 되살려내는 지젝 자신의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이렇듯 현실과 맞닿은 주제와, 정영목 씨의 유려한 번역으로 지금까지 번역된 지젝의 어느 책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입니다.

* 이런 분께! - 지젝이 좋다(싫다/궁금하다)면, 21세기에 유토피아는 가능한가-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궁금하다면
* 이 책도 함께! -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 <혁명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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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책상 가득 쌓인 책들을 바라보며 상념에 빠지곤 합니다. 이를테면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책이 필요한가?" 하는 고전적인 질문. 하지만 그것은 결국 수많은 책들 중, 살아남아 독자들에게 가닿는 책이 얼마나 될까, 하는 안타까움에 더 가깝겠지요.

분명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 책은 좋은 책입니다. 물론 그 역은 참이 아니에요. 그렇다면 왜 (우열을 가릴 수 없이) 좋은 책들 중 어떤 책들은 끝까지 살아남고, 어떤 책들은 그렇지 못할까요? 이 복잡하고도 미묘한 질문에 대한 가장 간단한 답은 아마 '적자생존' 이라는 한 단어일 것입니다.

*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다윈주의라는 유령이

저는 방금 '적자생존'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만약 다윈이 없었다면 그 단어를 지금처럼 쓸 수 있었을까요? (사실 이 용어 자체는 영국의 학자 허버트 스펜서가 먼저 사용한 단어라고 합니다만.) 세대, 변종, 유전, 개체, 친족, 변이… 등도 마찬가지. 물론 다윈의 영향력은 단어 몇 개의 문제로 끝나는 문제는 아니지만요. (“다윈은 최근 회춘했다”)

19세기는 다윈의 세기였고, 그것에 동의하거나 말거나, 그 이후로 세계는 변해버렸습니다. 심지어는, 문학까지도. 바로 <다윈의 플롯>이 다루고 있는 지점입니다. 이른바 진화론과 문학의 만남!

영문학자인 저자는 <종의 기원>의 언어를 분석, 그 엄청난 영향력은 "다윈이 생각하는 데 필요한 언어를 찾느라 애쓴 소산"이라는 발견으로 책을 시작합니다. 다윈이 생각한 관념은 사회의 틀 밖에 있었으므로 당시의 언어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는 매우 어려웠다는 것.

그래서 다윈은 ‘은유’의 방법으로, 모든 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이론을 ‘서술’ 합니다. 과학적 언어로 쓰이지 않았기에, 또한 이야기로 풀어서 쓰였기에 그것은 다윈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던 많은 의미를 담게 되었고, 상상력의 보고가 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저자가 주로 다루고 있는 작가는 조지 엘리엇과 토마스 하디에요. 그들의 작품이 많이 번역되지 않아 무척이나 아쉽지만, <다윈의 플롯>은 그 자체로 충만한 지적 자극을 전해줍니다. 과학과 문학(사)의 ‘쏘쿨’한 만남. 


그렇다면, 진화론은 또 무엇과 만날 수 있을까요?  여기, 또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타고난 반항아>는 한 가지 의문에서 출발합니다. "왜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사고방식에 대변혁을 가져오는 혁신적인 사상을 내놓으며, 왜 어떤 사람들은 그에 격렬히 반대하며 기존의 것을 고수하는 것일까?" 바로 계급이론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도 완벽히 설명할 수는 없었던 흥미롭고도 난감한 질문.

그렇기에 저자의 주장은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그 단순함으로 허를 찌릅니다. 다윈의 '분화의 원리'를 가족 안으로 끌어들인 저자는, 부모의 보살핌이라는 동일한 자원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형제들은 성장하며 자기만의 전략을 익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나는 외아들인데…", "우리 형은 첫째인데 왜 반항을 할까?" 같은 의문이 드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걱정하지 마세요. 책 안에 '거의 모든 경우'가 다 들어 있습니다. 괜히 870쪽이 아닌 것이지요.

문제에 접근하는 신선한 관점과,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들을 6,566명의 전기적 자료의 분석을 통해 풀어내는 저자의 방법론은 이 책이 가진 커다란 미덕입니다. 그렇지만 가장 커다란 미덕은 바로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 900여 쪽의 책이 쉽게 읽힌다니, 정말 근사한 일 아닌가요? (무거워서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 같다고요? 그래도 들고 다닐만 하던걸요;)


* 한 길 사람 속, 그 속이 궁금해?


 

 

 

 

이번 주에는 유난히 많은 심리학 책들이 출간 되었습니다. <무삭제 심리학>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제들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며, 우리도 잘 모르는 우리의 마음과 더더욱 모르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후회하지 않는(조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기 계발형 교양 심리학' 도서 입니다. 번역서가 아닌 국내 저자의 글이라 더욱 쉽게 와닿네요.

<괴짜 심리학>에 이어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 된 <바보들의 심리학>은 우리의 '편견'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편견이 우리를 가두고 또 조종하고 있는지를 -나의 편견이 내 자신을 혹은 타인의 편견이 우리를- 흥미진진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심리학에 대한 개론서라기 보다는 '편견'에 대한 심리학적인 접근이라는 말이 책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마침내, 제4권 <인간의 상과 신의 상>을 끝으로 <융 기본 저작집>이 완간 되었습니다!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출간에 힘써주신 출판사 및 여러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국내에서는 프로이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흘히 다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융을 훨씬 더 좋아해요. 뭐랄까, 그 거대한 구상이. 혹시라도 융의 사상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쉽게도 절판된) 로고스 총서 중 <>이나 야코비가 쓴 <C.G. 융 심리학 해설> 혹은 <한 권으로 읽는 융>을 권합니다.

융이 나왔다면 프로이트도 나오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요? 프로이트의 캐리커쳐가 그려져 있는 표지가 주는 인상처럼 <프로이트의 비밀>은 시종 유쾌하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책입니다. 프로이트의 소파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독특한 형식으로, 프로이트의 일생과 그의 사상의 기본 지식들을 가볍지만 결코 경박하지 않게 그려냅니다.


* 세계를 망친다. 아메리칸 갱스터-


 '세계 깡패' 미국을 비판하는 두 권의 책이 나란히 출간 되었습니다. <미국과 맞짱뜬 나쁜 나라들>은 '한 반미' 한다는 국내 저자들이 쿠바.베네수엘라.북한.이란 등 미국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던 7개의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전세계적인 '미국화'를 비판합니다. 유쾌한 제목처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이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은 현직 MIT 교수가 쓴 '자기비판서'입니다. 조지 부시, 뉴욕 타임스, 갱스터 랩, 패리스 힐튼 등… 미국이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들을 통해 미국인 조차 용납할 수 없는 미국의 악행을 고발합니다. (하워드 진이 서문을 썼습니다!) 

 (내용만큼이나 비슷한 이 두 표지. 모두 디자이너 오필민 씨의 작품이라고 해요)

그리고 여기, 미국의 깡패짓 중 '음식으로 장난치기'를 비판하는 또 다른 두 권의 책이 있습니다. 2001년, 전세계인을 경악케 했던 9.11 테러 당시 사상자 3000명. 하지만 같은 해 비만으로 생을 달리한 미국인은 40만 명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지적하는 <독소>는 우리의 식탁에 가해지고 잇는 미국의 음식산업 실태, 그 테러를 고발합니다. 

<도살장>은 그 중에서도 우리가 먹고 있는 '고기'에 집중합니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육류'로 가공되기 위해 도살장에 가야하는 소, 돼지, 닭… 그리고 그들에게 가해지는 테러. 비윤리적인 동시에 비위생적인 미국의 도축 시스템을 강력히 비판합니다. 광우병 만큼 공론화 되어 있진 않지만, 그보다 더 깊고 독한 현실을.

(광우병에 대한 책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미친 소가 온다!"를 참고하세요)


* 그리고…

그리고도 참 많은 책들이 있었습니다. 인디아나 존스의 개봉에 발맞춰 출간된, 존스 교수(시간 강사?)가 찾아 헤맸던 유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인디아나 존스와 고고학>(월간 미술 기자로 재직중인 저자  자신이 그 시리즈의 '오덕후'!), 조선의 문장가로 꼽히는 이건창의 글을 옮긴 <조선의 마지막 문장> 등… 더 싣고 싶은 책들도 많지만, 눈물을 머금고 이쯤에서 끝내겠습니다. 배가 이미 가득 찼으니까요.

고맙습니다. 이번 주도 만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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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or credits 2011-12-28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야하는 소, 돼지, 닭… 그리고 그들에게 가해지는 테러. 비윤리적인 동시에 비위생적인 미국의 도축 시스템을 강력히 비판합니다. 광우병 만큼 공론화 되어 있진 않지만, 그보다 더 깊고 독한 현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