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신부 1
이케다 에츠코 원작, 아시베 유우호 그림, 민현아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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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80년대 만화가게를 들락거렸던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한 때 일본 순정(일본식 표기 ^0^) 만화가 우리나라 작가의 이름을 달고 해적판으로 어마무지 쏟아져 나왔던 사실을! 너무나 유명한 <유리가면>을 필두로 (그 때 작가 이름은 조은희...인가 그랬는데 ^^;; 과연 누구 이름이었을까?) <소문난 아가씨> <동짜몽> <남녀공학> <갈채> <헤이, 캐시> <롯데롯데> <캔디캔디> <올훼스의 창> 등 이루 헤아릴 수 조차 없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이 문제의 <악마의 신부>였다. 왜냐면 여느 만화들이 가난뱅이 아가씨가 부잣집 도련님들(! 꼭 여러명이 우~ 한명을 좋아한다. 그녀의 라이벌은 남자들이 못생기고, 주근깨, 왈가닥인 그녈 좋아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 )과 파란만장한 사랑을 나누거나 학원에서 누구하고 첫키스를 할 것인가, 체육관에서 옷 갈아입는 걸 들켜서 '하아..' 하며 놀라는 학원물에 비해 인간의 탐욕과 시기, 질투를 신랄하게
파헤친 잔인무도한 공포만화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읽히기엔 곤란할 정도로 잔인하고, 야하며, 비관적이다. ^^;;;; 그런데 정도가 심해 보이는 이야기를 읽으며 스리슬쩍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곤 하는데, 그만큼 인간의 이기주의와 욕심을 정확하게 집어내고 있기 때문. 이런 리얼한 감정묘사와 함께 스토리 자체는 굉장히 환상적인데, 아폴로의 자식으로 태어난 쌍둥이 남매가 금단의 사랑에 빠져 오빠인 데이모스는 검은날개를 가진 악마로, 동생인 비너스는 거꾸로 매달린 채 황천에서 평생을 썩어가며 살아야 한다는 모티브 자체가 비극적 아름다움이 가득하지 않은가.

사막의 개미여왕, 남의 피를 먹어야 사는 여자, 뱀의 화신 등 각 에피소드의 완성도도 훌륭하지만 진정 이 만화를 명작으로 만든 것은 캐릭터의 탄탄함. 극악무도한 악마 데이모스는 악역임에도 진정한 사랑을 깨달으며 지극한 남자다움과 엄청난 카리스마를 내뿜기 때문이다.

이 요인으로 이 만화를 추억하는 X세대는 물론이요, y,N,P 제너레이션까지도 모두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한가지 흠을 굳이 꼽자면, 제작된 지 20여년이 지나서 그런지 1권을 보면 그림이 좀 엉성하다. ^^;; 그러나, 6권 이후 부터는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는데다, 스토리가 워낙 훌륭하므로 꼭 참고 끝까지 보시기 바란다. 20여년 전, 어린 나이에 본 만화 출간이 중단되어 이 책을 사기 위해 일본으로 여행을 가리라 마음 먹게했던 추억의 명작! 부디 완결이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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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림책
헤르타 뮐러.밀란 쿤데라 외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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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뤽 고다르를 아시는가. '네 멋대로 해라' '미치광이 삐에로' '누벨바그' 등 주옥같은 명작을 남겨 누벨바그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영화학도들이 열광하는 프랑스 감독 말이다. 그렇다면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희생' '노스탤지어'를 통해 고매한 영상 속에 사회를 향한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러시아의 영상 시인 말이다. 그런데...아는 척 하고 주절댔지만 독자는 사실 그들의 영화를 단 하나도 '끝까지' 보지 못했다. 그냥 못 본 것이 아니고 '끝까지' 보지 못한 것이다. ㅠ0ㅠ (괴테의 파우스트처럼!!)

누벨바그란 장면의 비약적 전개,완결되지 않은 스토리,영상의 감각적 표현 등을 중시하는 프랑스 영화의 신기류라는데, 이 책 <책그림책>이 독자에겐 누벨바그 바로 그 자체였다. @,@ 그림은 뭔가 심장을 뛰게 하고 되~게 멋있는데, 두 번 읽어도 윗줄과 아랫줄이 헷갈리는 문장, 다 읽고도 정리되지 않는 내용, 그러나...이해 못했다 하면 무식하다 소리 들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까지!! -_-++

밀란 쿤데라 등 (그 밖에도 다 유명한 사람들이라는데 독자는 몰르는 사람였다. 무식무식..) 유명 작가들이 책에 관한 자신의 심상을 적고, 그림의 시인 '크빈트 부흐홀츠' (발음하기 무지 어렵다)가 그림을 그린 이 책은 독자에겐 너무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그 자체였다.

번역이 조금 어렵게 된 탓인지, 원래 내용이 난해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데...하여간 결국은 끝까지 읽지 못했다. 그렇다고 책 자체가 악서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불란서 영화의 난해함과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영화의 지루함을 극도로 싫어하는 독자에게는 권할 만 하지 않다. ^^;;

그림은 어떠하냐고? 감정이입이 절제된 쇠라 풍의 정서와 시 공간을 초월하는 신비한 달리의 화풍을 반반씩 섞어 놓은 듯한 그림은 글 없이도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때문에 소장하기 보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면 아주~ 폼이 날 듯 하다. 단, 읽지는 말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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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을 물음표
강도영 글, 그림 / 여름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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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자 엽기 똥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신예 강풀은 명실공히 인터넷스타, 아니 작가다. 생활 속의 신변잡기 유머와 칸 없는 주절주절 서술기법의 '강풀식 만화' 형식을 새로이 창출해 낸 것은 차치하고, 비비스&버드헤즈 같은 녀석들이나 히히덕댈 똥 유머에 첨착하던 그의 작품 세계가 엽기 유머 속에서도 여느 '닭고기 스프' 울고 갈 훈훈한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

그의 만화는 앞서 인기를 끌었던 <광수생각>보다 캐릭터나 내용이 어눌해서 더 좋고, <TV동화 행복한 세상>보다 완벽하지 않아 좋다. 앞의 두 작품이 기발한 스토리와 깔끔한 스타일로 상업적 감동을 선사한다면, 강풀은 평범한 스토리와 어리숙한 풍의 만화로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소박한 감동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의 감동은 심각하지 않아 더 좋은데 '가는 귀 먹은 부자의 엄한 대화'를 포복절도로 시작해 감동으로 마무리한 '가문의 유전' 편, 어린 날 싸구려 포르노 영화관을 드나들던 자신의 치부(?)를 낄낄대며 기억하는 '영웅본색', 기억 속의 히메나 선생님과 맥가이버의 타이틀 곡 '빰빰빰빰 빰~ '을 다시 생각나게 해주는 '그 땐 그랬지' 편들이 그러한 명작들이다.

그러나 흔하고 평범한 이야기만 하느냐 하면 그렇지만도 않은데, 그가 들려주는 귀신 이야기는 칼부림, 핏자국 한 번 나지 않고도 어찌나 등골이 서늘한지 웬만한 심령스토리 저리 가라다. 하나 아쉬운 것은, 편집 과정에서 잘린 건지 아니면 앞으로 나올 건지 모르겠으나 인터넷 상에서 본 요절복통 엽기에로유머 '노숙자 여인과의 동침' 같은 스토리들이 없다는 것이다. ㅠ0ㅠ 앞으로 2권, 3권...에서 그의 명작들을 꼼꼼히 실어주시길 빌어마지 않는다. ^0^

제목이 <지치지 않을 물음표>인 것 또한 처음엔 좀 의외였는데, 작가의 프로필과 만화 속에 녹아난 그의 인생여정을 알고 나니 이해가 갔다. 우스개 소리 좀 할 줄 아는 그저그런 N세대 네티즌인줄로만 알았던 그는 강경대, 김귀정과 함께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를 목터지게 불렀던 열혈청년이지 않은가. 대학 때와 조금도 변해 보이지 않는 투박하나 건강한 작가의 투쟁정신이 영원히 녹슬지 않기를, 사회와 인간에 대한 그의 물음이 영원히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PS. 그런데 책에 차례가 있었으면 좋아하는 편을 찾아보기 편할 걸 그랬다. ^^ . 편집장님, 다음엔 차례를 좀 넣어주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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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21세기 키워드 1 - 비빔툰 가족과 함께 떠나는 미래 과학 여행
홍승우 글 그림, 이인식 원작 / 애니북스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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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 선생의 '현대문명진단'을 아시는가? 동서양을 넘나드는 현대 사회의 분석과 미래예측은 물론이요, 한 눈에 똑 떨어지는 그림 설명까지 작가의 해박함과 유식에 혀를 내두르게 했던 명작 만화 말이다. ^0^ 영화에나 등장할 것 같은 과학기술이 판치는 21세기, 이원복 선생이 못다한 일을 홍승우, 이인식 두 양반이 해냈다. ^^

성지식부터 과학기술, 동물학까지 박학다식한 과학자 이인식 선생의 글에 엉성한 듯 하지만 상상력과 상징성이 뛰어났던 비빔툰 홍승우의 그림이 뚝딱 비벼낸 이 책은 두 번 들어도 이해하지 못했던 과학상식을 아주 쉽게 풀어놓아 좋다.

제노사이드가 나치의 유태인 멸살 등 광기의 폭력성을 뜻하는 것인지, 밈이 다음 세대로 유전되는 학습능력인지 이 어려운 과학용어를 이 책이 아니면 어찌 알았을 것이요, N세대의 역사적 의미와, 유전공학의 위험함을 두 사람이 아닌 어느 누가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표지에는 중고딩들을 위한 책이라 했지만 내용이 어찌나 박식한지 입사 상식 시험을 앞둔 어른에게도 강추할 만 하다. ^^ 앞으로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고 하는데, 신문은 읽기 싫고, 알고 싶은 거 많고 먹고싶은 거 많은 사람인 독자에게는 서울간 오빠 편지 마냥 목빼고 기다려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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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노래 - 이마 이치코 걸작 단편집 4
이마 이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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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오이와 동물육아의 세계로 떠났던 이마 선생이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와 반가움을 금치 못했던 동양 판타지의 백미! ^0^ 연대와 지역을 알 수 없는 마을에서 생명의 물을 위한 인간의 모험과 암투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려진다.

1편. 해변의 노래
가뭄이 든 마을, 영악한 영주는 속임수로 자신의 딸대신 고아 소녀를 기우제의 제물로 간택한다. 어린 소녀는 부당함에 항변하는 대신 희생양이 되기를 자처하며 물의 신 하백에게로 떠나는데, 어려운 고행 길에 고아 소년까지 떠맡게 되고, 혼자 감당하기 힘든 여정에서 사연이 있어 보이는 슬픈 눈의 자객이 그녀를 지켜주겠다 맹세하는데...크으~ 그녀와 자객의 운명은!!

2편. 예언
왼손잡이가 자신의 왕좌를 위협하리라는 무녀의 예언에 집착하여 마을의 모든 왼손잡이를 살해하는 어리석은 왕의 이야기. 그 마을을 지나던 자객이 왕좌를 위협할 세력이라 오해를 받고, 자객은 칼 대신 사랑으로 마을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는데...1편에서 살아남은 소녀와 자객의 후일담 ^0^

3편. 얼음의 손톱, 돌의 눈동자
북쪽으로부터 검은 세력이 몰려와 곡식을 타 죽게 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예의 그 자객이 문제 해결에 나선다. 도깨빈줄 알았던 검은 두건의 정체가 밝혀지고 너무나도 슬프고 아름다운 그들의 비밀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는데...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얼음의 손톱이라니 제목부터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아아~ 백귀야행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강추, 강추, 또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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