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뜨거웠던 날들 꿈꾸는돌 5
리타 윌리엄스 가르시아 지음, 곽명단 옮김 / 돌베개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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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특이한 소재의 소설입니다. 아이들이 주인공입니다. 아이들의 시각을 통한 어른들의 세계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마음 움직임을 스케치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름이 시실이니까, 그렇게 부르면 돼. 남들이 누구냐고 물으며, 그때만 ‘우리 어머니’라고 말해.”


...어머니란 사실 관계를 밝히는 말이다. 시실 존슨은 우리를 낳았고, 우리는 시실 존슨에게서 나왔다. 그러니까 동물 세계로 치면 시실 존슨은 우리 어머니다. 이 지구에 사는 포유류라면 누구나 어머니는 있게 마련이다. 죽었든 살았든, 도망쳤든 제자리에 있든. 시실 존슨은, 새끼를 낳은 포유류이자 살아 있으면서 새끼를 버린, 우리 어머니이다. 사실 관계를 따지자면 그렇다.


7년 전 어린 딸들을 남겨놓고 가출을 단행한 엄마를 만나러 가는 세 자매의 이야기입니다. 

심각한 어른들의 세계와는 다르게 아이들의 말과 행동, 생각은 자유롭습니다. 여유롭습니다. 그리고 긍정적입니다. 아이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만큼 앞서가지 않습니다. 가야할 줄도 알고, 멈출 줄도 압니다. 성숙해 보이는 어른들이 무모한 짓을 저지르는 경우가 더 많지요.


도대체 세 자매의 엄마는 무슨 생각으로 아이들을 그렇게 팽개치고 멀리 가버렸을까요. 남편과 시어머니한테는 '미친O'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집을 박차고 나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글의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입니다. 

흑표당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아님 흑표범당은요?

Black Panther Party라고 불리는 이 단체는 "흑인의 강인함과 존엄을 표현하기에는 검은 표범이 가장 알맞다"는 주장 아래 조직된 흑인 무장 조직입니다. 이들은 블랙 파워를 지원하며 동시에 흑인들의 자기방어를 주장하였습니다.


극좌익파에 속하는 이들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까지 활동했으며, 당시의 블랙 파워 운동과 미국 정치에 참여하여 유명해졌지요. 흑표당의 창립자는 바비 실과 휴이 뉴튼으로, 1966년 10월 15일 캘리포니아 주의 오클랜드에서 경찰 폭력으로부터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지키겠다는 기치로 흑표당을 세웠습니다. 당의 지도부 중에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친화적인 사람들이 많았지만, 실제 이념적 구성은 다양했다고 합니다. 1968년에는 뉴욕, 시카고, 디트로이트, 뉴어크, 클리블랜드, 필라델피아, 피츠버그, 시애틀 등 미국 전역의 도시들로 번져나갔습니다.


아이들을 만난 엄마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아이들의 눈에 비친 그녀들의 엄마는?  

“공항에서 맞닥뜨린 우리 어머니라는 존재. 큼지막한 선글라스에, 머리에 친친 둘러맨 스카프에, 아빠가 정장 입을 때 쓰는 것과 비슷한 커다란 모자까지 비스듬히 눌러 썼다. 게다가 남자 바지를 입고 있었다. (....) 차림새로 보면 시실은 여느 어머니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비밀 첩자에 가까웠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지요. 그러나 7년 만에 엄마를 만난다는 기대감에 들뜬 어린 세 자매의 눈에 비친 엄마의 존재는 놀람, 기이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아이들을 만난 엄마는 무심하다 못해 한심할 정도로 아이들에게 사랑과 관심이 없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보다는 흑표당 활동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군요. 엄마를 만난 아이들의 첫 식사는 패스트 푸드로 시작해서 다음날 아침식사는 흑표당의  "어린이들을 위한 무료 아침식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과가 시작됩니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을까요.

바로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흑표범당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어른들에게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그 이야기를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인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무거운 이야기를 아이들의 시각과 언어로 미소를 지어가며 읽을 수 있게 그려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이 책 저자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저자는 흑표범당이 캠프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했던 그 당시. 꼭 필요한 변화를 목격했고 그 변화의 일익을 맡았던 그때 그 아이들을 위해 이 책을 쓰고 싶었다고 합니다. 분명 그 자리에 있었던 그 아이들을 생각하며 썼다고 합니다. 그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위로와 이해와 보다 깊은 사람의 마음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앞서간 이들의 희생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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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젊은평론가상 수상 작품집
오태호 외 지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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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셋 모옴은 비평가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이 훌륭해야 한다." 비평보다도 인간이 훌륭해야 한다는 말은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말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문학평론가 김윤식 선생님은 서머셋 모옴의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하고 계십니다. "시대에 뒤떨어지면 그냥 사라져라, 없어지라는 그런 뜻이 아닌가 싶어."  한편 모옴은 작가에 대해선 또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작가가 아무리 훌륭한 글을 써도 그 책의 생명은 3개월 밖에 없다." 시장에 도는 기간은 고작 3개월이라는 이야기지요. 돈 때문에 쓴 것도 아니고, 인기 때문에 쓴 것도 아닌 오직 자기 만족뿐이라는 참으로 냉정하지만 준엄한 말만 남게 된다는 것이겠지요. 물론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혀지는 스테디셀러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문학이 점점 고립되는 상황. 그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모습을 보면 태평양의 어느 섬나라가 점점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사람이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사라져버리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문학작품, 대한민국의 문인들이 출간하는 문학작품들을 구입해서 읽어주는 것이 그분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우어 줄 것이라는 생각을 또한 하게 됩니다.

 

 

문학의 마을에는 3그룹의 주민이 거주합니다. 문학에 뜻을 두고 작품을 잉태하는 작가 그룹이 있고, 그 작품들을 나름대로 받아들이고 애정을 갖고자 노력하는 독자 그룹이 있고, 작가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자 애쓰고 노력하는 비평가 또는 평론가 그룹이 있습니다.

 

 

단지 문학 뿐아니라 각 예술 분야에는 평론가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술, 음악, 영화 등 각 평론가들은 그들의 위치에서 그들의 시각으로 본인들의 견해를 깊이 있게 전하고자 합니다. 문학에만 국한시켜 이야기 하다면 문학 평론가들은 과연 문학에서 어떤 기능을 맡고 있을까요? 우스개소리지만 문학에 뜻을 두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은 사람들이 평론가 대열에 들어선다나요? 물론 그냥 웃자고 하는 이야기니까 혹시 문학평론에 몸을 담고 계시는 분들이 이 글을 읽으시고 상처 받지 마시길 당부 드립니다. 이 말은 오래 전 어느 평론가(하도 오래 되어서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납니다)의 인터뷰에서 그 역시 웃으며 한 말이기도 합니다.

 

 

"2012년 젊은평론가상 수상 작품집"을 읽습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는 동시대 젊은 비평의 기능과 역할을 고무하기 위해 '젊은평론가상'을 시상해 왔다고 합니다. 2000년부터 출발한 이 상은 2012년 현재 13회째를 맞이했다고 하네요. 2011년 한 해 동안 발표된 평론 중에서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여 수록한 책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평론들은 우리 문학을 이끌었던 문제의식과 키워드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2011년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형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이 듭니다.

 

 

수상자인 오태호는 신달자, 최동호, 유안진, 임보의 시집론을 '고요한 정신의 깊이들'이라는 제목으로 평론합니다.

 

"2000년대를 횡단하며 가장 주목받았던 미래파 논쟁 너머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작업을 진행한 고요한 정신들이 있다. 그 정신들은 물리적 시간들을 집적하면서 더 두터워진 식물의 나이테를 닮아 있다. 그러므로 '오래된 미래'로서의 진정한 미래파는 환갑을 넘어 자신의 서정 세계를 새로이 누적적 사유로 채워 가고 있는 원로 시인들의 차지일지도 모른다. 과거에서 미래를 견인하는 '오래된 미래'로서의 '미래파'는 그렇게 새로운 낡음으로 자신의 토양을 살찌운다."

 

그렇다면 노년에 이른 시인들의 영혼은 어떻게 고양되는가? 오태호는 그들이 살아 낸 시간이 고양의 밑거름으로 작동하여 정신의 높이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단단해진 그 정신의 표정은 신달자의 '종이'로, 최동호의 '명검'으로, 유안진의 '역설'로, 임보의 '사랑'으로변주된다고 합니다.

 

오태호 외에도 강동호, 고봉준, 백지연, 오창은, 이경재, 이찬, 장성규, 조강석, 조연정 등의 젊은 평론가들의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평론이 실려 있습니다. 책 말미에는 2012년 '젊은평론가상' 수상자와 후보자가 2011년 의 최고작 한 편 씩을 선정, 짧은 서평을 붙여 놓았군요. 이 해가 저물기 전에 이 중 단 몇 권이라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자와 제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정한아 시집 "어른스런 입맞춤"  (문학동네, 2011)

- 정한용 시집 "유령들"  (민음사, 2011)

- 공선옥 장편소설 "꽃 같은 시절"  (창비, 2011)

- 김미월 소설집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창비, 2011)

- 김애란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창비, 2011)

- 정용준 소설집   "가나"  (문학과지성사, 2011)

- 허수경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문학동네, 2011)

- 염승숙 단편집  "노웨어맨"   (문학과지성사, 2011)

- 최정례 시집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문학과지성사, 2011)

- 한강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 (문학동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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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111展 : 히말라야의 꿈 - 달라이 라마, 사진으로 만나다
김경상 외 49명 지음 / 작가와비평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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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와 폰카가 대세를 이루는 요즈음. 고집스럽게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짊어지고 오지를 찾아다니는 사진 작가가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경상. 이 분야에선 거의 국보급 존재입니다. 이미 『한국의 얼 111전』을 비롯해 『카롤 보이티야』등 많은 저서가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달라이 라마 111전  히말라야의 꿈』입니다.

 

주변에서 달라이 라마 촬영을 "아예 꿈도 꾸지 마라"였지만 그 뜻을 꺾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라싸부터 에베레스트, 차마고도, 동티베트 샹그릴라, 남인도 문고드 티베트사원, 다람살라, 네팔까지 한없고 무심한 지구의 천정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고산병에 걸려 검은 코피를 한웅큼 쏟기도 했으며, 무거운 장비를 메고 돌아다닌 탓에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는 탈진 상태를 수도 없이 경험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달라이 라마를 단독 근접 촬영에 성공했습니다. 사진을 통해서 느끼는 것이지만, 달라이 라마 그 분이 사진 촬영에 협조를 해주신 느낌이 강하게 전달됩니다. 111장의 사진에는 40여명의 필진이 동참해서 감동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몇 커트의 사진과 글을 옮겨보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비가 옵니다          

        

             유한나 

 

 

사랑하는 이여 비가 옵니다.

새벽엔 빗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그 부드러운 물방울이 지붕 위에

 

땅바닥에 부딪치며 깨어지며 내는

젖은 목소리가 머언 꿈길에서

나를 불러내었습니다.

빗물은 세상에 드리워졌던

슬픔과 기쁨의 그림자들을

살살 지우며 밀려삽니다.

 

사랑하는 이여 비가 옵니다.

맨몸을 숨기지 못하고

하늘 아래 서있는 모든 것들이

조르르 비를 맞고 서있습니다

누군가 가리워 주지 못한 서러운

마음 위로도 비가 내립니다.

아직 더 피어 있음직한

꽃들의 웃음짓는 얼굴도

가만히 부서뜨리며

넘실넘실 빗물은 여울집니다.

 

사랑하는 이여 비가 옵니다.

오로지 비만 오고

비 아닌 것은 오지 않는 날

난 이 비를 맞으러

문 밖 길에 홀로 나섰습니다. 

 

 

동 행

 

변성래

 

어디 가는 길이냐고 물으셨나요.

사실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지나온 길은 어렴풋이나마 그림이 그려지는데 

가야 할 길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전부입니다.

당신이 가야 할 길은 잘 보이시나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동행이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마음이 든든한지 모릅니다.

굽어지는 길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길이 펼쳐질지 모르는 일입니다.

 

살아가며 가던 길을 멈칫멈칫하게 하는 것은 

두려움입니다. 누구나 짐짓 겉으로 표현을 안 할 뿐이지요.

 

당신 가는 길에도 동행이 있길 바랍니다.

때로 아무 말 없이 그냥 가도 좋습니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함께라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역시 동행이지요. 나눔이지요. 사랑이지요.

 

 

 

윤회

 

박찬현

 

12지간 찰나의 문 안에서

정도를 닦고 수양하니

육신 태우던 불 숲이

오리무중 포연을 낳고

기화된 구름 생명 잉태하여

대지에 그 인연을 심으니

자라난 초목은 신성한 양식

 

우마 길짐승 날짐승

그렇게 돌고 도느니

해질녘 길게 우는 뭇짐승

전생 인연이라 했던가.

 

아트만이 들어 찬 인간

요행히 환생함이라

왜, 돌아왔는고

그 업보 치성으로 빌어

피땀 눈물로 주야 속죄하느니

환생 수레바퀴 벗어나

브라만이 거하는 대우주

해탈을 소원하노니

 

매양 빌고 염원하는 인생

억겁의 수레바퀴 벗어나려 함이네.

 

..........................

 

이러한 사진집을 읽는 tip을 알려드릴까요.

우선 사진만 쭈~욱 보세요. 그리고 그 다음에 글과 사진을..

시간이 되시면 나중에 글만 따로 읽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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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나무 2012-11-13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이 실렸네요 축하드려요~^^ㅎ

쎄인트saint 2012-11-13 22:22   좋아요 0 | URL
예..감사드립니다~!!
평안한 밤 되십시요~~^^
 
로마제국 쇠망사 지만지 고전선집 662
에드워드 기번 지음, 이종호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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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 쇠망사》를 쓴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 1737~1794)은 로마의 역사를 대체로 다음 세 시기로 구분해 저술했습니다. 


제1기는 트라야누스(재위 98~117)황제와 안토니우스(138~161)황제 시대로부터 게르만족과 스키타이의 야만족 등(기본적으로 훈족을 의미)에 의해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는 시기까지입니다. 

제2기는 동로마 제국의 영광을 회복한 유스티나마누스 1세 (527~565)로부터 아랍인의 소아시아 및 아프리카 정복과 800년의 서로마제국 부활, 즉 샤를 마뉴(카를 대제, 768~814)의 등극까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제3기는 서로마제국의 부활로부터 터키인에 의한 콘스탄티노플 공략 그리고 로마 황제 계보가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의 약 6세기 반의 기간을 포함합니다.


또한 이 책은 이 기간 동안 등장하는 십자군의 역사를 포함해 다루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100년에서 1500년에 이르는 서유럽의 역사와 서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동방의 역사를 총괄합니다.


가장 보편적으로 제시되는 로마 제국의 멸망 요인은 군사적인 현상이 아니라는데 그 특징이 있습니다. 경제적 취약성과 여러 도시의 쇠퇴, 인구 감소, 식민지 문화나 야만인 문화에의 동화, 그리스도교의 채택, 그리고 콘스탄티노플로의 천도 등의 모든 것이 고대 로마의 종말을 재촉한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나의 제국이 노화할 때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며, 강력한 제국을 운영하던 국가들 모두에게서 이 같은 쇠퇴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대부분의 학자들은 말합니다. 


이 책은 발간된 이후 시종일관 종교적 불경이라는 비난을 받았는데, 그는 신의 존재는 기꺼이 받아들이면서도 기독교가 전파됨에 따른 폐해에 대해 집중적으로 서술했던 것입니다. 특히 제1기의 제15장과 제16장, 마지막 부분인 제38장의 〈서로마제국 멸망의 개관〉에 기록한 종교, 즉 기독교에 대한 그의 시각이 우선적 공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가 로마 제국의 쇠망사를 다루면서 시종일관 견지한 맥락은, 로마 멸망의 가장 큰 요인으로 야만족의 침입을 우선시 하면서도 로마 제국이 기독교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나약한 로마인이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의 이러한 견해가 당대의 종교인과 지식인들을 설득하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그의 서술에 대한 종교계의 공격은 매우 혹독했는데, 토머스 보들러는 종교적인 요소를 모두 삭제한 《로마제국 쇠망사》의 특별판을 편찬하기도 했습니다. 세인트 폴 성당의 딘 밀먼은 다음과 같이 말할 정도였답니다.


“이 책은 기독교에 대한 뻔뻔스럽고 비정직한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는 발간 직후 역사학뿐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나폴레옹에게는 제국의 야망을 갖게 했고, 처칠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자신의 《회고록》을 집필 할 때 이 책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영국의 수상 클레멘트 애틀리가 1949년 아일랜드의 분리 독립문제와 같은 중요한 일이 산적해있던 와중에도 《로마제국 쇠망사》를 두 번이나 읽었다는 것은 이 책의 비중을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특히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를 집필한 이유의 하나로 이 책의 매우 커다란 영향력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로마사를 전공하는 일부 학자들은 현재의 시각으로 볼 때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완전히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에 대한 정확한 기술과 그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번의 평가와 작업이 아직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가 역사학자로서 갖추어야할 정확성과 엄밀성을 갖고 《로마제국 쇠망사》를 저술했음을 보여 줍니다. 이러한 점이 이 책을 현 시대의 세계인들도 선호하는 고전으로 꼽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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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 이론 -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자연과학선집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지음, 장헌영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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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인슈타인의 일화 한 편을 소개 해드리고 싶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초반, 미국에서 전비 충원 운동이 벌어지고 나서 몇몇 민간 위원들이 아인슈타인을 찾아왔습니다. 1905년에 처음 발표된 그의 상대성이론 논문의 원고 초본을 기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돈 많은 이에게 팔아 자금 조달에 보태겠다는 것인데, 다만 팔리더라도 이를 공개된 장소에 보관케 하여 역사적 기념물로 남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인슈타인의 육필 원고는 이미 분실되고 없었지요. 그래서 그(아인슈타인)는 한 가지 역제안을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자기가 그 원고를 직접 손으로 써줄 테니 가져가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다소 실망스럽긴 했으나 그들은 그 제의를 받아들였지요. 아인슈타인은 비서에게 출간된 자기 논문을 읽으라고 하고 직접 받아 써내려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서(쓰기를) 중단하고는 자기 논문에 정말 그렇게 쓰여 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비서가 그렇다고 확인해주니, “아, 지금이라면 내가 그렇게 안 썼을 텐데”하고 그가 몹시 안타까워했다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 / 제레미 번스타인)

 

이 예화에서 느낀 점 두 가지는 노학자의 학문에 대한 열정, 끝없는 탐구력과 어떻게든 의로운 일에 보탬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입니다. 참고로, 이렇게 만들어진 아인슈타인의 육필원고는 그 후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팔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딘가에 잘 보관이 되고 있겠지요.

 

아인슈타인 박사의 상대성 이론을 단 몇 줄의 리뷰로 소개할 능력이 제겐 없습니다. 대신에 장회익 교수님의 글을 옮겨보겠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새로운 자연법칙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직 기존의 법칙들을 서술할 기본 변수들인 시간과 공간 개념에 대해 간단한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 전부였다. 즉 기존의 시간과 공간 개념을 통해 자연법칙들을 서술하는데 무리가 있으니 수정된 새 개념, 즉 ‘4차원시간-공간’ 개념을 통해 자연법칙을 서술하자는 주장인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만일 시간, 공간에 대한 이 새 개념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상대성 이론은 지극히 간단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이 되지만, 만일 이 새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이는 영영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게 되는 것이다.”

- “과학과 메타과학” / 장회익 / 현암사 / 2012

 

사실 상대성 이론에 대한 책과 해설서가 퍽 많습니다. 그러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대성 이론을 확립한 사람만큼 상대성 이론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 이론이 심오하기 때문이고, 또 이 이론 바닥에 깔려있는 철학 사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상대성 이론 자체에 대한 설명이나 수학적 복잡함을 설명하는 대신 상대성 이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논리적 사고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상대성 이론이 가장 보편적인 자연법칙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특별히 생각이 머문 곳은 「상대성 이론과 공간의 문제」부분입니다.

아인슈타인은 공간 개념에 대한 심리적 기원 또는 이것에 대한 필요성의 심리적 기원은 일상적인 사고 습관에 근거했을 때처럼 분명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예전의 기하학자들은 점, 직선, 표면 같은 개념적인 객체들을 다루었지요. 그렇지만 분석기하학자들이 후에 다루었던 공간 같은 개념은 다루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간이라는 개념은 기본적인 경험을 만든다고 합니다.

상자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상자 하나가 만들어졌다고 상상해보자. 상자가 가득 차도록 상자 안에 물건들을 배열할 수 있다. 이렇게 배치할 수 있는 것은 물질 객체인 ‘상자’의 특성이다. 이 특성은 상자에 부여된 것, 즉 상자에 의해 ‘둘러싸인 공간’이다. 이것은 상자에 따라 다른 어떤 것이다. 이것은 또한 그 상자 안에 물건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고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이다. 상자 안에 물체가 없을 때 이 공간은 ‘비어 있는’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공간이라는 개념은 상자와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상자의 공간을 만드는 그 가능성은 상자 벽의 두께와 관계가 없다. 결과적으로 이 ‘공간’이 없어지지 않게 하면서 이 두께를 0으로 줄일 수 없을까? 이런 극한 값을 취하는 과정은 분명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상자가 없는 공간을 상상 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잊는다면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물질 없이도 존재할 수 있는 어떤 존재로서 공간을 물질과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데카르트와 모순된다는 것을 누구든지 알게 될 것이다.

 

동시에 이것은 공간을 분석기하학에서 근본적인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데카르트 학파는 수은 기압계에 있는 진공을 전혀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기초적인 단계에서조차 공간 개념이 완전히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독립적이고 실제적인 어떤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공간 개념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상대성 이론은 단순한 자연법칙이 아니고 사고(思考)의 체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17세기 갈릴레이가 오염되지 않은 감각으로 인지되는 것들만 자연과학으로 인정하던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에게 실험과 수학을 이용한 자연과학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철학을 증명한 이후, 상대성 이론은 인식에 대한 대변혁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론이 필요해서 상대성 이론을 만든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에 대한 깊은 사색과 논리적 유추에 따라 결론적으로 이 이론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이 서문에서 언급한 부분을 소개해드리면 혹시 한 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일어나시려나요?

“과학으로서뿐 아니라 철학적인 관점에서 상대성 이론을 알고 싶어 하는 독자를 위해 나는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론물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수학을 모르는 독자들이 상대성 이론에 대한 정확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도록 이 책은 의도되었다. 고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받은 독자라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이 두껍지는 않지만 내용을 이해하기위해 독자들은 인내심과 의지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상대성 이론의 주요 개념을 가장 수수하고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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