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진 자리에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詩 문태준



그녀의 가을 - 이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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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개 2005-09-04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같은 화가의 그림이네요... ^^ 가을 나무가 하늘을 다 덮어버린 거 같어요. ;)

플레져 2005-09-04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검정개님. 제 서재 화가의 숨 페이퍼에 이수동씨 그림이 제법 있어요. 요샌 게을러서 그림 수집 하러(온라인에서) 안다니지만서도 한땐 몹시 좋아했답니다 ^^ 이수동씨도 그림 수집도 ㅎ

파란여우 2005-09-04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군요..우히히^^

icaru 2005-09-04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빨간 치마 입으신 분이 여우님이세요?

플레져 2005-09-04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님두 알아보셨군요! ^^
이카루님, 하모요~~

잉크냄새 2005-09-04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태준 시인의 시들이 좋네요.

플레져 2005-09-04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자꾸 들춰보게 되는 시집이에요 ^^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비가 온다.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비가 온다구!

나는 비가 되었어요.
나는 빗방울이 되었어요.
난 날개 달린 빗방울이 되었어요.

나는 신나게 날아가.
유리창을 열어둬.
네 이마에 부딪힐 거야.
네 눈썹에 부딪힐 거야.
너를 흠뻑 적실 거야.
유리창을 열어둬.
비가 온다구!

비가 온다구!
나의 소중한 이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詩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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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24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인숙의 시 멋있죠...

이리스 2005-08-24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추천 한 방 꾸욱~

플레져 2005-08-24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그죠? ^^
낡은 구두님, 제 사진에 추천하신건가요? 아님...시에? ㅎㅎㅎ

2005-08-24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8-24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온다.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이 구절...문득 눈 내린다고 친구를 찾아간 새벽녘이 떠오르네요. 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친구는 그때의 기분을 참 좋게 간직하고 있더군요.
사진에 추천한 건 접니다. 아시죠? ㅎㅎ

플레져 2005-08-24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히히 ^^;;;
잉크냄새님, 사진에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문의 영광이어요 ^^

Laika 2005-08-25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창문을 열어둬야겠군요...

플레져 2005-08-25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아직 안 여셨단 말여요? ㅎ

검둥개 2005-08-25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미모의 여인이 플레져님이시란 말예요 @.@
시가 눈에 안 들어오기는 이것이 처음입니다 ^^

플레져 2005-08-25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 비겁하게 아주 흐려놓았답니다~

stella.K 2005-08-25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기 사진은 님이신가요?^^

icaru 2005-08-25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흣...나에게두 말할 거리가 있다고요~
저 사진 속의 인물...사람 홀리게 아름답네요...

2005-08-25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25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Phantomlady 2005-08-25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진에 추천 날립니다~~~~~

플레져 2005-08-25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언넝 추천하세욧! ㅋㅋ
이카루님~ 홀림? ㅎㅎ
스노드롭님, 바람직하십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2005-08-25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25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녀

거리에서 한 여자가 스쳐간다
불현듯 아주 낯익은, 뒤돌아본다
그녀는 나와 상관없는 거리로 멀어진다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철 지난 외투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지처럼 그녀는

기억의 지느러미를 흔들고 거슬러 오르면
전생의 내 누이,
그보다 몇 겁 전생에서
나는 작은 바위였고 그녀는 귀퉁이로 피어난
들풀이었는지 모른다
그녀가 벌레였고 나는 먹이였거나,
하나의 반짝거림으로 우주 속을 떠돌 때
지나친 어느 별일지 모른다

뒤돌아보는 사이, 수천 겁의 생이 흘러버리고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스쳐간 바람, 또는 향기는 아니었을까
반짝이며 내 곁을 지나친 무수한 그녀들,
먼 별을 향해 떠나가고.

詩 배용제



Marcin Klepacki - run away... maybe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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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8-23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이 참... 길다... 는 뜬금없는 생각을.  ̄,, ̄)

비로그인 2005-08-23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백사진 너무 멋져요. ^-^ 얼굴없는 그녀.

릴케 현상 2005-08-23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긴가요?

파란여우 2005-08-23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동통한 그녀...^^

2005-08-24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icare 2005-08-2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뜨리스 르 꽁트의 걸 온 더 브릿지가 생각나네요. 그러고 보니 가을이고요.

플레져 2005-08-24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님, 오늘은 정말 가을이에요. 바람도 그렇구요, 흐린 날씨도 그렇구요, 마음은 더...그래요...
여우님, 정말 그렇군요, 그녀는 ^^
산책님, 길어요, 그녀의 발! ㅎ
가시장미님, 얼굴이 안보여 더 매혹적인 그녀~ ^^
숨은아이님, 그 말씀 듣고 보니 정말 그래요 ㅎㅎ

Laika 2005-08-2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반대로 목위만 찍힌 사진이 있는데...저위에다 갖다 붙일까요? ㅎㅎ

플레져 2005-08-24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무셔워요... ㅠㅠ

이리스 2005-08-2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정도 발 사이즈만 기본 250 이라고 보여짐. (죄.. 죄송함돠)

잉크냄새 2005-08-24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평발은 아니군요.

플레져 2005-08-25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녀의 발이 이렇게 이슈가 될 줄이야~~ ㅎㅎ
 

바람둥이

봄볕의 따스한 손길
닿는 곳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면서
산수유와 목련
개나리와 진달래
꽃망울 터뜨리고
게으른 모과나무 가지에도
새싹들 뾰족뾰족 돋아납니다
아직도 깊은 잠에 빠진
능소화와 대추나무
마구 흔들어 깨우려는 듯
횡단보도 아랑곳없이 한길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봄바람 맞아
벽돌 담벼락 기어오르는 담쟁이덩굴
움찔움찔 몸을 비꼽니다

詩 김광규




Marcin Klepacki - walk on 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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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23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2005-08-23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8-23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말고..딴소리..)저 사진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면...참 알고 싶네요~ 사람일까 인형일까...

진주 2005-08-23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같은데??(나도 시말고 딴소리..)
시에 꽃이 많이 나와서 무쟈게 좋아요. 근데....능소화는 한 여름에 피는 데 봄에 피는 꽃이랑 같이 넣어 놨네요?

Phantomlady 2005-08-24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하늘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여자아이는 불안불안합니다..
천국으로 가기는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2005-08-25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8-25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와우~ ^^
이카루님, 사람일걸요? 설마...
진주님, ㅎㅎㅎ 얼마전에 능소화 핀 담장을 지나갔어요. 지나만 갔는데 ^^;;; 정말 이쁘더라구요. 아마 그것이 시적 상상력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진 일이 아닐런지...ㅋ
스노드롭님, 추천하시면 천국갑니다~~~ =3 =3
속삭님, 넘넘 기대됩니다!!! 얼른 님의 그 스토리를 들려주시기를!! ^^
 

하이네 보석가게에서

언니, 나는 비행기를 탈 거야. 나는 아무것도 버리지 않았는데, 갑자기 너무 가벼워졌어.
마리오는 아름다운 남자야.

안녕. 나는 보따리 장사를 할 거야. 보석 가게에서 나는 아름다움을 감정하지.
가짜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아는 건 멋진 일이야.
언니, 곧 부자가 될게. 라인 강가에서.

한국 남자를 사랑해보지 못했어. 오늘밤에도 언니는 시를 쓰고 있니?
언젠가는 언니 시를 읽고 감동하고 싶어. 안녕.

11월에 나는 마리오를 만나지. 언니는 한국어로 사랑을 고백할 수 있어?
언니, 우리가 어렸을 때 문방구에서 마론 인형을 훔치는 언니를 봤어.
눈물이 주르르 모래처럼 흘렀어.

언니,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모래는 가장 아름다운 흙의 형상이었지.
나는 매일 밤 기도를 해. 언니가 우리 집을 떠나던 날에 나는 왜 쓸쓸해지지 않았을까?
언니를 위해 기도할게. 안녕.

詩 김행숙



Tuesday's child - jack vettr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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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20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가 그 시 인가요? ^-^;

연우주 2005-08-20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 시 좋아요.

Phantomlady 2005-08-20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요일의 아이는 신의 은총을 받을 수 있을까요 ;;;

히피드림~ 2005-08-20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도 좋고, 그림도 좋고~~^^

2005-08-20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20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20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20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20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8-20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 네 그렇습니다 ^^
우주님, 읽을수록 맛이 나지요? ㅎ
스노드롭님, 화요일의 아이 뿐만 아니라 모든 요일의 아이들에게 축복이 ^^
펑크님, 저 보석가게에 가보고 싶지 않으세요? 끌리는 시에요 ^^;;;
속삭님, 아...님의 측근이시군요! 너무나 반갑습니다. 막 팬이 된 모모양이 있었노라고 말씀 전해주세요 ^^

2005-08-21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21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