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의 이름에는 이야기가 있다 - 생각보다 인간적인 학명의 세계
스티븐 허드 지음, 에밀리 댐스트라 그림, 조은영 옮김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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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의 이름에는 이야기가 있다 】- 생각보다 인간적인 학명의 세계

  _스티븐 허드 / 김영사



1.

인간의 가장 신비로운 친척 중에 쥐여우원숭이가 있다. 마다가스카르에는 모두 24종의 쥐여우원숭이가 사는데, 불과 25년 전만 해도 2종을 제외한 나머지는 알려지지 않았었다. 최근에 발견된 1종은 살아있는 영장류 중 가장 몸집이 작다. 바로 베르트 부인의 쥐여우원숭이다. 다 자란 성체는 한 손에 쏙 들어오고 무게는 고작 30그램밖에 나가지 않는다. 미국 주화 25센트짜리 다섯 개, 또는 식빵 한 조각 정도의 무게라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베르트 부인의 쥐여우원숭이라고 이름이 붙었을까?


2.

“아담이 생물 하나하나를 부르는 그대로 그 이름이 되었다.” 창세기에 나오는 구절이다. 사람에겐 이름이 필수적인 것이라 생각해도, 동식물들이 이름이 없다고 서운해할까? 인간이 붙이는 이름엔 학문적으로, 분류학적으로 필요하겠지만 그 대상을 지배하겠다는 마음의 인간 욕망도 포함되어있을 것이다.


3.

동식물의 명명학을 거론하다보면, 스웨덴의 박물학자 카를 린네가 떠오른다. 린네의 업적은 오늘날 ‘이명식 명명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식 명명법은 학명을 속명과 종명으로 쓰는 법이다. 사실 생물에 이름을 붙이고 체계적인 목록을 작성하려는 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기원전 612년에 제작된 바빌로니아 점토판에는 약용식물 약 200종의 이름이 적힌 목록이 있다. 총 365종의 목록이 적힌 중국의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은 서기 약 250년에 쓰였으나 사실은 3,000년 전부터 구전된 내용을 문서로 기록했을 뿐이다.


4.

식물-곤충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곤충학자이자 생물다양성의 진화에 관해 연구하는 진화생물학자인 이 책의 저자 스티븐 허드는 학명들의 무궁무진한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찰스 다윈의 따개비는 그렇다 치고, 히틀러의 딱정벌레, 도널드 트럼프의 나방은 참... ‘착한 명명, 나쁜 명명’도 읽을거리다. 학명을 통해 기념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단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간에..). 나방 네오팔파 도널드 트럼피가 명명되었을 때 과학계와 대중매체 양쪽 모두의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명명자 바즈릭 나자리는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이름을 붙였을까? 나자리는 이 나방의 머리엔 한쪽으로 잘 빗어 넘긴 금발 같은 비늘이, 독특한 헤어스타일의 트럼프와 똑 같아서 그랬다고 한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미국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많은 신종이 살고 있는 취약한 서식지 보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트럼프 나방은 관심 끌기에 성공한 셈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대부분 이 명명은 트럼프 개인에겐 ‘모욕적인 명명’으로 평가된다.


5.

서두에 언급했던 ‘베르트 부인의 쥐여우원숭이’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베르트 라코토사미마나나라(1938~2005)는 여성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이름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마다가스카르 동물상의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인지하고 보전하는 노력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사람으로 기록된다. 마다가스카르 태생인 베르트는 파리 대학에서 생물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후 젊은 마다가스카르 과학자들과 환경보호론자들을 훈련시켰다는 점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베르트 부인은 생물인류학이라는 과학의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과학과 보전 기풍까지 전달한 것이다.


6.

과학자들이 사람 이름을 따서 학명을 짓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명명자의 사심도 많이 스며들었으리라 짐작한다. 학명을 통해 명명자와 그 이름의 주인공들의 관계를 추적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때로 넘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중요한 것은 그 이름의 주인공들이 후세에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그 종에 대한 호감, 비호감이 갈리니 비호감으로 분류되는 종들은 참으로 억울한 일이 될 것이다. 살아있을 때 최대한 착하게 살 일이다. 죽은 다음에(아니 살아있을 때도) 흑역사가 드러나서 인생을 종치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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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라는 중독
저드슨 브루어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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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이라는 중독 】

  _저드슨 브루어 / 김영사



1.

불안도 습관이다. 안 좋은 습관이다.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애쓸수록 불안을 더욱 끌어안는다. 물론 모든 이들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잘못 습관 된 불안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 구석구석에 자리 잡는다. 과음, 스트레스성 폭식, 금지된 약물 흡입, 도박, 게임 등의 건강하지 못한 습관으로 몰고 간다.


2.

중독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소개되는 이 책의 저자 저드슨 브루어는 레지던트 과정 중 공황발작이 발생했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공황발작이 불안증 환자들을 더욱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한다.


3.

저자는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이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가 속한 연구소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실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 실제적 과학이라는 것이다. 불안과 습관 사이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나는 불안을 학습하는 이유와 불안이 습관이 되는 양상을 밝혀냈다. 이 연관성을 확립하는 일로 우리가 걱정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풀어냈다.”


4.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불안이 중독이 되는 과정, 불안 습관 고리를 풀어내는 방법, 불안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 불안의 악순환을 끊는 더 크고 나은 제안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떻게 원하는 삶으로 나아갈 것인가’로 마무리한다.


5.

‘불안의 악순환을 끊는 더 크고 나은 제안’의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간단한 ‘호흡’을 주목한다. 사실 모든 생명체에서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불안한 감정이 자리 잡으면, 십중팔구 호흡전선에 문제가 생길 것이기 때문에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어느 영화에선가 무언가 심하게 놀라 호흡을 정상적으로 못하는 사람에게 케어하는 이가 자신의 눈을 쳐다보면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도록 권유하는 장면이 오버랩 된다.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그냥 주의를 흩트리는 또 다른 행위에 불과하지는 않은지 의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면 체화된 방식으로 현재 순간에 머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주의를 외부로 돌려서 현재 순간으로부터 탈출하려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경험과 함께, 바로 그 순간에 머문다.” 바로 그 순간이라는 것은 불안이 아닌 평정심의 상태를 뜻하리라고 받아들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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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선 경제 - 공정 그리고 혁신
이용우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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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선 경제 】 - 공정 그리고 혁신

_이용우 / 한빛비즈



1.

때로 경제학은 학자의 연구실이나 상아탑 내에서만 살고 있지 않는가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국내 경제상황이 내부적인 여건 또는 국제적 상황의 변화로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을 보면 특히 그렇다. 경제 따로 경제학 따로 인가? 물론 경제학이 독자적으로 무엇을 계획하고 실행한다는 것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2.

이 책의 저자 이용우는 다양한 삶의 여정을 지나온 사람이다. 경제학 박사, 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현 국회의원. 다소 느닷없이 생각되는 정치권 진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되었다고 한다. 14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보좌관을 역임하다가 21대 국회에 입성한 것이다. 정치권에서 선거와 정책을 경험한 후 경제계에서 시장을 보는 시각과 전문성을 키우고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온 것이다.


3.

“아들에게 권할 직장이 없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 저자의 외침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공정과 혁신을 키워드로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플랫폼과 혁신에선 플랫폼에 공정한 규칙이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핀테크산업의 성장과 불편한 미중관계의 분석. 시장 기능과 기업과 규제를 통해 네거티브 규제와 금융, 금융 감독체계에 분명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국형 뉴딜과 ESG(ES는 환경과 사회, G는 기업 지배구조를 의미한다), 불평등 문제 다루기 챕터에선 ‘한국판 뉴딜의 과제’를 과감하게 제시한다.


4.

핀테크의 급속한 성장은 기존 경제 질서를 변화시키고 있다. 저자는 이들의 사업 방식을 필요조건인 사업모델과 충분조건인 비즈니스 모델로 설명한다. 필요조건은 고객을 모으는 것으로 기업이 돈을 써야 하며, 비즈니스 모델은 모은 고객을 활용해 기업이 돈을 버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고객 모으기는 사실상 고객의 데이터 수집을 의미한다. 이러한 환경이 곧 권력이 되는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인 ‘감시자본주의’가 되는 것이다. ‘구글은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할지 알고 있다’는 말로 대체될 수 있다. 저자는 정보의 집중에 대한 세 가지 방향의 대응을 이야기한다. -정보의 집중에 따른 독점화. _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법제화, -글로벌 빅테크기업이 조세피난처나 세금이 낮은 국가에 법인을 두고 이윤을 창출하는 국가에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 등이다.


5.

“공정과 혁신은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혁신은 공정한 경제 질서의 토대에서 경쟁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는 그 경쟁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검토해야한다.” 책 제목 그대로 한국의 경제가 두발로 든든히 서 있으려면 공정과 혁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역설하는 것을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버겁지만, 경제계와 정치계가 은밀한 뒷거래로 ‘정경유착’이라는 커튼 뒤에 숨지 말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삼는다면 이 사회와 국가가 더욱 밝고 평안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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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선 경제 - 공정 그리고 혁신
이용우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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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저자가 역설하는 것을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버겁지만, 경제계와 정치계가 은밀한 뒷거래로 ‘정경유착’이라는 커튼 뒤에 숨지 말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삼는다면 이 사회와 국가가 더욱 밝고 평안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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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의 이름에는 이야기가 있다 - 생각보다 인간적인 학명의 세계
스티븐 허드 지음, 에밀리 댐스트라 그림, 조은영 옮김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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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의 이름 안에 들어있는 놀라운 이야기들을 모두 모았다. 특히 사람과 동명인 학명을 통해 생물체에 대한 무한 애정과 역시 무한한 인간 욕망을 동시에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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