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있었지. 그녀는 약혼자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탔어. 지구에서 가장 커다란 대양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 그녀는 그 남자의 옆자리에 앉았지. 그 남자. 그녀가 계속해서 말을 붙여보려 노력했지만 고작해야 '블러드 메리'를 주문하는 것 밖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그 남자 말이야.

그녀는 그냥 앉아서 제3세계에 대한- 어떻게 발음하는지조차 모를 곳들에 대한 끔찍하게 재미없는 잡지 기사나 읽고 있을 수밖에 없었어. 그녀는 지루했고, 의기소침. 그런데, 그때, 갑자기 기계적인 결함으로 엔진 하나가 고장났고 비행기가 추락하기 시작했어. 삼천 피트 상공에서. 기내방송에서는 기장의 목소리가 울렸지.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아, 세상에! 미안해요." 그는 계속해서 사과할 뿐이었어. 그녀는 남자를 바라보았고, 이렇게 물었지.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는 거죠?" 그러자 그제야 그녀를 돌아본 남자가 이렇게 말했어. "파티에 가요, 그, 생일 파티요. 당신 생일 파티 말이에요. 생일 축하해요, 달링. 우리는 당신을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사랑해"


그리고 남자는 흥얼대기 시작했지. 이 작은 멜로디를. 아, 그건 이렇게,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 : 하나, 하나, 둘, 셋, 넷-

- Bright Eyes, 'At the Bottom of Everything'


그러니까 그 노랜, 어쩐지 이렇게 시작할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며 내내 진심, 에 대해 생각했다. 진실과 거짓말은 그 다음으로. 한 때는 진심과 진실이 등가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내가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그것은 결코 거짓이 아닐 거라고. 이를테면 나는 진심으로 살아가고 싶었고, 그것 자체로 나는 진실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서투르지만, 간절하게. 

이제는 그것이 결코 같을 수 없음을 안다. 진실은 마음보다 크고, 진심은 결국 마음의 영역이므로. 마음을 벗어나는 순간, 더 이상 그것이 진실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그것을 이제야 알았다. 너무나 당연한 만큼 혼란스러운. 그런 것이 진실임을.

김해연의 진심과 정희의 진심과 나카지마의 진심과 박길룡의 진심 그리고 그 모두를 안고 있는 진실, 같은 것.

밤이었다. 김연수 작가를 만난 것은. 늦은 모기만이 지난여름의 추억을 힘겹게 지고 날아다니던 밤. 어디서도 노래는 들리지 않았지만, 왠지 그런 노래를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부러 말을 하지 않아도 조용히 귀 기울이게 되는, 그런 밤.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무엇도 쉬이 입 밖으로 나오진 않았다.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그 무엇도 펴낼 수가 없었다. 입 밖으로 나온 말들이, 그 말들 중에 얼마가, 일말의 진심 나부랭이라도 담고 공기 중을 배회하게 될지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으니까. 애꿎은 모기만 쫓으며, 좋아하는 작가를 만난다는 것은 꽤나 무서운 일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질문은 문학MD님께 맡기고 사진기나 만지작거리며 혼자, 그렇게 생각했다. 그저 무심한 척 귀를 쫑그리며.

실제로 만난 김연수 작가는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런저런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들이 어지러이 공기를 채웠다. 조도가 낮은 오렌지색 조명에서는 사진이 잘 찍히지 않아 속상해 했던 것 같다. 혼자서만. 한편으로는 그 말들을 바라보며 상상하기도 했다. 글 속의 그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그에 대해. 그의 진심과 내 귀로 와 닿는 그 말에 대해. 그 간극에 대해.

이를테면 "나는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은 아닌데 손이 말이 많다"라는 말에 대해. 하지만 말씀도 결코 적지 않은 걸요, 하고. "처참할 정도로 실패한 사람들.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나의 삶을 이해하는 것일 수 있다"는 말에 대해. 괜히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하면서.

사실 나는 답이 듣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단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진정 살기 위해서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 같은 것에 대해서. 아니, 그 이전에, 살아남는 것과 살아간다는 것의 차이에 대해서. 그 차이가 때론 얼마나 얇고도 하찮은지에 대해서. 그러니까, 알고 있었던 셈이다. 결코 그가 대답할 수 없으리란 것을. 왜냐하면 그것은 진심의 영역이었으니까. 그것도 나의. 그래서 묻지 못했다.

그럼에도 참지 못하던 입술이 달싹일 때, 그가 말했다.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순간 오히려 따뜻해지는 그런 거라고 할까요. 희망 없는 삶을 산다는 거하고, 이루어지지 않는 희망을,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안고 산다는 건 분명 다르잖아요." 처음에는 100% 와 닿지가 않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하루, 하루, 하루, 하루, 하루.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러니까 그것은, 진심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희망이 없다는 것이 진실이라면, 그것을 알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마음은. 사실 희망이란 꽤나 바보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순간 오히려 따뜻해지는 그런" 건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 밤,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내가 살고 있는 날들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진실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진심만으로. 그것뿐으로. 진짜 살아갈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살고, 사랑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만.

그러니까 그것은, 삼천 피트 상공에서 추락하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 같은 것. "희망이 없음을 알면서도 그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마음 같은 것. 혹은 그런 마음을 담은 노래 같은 것.

그렇게 생각하자 어쩐지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것도 진심으로. 

 

* 공식 인터뷰 업데이트에 앞서 끄적인, 개인적인 감회를 담은 페이퍼입니다. 위 내용은 알라딘 혹은 문학MD님의 입장과 무관 합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春) 2008-10-13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사진이 제대로 안(혹은 못) 찍혔군요. ㅋㅋㅋ 선명치 못한 조명 아래서 인물사진을 제대로 담아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 저도 절감하고 있습니다.

나무그늘 2008-10-15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히려 이렇게 흔들리는 지금의 이 사진이 더 글의 맥과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진이 그저 '사실'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사실 이면의 '무엇'을 잡으려는 노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
 

* 돌아온 우석훈과 '괴물'의 탄생

오랜만에 기어코 쓰게 된 '만선'의 첫머리에 우석훈 박사의 신작이 오르게 된 건 좀 우스운 일이다. 벌써 두 달은 훌쩍 지나버린 이 서재의 마지막 페이퍼 몇 개를 그의 인터뷰와 <촌놈들의 제국주의>, <직선들의 대한민국>이 장식하고 있었던 탓이다. 이거 자칫하면 편애모드- 라고 하지만 어쨌거나 책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 잘 팔리는 책이 나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리고 사실 이 책은 더 팔려야 한다)

<88만원 세대>,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촌놈들의 제국주의>에 이은 한국경제대안 시리즈의 네번째 책이자 마지막 책에서, 우석훈 박사는 드디어 '대안'을 제시한다. '대안'이라는 단어를 분명히 달고 있는 시리즈 명에도 불구하고 날카롭고 때론 통쾌한 분석만 있었을 뿐, 별다른 대안은 사실 없었음을 생각한다면 과연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만하다. 물론 그 대안의 효용 및 그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이 자리에서 그 대안을 밝히는 일은 스포일러가 될 듯하니 생략하기로 하고.

'괴물'이란 물론 현재 우리 사회를 말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어버린 자본주의' 같은 인간의 조건. 굳이 레비아탄(혹은 리바이어던) 얘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생활의 발견]의 대사처럼 "사람 되기 힘들지만 괴물은 되지 맙시다"의 괴물로 이해해도 별 무리는 없겠다. 결국 사람되기 힘들어서 모두 괴물이 되어 버렸다는 얘기다. (괴물의 뱃속에서 사람이 되긴 힘들다는 얘기일까?)

개인적으로는 <몬스터>의 대사가 떠올라 버렸다. "날 봐, 날 봐, 날 봐. 내 안의 괴물이 이렇게 자랐어" <괴물의 탄생>이란 어쩌면 조금쯤 때늦고 식상한 제목일지 모르지만,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 안의 괴물은 어느덧 이렇게 자랐다. 그리하여 그 괴물에게 먹히고나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만이 우리가 고민할 무엇이 되어버린 것이다. 신화 속의 영웅처럼 누군가 나타나 괴물의 목을 자르길 기다리기에는, 21세기는 너무 빠르고 삶은 너무 짧으니까.

하지만 기억할 것. 캠벨 식의 영웅 신화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결국 내면의 여정이고, 어느새 자라버린 괴물도 '내 안의 괴물'이라는 것. 괴물 없이 살아가기는 생각만큼 불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결국 자기 자신의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오래된… (하지만 한 번도 증명된 적은 없는) 레토릭.

시리즈의 완간과 더불어 시리즈의 두번째 책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가 개정되어 새로 나왔다. <조직의 재발견>이 그것. 난해하기로 소문(!)났던 서문을 고쳐 쓴 개정판이 나오게 되면서 한국경제대안 시리즈는 <88만원 세대>-<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촌놈들의 제국주의>-<괴물의 탄생>의 A 버전과, <88만원 세대>-<조직의 재발견>-<촌놈들의 제국주의>-<괴물의 탄생>의 B 버전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꼭 동방신기 새앨범을 광고하는 것 같기도 하고…)

* 위 내용은 우석훈 박사의 입장 및 알라딘의 입장과 전혀 상관 없습니다.


* 심리학 도서 출간 러쉬

 

 

 

 

언젠가부터 심리학 책들이 참 많이 나오긴 했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서 나오기는 또 처음인 것 같다. 사실 수박 겉핥기 식의 책들이 많았던 것에 비해 그 범위도 깊이도 다양하고 깊어졌다. 이렇게 많은 책들 중에서 몇몇 책들만이 관심을 받고 읽힌다는 것은 꽤나 슬프다. 이것은 직업적인 감상. 이렇게 많은 책들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인간에 대한 이해는 멀고 험하다는 것은 꽤나 잔인하다. 이것은 인간적인 감상. 물론 둘 다 어디에도 쓸모는 없다.

<악의 쾌락 변태에 대하여>는 자극적인 제목만큼 재미있는 책이다. 물론 제목에서 기대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재미가 있다. 책은 자극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말초적인 흥미를 끌려하지 않는다. 다만 '변태'라는 이름으로 역사 속에서 단죄되고 배척되었던 인간의 본성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며, 우리 안에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다름'에 대한 이해를 촉구한다.

<이중 인격>과 <다중 인격의 심리학>은 비슷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꽤나 다른 책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처럼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까지 피폐하게 만드는 이중 인격자의 패악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자기 자신의 이중성은 얼마나 되는지도 한 번 확인해보자는 것이 <이중 인격>의 메시지라면, <다중 인격의 심리학>이 말하는 것은 인간은 누구나 마음 속에 여러 인격을 가지고 있으니, 그것을 억지로 부정하거나 하나로 통합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

거칠게 말하자면 전자는 한때 유행했던 '싸이코패스'류의 책을, 후자는 대니얼 키스의 <빌리 밀리건>을 생각하면 될 듯 하다. 물론 <빌리 밀리건>은 '찢겨진 영혼'을 탐구한 논픽션이므로 방향은 다르긴 하지만,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책 역시 더 없이 재미있을 듯. 특히나 전문 번역가 김명남 님의 매끄러운 번역에 출판사 편집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도…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미신과 속설이다. 생각해보면 미심쩍기 그지 없는 그것들을 인간은 어떻게 철썩같이 믿을 수 있을까, 정도. 귀가 얇은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물론 우리는 주변에 귀 얇은 친구들을 하나 쯤은 알고 있으니,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잭팟 심리학>은 <괴짜 심리학>의 저자 리처드 와이즈먼이 들려주는 '행운의 심리학'이다. (로또 같은 한탕주의 심리를 비판하는 책이 아니다!) 인생을 살면서 자기는 운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자기는 항상 운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만나기 마련이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말하게 하는가? 어떻게 하면 정말 운이 좋은 삶(최소한 그렇게 생각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답은 책 속에.

<심리학 초콜릿>은 이 리스트 중에서 유일하게 국내 저자의 책이다. 삶에 힘겨워 하는 20대 여성들의 고민을 담은 책, 이라고 한다면 역시 국내 저자의 책이 더 가까울 터. '관계 맺기에 힘들어하면서도 소통에 중독되고, 진정한 사랑을 꿈꾸면서 ‘나쁜 남자’를 반복적으로 만난다. 남자친구의 폭력, 잦은 바람, 경제적 의존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그래도 사랑한다"며 헤어지지 못한다.'라는 알라딘 소개처럼, 너무 상투적이지만 사는게 결국 그런 것이라면 마음이라도 편히 살자, 뭐 그런 것.

<나쁜 유전자>는 사실 이 심리학 책들 중에서 가장 비중있는 책이다. 얼핏 <이기적 유전자>를 닮은 책은 사실 <루시퍼 이펙트>를 더 닮았다. '왜 사악한 사람들이 존재하며, 왜 그들은 성공하는가?'라는 부제는 "Why Rome Fell, Hitler Rose, Enron Failed, and My Sister Stole My Mother's Boyfriend"를 보면 더더욱 분명해진다. 그렇다면 정말, 사람은 왜 그런 것일까? 뇌과학과 심리학의 최신 연구 결과를 직조하며 그 과정을 밝혀내는 작업이 꽤나 흥미진진하다.

<보살핌>은 <나쁜 유전자>와 반대편에 있는 책이다. 신경생리학과 뇌과학, 발달심리학, 진화생물학 등을 통해 밝혀내는 것은 인간의 '보살핌 본능'이다. 이 본능을 개인의 차원에서 사회적인 차원으로까지 확대, 갈수록 약화되는 사회적인 유대 속에서 발생하는 각종 질병들 또한 예방할 수 있다는 책의 주장은 따뜻하지만 어딘가 슬프기도 하다. (슬픈 이유는 잘 모르겠다)


* 562돌, 한글날!

<한글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란 제목은 사실 이상하다. '~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란 기실 번역투에 가까우니. 출판사 분은 '사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럼에도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제목이라 생각했다'고 하시니, 그만큼 책에 대한 자부심으로 읽어도 좋을 듯 하다.

한글과 관련된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들을 짚어가며 상세히 설명하는 책을 통해 우리가 항상 사용하지만 실상 그 중요성을 체감하지는 못하는 (영어 몰입이니 뭐니 하는…) 우리말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살면서 한 번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국어실력이 밥먹여 준다> 시리즈의 세번째 책은 바로 <국어 독립 만세>다. 조금은 시대착오적으로도, 선동적으로도 느껴지는 책의 제목이지만,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게 된다. 주로 어휘에 집중했던 앞의 두 권과는 달리 이번 책의 주된 내용은 한글과 영어와의 비교.

'영어강박'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21세기의 한국에서 '영어의 화장발을 걷어내고 들여다보는 우리말의 맨얼굴'이라고 한다면 "국어 독립 만세!"라고 할 수도 있잖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단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 책의 문제의식 또한 우리에게 절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라지는 말들. 두 주에 한 개꼴로 지역 고유의 말이 살아지고 있는 오늘날, 과연 언어의 종말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묻는 책의 물음은 고스란히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이대로라면 한글이라고 영원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는 얘기다.

문득 터키에 여행차 갔다가 우연히 만난 현지인이 "터키어를 배워라. 너는 한국인이고, 한국어랑 터키어는 같은 우랄-알타이 어족이니까 쉽게 배울 수 있을 거라"고 했다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쩌면 우리는 그 터키인 보다도 우리말에 더 관심이 없는 건 아닐까?


* 끝

Verve의 10년 만의(!) 새앨범을 연속해서 5번은 듣고 있는데 하나도 좋은지 모르겠다면, 김연수의 신작 <밤은 노래한다>를 불과 3시간 전에 완독하고 오늘 오후에 있을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는데도 하나도 설레지 않는다면, 그건 다 월요일이기 때문. 그리하여 개가 짖는 월요일 새벽 (왜 B01 호에 사는 두 마리의 개들은 새벽에도 쉬지 않고 짖어대는 걸까?) 책들을 싣고 오늘도 배는 출발합니다. take this sinking boat and point it home we've still got time… (이 글을 쓰는 동안 한 마리의 개도 다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hanel handbags 2011-12-28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 이대로라면 한글이라고 영원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는 얘기다.

문득 터키에 여행차 갔다가 우연히 만난 현지인이 "터키어를 배워라. 너는 한국인이고, 한국어랑 터키어는 같은 우랄-알타이 어족이니까 쉽게 배울 수 있을
 

* "배고파도 영혼의 힘으로 예술을 만드는 그런 아방가르드 정신"을 위하여!
<88만원 세대>, <촌놈들의 제국주의>, <직선들의 대한민국>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우석훈 교수를 '이메일을 통해' 만나보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직접 남겨주신 댓글 질문에 대해 우석훈 교수는 과연 뭐라고 답글을 달아주었을까요? 20대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자, 지금부터 그 대답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블로그 독자들과 함께 시청 앞 촛불집회에 참가한 우석훈 교수의 모습.
* 알라딘 독자들이 묻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국가가 겪게 되는 일반 위기와 한국이라는 특수한 사회가 겪는 특수 위기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을 텐데, 제가 이 시리즈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외부적 변화 속에서 한국 경제가 겪게 되는 특수 위기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전개될 때 상한선과 하한선에서 생각해보게 될 것인데, 상한선이라고 한다면 멕시코 정도의 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고, 하한선이라고 한다면 전쟁에 의해서 겪게 되는 파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기 위기와 장기 위기라는 선에서 배치한 셈인데, 그 어떤 편으로 예상을 하더라도, 제가 계산해본 것에 의하면 20대의 삶은 부정적인 결과로 도출되었습니다. 힘들고 귀찮더라도, 적절한 변화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문체 실험을 즐겨하는 편인데, 어떨 때에는 일부러 잘 읽히기 어렵게 하기도 하고, 어떨 때에는 단문 위주로 구성을 해보기도 합니다. 때때로 일부에서는 댓구 구조로 만들어보기도 하고요.

만약 편집자가 허용한다면, 훨씬 더 구어체를 많이 섞고, 속어도 많이 섞어넣는 그런 글도 한 번은 써보고는 싶은데, 우리 말의 문어체와 구어체 사이에서 극단적인 글을 만들어보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물론 아직은 제가 편한대로 쓰면, 오랫동안 써왔던 논문체 글이 되어버리기는 합니다. 

 

 


대체로 그보다는 많이 읽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권수가 문제가 아니라, 고전 텍스트의 권수가 줄어서 고민 중이기는 합니다. 올 여름에는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에 대해서 쓴 책을 다시 한 번 정리할 생각을 가지고 있기는 했었는데, 아직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튀르고 전집을 읽겠다고 2년 전부터 생각하면서 아직도 손을 못 대고 있기도 하고요. 18세기 책은 어느 정도 읽은 것 같은데, 17세기와 16세기 독서는, 20대 때에도 체계적으로 못했는데, 요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물가상승률이 10%까지 갈지는 모르겠는데, 성장률은 많이 떨어질 것 같고, 경제 내부의 이중적 흐름 같은 것들이 보다 심각한 지표가 될 것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사람들이 돈 쓰는 시장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라는 것을 보면서, 2중경제로의 전환이 보다 가속화되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합니다.   


 

 



 

 

  
정규직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만, 정규직에 일반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겠지요. 물론 이 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장기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도 유리하지 않습니다. 아마 수 년 내에 극적인 반전이 벌어져서 일본의 경우처럼 전면적인 정규직 체계로의 전환이 벌어지기는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지배층들이 경제를 살펴서 사회적 타협의 결과가 될지, 아니면 국민경제가 한 번 완전히 붕괴하고, 리부팅하는 과정에서의 변화가 될지, 그 차이점이 실질적 차이점이 아닐까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글쎄요, 금융기법이라고는 하지만 원리가 어려운 것은 아니고, 특히 국제금융에서의 기본 원리가 그렇게 복잡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서양의 금융적 지배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제대로 된 질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자원시장과 같은 분야에서의 한국 금융에 문제가 많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큰 규모의 금융거래에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초보적 폐쇄성에 대해서는, 저도 가끔 혀를 차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환시장에의 개입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은 편이구요. 그런데 그게 금융 관련된 전문인력을 키운다고 해결될 것 같지는 않고, 국민경제에 대한 건전한 이해 같은 게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직업에 따른 구분이 아니라, 직업에 대한 소득 배정 혹은 분배에 귀천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막말로, 돈만 많이 번다면, 우리나라에서 직업에 귀천 의식이 생길까요? 후진 직업= 돈 조금 받는 직업, 이렇게 된 셈인데, 이걸 문화적 의식으로 해결하는 나라들이 있고, 실질적인 최저임금 보장 같은 방식으로 해결하는 나라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전혀 해결을 못 하고 있지요. 직업의식 이전에, 사람을 귀하게 생각하는 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고, 그런 생각으로 '사람들의 손'에 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는 변화가 생기는 것이 곧 선진국일 것 같습니다.



 


어려운 문제인데, 아직 덜 고통을 받아서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20대의 불행 혹은 '다음 세대'의 불행은, 한국에서 아직 제대로 뚜껑이 열리지도 않은 것이고, 앞으로 3~4년 후에 정말로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해결하는 것은 정책적인 측면에서 학계나 정치권에서 해결하는 것이겠지만, 실제로는 이 고통이 더 심화되어 20대 당사자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은, 몇 년 후의 일이 아닐까 합니다. 






역시 어려운 문제인데, 철학이나 사회적인 지식 같은 것들은 순환론적인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행도 마찬가지이구요. 결국 한 가지를 계속 하다보면 트랙의 한 바퀴를 뒤쳐졌는데, 그러다보니 어느 날 1등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는 게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인들에게, 무조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대세를 따르지 말고, 특히 광고에서 시키는 것 혹은 종이신문에서 시키는 것은 무조건 하지 말라고 되지요. 제 경우는, 남들 하는 것은 10대 때부터, 무조건 안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광고가 시키는 것은 무조건 안할 생각입니다.

최소한의 자기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계산해보면 그 경우가 성공의 확률도 높습니다. 경쟁 조건과 유행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합쳐보면, 그렇게 계산이 나옵니다.




 

 



20대에 대한 실체적 본질에 관한 얘기를 더 할 생각은 없고요, '20대 3대 권리'와 같은 것들을 경제 이론적으로 더 규명하는 작업은 좀 했는데, 출판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원래 올 6월에 계획했던 것이 있기는 했는데, 같이 작업하던 사람들의 작업이 좀 미진해서 뒤로 미루어놓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0대들의 교육문제와 사회적 교육과 같은 주제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최근 스페인의 20대 운동을 직접적으로 경험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과는 양상이 좀 많이 달라 보였습니다. 자본주의에서 사회적 운동 없이 경제적 소수가 자신의 최소한의 권리를 지킬 가능성이 아주 희박해보이기는 합니다.

스페인에서는, 주말마다 문화집회 형식으로 다양한 집회가 벌어지는데, 당사자 운동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지지의 일반화'라는 측면에서,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지금 쓰는 많은 책들은, 대부분 수 년 전부터 출간하려고 했다가 "상업성 없음"으로 출간에 실패한 것들을 프레임을 다시 잡으면서 재출간하는 것들입니다. 작년에 책들의 출간이 밀리지 않았으면, 올 초까지 전부 출간하고 마흔이 되면 멋지게 은퇴하려고 했던 계획이 있었는데, 좀 늦어져서 아직까지 작업을 하는 중입니다. 올해 안에는 대충 정리를 하고, 은퇴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남은 것들에 대한 '처리' 중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공부에 대해서는 종종 질문을 받고 즉답을 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철학과 수학 두 가지가 모든 공부의 출발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에는 역사학과 인류학이 기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학문을 하든지, 이런 기반이 필요할 것이고, 개별 학문으로 접근하는 것은 그 다음 일이라는 게 제가 학문을 보는 눈입니다.

아마 10대라면, 문학에서 출발해서 예술 쪽으로 가는 관심이 한 다리, 그리고 개별 학문에 대한 관심으로 가는 또 다른 다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들을 모으는 한 단어는 '난독'이라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여간 '오거서'라는 표현이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10대 때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질문은 큰 질문이라서 쉽게 말하기는 어려운데, 한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모델로 선진화될 수 있는 길은, 없다, 그리고 미국 경제권 앞마당에서 달러 연동경제를 실험하던 중남미의 80~90년대 실패가, 이를 이미 역사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 대안의 방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토플러를 싫어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토플러를 비판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준비하지도 않아서 그냥 그런 사람 있나보다 하는 정도입니다. 토플러의 사회관을 받아들이면, 대개 경제학도 자동적으로 극우파 경제학으로 가게 될 것 같다는 정도로 생각하는데, 20년 정도 지나서 제 주변의 지인들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사회가 기계적으로 기술발전의 축을 따라서 움직일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이 있고, 또 그 작용에 의해서 수많은 변이가 생겨나게 되지 않을까요? 


* 보너스 : 알라딘 인문 MD의 쓸데없는 일곱가지 질문

알라딘 :  <88만원 세대> 이후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88만원 세대'라는 말은 일상어가 되었는데요, 그 책이 사회에 어떤 파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는지 자평을 부탁드립니다.

우석훈 : 별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우파들이 보여주는 "가만히 있으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라는 세계관에는 약간의 균열을 내기는 한 것 같습니다. 불행히도 제 주변에서의 평가는, 오히려 이 책으로, 어차피 20대는 안된다는 것을 더욱 사람들이 극명하게 알게 한 것이 아니냐고 할 때에는, 솔직히 좀 괴롭습니다.


알라딘 : <촌놈들의 제국주의>와 <직선들의 대한민국>이 한 주 차이를 두고 출간 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권 다 모두 알라딘 사회과학분야 베스트 1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88만원 세대>까지 탄력을 받아 사회과학 분야 1, 2, 3위를 동시 기록하기도 했지요. 소감을 말씀하신다면?

우석훈 : 민망할 따름입니다. 개인적으로 소망한다면, 한국에 인문사회과학 르네상스가 한 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기는 한데, 객관적 조건으로는 지금이 딱 그런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실제 유럽에서 마르크스 르네상스가 왔던 시기는 68혁명을 즈음한 시기가 아니라 1975년, 즉 석유 파동 이후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왔습니다.

지금 한국과 비슷하지요. 그 때와 비교하면, 저자들이 책을 훨씬 덜 쓰는 편이고, 독자들도 사회적 해법 보다는 개별적 해법을 선호한다는 점이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결국 더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면서 새로운 다이나믹을 만드는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알라딘 : '한국경제대안' 시리즈가 올해 안으로 4권이 출간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 외, 앞으로의 집필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석훈 : 한국경제대안 시리즈는 이미 제 손에서는 떠나갔고, 9월에는 완간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전공에 해당하는 생태경제학 시리즈 4권이 11월 정도에 마감될 것 같고, 응용경제학편인 '국가의 기본 시리즈'가 마지막 큰 산으로 남아있습니다.

문화경제학, 농업경제학, 기술경제학, 언론 경제학 같이 제 부전공에 해당하는 것들을 한 번 정리할려고 하는데, 그러다보면 몇 권은 내년으로 넘어가게 되겠지요. 이렇게 큰 시리즈 끝내고 나면, 번외편 약간이 있기는 한데, 이런 것은 은퇴하고 나서 소일거리 삼아 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시리즈 외에 특별한 집필계획을 잡아놓고 있지는 않은데, '아프리카 시리즈' 같은 것을 한 번 해볼 생각은 있지만, 워낙 돈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알라딘 : 요즘 행복하신가요? 즐거우신가요? 즐겁기 위해 어떤 일을 하시나요?

우석훈 : 대체적으로 즐겁게 사는 편인데, 한동안 영화를 많이 봤는데, 요즘은 오페라도 많이 듣습니다. 그야말로 가장 흔한 취미인 음악감상과 독서, 그런 걸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여행도 적게 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알라딘 : 취업이 힘들어 고민하는 / 비정규직으로 저임금 착취당하는 / 비록 정규직을 가졌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과도한 업무에 괴로워하는 20대 들에게 각각 한 말씀 해주신다면?

우석훈 : 어른들이 하는 말을 불신하라고 말해주고 싶군요. '대세'라는 단어에 민감한 편인데, '대세'라는 말을 거부하는 순간, 몸에 잠자던 예술혼이 깨어나고, 그날부터 시대의 '아방가르드'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배고파도 영혼의 힘으로 예술을 만드는 그런 아방가르드 정신,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고, 만약 내가 일제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떠한 일을 했을까? 일제 통치가 대세이니까 친일파가 되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가를 생각해냈을까, 그런 생각을 저는 종종 해봅니다.

맨날 친일파 욕하기만 했었는데, 문득 내가 그 시절에 태어났다면 친일파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질문하던 순간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마케팅과 종이신문이 만들어내는 백일몽에서 깨어나는 것, 그게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서 유의미한 삶으로 전환되는 이 시대의 첫 조건이 아닐까 합니다.


알라딘 : 재미있게 읽은 책 / 꼭 추천하고 싶은 책 / 꼭 쓰고 싶은 책을 각각 꼽아 보신다면?

우석훈 : 재미있는 책 <빨간 머리 앤>,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은 프랑크 허버트의 <>과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그리고 <반지의 제왕>. 꼭 쓰고 싶은 책은 <파운데이션>.


알라딘 : 마지막으로 알라딘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우석훈 : 시대가 어두울 때 지성이 빛을 발합니다. 이명박과 그 일당들의 '토건형 경제제일주의' 오래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명박 현상을 '독서와 토론이 사라진 나라에서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악몽'이라고 정의합니다. 부디 밝은 날, 시와 영화를 가지고 알리딘 독자 여러분들과 세상의 꿈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오기를 바랍니다.


댓글(4) 먼댓글(1)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여울바람의 생각
    from rifflewind's me2DAY 2008-08-01 09:42 
    저는 지인들에게, 무조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대세를 따르지 말고, 특히 광고에서 시키는 것 혹은 종이신문에서 시키는 것은 무조건 하지 말라고 되지요. - 우석훈
 
 
책읽기는즐거움 2008-08-15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읽었습니다.

곰탱이 2008-10-23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석훈씨 말대로 전 대세에 따르지 않고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 난 왜 이러지 싶었는데 틀린 답이 아니었어요!

2009-03-24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26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me rain or come shine'이라는 노래제목처럼 "비가 오나 해가 뜨나" 도무지 더위가 가시지 않는 작은 방에서 인간다운 삶을 생각하는 일이 쉬울까요, 혹은 습도도 온도도 모두 적당함에도 불구하고(!) 잠이 오지 않는 밤, 실크 잠옷을 입고 한 손에는 온더락 잔을 들고 야경을 내려다보며 그런 것들을 생각하는 일이 더 쉬울까요?

쉬이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이지만 짧은 생각으로는 전자는 그럴 여유가, 후자는 그럴 이유가 없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도대체 인간다운 삶에 대해서는 누가 생각하는 걸까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폴 발레리는 말했다던데.

물론 억울하지 않은 것도 아니에요.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바쁜데,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인간다운 삶'이 아니라고? "나는 맥주를 마시면서 울었다. 왜 사랑하는데 노력이 필요한가. 그것은 직감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라고 배수아가 말했듯이. 왜 (사람답게) 살아가는데 노력이 필요한가, 라고. 우리는 분명 사람이고 또 살아가는데. 왠지 소주를 마시면서 울어야 할 것 같은 탄식이지만.

책상 앞에 놓인 책들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오늘. 어쨌거나,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배는 출발합니다. (단, 밀린 업무 때문에는 출발하지 못할 수도… 오늘의 배경음악은 촌스럽고 경박하지만 그럼에도 심금을 울리는 depeche mode의 'people are people' 정도?)


* 21세기에도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쑥과 마늘, 아니 책들

"가치들의 하찮음이 압도적으로 중시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여기에서 어떻게 가치들의 진지함을 사유할 것인가? 일회적인 이미지들의 정서적.지적 영향이 두드러지는 변동하는 세계 속에서 어떻게 어떻게 교육에 대한 중심 물음의 자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

21세기는 이상한 모순에 붙들리게 될 수도 있다. 일회적인 것이 그렇게까지 높이 평가된 적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인을 위한 평생교육을 더 이상 단순한 하나의 꿈이 아니라 하나의 실제적 기획으로 만들 지식 사회의 출현은 진지하면서도 유희적이고 젊은 장기적 가치들을 위한 새로운 도구의 비약적 발전을 예시해주는 것 같다."

유네스코, '21세기의 대화', 자크 데리다, 장 보드리야르, 폴 리쾨르, 제레미 리프킨, 줄리아 크리스테바에드워드 윌슨, 나딘 고디머… 이토록 거창한 이름들을 담고 있는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인간적인 가치'의 문제입니다. 우리의 모든 가치는 결국 인간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의 조건을 다루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오늘을 만든 어제, 오늘이 만들 내일을 함께 사유합니다.

위의 이름들에서도 알 수 있듯 유네스코가 마련한 '21세기의 대화' 토론을 통해 발표된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교육 등 전방위에 걸친 석학들의 글은 윤리의 나침반을 잃어버린 오늘의 현실에서, 인간다운 삶을 회복하고 영위하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문제의식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미래의 윤리는 무기한 연기되는 미래에서의 윤리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의 윤리, 그래서 나중에도 여전히 지금과 여기가 있도록 하기 위한 윤리이다." 어때요, 동의 하시나요?

우리 시대의 가장 유명한 마르크스주의 역사가인 에릭 홉스봄 역시 <폭력의 시대>를 통해 '역사의 종언론'이 '종언'된 21세기를 조망합니다. <Globalisation, Democracy and Terrorism>이라는 원제에서 보여지듯이 그것은 '세계화, 민주주의 그리고 테러리즘'입니다. <폭력의 시대>라는 한국어판 제목이 ('~시대' 시리즈에 맞춘 티는 나지만) 그리 억지스럽지 않은 것이지요.

21세기의 전쟁과 평화에 관한 포괄적인 문제, 세계 제국들의 과거와 미래, 민족주의의 성격과 변화, 자유 민주주의의 앞날, 정치적 폭력과 테러의 문제의 다섯 개의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는 책은 다양한 청중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원고를 모은 것으로 무겁지는 않지만 깊이 있는 노학자의 사유를 엿볼 수 있습니다.

'제국의 종언'을 말하는 그는, 미국의 명분 없는 제국주의, 시장자유주의의 다름 이름일 뿐인 허울뿐인 민주주의를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민주주의와 서방적 가치, 그리고 인권은 예컨대 기술의 도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아무런 해악을 끼치지 않는 자전거든, 인명을 살상하는 AK47 소총이든, 좀 더 넓은 의미에서는 공항 같은 기술적인 서비스든, 기술은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오며 그것을 사용할 줄 알거나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똑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만약 제도나 가치가 기술처럼 받아들이기 쉽다면 (이론상으로)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수많은 나라들이 유사한 민주 헌법 아래 살아가면서 정치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비슷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역사에서는 지름길이 없다. 이것은 저자가 특히 지난 세기 대부분을 살아 내는 동안 반추하면서 얻은 교훈이다."

'극단의 세기'를 살아낸 노학자의 통찰이, 어쩐지 쓸쓸하기만 합니다.

이번에는 경제 분야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책소개를 빌려 올게요.

"'경제학자의 양심'으로 불리는 아시아 최초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티아 센이 전 세계를 돌며 각종 강연과 워크숍 등지에서 발표했던 글들 중 기아와 빈곤의 극복 문제 그리고 인간의 안전보장에 관한 핵심적인 내용들을 모아서 엮은 센 경제 사상의 기본서이다."

흔히들 경제학이라고 하면 숫자로 이루어진 비인간적인 학문이라는 생각을 쉽게 하지만 (저만 그런가요?) 그의 이름을 따 '센코노믹스'라고 불리우는 아마티아 센의 경제학은 조금 다릅니다. "인간의 행복에 말을 거는 경제학", "아마티아 센, 기아와 빈곤의 극복, 인간의 안전보장을 이야기하다"라는 제목과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요.

굳이 먼 나라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는 이미 심각한 수준입니다. 우석훈 교수가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상세히 이야기하듯. 허울뿐인 경제대국, 그러나 내부로는 양극화와 무한경쟁으로 피폐해져 가는 오늘의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왠지 어려울 것 같다고요? 걱정마세요. 저자가 각종 강연을 통해 발표한 원고들을 모은 책이니까요. 세계 어느 곳에도 이와 같은 형태로 묶인 적 없는, 센코노믹스 입문서.

그리고 지금, 바로 여기를 살고 있는 우리의 오늘을 담은 뜨거운 책(so hot!)이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아고라 폐인들(!?)이 엮은 <대한민국 상식사전 아고라>가 그것.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그동안 답답한 시국 속에서 함께 분노하며, 함께 마음 졸이며, (재기 발랄한 촌철살인의 비평에) 함께 웃었던 바로 그곳, 아고라 토론방의 생생한 현장을 책으로 담았다는, 그 말 한마디 밖에는… 더 필요할까요?

그럼에도 굳이 덧붙이자면, 참 잘만들었다는 것. 정말로 수고하셨다는 것. 앞으로도 더많은 수고를 부탁드린다는 것. 책 표지에 써있는 이야기로 끝을 맺겠습니다.

"그렇다고 대통령을 바꾸겠습니까?" - MBC 100분 토론, 나경원 한나라당 국회의원
"아니, 그럼 국민을 바꿔요?" - 아고라 네티즌

비인간적인 세상에서 사람답게 사는 법, 이런 게 아닐까요? (이런 국민들을 어떻게 바꾸겠어요?)


* 그리고…

하수상한 이 세월을 사람답게 살아내는 또 하나의 방법, 바로 놀이! 공부하기에도 모자란 이 시국에 애들도 아니고 놀이는 무슨 놀이냐 할 일 없으면 영어 단어를 한 글자 더 외우던지 책이나 한 권 더 팔던지 이도저도 아니면 여자 친구한테나 잘해줘라 하시지 말고 한 번 읽어 보세요.

서양미술사학자 노성두 씨는 이 책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하네요.

"모든 천재 예술가들은 놀이를 통해 눈부신 영감의 샘으로 인도되었다. 놀이에는 두려움과 구속이 없다. 즉흥적이고 창조적인 놀이는 다만 영혼의 맨살을 드러낼 뿐이다. 이 책은 우리의 어깨에 태양의 빛나는 권위에 도전했던 이카로스의 날개를 달아준다. 나는 이 책을 호이징가의 <호모 루덴스>와 바꾸지 않겠다."

결국, 상상력이 모두를 구원하겠죠?

어제 밤에는 한 시간 만에 얕은 잠에서 깨어나 뒤척뒤척 거리다 결국 잠들기를 포기하고 성경을 폈어요. 신자는 아니지만 어디선가 귀동냥으로 전해들은 그것이 '맛나'인지 '만나'인지가 궁금해 편 것은 '출애굽기'.

배고픈 아이처럼 투정부리던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만나'를 내려 주시며, "하루에 자신이 먹을 만큼만 취하라, 내일 것을 남겨두지 말라"고 이르시지요. 내가 너희의 내일까지 걱정해 주니 나를 믿어라, 하는 그런 마음. 하지만 사람들은 '만나'를 챙겨요. 내일 굶으면 어떡하지, 하는 간난한 마음으로. 결국 그렇게 챙긴 '만나'는 다음 날이면 상해 먹지도 못하고 하나님의 노여움을 살 뿐이지만요.

저는 글쎄요, 나의 내일까지 앞서 걱정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은 물론 눈물나듯이 고맙겠지만, 꼭 하나님의 '만나'가 아니더라도 내일이면 우리는 멋진 이웃을 만날 수도, 열매 가득한 나무를 만날 수도, 물고기 가득한 호수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것 또한 신이 너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는 얘기는 하지 말고요) 걷는 걸 멈추지만 않는다면 말이에요.

힘들어도 계속 걸어가는 것, 닿을 곳이 어딘지 몰라도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는 것. 결국 그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요. 쓸데 없는 얘기가 길었네요. 고맙습니다. 이번 주도 만선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족 2008-07-22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나,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생각나는 것. 천일야화를 넷상으로 읽으면서 따놓은 구절.
"나는 나를 위해 세 번 기도를 올려 달라. 첫째는 내가 곤궁을 싫어하지 않게 될 것, 둘째 밤에는 내일의 양식을 준비하고 잠자리에 들지 않도록 할 것, 셋째 특별한 신의 배려로 인자하신 신의 얼굴을 배알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활자유랑자 2008-07-24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구절을 보니 생각나는 것이 있네요. http://blog.aladdin.co.kr/725667123/937489 예전에, 일하면서 보게 된 리뷰인데 아직까지 잊혀지지가 않아요. 행복하세요.
 

1년 전, 20대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습니다. 윗세대에게 눌리고 아래 세대에게 치이고. 산다고 사는데 도무지 사는 것 같지는 않은 '우리'를 향해 우석훈 씨와 박권일 씨가 불러준 그 이름, "88만원 세대". (이를테면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물론 그렇다고 폴짝 그에게로 가서 88만원 세대가 되어준 것도 아니지만 )

지난 1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88만원 세대”는 일상어가 되었고, 정권이 바뀌었고, 표충비가 땀을 두 번 흘렸고, 코스피가 폭락했고, 촛불이 켜졌고,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고… 에, 또.


그리고 우석훈 씨는 최근에 출간한 <촌놈들의 제국주의>와 <직선들의 대한민국>으로 인문사회MD의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 주셨지요. 지난 번 페이퍼에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실제로 사회과학 분야 1, 2, 3위를 차지하기도 하셨고요. 그 사이에 우석훈 씨는 독자 분들과 함께 시청에 나가기도 하셨죠. 촛불을 들고.

자,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우석훈 씨와의 특별 이메일 인터뷰! 여러 분의 질문으로 진행될 이번 인터뷰에 그 동안 궁금하셨던 것 (과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 건지, 이대로 살 수는 있을지, 대안은 없는지, 알라딘 사회과학 분야 주간 베스트 1~3위를 모두 차지한 기분은 어떤지, 요즘 근황은 어떻고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는지 등등)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개인적으로는 사는 건 좀 재미있으신지, 재미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재미없는 삶은 무슨 의미가 있을지 등등이 좀 궁금하네요. 뭐 바쁜 분 모셔두고 실없는 궁금증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7월 13일 일요일까지 이 페이퍼에 댓글을 남겨주세요. 취합, 정리 후 질문해 주신 분의 닉네임으로 질문을 보낼 예정입니다.
*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우석훈 씨와 개마고원 출판사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2007년 8월 진행했던 우석훈 인터뷰 보러가기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처럼 2008-07-08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8만원 세대>에선'20대가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에서는 '회사가 그 20대를 고용 안하면 망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그걸 다 제끼고 한,중,일이 평화협정을 안하면 망한다'를 애기하시고자 하신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석훈씨가 책을 쓰셨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20대가 변하지 않고, 회사가 더이상 생각이 깨인 20대를 고용치 않고, 게다가 한중일이 평화협정까지 안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가 대처할수 있을지 궁금하네요.[책을 쓰셨을때 한번쯤 생각해보시지 않으셨나싶네요.]


Viator 2008-07-08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석훈씨 책을 보면 잡담스러운 문체가 눈에 띄는데요. 이 문체를 의도하고 쓴 건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나온 것인지 궁금합니다.

양승훈 2008-07-09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주일에 책 2권도 읽지 않으면 망한다고 말하셨었는데. 요즘 책은 얼마나 읽으시나요?

kcs325 2008-07-09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하반기에 물가상승률이 10% 이상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실일까요?

내마음은 언제나 2008-07-09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회의 근간이 되는 흔히 말하는 386세대입니다.
우리시대에는 요즘 흔히 말하는 비정규직은 거의 없었던 시절이였으나
요즘은 비정규직들이 매우 많은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에서도 직원의 30%정도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것 같습니다.
물론, 형태가 변형된 비정규직인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인 견해론.. 앞으론 정규직이란 단어가 사라질 것 같습니다.
저자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386세대라 지금 고용문제는 내 세대가 아니고 내 자녀세대의 문제로 눈 앞으로 다가왔기에
더욱 더 관심이 가기도 하고
앞으로 자녀들의 평생 직종이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인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 앞으론 어떤 직종이 더불어 살아가면서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종인것 같습니까.

내마음은 언제나 2008-07-09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가 미래에는 무척 밝다고 많은 경제연구소발표가 있었든데
그래도 아직은 우리나라가 많은 분야에서 원천기술 및 원천기법이 미약한것 중에 하나를 꼽는다면
난, 금융기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우리나라가 최후까지 손에 놓으면 안 되는것이 금융관련 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파생되는것들이 너무 많고 그와 관련데 직종들이 엄청많을뿐더라 신규로 파생되는 직업들도 많이 생기는것 같은데.. 저자께서는 경제학이 미시경제학인지.거시경제학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자가 저자의 자녀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금융관련 업종에서 우리나라가 꼭 챙겨야 할 분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그것도 궁금합니다.
서방제국적 금융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날로 먹으면 안돼 2008-07-10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직업엔 귀천이 없다'라는 말 어떻게 생각하세요?
늘어나는 사교육비, 학력 인프라 현상, 정규직-비정규직,
물질만능주의, 무한경쟁시대... 뭐 이런 용어들이 발생한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경제, 교육제도의 혁신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좀 더 근원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선인장 2008-07-10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개인적으로 요즘 20대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보면 총체적으로 '내 일이 아니다'라는 마음가짐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취업난, 비정규직 문제등에 '나는 아니겠지' 혹은 '나는 안 그럴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연대 의식이 없는 것 같은데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방실방실 2008-07-10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20대가 경제적 문제(취업, 연봉 등)을 경외시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삶에 충실하면서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20대라면 이것을 해봐라' 하는 것을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워너군 2008-07-11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석과 예측을 넘어서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88만원 세대>를 읽고 갸우뚱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그래서 짱돌을 들라고?' 라면서 웃더군요(알라딘 리뷰 중에도 '우석훈이야말로 복고풍 좌파의 추억에 젖어 있다'라고 써 놓은 걸작 리뷰가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책, 즉 '속편'을 계획하셨다고 들은 바 있는데, 인터뷰 책을 제외하고 직접적으로 그 속편을 제작할 예정이 있는지요? 혹은 결과적인 정답을 제시해주지 않으면 그 분석까지 효용성을 잃는, 요즘의 '실용적' 논쟁관에 회의를 느끼신다거나..?

wnsgml 2008-07-11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너무 자주 쓰시는 것 같은데 (집필 말고도 하는 일 많으시면서) 어떻게 그렇게 빨리 책을 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라몬 2008-07-12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우석훈 선생님.
먼저 첫번째 질문입니다.선생님은 여러 방면에서 많은 분야를 공부 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경제학 전공이신걸로 알고 있었는데, 여러가지 분야에 조예가 깊다고 들었습니다.경제학을 비롯하여 여러 학문을 공부할 때, 학문에 대한 자세나 그 학문을 연구하는 방법론에 대해서 좀 자세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현재 20대를 비롯해서 10대들은 학문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 방법을 모르고 있습니다. 우석훈 선생님께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신다면, 공부하고 싶은 후학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두번째 질문은 요즘 촛불 시위가 여러 분야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저는 물론 촛불 시위에 찬성하고,촛불시위가 이명박 정권에 승리하길 바랍니다. 그러나 촛불 시위를 하면서 어른들은 물론이거니와 시위를 나온 10대들도,그리고 우리들의 아들이자 동생이며 친구인 전의경이 다치고 있습니다. 정말 이것은 제게 딜레마 상황입니다. 서로 싸우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싸우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누구도 다치길 바라지 않습니다. 이 딜레마 상황을 어떻게 극복 할 수 있을까요??

keaton 2008-07-13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석훈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모든 저서를 모두 읽었고 앞으로 발간하실 책에 대해서도 기대가 큰 독자입니다. 현재 집필 중이신 대안경제 시리즈도 마지막 권만 남았는데요. 최근작 <촌놈들의 제국주의>에선 동북아 삼국의 과잉에너지소비체계와 우리 사회에 잠재되어있는 파시즘의 분위기에 대해서 비판하셨는데요. 이 책에서 아쉬었던 것은 문제의식에 비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그다지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이에 대한 논의가 현재 집필중인 저서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되면서 대안경제시리즈 4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데요.
질문을 드리면 비교적 합리적 보수라 불릴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한국은 기본적으로 자원이 부족하고 수출로 먹고사는 사회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지나친 승자독식구조도 지양되어야 겠지만 자본주의 체제가 적합한 체제이고 사회주의의 요소가 결합된 유럽식 복지국가 체제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꽤 있던데요. 선생님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런 주장을 들을 때마다 선생님도 언급하시는 스위스가 떠오르며 반론을 제기하고 싶지만 스위스 경제체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스위스 경제체제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현재의 모습으로 형성되는 것이 가능했는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영미권 외의 다른 나라 경제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4권 출간에 앞서서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현재 한국경제의 난맥상을 개선할 방책에 대해 맛보기로 살짝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진천하 2008-07-13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우석훈 선생님
선생님의 책을 읽어보면 제가 오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1,2,3차 산업이 균형있게 발전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엘빈 토플러의 저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제3의 물결>에서 토플러는 농업혁명 - 산업혁명 - 정보화혁명 등으로 인류발전 단계를 설정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직선적인 사고방식이 현재 우리사회의 주류에 형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를테면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2차산업의 절정기에 있는데 지금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중이고 향후 지속성장 하기 위해서는 3차산업을 키워야한다. 그런데 3차 서비스산업에서 우리가 가장 중점적으로 키워야 할 것은 금융산업이며 앞으로 우리는 이것으로 먹고 살 것이다"이런 논리가 상당히 팽배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내년 2월에 자통법이 시행될 예정이고 삼성전자도 GE를 연구하고 있다고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훗날 삼성전자는 산업자본인지 금융자본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기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또한 얼마 전 현대자동차가 신흥증권을 인수하였고 여타증권사들도 호시탐탐 노리는 산업자본이 많은 것을 볼 때 우리경제에서 금융화 단계는 가속화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훨씬 잘아시겠지만 역사학자인 페르낭 브로델이나 여타 경제학자 책을 읽어보면 금융화 단계가 지나가면 공동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고있고 선생님도 금융산업의 허상에 대해 경고하고 계시는 줄로 아는데요.
20세기 초반 영국경제나 지난 30년 가까이 호황을 누렸던 미국의 금융산업도 결국 '전염성 탐욕'을 이기지 못하고 서브프라임 사태를 맞는 것을 보면 금융산업에 대한 맹신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mbc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386세대 편에서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 그 당시 세대에 상당한 영향을 키쳤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노회찬 전의원이 당시 감옥에 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 면회를 갔는데 김문수씨가 <제3의 물결>을 무척 감명적으로 읽었다면 여기서 출옥하면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애피소드를 소개하던데요.
또한 요즘 인기 높은 필자이자 얼마전 민주당 공천심사 위원이었던 시골의사 박경철씨도 <제 3의 물결>을 읽고 '지식은 곧 힘이다'란 확신을 갖게 되었고 당시 남이 잘 알지 못했던 주식시장에 해외원서를 섭렵하며 뛰어들었다고 하던데요.
박경철씨는 금융산업이 갖고 있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는 듯 하지만 금융화 단계는 자본주의 발전단계에서 어쩔 수 없는 필연적 흐름이고 미국의 금융산업은 절정을 지나 퇴조하고 있다면 한국의 금융산업은 이제 막 청소년기에 접어든 매력적인 대상이라면서 IMF때 우리기업의 지분을 외국인들에게 많이 빼앗겼는데 이제 우리 금융산업이 역량을 키워서 신흥시장에서 과거 외국인이 취했던 이익을 우리가 거두어야 할 차례라고 주장하는데요.
저는 현재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선생님의 표현에 따르면 소제국주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직선의 세계관'을 갖고 있는 분들의 내면을 형성케 한 저서 중에 하나가 <제 3의 물결>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저는 386보다 휠씬 아랫세대여서 당시 분위기를 잘 모르는데 비슷한 세대이신 선생님은 엘빈 토플러의 저서를 어떻게 생각하시며 386세대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금융산업이 발달한 나라는 19,20세게 초의 영국이나 오늘날 미국같은 헤게모니를 움켜준 나라들 뿐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시는지도 알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