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홀로 지새우고 아침 8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다. 한 세 시간 잤나? 벨이 울린다.
알라딘에 주문한 책들이 온 줄 알고 뛰어나가 문을 연다.
(훗. 토요일날 출고작업 중이었는데.. 월요일에도 계속 출고작업 중이다. 오늘 부쳤단다..)
일어나서 나가는 동안에도 벨은 계속 울린다.
문을 여니 젊은 아줌마 두 사람이 또(!) 서 있다.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솟는다.
(이제 좀 고만 오란 말이야!)
문을 닫으려 하면 항상 한 사람이 손잡이를 잡고 버틴다.
(뭐하는 짓거리야!)
휴지를 내밀며 예수 믿고 구원 받으세요-하는 할머니는 그것만 주면 그냥 가니까 오히려 좋다.
절에서 나왔습니다. 라고 조용조용 말하는 얌전하게 생긴 아줌마는, 늦은 오후에 오는 데다가
'어머니 안 계세요?' 라고 묻고 안계신다고 하면 인사하고 가기 때문에 괜찮다.
그런데, 저 콤비 아줌마들은 (사람은 가끔 바뀐다.),
문을 열면 먼저 자기들이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부터 말한다.
한 동네 사람이니까 알아서 잘 하라는 건가 보다.
옆집 사람도 모르는데, 다른 동 사람한테 뭘 어쩌라고?
그러고는 뭐, 공부를 하는 데 설문조사 하나만 해 달란다.
처음엔 속아서 해 줬는데, (공부한다는 말에 약해져서...)
그 내용은 대개 하느님의 존재를 믿냐, 성경은 읽어 봤냐, 교회에 나간 적이 있냐, 어쩌구 저쩌구..다.
적어서 내밀면, 그걸 둘이서 보면서 쑥덕쑥덕 성경은 읽어보셨네요. 어머 교회 나가신 적도 있네요. 그런데 지금은 왜 안 다니세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그러고는 항상 차 한 잔을 대접해 달라고 요구한다.
내가 왜 당신들한테 차를 대접해야 하나? 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집 안에 들여야 하나?
뻔뻔해도 정도가 있지, 매번 매번 반복되는 요구.
어깨 넘어로 집안을 들여다 보며, 어머 집도 깨끗한데 우리 차 한잔만 주세요-
이봐요. 그러니까, 내가 왜?
잘 자고 있는데, 제발 깨우지 좀 마세요. 한 번 거절하면 다신 오지 마세요. 네?
아주 가끔, 신을 믿는 쪽에 베팅하면 진다 해도 잃을 것은 없고, 이긴다면 모든 것을 얻는다는 말이 떠올라
이러다 나중에 후회하는 거 아닌가 싶을 때도 하지만,
신앙을 강요하는 저런 무리들을 내 집 안에 들여 차를 대접하기는 죽어도 싫단 말이다.
그러니. 제발. 이제 좀 그만 오세요. 민폐야 민폐.
지하철 안에서도 좀 그만 떠드세요. 혼자 천당 가세요.
도나기보다 더 싫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