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어느 아침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고
다시 잠들기엔 너무 늦은 때

밖에 나가야겠다

녹음이 기억으로 무성하다
눈뜨고 나를 따라오는 기억

보이지 않고 완전히 배경속으로
녹아드는 완벽한 카멜레온

새소리가 귀먹게 할 지경이지만
너무나 가까이 있는

기억의 숨소리가 들린다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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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6-15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이지 않고 완전히 배경속으로/녹아드는 완벽한 카멜레온'이긴 한데, '기억의 숨소리'가 들리지는 않는, 멀어지고 아련해서 몽환에 몸을 맡기는 나날입네다. ^^
 

새여 꽃이여

 

새가 울 때는
침묵
꽃이 피어
無言

새여
너는 사람의 말을 넘어
거기까지 갔고
꽃이여
너는 사람의 움직임을 넘어
거기까지 갔으니

그럴 때 나는
항상 조용하다
너희에 대한 한탄을
너희의 깊은 둘레를
나는 조용하고 조용하다

詩 : 정현종



꽃다발을 안은 여인 1981-90 x 73 cm -종이에 채색, 천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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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6-15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와 그림의 완벽한 조화입니다.
그녀의 꽃은 항상 화려하고 항상 슬퍼 보여요
 

이 가벼운 날들의 生 

                                
얼음 속에서 헤어지고
환한 꽃 속에서 다시 만나는
당신과 나 사이에
맑은 술, 꽃잎이 지네

누구든지 한 번은
자신의 그림자에 매혹당한 적이 있네
지상에 닿기 위해
나는 얼마만큼 더 무거워져야 하는가?
재 되어 날려가는 이 가벼운 날들의 생
나는 어린 산양처럼
고공의 절벽에서 스스로 몸 던져지며 어리둥절한
수컷들과 흰 덧니의 암컷들이 고통과 쾌락의 밤을
보내는, 사라지는 생의 마지막 꼬리를 보았네
누가 나에게 저 비밀한 구루의 노래를 들려주겠는가?
당신과 나 사이
빈 항아리를 울리는 작은 모래 먼지들의 울림처럼
지는 해의 찬란한 몰락을 보고 있네

첫사랑의 여자와 만나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고 싶었지만
그 후로도 많은 가슴 아픈 연애
내 생은 안주하지 못하네

이 폐허가 주는 바다의 환상
나는 세상의 끝에 서 있었네

어두워라, 어두워라 저 허구한 날의
태양이 잠긴 고원의 호소는
내 머리칼은 눈 녹은 강에 풀어져
푸른 보리밭길
흰 산 사이의 쇠락을 홀로 가네
아직도 나에게는 융기할 수 없는 침잠
아, 나는 다시 불처럼 가벼워지고
노래처럼 흘러간다네

詩 : 함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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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5 0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16 0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극히 혼란스런 의식이 새벽강처럼 고요해졌으면,
수와 후회, 치욕스런 기억에 시다릴 때 시원스레 소나기가 쏟아졌으면,
잔인한 말 던진 자를 용서했으면 그냥 잊었으면,
권태롭고 적막한 오후 세시경이면 전화라도 그냥 수다스럽게 울렸으면,
나처럼 이 시대의 나약한 바보 울보들이 천천히 비빔밥을 먹고 커피
마시듯 고통을 음미했으면,
갑작스런 사건에 놀라 허둥대지 않으며 추억의 지진으로 시간이 사망
하지 않았으면,
진지함과 활달함의 변주곡 속에서 하루가 무사하고
우리 애인들 모두 안녕하였으면,
하느님처럼 늘 겸손하고 착하면 또한 주어진 것들 모두 받아들여라.
욕망의 가마솥 잘 끓여라.
막연한 희망, 기다림에 모가지야 늘어나지 말아다오.
어서 쓸쓸한 저녁이 갔으면,
이 불안의 바퀴도 날아갔으면,
온몸 미칠 듯 번지는 칸나 같은 바퀴가 멈췄으면, 제발 멈췄으면

詩 : 신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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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2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13 0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13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14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랬다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詩 :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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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5-08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2005-05-08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5-09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