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개의 눈동자 미래그림책 17
에릭 로만 글 그림, 이지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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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동화들을 보면 어쩜 이렇게 별 것 아닌 걸로 동화를 써냈을까 하는 감탄을 하게 된다. 심지어 이 책은 <열 개의 눈동자>라는 제목조차 내용과 별 상관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첫장면, 한 소년이 어떤 사연도 알려주지 않고 배를 타고 하늘을 난다. 그러다 적막한 바다에서 '별 계기 없이' 열개의 눈동자를 빛내는 호랑이(인지도 확실치 않다) 무리를 만난다. 그 후 '난데없이' 형형색색 물고기가 등장하고, '뜬금없이' 호랑이가 어울렁더울렁 모닥불에서 그림자 춤을 춘다. 그러다 '불현듯' 사라지는 물고기들. 그리고 밀려오는 적막과 고요...'아, 이렇게 소년이 고독을 배우는가보다' 생각하는 순간, 소년과 호랑이는 특별한 이별의 의식도 없이 눈물나는 감정의 낭비도 없이 각자가 왔던 곳으로 홀연히 사라진다. 그리곤 끝.

이렇듯 황당한 내용과 더불어 수채화보다 탁하고 유화보다 가벼운 파스텔 톤의 삽화가 신비함을 더욱 고조시킨다. 이유는 몰라도 달리를 닮은 초현실적인 색채와 신비로운 스토리 - 이것이 이 책의 줄거리인 것이다. 책의 제목인 <열 개의 눈동자>는 특별한 의미나 상징도 없고, 단지 꿈이나 혹은 다른데서 작가가 영감을 얻은 동기가 아닐까 싶다. 열개의 눈동자'가 등장하는 한장면만으로도 아무 설명없이 왜 이 책의 제목이 그것인지가 수긍이 가니까 말이다.

PS. 중간중간 글이 있는데 없어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림과 느낌만으로 충분히 감동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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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늑대의 눈 비룡소의 그림동화 56
조나단 런던 글, 존 반 질 그림, 김세희 옮김 / 비룡소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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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도 그렇다고 어른을 위한 동화도 아니다. 단지 늑대를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어루만지기 위한 책인 것이다. 겨울을 나는 늑대가 눈밭에서 추위와 싸우며 먹이를 찾고, 사냥에 실패하고, 싸움을 하다, 제 짝을 찾는 이야기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한번, 아니 여러번은 보아왔던 이야기이다. 그림도 딱히 특이하거나 수준이 높지도 않다. 늑대는 특유의 고독과 사나움, 그에 반하는 가정적인 이미지로 신비한 매력을 일찌감치 알려 달빛아래 울부짖는 당당한 모습이 오래 전부터 많은 화가들의 화폭에 담겨졌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고 이 책이 시시한 책인가 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이 이야기는 이상하게도 그 모든 평범함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찡하게 와닿는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풀한포기 없는 삭막한 겨울 풍경 속에 무뚝뚝하리만치 감정이입을 절제된 이야기 때문에 오히려 생생하게 자연 그대로의 늑대의 감정과 모습이 전해져 오는 것이다. 본디 늑대란, 자연이란 인간이 호들갑 떨며 개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지켜볼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첫장을 넘기는 순간, 이 책은 나를 몇날 며칠 추위에 떨며 늑대를 기다리는 눈덮인 산악의 동물행동학자로 만들어 준다. 이보다 더한 감동이 있을 수 있을까.

PS. 책의 뒷면에 늑대 관련 단체 정보가 나와있는 것도 묘한 재미를 준다. URL이 나와있으면 더 좋을 걸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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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조님과 나 1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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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외딴 섬의 아가씨 등 미스테리 작품을 그려온 이마 이치코가 내놓은 유쾌한 문조 사육일기. 읽고 있다보면 고바야시 마카토의 걸작 왓츠 마이클이나 일요일 아침 TV동물농장을 보는 기분이 든다. ^^ 백귀야행에 점점 문조 조연의 비중이 커진다 싶다가 '어른의 문제'인가의 뒷부분에 수록된 부록이 재미있다 싶더니 급기야 책으로 출간하고 만 것이다. 그 때의 반가움이란! ^0^ 그런데 어쩐지 맛뵈기로 보았던 부록보다 이야기가 조금 쳐지고 산만한 느낌이다. 너무 사랑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넘쳤다랄까.그러나 줄거리 내내 개성 강한 문조들의 고군분투기와 자식(?)사랑에 빠진 팔불출 엄마의 코믹 스토리는 '어른의 문제'에서 보여줬던 유머감각이 녹슬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한다.

엄마를 사랑해버린 바보 아들, 남편에게 소박맞고 아들에게 구애받는 도도한 엄마, 백옥같은 아내 대신 다른 수컷과 사랑에 빠져버린 바보 아빠 등 에피소드 하나하나 애정과 섬세함이 넘쳐난다. 이야기 끝에 바보 아빠 후쿠가 저 세상으로 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개' 2권짜리 '만화'에서 '겨우' 새 '따위'의 죽음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서운함과 충격을 안겨 준 것은 작가의 내공보다 더 깊은 문조에 대한 사랑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일본에 문조 키우기 열풍이 불었다고 하는데, 동물을 너무 좋아해 20마리나 키우고 있는 독자로서는 이 책과의 만남이 실로 공포가 아닐 수 없었다. ^^;;;

PS. 그런데 이마 이치코가 여자입니까...남자입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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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7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늙은 개 책방 2004-08-17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감사합니다 ^0^
 
메모의 기술 -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양장본)
사카토 켄지 지음, 고은진 옮김 / 해바라기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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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기 위해 메모를 하라' 이 책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런데 어쩐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메모하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메모해야할 리스트'를 작성해야 할 것같은 기분이 든다. 목욕탕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물에 안 젖는 화이트 보드를 마련하라든지, 감성까지 메모하기 이해 메모를 그림으로 그리거나 관련 이미지를 갖다 붙이라든지, 메모는 무조건 간단하고 신속하게 하라고 권한 뒤에는 메모하기 좋은 의자를 구입하라거나, 조용한 커피숍에 가라거나 심지어 자신의 메모를 보고 버리는 게 아니라 두고두고 보다가 책까지 만들라고 한다. -, -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메모를 하기 전에 자신의 마음 상태를 가다듬고 물이 담긴 컵을 한방울도 흘리지 않고 들어올리는 기분으로 메모를 시작하라고 하다가 급기야는 꿈꾸고 싶은 것들을 자기 전에 메모하고 자라고 한다 ㅠ.ㅠ. 내 생각에는 이것은 이미 메모가 아니라 일기가 아닐까 하는데...

간혹 눈에 띄는 참신한 부분도 있는데 회의실에서 지루하면 참석자의 특징을 메모하라거나 (이것도 메모라기보단 낙서다), 전화 하기 전에 통화내용을 미리 글로 정리해 보라거나, 비상시에는 자신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 음성메시지를 남겨 음성메모로 이용하라는 등의 아이디어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반짝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론 아쉬운 느낌이다. 바쁘고 잊어버리기 쉬운 비즈니스맨의 니즈를 읽어낸 참신한 기획은 높이 살만 하나 내용은 메모라는 주제에 첨착해 억지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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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J.K.피터슨 지음, 박병철 옮김, Deborah Kogan Ray 그림 / 히말라야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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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없는 거위 보르카와 함께 장애우에의 편견을 없애주는 동화. 종종 백마디의 달콤한 말보다 진솔한 한마디가 더 감동적인 법이듯, 이 책은 화려한 수식어도 무릎을 치는 비유도 없이 소리를 듣지 못하는 동생과의 평범한 날들을 덤덤히 적어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아이의 솔직한 눈은 동생이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귀가 아닌 손으로, 또 다른 것으로 들을 줄 안다는 사실을 정확히 보아내고 있다. 그리고 또 그 자매는, 말은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쁘거나 슬플 때, 아니면 화가 났을 때 얼굴표정으로 또는 어개를 들썩이며 누구보다 훌륭하게 많은 것들을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내용만큼 잔잔하고 심플하면서도 사실적인 삽화는 마치 소리가 잘 안 들리면 얼핏 무덤덤해 보이나 그렇기에 더 사소한 부분까지 느낄 수 있듯 비범함 속의 세심함을 살리고 있다. 지금, 창 밖에는 비가 온다. 귀로 들리는 빗소리도 아름답지만 소리 없이도 손바닥 끝,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방울을 느끼는 것 또한 얼마나 낭만적인 삶이란 말인가. 우리 모두에게는 여동생이 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으로 빗소리를 들을 줄 아는 여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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