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노무현 전 대통령 못다쓴 회고록 <성공과 좌절>이 오늘 출간되었습니다.  

아래는 노무현 대통령 공식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http://www.knowhow.or.kr/)'에 게재된 책소개 게시물의 내용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못다쓴 회고록 ‘성공과 좌절’
<노무현 대통령 못다쓴 회고록-성공과 좌절>이 출간됐다. 회고록은 제1부 ‘이제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와 제2부 ‘나의 정치역정과 참여정부 5년’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 ‘이제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는 노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았던 글들로, 회고록을 쓰기 위한 목차와 대강의 구성까지만 완성하고 서거했다. ‘미완의 회고’에 실린 메모(지난 5월 20일 최종수정)들을 보면 노 대통령이 서거 직전까지 어떤 고민을 했나, 그 편린들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한국의 제3의 길 - (중략) 생산적 복지, 참여복지, 비전2030. 비전 2030은 국민에게 인사도 못하고 보수화의 바람에 묻혀버렸다. 진보언론도 적극적으로 소개하려고 하지 않았다. 목표는 2020까지 극우의 나라에서 보수의 나라로, 2030까지 중도진보의 나라로 가자는 것.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대통령 이야기-참여정부의 노선은 무엇이었는가?)

“무엇을 얼마나 했을까? (중략) 절반의 성공도 못되는 절반의 미완성이다. - 오히려 밀린 것도 있다. 감세정책이 그것이다. 그나마 무너지고 있다. (중략) 부동산은 비틀거리며 겨우 밀고 갔다. 이제 다 무너지고 있다.”(대통령 이야기-왜 실패했을까?)

“인류의 미래는 지속 가능할 것인가? 전쟁, 기아와 질병, 환경의 파괴, 자원의 고갈, 인간의 도덕적 역량은 스스로의 파멸을 막을 만큼 현명한 것일까? 당면한 과제-양극화와 빈곤의 문제. 일자리가 줄어든다-세계화, 기술혁신/고용 없는 성장. 일자리는 어디에 있는가?-중소기업, 서비스산업, 새로운 산업/신성장동력, 녹색경제, 수소경제, 스마트그리드, 똑똑한 지구, 사회적 일자리/핀란드의 신성장동력, 사회적 기업, 근로시간 단축에 관하여”(아직도 답을 찾고 있는 과제들)

봉하 단상

‘사람사는 세상’ 홈페이지 비공개 카페에 올린 글들을 모은 ‘봉하단상’에선 퇴임 후 여러 사건과 보도들에 대한 노 대통령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다양한 주제에 천착했다. 진보진영의 분열, 민주주의와 시민주권, 북한의 로켓발사,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정책, 신영철 대법관의 압력 논란, 남북 군사력 비교…. 대통령의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정책은 전문가들의 특별한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4일에 올린 ‘춤추는 미사일, 누구를 위한 것일까’라는 글에서 노 대통령은 “과연 북한의 로켓 하나가 정말 온 세계가 떠들 만큼 그렇게 위험한 것일까? 미국과 일본, 한국이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가운데 연료 주입에 며칠씩 걸리는 로켓 하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라고 묻는다.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응 때문에 시비가 많았던 2006년 당시 청와대 상황을 회고한 뒤 다시 묻는다.

“정치와 언론 간에 각기 눈앞의 손익계산으로 주고받는 공방들, 과연 누구에게 무엇이 얼마나 남는 놀이가 되는 것일까?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치적 이익을 챙기고 언론은 먹을거리를 챙길 것이다. 국민들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 결과는 점점 높아지는 긴장과 적대감, 그리고 전쟁의 위험과 불안일 것이다.”

언론은 흉기다

노 대통령이 서거 전에 겪었을 마음고생도 필설로 다할 수 없는 절절함으로 다가온다. 4월 말에 ‘사람사는세상’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노 대통령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간곡히 호소합니다. 저의 안마당을 돌려주세요. 안마당에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자유, 걸으면서 먼 산이라도 바라볼 수 있는 자유, 최소한의 사생활이라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라며 간곡하게 호소했다. 사저가 카메라와 사진기자들에 둘러싸여 24시간 감시받는 감옥이 된 상황에 대한 심경은 4월 12일에 쓴 ‘언론은 흉기다’에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죄수가 1.5평 밖에 안 되는 감방 안을 천천히 한 발씩 내딛으며 자유를 갈망하는, 그런 마음이었을 것 같은.

“산다는 것이 뭘까? 안방에서 걷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뒤로 돌아서 다시 하나, 둘…. <빠삐용>이라는 영화에서 본 장면이 생각난다. 기자들 때문에 마당에도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엊그제 뒤뜰에 나갔던 모습이 조선일보 카메라에 잡혔다고 한다. 1킬로미터가 넘는 산꼭대기에서 망원카메라로 잡은 사진이란다.”

시대는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제2부 ‘나의 정치역정과 참여정부 5년’은 퇴임을 앞둔 2007년 노 대통령이 자신의 인생역정과 정치역정, 참여정부 5년의 국정운영에 대해 스스로 평가한 육성기록을 주제별로 재구성한 것이다. 퇴임 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리해 책으로 낼 계획이었으나 서거로 중단됐다. 결국 노 대통령이 자전적으로 정리한 마지막 기록이 됐다.

‘시대는 한 번도 나를 비켜가지 않았다’에서 노 대통령은 어린 시절 가난에 대한 자의식이 강했다고 회상한다. 그 시절의 표상이었던 큰 형님, 4·19와 5·16의 기억, 울산 막노동판 경험과 고시 공부, 변호사 개업을 하고 싶었지만 판사 발령을 받게 된 사연을 떠올리며 격동의 80년대로 회고는 이어진다.

특별한 자각이 없었던 판사를 그만두고 법대로 살고자 했던 노 변호사는 부림사건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면서 ‘그냥 양심적으로 살면 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구나’라고 느낀다. 대학생들 변론도 하고, 데모도 하면서 조금씩 나아가다 점차 운동이 본업이 되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노동자대투쟁 당시 대우조선 이석규씨 장례식에 갔다가 구속되고 변호사 자격이 정지된 것이 국회의원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노 변호사가 국회에 진출하게 된 동기는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신분을 취득하려는 목적이 컸다. 노 의원의 초창기 의정 활동은 모두 노동현장이었다. 5공 청문회와 광주청문회를 거치면서 명성을 얻은 노 의원은 1990년 3당 합당으로 큰 충격을 받는다. 그후 20년 동안 ‘노무현 정치’는 지역주의와의 싸움, 기회주의와의 싸움이라는 두 개의 큰 싸움으로 귀결된다.

노 대통령이 보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시각은 상반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그냥 투사가 아니라 사상가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지도자라고 평가한다. 반면, 김영삼 대통령은 3당합당으로 민주세력의 통합을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철새정치로 한국정치의 흐름을 완전히 망가뜨려 놓았다고 비판한다.

‘바보 노무현’과 노사모에 대한 단상, 대선출마 동기, 청와대를 떠나는 홀가분한 소회, 고향으로 가는 이유를 끝으로 노 대통령은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회고를 접는다.

‘구시대의 막내 노릇’과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

‘참여정부 5년을 말하다’에서 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공약했던 우리 사회의 과제들이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며 서두를 풀어간다. 담담한 톤으로 이어지던 회고는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를 열고 싶었으나 구시대의 막내, 마지막 청소부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착잡했던 심경도 내비친다. 경제 파탄론과 참여정부 실패론에 대해서는 다소 목소리를 높인다. 5년 내내 경제가 파탄났다는 이야기를 해댔지만 사실이 아니었고, 어떤 평가기준을 대도 참여정부 실패론은 반박할 수 있다고.

“후보 시절에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라는 책 서문에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 강한 나라’라고 써놓은 글이 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대통령이 되고자 했습니다. (중략)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것은 조금 가혹하고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싶습니다.”

한국경제 낙관론

노 대통령은 한국경제에 대해선 낙관적으로 진단한다. “경제는 정책을 투입해서 효과가 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므로 참여정부가 노력한 결과는 앞으로 2~3년 동안 계속 나타날 것”이라며, 한국경제를 “기초 체력이 튼튼하고 기술 수준도 상당히 높은 축구팀”에 비유한다.

“경제는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하게 하지 않으면 성공하게 되어 있습니다. 대통령이 사고만 치지 않으면 됩니다. 한국은 시장의 역동성과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나라입니다. 국민의 자질이 높은 만큼 우리 경제는 앞으로 가는 것입니다.”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는 참여정부에서 미래의 성장과 복지를 함께 이뤄가기 위해 제시한 ‘비전 2030’이 주목받지 못한 점을 든다. 노 대통령은 ‘복지냐, 성장이냐’ 논란은 박물관에 보내야 될 이론이라며, 이미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 및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은 정책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북정상회담과 김정일 위원장

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만난 김정일 위원장의 첫 인상은 ‘국정 전반을 소상하게 꿰고 있으며 자신의 소신과 논리를 체계적으로 표현하며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이었다.

“북쪽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가장 유연하게 느껴진 사람은 김정일 위원장이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대단히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한 달 정도 앞둔 시점과 끝난 지 2주 가량 지난 후의 구술기록이 같이 실려 있어 회담 전후 노 대통령의 생각을 모두 엿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향후 NLL에서의 충돌 방지를 위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가장 공을 들였다고 술회한다.

노 대통령은 북폭설까지 나오던 북핵위기 상황을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어떻게 헤쳐나왔나를 얘기하면서 대북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의 축적’이라고 설명한다. “일관된 원칙, 대안이 있는 원칙, 그것을 반복함으로써 축적되는 신뢰”, 이런 것이 남북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에 대한 소회

이라크 파병에 대한 소회는 남다르다. 대통령으로서 한·미간에 필요한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자이툰부대가 한·미관계에서 여러 현안을 처리할 때마다 정서적 지렛대 역할을 상당히 했지만,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참으로 어렵고 무겁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인간 노무현’이 아닌 ‘대통령 노무현’의 고뇌가 묻어나오는 대목이다.

“이라크 파병 문제는,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 생각해봐도 역사의 기록에 잘못된 선택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맡은 사람으로서는 회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저는 대통령이 역사의 오류를 기록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즉 스스로 역사의 오류로 남을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부득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숙명 같았던 언론과의 갈등

노 대통령은 언론과의 갈등을 숙명이 아니겠냐고 스스로에게 답하는 듯하다. 자신이 감당해야 할 두 가지로 “하나는 적어도 정치권력이나 정부권력과 언론이 유착하는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되고, 또 하나는 언론이 지난날 누려오던 특권적 지위는 더 이상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꼽았다. 지금 시기의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언론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고,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는 부연이다.

“우리 언론은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하다가 그로부터 해방된 다음에는 이 권력, 저 권력과 제휴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조중동입니다. (중략) 그들이 권력의 대안과 결탁해서 직접 게임에 참여하는 주전선수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조중동이 주전선수입니다.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습니다. (중략) ‘당신들은 선수가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현재 언론이 서 있는 자리는 어디입니까? 이것이 제가 묻고 싶은 것입니다.”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

탄핵, 대연정, 선거법 개정과 개헌, 가치가 실종된 대통령선거, 우리 사회의 진보와 진보세력 등으로 회고가 이어지면서 노 대통령은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을 얘기한다.

“5년 전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하면 제가 공약했던 민주주의의 과제, 즉 독재의 잔재를 청산하고, 제왕적·권위적 지도자의 정치문화를 바꾸고, 낮은 권력과 법치주의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실현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분명히 진보한 것이 맞습니다. (중략) 중요한 것은 우리 정치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이걸 해결해보자고 인생을 걸고 도전했는데 그 점에 있어서는 결국 거의 원점에 돌아와 있습니다. 분열주의와 기회주의가 원점으로 돌아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입니다.”

사람사는 세상’ 사인을 쓰는 이유

‘한국 정치에 대한 단상’에서 노 대통령은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에 대한 인식”이라며, “국가의 지도자는 국민의 눈높이를 넘어 역사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미래는 어떻게 하면 주권자인 시민이 가장 존중받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인간의 존엄과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가치가 가장 상위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말이 이어진다.

“제가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사인을 매일 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으로 대접받기 위해 각자가 시민으로서, 주권자로서 자기가 할 역할을 해나가야 된다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못다쓴 회고록>은 ‘시민주권 사회, 사람사는 세상’으로 끝을 맺었다.


노무현의 두 번째 이야기


<성공과 좌절>을 읽다보면 지역주의와, 그리고 기회주의와의 싸움에 모든 것을 걸었던 정치인을 만날 수 있다. 현실정치에선 비주류였지만 국민들에게 사랑받았던 ‘바보 정치인’이 서있다. 남과 북의 평화와 공존을 갈구한 대통령을 만난다. 강대국에 비굴하지 않고 자주적인 생존을 추구한 지도자를 대면한다. 시대를 고민했던 대통령 노무현, 죽음마저도 시대와 함께한 인간 노무현을 만난다.

노무현, 그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갈망했던 사람사는 세상을 찾아가는 여정은 끝난 게 아니다. 그가 가고자했던 길을 더 많은 사람들이 걸어갈 것이다. 노무현의 두 번째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 긴 여정을 위한 안내서 <노무현 대통령이 못다쓴 회고록-성공과 좌절>의 일독을 권한다.

“사람답게 대우받는, 사람 노릇을 하는, 사람이 돈과 시장의 주인 노릇을 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 나의 실패가 여러분의 실패는 아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갈 길을 가야 한다. 여러분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세상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성공과 좌절> 표지에서)


출처 : 사람사는 세상(http://www.knowhow.or.kr) 홈페이지 책소개 공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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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책이 나왔네...
    from 시간의 흐름, 그 속의 책 2009-09-22 00:52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서 아픔으로 남아 있는데, 글이 나왔다. 사람은 가도 글은 남는다고, 솔직한 글들이 눈에 띈다. 아마도 '좌절' 이라는 저 단어가 지금 이 세상에 목숨을 남기지 않게 했는지도 모르겠으나, 이제 미래에는 그의 '성공'을   이야기하고 싶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바꾸려 했기에 일어났던 많은 덧없는 일들이 나중에 나중에 (어쩌면
 
 
미국에서도 볼수 있나요? 2009-09-22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사는 세상에서 알라딘에 책이 나왔다는 글을 보고 찾아왔어요..여긴 미국인데 미국으로도 택배가 되는지 궁금하네요..어떤 방법을 써서도 꼭 책도 구입하고..내일 창립발기인 대회 한다는 노무현 재단에도 반드시 후원하겠습니다.노무현대통령님..당신 스스로는 실패했다고 말씀하시지만 아니요..제가 변했고..제 주변 사람들이 변했고 그렇게 당신으로 인해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시간이 걸릴지라도 당신이 원하는 사람 사는 세상은 꼭 올거예요..지켜봐 주세요...사랑합니다..내 마음 속의 영원한 대통령..노무현대통령님...당신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납니다.....

메로로롱미ㅏㅇ 2009-09-22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구입하는데도 참 .. 오랫만에 눈물이 납니다.... 잠시 잊고 있었는데요.... 책이 얼른 와서 읽고 싶습니다.. 받는순간,,, 읽는 매 순간마다 얼마나 눈물이 날지 ...... 왜 이렇게 눈물나게 하는 사람이 되셨는지.. 잘지내시죠? 잘 지내실거라 믿습니다^^

라종철 2009-09-22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신지 반년가까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맛있는것 먹고. 좋은곳 보며 잘 살고 있습니다. 당신도 저하늘에서 편안하신지 궁금합니다. 당신이 없는 지금 그 빈자리가 너무도 크군요, 어서 점심먹고 서점에 달려가겠습니다. 당신을 느낄수 있을것 같이 지금부터 가슴이 뛰는 군요... 사랑합니다... 우리 대통령.....

늘새로운아침 2009-09-28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왔다는 소식 듣고 알라딘에 와서 찾아봅니다. 또 눈물이 나서 책 표지의 얼굴도 제대로 볼 수가 없네요. 보고 싶습니다.ㅠㅠ
 


(Pak Noja - in Dusseldorf Airport - face only - May 2008, 사진제공 : 박노자)


박노자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 도서팀에 근무하고 있는 금정연이라고 합니다. 인문, 사회 분야를 담당하고 있어요. 먼저 인터뷰 메일이 조금 늦은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인터뷰는 저희에게 일종의 가외 업무거든요. MD란 이름처럼 merchandising, 즉 책을 판매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업무가 바빠 메일을 미룬 것은 아니었어요. 물론 업무는 바빴지만 그와는 별개로, 도무지 질문거리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를 읽고, <후퇴하는 민주주의> 중 선생님의 강연 부분을 아무리 읽어도, 머릿속만 복잡해질 뿐 구체적으로 잡히는 질문은 없었어요. 너무 커다란 의문들, 도무지 답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의문들 밖에. 그런 질문을 드리는 것은 물론 예의가 아니겠죠.

  실은, 이 인터뷰는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일련의 사회적인 사건들이 오늘 이 사회를 살고 있는 저를 너무 괴롭게 했고 그와 동시에 생활인으로서의 하루하루가 저를 너무 지치게 했어요. 물론 많은 이들이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따라서 이런 말은 그저 유치한 투정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투정을 부리기 싫었던 거예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업무(물론 가외업무지만)를 가장한 이메일을 통해서.

  그래서 실은, 직접 만나 뵙고 인터뷰를 하고 싶었습니다. 얼굴을 맞대면, 더 이상 생면부지라는 말을 쓰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요. 더듬더듬, 거대한 의문들의 꼬리라도 잡아 내어놓으면 무언가 대답을 들을 수 있을 테고, 그렇다면 가외업무에 미숙한 MD라도,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아리아드네의 실을 더듬는 테세우스도 아니면서.

  그럼에도 이 설익은 질문들은 보내지겠지요. 속에서 끓고 있는 생각들, 의문들을 좀 덜어내야겠다는 생존본능과, 밥값은 해야겠다는 의무감과, 선생님이라면 어떤 말씀을 해주실 거라는 기대감이 공존하는 질문지가. 그래도 언짢아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금 이상한 인터뷰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잘못 되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에는 따끔하게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쩐지 정말 선생님께 숙제를 제출하는 기분이네요)

  고맙습니다.



알라딘 : 사회구조에 관한 담론들은 모두 인간의 본성에 대한 각자의 관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박노자 : 저는 인간에게 그 어떤 정해진 “본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일개의 동물이지만 여타 동물들과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좀 다릅니다. 예컨대 보통 동물들은 동종을 죽이지 않지만 인간에게 있어서는 “살인”이란 거의 그 역사의 주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인간은 여타 동물들과 달리 그 존재의 유한성을 절감할 수도, 자기 자신을 상대화시킬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악의 능력도 자기 지양의 능력도 여타 동물에 비해 월등합니다. 결국 선 내지 악으로 인간을 유도하는 것은 복합적 의미의 “상황”이라고 봅니다.

알라딘 : 성악설, 성선설, 성무선악설 같은 고전적인 인간관 외에도, 뇌과학과 인지신경과학 등의 발달로 과격하게는 자유의지란 없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인문, 사회과학과 함께 자연과학 분야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해당 분야에선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인간의 이성은 믿음직한 도구가 아니’라는 관점이 팽배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주장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과학은 물론 절대진리가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 정말로 이런 주장들이 사실로 인정된다면,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할까요?

박노자 : 인간의 이성의 한계란 몇 가지 엄연히 있습니다. 첫째, 감정, 특히 집단적 공포 내지 혐오 등이 개입되면 인간은 맹수 이상의 맹수가 됩니다. 둘째, 정보 보유량의 제한과 고정관념에 의해서 이성을 십분 활용하지 못합니다. 예컨대 우리는 보통 시장경제 이외의 그 어떤 경제 시스템도 잘 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우리의 모든 “이성적” 판단을 그 틀 안에서 하지만, 사실 이것도 하나의 고정관념입니다. 시장 경제에 대한 대안 관련의 정보 및 인식이 부족한 것입니다.

알라딘 : 책이 출간되고 얼마 시간이 흐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찔할 정도로 커다란 사건들이 벌어졌습니다. (쌍용차, 미디어법 등) 그럼에도 분노한 ‘개인’들만이 존재하는 것은, 블로그에서 언급하신 그대로 ‘파편화된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수전 손택을 굳이 빌지 않더라도 모든 매체들이 ‘클릭수’만을 위해 자극적인 헤드라인의 기사들을 뽑아내는 사회에서 어쩌면 고통은 그저 소비되고 마는 게 당연할지 모르겠습니다.

‘대듦’의 정신이 사라진 대학생들의 예처럼, 한국인들은 정치적으로 세상을 사고할 새도 없이 경쟁의 장에 던져진 채 자본주의를 내면화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미디어는 시간이 갈수록 그런 경향에 불을 지피겠지요. 그렇다면 다음 세대의 삶은 어떨까요? 자본을 매개하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고, 자본 이외에는 욕망할 수 없는 사회에 희망이 있을까요?


박노자 : 모택동의 유명한 말 대로 “억압이 있는 곳에는 늘 저항이 있다”는 건 역사의 철칙입니다. 단, 억압의 강도와 종류에 따라서 저항의 방법도 천차만별이 됩니다. 예컨대 시위 등이 불가능한 북한에서는 유망, 국외 탈주, 불법 복제된 한국 내지 중국 비디오 시청 등은 주된 저항 방법으로 이해됩니다. 남한의 경우에도 자본의 질서에서 배제되거나 하위배치된 인간들은 분명히 가만히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앞으로 예컨대 지방대 학생들은 새로운 저항의 선봉에 설 듯합니다. 이 시스템에서 그들로서 비정규직조차 되기 힘들고, 이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노비 문서” (지방대 학력)에 의해서 어차피 평생이 망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컨대 실업자 박사나 시강 강사 등 자본주의적 앎의 질서에서 소외를 당한 이들은 앞으로 수유연구실과 같은 대안적 앎의 공간을 더 만들 가능성도 큽니다. 발버둥쳐서 저항의 움직임을 보이는 건 인간 생명의 기본 원칙인데 말씀입니다.

알라딘 : 죽음은 이제 가장 좋은 상품이 되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극단적인 예가 되겠지요. 문제는, 애도조차 소비의 형태로 소비되어버리고 만다는 사실입니다. 요즘엔 도대체 소비되지 않는 게 무엇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인문사회과학서적이라는 ‘상품’을 다루는 merchandiser로서 인문사회 분야의 침체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수많은 ‘상품’ 중에, 같은 돈을 주고 고민을 사들이려는 사람은 적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같은 돈이면 즉각적인 감동과 재미, 위로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나아가, 인문사회과학서적의 어떤 독자층은 사회에 대한 불만과 의문을 인문사회서적을 구입하는 행위로서 소비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 그런 책을 읽는 고행(?)을 통해, ‘나는 의식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위안을 얻고 동시에 자본주의사회를 살아가는 데 아무래도 불편할 생각들을 해소하는 것이지요.

조금 바꿔 말하자면, 정체성을 소비를 통해 구현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예술 영화를 보고 고급스러운 전시회를 찾아다니듯, 흔히 어렵다고 여겨지는 인문사회과학서적을 구입하는 상징적인 행위를 통해 자신을 규정하려는 목적이 더 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너무 비관적인 생각일까요?


박노자 : 분명히 그런 부분은 있습니다. 노르웨이 사회만 해도 청소년 사이에서 촘스키를 읽고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 지지 데모에 다니는 것을 괴장히 “쿨한” 행위로 통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문제의 내용에 대한 충분한 파악 등도 없이 “집단 정체성에 자기를 맞추어는” 차원에서 그렇게 하지요. 미국에서 흔히 쓰는 표현대로, “반대의 상품화” (commercialization of protest)입니다.

여기에서는 예컨대 진보정당 등은 “진정한 반대의 조직자” 역할을 해야 하는 부분은 있습니다. 진보적인 인문교양서를 읽어 감동 받은 독자가 단순히 “나는 진보다”라는 의식을 단순히 자기 위안 내지 자기 차별화 전략으로만 삼지 않으려면 그 후에 진보정당이라든가 진보 단체 등에 가입하여 구체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사실, “활동”/”실천”이야말로 진보의 진정성의 시금석일 것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 프랑스 등과 달리 – 아직도 진보 정치 등을 쉽게 일상 속에서 접근하기가 힘들어서 문제입니다.

알라딘 : 스스로에게 위 질문을 던졌을 때 단숨에 ‘아니’라는 대답을 할 없었습니다. 아마도, 분야 및 직업의 특성상 너무 오래 그런 책들을 들여다보기만 했을 뿐,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다른 일을 하기에는 사실 시간도 없고 피곤하다… 는 그저 변명일 뿐인 변명을 하면서.

그렇다면, 이 사회에 의문을 갖고 있는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하지만 생활을 위해 지금 갖고 있는 직업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야 되는 생활인으로서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박노자 :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관심”이란 여러 가지 방면으로 “실천”으로 옮겨질 수 있는 것이지요. 진보적 NGO를 위해 약간의 금전적 기여를 한다든가 쌍용자동차 노동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을 일삼는 언론이나 그 언론에 광고를 내는 기업에 항의 전화 하나 건다든가… 작은 일 같지만 수천 명, 수만 명이 같이 하는 작은 일은 바로 큰 일이 됩니다. 그 “공동의 관심”의 영역이란 사라지면, 우리가 사회가 곧 무너지고 맙니다. 그리고 “관심”을 갖는 것은 바쁜 삶 속에서도 가능하지요. 

알라딘 : 저작권법이 강화 되었습니다. 아직 정확한 실체 없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소문들은(확인하고 싶었지만 다들 하는 말이 달라서) 개인의 블로그에 영화 스틸이나 노래 가사를 올리는 것도 위법이라고 하는데요.

얼마 전에, 한 게시판에서 불법음원에 대한 포스팅을 읽은 일이 있습니다. 어느 분이 “이제 노래도 듣지 말라는 거냐”고 툴툴 거리자, 다른 분이 “노래는 안 들어도 안 죽는 거 아니냐. 돈 없으면 듣지 마라”고 댓글을 달았지요. 얼핏 보면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 가만히 생각하니 혼란스러웠습니다.

문화는 하나의 공공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러니까, 누구나 밥을 굶지 않는 사회가 옳은 사회 듯 누구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사회가 옳은 사회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저작권자의 권리 또한 보호해주는 것이 맞는 것 같고.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책의 저자라는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노자 : 제 생각 같으면 공공 재정으로 이루어진 연구의 결과물 등은 당연히 공공재임으로 저작권을 주장할 일은 없습니다. 예컨대 노르웨이 납세자 돈으로 운영되는 제 대학에서 제가 혈세로 이루어지는 노르웨이 학진의 연구비를 받아 논문을 썼으면 그 논문을 당연히 그냥 누구나 접속이 가능한 제 학교 사이트에 게재합니다. 학술저널에도 게재하지만, 그 저작권과 무관하게 공공재로 활용하자, 이것입니다. 그런데 공공 재정이 아닌 “시장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소설작가나 음악가 등은, 아무래도 저작권법을 뛰어넘기가 힘들 수도 있어요. 만약 어느 정도 살 만한 수입이 일단 확보되면 이 분들도 자신의 저작물을 공공재로 활용할 것을 권고할 수 있지만, 요구하기가 좀 힘듭니다. 시장 경제로서의 제약이지요.

알라딘 :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해야 한다는 것에는 크게 공감합니다. 하지만 자본에 의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회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직장인으로서 상충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같은 상품을 공급하는 A, B, C 라는 업체가 있습니다.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A와 B는 원가 절감을 단행하여 가격을 인하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방식은 하청업체나 비정규직에게 부담을 돌리는 방식이죠. 그래도 신조가 있던 C 회사는 그렇게까지 할 수 없다고 결정하였으나, 점점 더 채산성이 악화됩니다. 같은 방식으로 가격을 내리거나, 혁신적인 무언가를 찾아내지 않으면 회사는 문을 닫을 것입니다. 물론 혁신적인 방법은 찾을 수 없지요. 그런 상황에서 C 회사는 직원들이 모여 회의를 합니다. 이때, C 회사에 다니는 직원은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요?


박노자 : 이러한 상황이라면 “일체 직원의 동등한 자진적 임금 삭감 및 같은 비율로서의 기업주의 이윤 포기” 정도면 가장 정당할 듯합니다. 희생을 당하자면 기업주와 노동자들은 같은 비율로 희생을 치르고 (예컨대 15% 감봉 및 15% 이윤 포기), 다들 그대로 “정규직”으로 남는 것은 좋을 듯합니다. 그런데 원칙상 과도한 출혈 경쟁, 부당한 단가 내리기 압력 등을 공정거래위원회 등 공공 기관에서 단속을 해서 행정지도를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즉, 그러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게 해야지요.

알라딘 : 여전히 작은 회사에서 노조는 유명무실한 존재입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직장인들에게 노조의 필요성을 말씀해 주세요.


박노자 : 노동력의 공급이 수요보다 늘 많은 통상적 노동시장에서는 노동력을 파는 노동자와 노동력을 사는 기업주는 원천적으로 불평등한 관계입니다. 개인으로서의 노동자는 약자일 수밖에 없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표방할 만한 힘은 보통 없습니다.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수십만 명의 “예비노동군”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노조라는 연대 형식이 아니라면 노동자의 인생은 늘 “울면서 겨자먹기”입니다. 당하지 않으려면 노조를 필수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알라딘 : 좋은 세상이 오기 위해선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믿음과 개인이 바뀌어야 한다는 믿음이 오래도록 대치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노자 : 구조를 바꾸기 위한 투쟁 속에서 개인들도 바뀝니다. 예컨대 월남 전쟁 반대를 외치거나 흑인 시민 운동 투쟁을 전개했던 사람들을 지금 봐도 보통 알아볼 수 있지요. 투쟁 시절로부터 남은 “열정”, “관심” 남에 대한 “배려” 같은 걸 엿볼 수 있지요. 그런데 반동적인 보수화의 시대에 개인들도 잘 바뀌지 않아요.

알라딘 : “역사의 ‘진보’는 늘 인간의 ‘선’인가”라는 꼭지에 이안 감독의 영화 ‘색계’에 대한 단평이 있습니다. “왕치아즈와의 섹스에 탐닉하게 된 반민족분자 리가 결국 선물 공세 등의 방법으로 왕치아즈로부터 자백을 끌어내”라는 부분에서 조금 고개를 갸웃하게 되었는데요.

반민족분자 리가 왕치아즈와의 섹스에 탐닉하게 되는 것은, 어떤 사랑의 절망적인 한 행태가 아니었을까요? 또한 선물 공세는, 자백을 끌어내기 위함이 아닌 반민족분자이지만 또한 장기판의 한 졸(말 정도 될까요?)일 뿐인 한 망가진 자신이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모든 이들이 가련하다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알량한 신념을 위해 사랑하는 여인을 미끼로 이용한 무능한 남자 쾅유민, 반민족분자로 악마적 명성을 얻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인간적인 감정에는 무력한 남자 리, 격동의 시대 속에서 인간답게 살고자 하지만 이념과 사랑 모두에게 배신당한 왕치아즈. 이 세 명의 인물을 통해서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듯이.


박노자 : 네, 그 영화에서는 제가 바로 이 부분을 배웠어요. 순전한 피해자도 순전한 가해자도 없다는 사실, 폭력의 역사는 결국 가해자도 피해자로 만들고 선인에게도 악인되기를 강요한다는 사실… 반민족 분자도 결국 그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주인들에게 언제가 “팽”을 당하게 돼 있고, 중국 국민당도 “항일 저항”과 “독재”/”광적 민족주의”과 같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지요. 결국 역사의 “복합성”을 배우게 하는 영화입니다. 흑백 역사관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되지요.

알라딘 : 직장 동료의 질문을 그대로 옮깁니다. “냉전과 사회주의 국가의 폐악을 목격한 당신은 자본주의 지배하의 북유럽식 사민주의가 현재로선 가장 인류에 적확한 차악으로서의 체제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이 북유럽식 사민주의의 도입이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점거한 국내의 정치 현안을 고려해봤을 때 얼마만큼 적용이 가능하다고 여기는가?”

박노자 : 네, 노동자들이 진보 (사회주의적/사민주의적) 정당을 만들어서 사민주의 제도를 쟁취할 만한 힘을 갖기만 한다면 차라리 그러한 제도는 지금의 세계로서는 차악입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를 보면 아시겠지만 주변부 국가에서는 사민주의적 변혁 (무상 의료 등)을 쟁취하기 위해 거의 “혁명”에 버금가는 대중적 동원은 필요합니다. 준핵심부인 한국은 그 정도는 다르겠지만, 어쨌든 사민주의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아요. 아주 힘든 투쟁의 결과죠.

알라딘 : 이번에는 다른 동료의 질문입니다. “백낙청씨가 이번에 책을 내면서 '한국에는 좌파의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는데, 탈중심주의나 아나키 계열의 진보계열이라면 오히려 이 특징을 흥미롭게 받아들일 것 같다. 좌파의 구심점은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디서 출발해야 할까.”

박노자 : 사상적으로야 당연히 좌파가 다원적일수록 좋지만 정치적으로는 구심점은 좀 필요합니다. 정치판에서는 “대중적 좌파 정당”이란 있으면 그래도 사민주의적 변혁을 향해서 한 발짝씩 나아가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그런 게 없다면 “북구식 사회 꿈”을 꿀 수도 없지요. 그래서 다양한 변혁 지향적 개인 및 단체들은 그 차이를 계속 간직하는 채 “통일전선”쯤을 만드는 쪽으로 가야 할 듯합니다.

알라딘 : 분위기를 바꿔서, 좋아하는 밴드(음악)는?

박노자 : 저는 거의 고전 (클래식) 음악만 듣습니다. 와그너와 스크랴빈, 사티를 제일 좋아합니다.

알라딘 : 러시아어로 읽는 도스토예프스키(혹은 고골, 체호프, 톨스토이, 푸시킨, 투르게네프)는 한국어 번역본으로 읽는 것과 어떻게 다른 가요?

박노자 : 어감이라는 건 다르지요. 상당부분의 “러시아적 표현”들을 한국어로 그대로 번역하기가 힘듭니다. 함의가 좀 달라서요. 물론 “한국적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컨대 “의기 투합”, “비분강개”와 같은 표현들의 함의를 온전하게 담을 영어 내지 러어 번역어를 찾기가 힘들죠. 마찬가지로, 러시아어 “poshlost’” 같은 단어를 사전적으로 “속된”, “속물성”, “통속성” 등으로 옮길 수 있지만 “진짜 문화”와 “가짜 문화”를 구별케 하는 이 단어의 심층적 함의를 옮기기가 좀 힘듭니다. 사실, 자본주의 세계 소위 대중 문화의 99%는 이 “poshlost’”이라는 단어로밖에 성격 규정할 수 없습니다.

알라딘 : 마지막으로, 어쨌든, 그럼에도 이 시대를 살아내야만 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박노자 : 세상의 역사에 좋은 시절이란 없습니다. 1980년대말까지의 독재 억압도 만만치 않았듯이, 오늘날의 자본의 억압도 사람을 거의 질식사시키는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민주화 운동이 결국 독재의 족쇄를 벗길 수 있었듯이 자본도 결코 불가항한 존재는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잘 싸워봅시다!

알라딘 :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 편집된 인터뷰는 9월 중 알라딘 저자 파일 란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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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수 2009-09-2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질문자나 답변자 모두 어쩌면 이렇게 편협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사회를 보는지 안타깝습니다.
자본주의제도나 현사회가 여러가지 문제를 갖고 있는것만은 사실이지만 이를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군요...알라딘을 통해서 필요한 모든책을 구입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동안 가끔씩 알라딘의 운영주체의 사상이나
사회를 보는 시각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요...오늘 이글을 보니 참으로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군요...생각의 시계가 마치 1970년대 수준에 멈추어있는것은 아닌지...실망입니다....-.-;;

터앙 2009-10-08 15:1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운영주체의 사상과 사회를 보는 시각이 어떤데요... 자신과 맞지 않나요?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자유민주주의 사회인데... 자유는 반대자들을 위한 것이란 말이 있습니다. 다양한 시각을 인정 못하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2009-09-25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임대수님. 박노자님의 책을 읽어보셨다면 편협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사회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으실텐데...위의 짧은 인터뷰가 모든걸 말할 수는 없는것이니까요. 제가 인터뷰를 보고 느낀 점은 현 상황을 타도의 대상으로 본 것이 아니라 개혁의 대상으로 본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아울러 알라딘의 운영주체 사상이 바람직하다 싶어 좋습니다. 위에서 말하는 자본주의는 현재 대통령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돈만 있으면 된다는 사상에 대한 비판이라 생각되는데요.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라는 책을 꼭 읽어봐야겠구나 싶습니다.

활자유랑자 2009-09-28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글이 알라딘의 '공식 입장'은 아닙니다. 편협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으신다니 아마 제 글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흠 님의 말씀처럼 한번 책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임대수 님의 기억에 '편협하고 왜곡된' 기억으로만 남기엔 아까운 책이라서요. 고맙습니다.

안중근 2009-10-01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할 일들 중 하나는 국외자의 시건방진 참견일 것이다. 바둑을 둘 때 옆에서 쓸데없이 훈수하는 자들과 같은 것이다. 자신은 개관적인 제 3자로 존재하면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 참견은 그야말로 꼴볼견이다.
사실 박노자라는 국외자가 어떤 인간인지는 잘 모른다. 아니 알고싶지도 않다. 저런 쓰레기인생 하나가 대한민국을 농단하는 자체가 정말 가소롭고도 어이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박노자가 말하듯이 그렇게 모순만 가득찬 사회도 아니고, 척결해야 할 대상이 따로 존재하는 왜곡되고 막힌 사회도 아니다. 엄연히 세계질서 속의 선진그룹에 속하는 국가이고, 또 내부적 모순을 스스로의 노력과 사회적 합의로 개선해 가려는 성숙함을 이미 익히고 있는 나라다. 참으로 어슬픈 지식 나부랭이로 우민을 농락하는 선동적 발언에 쓴 웃음이 나올 뿐이다.
박노자......당신 나라가 우리보다 앞섰다는 오만에서 빨리 벗어나라. 그것이 바로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의 첫 걸음임을 명심하고.

lost paradise 2009-10-01 17:5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너, 안중근의 이름에 먹칠하지마라, 걸레처럼 말할라면.

이놈의잉여 2010-03-09 17:3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세계질서속의 선진그룹이라는 표현에서 웃으면 되나요? ㄲㄲㄲㄲㄲㄲ

활자유랑자 2009-10-0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노자의 국적은 한국입니다...

lost paradise 2009-10-01 18:1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좋은 인터뷴데요, 이론적만이 아닌 구체적인 현장에서 벌어질수있는 시장경제에서의 박노자가 생각하는 적절하고 합리적인 대안등등. 흔히들 보수쪽에서 대안없는 비평이라고 비난들 쉽게 하니깐. 영화 색계에 대한 이해도 공감이 많이 됨. 어떤이가 그영화보고 내용없는 포르노처럼 평해서 첨에 안 볼려다 노느니 봤는데 극장을 나서면서 한참 가슴이 찡했슴.
다만 소신있으면서 한편 객관적이고 당당한 인터뷰어의 자세가 약간 아쉽군요. 근데 과외아닌가? 가외란 말이 자꾸 거슬리는데...내가 틀렸나?

활자유랑자 2009-10-06 17:4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이메일 인터뷰라서 사실 자세(?)를 잡는 게 많이 힘들었어요.

* 가외 [加外]
[명사] 일정한 기준이나 정도의 밖. ‘표준 밖’, ‘필요 밖’, ‘한도 밖’으로 순화.

* 과외 [課外]
[명사] 정해진 학과 과정이나 근무 시간 이외.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말씀하신 것처럼 '과외'가 더 정확한 것 같은데... 심정적으로는 역시 '가외'인 것 같아요. ;;
고맙습니다. :)

두돌아빠 2009-10-01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라딘의 댓글 수준 참 불쌍해서 눈물이 다 나네요.
세상에는 별의별 생각을 가진 저자가 있을 것이고, 또 일부일지라도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독자들의 알권리를 대변해서 그 사람에게 인터뷰를 청한 MD입장에서 나름 바쁠지도 모른 그 작가에게 일부러 감정자극할 엇지장 내지 선전포고할 이유가 없잔소.
박노자란 사람의 출신배경이 특이한 사람이고 그래서 나름 독특한 시각으로 한국을 보는 것이고,
그게 맘에 들면 책을 사보는 것이고, 맘에 안들면 그냥 넘어가면 될것을 박노자의 책을 판매하는 책방을
문제있는 책방으로 몰아붙이고, 박노자의 생각을 물어보는 인터뷰어를 빨간색옷입는 사람으로 치부할 정도라면
그냥 좋아하는 포르노사이트에서 좋아하는 체위의 사진이나 실컷 보시요, 어서~~~

두돌아빠 2009-10-01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마디만 더 붙이자면, 외국놈이 감놔라 배놔라한다는 식의 무식이 하늘을 찌르는 이야기좀 고마하시오. 우리집에 베인 냄새가 똥냄새인지 된장냄새인지는 바깥사람일수록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식대로 자주적으로 살테니 간섭마라는 말투는 오히려 북쪽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게 아닌가요.
한국축구를 4강으로 올린 히딩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통찰력을 갖춘 외국인의 조언과 시각을 잘만 소화해낸다면 엄청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수 있다고 봅니다.
자본주의의 최대의 적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폐쇄적인 닫힌 사회입니다. 2차대전을 일으켜 패망한 독일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봅니다.사회주의도 마찬가지죠. 사상적 뿌리가 다르더라도 열린 사회가 된다면 북한이 저리도 독재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 사회는 순혈주의에 입각한 폐쇄적 민족주의가 판을 친다면 볼장 다 본 나라가 될 것입니다.
글로벌 환경에 맞춰 다양한 문화와 이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사회만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박노자의 주장은 입에는 써도 삼키면 큰 도움이 되는 보약이라고 봅니다. 더 나아가 박노자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이해수준은 애국을 논하기가 부끄러워 누가 진골한국인이고 누가 무늬만 한국인인지 구분이 되지 않게 합니다.

임대수 2009-10-02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내가 단 댓글에대해서 다시 댓글이 달릴줄은 몰랐는데...어쨌던..."타도"라는 단어보다는 "개혁"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하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나는 단지 우리가 살고 있는 이사회를 (또는 역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물론 그런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사람마다 제민족이나 나라를 사랑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점을 인정합니다.단지 위에서 언급된 사회,경제적인 여러 문제들에 대한 지적이나 비판이 그러한문제들의 개선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지(그런 순수한 의도)에대해 의심이 간다는 것이지요...또한 위에 달린 댓글들에 대해 잠시 말하자면...요즘 우리사회는 마치 현 정권의 정책이나 정권자체를 비방하는사람이 진보적인(또는 지식인)사람인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자본주의와 현직대통령이 돈만 있으면 된다는 사상이라고 말하셨는데...그런의견에는 정말 동의하기 어렵군요...

임대수 2009-10-02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국민들의 자유의사로 대다수의 지지를 통해 선출된 우리의 대통령입니다.그리고 전쟁의 폐허속에서 우리를 이만큼이나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도록 하는데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그런 우리의 대표를 "돈만 있으면 된다는"식으로 비방하는것은 "자기얼굴에 침밷기" 아닐까요?...물론 앞으로 박노자의 글을 읽어볼 생각입니다...그리고 댓글수준때문에 불쌍해서 눈물을 흘리신 분은 참으로 안타깝게도 그렇게 비난한분과 별차이 없어보이는군요."좋아하는 포르노사이트"나 보라니요...참으로 입에담기에도 부끄럽군요.우리나라 댓글의 수준을 스스로 떨어뜨린다는점을 알아야할 것 입니다.우리사회는 현재 이념(사상)으로 넘쳐나고 있읍니다.지나치다 싶을 정도지요.정치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일반국민들사이에 논의되고 있는것 같습니다.사실 좋은 사회란 일반인들이 정치 및 이념으로부터 무관심한(정치에 대해 무관심할 정도로 평화롭고 행복한)사회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마지막으로 댓글을 달때 왜 본인의 진짜 이름을 밝히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본인을 정확히 밝히고 의견을 주장하면 좋겠읍니다.마치 숨어있는 사람들과 무의미한 대화를 하는것 같은 생각이 들때가 있거든요...ㅎㅎㅎㅎ

활자유랑자 2009-10-06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목소리들이 좋아요.

나그네 2009-10-15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유럽 국가들의 사회가 선진적인 것은 수 세기동안 이어온 경제력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며, 그 힘의 원류는 제국주의 식민지 경영에 닿아있다. 그들은 긴 세월동안 시행착오를 통해 사회시스템을 발전시키고 공동체가 잘 살 수 있는 구조를 쌓아 왔다. 우리가 못나서 지금 이꼴로 살고 있는게 아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의 여러 모순을 그들의 사회와 일대일로 비교해 폄하하는 일은 역사를 보지 못한 자들의 편협한 견해이며 스스로를 비하하기를 즐기는 소인배들의 의견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려면 먼저 역사의 무게에 눌려 치열한 삶을 살다 가신 부모님, 부모님의 부모님 세대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건 그 분들 삶의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진보니 보수니 다들 자기가 옳다고 싸우는 걸로 잘난 척들 그만두고 화해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이명박이 싫은 자들은 이명박을 찍은 사람들에 대해 공부하고, 이명박을 찍은 사람들은 왜 저사람들이 이명박을 싫어하는지 스스로 거울을 좀 봐야한다.

활자유랑자 2009-10-16 16:59   좋아요 0 | URL
네. 다만 '일대일로 비교해 폄하' 한다기 보단, 우리가 좀 더 좋은 사회를 살기 위해 그들을 '참고'할 수 있다, 정도 수준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일대일로 비교해 폄하하자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나그네 2009-10-17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민주의를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필요조건이 있으며, 그 중 하나는 돈이다. 우리 경제 규모에서 의료, 교육, 노동(실업, 비정규직), 사회복지 모든 분야에 기본 수준을 맞추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재원이 필요하고 - 왜냐하면 정규직 노동자들은 동료 비정규직을 위해 스스로 임금을 내릴 뜻이 전혀 없고, 선생님들이 무상 교육을 위해 그들의 임금 수준이나 교원 연금을 포기할 의사도 없고, 돈이 있는 사람들이 아프면 평균이 아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원하고 또 그걸 욕할 순 없고, 공무원들이 일반 노동자 수준으로 임금이나 연금, 노동 조건을 완화(?)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세금으로 그 모든 걸 해야하는데 여기에는 아주 원색적인 철학의 차이가 있다. 내가 일해서 번 돈을 얼마나 나눌 것인가? 소득의 거의 절반을 가져가고, 직장을 잃어도 이전 임금의 70%를 준다면 모두가 만족할까? 나 같으면 부자 안하고 놀겠다. 늘 결론이 그렇게 나지만 모순은 제도에 있는게 아니라 우리 인간 안에 있다. 그 모순 덩어리 심리현실에 주목하고 반성해야지 제도나 체제에 문제가 있는 냥, 그걸 고치려 투쟁하고 또 그러면 뭐가 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선동으로 밖에 안 보인다. 미친 소리로 들릴 줄은 알지만 지금 자본주의로도 이상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진정으로 그걸 원한다면...

전등사 2009-11-16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라딘 MD님 박노자 교수님 이메일 주소 좀 알려 주실 수 있으신지요? 학교 교지를 만드는데 박노자 교수님 견해를 얻고자 하는데 이메일 주소를 구하기 힘들어서요. 답변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활자유랑자 2009-11-16 13:3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알라딘 MD 입니다.
개인정보라서, 쉽게 알 수 있고 없고의 여부를 떠나, 제가 가르쳐드리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신 박노자 교수님 블로그 주소를 링크합니다.

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


 

 "<르몽드 세계사>는 잘 와닿지 않는 제목이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와닿는 키워드는 사실 '아틀라스'다. <변화하는 세계의 아틀라스>, <아틀라스 세계사>처럼 지도들을 통해 세계사를 풀고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굳이 '아틀라스'라고 붙이지 않은 출판사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지도엔 아무 관심도 없는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전혀 부족함이 없을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정교한 지도와 도표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 11월 25일, '이번 주도 만선' 중에서

언젠가 이 서재를 통해서도 소개 되었던 <르몽드 세계사>가 많은 사랑을 받으며 12월 19일 현재, 알라딘 역사분야 베스트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각지의 선생님들이 <르몽드 세계사>에 대한 추천사를 보내 주셨네요. 과연 현장의 선생님들은 이 책을 어떻게 보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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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태능고등학교 김육훈 선생님


"예측 불가능한 세상, 역사에 길을 묻는 수밖에"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우리 삶 전체를 옥죄어온다. 도대체 하고 많은 국제전문가와 경제 금융전문가는 모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일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내 삶을 내가 주관할 수 없을 때처럼 허망한 적은 없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내 자산이 반토막이 되고 내 미래가 난도질당한 다음에야 문득 깨닫는다. “우린 정말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구나.”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세상, 이런 때일수록 역사에 길을 물을 수밖에 없다. 추세가 어땠는지, 변화가 이룩한 성과가 무엇이며, 해결해야 할 어떤 과제를 남겼는지, 돌아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오늘 우리의 문제를 대면하기 위해 역사의 신에게 지혜를 묻는 《르몽드 세계사 -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전지구적 이슈와 쟁점들》은 그래서 반갑다.

《르몽드(Le Monde)》는 ‘세계’란 뜻의 제호를 가진 대표적인 프랑스 언론매체이고, 《르몽드 세계사》는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는 언론관으로 오랜 세월 국제사회를 관찰한 결과를 담고 있는 책이다. 힘의 질서에 주눅들지 않고 세계를 관찰하고, 배경을 들추어보기 위해 탐색한 결과들로, 그 내용을 보면 우리시대의 위기 징후를 정당하게 포착하면서도,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르몽드 세계사》는 ‘진실’을 강조하는 《르몽드》의 언론관이 현상에 대한 입체적이고 깊이 있는 분석의 결과 얻어지는 통찰력을 통해서 실현됨을 분명히 보여준다. 게다가 아름답기까지 한 수많은 지도와 도표들이 이러한 진실을 시각화하고 있다. 이 세련된 지도제작술 덕분에 세계는 우리 뇌리에 하나의 이미지로 깊이 각인된다.

우리에게 열쇠가 없다면 집 안에 들어가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가 인식하고자 하는 세계 또한 열쇳말이 없다면 가까이 하기 어렵다. 《르몽드 세계사》는 수많은 사건과 사실을 지역과 연도별로 마구 늘어놓은 여느 역사책이 아니다. 이 책은 이미 하나가 되어 있는 ‘세계’를 인식 대상으로 삼고, 이 복잡하고 역동적인 세계에 다가설 수 있는 104개의 열쇳말을 준비했다. 〈귀환 불능지점에 다가선 지구온난화〉, 〈도전받는 미국의 헤게모니〉, 〈국제이주의 지경학적 현실〉, 〈투기에 빠진 연기금〉, 〈중동의 석유, 물, 그리고 전략〉, 〈동양의 화려한 귀환〉과 같은 글을 읽노라면 바야흐로 우리는 스스로 문을 열고 세계를 대면할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노자는 소국과민(小國寡民), 작고 인구가 적은 나라를 이상으로 삼았다.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함께 이상을 이야기하며 협력하여 공동의 미래를 건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꿈은 노자 시대에도 현실이 되기 어려웠으나, 그와 같은 꿈을 꾼 자들이 없었다면 그 이후 삶이 어땠을까도 자명하다. 우리시대를 정면에서 바라보려는 분들, 무엇보다 진실된 시선으로 우리시대 세계를 인식하려는 분들, 함께 꿈을 꾸며 그 꿈을 이루려는 노력을 가치 없다 치부하지 않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 김육훈(<살아있는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저자, 서울 태능고등학교 교사) 



#2 서울 용문중학교 김민수 선생님  

 "세계사 공부의 열쇠는 지도, 이제 이 책을 펼쳐라"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의 붕괴로 촉발된 세계 경제의 비틀거림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이는 세계화된 오늘날의 현실을 단편적이고 치명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중 일부일 뿐이다. 몇 해 전부터 ‘세계화’를 논하는 수많은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최근에 나온 《르몽드 세계사》는 오늘날의 세계화와 세계화된 지구촌의 공통 해결 과제, 그리고 세계 각 지역 간의 갈등과 쟁점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해주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집이다.

오늘날 학교교육은 과거보다 더 복잡하고 더 상호의존적인 세계의 현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 이해 교육의 선봉에 선 교과목은 ‘세계지리’와 ‘세계사’라 할 수 있는데, 그러나 지금의 세계를 직시하기에는 교과서의 지면도 부족하고, 심층적인 자료도 많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들 부족함을 지리부도나 역사부도를 활용하여 간극을 메우려 애를 쓰지만, 부도책들 역시 별로 친절하지 못하다. 단순하게 제작된 지도와 이미지 자료가 죽 나열되어 있어서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에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르몽드 세계사》는 지리부도와 역사부도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고 본다. 명확한 주제 설정, 그리고 그 주제를 부각하는 시각화된 지도와 통계자료, 깊이 있는 설명, 꼼꼼한 자료, 그리고 참고 웹사이트의 출처까지도 밝히고 있어서 현행 세계사와 세계지리 교육, 그중에서도 특히 현대 세계사 부분을 보충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오늘날의 세계를 이해하게끔 도와주는 친절한 책이다. 현재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환경문제와 변화하는 지정학, 세계화의 명암, 끊임없이 형태를 달리하는 분쟁, 그리고 세계 변화의 핵심으로 작용하는 아시아 지역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분석하고, 독자로 하여금 세계를 이해하도록 돕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머리말로 들어 있는 〈세계라는 무대〉를 제일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글은 오늘날의 경제와 생태, 무역과 군사활동, 환경과 사회운동, 역사와 인간의 갈등 등 서로 다른 영역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의 관계와 그 상호작용을 밝히기 위해서 ‘지도’라는 도구를 사용한 배경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지도’라는 매체를 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결론적으로 매우 탁월한 선택이라고 본다. 지도만큼 공간에 대한 관계맺음을 잘 표현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는 없다. 이 책에서 지도는 연구자료이자 결과물인 복잡한 통계자료를 시각적으로 재구성하여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또한 공간과 공간 간의 이해관계를 다양한 색상, 다각적인 방향, 경계를 표시한 선과 면적을 차지하는 부피감으로 버라이어티하게 표현하고 있다. 시간을 표현한 지도는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갈등이 아닌 ‘연속성’의 측면에서 강조하면서, 그 변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고 있고,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시간을 표현한 지도는 예측가능한 ‘미래’를 제시한다.

‘지도’로 표현한 세상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오늘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효과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책을 읽는 독자에게는 지도에 표현된 공간의 구성원으로서 ‘지구촌 문제의 이해와 해결’이라는 과제를 부여함으로써 모순적인 현실 공간에 대한 참여 욕구를 부여하고 있다. 요지경같이 복잡한 세상에 대한 본질적인 해석의 열쇠는 지도에 있었다. 이제 그 지도를 펼쳐보자!

                                                                                              - 김민수(서울 용문중학교 교사)


#3 서울 중동중학교 최병천 선생님 

 "오직 ‘진실’을 향해 질주하는 지성들의 치열함에 경의를"


지도는 예술처럼 세계를 제작하는 방식 중 하나다. 인간은 지도를 통해 그들이 본 사실과 원하는 사실을 절묘하게 혼합해가며 미래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여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야심차게 기획한 책이 한 권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바라보는 세계는 인간으로 인하여 위험으로 가득 찬 곳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책마다 가득 찬 지도는 그 위기들을 기록한 인간 욕망의 지도에 다름 아니다. 책은 환경오염과 전쟁으로 망가진 지역과 분쟁 지역이 정확히 어디쯤 붙어 있는지, 어떤 이유로 인해 ‘환경오염지대, 분쟁지대’라고 불리게 됐는지 소상히 설명함과 동시에, “여기 이런 문제가 정말로 있다, 그리고 그 문제는 온전히 우리의 책임이다”라는 깨달음을 제공한다.

비록 세계사라는 이름이 붙었더라도 원제가 아틀라스임을 감안해보면 이 책이 공간적 배경에서 지리적 관점으로 쓰였다는 것을 쉽게 간파할 수 있어, ‘르몽드 세계지리’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참신한 지성’이라 불리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집필진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여러 사안들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설명하여 독자로 하여금 현대 사회를 한층 정연하고 겸허한 시야로 직시하게끔 만든다. 질주하는 지성들이 오로지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할 각오”로 쓴 이 책을 읽는다면, 당신도 이들의 치열함에 감탄하고, 이 책을 집어 든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 최병천(전국지리교사연합회 회장, 서울 중동중학교 교사) 

 * 소중한 원고를 제공해주신 세 분 선생님들과 휴머니스트 관계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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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영 2009-07-10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저도 가지고 있습니다.사고 싶어서 구입했지만 아직 저에게는 힘들더군요.

저 좀 도와주세요.미국의 대학 교수의 이메일 1000개가 필요합니다.제발 부탁드립니다.

저 정말 너무 절박해요. 저 좀 도와주세요. 책 읽는 건 이럴 때 쓰라고 읽는 거 아닌가요?

제발 도와주세요...

시끌북스 2009-08-10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사에 흥미가 많아서 저 책도 서점에서 보았습니다만...거대한 덩치가..저를 크윽~ 크윽~
그래도 읽어보렵니다. 책이 책일뿐이지 저에게 뎀비진 않겠지요~ ㅋㅋ
얼른 로마인 이야기를 다 읽어야 하는데...ㅋㅋ
 

강준만이 부드러워졌다. 서슬이 시퍼렇게 한국 사회 여기저기를 메스 들이대듯이 읽어대던 강준만의 독해가, <지방은 식민지다>라는 책에서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밖으로 향하던 외침이 이제 지방 내부의 구조를 향한 잔잔한 울림 같은 것으로 바뀌는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힘이 떨어지지는 않은 것 같으니, 부드러움을 느낀다.

이 '광야의 외치는 사나이' 같은 사람의 부드러운 속삭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 강준만은, 지방 문제에 대해서 발언하는 한국의 거의 유일한 학자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강준만의 책은 김병준의 서문을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김병준, 참 골치 아픈 인간이다.

연초에 김병준을 비롯한 참여 정부 시절의 정책실장들을 비교하는 장 하나를 단 글을 '사회비평'에 보낸 적이 있었는데, 실명비판이 부담스럽다고 해서 절 하나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대체한 적이 있다.

노무현 시절, 내가 가장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 두 명을 꼽으라면, 김병준과 이헌재라고 할 수 있다.

황금박쥐의 바로 그 김병준이고, MBC PD 수첩에 외압을 했던 청와대 당사자로 지목받은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그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지, 혹은 시민사회의 건전한 상식을 지지하는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 있지는 않지만, 그가 한 때 '분권론'의 맨 앞에 서 있던 학자였던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어쨌든 꽤 긴 시간 동안, 이름이야 어찌되었던 분권론의 선두주자는 김병준이었다.

이제 김병준도 사라지고, 누구도 지방의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려고하지 않는 기이한 침묵이 흐르고 있는 지금, 어쨌든 이 문제에 대해서 계속해서 우리들을 환기시켜주고 있는 사람은, 현재로서는 강준만이 유일해보인다.

책은 전반적으로 따스한 느낌이고 - 예전의 서슬 시퍼렇던 강준만을 기억하거나, 아니면 비교적 최근에 나왔던 강남공화국에서의 투박하면서도 노도와 같던 글과 비교하면 확실히 - ,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단어이지만, 어쨌든 '성찰'의 향취 같은 것이 풍긴다.

이 정도 얘기에는 조중동에서도 서평 한 줄 정도는 써줄 법도 할 것 같지만, 뭐 쌩까는 것은 여전하다.

요즘 사회과학 시장 분위기로 봐서, 강준만의 이 신작이 제대로 읽히거나 퍼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내 생각에는, 비록 엇박이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강준만의 질문에 대답했으면 좋겠는데, 세상은 늘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만 흐르지는 않을 것 같다.

흠이라면... 너무 단문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SKY 문제와 패거리 문제, 그리고 지역의 문제 같은 것들이 겹치면서, 예리하면서도 야리야라한 면도날 같은 선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논리로 읽기 보다는, 마음으로 읽으면 좋은 책일 것 같고, 답을 구하기 보다는 질문을 구하는 책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어쨌든 부드러워진 강준만, 낯설지만 싫지는 않다. ('쿨 에너지'의 황당한 얘기보다는 발도 훨씬 더 땅바닥으로 내려온 것 같다. 이제쯤은 진보신당 같은 곳의 '지역발전위원회' 같은데 위원장 해도 좋을 것 같다.)


* 본 서평은 우석훈 박사의 개인 블로그에 개제된 글을 동의 하에 재개제 한 것입니다.
* 원고를 제공해주신 우석훈 박사님, 개마고원 출판사 관계자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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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방은 식민지다! (강준만 지음)
    from 성실히 살았으면 2009-09-08 00:51 
    제목이 자극적이지만 공감이 갔습니다. 이 책도 지금은 폐지된 "tv 책을 말하다"를 보고 알게 된 책입니다. 그때 제목을 알았는데 요즘에야 읽었습니다. 이 책은 칼럼식의 짧은 글들이 큰 장 아래 모여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서울에 살았더라도 책 제목에 공감을 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저는 경북에서 태어나서 약 1개월 동안 살다가 인천으로 이사와 인천 지역 유초중고를 나왔습니다. 대학도 인천 지역 대학에 다니다가 대학 친구들과 인천 지역을..
 
 
안티크 2008-12-17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준만 교수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그의 재등장은 요즘 같은 시기에 반가운 일 같아요. 그런데 우석훈 교수님의 서평을 읽다가 순간 멈칫했습니다. 이 책이 부드럽다고요? 저는 이 책이 굉장히 숨 가쁘다고 생각했거든요. 통계치 읽어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머리 아픈 독자에게 어찌나 하고 싶으신 말이 많으신지 몰고 가는 기분이 좀 들더라고요. 가벼운 주제도 아니고 쉬운 주제도 아니고 (지방에서 단 한번도 살아 본적 없는 저 같은 인간에게는) 익숙한 주제도 아닌지라 더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요. 그래서 우석훈 교수님 말대로 마음으로 읽어야 할 책을 마음으로 읽지 못했던 것 같네요. 그래도 앎으로 시작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언젠가 지방에 내려가겠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제가 사실은 그것이 '기득권을 놓고 가겠다'라는 것과 동일시하게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닫는 정도의 앎도 지금 저에게는 중요했거든요. 강준만 교수가 마뜩치 않아하는 방향의 지방 찬양론자 중 한명이었던거겠지요. ^^ 언젠가 지방으로의 이동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이동의 의미만을 갖게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란 생각은 들었지만 그렇다면 제가 지방으로의 이동을 할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르겠다란 생각도 동시에 들더군요. ^^

활자유랑자 2008-12-20 15:33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는 따스하단 데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지만, '부드럽다'는 말은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뭐랄까, 예전에 작업에 비한다면 비교적 부담없이 한 장, 한 장 읽어내려갈 수 있으니까요. 지방에서 살건, 서울에서 살건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ㅜㅜ
 


“질문하지 마세요. 책에 다 있어요. 자연과학책 3천 권만 읽고 나면 질문이 자연히 해소됩니다”
 
좋은 선생님이라면 질문을 유도하고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박문호 박사님은 다르다. 질문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품어야 하는 것'이라고 하신다. 오랫동안 질문을 품으면 그것이 바로 공부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하나의 질문을 오랫동안 생각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 질문은 스스로 사라진다고 하신다.
 
얼마 전 정현종 시인의 강연을 들었다.
노시인은 어린 시절 책에서 본 문구에 너무 놀라서 주저앉을 뻔했다는 일화를 들려주셨다.

'우리 은하에 천억개의 별이 있고, 우주에는 천억개의 은하가 있다'
 
또 초신성에 관한 신문기사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하셨다.
 
'초신성에 대한 기사가 났어요.
별이 죽으면서 내는 흩어지는 것 속에 들어있는 물질들,
그 광물들이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들이에요.
우리 몸속에 있는 게 다 지구땅덩어리에 있고,
별들을 구성하는 물질로 우리 몸도 구성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가 예전부터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하던 얘기가
대단히 과학적인 얘기였구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그때 쓴 시를 들려주셨다.
 
너 반짝이냐 나도 반짝인다
우리 칼슘과 철분의 형제여
멀다는 건 착각
떨어져 있다는 건 착각
이 한 몸이 삼세며 우주
죽어도 죽지 않는 통일 영물

 
우주와 은하가 낭만적이라면 낭만적이지만, 여튼 어린 노시인에게 감명을 준 문구는 천문학자들이 밝혀낸 과학적인 사실이었다. 시인은 그때부터 이미 자연과학을 경이로움의 대상으로 받아들였으리라.
 
이 책은 박문호 박사님이 중학교 때 만난 책의 한 구절로부터 시작된 책이다.
그 구절은 다름아닌 정현종 시인의 다리를 풀리게 만든 바로 그 문장이었다.

'우리 은하에 천억개의 별이 있고, 우주에는 천억개의 은하가 있다'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 문장을 만난 박문호 박사님은 언젠가 이 말 뜻을 이해하겠다고 결심했다. 질문을 가슴 깊이 품어 안고 점점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우주, 은하, 지구, 생명, 인간, 뇌... 새로운 질문이 생겨남과 동시에 낡은 질문은 사라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질문은 점점 줄어들었다.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었다. 모든 것이 하나의 질문으로 모아지고 알아야 할 것은 많지 않았다.
 
낡은 질문을 버리는 방법을 기원을 추적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인간의 의식에서 뇌의 발생, 포유류의 진화, 척추동물의 진화, 진핵세포, 원핵세포, 지구 환경의 변화, 초신성의 폭발, 빅뱅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이 작업은 심리학, 신경과학, 진화생물학, 지구과학, 천문학, 입자물리학의 학문 영역을 아우르는 것이다. 문과와 이과의 벽, 학과 간의 벽, 학회 간의 벽이 높은 대한민국에서 쉽지 않은 통섭의 노력이 30년 동안 계속되었다.

드디어 2004년, 인문학 공부 단체인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뇌와 생각의 출현>이라는 강좌를 열면서 수강생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 수강생 중에 출판사 휴머니스트의 편집주간인 선완규 주간님이 계셨나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과학책을 낸 적이 없는 휴머니스트가 박문호 박사님의 책을 내겠다고 달려든 것이다. 그리고 2007년 불교TV에서 <뇌와 생각의 출현> 28회 강좌가 방송되면서 많은 사람들을 경이로운 자연과학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몇 년 전 우리 사회에 '통섭'이라는 화두를 던진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선생님도 통섭의 현장을 주목하셨다.
 
지금 우리는 이제 막 출간된 <뇌, 생각의 출현>이라는 책을 만났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고전적 질문을 풀어내기 위한 한 연구자의 30년 인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은 한 인간의 역사이자 우주의 역사이다. <뇌, 생각의 출현>은 137억년 전의 빅뱅에서부터 의식의 출현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한 달음에 내쳐 달린다. 이 책은 이러한 접근이 통섭의 시대에 와서야 드디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재천 교수님도 이 책을 우리 사회에서 '통섭'을 구체적으로 실현한 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재천 교수님이 '통섭의 시대'라는 윤곽을 그려냈다면, 박문호 박사님은 천문학, 생물학, 물리학 등의 자연과학을 하나로 묶어 '뇌'로 통섭한 최초의 연구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이해한다. 이 책은 엄청난 양의 정보를 주는 책이기도 지만,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 <뇌, 생각의 출현>은 인간의 의식을 우주적 스케일에서 보는 관점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은 읽는 사람의 뇌를 흔들어 놓는다.

“첫 독자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생명이라는 것에 경이로움을 느꼈고, 인간임에 감사했다. 또 책을 따라 우주에서 지구로 세포로 다세포 생명체로 인간으로 인간의 뇌와 생각으로 갔다가 다시 우주로 돌아가면서 그동안 나를, 나의 생각을 가둬두었던 고정관념들이 수없이 깨졌다. 놀랍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자연과학 책을 읽고 마음이 이렇게 여유로워질 수 있을까.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 이 경험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 이 책은 또한 나를 바꾼 책이다.
아마 모든 독자가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 이정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연구원이자, 독서클럽 100북스 총무로 활동하고 있다. 오랫동안 박문호 선생님과 함께 뇌 공부를 해왔다.


* 원고를 제공해주신 이정원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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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의학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 (2)
    from 正中龍德 2008-11-23 19:54 
    뇌, 생각의 출현 - 박문호 지음/휴머니스트 기존에 의학생물학, 생리학, 신경생리학, 해부학등을 배웠거나 현재 공부하고 있는 사람으로 이 책을 지금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일반인에게는 좀 딱딱한 내용이지 않을까 합니다만 중의학을 공부하려는 사람에게는 선행학습으로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사람의 몸 특히 뇌가 어떻게 진화해왔고 그 작용이 어떤지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힐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일생중에 사용하는 뇌가 아주 적다는 일반적인..
 
 
11$No.25 2008-11-19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상해봐야겠네요.

Sonnyhill 2008-11-21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꼭 한번 도전해 볼만한 가치있는 책입니다.

하이드 2008-11-23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인문학 책인가요? 읽다가 머리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과연, 읽었다..고 해도 좋은 것인가.라는건 차치하구요. ㅜㅠ 와- 페이퍼만 보면 낚이기 십상; 서점에서, 혹은 미리보기로라도 꼭 확인하고 사세요.

MD페이퍼로 여러번 올라와서 보게 되었는데, 진짜 원망이 한가득.

활자유랑자 2008-12-0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No.25 님, 링크 님 / 네, 분명 도전할 가치가 있는 좋은 책입니다. :)
하이드 님 / '낚시'로 느껴지셨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ㅜㅜ 음식이 그렇듯 책도 궁합이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제가 언젠가 "신문 서평처럼 사실 만만치 않은 내용임에는 분명합니다"라고 썼듯 어려운 내용임이 분명한데, 저는 그 '어려움'이 좋았거든요;) 다음에는 더욱 좋은 책을 소개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