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졸우교 - 소설 인문학 수프 시리즈 1
양선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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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가이자 대학에서 후학을 지도하는 양선규 교수의 인문학 수프 시리즈 중 첫 권인 '소설'에 대한 이야기. 지은이는 독자가 이 글 전체를 한 편의 소설로 읽혀지기를 바라고 있다. 장졸우교(藏拙于巧)라는 말은 '자신의 졸렬함을 기교로서 감추다'라는 뜻. 채근담에 나오는 장교어졸(臟巧於拙 : 교묘함을 졸렬함으로 감추다)을 패러디한 말이라고 함. 지은이는 소설도 아니고, 소설론도 아닌 이 책의 글쓰기가 그런 것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2. "킬링 필드, 고해(告解), 죄 많은 내 청춘, 그 순간 내게는 그런 단어들이 떠올랐다. 광주에서의 무력감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글쓰기 공부에 나서면서도 나는 그 단어들을 내 연습장에서 종내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2년 뒤, 어렵게 작가가 된 수상 소감 말미에 "문학은 나의 종교다"라고 썼다."  

종교는 사람들에게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한다. 글쓰는 사람들에게 문학이 종교가 되는 것은 '쓸 만한 이유'이다.


3. "헤밍웨이가 주는 감동은 무엇보다도, 그가 묘사하는 '행동의 깊이'에서 나온다. 그 부분은 언제나, 단연코 압도적이다. 소설은 묘사라는 것을 그는 확실히 보여준다. 묘사의 힘이 모든 관념을 압도한다."  

묘사를 잘 한다는 것은 나의 일상에 배인 행동의 깊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물론 치열한 관찰력과 함께 묘사에는 생명력이 부여되어야 한다. 대가는 공연히 대가가 아니다. 


4. "책의 진정한 가치는 보통 재독(再讀) 때 발견된다. 사람 만나는 이치와 같다. 초대면만으로는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초독(初讀)은 그저 상대의 얼굴만 알아보는 정도다. 첫인상이 좋다고 꼭 좋은 반려자가 되라는 법은 없다. 살아 봐야 좋고 나쁘고를 알 수 있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내용을 겪어봐야 제대로 책을 알 수 있다."  

나도 가끔 재독을 한다. 리뷰를 쓰면서 한 귀절쯤 인용해보고 싶어서 다시 꺼내본다. 그런데 읽으면서 느낀다. 이런 대목도 있었나? 그래서 책을 방출할 때마다 심사숙고한다. 다시 볼 수도 있는 책. 다시 안 봐도 될 책을 구분한다.


5. "대학 1학년 때 차라투스트라를 처음 만났다. 우연히 만났다. 아직은 많이 어리고 미숙한 때였다. 정을 나눌 친구, 사랑을 주고 받은 연인, 가르침을 줄 스승이 필요한 때였다. 차라투스트라, 그가 어떤 자격으로 내게 왔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때까지 책에서 무엇을 배운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스승다운 스승도 없었다.(....)차라투스트라를 만나긴 했지만, 그는 종내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시기,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아직 내게 니체는 먼 그대이다. 내게 차라투스트라는 스트라우스의 음악으로 만나는 것이 훨씬 편하다. 보통의 클래식은 처음엔 조용히 시작하다가 고조되다가 다시 잔잔해졌다가 치솟아 오르곤 한다. 그런데 스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들으면 시작이 만만치 않다. 산에서 큰 바람을 일으키며 차라가 달려 내려오는 것 같다.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맨발로 나무를 징검다리 삼아 밟으며 날아오듯 내려 오는 것 같다. 


6. "헨리 제임스의 소설 [정글 속의 짐승]은 한 남자의 불운과 불민(不敏)을 그린다. 그에게는 남모르는 고통이 있다. 그는 늘 자신의 모든 행동은 결국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라는 예감과 불안에 시달린다. 그는 한 번 지나온 길이 아니면 발을 내디디지 않는다. 누군가 자신의 앞장을 서야 한다고 여긴다. 그래야 안전하다."  

이 증상을 요즘 병명으로 붙이면 '공황장애'쯤 되겠다. 의외로 주변에 이런 불안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많다. 눈빛을 보면 안다. 시선이 한 군데 오래 고정되어 있지를 못한다. 그리고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꺼려한다. 치료의 50 퍼센트는 그 사람 몫이다. 그래서 치료가 쉽지 않기도 하다.


6. "대학 1학년 때, 스탕달의 [적과 흑]을 읽었다. 그 소설의 주제처럼 그때는 사랑과 야망 그 두 가지 주제가 내 인생의 전부인 양 여겨졌다. 그것 이외의 삶은 잘 상상되지 않았다. 희생이니 구원이니, 아니면 몰입을 통한 구도적(求道的)자기 실현이니 하는 것들은 아직 인생 목록에 오를 때가 아니었다. 그런 것들의 존재를 전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랑과 야망을 제외한 것들이 내게 자리잡기 전에 팍팍한 일상이 먼저 들어온다. 나머지 것들은 안타깝게도 몸으로 때우던 시기를 지나서 이젠 몸을 좀 아껴야 할 때 슬금슬금 들어와서 자리를 잡는다. 이젠 어쩌라고? 그냥 받아들이며 살란다. 크게 놀랄 일도 화날 일도 낙심할 일도 없이 그냥 받아주란다.


7. 지은이가 소설, 소설가, 시인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버무려 써 놓은 글에 그저 몇 자  얹는다. 문학이라는 매개체가 있으니 크게 부끄러울 일도 아니다. 시나 소설이나 모두 작가들이 영적,육적 에너지를 소진해가며 쓴 글들이다. 그들에게 힘을 주는 일(크게 기대도 안 하겠지만..)은 많이 읽어주고 느낌을 공유하면서 살아갈 이유를 찾는 일이다. 글쓰는 사람들에겐 글 쓰는 일이 그들의 '종교'이기도 한다기에 더욱..그러면 독자는 신자(信者)가 되는 것인가? 문학교(文學敎) 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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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 시선 - 초판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김현승 지음, 장현숙 엮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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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시력(詩歷)사십 년이면 일생의 三分之二에 해당하는 세월이다. 나는 이 동안에 일제 말기의 칠팔 년간을 빼어놓고는 줄곧 詩를 생각하고 시를 썼다. 시를 사랑하고 시를 괴로워하면서도 시에게서 위로를 받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생명을 거두는 날까지 나는 또 이러한 시를 쓸 것이다. 나의 생애에서 시를 빼어 버리면 나의 일상생활은 빈 껍질과 같은 것들이다."     - 序文 일부


2. 가을의 시인, 고독의 시인, 기도의 시인으로 대표되는 다형(茶兄)김현승 시인을 만나봅니다. 

이 책은[金顯承詩全集]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인의 詩가 모두 실려있습니다. 발췌한 시집은 [새벽교실] [김현승 詩抄] [ 옹호자의 노래] [견고한 고독] [절대고독] [날개] [마지막 지상에서]외에 시집 미수록 작품이 20편이 추가됩니다.


3. "새벽 / 세상이 쓴지 괴로운지 멋도 모르는 새벽 / 종달새와 노래하고 / 참새와 지껄이고 / 시냇물과 속삭이고 / 참으로 너는 철모르는 계집애다 / 꽃밭에서 이슬을 굴리고 / 어린 양을 풀밭에 내어놓고 / 숲 속에 종을 울리는 / 참으로 너는 부지런한 계집애다 / 시인은 항상 너를 찍으려고 작은 카메라를 / 가지고 다니더라 / 내일은 아직도 세상의 고뇌를 모른다 / 그렇다면 새벽 너는 금방 우리 앞에 온 내일이 아니냐? / 나는 너를 보고 내일을 믿는다 / 더 힘 있게 내일을 사랑한다 / 그리하여 힘 있게 오늘과 싸운다."       - '새벽' 


4. '새벽'을 철모르는 계집아이로 비유한 부분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모를 수 밖에 없지요. 새벽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예측 할 수 없습니다. 그저 반복되는 일상에 내일도 오늘 같길 바랄뿐이지요. 그 오늘이 참으로 힘든 날이 아니었다면 말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일은 아직도 세상의 고뇌를 모른다'는 것이지요. 작정하고 고뇌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라니 마음을 놓아야겠습니다. 시인의 마음처럼 더 힘 있게 내일을 사랑해야겠지요.


5.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 가을에는 /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 구비치는 바다와 /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 마른 나무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가을의 기도' 전문


6. 시인의 詩중 많이 알려져 있는 詩입니다. '겸허한 모국어'를 생각합니다. 일제 시대를 거친 시인에겐 母國語가 애틋합니다. 같은 무렵에 발표된 '내가 나의 모국어로 시를 쓰면'에선..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내가 나의 모국어로 시를 쓰면 / 새들은 가지에서 노래를 불렀어요 / 무엇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아마도 그 때 / 같은 제목을 노래하였던가 봐요."


7. 그런데, 시인은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기도하더니..다시 '호올로 있게 하소서'합니다. 아마 그 대상이 그 누구보다도 '내 안의 나'가 되기를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내 안의 나를 보듬어 안아주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너무 지나친 '自己愛'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구비치는 바다,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온 나의 영혼은 다시 겸허함의 자리에 차분하게 앉아 있어야겠지요. 마른 나무가지 위면 어떻습니까. 그 자리가 내 자리라면 감사해야겠지요. 


8. 이 책을 엮은이 장현숙 교수는 김현승 시인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기독교 사상과 양심을 고수하고자 노력했던 우리 시단의 대표적 종교시인이자 명상시인이었으며, 휴머니즘과 이미지즘의 시인이기도 했다. (....) 시인의 시 작품들은, 지상에서 영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부딪혀야 했던 인간적인 외로움과 고독과의 치열한 사투 속에서 여과된 눈물의 결정체였으며,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보석이었던 것이다."


9. "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이 / 단단하게 마른 / 흰 얼굴 // 그늘에 빚지지 않고 / 어느 햇볕에도 기대지 않는 / 단 하나의 손발 // 모든 神들의 거대한 정의 앞엔 / 이 가느다란 창끝으로 거슬리고, 생각하던 사람들 굶주려 돌아오면 / 이 마른 떡을 하룻밤 / 네 살과 같이 떼어주며 // 結晶된 빛의 눈물 / 그 이슬과 사랑에도 녹쓸지 않는 / 견고한 칼날 - 발 딛지 않는 / 피와 살 // 뜨거운 햇빛 오랜 시간의 懷柔에도 / 더 휘지 않는 / 마를 대로 마른 목관악기의 가을 / 그 높은 언덕에 떨어지는 / 굳은 열매 / 쌉쓸한 자양 / 에 스며드는 / 에 스며드는 / 네 생명의 마지막 남은 맛 !"   

                              -  '견고한 고독' 전문 (1965. 10)


10. 약 3년 후 '견고한 고독'은 '절대고독'으로 옮겨집니다.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 그 끝에서 나는 눈을 비비고 /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 영원의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 나는 내게로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오는 / 따뜻한 체온을 새로이 느낀다 / 이 체온으로 나는 내게서 끝나는 / 나의 영원을 외로이 내 가슴에 품어 준다 // 그리고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 내 언어의 날개들을 / 내 손 끝에서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 보내고 만다 // 나는 내게서 끝나는 / 아름다운 영원을 /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 더 나아갈 수 도 없는 나의 손 끝에서 / 드디어 입을 다문다 - 나의 詩와 함께"  - '절대고독'  전문 (196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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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군대 간 아들에게
공병호 지음 / 흐름출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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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민국에서 군대라는 시간과 공간은 일반적으로 청년기에 거칠 통과 의식입니다. 일반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직도 웬만하면 안 가는 방향으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는 부류가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군입대를 휴가가는 기분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는 없지요. 사실 나도 군 입대를 앞두곤 참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내가 가서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된 훈련과 군의 특수한 환경에서 잘 있다 나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24시간 나를 붙잡고 있었지요. 어쨌던 병역의 의무를 잘 마치고 나왔습니다. 제겐 6형제가 있는데, 모두 잘 다녀왔습니다. 나와 막내는 한 1년 정도는 같이 복무를 했지요. 나는 공군에서 아우는 육군에서 복무중 휴가 때 같이 용문산에도 놀러갔던 기억이 납니다. 


2. 이 책의 지은이 공병호님은 국내 최고의 변화관리, 경제경영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지요. 현재까지 100여 권의 저서가 있고, 최근에는 [공병호의 고전 강독] 시리즈를 펴내 고전 읽기까지 집필의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합니다. 가정에선 두 아들을 둔 평범한 아버지. 큰 아들은 제대를 했고, 작은 아들은 군 복무를 마무리 할 시간이 되었다는군요. 이 책에는 군 입대를 앞둔 아버지와 아들이 나눈 소중한 대화와 인생의 빛나는 지혜들을 담았다고 합니다. 사실 군복무 기간은 아들과 부모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왜 그런 말 있잖습니까? 군대가면 모두 효자가 된다지요. 화생방 훈련하면서 그렇잖아도 눈물 콧물 범벅이 되는데 짖궂은 교관은 훈련병들에게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를 부르게 해서 눈물의 뇌관을 몽땅 터뜨려버리지요.


3. 지은이는 책을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1) 군 생활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  2) 알찬 군 생활을 위해 지금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는 7가지 좋은 습관. 3)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한번은 진지하게 사색해봐야 할 생각과 가치관. 그리고 4) 우리 주변과 이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입니다.


4. 지은이는 공병우 박사님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간을 아낄 것을 당부합니다. "시간은 곧 생명이다."  요즘에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공병우 박사님은 의과대학을 다니지 않고 강습소와 독학으로 안과 의사가 되셨지요. 또한 타자기 개발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 뛰어들어서 고성능 한글타자기를 개발했습니다. 

지은이는 청년들이 군 생활을 하는 동안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능력을 갖추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세상에 대한 시각을 제대로 정립하기', '자신의 역량과 강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떻게 살 것인지 큰 그림을 그려보기' 를 과제로 주고 있습니다.


5.  군대에서 실천하는 7가지 좋은 습관 :  1) 완벽한 때를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시도한다. 

2) 메모 습관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3) 매일 기록하고 점검한다.  4) 시간을 작은 단위로 나눠 공략한다. 5) 일상생활에 나만의 규칙을 세운다. 6) 화두를 갖고 생활한다. 7) 어떤 경험도 허투루 흘려버리지 않는다. 


6. "세상은 주고받는 계약관계야. 타인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은 자유지만 줄 것이 없는데 어떻게 받기를 기대하겠니. 부모는 너를 어느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무 조건 없이 뭔가를 주려고 하지. 그러나 타인과의 관계는 주고받는 관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은이가 아들들과 자주 나눈 대화의 일부라고 합니다. 타인에게 제공 할 수 있는 '그 무엇(실력)'과 그것을 만들어내는 데 꼭 필요한 '그 무엇(습관)'을 갖출 수 있을 때 인간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7. 마지막 파트 4에선 균형감 있는 시선으로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기'를 권유하는군요. 한국사, 자본주의, 글로벌 경제, 보수와 진보에 대해, 올바른 국가관, 정의에 대해, 친구 관계,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등을 화두로 주고 있습니다. 


8. 단지 군 생활이라는 타이틀에만 묶어두기엔 사실 과제가 많습니다. 청년기는 물론 장년기에 접어 든 세대들도 한 번쯤 점검해보고 지나갈 내용들입니다. 자칫 부모라는 위치에 서면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이 자녀들을 훈육하지만, 부모와 자식 간에 서로 대화의 공감대가 형성되기 힘든 것은 전적으로 어른들의 생각이 고루하거나 편견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지요. 


9. 각 파트 마다 지은이의 '추천 도서' 목록이 있습니다. 나도 아직 못 읽어본 책이 많군요. '군대'라는 범주를 떠나 '사회'라는 조직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며 참고할 만한 서적들이 대부분입니다. 


10. "우리는 항상 현재의 자기 모습에 대한 책임을 상황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나는 상황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앞서가는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상황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찾을 수 없을 때는 자신이 만들어간다."  이렇게 멋진 말을 남긴 조지 버나드 쇼도 그의 묘비명엔 이렇게 적혀 있다지요. 달리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눈에 익고 귀에 익은 이 말. "나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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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마실 -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
심재범 지음 / 이지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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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카페 마실을 떠나볼까요? 동네 마실이 아니라, 좀 멀리 갑니다. 비행기타고 갑니다. 우선 마음으로 떠나봅니다. 누군가는 커피를 맛과 향으로 마시고, 누군가는 분위기를 마십니다. 아마 이 책에선 둘 다 마실 것 같습니다.

 

지은이는 하늘을 나는 바리스타입니다. 전문 바리스타 자격으로 기내에서 커피를 서비스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나 항공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지은이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으로 입사해서 현재 바리스타팀 그룹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합니다. 이 책 [카페 마실]은 그가 직접 다닌 전 세계 카페 기행과 커피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입니다.

 

책은 4파트로 나뉩니다.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일본 등입니다. 본문에 소개되는 카페는 지은이가 그곳의 주소와 전화번호, 홈페이지, 구글 맵정보가 함께 실려 있습니다. 외국 여행길에 들러 보실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주었군요.

 

지은이는 그 자신 바리스타답게 카페를 소개하면서 단순히 커피의 맛과 향, 분위기만 전하는것이 아니라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을 유심히 살피면서 각 카페의 특성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스페셜티 시장이 가장 큰 나라가 미국이지만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미국인 수상자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은이는 이러한 점이 유럽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장인 정신을 극복하는 게 쉽지 않았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2009년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 본선을 애틀란타에서 개최하면서 홈그라운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우승을 노렸지만, 영국 런던의 귈림 데이비스라는 바리스타가 우승을 합니다. 이미 샴페인까지 준비했던 미국은 매우 당황했다는 후문입니다.

 

그 바리스타. 귈림 데이비스의 커피맛을 보러 갑니다. 귈림 데이비스는 런던에 커피 하우스 겸 바리스타 트레이닝 센터 프루프록 커피를 오픈하고 있군요. "향기가 좋았다. 케냐 특유의 강한 바디감이 느껴지지만 향기는 약간 에티오피아 커피가 연상되는 부드러운 과일향이었다." 지은이는 카페문을 나서면서 이런 생각을 남깁니다.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인생을 배우고 간다. 말투는 다소 건방져도 커피 한 잔에 최선을 다하는 바리스타가 있는 프루프록. 그토록 비범한 수준에 이르기 위한 만 시간의 노력이 무척이나 고맙다."  그곳 바리스타의 장인 정신을 느끼는 대목입니다.

 

파리는 독특한 카페 문화의 역사가 꽤 오래 되었군요. 20세기 문학과 지성의 산실인 '레 뒤 마고'가 그 상징이라고 합니다. 그 카페는 아직도 꿋꿋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러하겠지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라고 합니다. 카페 벽에 걸린 사진 속 인물(단골이었던)들은 우리에게도 친숙합니다. 사르트르, 보부아르, 생텍쥐 페리, 파블로 피카소, 헤밍웨이, 앙드레 지드 등입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음료 가격이 만만치 않다고 하니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여러 커피 하우스를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인테리어에 대한 개념이다. 많은 카페 주인이 돈만 있으면 카페 특유의 분위기와 그 카페만이 가진 가치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고객들의 감성이나 취향 같은 것들은 배제하기도 한다.(.....) 고객들의 마음에 깊이 스며드는 커피 하우스의 분위기들은 대부분 빈티지하면서도 펑키하다.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기능적이고 문화적인 분위기가 오히려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미국에선 최근 서울에도 매장을 연 맨해튼 씽크 커피(Think Coffee)를 방문하는군요. MBC [무한도전]에 소개된 뒤로 유명세를 탔다고 하지요? 지은이는 처음에 그 유명세가 단순히 방송 협찬으로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찾아보니 환경을 생각하고 생산지 농부의 생계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진 의식 있는 변호사의 창업에서 시작된 커피 하우스였다고 합니다. 환경과 이웃을 생각하는 착한 커피군요.

 

이웃나라 일본을 방문해선 긴자의 명소인 '카페 드 람부르'를 소개합니다. '커피만을 위하여'라는 간판에서 주인의 마음을 엿봅니다. 1948년 문을 열었군요. 그런데 지은이는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10년 이상 오래된 커피'라는 이름의 메뉴를 보고 놀라는군요. 와인은 오래 될 수록 좋다지만, 커피는 글쎄요? 이 커피점의 장점은 독특한 생두 보관으로 인한 숙성 개념 때문이라는군요. 기왕에 간 길에 1974년 쿠바 커피와 그해에 생산된 블렌딩 커피를 주문합니다. 염려심으로 마신 커피는 의외로 산미가 살아 있고 깔끔한 맛이었다는 평이 붙습니다.

 

커피 매니아나 바리스타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 드릴만한 책입니다. 책에는 바리스타들만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전문용어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그윽하고 진한 커피향을 느낍니다.  사진이 제법 많이 실려 있지만, 그 분위기를 한껏 전하지 못하는 텍스트 일변도의 리뷰에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갖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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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의 세계 (양장) - 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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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내다보는 책들을 보느라면, 장밋빛보다 회색 구름이 잔뜩 드리우고 있습니다. 성장이 멈춘 세계에서 나와 내 아이는 어떤 하루를 살고 있을까 고민합니다. 심지어는 개인을 위한 20가지 조언은 참으로 재미 없습니다. "소득보다 만족도에 초점을 맞춰라. 사라질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지 마라. 군중이 망치기 전에 세계적인 관광지를 방문하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이주하라. 삶의 질을 위협하는 지속 불가능성을 파악하라. 모든 성장이 좋은 것이라고 믿지 마라.  미래는 물리적 한계에 지배당할 것임을 잊지 마라 등등"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이 책의 지은이 재레드 다이아몬드. 움베르토 에코만큼이나 수식어가 많습니다. 문화인류학자, 문명연구가, 생리학 교수, 조류생태학을 연구하는 조류학자, 진화생물학, 생물지리학, 12개국의 언어를 할 수 있는 사람. 새, 언어, 뉴기니, 음악, 역사, 지리, 사회에 끼친 환경의 영향, 유전학, 생리학등에 관심사 정도가 아니라 전문가 수준의 시추기를 지닌 사람.

 

지은이는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명은 어디서 비롯되는가?'라는 의문을 명쾌하게 분석하여 1998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총, 균, 쇠] 그리고 문명 붕괴 과정을 통해 본 지구 문명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격인 [문명의 붕괴]에 이어 문명대연구 3부작 완결편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책 [어제까지의 세계]를 통해 그의 이름대로 다이아몬드같은 성찰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미래학자들 거의 모두가 앞만 내다보기 바쁜 판국에 다이아몬드는 "최첨단의 문명사회를 구할 강력한 비책은 어제의 세계에 있다!"고 역설합니다. 이 책에도 주 무대는 뉴기니입니다. "1964년 뉴기니 땅을 처음 밟았을 땐 새 연구가 목적이었다. 거긴 600종의 새가 산다. 뉴기니는 내게 처음부터 이국적이고 궁금하고 신비했다. 한편으론 겁도 났지. 뉴기니에는 1000개의 부족, 1000가지 언어가 있다. 그들은 상당 부분 당신과 날 닮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몹시 다르다. 전통 사회와 현대사회 사이의 닮음과 차이가 바로 이 책이다."

 

'뉴기니'가 어드메쯤 붙어있냐구요? '뉴기니'는 그린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라고 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위쪽으로 적도 근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왜 '전통'사회를 연구하는가?에 대한 자문자답을 통해 '부분적으로는 전통사회에 대한 호기심'때문이라고 간단히 답합니다. 어떤 점에서는 무척 유사해서 충분히 이해되고, 또 어떤 점에서는 우리와 무척 달라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매력이 있다고 합니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언급하는 '전통사회', '소규모 사회'는 수십 명에서 수천 명까지 소규모 집단을 구성하며 낮은 인구밀도에서 수렵채집, 농업이나 목축으로 살아가고, 서구화된 산업 사회들과 접촉함으로써 제한적으로 변한 과거와 현재의 사회를 뜻합니다.

 

지은이는 '전통사회'에 대립되는 이미지로 WEIRD "서양의(Western) 교양 있고(Educated) 산업화됐고(Industrialized) 부유하며(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회로 봅니다.(이니셜) 이 부분에서 떠오르는 생각은 몰개성화입니다. 뭔가 좀 튀는 행동을 하면 '화성인'으로 분류되는 사회.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개성을..(이런 표현에 양해를 구합니다) '개같은 성질'이라고 한다던가. 개의 어떤 성질을 보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사람같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서 나의 마음 단속도 신경쓰고 있습니다만, 아뭏든 WEIRD라는 단어 속엔 획일화된 어떤 형상이 떠오르지 않는지요. 나는 도미노가 그려집니다. 후~ 호흡 한 번에 순식간에 무너지는 도미노성. 참..weird 라는 단어는 '이상한, 수상한, 기묘한, 괴상한, 무시무시한, 불가사의한'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이미 적잖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관습을 받아들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합니다. 어떤 점에서 우리 현대인은 부적응자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우리 몸과 관습이 진화를 겪으면서 적응한 환경과 다른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점 깊이 공감합니다. 이미 우리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남이 바라는 삶, 남이 바라보는 삶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조직의 쓴맛을 안 보기 위해서 애쓰다 보니 쌓이는 것은 스트레스지요. 그렇다고 지은이는 무조건 전통사회를 예찬하진 않습니다. "전통 사회는 우리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당연시하는 지금 사회의 이점에 고맙게 생각할 기회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 책은 5부 11장으로 구성되고 에필로그가 붙여집니다. 1부는 1장으로만 되어 있고, 전통사회가 어떻게 공간을 분할하는지 설명함으로써 뒤에서 다루어지는 주제들의 기초적인 발판을 놓습니다. 2부는 2~4장으로 구성되며 분쟁해결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5장과 6장에선 인간의 생명주기에서 양극단에 위치한 어린시절과 노년이 그려있습니다. 지은이는 세계적인 고령화 사회를 의식해서 부분적으로나마 전통 사회의 교훈을 받아들이면 현재의 상황을 개선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4부는 7장과 8장으로 이뤄지는데, 위험과 그에 대한 반응을 다룹니다. 전통사회에서는 모든 사건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가능한 이유를 찾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고,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전통 사회에선 '안전 불감증'이 없던가 적던가 입니다. 9~11장에선 종교, 언어의 다양성, 건강을 다룹니다. 지은이는 특히 '종교'를 놓고 미래엔 종교가 어떤 기능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길 원하고 있습니다.

 

지은이와의 인터뷰 기사 중에 이런 부분이 눈에 띕니다.

―사람들이 책을 점점 덜 읽고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

"(수메르 문자의 발명 이후) 5400년 동안 문명이 쌓아온 지혜를 내다버리는 것과 같다. 역사의 지혜, 문학과 예술을 걷어차는 일이다. 난 컴퓨터, 이메일, 스마트폰, 타자기도 쓰지 않는다. (펜을 들며) 이걸로 책을 쓴다. 게다가 내가 컴퓨터를 만지면 꼭 망가지더라. 하하."
지은이는 끝까지 컴퓨터를 배울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올해(2013년) 76세입니다. 이미 다음 책을 구상하고 있다 합니다. 키워드는 '변화(Change)'입니다. ―언제 읽을 수 있나?  "2020년. 내 책은 최소 8년 걸린다. 역시 펜으로.."

 

Diamond Fore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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