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시절
그때가 좋았는가
들녘에서도 바닷가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이 세상에 오직 두 사람만 있던 시절
사시사철 바라보는 곳마다 진달래 붉게 피고
비가 왔다 하면 억수비
눈이 내렸다 하면 폭설
오도가도 못하고, 가만 있지는 더욱 못하고
길거리에서 찻집에서 자취방에서
쓸쓸하고 높던 연애
그때가 좋았는가
연애 시절아, 너를 부르다가
나는 등짝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 같다
무릇 연애란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기에
문득 문득 사람이 사람을 벗어버리고
아아, 어린 늑대가 되어 마음을 숨기고
여우가 되어 꼬리를 숨기고
바람 부는 곳에서 오랜 동안 흑흑 울고 싶은 것이기에
연애 시절아, 그날은 가도
두 사람은 남아 있다
우리가 서로 주고 싶은 것이 많아서
오늘도 밤하늘에는 별이 뜬다
연애 시절아, 그것 봐라
사랑은 쓰러진 그리움이 아니라
시시각각 다가오는 증기기관차 아니냐
그리하여 우리 살아 있을 동안
삶이란 끝끝내 연애 아니냐

詩 안도현  畵 헤몽 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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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95 2005-07-02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도 좋지만 그림도 예쁘네요^^

플레져 2005-07-02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라님,심장을 열어보일 수 있다면 사랑이 어떻게 될까요? ^^

날개 2005-07-02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정말 이쁘다.. 플레져님 닮은 그림이예요..^^

2005-07-03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는 굵은 몸통으로
오래 살면 살수록 빛나는 목재가 되고
오이나 호박은 새콤 달콤
제 몸이 완성될 때까지만 살며
백합은 제 입김과 제 눈매가
누군가의 어둠을 밀어낼 때까지만 산다는 것
그것을 알고부터 나는
하필 사람으로 태어나
생각이 몸을 버릴 때까지만 살지 못하고
몸이 생각을 버릴 때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
단명한 친구는
아침이슬이라도 되는데
나는 참! 스물 서른이 마냥 그리운
사람으로 살아 간다는 것 그것이 슬펐다
딱 한 철 푸른 잎으로 파릇파릇 살거나
빨강 보라 노랑 꽃잎으로 살거나
출렁 한 가지 열매로 열렸다가
지상의 치마 속으로 쏘옥 떨어져 안기는
한아름 기쁨일 수 없는지 그것이 가끔 아쉬웠다


내 작은 비애 / 박라연 詩

사진 : 플레져, 어제 6번 국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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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 2005-06-27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져요. 비 사진.. ^^ 왠지 비가 오면 마음이 괜히 설레서.... 우웅~ 아리아리해집니다.

플레져 2005-06-28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나님, 장마철이에요. 장마철에 마음 단대이 여미소서...^^;;

깜소 2005-07-1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서재를 가끔씩 열고 들어옵니다...무엔가 많이 그리운 날에는...시와 그림을 주로 바라보다가 갑니다..사진과 시 퍼갑니다..오늘 딱 이네요..^^ 편안한 주말 나시길...

플레져 2005-07-16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소님, 흔적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제 서재가 더 편안한 휴식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Joaquin Sorolla y Bastida ( Spain, 1863-1923 )
Ninos a la orilla del mar
Translated title: Children on the Sea-shore. 1903



Joaquin Sorolla y Bastida ( Spain, 1863-1923 )
Ninos en la playa (Valencia)
Translated title: Children on the Beach (Valencia). 1916



Joaquin Sorolla y Bastida ( Spain, 1863-1923 )
Children on the Beach 1910

살아 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 감싸 안으며
나지막히
그대 이름을 부른다.

살아 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詩 :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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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6-24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피곤하면 어떤 달콤한 얘기도 귀찮아져요. 혼자 있고 싶어지고 혼자 있을 때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정말 혼자 있을 때는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저는 그럴 때 제 자신이 슬프고 부끄러워요. ㅎㅎ~ 이런 쓸데없는 말을...

플레져 2005-06-25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몹시 피곤했어요. 편도선이 부어 좀 아팠구요, 병원에 다녀왔구요, 반찬을 여러개 만들었구요... 더위가 그 모두를 이겨버린 듯 해서 좀 아쉬운 날... 하루님의 자화상이 저는 그저 이쁘게만 보여요. 저는 이미 그런 감정 조차 사라진 것 같아요. 그저 공허...할 뿐이죠 ㅎㅎ
 

깊은 밤에 호올로 내린 비는
우리 가슴 속을 아프게 한다
밤은 홀로 깨어난 사람의 몫이다

더욱 깊은 사유의 뜨락에서
우린 머리칼을 적신다
빗물에 전신이 녹아 내린다

고요히 피를 흘리면서
소금한 되 쯤의 슬픔에 젖는다

쓰리게 깨어 있는사람
빗발에 고요히 녹아 내리는사람

새벽의 소멸
소멸하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詩 : 김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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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4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직 저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제 마음 속에는 많은 금기가 있습니다.

얼마든지 될 일도 우선 안된다고 합니다.

혹시 당신은 저의 금기가 아니신지요.

 

당신은 저에게 금기를 주시고

홀로 자유로우신가요.

휘어진 느티나무가

저의 집 지붕에 드리우듯이

저로부터 당신은 떠나지 않습니다 .

 

詩 : 이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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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6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06-16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820038

아.. 이런~ 오늘 20000 넘으셨군요..! 잡아드리질 못하다니....ㅠ.ㅠ

여하튼 축하드립니다..^^*


울보 2005-06-16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려요,,

플레져 2005-06-17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울보님... 고맙습니다. 제가 서재에 있었다면 이만힛 기념으루다가 뭘 했을텐뎅... 요사이 시간이 들쭉날쭉입니다 ^^

릴케 현상 2005-06-23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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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