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간의 동원훈련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한 지난 금요일. 어김 없이 쌓여있는 책더미 사이에서 빛나던 단 한권의 책은 돌아온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이었다. 도무지 교양이라곤 없는 인문MD가 "도대체 폴라니가 뭐라니?"라고 묻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신자유주의적 기획의 파국과 글로벌 경제 위기 때문. 만사에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모양이다.  

("폴라니가 뭐라니?"라는 질문의 답은 사실 간단하다. "쟤 이름")

2000년에서 2008년 상반기까지 그를 언급한 중앙일간지의 칼럼은 두세 건에 불과하지만, 2008년 하반기부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는 그 이름, 폴라니가 아직은 낯선 사람들에게 아래의 (가상) 문답은 그의 사상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애널리스트 : 우리 사무실은 고3 교실 같아요. 몇 주 뒤면 주요 경제 일간지에 '랭킹'이 발표되거든요. 업종별 애널리스트 순위가 매겨져요. 펀드매니저들이 애널리스트들을 평가해요. 인간이라는 상품에 공개적으로 등급을 매기는 거죠. 6개월에 한 번씩 있어요. 피가 말라요.

순위에 따라 연봉이 조정돼요. 공개되는 랭킹은 분야별로 5명 또는 10명인데, 요즘은 주식시장이 좋지 않으니까 10등 안에 못 들면 쫓겨날 각오 해야 돼요.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어요. 흔적이 없어요. 달팽이들처럼 소리도 내지 않고 사라져요. 여의도를 아예 떠나는 것 같아요. 점심 때 밥 먹으면 병신이래요. (중략)

폴라니: 마르크스는 당신의 계급을 저주했겠지. 케인스는 당신 같은 금융분석가를 휘하에 부리려 했을 테고. 하이에크는 당신의 역할을 찬양했지만, 실제로는 그리 행복하지 않지? 당신의 노동이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 돈을 벌어도 행복하지 않다는 느낌, 이 경쟁에서 언제 밀려날지 두렵다는 느낌…. 인간의 그런 불안과 공포까지도 위로해주는 것이 진짜 경제학이야.

"시장을 사회에 착근시켜라." 내 이론의 핵심이야. 어떤 경우에도 ‘상품화’시키면 안 될 것이 세 가지 있어. 노동·자연·화폐야. 재화를 교환하는 시장은 필요해. 그렇다 해도 노동·자연·화폐를 시장에서 ‘자유방임’으로 거래하면 곧바로 재앙이 시작되는 거야.

- 한겨레21 753호 '시장을 의심하는 당신 떠나라, 폴라니의 세계로' 중에서 (강조는 인용자)

마르크스와 하이에크를 비판하고 그렇다고 케인즈주의도 아닌 폴라니의 사상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전환>이라는 제목에 대해 알아 볼 필요가 있다.  

'거대한 전환'은 세 번의 급격한 사회적 변화를 말한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늘어난 생산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시장이 바로 첫 번째 전환이고, 대공황과 양차 대전을 거치며 국가가 다시 시장에 개입해 보호 무역 등을 펼치게 되는 상황이 바로 두 번째 전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기는 바로 국가의 통제 하에 놓였던 시장이 다시금 통제를 벗어난(신자유주의의 역습!), 두 번째 전환의 말기인 셈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 전환은 무엇인가? 소비자운동, NGO, 사회적 기업, 정치유권자 운동 등을 통해 정부가 아닌 시민사회가 시장을 통제하게 되는 전환을 뜻한다. 결국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국가(마르크스)도 시장도(하이에크) 정부(케인즈)도 아닌 '사회'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또한 "지금, 왜 폴라니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국가도 시장도 정부도 실패했으니까. "당신의 노동이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 돈을 벌어도 행복하지 않다는 느낌, 이 경쟁에서 언제 밀려날지 두렵다는 느낌"이 드니까. 이렇게 쓰고 보니 폴라니의 사상을 '위로의 경제학'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위로가 필요하다!) 

이상이 '교양 없는 인문MD'(TM)이 지금까지 귀동냥 하고 눈앞에 놓인 <거대한 전환>을 뒤젂이며 섭취한 엉성한 폴라니 요약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선생도 발문을 통해 "이토록 복잡하고 정교하면서도 난해한 책의 내용을 몇 줄에 요약하는 일은 힘들고 또 아마도 그릇된 것이리라"고 고백하고 있는 마당이니 오늘은 여기까지. 이 이상을 인문MD에게 요구하는 일은 힘들고 또 명백히 그릇된 것이다.
 

 

 

 

 

 

 

폴라니가 궁금하지만 <거대한 전환>의 두께와 가격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 분들에게는 책세상 문고 고전의 세계로 출간된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를 권한다. 폴라니의 사상 가운데 핵심적인 글 다섯 편을 추려 엮은 책은 작고, 가볍고, 무엇보다 저렴하다.  

뭔가 잘못된 것 같고, 행복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런 재미 없는 글은 읽기 싫어! 라고 소리치는 분들을 위해서는 <어린왕자의 귀환>이 있다. <십자군 이야기>,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김태권이 만화를 그리고, 우석훈이 해제를 달았다. '무급 인턴 왕자'가 된 주인공이 신자유주의의 우주를 돌아 다니며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의 우리 사회를 풍자한다. 무척 쉽고 재미있지만, 현실을 그대로 가리키는 풍자의 디테일이 때론 섬뜩하게 한다.   

그래, 분명히 잘못 된 것 같아. 그런데 대안이 없잖아. 우린 안될거야 아마… 라고 하실 분들을 위해서는 <촛불세대를 위한 반자본주의 교실>을 준비했다. 제목 그대로 세계 곳곳의 저항운동 사례들을 만날 수 있다. '반자본주의 저항운동'이라니, 세상에!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꼭 따라할 필요가 없음은 물론이고. 단지, 다른 사회도 가능할 수 있다는 상상력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 아닌가?

마지막은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우파는 부도덕하고 좌파는 무능하다?'라는 부제처럼, 자본주의도 미심쩍지만 비판 세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이다. 엉터리 논리로 무장하고 자본과 시장을 예찬하는 우파와 논리적인 오류는 짚어내지 못하고 무작정 반대하는 좌파에게 모두 뼈아픈 일침을 가하는 저자는 바로 <혁명을 팝니다>의 조지프 히스. 흥미롭고 통쾌한 뼈아프며, 또한 논쟁적이다.   

 

07년 <금각사>
08년 <인 콜드 블러드>에 이어
09년 동원훈련 선정 도서는 바로 <그리스인 조르바>. 
걸걸한 입담으로 유명하신 조르바 선생의 어록 중에서 몇 개를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아니요,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과 다를지 모릅니다. 그것뿐이오.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있어요. 당신은 오고 가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 버리지 못해요. 그런 줄을 자르지 않으면...." 

"내가 인생과 맺은 계약에 시한조건이 없다는 걸 확인하려고 나는 가장 위험한 경사 길에서 브레이크를 풀어 봅니다. 인생이란, 가파른 경사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지요. 잘난 놈들은 모두 자기 브레이크를 씁니다. 그러나(두목, 이따금 내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가를 당신에게 보여주는 대목이겠는데)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 지 오랩니다. 나는 꽈당 부딪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기계가 선로를 이탈하는 걸 조심한다면 천만의 말씀이지요. 밤이고 낮이고 나는 전속력으로 내달으며 신명 꼴리는 대로 합니다. 부딪쳐 작살이 난다면 그뿐이죠. 그래 봐야 손해 갈 게 있을까요? 없어요. 천천히 가면 거기 안 가나요? 물론 가죠. 기왕 갈 바에는 화끈하게 가자 이겁니다." 

"두목, 당신의 그 많은 책 쌓아 놓고 불이나 싸  버리시구랴, 그러면 알아요? 혹 인간이 될지?"  
 
그러니까,  

"악마나 물어가라지!" 

* 땔감은 쌓였지만 여름은 덥고, 빙하기는 너무 머네요. 인간이 되기는 요원한 이번 주도 만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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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르크스vs케인스vs폴라니 - 경제학 거인들의 부활
    from 고장난 자본주의 대안을 말하다 2009-07-10 18:16 
    이 맑시즘을 소개했다. 칼 폴라니를 만나 보라는 권유와 함께. 덕분에 맑시즘2009는 졸지에 한겨레21이 권유하는 토론회가 됐다. “이 추천한 토론회, 맑시즘2009에 와 보시지요?!” ^^! 추천사(?)는 이렇다. 올해로 10번째 행사를 맞는 ‘맑시즘 2009’의 수용 능력은 조금 더 넉넉하다. ‘고장난 자본주의, 대안을 말하다’를 큰 주제로 잡았는데, 주요 세션 가운데 하나로 ‘맑스 vs 케인스 v...
 
 
뚜벅이 2009-07-17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문교양 MD님이 생각하시기에 조지프 스티글리츠라는 분이 왜 난해하다고 했을까요? 님의 서평을 보면 별로 난해할 것 같지 않고 책 소개 기사를 보아도 자연발생적이고 현존하는 "자유주의 시장"이란 없다는 증거를 귀납식으로 (서양 역사 속에서 여러가지 증거를 대면서) 서술한 책 같은데... 오히려 책의 가격이나 두께를 봤을 때 난해하기 보다는 지겨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독서 토론회를 만들어서 같이 읽어볼 책으로 해볼까 하는데 좀 걱정되네요, 첫 책으로 너무 두껍고 비싸니...

활자유랑자 2009-07-20 13:17   좋아요 0 | URL
음, 글쎄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 다루고 있는 내용 자체가 광범위하며 또한 읽는 이의 많은 배경지식을 요하기 때문이겠지요. 기사나 책소개는 그 중의 일부분만을 단순 요약한 것에 그치기 때문에 실제로 읽는 것하고는 꽤나 다른 것이 사실이지요. (이 이상을 저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힘들고 또 아마도 그릇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책으로 <거대한 전환>을 고려 중이시라니, 참 멋진 독서토론회인데요. :)
 

 

 

 

 

 



6월민주화항쟁계승사업회로부터 이 작품의 작업을 제안받았을 때 거절을 할 심산이었다. 첫 이유는 내가 그 사건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1987년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고 주변의 어른들 또한 직접적 기억이 없었다. (중략) 이후에도 따로 현대사를 공부한 적이 없으니 남 앞에 이야기를 풀어낼 자격도 실력도 없었다. 세금을 들여 하는 일이라면 당시의 공기를 기억하고 잘 아는 작가가 맡는 것이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는 길이라 생각했다.

작가의 말에서 최규석이 밝힌 것과 비슷한 이유로, 나는 <100도씨>를 소개하는 일이 어렵다. 물론 할 말은 있다. 좋은 책이고,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건 구매자 40자 평이 아니잖는가. 조금 보태 죽을만큼 어렵다, 라고 해도 큰 거짓말은 아니다. 이 페이퍼의 마감 데드라인을 두 번이나 어겼고, 데드라인은 '못지키면 죽는 최후의 선'이 아니던가. 그러니, 이미 두 번을 죽은 셈이다.

다른 이유는 배알이 꼬여서였다. 87년 이전 공고를 졸업한 동네 형님들은 20대 후반이면 혼자 벌어서 제 소유의 자그마한 주공아파트에서 엑셀을 굴리며 아이들을 낳고 키웠었지만, 지금 내 또래의 친구 중에 부모 잘 만난 경우를 빼면 누구도 그런 사치를 부리지 못한다.  

6월항쟁 당시 명동성당에 격리된 사람들에게 밥을 해 먹였던 철거민들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맞고 쫓겨나고 있고, 노동자들은 제 처지를 알리기 위해 전태일 이후로 수십년째 줄기차게 목숨을 버리고 있지만 전태일만큼 유명해지기는 커녕 성형 기사에조차 묻히는 실정이다. 선생님이 멋있어 보여 선생님을 꿈꾸던 아이들이 지금은 안정된 수입 때문에 선생님을 꿈꾸고 아파트 평수로 친구를 나눈다.  

나역시 조금쯤 배알이 꼬이기도 했다. 좋은 책이고,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지만 무턱대고 들이밀며 '사세요, 사세요!' 하는 일은 너무 '장사'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건 일종의 부끄러움이지만, 내가 '장사꾼'이어서 느끼는 부끄러움은 아니다. 그건 이런 것이다. 



 

 

 

 

 

 

 "책상을 탁 하고 치니까 억 하고 쓰러졌다"는 경찰의 발표에 양복을 입고 소주를 마시던 직장인들이 분노를 터트린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어디서 그런 구라를 치냐고. "종철이 가는 길에 술이나 한잔 올리자"며 잔을 드는데 옆 자리에서 술을 마시던 학생이 다가와 시비를 건다.  



 

 

 

 

 

 

 

 

 

 

 

 


그런 술은 치우라고, 자본의 단물이나 빨고 있으며 종철이 죽으니까 눈물 한방울 흘려주시냐고.  

그러니까, 내가 느끼는 부끄러움이 바로 이런 것이다. 누군가 내게 "자본의 단물을 빨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알다시피 설탕과 올리고당과 꿀을 같은 '단물'이라고 하기 민망하다…) 문제는, 언젠가의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아직도 나는 종종 그런 어법을 구사한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에 최규석은 이렇게 말한다.  



 

 

 

 

 

 

 

 

 

 

 

 

 

'도덕적 우월감'의 빈자리에 들어서는 것이 바로 부끄러움이다. 하지만 그 부끄러움은 미묘하다. 마냥 숨을 수만은, 숨길 수만은 없는 부끄러움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그 부끄러움은 정말 씻을 수 없는 부끄러움이 되고 말테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렇게 말한다고 부끄러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면서.  

그럼에도 작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이 작품이 전국의 중고등학교에 배포되기 때문이었다. 똑같은 얘기라 하더라도 그 대상이 청소년이라면 하나마나한 소리도 꼭해야 하는 소리가 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아무것도 아닌 걸 위해 수많은 사람들 - 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처럼 터무니없이 약하고 겁 많고 평범한 사람들 - 이 피와 땀을 흘렸고 제 삶의 기회를 포기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책에 대해서 "좋은 책이니 읽어들 보세요"라고 하는 것 외에 더 할 말을 찾지 못한 나는, 대신 함께 나온 두 권의 책과 한 장의 앨범을 통해 못다한 설명을 대신하려 한다. ('왼손은 그저 도울 뿐' 같은 느낌으로)  

차병직 변호사의 <상식의 힘>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꾼다. 상식을 '보통 사람들의 정상적인 판단에 의해 정해진, 한 사회가 반드시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고귀한 가치'라고 정의하는 책은, 얄팍한 타협과 기회주의가 상식을 압도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상식에 안주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설 필요가 있지만, 그 이전에 최소한의 상식이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끓는다'. 물론 무턱대고 끓지는 않을 것이다. 물이 100도씨가 되면 끓듯 사람들에게도 어떤 비등점이 있는 것이다. <100도씨>는 바로 그 과정을 보여준다. '온건한 시민'들이, 87년 6월이, 어떻게 끓어올랐는지를.  

<무엇이 시민을 불온하게 하는가>는 폭넓은 주제를 인문학적 교양을 통해 맛깔나게 다룬 <상식의 힘>에 비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오늘의 현실을 가리킨다. 인사파행 속에 막을 내린 KBS 1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 왕상한입니다'의 '최 변호사의 뉴스 해석'을 묶은 책이 다루는 것은 집시법 개정, 광고주 불매 운동, 용산 참사, 삼성 특검 등 여전히 뜨거운 이슈들. 오늘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몰상식의 풍경들이다.  

시민들이 '불온'해지는 것은 (아련한 '불온서적'의 추억…) '상식'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단순한 논리는 중요하다. 이 단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식'을 지키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힘으로 짓누르려 할 때, 그리하여 또다른 '몰상식'이 동원될 때, 당연히 시민들은 더욱 더 불온해진다. 그것이 바로 <상식의 힘>과 <무엇이 시민을 불온하게 하는가>와 <100도씨>가 전해주는 교훈이다. 오컴의 면도날 처럼 너무나 심플한, 상식 그 자체.  

그리하여 이 글을 쓰는 내내 내가 떠올린 것은 영국산 펑크 밴드 클래쉬의 'I fought the law'였다. 그들 역시 이렇게, 웃음이 나올 정도로 단순한 논리로, 노래했기 때문이다. "나는 돈이 필요했어 / 한 푼도 없으니까 / 나는 법과 싸웠고 / 법이 이겼어" 그렇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법과 싸우고 지는 일을 끝없이.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죽잖아. 근데도 살잖아?"

 

 

* 고맙습니다. 이번 주도 만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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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 시대 가장 hot한 만화가 최규석 그리고 "100도씨"
    from 창비 인문사회팀 블로그 2009-06-19 11:05 
    안녕하세요, 창비 인문팀입니다. 우선 『100℃』를 사랑해주시고, 최규석 작가님을 사랑해주시는 수많은 네티즌, 독자 여러분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조만간 최규석 작가님과 독자 여러분의 만남을 주선하는 이벤트로 찾아뵙겠습니다. 더욱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한가지 말씀드리면 한국만화 100주년 기념 작가싸인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최규석 작가 싸인회는 6월 20일(토) 오후 5시부터 반디앤루니스 코엑스점에서 있다고 하네요. 많은 성원 부탁드립...
 
 
콩콩 2009-06-19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참. 너무나도 진솔한 글입니다. 읽으면서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상식의 힘도 힘이지만, 정직하고 진실한 것의 힘에 당할 장사는 정말 없을 것 같아요. 진실한 님의 글이 저를 감동시킨 것처럼요. 그리고 클래쉬의 런던 콜링!!

활자유랑자 2009-06-23 16:22   좋아요 0 | URL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

소영 2009-06-1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이 만화 읽으면서 제일 마음에 남는 곳 중 하나가 저 부분이었는데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왼손은 거들 뿐! ㅋㅋ 최고예요)

활자유랑자 2009-06-23 16:23   좋아요 0 | URL
아! 왼손은 돕는 게 아니라 거드는 거였지요 ㅎㅎ

2009-06-19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활자유랑자 2009-06-23 16:2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푸른열정 2009-08-21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링크를 해놓아야 할 듯! ㅋㅋ

활자유랑자 2009-08-25 15:2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가벼운 팩션 류를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역사'시장'이 주춤한 것도 벌써 꽤 오래 전의 일이다. 담당 MD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안타까운 마음에 인공호흡을 하고 손발을 주물러도 보았지만 이미 그런 시도도 접어가는 시기가 왔다는 이야기다. 그게 '시장'의 법칙 아닌가? 그 외에도 건사할 인문, 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가 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역사시장의 팽창과 수축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분석이 있어왔고, 그 대부분은 "'흥미위주'의 몸집 불리기가 시장을 망쳤다"라는 문장으로 압축 되겠지만 그것 이상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를테면 "역사란 무엇인가?" 같은 질문. 아무도 그 질문을 던지지 않았을 때 역사는 '흥미거리'의 하나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물론 흥미는 질리게 마련이고 이 글은 일반론이다.

그치만 시간은 흐르고, 흐름과 유행은 돌고 또 돌아 우리 앞에는 또 다시 묵직한 역사책이 놓이게 되었다. 이른바, 역사서의 부활? 사실 내가 이 책들에 대해 해야 할 말은 "반갑다" 한 마디면 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반갑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므로, MD의 본분을 다해 소개해보자면-  

<콜디스트 윈터>는 '뉴저널리즘'의 창시자 데이비드 핼버스탬의 마지막 유작으로(핼버스탬은 <콜디스트 윈터>의 원고 탈고 후 닷새 만에 다른 취재를 위해 이동하다가 자동차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전쟁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108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실제 참전했던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녹아든 책은 마치 소설처럼 흥미롭다. ('한국전쟁'을 다룬 책을 단지 '흥미롭다'고 말하는 것은 윤리에 어긋나는 일일까?)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원제 : Stalingrad)>의 앤터니 비버의 <스페인 내전> 역시 830쪽이라는 만만치 않은 분량을 자랑한다.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이라는 부제에서도 느껴지듯 수많은 이들의 자발적인 참전을 이끌었던 '가장 열정적으로 수행된 이념 전쟁'을 명쾌하고 탁월하게 분석하고 있는 이 책에 대해서는 저명한 영국의 사학자이자 비버의 스승인 존 키건의 한 마디면 충분할 듯하다. "스페인 내전에 관해 더 덧붙일 것이 없는 책"!

<암흑의 대륙>은 아직 우리에겐 낯선 마크 마조워의 저작으로 20세기 유럽 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지만 유럽 현대사에 대한 매우 독창적인 주장을 담은 연구를 통해 해외에서는 에릭 홉스봄(!), 닐 퍼거슨(영국을 다룬 <제국>이 번역되어 있다)과 함께 현대 유럽사 연구를 대표하는 학자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20세기 유럽의 역사가 민주주의, 진보, 자유의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기존의 견해와 달리 그 안에 이미 내재되어 있던 폭력과 증오, 잔혹함을 주목하며 새롭게 역사를 해석한다.  

<정조어찰첩>은 참 뜻깊은 책으로, 위에 나열된 4권의 책 중에서 유일하게 알라딘 '웰컴 페이지'에 프로모션 된 책이기도 하다. 내용은 이렇다. 2009년 2월, 정조의 비밀편지 297통이 새롭게 발견된다. 여기서 핵심은 '비밀'에 있는데, 그 모든 편지는 다름아닌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였던 것. 심환지가 누구던가? 노론의 거목으로 정조와 정치적 적대 관계에 있었다고 평가되는 인물이 아니던가?  따라서 이 편지들은 기존의 역사해석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는 말씀.    

물론 연구자 아닌 '일반독자'인 우리들은 "그래서 뭐?"라고 되물을 권리가 있다. 그래서, 책을 먼저 접한 일반독자의 대표로서 말씀드리자면, 이 편지들은 재미있다. 많은 비밀 얘기가 그러하듯. 꾸밈 없는 정조의 소탈한 문체와, 가감 없는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심환지의 부인과 조카의 건강을 묻고, 속상한 일들을 털어 놓으며 소소한 국정을 챙기는 임금의 모습은, 고금을 막론하고, 노소를 불구하고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간밤에 잘 지냈는가? 나는 밤에 더워서 잠시도 눈을 붙이지 못하였다. 새벽이 되자마자 빗질하고 세수한 뒤 지금까지 수응하고 있으니 얼마나 피곤한지 알 것이다. 껄껄 웃을 일이다.  

여기 적어놓은 사람들은 이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제야 다시 살펴보고 적어 보낸다. 경의 생각이라고 하면서 이조 판서와 상의하는 것이 어떠한가? 이것은 지극히 공정한 마음으로 하는 일이니, 코가 붙은 곳이야 내가 어찌 알겠는가? 껄껄. 이만 줄이다.  

- 정사넌1797 7월 8일 저녁에 받은 편지 중에서 (* 심환지가 받은 날을 이른다)

 

 

 

 

 

 

 
조금 '무게'는 덜하지만 여전히 주목할 만한 역사책들도 함께 소개하자면-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는 <십자군 이야기>의 김태권 씨의 새 책이다. 단독 작업으로는 참으로 오랜만. 제목 그대로 르네상스 미술사를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서울대 미학과 출신이라는 이력답게) 재구성하고 있다. (참고로 '신자유주의 시대의 어린왕자'라는 컨셉의 책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교양만화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사실 해당 분야의 기반이 전무한 상황이라 절로 응원하게 된다. 힘내세요!  

<황제의 무덤을 훔치다>는 얼마 전 열렸던 서울국제도서전 당시 '여고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책이라고 한다. 30대의 남성들을 독자로 예상했던 출판사에서는 깜짝 놀라셨다고. 아마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과 마치 소설을 연상케 하는 표지 때문이 아닐까. 제목 그대로 황제의 무덤을 파헤치던 '간 큰 도둑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은, 전설의 고향을 보듯 흥미진진하니 일찍 찾아온 더위에 지치신 분들이 읽기에 안성맞춤.  

케네디와 닉슨의 사진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책은 제목부터 <라이벌의 역사>다. 세계사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라이벌 23쌍을 들어 그들의 관계, 대결의 초점, 과점, 결과, 승자와 패자, 그들이 역사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 분석이라고 하니 좀 딱딱하게 들리지만 '라이벌의 대결'이란 언제나 흥미진진한 주제가 아니던가? 트루먼 vs 맥아더, 장개석 vs 모택동, 스탈린 vs 트로츠키, 나폴레옹 vs 웰링턴, 엘리자베스 1세 vs 여왕 메리 등 흥미로운 라이벌들의 이야기가 가득.   

마지막으로 소개할 역사 신간은 바로 <조선왕조실록>. 한 권으로 역사를 정리하는 일이 쉬운 일은 물론 아니지만, 역사에 약하다면 이 책으로 역사에 흥미를 붙여 보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한다.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제목의 많은 책들이 있지만, 가장 최근의 책 답게 연산군을 비롯한 인물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 특징.   

 

 

나는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개論'을 길게 풀어보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개 같은 인간들의 연대기, 犬人주의의 역사 같은 것… 고작 그런 것을 소망으로 품고 있다.

언젠가 이야기했지만 한국에서 '개' 같은 인물형을 말할 때 가장 으뜸은 김훈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논하는 '개'의 정의는 이렇다. 언젠가 썼던 페이퍼를 빌자면 "과거의 신화 속에 존재했던 영웅들, '맹수' 같은 인간들이 멸종된 자본주의 사회에는 대신 '개 같은' 인간들이 존재한다. '개'는 살아가나 화해할 수 없기에 불행하고 그것을 결코 잊지 않지만 또한 끈질기게 살아간다.")  

물론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김훈을 '개'로 지목했고, 나름의 '개'론을 펴왔지만 정작 이 책은 나의 고유한 '개'론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 같아 부러 피하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결국 이 책을 폈고, 한숨에 읽었으며, 책을 덮고 이렇게 묻고 싶어졌다.  

"이 책은 자서전입니까?"

나는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아 자꾸만 입술을 달싹거리지만 그에게 물을 수 없음을 알고, 설령 그에게 대답을 듣는다 해도 그것이 나의 대답이 아님을 이미 알기에, 그저 입을 다물고 살아보려 노력한다. 어린 개는 이렇게 자란다.  

* 고맙습니다. (참으로 오랜 만에) 이번 주도 기어이 만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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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엔 T 팬티가 뜬다고 한다. 4월 4일자 조*일보 경제면 기사다. 불황에 미니스커트가 뜬다는 이야기는 이미 상식을 넘어 고릿적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미니스커트 -> T 팬티의 환유는 독창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굳이 인터넷 기사의 표제를 그렇게 뽑은 이유는 무얼까? 

1. 불황 = T 팬티라는 므흣한 연상을 선물하기 위해서
2. 너무나 획기적인 뉴스라서
3. 클릭수를 위해
  

답은 뻔하고, 이 페이퍼의 제목도 같은 논리에 의해서 작성 되었음을 미리 밝힌다.

물론 불황에 뜨는 것이 T 팬티만은 아닌 모양이어서, 오늘 만난 우석훈 선생은 이런 말을 했다. 공황에는 사회적 담론들이 활발하게 생성되기 마련이고. 그것이 꼭 한 목소리로 모아질 필요는 없다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모두 같이 공멸하는 것밖엔 안된다고. 사회적 담론의 다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뜻.  

나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 책들을 앞에 늘어놓고 보자니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과연, 하고.  

꽤 선동적인 제목을 하고 있는 <혁명을 표절하라>의 원제는 <Do It Yourself : A Handbook for Changing Our World>. 지속 가능한 삶, 의사 결정, 건강, 교육, 먹을거리, 문화 행동주의, 자율 공간, 언론, 직접행동 등의 장을 통해 숨을 죄여오기만 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의 손으로 직접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대단히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방법들을 담고 있다. 원제의 제목은 적확하지만, 마음을 잡아 끄는 힘에 있어서는 번역서 제목이 더 좋다.  

이 책은 사회 변화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나 정치 정당 혹은 운동 집단("우리에게 10파운드를 주시면 우리가 당신을 위해 세상을 지켜 줄께요"라는 식의)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방법에 대해 거창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는다. 세상의 잘못된 점에 대해(많은 훌륭한 책들이 이미 이런 일을 하고 있다), 정부를 전복할, 혹은 정치적 권력을 잡아야 할 필요성에 대해 한 번 더 이야기를 늘어놓지도 않는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세상에서 직면하는 도전들에 대항해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그리고 정부나 기업들과 관계없이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 여는 글 '우리 손으로 세상 바꾸기' 중에서 

오늘 우석훈 선생과 함께 만난 인물은 일본 비정규직 운동의 아이콘, 아마미야 카린이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이름이지만, 우석훈 선생의 말에 따르면 "일본 NHK나 아사히 등의 언론에서 거물급으로 대우"하는 키 퍼슨과 같은 인물이란다.  

그녀의 이력은 꽤나 특이하다. 10대 이전에 집단 따돌림을 경험하고, 비주얼 록밴드의 그루피이기도 했으며, 몇 번의 자살시도 끝에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20세 때에는 천황을 찬양하는 극우파 펑크 밴드(!)를 만들어 보컬로 활동했다.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하지만 좌파 성향의 다큐멘터리 감독, 쓰치야 유타카와의 만남을 계기로 그녀는 변한다. 로리타 복장을 하고 천황을 찬양하는 '악'을 질러대던 스무살 아가씨에게 어떤 훈계도, 동정도 없이 그저 카메라를 건네 준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아마미야는 어느 순간부터 사회와 자신의 접점을 찾아내고 허무로부터 벗어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민족주의자 아마미야는, 아직 아마미야 자신이 아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주의主義를 짊어지는 순간, 사람은 자신을 잃어버린다. 그녀는 비디오카메라와 마주함으로써 그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결국 그녀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좌회전을 통해 '프레카리아트' 운동, 당사자 운동에 뛰어들게 된다. 그 후 <생지옥 천국>, <살게 하라! 난민화하는 젊은이들> 등 수십 권의 저서(르포)를 통해 상징적인 인물로 성장한 것이다. <성난 서울>은 그런 그녀가 방문한 2008년 여름의 서울이다. 분명 그때 서울은 성난 에너지로 가득차 있었으니까.

가십을 좋아하지만 또한 가십을 폄하하는 우리들은 '그래서?'라고 시큰둥하게 물어볼지도 모른다. 아마 이 책을 읽고도 그렇게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두꺼운 얼굴을 가졌을 것이다. 삶에서 우러나온 시선으로 서울을 바라보는 그녀는 젠체하지도, 방정을 떨지도 않으면서 단순하고 명확한 말로 누구도 쉽게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발문과 결문을 쓰고, 중간의 대담을 함께 한 우석훈은 이 책의 공저자다)  

그나저나, 그 '성났던 서울'은 어디로 갔을까?  

마츠모토 하지메의 가난뱅이의 역습은 이미 지난 페이퍼를 통해 장문의 머릿말을 통째로 옮긴 적이 있으므로, 굳이 더 긴 설명을 늘어 놓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만국의 듣보잡이여 궐기하라!' 참고)

일본에서 '가난뱅이'로 즐겁게 살고 있는 마즈모토 하지메는 아마미야 카린과는 친구 사이로, 아마미야 카린의 권유로 함께 방한을 했다고 한다. (하지메는 어제 성미산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갖고 이미 귀국했으며 나는 하지메가 디자인한 '가난뱅이 티셔츠'를 입고 카린을 만났다. 카린은 티셔츠를 가리키며 "하하, 힌콘!貧困"이라며 반가워했다… 빈곤이 이렇게 기쁠 줄이야…)  

시종일관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책이지만,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것은 고단한 삶, 그 자체다. 아마미야 카린이 말했던, 버블 경제 붕괴 이후 10년 동안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묵묵히 참고 살다 보니 어느새 '친구가 노숙자가 되는 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그런 상황이 지금 일본에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 이 책이 깊이 와닿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그저 대단할 뿐이다. 이 책이 철저한 실용서인 이유는 우리 또한 10년 후를 대비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68을 다룬 조지 카치아피카스의 명저 <신좌파의 상상력>이 재출간 되었다. '88만원 세대의 희망찾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이 앵글을 넘어>(절망의 트라이앵글은 '대학등록금 1000만 원' - '청년실업 100만 명' - '사회의 오해와 무관심'의 삼위일체를 뜻한다. 사실 삼위일체라고 표현하기엔 너무 '후지다')와 경제학도라면 누구나 가방에 넣지 않고 손에 들고 다니기 마련인 <미시경제학>의 저자 이준구 교수의 <쿠오바디스 한국 경제>는 함께 읽어볼 만한 책이다. 나는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드는 직장인이라면 가차 없이 '비타 악티바 개념사 시리즈'의 <노동가치>를 추천함미다.  


* 길고 긴 4월이 끝났네요. 5월엔 살림살이 좀 나아질까요? 고맙습니다. 이번 주도 만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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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 2009-05-08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책을 소개받아서 기분이 좋은데..한편으로는 너무 서글프네요..글의 내용이...막상 책을 읽고나면 더하겠죠...가슴이 답답해집니다...근데..태그에 '아내일도출근해야겠네'ㅋㅋㅋㅋㅋㅋㅋㅋ

활자유랑자 2009-05-11 19:14   좋아요 0 | URL
그래도 에너지와 긍정이 있는 책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제 추석까지는 단 하루의 공휴일도 없다는 사실도 조금 답답하고 서글픈 일인 것 같아요. ;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MD란 참 고민 많은 직업이 아닐수 없다. '뭐(M)든지 다(D)한다'의 약자라는 웃기지도 않은 업계 농담이 있을 정도다. 딱히 불평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사실 <고민하는 힘>도 많은 고민을 안겨준 책이었다. 출판사에선 많은 판매를 기대하는데, 솔직히 긴가민가 한 경우 나는 고민한다. 물론 그것은 책의 작품성, 완성도와는 별개의 문제다. 모든 출판사는 좋은 책을 내려고 한다. MD는 좋은 책을 많이 팔려고 한다. 당연하게도, 모든 좋은 책이 많이 팔리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경우에는 표지 탓이 컸다. 인문학 분야 베스트 1위를 당당히 달리고 있는 지금은 그런 고민이야 깨끗하게 사라졌지만, 그래도 턱을 괴고 어딘가를(설마 나를?) 보고 있는 강상중 교수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면 조금 심란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 주 신간메일 제목엔 '김상중 교수'라고 오타를 내기도 했다. 물론 강상중 교수 탓은 아니다)

고민이란 말은 내게 싱크대를 떠올리게 한다. 모든 방치된 집안일이 그렇듯, 그릇으로 가득 찬 싱크대는 묘한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주말이면 남아있는 밥공기가 없어 큰 맘 먹고 설거지를 해보지만, 이런. 분명히 10분 전에 설거지를 한 것 같은데 이내 싱크대에는 그릇들이 놓인다. 물론 나는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한의 설거지를 해냈으므로 곧바로 설거지를 할 마음은 없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설거지가 쌓이지 않는 날은 단 하루도 없는 셈이다.  

사무실 책상위의 전화기는 또 어떤지. 딱히 수화기를 빙빙 돌리거나 하는 것도 아니건만, 내가 모르는 종류의 자연법칙이라도 작용하고 있다는 듯 전화선은 언제나 꼬여있다. 전화를 받다가 함께 딸려오는 전화기에 당황해본 사람은 안다. 마치 계단을 헛딛은 것처럼, 매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혹시라도 사무실로 전화를 거셨다가 받자마자 "여보세.. 컥"라고 해서 놀라셨던 분이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어 사과를…)

언제나 바라보면 잘릴 준비가 되어 있는 손발톱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손톱깎이 정도는 다룰 줄 알지만, 일종의 알람처럼, 똑똑 손톱을 깎고 있자면 나도 모르는 새 흘러간 시간을 생각하게 된다. 아니, 어느새 손톱이 이렇게 자란 거야? 똑, 똑. 도대체 그 시간들은 어디로 사라진 거지? 똑, 똑. 이봐, 자네 혹시 내 시간 봤나? 똑. 분명 도시락 통에 넣어둔 것 같은데 감쪽같이 사라졌단 말이야. 거 참… 아, 젠장 입에 튀었네. 퉤퉤퉷! 

이것들은 내가 인생해 대해 가지는 느낌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언제나 꺼림직하고, 죄책감이 들며, 꼬여만 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도리도 없이 시간은 흘러만 간다.

다들 마찬가지인 건지 <고민하는 힘>은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참 다행스럽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정말 이 (알 수 없는 사람이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책이 잘나갈까?"라는 내 고민은, 헛고민이었던 셈이다. 사실 우리의 많은 고민은 헛고민이다. 끊임없이 자라나는 잔가지 같은 고민들. "오늘은 또 어떤 옷을 입어야할지 / 머리는 또 어떻게 만져야 좋을지 / 이건 어떠니 또 저건 어떠니 고민 고민하지 마!"라고 이효리가 노래했던, 그런 고민들. 그래, 그런 고민은 지겹다.

사실 우리가 계속해서 작은 고민들을 안고 사는 것은 편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손 안에 넣고 주사위를 굴리듯 '짱구'를 굴려볼 수 있으니까. 큰 고민이 가끔 말을 걸려 하면 "아 잠깐만, 나 지금 바빠"라고 별 죄책감 없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강상중 교수의 책은, 이 책을 집은 사람의 심리를 '배반'하는 구석이 있는 셈이다.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큰 고민'이니까.

이쯤에서 폴 발레리(의 것으로 알려진 경구)를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는 사람은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사는 대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는 말. 정원사가 꿈이 아닌 이상 그 고민은 '큰 고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고민의 잔가지만 치고 있다고 정원사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마음먹은 당신에게, 한 손에는 막스 베버와 다른 손에는 나쓰메 소세키를 붙들고 있는 이 책은, 적잖은 위로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 많이 고민하시라고 특별히 첫 줄의 나머지 세 권을 철학책으로 채웠다. 여기까지 쓰느라 벌써 적정량(?)의 고민을 한 본 담당MD는 나머지 세 권에 대해 별 다른 코멘트를 붙이지 않겠다… 라고 하면 부장님이 부르시겠지!  

- 책날개에 상당히 재미있는 저자 사진을 담고 있는 <시차적 관점>은 아시다시피, 지젝의 책이다. 이 책에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지젝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이미 여기저기서 많은 정보를 들어 알고 계실 테니. 

이 책에는 파란색 '편집자추천' 딱지가 붙어 있는데, 대개의 경우 그것은 "아, 책 파는 사람이 읽어도 정말 좋네요"(개인적 취향 78%)이지만, 이번 경우는 "지금 당장 읽어버리고 싶은 책!"임을 뜻한다. 실제로 내가 838쪽을 자랑하는 이 두꺼운 책을 읽으려면 안식년이 필요하겠지만…

나는 아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차적 관점>은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1989) <부정적인 것과 함께 머물기>(1993) <까다로운 주체>(1999)의 뒤를 잇는 주저이며, 스스로 대작(Magnum Opus)라고 칭한 대표적인 저술"이라고. 번역은 꽤나 매끄럽다고. 

이렇게 말하는 건 어떨까. 

많은 신문기사들처럼 대충 보도자료를 짜깁기해 설명할 수는 물론 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선호합니다"라고. (물론 이건 단순한 '패러디'에 불과하다. 나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인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 <드림 위버>는 그 두터움에 있어 <시차적 관점>을 닮았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고민하는 힘>을 닮았다고 해야겠다. 형식에 있어서는 <소피의 세계>를, 플롯을 따지자면 <기억 전달자>를 닮았다고 말해도 좋다. 한 마디로, 소설의 형식으로 철학을 다루지만, 철학사적 접근이 아닌 논쟁거리를 던지면서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두껍지만 어렵지 않은 책. 

- <고대원자론>의 부제는 '쾌락의 윤리로서의 유물론'이다. 쾌락과 윤리와 유물론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말들이지만, 같이 붙여 놓으니 꽤나 근사하게 들린다.

쾌락의 유물론은 하나의 '비판철학'이다. 고대 원자론자들은 신성하게 여겨지며 사람들을 사로잡는 신화, 종교, 제도의 부조리함을 비판하고, 지금 여기에서의 삶 속에서 강렬하고 완벽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쾌락의 철학을 설파하며, 이에 다다르기 위한 우정의 윤리학을 제시한다. 장 살렘은 고대 원자론자들을 따라 유물론에 '비판'이라는 역할을 부여하는 동시에, 쾌락의 '유물론'을 '윤리'의 문제로 만든다. (중략)

일체의 초월적 원리를 부정하고 형이상학적 체계를 뒤흔드는 ‘스캔들로서의 철학’. 당연시되는 것들을 의문시하고, 행복을 위한 새로운 체계를 구성하는 철학. 이는 사회 체제에 수상하고 위험한 것으로 비쳐졌고, 끊임없이 관념론자들의 공격을 받았다. 게다가 기독교적 세계가 들어서면서 원자론은 더욱 철저하게 비난받고 금기시됐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철학은 현재적이다. 역사의 종언이 이야기되고 공고화된 체제가 사람들을 억압하는 시기, 계층화가 확대되고 다른 삶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매우 힘들어진 지금, 고대 원자론자들이 제시한 물음들은 여전히 의미를 잃지 않는 것이다. 

- 출판사 보도자료 중에서

 

 

 

 

 

 

 
<심리학 초콜릿>의 저자 김진세가 남자인 줄은 TV를 보고 알았다. 사실 <심리학 초콜릿>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지금은 20대 여성들을 위한 책이었기 때문에, 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스타트 신드롬>은 꽤나 공감하며 읽게 되었으니 말이다. 

시작은 언제나 두려운 법이다. 새로이 무언가를 쥐기 위해서는 지금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하고, 그것이 아무리 하찮을 것이라도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그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겠지. 자신이 없어서, 의욕이 없어서, 상처가 두려워서, 게을러서. 아니면 정말 신체적으로 어지럽고 숨이 막혀서. 등등등. 오죽하면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을까. 그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스타트 신드롬이다.

반대로 누군가는 시작을 쉽게 하기도 한다. 문제는 시작만 하고 만다는 것. 우리 모두는 이런 경우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준비된 말이 바로 '작심삼일'. 이 역시 스타트 신드롬에 포함된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중간, 끝이 있게 마련이니. 시작만 해놓고 마무리 하지 않은 일은 알게 모르게 마음의 다락방에 쌓이고, 언젠가는 반드시 터져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스타트 신드롬>은 꽤나 위안이 된다. 우리 모두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니까. 하지만 아무리 달콤해도 위로가 곧 해결은 아니다. 우울증을 이기기 위해 초콜릿을 먹던 사람들이 이내 불어난 몸무게의 역습에 더욱더 우울해지듯. 그런 면에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그래, 한 번 시작해보자!"라고 마음먹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을 읽은 후 기타노 다케시의 [키즈 리턴] 이후 10여 년간 (가끔씩) 꿈꾸었던 복싱 도장과 역시 10년을 벼르던 기타 학원을 다니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딱히 세계챔피언이나 버나드 버틀러를 꿈꾸는 건 아니다. 되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이런 책을 쓸 생각이다. <미스터 챔피언 : 혹은 나는 어떻게 근심을 멈추고 챔피언 벨트를 훔쳤나?>(미국 출간 제목 : Mr. Champ :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Steal The Belt) 

샬라카불라 매지카둘라 비비디바비디부~

- <왜 그녀는 다리를 꼬았을까>. 다들 그 이유가 궁금하셨던 모양이다. 베스트 순위로 쑥쑥 치고 올라오는 모습에 조금 놀랐는데, 개인적으론 '일'로 만나서 그런지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연락처라도 받아놓을 걸 그랬지! 이런, 또 부장님에게 불려가는 건가… 어쩐지 스포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을 세워 버렸다. 그러니까, 음. 그녀가 당신 앞에서 다리를 꼰 이유는 바로, 당신을 OO 하기 때문이다. XX도 YY도 아닌 OO. 바로 그거다. (죄송합니다) 

책은 말 그대로 '왜 그녀가 다리를 꼬았(고 또 이런저런 행동을 했)는지'를 분석한다. 신체언어를 다루는 책이란 말인데, 신체언어의 '아이콘' 데스먼드 모리스의 <피플 워칭>과 비교하면 특징이 두드러진다. <피플 워칭>이 학문적으로 접근했다면(이 말은 결코 '지루한'과 동일어가 아니다), <왜 그녀는...>은 신체언어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자신의 원하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며 그렇게 하면 삶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가 한층 수월할 것이라는, '자기계발'의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된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하는 걸까…?)

그렇지만 이 책은 굉장히 재미있다. <설득의 심리학>을 읽는다고 설득의 달인이 되지는 않을 것임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하지만 전과는 다른 각도로 세상을 바라볼 수는 있다. 1~2도 정도의 차이라고는 해도, 그렇게 바라본 세상은 굉장히 새롭게 마련. 그게 바로 독서의 매력이고, 다리를 꼰 그녀는 충분히 매력적이며, 이 책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 

- 전에 나는 <미러링 피플>의 한줄 광고문구를 "막장 드라마 열광심리!"라고 썼다. 쯧쯧 혀를 차고 욕을 하면서도 막장 드라마에 빠져드는 인간의 심리가 바로 이 책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뇌다. 남의 행동을 바라보기만 해도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할 때와 똑같이 반응하는 신경 세포, '거울 뉴런'이 작동하는 것. 우리가 자연스럽게 맺는 관계들, 공감의 원천이 바로 그것이라고 책은 말한다. 

그러니까, 만약 쌓여있는 책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해대는 이 서재의 글을 보고 책을 사게 된다면 바로 '거울 뉴런'의 작동 때문이라는 것! 사실 발로 쓴 것만 같은 이 글에 '거울 뉴런'을 작동시키는 '서브리미널'이 가득할지 누가 안단 말인가? 

- 오늘의 인간 심리여행 마지막 책은 <심리 게임>이다. 원제는 <Games We Play> 즉 '우리가 하는 게임'이다. 상당히 재미있는 제목인데, 우리가 누군지 어떤 게임인지 궁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친절한 번역서 덕에 책을 읽지 않아도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인간의 사회적 교류에서 작동하는 심리 역학을 밝혀내 정신 의학계에 혁명적인 인식의 변화를 가져 온 책이다. 아기가 엄마의 보살핌 없이 살 수 없듯이, 인간은 정서적 교류를 통해 보살핌과 인정을 받지 못하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없다. 인정받고자 하는 무의식적 욕구가 게임을 만든다. 한마디로 우리 인간은 모두 게임하는 동물이다. 

이 책에는 무려 100여 가지 게임이 등장한다. 자기 주위의 죄 없는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그들의 운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며 평생토록 지속되는 게임 집단으로 ‘인생 게임’이 있다. 인생 게임에는 ‘알코올 중독자’, ‘빚쟁이’, ‘나 좀 차주세요’, ‘너 이번에 딱 걸렸어’, ‘당신 때문이야’ 같은 게임이 있다. 성적 충동을 착취하거나 이겨내려는 게임들인 ‘당신들끼리 싸워보세요’, ‘유혹’, ‘난리법석’ 게임 등은 때로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 알라딘 책소개 중에서 

상당히 유쾌하고, 번뜩이며 또한 섬뜩하기도 한 이 책에는 무려 故 커트 보네거트의 서평이 실려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심리 게임>은 중요한 책이다. 과학도들이 아니라면, 적어도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단순한 실마리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는 보통 사람들에게 그러하다. 이 책은 또한 마법적인 직관력을 지닌 소설가나 극작가는 그 어떤 의사보다 삶에 관해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헛소문을 완전히 날려버린다(!). 자신의 통찰을 의술에 보태고자하는 마음뿐인 여기 이 훌륭한 의사 선생님은, 작가들이 앞으로 만 년 동안 써먹어도 바닥나지 않을 이야기 구조(!)를 제공한다.

- 커트 보네거트, 1965년 6월 11일자 <라이프(Life)> 지 서평. (!)는 인용자(인문MD!)가 추가  

 

 

 

 

 

 

모노폴리 하면 브루마블이 생각나고, 브루마블 하면 호텔왕 게임이 생각난다. 역시 그 중에서도 최강은 호텔왕 게임이었다. 어린 시절, 서울에 호텔을 짓기 위해 그 얼마나 많은 주사위를 굴렸던가! 지나간 많은 세월이 그렇듯, 좋은 시절이었다.  

<미디어 모노폴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선 바로 그런 게임을 떠올리면 된다. 어떻게 '그들이' 헬싱키-스톡홀름-베를린으로 이어지는 무시무시한 '독점'을 구축했는지, 가까워 올수록 주사위를 던지던 내 손이 어떻게 떨렸는지 같은 것들을. 나는 마지막으로 브루마블을 했던 21살 무렵, 과학생회장이었던 2년 선배에게 주사위를 집어 던지며 "이 자본주의의 개!"라고 울부짖은 일도 있다…  

물론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섬뜩하긴 하지만, 그래도 주사위는 공평하니까. '미디어 모노폴리'가 어린 시절의 그것과 다른 것은, 우리에겐 선택할 기회가 없다는 거다. 누군가는 돈을 가지고, 누군가는 미디어를 사들인다.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그 위에서 살아간다. 그러니까, 돈 한 푼 없이 남들이 구축한 호텔들 사이를 '황금 열쇠'에서 대박 카드라도 뒤집기를 바라면서 겨우 지나다니는, 운이 좋아야 그저 파산하지 않을 뿐인 플레이어처럼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속칭 '미디어법'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들을 보라.

성문영 씨가 잠시 편집장으로 있었던 '서브'라는 잡지가 있다. 90년대 후반, 모던-브릿팝을 소개하는 거의 유일한 잡지. 그 잡지가 망한 것은 단지 당시 잘나가던 미성의 가수 XXX 씨의 앨범에 아주 낮은 별점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광고를 빼버린 것이다. 일이 그러한데, '미디어법'이라도 통과하는 날에는! 정말 끔찍한 상상을 하게 된다.  

- <세계화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에 대해 우석훈 교수는 이런 평을 했다. "제대로 된 세계화 교과서, 이제야 나왔다!" DK 출판사의 책 답게 이미지와 도표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책은, 세계화의 여러 토픽들을 간결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뜨겁게 선동하진 않지만 팩트 그 자체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 언젠가 나는 <벌들이 사라지는 곳>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려 했었다. 벌들이 감쪽 같이 사라지는 '군집 붕괴 현상'이 무척이나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벌들이 사라지면 인류는 3년 내에 멸망할 것"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직장인의 군집 붕괴 현상' 쯤이었을까. <코언 형제 - 부조화와 난센스>에서 형제는 '납치' 모티브에 관심이 많다고 했는데, 나는 언제나 '실종'에 끌린다.  

벌들이 왜, 어디로 사라지고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물론 추측은 가능하다. 모든 나쁜 이유는 인간'들' 때문이고, 벌들은 죽은 것이다. 슬픈 일이다. 벌들은 식물의 자연 수분의 70%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벌들이 사라지면 자연히 작물을 얻을 수 없다. 이대로라면, 아인슈타인의 예언은 들어맞게 될 것이다. 꿀벌이 무슨 죄람! 

- 마지막으로 소개할 <춤추는 술고래의 수학 이야기>는 아주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인터넷과 정보처리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숫자와 통계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숫자와 통계는 일견, 과학이 그러하다고 여겨지듯 차갑고 객관적인 '사실'로 느껴지지만 과연 그것은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숫자와 통계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은 단단한 위안이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적어도 그것은 하나의 고정된 사실로 여겨지고, 우리는 기뻐하거나 실망할 지언정 적어도 불안은 느끼지 않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일상생활의 모든 불확실성을 '수'로 대체하려는 인간 심리의 작동 방식이라고 책은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이 책의 첫머리엔 아주 재미있는 일화가 등장한다. 끝자리가 48로 끝나는 복권(로또)에 당첨된 스페인의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7일 동안 연속해서 숫자 7에 관한 꿈을 꿨고, 7 곱하기 7은 48이다!" 결국 숫자와 통계란, 그것에서 우리가 얻는 위안이란 이런 식이 아닐까? 어쩐지 우디 알렌의 농담처럼 느껴지지만.

 


오늘의 마무리는 한 장의 그림(?)이다.  

한가로이 누워있는 한 마리의 수달과 다 컸지만 아직 애 티를 벗지 못한 멧돼지 한 마리.  

멧돼지는 벌벌 떨고 있는데 수달은 그 이유가 궁금하다. 따뜻한 털로 덮고 있으면서 뭐가 그리 무서운 거지? 어금니도 있고, 나보다 훨씬 강하게 생긴 주제에!  

이유는 간단하다. 얼마 전부터 어금니가 아파오기 시작했고, 친구들 말로는 어금니 몇 개 간단하게 때우고 스켈링만 해도 돈 백은 우습다는 거다. 아, 이러니 떨지 않을 수가.   

사실은 오늘 회의 시간에 예술MD 님이 들고온 <일러스트 연습장 동물 그리기>를 보고 따라 그렸다… (이로써 이 글에서만 부장님께 불려갈 일이 세 번 생긴 셈이다)  

귀엽기도 하고 어딘지 애처롭기도 한 동물들의 그림이 가득하다. 게다가 따라 그리기도 아주 쉽다! (비록 내가 그린 멧돼지는 불쌍하게 벌벌 떨고 있지만…) 그래도 10,800원은 좀 부담스러운 게 사실. 흑.  

아 근데 나도 정말, 네 귀퉁이의 어금니가 모두 아프고, 잔고는 없고, 그래서 무섭다. 진심으로 그렇다. 치과가, 단순히 치과이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에 무서운 곳이 될 줄은 정말로 몰랐다. 시간은 이렇게 흐른다.

* 고맙습니다. 이번 주도 만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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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오버> 강준만, 고종석, 박노자, 유시민- 정치논객 F4! 그들이 돌아왔다! 누가 '구준표'가 될 것인가? 도대체 누가 '지후 선배'란 말인가? 이들 정치논객 F4의 '금잔디'는 또 누구?  

 

보이스오버> 4월은 과학의 달!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보다 더 재미있는 대중과학책들을 만나자!
과학책이 어렵다고? Don't Panic!  

 

* 보너스 컷 - "지젝님이 보고 계셔"

(2009.04.15. 추가 * 제공 : 마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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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소설/예술MD 2009-04-09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악 멋쟁이!!!

// 어쨌든, 일러스트 동물 그리기(와 자매품 인물그리기)는 알라딘 단독 할인 쿠폰이 붙을거니까 걱정말아요. 라는건 한 권 구입하시면 어떻겠냐는 의미. ^^

활자유랑자 2009-04-13 11:43   좋아요 0 | URL
여기서 어슬렁거리다 부장님께 혼나요 ;

치과싫어 2009-04-09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큰일인데요..
이에 통증을 느끼셨다면 정말 사소한 충치라 생각하고
이미 최소 20은 깔고 네 귀퉁이라 하시니 기본 80에..
줄줄이 비엔나처럼 딸려나오는 치료해야 할 충치떼 하며.
버틸수록 연봉이 오르는 속도보다 빠르게, 치료비가 늘어날테고
빨랑 가세요, 치과.
문제는 저도 아래위로 이가 아프다는 사실. ㅡ,.ㅡ;

활자유랑자 2009-04-13 11:44   좋아요 0 | URL
어디.. '함께 가면 싸져요' 이벤트를 하는 치과는 없을까요? ;

슬겅슬겅푸르릅 2009-04-09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하 어떻게 어떻게 해서 들어와보았는데요

! 글 정말 맛깔나십니다! (허허 처음 들어와놓고서는 이렇게 말씀드려도 될는지요;; 근데 정말요!)
강상중 교수님 [고민하는 힘] 책 소개 보고서도 살까말까 고민했었는데
여기 들어와서 본 글 읽고난 후
살까말까 고민이 소장가치 확신으로 굳어집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글이 술술술~
제대로 느끼면서 읽었습니다~

제 블로그에 비공개로 담아가도 될는지요~(이러면서 벌써 마우스 우클릭하고 있지만서도~ 하하)

늘 설렘 가득한 봄날 되시구요~ ^^
앞으로 종종 들르겠습니다~ (벌써 즐겨찾기 추가임돠~ 하하하)

활자유랑자 2009-04-13 11:45   좋아요 0 | URL
앞으로도 종종 놀러오세요. 고맙습니다. (공개로 퍼가셔도 됩니다;)

핀볼 2009-04-09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직장인의 애환과 고뇌(?)가 묻어있는 글이군요. 저 수달과 멧돼지를 그리고 있는 MD님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흠..아름다운 모습은 아니군요;;) 어쨌든 부장님은 이 글을 보고 책을 읽고 싶어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어 제발 인문MD님을 호출하지 않길 바랍니다! 어쨌든 봄은 이래저래 싱숭생숭한 계절이죠? 너무 일찍 더워진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러고보니 숨막힐 것 같은 사무실에서 수달을 그리고 있으면 어쩐지 시원해질 것 같기도 하네요!
어쨌든 서재에 올라오는 글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수고하세요!

활자유랑자 2009-04-13 11:50   좋아요 0 | URL
어째서 아름답지 않을까요. 실물은 서재의 사진보다 훨 나은데... 아, 혹시 저를 알고 계시다면 사과 드리겠습니다. --;;; 어느덧 벚꽃도 지고 있네요. 고생하세요.

로쟈 2009-04-0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젝의 책이 'Magnum Opus'인 건 맞지만 왜 '대작'이라고 옮겼는지는 의문이에요. 그냥 '대표작'이란 뜻이 더 적합한데요. 마침 오늘 책에 대한 짧은 원고를 쓴지라 눈에 잘 띄는 글이네요(원래 '애독'하고 있지만요)...

활자유랑자 2009-04-13 11:55   좋아요 0 | URL
"스스로 대작(Magnum Opus)라고 칭한 대표적인 저술이다"

이 문장을 보건데 아마도, '대작'(넓은 범위에서)과 '대표작'(지젝 자신의 저술 중에서)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혹은 언어적 경제성 때문일지도? 뭐 결국엔 '대작'이 '대표작' 보다 더 근사해 보인다는 이유겠지만요.

저야말로 항상 즐겨찾고 있습니다. :)

삶은계란 2009-04-10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톱 이야기를 하시니 황신혜밴드의 손톱이 생각나 오랜만에 음악감상 중입니다. 날도 좋은데 좋은 글에 음악을 더하니 10점 만점이군요. 잘 읽고 갑니다.

활자유랑자 2009-04-13 11:5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오늘도 날이 좋은데요? :)

2009-04-10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활자유랑자 2009-04-13 11:57   좋아요 0 | URL
MD는 merchandiser의 약자에요. "상품이라는 의미인 ‘merchandise’에 ‘er’을 덧붙여 상품화 계획, 구입, 가공, 상품진열, 판매 등에 대한 결정권자 및 책임자를 의미한다" 라고 하네요... (네이버 백과사전)

말은 그럴 듯 하죠? :)

마티 2009-04-15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티 이철입니다. 지젝 사진이 어둡네요. 직접 스캔하셧나봐요. 달라고 하시지.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활자유랑자 2009-04-15 13:5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이철 2009-04-15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작년에 제가 어금니쪽이 시려서 난생 처음 동네 치과에 갔다가 깜짝 놀랬습니다. 스켈링만 5만원.. 허걱. 그래서 이래 저래 지인을 통해 알아보았더니 어느 분이 성남에 있는 아주 친절하고 바가지없는 치과병원을 알려주시더군요. 성남 단대 오거리에 있는 남서울치과 입니다. 듣기로는 스켈링비가 1만원정도라고 하더군요. http://namseoul-dental.ohpy.com/main 031-748-7028입니다.

활자유랑자 2009-04-17 09:14   좋아요 0 | URL
성남까지 가려면 휴가를 써야겠는 걸요 ㅜㅜ

Claire 2009-04-19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인문MD님 글을 표현할 적당한 거리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나쵸와 갈릭소스가 생각나네요. 얌얌..
기분좋게 읽고갑니다. 좋은 책 추천 땡큐^^

활자유랑자 2009-04-20 09:02   좋아요 0 | URL
갈릭소스 좋은데요? 많이 먹으면 좀 느끼하지만...;
좋은 하루 되세요 :)

비로그인 2009-05-0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젝님이 보고 계세! 아하하

활자유랑자 2009-05-11 19:15   좋아요 0 | URL
강렬하시죠 ;

2009-07-12 0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13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