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 빈털터리 소설가와 특별한 아이들의 유쾌한 인생 수업
크레이그 데이비드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장애가 있는 특수아동의 등하교를 돕는 스쿨버스 운전기사의 이야기입니다.


 '작가'라는 꿈을 갖고 도전했지만 파산해버린, 세상에서 버림받은 듯한 기분의 남자.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느껴집니다. 보통은 그냥 좋은 추억으로 잊혀지고 말 이야기들도 크레이그의 시선과 특유의 표현력이 더해지면 희극으로 변합니다.



 버스 운전 강습을 받을 때 만난 강사 '돈'. 돈은 크레이그에게 정말 사소한 것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크레이그의 표현에 따르면 돈은 '내가 마치 남는 계기판 부품을 가지고 상온 핵융합 발전기를 만들어 낸 것처럼' 반응해 줍니다.


"이야! 이거야말로 좌회전의 모범 답안이네요!"

"빗자루로 타이어를 쳐서 압력을 확인해요. 아주 잘 쳤어요! 좋아요!"

"대단해요!"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돈과 함께, 크레이그는 아이들을 태우며 환영할 멘트를 연기해 보기도 하며 즐겁게 강습을 합니다. 



이런 크레이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사람은 위기와 절망에 대처하는 방식,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 전혀 다른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강습을 마치고 정식 기사가 된 크레이그. 버스에 타는 친구는 모두 다섯 명입니다. 사람이 적다 보니, 크레이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격과 성향을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버스에 탄 친구들의 관심사를 종합해 보니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모두 '괴짜'였죠. 크레이그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매일 똑같은 길을 달리는 지루한 스쿨버스이지만, 버스 내에서는 전혀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가끔은 다른 길을 달리기도 합니다. 할로윈 날만 되면 어디가 아프거나 연락두절이 되는 스쿨버스 기사들을 대신해 연장근무를 하는 날이 그렇죠. 그런 날도 크레이그에겐 새로운 이야기가 됩니다.



 그의 버스에는 즐거운 일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제각기 떠들어대는 것에 하나하나 반응도 해 줘야 하고, 친구들이 마음에 탈진이 일어나지 않나 살펴야 합니다. 한겨울에는 후드티를 두 겹씩 입고 운전을 해도 춥고, 마을에서는 툭하면 바퀴가 도랑에 빠집니다. 주차된 버스 유리창을 누가 깨고 도망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크레이그는 그런 상황들에 유쾌하게만 받아들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들이 자신을 어두운 면으로 끌고가게 두지도 않죠. 크레이그의 장점입니다.


 다른 학생들이 타는 대형 스쿨버스와 달리, 이 친구들이 타는 버스는 미니버스입니다. 그리고 크레이그는 이 작은 버스가 주홍글씨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부분에선 별 차이도 없는데, 왜 큰 버스를 탈 수 없지? 돈 문제라는 걸 알지만, 큰 버스에 태울 만큼 이런 친구들이 많지 않다는 걸 알지만, 버스를 보고 웃는 사람들을 보면 지나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아 합니다. 사실, 아이들은 일반 버스를 탈 기회도 있었지만 스스로 거절했습니다. 크레이그는 자신이 오히려 아이들을 특이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인지하게 됩니다. 댄서를 꿈꾸는 아들에게 치의대에 가라고 으름장을 놓는 아버지처럼요. 풋볼팀 점퍼를 입고 빈센트의 어눌한 말투를 따라하는 무리들에게, 올리버가 명랑하게 외칩니다.


"겨우 그거야? 요새 끼가 예전 같지 않네?"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해 크레이그는 최선을 다합니다. 

책에서 자랑스럽게 늘어 놓진 않지만, 유쾌한 일상의 기록 중에서도 크레이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 친구들을 대하는지 알 수 있지요.


 크레이그는 아이들이 하는 기발한 말들을 노트에 적어 두었습니다. 자기만의 세계와 남다른 표현력을 가진 아이들 덕에, 크레이그의 노트에는 추억이 빼곡합니다. 

그렇게 채워진 노트는 크레이그가 다시 꿈을 꾸게 해 줬고, 이 책의 이야기들을 더 실감 나게 쓸 수 있게 도와 주는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정해진 스쿨버스 운전기사 업무가 끝나고 시간이 흘러 더 방황을 한 뒤... 크레이그는 다시 꿈에 도전합니다. 아이들과는 헤어졌지만, 크레이그의 기억 속엔 그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일만 있어서가 아니라, 좋은 일과 나쁜 일 그 모든 추억이 함께 담겨 있었고 그 속에서 무한히, 정해진 방향 없이 꿈꿀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영화 <러스트 앤 본>의 원작 소설을 쓴 크레이그 데이비드슨의 자전에세이.

<나는 스쿨버스 운전기사입니다> 였습니다.



<가장 마음에 든 문장>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답은 그냥 일어나기 때문이다.



* 책 중간중간에는 크레이그가 쓴 미발표작 소설 '탐험가들'이 들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물음표가 붙다가, 나중에는 미소를 짓게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무섭게 속력이 붙은 휠체어는 어설프게 급커브를 돌았다. 제이크의 운전 솜씨는 형편없었다. 이 점은 제이크 본인도 순순히 인정했다. 결국 앞바퀴가 차고 벽에 부딪쳤다.
"어이!" 뒤에서 캘빈이 외쳤다.
"조심해야지 아들!"
"크레이그 아저씨!" 제이크가 발그레한 얼굴로 나를 불렀다.
"아저씨 이 말 들으면 못 믿을걸요!"
웃음이 나왔다. 제이크가 할 말을 믿지 못할 것 같아서가 아니었다. 제이크는 보통 이치에 맞는 말만 했다. 어떤 때는 뻔하디뻔한 말을 했다. 내가 웃은 이유는 제이크의 열정이 내 마음을 간질간질 건드렸기 때문이었다. 아랫배에서 사이다 거품 같은 게 끓어올라 온몸으로 퍼졌다.
"뭐 얼마나 놀라운 소식이길래?" 내가 물었다.
제이크는 배웅 중인 아버지를 힐끗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음모를 꾸미는 듯 작게 속삭였다.
"이따 말할게요."
아하, ‘버스 이야기‘라는 말이지. 버스는 고해성사의 장이었다. 침묵 속에서 비밀을 공유하는 방이었다. 제이크를 버스에 태워 휠체어를 고정한 뒤 가슴에 안전벨트까지 채우면 그때 이야기는 시작될 것이다. 언제나처럼.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았다. 무거운 짐 수십 개를 들 때보다 정신적으로 피곤할 때가 더 힘들었다.
잿빛 하늘 아래로 들판을 가로질러 집으로 향했다. 일찍 뜬 별이 하늘에서 반짝였다. 신이 나서 집으로 가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지붕 너머로 들렸다. 인도에서 한 아버지는 똑같은 빨간색 스키복 바지를 입은 어린 뱀파이어 두명을 이끌고 걸었다. 뱀파이어가 아무리 냉혈인간이어도 사탕 얻으러 다니는 아들들에게 두꺼운 옷을 입히는 것이 아버지 마음인 모양이다.
한 단어가 떠올랐다.
‘평범하다.‘
그날은 너무나 평범한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차를 몰고 아이들을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었다. 사소한 임무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이라면 누구든 오늘같이 평범한 날을 경험할 것이다. 나도 쓸모 있는 인간이었다. 그 사실을 절감한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사소한 임무라도 좋다.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완수하자. 매일 반복하다 보면 머지않아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가족과 선생님들 말에 따르면 개빈은 정해진 일과를 좋아했다. 주변 세계가 질서정연하고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마음이 편해지는 아이였다. 그래서 나는 개빈이 어떤 행동을 즐거워하면 일부러 매일 같은 시간에 그 행동을 반복했다.
아침에 고등학교에 도착해 휠체어 승강기로 제이크를 내려줄 때는 개빈이 앉은 자리 창문 아래에 쭈그리고 숨었다가 장난감 상자의 인형처럼 "개버!" 하며 껑충 뛰었다.

다들 지금보다 멋진 삶을 꿈꾸지 않는가? 산 정상까지 등반한 사람도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구름 위로 오르는 꿈을 꿀 것이다. 100퍼센트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다. 한밤중에 ‘지금보다 나은 삶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찾아든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내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할 것들도 간접적으로나마 성취한다. 신분이 올라가고 훌륭한 사람, 최고의 친구, 최고의 배우자, 최고의 부모가 된다. 내가 되고 싶은 존재를 경이로운 모험의 세계로 날려 보낼 수 있다.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늘 올바른 일을 하고 현실에서는 드러낼 수 없던 용기를 낸다. 꿈에 그리던 이성과 입을 맞추고 평생 행복하게 사는 세계를 그린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은 절대 유행을 타지 않는다. 내가 제대로만 쓴다면 다른 사람도 그 세계 안에서 살고 싶어질 것이다. 칙칙하고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로 돌아가기 전에 잠시 나를 버리고 다른 세계에서 숨 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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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 빈털터리 소설가와 특별한 아이들의 유쾌한 인생 수업
크레이그 데이비드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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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라는 꿈을 갖고 도전했지만 파산해버린, 세상에서 버림받은 듯한 기분의 남자.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느껴집니다. 보통은 그냥 좋은 추억으로 잊혀지고 말 이야기들도 크레이그의 시선과 특유의 표현력이 더해지면 희극으로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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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각 - 아이디어 소설
이헌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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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패션 회사 대표라는 저자 프로필을 보고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책 판매를 떠나 ‘한 생각‘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공유하길 원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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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희망을 (반양장) 생각하는 숲 6
트리나 폴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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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들수록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있는, 명작 중의 명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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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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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에 있는 작은 문구점에는 포포라는 아가씨가 살고 있다.

 

 문구점이라지만 기본적인 필기구뿐이다. 사실, 츠바키 문구점을 찾는 이들은 문구류 구입보다는 대필 의뢰를 하러 온다. 할머니는 가문의 열 번째 대필가였다. 포포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에게 대필을 배웠다.


 한때는 고리타분한 할머니의 삶이 자기의 미래가 되는 게 싫어 방황하기도 했지만, 외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재능이 거기에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일본어로 써 준 글씨를 보물처럼 여기며 기뻐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에서 보람을 찾은 것이다. 할머니들(쌍둥이였다)이 돌아가시고 츠바키 문구점이 비게 되자, 포포는 가마쿠라로 돌아와 문구점을 이어받는다.


포포는 대필을 의뢰하러 온 이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한다. 차 한 잔에 안정을 찾은 손님들은 포포에게 저마다의 사연을 이야기한다. 지인이 원숭이를 잃고 상심하고 있을 때 보내는 위로의 편지라든가, 부부가 합의이혼하게 되었음을 이웃들에게 보고하며 잘 살지 못해 미안하고 각자의 삶을 응원해 달라든가, 이십 년 만에 알아낸 첫사랑에게 (상대 배우자에게 폐를 끼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잘 살고 있다고 안부 편지를 전해달라든가….


 


 그렇게 손님이 의뢰를 하고 떠나면, 포포는 한동안 일상생활에서 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 사람의 마음으로 살면서 편지를 쓸 대상을 떠올리고, 최적의 편지지와 필기구, 필체. 봉투. 봉인. 우표를 찾는다. 길을 걷다가도 의뢰인의 편지에 가장 알맞은 기분이 들면 펜을 집어 들고 그 자리에서 편지를 쓴다.


그렇게 완성된 편지는 묘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포포의 편지를 받은 의뢰인들은 한결같이 '직접 쓴 것 같다'는 말을 한다. 편지를 받은 사람도 만족스럽다. 대필이지만, 그 안에 영혼을 담아 쓴다면 사람이 전할 수 없는 것도 대신 전해줄 수 있나 보다.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포포가 쓴 대필 편지를 받은 어머니가 편지를 꼭 안고 편안히 임종을 맞이하셨다는 의뢰인도 있었다.

 

 책 뒤에는 소설에 나온 편지들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다른 종이를 써서, 마치 편지지 느낌이 난다. 각자 조금씩 다른 필체들로 편지가 쓰여져 있다. 


여름, 가을, 겨울, 봄의 네 챕터로 나뉘어진 이 소설은 평온하고 단조롭다. 포포와 함께 일 년의 따뜻함과 차가움을 느끼는 듯하다. 무더위와 싸우며 시작된 이야기는, 따뜻한 햇살과 함께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끝난다.





지난 번에 읽은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처럼, 이 책도 '떠나보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 앞선 책에서는 지난 사랑에 대한 떠나보냄이라면, 이번 책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나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떠나보냄이다.


포포는 두 번의 절연장을 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대필가로서 누군가와 인연을 끊는 편지를 쓴다는 건 맞지 않는 듯 했지만, 그만큼 질기고 소중한 인연이라 누군가가 '싹둑' 잘라 줘야 한다는 말에 절연장을 수락한다. 


절연. 인연을 끊는다. 

잔인한 이야기 같지만, 예의와 형식을 갖춰서 보내는 절연장은 그것만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카톡이나 문자로 받는 것보다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얼굴을 보고 말해달라던 작년의 내 부탁 또한 아무래도 예의와 형식에는 어긋났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에는 그렇게 싸늘한 답변을 보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문득 미안해진다.


잔잔한 일상 가운데 잔잔하지 않은 사람들의 사연을 들려 주는 책이었다. 저마다의 사연을 듣고 공감하는 포포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다. 일상을 떠나 잠시 다른 세계로 마음을 돌려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의 번역자처럼, 나도 가마쿠라에 가 보고 싶다. 도쿄 역에서 55분. 도쿄 근교에 있는 조용한 마을...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난데, 연속에서 읽은 두 권의 소설이 도쿄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작중 포포도 도쿄에서 편지지를 사 온다.) 이번에 도쿄 여행을 갔던 게 정말 그냥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츠바키는 일본어로 동백꽃이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이 책을 사서 처음 보여준 분과 동백꽃 이야기를 했었다. 휴대폰 케이스에 있는 꽃이 하얀 동백꽃이었다. 마침 작중 포포와도 같은 나이. 그분에게 이 책을 전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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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양장에, 편지 느낌이 나는 예쁜 표지글씨에, 뒷면 바코드/ISBN/가격 표시바를 세로로 배치한 거에, 민트색 띠지에, 동백꽃과 새 은박에... 제작 점수 100점짜리 책!!!!





"있지, 마음속으로 반짝반짝, 이라고 하는 거야. 눈을 감고 반짝반짝, 반짝반짝, 그것만 하면 돼. 그러면 말이지, 마음의 어둠 속에 점점 별이 늘어나서 예쁜 별하늘이 펼쳐져."
반짝반짝, 이라고 하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응. 간단하지? 어디서나 할 수 있고, 이걸 하면 말이지, 괴로운 일도 슬픈 일도 전부 예쁜 별하늘로 사라져. 지금 바로 해봐."
바바라 부인이 그렇게 말해주어서 나는 그녀에게 팔을 맡긴 채 눈을 감고 천천히 걸었다.
반짝반짝, 반짝반짝, 반짝반짝, 반짝반짝.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던 마음속 어둠에 별이 늘어나서 마지막에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바바라 부인과 내가 이웃에 살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 제대로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바바라 부인과 친해진 것도 천국에서 선대가 그렇게 되도록 보이지 않는 실로 조종했을지 모른다.
선대에게 해준 것보다 받은 것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 옆에서 바바라 부인이 다리를 달랑달랑 흔들면서 카망베르 치즈를 먹고 있다.

아마 마음 한 켠을 얼버무리면 그대로도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익명 씨는 그렇게 얼버무려서 이어지는 관계가 옳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겉치레로 관계를 계속해도 더는 서로에게 좋은 일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절교하지 않으면 끊을 수 없을 만큼, 사이가 좋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 상대를 평생에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든 만난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p.248

이제 예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겠지.
솔직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야.
때로는,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있고.

그러나 자신에게는 거짓말을 하지 않길 바란다.
솔직하게 살아주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네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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