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1898∼1980)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고 욕망의 해방을 부르짖은 성욕의 화신들을 충격적인 주제와 기법으로 재현해냈다. 섬뜩한 붉은 입술을 도발적으로 내밀며 뜨거운 욕정을 이기지 못해 몸부림치는 나부(裸婦)들! 뱀처럼 뒤틀린 몸과 게슴츠레한 눈빛은 바라보는 이의 영혼마저 혼미하게 만든다. 렘피카가 섹스의 황홀경에 빠진 요부들의 이미지를 실감나게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 스스로 거침없는 팜므 파탈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1920∼30년대 화단(畵壇)의 프리마돈나로 군림했던 렘피카는 관음증, 그룹섹스, 동성애 등 파격적인 에로틱 그림들을 잇달아 선보여 큰 파문을 일으켰다. 첫 남편 타도이츠가 그녀의 광적인 쾌락 탐닉, 대담한 성적 편력에 질려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렘피카는 미모가 시든 말년에도 40년 연하의 조각가와 정염을 불태운 화끈하고 본능에 솔직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삶 그대로 얼음처럼 차갑고 불같이 뜨거운 요부들을 예술 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게 했다.
- 이 명 옥
마저리 페리의 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