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혁명 - 소셜이 개인의 화두라면 클라우드는 기업의 화두이다
찰스 밥콕 지음, 최윤희 옮김, 서정식 감수 / 한빛비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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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국 기업의 데이터를 외국에 보관한다는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다. 편견과 터부(금기)를 깨면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한국은 아시아의 데이터센터 허브가 될 것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30일 일본 통신기업 소프트뱅크와 공동으로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자국 데이터는 자국에 저장, 관리 한다는 정보기술(IT)의 오랜 관행이 깨지는 순간이다. - 동아일보 (20110531)
(이런 결정을 내린 요인 중 이번에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설명해달라고 요청하자 노로도는 익살스럽게 대답했다. “모든 병을 낫게 해주는 만병통치약이지요.” 그렇지만 노로도는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간단하게 요약해서 설명한 셈이다.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기업 데이터센터에서 하나로 관리되는 가상화된 서버의 클러스트이다. 클라우드 클러스트는 작업 부하가 심한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요청을 충족시키기 위해 확장되거나 축소 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만병통치?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이 내린 클라우드 컴퓨팅의 정의를 본다.
“클라우딩 컴퓨팅은 관리에 필요한 노력이나 서비스 공급업체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빠르게 설정하고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 리소스(네트워크, 서버, 저장장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등) 공유 풀에 네트워크를 필요할 때마다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모델이다. 사용 가능성을 여러모로 확대하는 클라우드 모델은 기본 특징 다섯 가지와 서비스 모델 세 가지, 배포 모델 네 가지로 구성된다.

(기본 특징)
* 주문형 셀프서비스(On-demand Self-service)
* 폭넓은 네트워크 접근성(Broad Network Access)
* 리소스 풀(Resource Pooling)
* 빠른 신축성(Rapid Elasticity)
* 측정된 서비스(Measured Service)

(서비스 모델)
* 서비스형 클라우드 소프트웨어(SaaS, Cloud Software as a Service)
* 서비스형 클라우드 플랫폼(PaaS, Cloud Platform as a Service)
* 서비스형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IaaS, Cloud Infrastructure as a Service)

 

(배포모델)
* 프라이빗 클라우드 (Private Cloud)
* 커뮤니티 클라우드 (Community Cloud)
* 퍼블릭 클라우드 (Public Cloud)
*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Hybrid Cloud)

(주)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는 중립성과 느슨한 결합, 모듈성, 의미 있는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 지향적으로 변해 클라우드 패러다임을 완전히 활용한다.
‘소셜이 개인의 화두라면, 클라우드는 기업의 화두’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저자 찰스 밥콕은 IT 전문잡지 〈인포메이션위크〉의 전문기자이다. 〈컴퓨터월드〉, 〈인터렉티브위크〉에서 근무했으며 〈디지털 뉴스〉의 편집장을 지냈다. 밥콕은 시러큐스 대학에서 저널리즘 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베이스라인매거진〉의 커버스토리 ‘맥버스트, 맥도널드 그룹의 컴퓨팅 시스템 개조 실패 사례’로 2003년 제시 닐 비즈니스 어워드를 수상했다.
1979년 설립된 〈인포메니션위크〉는 IT미디어의 선두주자로 실용적이고 시사성 높은 IT 이슈나 트렌드에 대한 분석 기사를 제공한다. 2백만 명이 넘는 웹사이트 방문자, 44만 명이 넘는 잡지 구독자가 〈인포메이션위크〉를 읽는다.

이 책의 감수자 서정식(KT 클라우딩 컴퓨팅 사업 총괄)은 크라우딩 컴퓨팅의 시작을 ‘구름 속에서 혁명의 기운이 싹트고 있다’라고 표현한다. 또 다른 IT 혁명이자 최근 가장 큰 바람을 몰고 있는 트렌드이다. 리서치 및 자문회사 가트너가 설문을 통해 선정하는 10대 IT 트렌드에서 클라우딩 컴퓨팅은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1위에 선정되었다. 가트너가 10대 IT 트렌드를 선정한 이래 2년 연속으로 1위에 선정된 것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최초였다.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논란은 진행 중이지만 그 바람은 멈추지 않고 있다.
서정식은 이 책이 클라우드가 만들어내는 의미와 전략적 가치에 많은 할애를 하고 있는 최초의 클라우드 전략도서라고 평하면서 ‘감수의 글’ 말미에 다음 같은 글을 적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그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많은 경우 정보가 문서로 출판되는 동안 한 단계 더 진화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 내용이 거의 2010년 중반 이후의 정보로 구성되어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새로운 정보가 되어 줄 것이다. 아마존이나 구굴 등 클라우딩 컴퓨팅 선도업체들은 자신들의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절대 공개하지 않으므로 어떻게 어느 규모로 구성되고 운영되는지 짐작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궁금증을 상당히 현실성 있고 깊은 검증을 통해 많은 정보와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이 책에서 대부분의 신생기업이나 기술들은 앞으로 더 눈여겨봐야 할 것들이다.
 유칼립투스, 네뷸라, 고그리드 등은 한국에서 크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글로벌 클라우드 업계에서는 상당히 주목받고 있다. 향후 이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계속 지켜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흥밋거리라고 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몇 군데를 인용해본다.
 

“최근에 거리에서 아이폰에 지나치게 열중한 나머지 주변 차량들조차 신경 쓰지 않고 걸어오는 행인과 부딪친 적이 있는가? 이제 상황이 더 나빠질 것 같다. 클라우드에서 흘러나올 다양하고 깊이 있는 서비스는 훨씬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1년 안에 소형 디지털기기 화면에 펼쳐지는 새로운 문화가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가 되고 문학, 예술, 영화와 같은 영향세력은 부차적인 차원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심지어 대부분의 회의론자들마저도 역사적 혁명이 일어나고 있음을 마지못해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같이 치열한 디지털 문화혁명에 맞서 당신의 회사가 차지할 위상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클라우드가 도대체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지 이해한다면 다가올 시대에도 계속 살아남아 발전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잭슨의 죽음이 클라우드를 깨우다

“마이클잭슨닷컴(MichaelJackson.com)스토어의 경우 스토어 사이트상에서 한 번에 쇼핑객 200명의 거래를 처리하고 댓글을 기록 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9년 6월 25일 마이클 잭슨이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이하자 사이트에는 음악 구입을 원하는 팬들과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댓글을 남기기를 소망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소니 뮤직은 24시간 동안 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밀어닥쳐 마이클 잭슨 뮤직 스토어에 접속하려 애쓰는 사태를 지켜봤다. 많은 이들이 댓글을 남기고 싶어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서버가 다운되지는 않았지만 앨범 세부정보를 확인하려는 이들 모두가 해당 정보를 제공받을 수는 없었으며, 트래픽이 사이트를 이미 압도하는 바람에 음악을 구매하고자 했던 사람들 상당수가 구매하지 못했다.
(.........) 소니뮤직의 최고경영진은 자사의 음악 사이트에 대한 접속이 원활하지 못해 구매 희망고객이 먹통이 된 사이트에서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하고 기다려야하는 사태를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훨씬 다 많은 서버 공간과 더 넓은 대역폭을 구입하여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클라우드(Cloud)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구름에서 엄청난 비를 쏟아 부을지? 아니면, 그 구름이 걷히고 강렬한 자외선을 쏟아부어줄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가 엄청난 변화의 시대 중심에 살아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 변화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닐지라도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흐름에 몸을 맡겨야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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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아플까 - 몸과 마음의 관계로 읽는 질병의 심리학
대리언 리더 & 데이비드 코필드 지음, 배성민 옮김, 윤태욱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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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병에 걸리고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가?
이러한 질문을 놓고 정신분석학자와 과학자가 질병의 비밀을 하나하나 열어보고 있다.

이 책은 과학적 분석과 신뢰 가는 결과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의학과 함께 심리학과 정신의학적인면의 경계면에 서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개하고 있다. 공저자의 일인인 대리언 리더는 정신분석가가 증상이나 억압 같은 정신분석학의 개념보다, 환자라는 껍질을 벗겨내고 사람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출 것을 촉구한다.

이 책은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나타난 감정이 신체 질병의 발생은 물론이고, 질병의 경과가나 치료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경험적 증거를 제시한다. 또 우리의 무의식과 상징이 질병에 끼치는 영향을 다룬다. 대리언 리더는 라캉과 프로이트를 연구하고 임상에서 정신분석을 하고 있다. 데이비드 코필드는 응용수학, 수학철학, 과학철학을 연구하고 응용수학에선 인체와 관련된 통계를 가지고 질병을 설명하며, 정신신체의학에 속하는 현상들에 관심이 많다.

“사람들은 왜 병에 걸리는지를 고민한다. 그러나 병을 걱정하는 태도도 병을 유발할 수 있다. 여러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아도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체험을 처리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인간은 문제를 처리하는 존재이다. 선사시대 동굴 벽에 새겨진 사냥 그림에서 감방 벽에 새겨진 낙서까지 인간은 여러모로 사건을 기록한다. 말하기와 쓰기는, 사건을 이해하는 방식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만약 우리가 말하고 쓸 수 없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몸의 질병이 소통양식을 대체하는 사례가 있을까?

이 문제를 탐구하면서 우리는 나름대로 답을 얻었다. 무엇보다 정신신체질병(psychosomatic illness)은 없다. 주요 질병 가운데 오직 마음의 문제 때문에 걸리는 병은 하나도 없다. 마음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질병도 없다. 결국 몸과 마음은 잠재적으로 얽혀있다.”

“신체증상이 같아도 원인은 다를 수 있다. 어떤 일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아닌 경우도 있으며, 심리적으로 같은 압박을 받아도 서로 다른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결국 개개인에게 어떤 요인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물론 몸이 쉽게 약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별을 경험하거나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등 ‘생명’과 같은 소중한 것을 상실하게 될 때 특히 위험하다. 우리는 힘들고 때로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상황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있다. 그 때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지 못하면 우리 몸은 쉽게 망가진다. 그렇게 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뚜렷한 원인 없이도 건강이 쉽게 나빠진다.”

“환자들은 짜증을 자주 낸다. 일반 의사들이나 전문의의 빡빡한 스케줄에서 환자는 그저 한줄짜리 일정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입원환자는 의료진이 자신과 소통하는 방식보다 병원에서 나오는 식사에 더 만족한다고 한다. 일반 진료에서도 컴퓨터가 점점 더 많이 사용된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면서 키보드로 자주 자료를 입력한다는 뜻인데, 그러다보니 환자와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경우, 환자가 초진을 받을 때 의사가 입을 떼기 전에 환자가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은 평균 23초에 불과하다고 한다.”

“언론매체에서 새로운 질병을 소개하면서 이런저런 의학적 상황에 이름을 붙이는 경향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건강 서적이 늘어나면서 질병의 명칭도 확실히 늘고 있다. 절대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증상도 지금은 질병이 되었고, 심지어 20세기 후반에는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인도 아예 질병으로 분류된다. 고혈압은 질병에 걸릴 가능성을 높이는 잠재 변수 정도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 자체로 질병이 되었다.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임상적 비만도 다른 질병을 유발 할 수 있는 요인이었지만, 오늘날은 이것들 자체가 질병이다. 위산 역류도 질병 목록에 추가되었다. 위산 역류는 그저 평범한 속 쓰림 증상이었지만,지금은 위산 역류질환으로서 질병 목록에 올랐다. 새로운 명칭 때문에 불편한 상황이 심각한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환자 입장에서는 더 쉽게 약을 요구할 수 있다.”

물리학자 프랜시스 크룩생크는 1931년 영국 의학심리학 학회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언젠가 감정에 북받쳐 우는 것도 ‘발작 눈물 흘림 증상’으로 분류되지 않을까? 이 질병은 손수건과 소금기 없는 식단, 수분 섭취 제한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면 눈물샘을 초기에 없애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프랜시스의 농담은 정말 실현되었다. 이런 연유로 안과 의사를 찾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는 안과 의사에게 이런 말만 들었다. “당신은 지금 우는 겁니다!”

의사가 아는 해부학과 환자가 생각하는 해부학은 다르다. 환자는 특정 부위가 아프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의사가 살펴보면 아무런 이상이 없다. 환자는 특정 부위의 장기가 아프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장기가 없는 경우도 있다. 19세기에 의사들은 이런 문제를 세세하게 연구했다. 그들이 보기에 환자가 느끼는 몸은 해부학에서 말하는 몸이 아니었다. 하지만 환자가 지적하는 아픈 부위나 장기는, 적어도 환자 본인에게는 분명히 존재했다.

단어가 상상 속의 몸을 이룬다. “왜 이렇게 배가 아프지?”,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아.” “저 사람은 눈엣가시여.” 이런 표현은 정말 증상을 야기할 수 있다. 증상이 일어난다고 상상하는 신체부위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이탈리아 이민자가 세운 로세토라는 마을이 있다. 이민자들은 19세기 후반 남부 이탈리아 로세토 발 포르토레 출신이다. 로세토의 인구는 1,600명 정도 된다. 이들을 대상으로 몇 년 동안 건강 조사를 하고 이웃 마을과 비교 연구한 결과,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률은 신기하게도 이웃 마을이나 미국 전체와 비교해도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로세토 주민들은 특별한 건강식을 먹지도 않는다. 콜레스테롤 수치와 흡연량도 이웃 마을과 같았다. 하지만 연구자는 로세토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상부상조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들의 자녀도 부모만큼 건강했다. 하지만 로세토를 떠난 이민자들은 다른 마을 사람들과 비슷하게 병에 걸렸다. 사실 이와 비슷한 스터디 결과는 종종 있어왔다. 여러해 전 일본의 최고 장수마을인 오키나와에서 연구된 결과물도 같은 결론을 냈다. 섭취하는 음식물, 환경 등도 장수의 요인으로 거론되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네트워크가 많을수록 건강하고 장수했다는 리포트가 있다.

“우리는 언제나 환자가 될 수 있다(이미 환자인 사람도 있다). 우리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다. 우리의 내러티브를 의료 체계에 도입해야한다. 하지만 의료계가 내러티브를 다루려면 많은 것을 구비해야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저런 일을 해볼 수 있다. 질병 이론과 치료 사례를 조사할 때 우리는 대화를 강조하면서 개인사를 표현할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이런 활동을 위한 조건이 있다. 환자의 말을 기꺼이 들으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의학 훈련의 근본 문제를 꼬집어보자. 의사에게 가장 적절한 배경 지식이 꼭 자연과학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을 인정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듣고 해석하는 기술을 철저히 익힌다면, 의대에 들어오기 전에 수행하는 과학적 연구 못지않게 이런 기술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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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호흡 기도 (핸디북) 영성의 글들 18
정원 지음 / 영성의숲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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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도는 호흡과 같은 것이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그러나 막상 호흡과 기도의 관계를 설명함은 미흡하다. 호흡기도는 전통적으로는 예수기도라고 부르며 더러 심장기도, 마음의 기도라고 부르기도 하는 동방기독교 전통의 뿌리 깊은 기도다. 기독교영성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이 기도는 5세기에서 8세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발전되었고 사막에서 생활한 남녀 교부들에게서 발견되었다. 시내 반도의 저술가들은 예수기도와 호흡의 리듬사이의 관계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것은 중세 시대에 분명해졌다. 중세 시대에 이 기도는 정교회 수도자들에 의해 널리 사용되었고, 19세기에 익명의 저서인 「순례자의 길」 로 말미암아 이 기도가 러시아에서 서방으로 전해지게 되었다. 
  

예수호흡기도의 기본 요소 및 사상은 ‘끊임없이 기도’하는 것이며, 일상생활 속에서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도록 자신의 호흡이나 심장의 고동과 리듬을 맞추어 짧은 기도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기도문의 내용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주 예수 그리스도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이다.
아울러 1) 예수의 이름을 사용하고
          2) 하나님의 자비를 호소하며
          3) 반복하여 되풀이하되
          4) 내적으로 침묵을 지키는 시간도 중요하다.

「 “내가 잘지라도 마음은 깨었는데” (아가서 5:2)
쉬지 않고 기도를 할 수 있는 비결은 ‘호흡기도’에 있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어느 정도 훈련이 되면 예수 그리스도가 저절로 움직여 입에서 마음(심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쉬지 않고 기도하며 주님과 교류하는 은혜를 얻게 된다.」

기도의 중심은 무엇일까? 기도가 다른 행위와 구별 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도가 인격적인 것이며 그 대상이 있다는 것이다. 기도는 독백이 아니며 구체적인 대상과 함께 교제를 나누는 것이다. 기도는 삼위일체 하나님과 교류하는 것이다. 내가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 기도하는 자의 마음이 하나님이라는 분명한 대상을 향하는 것이다. 기도의 대상이 있고 그 대상을 향한 마음이 있는 것, 이것이 기도의 중심요소이다. 그러므로 기도는 인격적인 교류이지 방법적이고 테크닉적인 것이 아니다. 외적으로 보았을 때 기도하는 것 같은 자세와 행위가 있다고 할지라도 대상이 없거나 그 대상을 향한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기도가 아니다.

“이 말씀을 하시고 그들을 향하사 숨을 내쉬며 이르시되 성령을 받으라.” (요 20:22)
예수님은 성령을 받으라고 말씀을 하시면서 숨을 내쉬셨다. 그것은 혼자의 탄식이 아니었다. 제자들을 향하여 분명하게 숨을 내뿜으신 것이다. 이것은 제자들에게 성령을 받으라고, 성령을 주시면서 취하신 행동이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향하여 숨을 내쉬면서 성령을 부어주시고, 제자들은 예수님의 그 숨을 들이마시면서 성령을 받게 되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향하여 숨을 내쉰 것은 단순한 한숨이 아니라 예수님 안에 충만한 그 영을 제자들에게 공급하시는 방편이었다.

무디와 함께 부흥운동을 일으켰던 R.A 토레이 목사의 손자로서, 한국의 예수원에서 중보기도운동을 일으켰던 대천덕 신부(영국 성공회)는 이 부분(숨을 내쉬며)을 다음과 같이 설명해주고 있다. 
 “고린도전서 12장 13절의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또 다 한 성령을 마시게 하셨느니라’ 여기서 ‘성령을 마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예수님은 숨을 내쉬시며 그들에게 성령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숨을 내쉬며’(breathed upon)란 정확한 번역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오순절에 강림하신 성령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것은 창세기 2장 7절의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신 날 ‘하나님의 영을 인간에게 불어넣으셨다’ (breathed into man his own spirit ,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 창 2:7)는 말씀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산골짜기에서 외치는 소리, 22~23쪽, 한국양서)

쉬지 않고 기도하는 것은 토털(total)기도라고 한다. 부분적으로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모든 것을 통하여 기도하는 것. 우리의 언어가 기도가 되게 하고, 우리의 모든 행동이 기도가 되게 하고, 우리 마음의 묵상과 사소한 생각도 주님께 열납 되기를 바라고, 우리의 숨소리조차도 주님께 드려지는 기도가 되게 하는 것이 쉬지 않는 기도이며 토털기도이다.

호흡은 들이마심,(흡,吸)과 내보냄(호,呼)으로 이뤄진다.
영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들이마심은 생명의 충전을 위한 것이며 내보냄은 부정적인 에너지의 배출을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호흡의 충분한 마심과 배출은 우리의 영적, 정신적, 신체적 충만함과 정화에 매우 중요하다.

“예수 호흡기도는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예수의 이름에는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과 은혜가 나타난다. 예수의 이름에는 인간의 죄를 담당하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의 사역이 포함되어 있다. 예수 호흡기도의 대표적인 기도문은 ‘끼리에 엘레이손’ 즉, ‘주 예수 그리스도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이다. 그러나 기도 문장은 짧을수록 좋고, 각자 은혜롭게 만든다. ‘예수 충만’, ‘예수 평안’. ‘예수 사랑’, ‘예수 능력’, ‘예수 치유’등이 있다. 방법은 코로 들이마시고, 코로 내쉰다. 천천히 들이마시며 ‘예수’ 내쉬면서 ‘평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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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기억, 시간의 지층을 탐험하는 이미지와 기억의 미학 리라이팅 클래식 9
황수영 지음 / 그린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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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질과 기억』이라는 책의 이해는 그 제목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되어야한다. 물질과 기억이라는 쌍은 영원의 차원에서 존재하는 양극단의 실체들인 물질과 정신의 쌍을 거부하면서 등장한다. 『물질과 기억』은 시간의 차원에서 물질은 단지 이미지일 뿐이고 정신은 기억일 뿐이다. 이미지와 기억은 우리가 접하는 가장 구체적 실재들이다. 따라서 그것들은 우리에게 나타나는 것들, 즉 현상의 전체이다. 그러나 배후의 어떤 실체도 거부되는 점에서 그것들은 존재하는 것들의 전체이다. 시간은 이것들의 배경을 이루는 광대한 차원이라기보다는 그것들의 존재방식 자체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시간의 존재론이라 할 수 있다.

유대계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손은 1859년 10월 18일 빠리에서 태어났다. 고교 때부터 수학에 비상한 재능을 보여 스승의 애정을 한 몸에 받았던 베르그손이 철학으로 진로를 바꾸게 된 데는 프랑스 유심론 철학의 전통을 이어받은 라슐리에(J. Lachelier)의 『귀납의 기초에 관하여』라는 책의 독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베르그손이 없는 현대 프랑스 철학은 아마도 신칸트주의적 인식론이나 꽁뜨적인 실증주의의 후예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질과 기억』은 1896년 베르그손이 37세가 되던 해에 출간되었다. 베르그손이 첫 저서인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이하 『시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지 7년만의 일이다. 첫 저작에서 베르그손은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으로 의식의 내면을 관찰하면서 각각의 의식 상태들이 고정 될 수 없게끔 매순간 질적으로 변화한다는 주장을 한다. ‘의식상태의 지속’이라는 개념으로 표현된 이 생각은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프루스트로 대표되는 이른바 의식의 흐름이라는 문학사조를 탄생시킨 철학적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비록 출간당시에는 많은 주목을 끌지 못했으나 의식상태의 심층적 관찰과 묘사는 많은 시인과 작가들을 두고두고 매료시켰다. 다른 한편 명확한 주장과 엄밀한 근거를 제시하는 이 책의 탁월한 논증적 구도는 까다로운 철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모범이 되었다.

철학적 동기에서 볼 때 『물질과 기억』은 정신과 신체의 관계를 탐구하려는 의도로 씌어졌다. 심신관계의 문제는 데까르뜨 이후에 철학의 중요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데까르뜨의 심신이론은 제기된 당시부터 여러 가지 반론에 부딪혔으나 베르그손이 활동하던 시기에는 뇌신경생리학의 발달로 문제점들이 구체적으로 지적되었는데, 이런 이유로 철학자들 내부에서도 과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베르그손 자신도 당대과학의 발달에 많은 자극을 받았으나, 그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분명히 인정하고 이 영역을 철학적 성찰에 남겨 놓으려한다. 정신과 신체를 연결하는 매개 고리로 베르그손이 선택한 것은 기억이었다. 물론 정신적 기억에서 신체적 기억까지 다양한 종류의 기억현상을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심리학이나 생물학, 생리학, 병리학에서 다루는 내용을 참조해야했고, 베르그손은 첫 저서를 낸 후 6년간 이 분야들에서 직접 심층적인 연구를 했다. 그러나 과학으로 인간의 의식까지도 남김없이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과학주의적’ 태도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비판하고 있다.

“우리에게 물질은 ‘이미지들’의 총체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미지라는 말로 의미하는 것은 관념론자가 표상이라고 부른 것 이상의 존재, 그리고 실재론자가 사물이라고 부른 것보다는 덜한 존재, 즉 사물과 표상사이의 중간 길에 위치한 존재이다.”

베르그손은 데까르뜨와 달리 기억의 능력을 우리 정신의 본질적 특성이라고 본다. 더 나아가 의식은 곧 기억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렇지만 의식이란 감정, 감각, 의지, 표상, 관념, 기억과 같은 갖가지 심적 요소들을 포함하기 때문에, 기억은 의식의 한 요소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되어왔다. 게다가 의식은 현재에 관한 것이고 기억은 과거에 관한 것이 아닐까? 데까르드에게 사유는 순간에 포착되는 현재적 의식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기억은 명중한 의식에서 제외된다. 베르그손의 지속의 철학은 바로 이 생각에 도전한다. 의식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느끼고 경험한 모든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지 현재에 관련된 것만 포함하지 않는다. 의식상태는 끝없는 흐름 속에서 연속되기 때문에 흘러간 것이라고 해서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현재의 의식에 나타나지 않은 뿐이다. 베르그손은 현재에 나타나지 않는 의식 상태를 ‘무의식’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의식은 넓은 의미에서는 현재 의식에 떠오르는 것이다.
의식상태의 지속, 끝없는 잇따름 속에서는 아무것도 사라진 것이 없으며 모든 것이 보존되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의식은 바로 기억이라는 것이다. 
 

생명체는 원시적 형태에서조차 감각과 운동으로 이루어진 체계이다. 베르그손은 이것을 감각-운동체계라고 부른다. 본래 감각과 운동은 하나를 이루었지만 점차 두 개의 다른 기능으로 분화되면서 운동능력을 빼앗긴 감각세포는 자극을 전달하고 정념을 느끼는 기관으로 축소되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감각과 운동이 분화되기 이전의 원시생명체가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상상하기가 어렵다. 원시생명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극이 곧바로 반응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베르그손은 지각조차도 행동과정의 일부로 정의했다. 그렇다면 생명체에게는 지각이 정념보다 더 근본적인 작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계적 식별은 신체 안에 각인된 습관이지만 과거 이미지들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다만 거기서는 행동하는데 필요한 이미지기억들이 이미 선택되어 습관 기억이 작동할 때 동시에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그것들은 처음 습관기억이 형성될 무렵에는 의지적으로 투입되지만 일단 습관이 형성된 뒤에는 자동적으로 상기된다. 그러나 언제나 능동적으로 과거이미지를 불러와 대상의 지각에 투입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행동을 하려 할 때가 아니라 대상 그 자체를 파악하려 할 때 필요하다. 처음 보는 대상이나 분석이 필요한 복잡한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 기억을 불러내 참조해야만 한다. 베르그손은 이런 경우를 ‘주의 깊은 식별‘이라고 부른다. 주의 깊은 식별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주의’(attention)라는 심리생리학적 현상이다. 주의라는 말은 어떤 일을 할 때 정신을 집중한다는 일상적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프랑스의 심리학과 철학에서는 정신의 중요한 기능으로서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대상이 되어왔다.

베르그손은 자신의 철학을 한마디로 “시간이 존재하고 그것은 공간에 속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스피노자의 ‘영원의 관점’을 단번에 ‘시간의 관점’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의 관점에 설 때 현재는 언제나 지나가고 있는 흐름이며 수학적 점과 같은 것이 아니다. 현재를 수학적점과 같이 생각한다면 과거는 지나간 현재들로 구성될 것이다. 거기서 중요한 것은 무수한 현재들이다. 그렇다면 거기에 진정으로 과거가 존재하는가? 거기에는 각각의 순간만 존재할 뿐이다. 미래도 마찬가지로 아직 오지 않은 순간들이다. 과거, 현재, 미래는 무수한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거대한 전체는 순간의 함수로 표현될 수 있다. 그렇다면 거기에 과거, 현재, 미래를 가르는 기준이 있을까? 베르그손은 이러한 체계가 과학이 다루는 시간이며, F(t)로 표현되는 함수는 순간성 속에서 모든 것이 주어진 체계라고 한다. 이 체계에서 과거, 현재, 미래는 임의의 순간 t로 분해되어버린다. 그런데 과거는 무수히 지나간 순간들이고 미래는 다가올 순간들이며 현재는 바로 지금의 ‘한 순간’이라면, 과학이 다루는 순간들이란 기본적으로 현재의 관점에서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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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브레인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놀라운 무의식의 세계
샹커 베단텀 지음, 임종기 옮김 / 초록물고기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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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는가?

이를 표현하는 말이 따로 있다. 무의식적 편향이라고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사람들의 의도와 불일치하는 상황을 표현한다. 인간의 행동을 이 ‘무의식적 편향’이라는 맥락에서 생각하면 이전에는 설명할 수 없었던 수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천부적 재능을 가진 운동선수임에도 왜 과도한 압박감에 시달리는지, 시시콜콜한 일들로 티격태격 다투는 가족은 왜 그런 것인지, 왜 엉뚱한 판단을 해서 자동차 사고와 같은 소소한 문제들뿐만 아니라, 아주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까지 만들어지고 이어지는, 안 좋은 사건의 연속성까지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숨겨진 힘을 구체화하기 위해 심사숙고하였고, 하나의 새로운 용어 즉, ‘숨겨진 뇌’라는 말을 만들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이 숨겨진 뇌라는 말이 우리의 두개골 안에 있는 어떤 비밀요원이나 최근에 밝혀진 뇌 모듈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숨겨진 뇌’는 우리가 깨닫지는 못하지만 우리를 조종하고 있는 다양한 영향력을 가리키는 그 무엇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우리가 왜 의식적인 뇌와 숨겨진 뇌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다. 그 중 하나는 우리가 규칙적으로 두 종류의 경험 즉, 새로운 경험과 익숙한 경험에 맞닥뜨린다는 것이다. 의식적인 마음은 합리적이며, 신중하고 분석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에서 훨씬 뛰어나다. 하지만 일단 문제가 이해되고, 문제를 푸는 법칙들이 발견되고 난 후에도 문제에 맞닥뜨릴 때마다 매번 다시 심사숙고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될 것이다. 숨겨진 뇌는 휴리스틱(heuristic, 안정감을 안전함과 연결하고 불안을 위험과 연결시키는 마음의 지름길)의 달인이라고 한다. 숨겨진 뇌는 일상적이고, 평범하고, 반복적인 일들을 하기위해 마음의 지름길을 잘 이용한다.


숨겨진 뇌는 발음하기 쉬운 기업의 이름들을 안정감과 연관시켰고, 발음하기 어려운 기업의 이름들을 불안감과 연관시켰다. 안정감은 투자자들이 특정 주식을 선택하며 그 주식의 가치를 과대평가했던 이유인 친숙함이나 안전함과 연결되었다. 불안함은 투자자들이 특정 주식들을 피하고, 주식을 과소평가했던 이유인 위험이나 생소함과 연관되었다. 휴리스틱을 낯설고, 알지 못하는 상황에 적용시키는 것이야말로 트러블을 일으키게 된다.


어떤 행동이 다른 사람의 행동에 미치는 효과를 보기위해 계획적으로 행동을 조작했던 심리학자들과 달리,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의 조절은 대부분 일상적인 대화 과정 중에 무의식적이고 무심결에 일어난다. 나는 당신의 무의식적인 신호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한 연구결과를 보면, 네덜란드의 에플 비즈라는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가 고객들의 주문내용을 반복해서 말할 때마다 그녀의 팁이 올라갔다. 평균적으로 140 퍼센트 이상의 팁을 주었다. 이러한 방법은 최근 대부분의 외식업소나 서비스부문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숨겨진 뇌의 메커니즘은 우리가 속 좁은 이기심에 조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전측두엽은(우리 선조들이)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진화의 과정에서 형성되고 우리에게 전해진 뇌의 한 부분이다. 타지마할과 에펠탑, 우주선과 고전예술, 법과 정부, 즉 문명 자체가 이러한 뇌영역의 산물이다. 우리 사고의 대부분을 바로 이 영역이 담당하고 있다. 우리는 사물을 분석하고, 예측하고, 선택하고, 판단을 내린다. 뇌의 나머지 영역과 마찬가지로 전측두엽이 수행하는 일의 많은 부분이 무의식적이다. 이 영역으로 인해 인간은 사회적 상황 판단 능력과 미적 판단 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 영역은 우리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만든다.


또한 숨겨진 뇌는 규칙들을 몸에 익히고 그 규칙들에 따르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맥락으로 보면 숨겨진 뇌는, 이름 자체가 주는 은밀한 분위기나 어둠의 요소가 아니라 착하고 밝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갖고 있는 숨겨진 뇌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또한 우리가 살아가면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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