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 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神)이 아니다!

이제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오늘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플라타너스
나는 너를 지켜 오직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 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詩 -김현승(<문예>1953.6)



                                                                                                       



플라타너스의 발견은 대전에 머무는 나날을 풍요롭게 늘려주었다. 여차하면 서울에 가야지 싶은 마음을 플라타너스 때문에 미뤄두었다는 건 억지가 아니다. 도서관 가는길, 엑스포 공원에서부터 대덕 연구단지 초입까지 플라타너스의 길이 펼쳐져있다. 남편에게 이 길에 플라타너스가 멋지다는 걸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남편은 이 길에 있는 고등학교 출신이다)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면 남편을 더 사랑해주었을까.  

플라타너스는 늘 거기에 있었을 터인데. 서울에서도 골백번은 봤을 플라타너스인데, 아니 발길에 채이는 플라타너스 이파리들이 너무 크고 못났다고 무감각하게 밟고 다녔는데... 곱게 곱게 햇빛에 바싹 타들어가는 플라타너스 이파리는 내가 소진한 하루처럼 가벼웁지만 그 튼튼한 나무 밑둥과 기둥은 나를 견디게 해주는 어떤 힘과 닮았다. 집없는 천사처럼 여기 저기 머무르는게 힘들다고 할 때마다 내 안에서 나지막히 속삭이던 어떤 힘. 문득 눈에 띈 플라타너스가 내게 건넨 말도 그것이었다. 고고한 학을, 천년을 버텨온 노송을, 플라타너스도 닮고 싶다고.  

바삭하게.
고소하게.

플라타너스에선 잘 지내온 한 여름의 흔적을 아낌없이 내보이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떨어뜨리고 거두는 가을 등 뒤에 매달린 그 흔적은 사뭇 경이롭다. 다시 모으기 위해 지금은 이렇게 어딘가로 보내버리는 거라고, 이파리를 폴폴 떨어뜨린다. 커다랗고 울창한 플라타너스의 거리를 만나 마음이 뜨거워졌다. 플라타너스 아래를 걷다보면 고통마저 향기롭다. 플라타너스가 있는 길이라면 걷고 싶다. 지금은 무엇이든 견디어야 하고. 재촉하지 말고,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오늘의 가을이 '내게' 그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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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11-09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플레져님의 시선은 참 따뜻합니다^ㅡ^

플레져 2007-11-10 09:11   좋아요 0 | URL
비연님, 오랜만이네요.
어제 참 좋은 날이었어요.
날씨가 도와줬지요 ^___^

hnine 2007-11-09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동네여요! ^^

플레져 2007-11-10 09:12   좋아요 0 | URL
와. 그러시군요!
이렇게 아름다운 동네에 살고 계시는군요!!
오늘 아침엔 플라타너스가 더 바삭해졌을거에요...흑.

Mephistopheles 2007-11-09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닥에 비친 플레져님 그림자가..."자이언트 로보"같아 보여요...
(과연 자이언트 로보를 아실까나..)
http://image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idetail&rev=4&query=%C0%DA%C0%CC%BE%F0%C6%AE%B7%CE%BA%B8&from=image&ac=-1&sort=0&res_fr=0&res_to=0&merge=0&start=2&a=pho_l&f=nx&r=2&u=http%3A%2F%2Fcafe.naver.com%2Fjabeth%2F199

플레져 2007-11-10 09:13   좋아요 0 | URL
보고왔는데요,,, 모르겠삼!!! ㅋ =3=3
나름대로 플라타너스 추상, 아니 초상화를 연출한거라굽쇼! ㅋ

프레이야 2007-11-0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삭은 가을맛을 제대로 즐길 줄 아시는 플레져님^^
사진이 참 맑고 따뜻해요.

플레져 2007-11-10 10:11   좋아요 0 | URL
올해의 좋은 가을 날씨를 이대로 보내기엔...아쉽고 ^^;;
(뭔 유행가 가사 같네요.힝)
플라타너스가 참 키가 커요. 하늘에 곧 도달할 것 처럼.

산사춘 2007-11-10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사진, 아름다운 글... 감사합니다.

플레져 2007-11-10 10:12   좋아요 0 | URL
춘님, 오랜만이죠? ^^
아름답게 봐주시고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마노아 2007-11-10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과 귀와 마음이 모두 즐거워져요^^

2007-11-14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4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23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3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8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9 0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1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9월, 동학사.
동학사에 가려면 3km는 족히 걸어야 한다.
저~~ 아래에 차를 주차해놓고, 저~~~ 위까지 올라야 동학사에 닿을 수 있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이란 바로 저런 것이 아닐까.
와글와글, 반짝반짝 소란스럽게 모여있는 저 빛. 벌써 두 달전이다.






술 익는 저녁이란 바로 저런 하늘 아래에 펼쳐지는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대전으로 이사 와 좋은 점은 집과 하늘이 아주 가깝다는 것,
산골마을처럼 밤은 한밤중이요, 아침은 간혹 신령한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
사진을 자세히 보면 어느 집 굴뚝에서 피어난 연기꽃이 보일 터.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서울을 떠난다고만 얘기한 후, 그 다음 이야기를 잇지 못했다. 아니 잇지 않았다.
서울과 대전을 넘나들고 있었고, 어느 곳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내 집, 내 공간, 내 책상이 간절히 그립다.
얼른 1월이여 오라!

얼추 입주할 아파트가 마무리 공사 중이다.
어제는 식수를 심고 있는 걸 보았는데 또 한번 뭉클했다.

운전면허증은 무리없이 취득했고, 주말마다 남편을 교관으로 모시고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봄엔 마곡사에 가라고 했던 그녀를 떠올리며 10월에 찾은 사찰.
추갑사, 춘마곡을 그녀 덕분에 알게 되었다. 그녀는 눈치를 챘으려나? ^^
그대의 발길을 돌리는 곳, 이라는 접근금지 울타리가 므흣한 곳, 마곡사.



멀리 우리 아파트가 보이고, 아파트와 인접해있는 관평천.
한 시간 삼십분 가량 산책과 운동. 서울에서 이사 온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관평천 끝에는 청둥오리 대가족, 두루미 싱글족, 백로 핵가족, 불청객 솔개등등이 산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그곳에 서서 마골피의 비행소녀, 박혜경의 rain을 부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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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11-05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사진 너무 멋있어요. 안 보는 사이 사진 찍는 솜씨가 더 늘었구랴!^^

플레져 2007-11-05 20:06   좋아요 0 | URL
하이루, 스텔라님~ ^^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사진 솜씨라도 늘었다면...다행! ㅎㅎ

물만두 2007-11-05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이 계시니 대전이 풍성해졌겠습니다^^

플레져 2007-11-06 18:09   좋아요 0 | URL
서울과 대전이 사이가 좋아지도록 일주일씩 머물러 있어요 ㅎㅎ
버스타고 가는데 정갈한 길이 참 좋았답니다 ^^

마노아 2007-11-06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정취가 느껴져요. 플레져님이 계시는 곳 어디든 우리에겐 아름답게 재묘사될 거야요^^

플레져 2007-11-06 18:09   좋아요 0 | URL
아이쿠. 제가 어찌 감히...^^;;
요샌 마음속의 언어들이 다 죽은 것 같아요.
아무런 말도, 글도 떠오르지 않아 큰일이어요...흑.

Mephistopheles 2007-11-06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제 여행 좋아하시는 플레져님이 날개를 달으셨군요..^^
운전면허 취득 축하드립니다.^^

플레져 2007-11-06 18:11   좋아요 0 | URL
1년쯤? 2년쯤? 그 후에나 가능한 얘기일듯 싶어요.
도로주행 시험 볼 때는 한 개도 안무서웠는데
이젠 겁이나요. 연습용 자동차를 한 대 구입해야 하지 않을까...ㅎㅎ

다락방 2007-11-0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동학사 사진 좋으네요 :)

플레져 2007-11-06 18:11   좋아요 0 | URL
동학사 보다 동학사 가는 길이 더 좋았어요.
그 길들이 다 예술이어요 ^^!

잉크냄새 2007-11-06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저 햇살이 여름같네요.

플레져 2007-11-06 18:12   좋아요 0 | URL
해가 지면 금세 추워요.
월동준비 하고 계시죠? ^^

프레이야 2007-11-06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동학사 가는길도 좋고 다른 풍경들도 어쩜 저리 소담스러운지요.
그대의 발길을 돌리는 곳, 마곡사요! 가보고 싶어지는 곳이네요.
대전, 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에요. 님은 제법 정을 많이 붙이신 듯해요.^^

플레져 2007-11-07 23:10   좋아요 0 | URL
마곡사에 다녀오시면 꼭 흔적 남겨주셔야 해요 ^^
조용한 빛과 정겨움들이 혜경님을 따스하게 맞이할겁니다.
이제 조금씩 낯선 길을 찾아 나서고 있어요.
곧 익숙해지면 더 많은 풍경을 찾아내겠지요? ^^

2007-11-07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7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7-11-07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플레져 2007-11-07 23:13   좋아요 0 | URL
아잉! 감사!! ㅎㅎ

2007-11-08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9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8 0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9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달 2007-11-11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으 플레저님 이사가셨군요. ^^
 

서둘러 휴가 자취를 마무리 해야 한다. 조금씩 이사갈 집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오늘 아침엔 어마어마한 재활용쓰레기를 버렸다. 실은 지난주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걸른 탓에 두 배로 불어났다. 게다가 지난주엔 동네 친구들과 함께 급조된 술판을 벌렸다. 충동적인 전화에 기꺼이 와 준 벗들이 있는 동네. 그들을 두고 가는 것처럼 마음이 허하다.





통도사에서 경주 오릉으로 향했다. 무덥다 못해 거리를 활보하기엔 뜨거운 날씨라 릉에는 거의 사람이 없었다. 강석경의 경주 산책에서 오릉에 관한 대목을 옮겨 놓는다.

솔숲에 에워싸인 금빛 능이 나무 사이로 보인다. 신라 시조왕 박혁거세와 부인 알영, 2대 남해, 3대 유리, 5대 파사 등 박씨 왕이 묻혀 있다고 전해지는 오릉이다. 크기와 간격이 제각기 다른 다섯 기의 능들이 무정형으로 이지러져 보다 자연스럽다. 철책을 따라 걸으면 능선들이 위치에 따라 변화하는데 선도산과 능선들이 겹쳐지는 서향의 풍경이 압권이다.

철책을 따라 걷다가 만난 지킴이 노송들. 지그재그 걸음으로 나무 사이로 빠져 나왔다.



배롱나무와 푸른 하늘. 참 맘에 드는 사진 ^^





안압지. 안압지 옆 연꽃 늪지.
첨성대와 천마총, 경주국립박물관은 다음에 오기로 하고 휙 지나쳤다.
까치밥처럼 남겨둔 것이라 생각하니 왠지 위안이 된다.





감은사지 3층 석탑 표지판을 발견했던 것처럼 진평대왕릉 표지판을 발견한 남편은 쾌재를 불렀다. 남편이 진평대왕을 신라 전성기의 진흥왕으로 오인한 탓이다. 진평대왕은 생김새가 독특하고 거구였다고 전한다. 그가 밟은 돌이 부서지기도 했다고. 진평대왕은 진흥왕의 큰아들의 맏아들이다. 진평대왕에겐 아들이 없었는데 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여왕이 바로 선덕여왕. 선덕여왕의 아버지가 진평대왕이다. 왕릉은 그저 홀로 누워있을 뿐 흔한 철책도 없다. 경주 전체가 문화유산이다보니 어떤 유적은 방치해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외지인의 시선이란 늘 오버하기 마련이다.



경주 맛집 중 하나인 육부촌. 보문단지 안에 있는 한정식 집인데 화산한우숯불센터만큼 마음에 들었던 집이다. 실내에는 만화가 이현세 작품이 커다란 액자에 걸려 있다. 사진이 초점이 맞지 않아 올리지 못한다.

우리 집에 들어올 사람들이 이미 전입 신고를 해놓았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되었다. 어쩐지 내 등을 떠미는 것 같아 조금 서운하기도 했는데 어서어서 디데이가 왔으면 좋겠다. 친구들과의 작별주간이라 마음도 몸도 지친다. 챙겨주는 이가 있어, 손 흔들어 주는 이가 있어, 다시 만날 친구들이 있어 행복한 나날이기도 하다. 행복을 몰아 새롭게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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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08-3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녀왔던 경주가 님의 페이퍼로 새록새록 되살아나네요..^^
이사가시나봐요. 좀 선선해져서 다행입니다...행복을 몰아 새롭게 시작하자. 동감 100%!

플레져 2007-09-05 18:54   좋아요 0 | URL
비연님도 행복을 몰고 계신가요? ^^
가을바람에 행복도 솔솔 불어왔음 좋겠어요.

라로 2007-08-31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오시면 웰컴파티라도 하고 싶은데,,,ㅎㅎ

육부촌 저도 담에 가봐야겠어요,,,,
전에 님의 페이퍼에도 말씀드린적 있지만
저 경주 넘좋아라 하거든요....^^;;;;

플레져 2007-09-05 18:55   좋아요 0 | URL
대전 지리를 빨리 익히는게 급선무여요.
우선 버스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데...넘 걱정된답니다.
경주를 좋아하시는 나비님,
육부촌에 함 다녀오세요. 담백하고 독특한 한정식이었어요.

mira95 2007-08-31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부촌 기억해 두어야겠어요..ㅎㅎ 요즘 여행 가면 무조건 맛집기행이라.. 잘 지내시죠?

플레져 2007-09-05 18:58   좋아요 0 | URL
미라님, 안녕 안녕 안녕!
넘 반가워서 호들갑 좀 떨었어요 ㅎㅎ
여행의 진가는 맛집이죠!
저두 이제야 그걸 깨달았어요.

프레이야 2007-08-31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안압지 참 좋아합니다.
육부촌, 저도 다음에 보문단지 가면 가봐야겠어요.^^
사진들이 참 좋아요~~

플레져 2007-09-05 18:58   좋아요 0 | URL
안압지에 갔을 땐 넘넘 더워서요,
정말 냉장고가 있다면 그 안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가을이 성큼 다가왔는데도 그날의 더위는 생생하네요 ^^

책읽는나무 2007-09-02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주는 둘러볼 곳이 어찌나 많은지..
현재 몇 번을 갔어도 다 못본 곳이 아직도 많아요.
님의 사진에 올리신 오릉과 안압지도 아직 못가봤군요.
그리고 첨성대도 아직 못가봤어요..ㅡ.ㅡ;;
육부촌...저도 기억하여 가봐야겠군요.보문단지내에 있다굽쇼?
연락이 오면 40분 거리인만큼 얼른 뛰어가서 첨성대 바로 앞에 나가 있겠습니다.^^

플레져 2007-09-05 19:00   좋아요 0 | URL
날이 좀 선선해졌으니 쌍둥이들 데리고 함 다녀오셔요 ^^
육부촌은 보문단지내에 있는데요,
헉. 정확한 위치는 길치인 제가 기억할 리 없구요,
네이버 검색하시면 나올겁니다 ^^;;
나중에 첨성대에서 꼭 만나기를!
참, 망원경은 안 갖고 가도 되죠? 헤헤.

2007-09-02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5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9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11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14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22 04: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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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8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7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9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9월 달력을 펼쳐놓고 오늘의 날짜와 같은 날을 확인한 후 요일은 대충 어제 기준으로 (커피프린스를 보았다, 는 기준) 짐작한다. 이사한다는 말을 모두에게 하지 못했다. 이십년지기 친구들에게 아직 그 말을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 지 모르겠다. 대전에 도착하여 짠~ 하며 서프라이즈 전화를 할까. 디데이를 남겨놓고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놓다 마지막에 사실은 나... 라는 서두와 함께 시작할까. 싸이 홈피가 있는 친구들에게는 방명록에 '나 이사 가' 달랑 네 글자만 남겨 놓고 나올까. (그럼 내게 바로 전화 할까, 안할까. 안하면 집들이 명단에서 제외 시켜버릴까. 말까.) 뭐 이런 상상들을 하면서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

경주에서 뜨거운 휴가를 보내던 중 한 시간 거리의 통도사에 가기로 했다.
우리나라 삼보 사찰 중 하나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어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다는 그곳, 통도사. 내가 하고 싶은대로, 내 마음대로, 꿍짝이 잘 맞는 여행 파트너로서 남편은 더없이 좋은 벗이었다.








저 맑고 푸른 하늘길. 자기야, 달려~~~!







대웅전에 들어가 잠시 앉아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너무 더워 사진 촬영을 거부했으나 남편이 기념 운운하는 바람에 억지로 뙤약볕에 나섰다.
저 찌그러진 표정이란...







숙소에서 경주 월드가 보이고 보문호를 떠다니는 오리배도 보인다. 저 오리배는 아침에 살짝 나타나는데 (더위 때문에 승객이 없는듯) 줄행랑 치듯 빠른 속도로 돌아보고 슝~ 지나간다.
저 귀여운 오리배를 타고 싶었으나 더워서 통과.
연애 시절, 남편과 하도 할 일이 없어서 한탄강 까지 거슬러 올라가 오리배를 탄 적 있다.
남편 혼자 열심히 오리배를 움직였었지 아마...ㅎㅎ 저 배는 단체로 탑승하는 거라서 혼자 노동할 필요는 없을 듯.  

앞선 두 번의 경주 여행에선 거의 굶다시피 했었다. 이번 여행의 또 다른 기쁨은 경주 맛집 기행. 너무 맛있어서 그랬나. 음식 사진들은 거의 다 초점이 맞지 않았고 저 사진 한 장 건졌다. 저긴 그야말로 꼬불꼬불 산 길을 따라 찾아간 '화산한우단지' 내 화산한우숯불갈비센터? 다. 고기를 주문하면 바로 떠서 갖고 오기 때문에 그 싱싱함이란, 그 야들야들함이란, 어디 비할 데가 없다. 가격도 서울에 비하면 착하다. 공기밥에 딸려나온 된장찌개와 시래기국은 그야말로 시골 된장 맛.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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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8-2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희는 이번 여름에 통토유원지를 갔다왔다지요.
홍/수 핑계로 바로 곁에 있는 통도사를 못 들렀네요. 아쉽다~.
우리 컴이 문제가 있는지 사진이 다 안 보여요. 그래도 한장이라도 보여 다행이다. ^^.

플레져 2007-08-28 11:04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구나~ 통도사엔 담에 꼭 가보셔요.
사진은....이상하네요. 저두 안보여요 ㅠㅠ
수정도 안돼요. 힝. 나중에 다시 올려볼게요. 휘리릭~

플레져 2007-08-28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지금은 잘 보이네요 ^^

비연 2007-08-2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하고 싶은대로, 내 마음대로, 꿍짝이 잘 맞는 여행 파트너로서 남편은 더없이 좋은 벗이었다..아 부럽슴다. 저도 이런 신랑 만났으면...^^ 경주까지 가서 통도사를 못 들르고 온 게 아쉽네요. 전 안동 봉정사 갔었는데 거기도 참 좋더라구요^^

플레져 2007-08-28 23:15   좋아요 0 | URL
통도사를 욕심내길 잘 했단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가봐야 할 곳들이 많지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사찰은 두루두루 다 둘러보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남편은 또... 더 없이 좋은 파트너지요 ^^!
안동 봉정사, 기억할게요.

잉크냄새 2007-08-28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플레져님은 구름을 잘 담아내시는군요. 청명한 하늘과 구름입니다.

플레져 2007-08-28 23:16   좋아요 0 | URL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구름을 담아낼 수만 있다면! ^^

프레이야 2007-08-28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뙤약볕에 찌그러져도 이뻐요<^^>
통도사는 여기서 가까워 자주 가는 절이에요. 갈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지요.
큰딸 세살때 그곳의 모 나무에 기대어 세워두고 사진을 찍으며 매년 와서 여기서
사진 찍어주자고 했는데 지키지 못하고 사네요. 그딸이 저보다 훌쩍 자라버렸지요.
곳곳에 추억을 심어두시고 옆지기님이랑 알콩달콩 좋은 시간 가지셨네요.^^
와!! 하늘, 그리고 구름, 너무 멋있어요.

플레져 2007-08-28 23:18   좋아요 0 | URL
가까운 곳에 좋은 사찰이 있어 참 좋으시겠어요.
통도사의 그 낡음에 절로 숙연해졌답니다.
나는 겨우 미물에 지나지 않는구나 싶은 새삼스러움에
조금 벅차기도 했지요.
혜경님의 마음 씀씀이도 참 남다르셔요.
좋은 아이디어, 슬쩍 훔쳐 갑니다. 히히.

산사춘 2007-08-2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풍경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너무 단아하세요.
게다가 여행사진으로도 충분히 절 죽이실 수 있는데,
마지막 사진으로 절 두 번 죽이셨어요.

플레져 2007-08-28 23:20   좋아요 0 | URL
춘님~ 와우~ 하이 헬로! ^^
저 고기는 저를 좀 아프게 했답니다.
그만 저 왕소금이 튀어서, 숯불에 달궈진 왕소금이
눈두덩이로 튀어서 며칠 흉터가 생겼었다지요. 흑.

2007-08-28 18: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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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8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7-08-28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거리 사진 찍을 때 촛점이 안맞는 이유는 먹는 것 앞에서 발생하는 손떨림 본능때문이라고 보여집니다. 오리배 말씀하시니 이 페이퍼는 말 그대로 플레져 버젼의 "생활의 발견" 이군요 ㅋㅋㅋㅋ

플레져 2007-08-28 23:23   좋아요 0 | URL
본능은 숨길 수 없더라구요 ㅎㅎㅎ
음식을 많이 찍어본 적도 없는 터라 늘 헤매곤 하는데
어쩜 그렇게들 초점이 흔들렸을까요?
하물며 식당 인테리어, 소품 사진도 흔들흔들이어요.

책읽는나무 2007-08-29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너무하세요..ㅠ.ㅠ
지난번 홍수맘님께도 너무하셨다고 떼를 썼지만...님마저도 어쩜..
내가 있는 이곳에 님은 그렇게 멋진 구름을 바라보며 마구 달려오셨단 말이지요!
정말 느낌이 다른~ 새로운~ 신선한~
그리고 마지막엔 님의 풍경에 가슴까지 떨려오네요.
만약...만약 연락이 닿아 내가 슬리퍼를 질질 끌고서 애를 업고(지금은 지수를 업었겠지만)
님을 만났다면?....음~
상상만해도 정말이지~~
연락않고..그냥 가시길 잘하셨습니다..^^;;

플레져 2007-08-30 13:21   좋아요 0 | URL
책나무님, 어느새 그날의 하늘이 멀게 느껴지네요.
차라리 이번 주에 갈 걸 그랬나 싶은 것이
날씨가 너무 선선하고 좋아서 경주를 다 못 보고 온 게 못내 아쉽네요.
담에 연락드리면 첨성대 앞으로 나오세욧! ^^ ㅎㅎㅎ

2007-08-29 0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9 1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9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포에 가는 길이었다. 영덕에 게를 먹으러 갈 계획이었으나, 제주의 다금바리를 먹으러 갈 계획이었으나!... 너무 더웠다. 더위에 지친 몸, 가까운 곳으로 가는 데 쉽게 타협하고 말았다. 경주 사람들은 감포를 동해안, 이라고 부르는가 보다. 표지판에 동해안, 이라고 써 있고 영문 표기는 east coast. 동해안이라고 해서 강원도의 동해안을 떠올렸다가 east coast에서는 싱가포르 east coast beach 를 떠올렸다. 그러다 문득 발견한 또 하나의 표지판. 감은사지 3층 석탑. 이번 여행의 최대 수확, 감동의 장이었다.

감은사지 3층탑은 두 개의 탑이 나란히 서 있는데 서탑은 현재 보수중이다.
어마어마한 크기도 크기지만 소박한 마을에 아무렇지 않은듯 서 있는 문화유산.
경주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일상과 어우러져 있다는 것.


감은사지 석탑이 있는 마을.







감포에 도착해 바다를 보며 맛나게 회를 먹었다. 모처럼 맥주도 한잔. 어스름해지던 바다와
갈매기들. 뚱뚱한 갈매기는 영화 <카모메 식당>의 그 갈매기일런지도.

몇 년 전, 가족들과 함께 경주에 왔을 때 감포 어느 허름한 집에서 회를 먹었다. 감포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였다. SUV 자동차도 감당 못할 만큼 울퉁불퉁한 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비게이션의 카랑카랑한 설명만큼 반듯한 길이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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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2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와우~ 상상했던 모습과 거의 비슷해요. 멋지십니다^^
감포바다와 바닷길, 횟집은 제 스물 한 살의 잊지 못할 곳이지요. 옆지기랑 처음으로
하루 데이트 코스로 간 곳이에요. 그때 참, 지금 생각해보면 가난한 대학원생이었던
옆지기가 횟집의 비싼 밥값 내느라 엄청 돈 모아왔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 추억으로 미운정도 다독이며 사는 게지요. 님, 감은사지 석탑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턱하니 버티고 있지요. 그래서 좋아요. 님, 여행이야기가 도란도란 그러네요^^

플레져 2007-08-27 19:44   좋아요 0 | URL
넘 더워서 풍경 사진도 제 사진도 많이 못 찍었어요 ^^;;
그나마 사람답게 나온 사진이 저 한장 뿐이랍니다.
옆지기님의 풋풋한 마음이 바닷물처럼 푸르네요.
그마음을 읽는 혜경님도 멋지시구요 ^^!
우리들의 연애는 참... 따스했어요. 그죠? ㅎㅎ
추억이 너무 많아 못 헤어져!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답니다 ㅋ

미설 2007-08-28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도도 없는 신혼때 여름휴가로 경주 다녀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무지 더웠던 것이 젤 기억에 남아요^^ 그때는 디카도 일반화되지 않았던 터라 필름 사진이 몇장 남아 있네요^^

플레져 2007-08-28 08:40   좋아요 0 | URL
선선한 가을에 가면 경주는 또다른 모습일 것 같아요.
한여름과도 잘 어울리는 경주였지만..ㅎㅎ
미설님, 잘 지내셨지요? ^^

Mephistopheles 2007-08-28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문화 유적지 중에 저렇게 덩그라니 홀로 서있는 경우가 제법 많아요..
전..그 중에(많이 본 것도 아니지만..^^) 강릉에 있는 객사문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아주아주 오래 전 페이퍼에 한번 언급한 적이 있었음)

플레져 2007-08-28 08:41   좋아요 0 | URL
아주아주 오래 전 페이퍼...가 떠오르지 않네요. 에궁 ^^;;
강릉에도 몇 번 갔었는데 또 들를만한 구실이 생겼네요.
객사문 기억하겠습니다.

2007-08-28 0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0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