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윌버의 신 - 당신이 성장할 때 신도 진화한다
켄 윌버 지음, 조옥경.김철수 옮김 / 김영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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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 이야기 2016-063

    

켄 윌버의 신 】       켄 윌버 / 김영사

 

 

머리글이 전체 분량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책을 더러 보긴 했지만, 이 책은 무려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머리글이라고 해서 책의 내용을 어떻게든 가볍게 만들어주려고 애쓴 지은이의 친절함을 기대했다가는 실망감만 남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지은이를 호불호가 강한 존재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보수적인 종교관을 가진 사람들에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그의 생각과 논지는 참으로 대단하다. 지은이가 23세에 쓴 첫 저서 의식의 스펙트럼은 인간의식 연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은 책으로 평가받는다.

 

 

 

지은이는 이 책을 스스로 종교심리학과 종교사회학에 대한 개론적인 소개서라고 이름 붙인다. ‘종교적또는 영적이란 말만큼 통합된 정의를 내리기 힘든 말이 별로 없을 것이다. 어떤 유형의 종교는 인간의 기본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고, 어떤 종교는 억압하고 고통을 주며, 어떤 종교는 해방시킨다. 앞으로 종교는 더욱 다양한 양상으로 인간의 정신을 지배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은이는 다양한 종교적, 영적인 참여에는 진정성의 정도가 개입된다고 한다. 나아가 그런 심도를 판정하거나 판단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합리적 영성과 초()합리적 영성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마찬가지로 정당성과 진정성 사이에도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지은이가 표현하는 사상의 핵심은 통합 방법론적 다원주의(Integral Methodological Pluralism)’이다. 이를 모든 사람은 옳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깊은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모든 사람들은 비록 부분적일지라도 내놓을 만한 중요한 무언가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 탐구는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가를 밝혀내는 일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진실 모두를 어떻게 함께 짜 맞출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종교라는 단어의 용법을 9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비합리적 참여로서의 종교’, ‘극단적으로 의미심장하거나 통합적인 참여로서의 종교’, ‘불멸 프로젝트로서의 종교’, ‘고착/퇴행으로서의 종교’, ‘통속적 종교’, ‘비교(祕敎)적 종교’, ‘정당한 종교’, ‘진정한 종교등이다. 이중에서 진정한 종교를 어떻게 풀이하고 있는가? 이는 일차적으로는 종교적 핵심으로 간주되는 특정 차원의 수준으로의 변용을 공인하는 종교라고 한다. 지은이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중국의 모택동주의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예로 든다. 물론 이와 같은 사례를 종교라는 범주에 넣을 수 있느냐 하는 논쟁이 관여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거의 종교와 같은 의식의 변화를 주었다는 점에선 수긍이 가는 면이기도 하다. “중국의 모택동주의(Maoism)는 매우 높은 수준의 정당성을 갖고 있지만(또는 갖고 있었지만) 진정성에 있어서는 아주 평범한 수준이었다.” 마오이즘은 분명 사람들을 대규모로 통합한 면이 있다. 중국내 사회적 연대감과 일정 정도의 의미 및 가치를 제공했다. 끝없는 민중혁명이라는 불멸의 이데올로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오이즘엔 진정성이 크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신화적, 합리적 영역에 국한된 적응만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말하건 마오이즘엔 오로지 신만을 초양심적으로 실현하면서 거기에 적응하게끔 만들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모택동주의에 그쳐버리고 만 것이다.” 사실 마오이즘은 현재 중국내에서 정당성을 일부 상실했다. 중국인들에겐 불편한 진실인 문화혁명과 그에 따른 일련의 사건들은 정당성의 위기라는 말로 대치될 수 있다.

 

 

 

지은이는 당연히 신흥종교에도 관심이 많다. 이 책을 쓸 때, 1978년에 발생한 존스타운의 대규모 자살사건이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의 추천 서문을 쓴 로저 월시(현재 캘리포니아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초개인심리학의 선구자)는 윌버가 갖고 있는 신흥종교에 대한 견해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이제는 한물간 신화적 수준에 계속 매달리려는 시도, 둘째는 현재 진행 중인 합리적 세속화 과정을 받아들이는 것, 셋째는 소수이긴 하지만 합리성을 부정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집중적인 요가적, 영지적 수행을 통해 합리성을 넘어섬으로써 초합리적 변용을 시도하는 것 등이다.

 

 

 

이 책을 통해 더욱 관심을 갖게 하는 부분은 초개인(超個人)심리학이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융의 분석심리학은 제1의 심리학,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은 제2의 심리학, 인본주의 또는 실존주의 심리학을 제3의 심리학이라고 한다면, 이를 보다 발전시킨 제4의 심리학을 초개인심리학이라고 한다. 초개인심리학에서의 超個人이란 글자 그대로 개인의 초월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인격 및 자아를 넘어선 자각과 정체감의 경험 및 그런 상태까지를 내포하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 켄 윌버는 초개인심리학의 탁월한 이론가로 인정받고 있다. 단숨에 이해하기 힘든 책이다. 책을 읽는 것은 지은이를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다. 작년 이맘때쯤, 켄 윌버의 통합비전(김영사)을 읽었으나, 여전히 켄 윌버는 나에게 버거운 존재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종교가 주는 심리적, 사회적 기능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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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하는 힘 - 보통 사람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드는
고바야시 다다아키 지음, 정은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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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 이야기 2016-061

 

지속하는 힘 】        고바야시 다다아키 / 글담출판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항심(恒心)이 있는 곳에, 항산(恒産)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같은 말이지만, ‘꾸준함을 이길 장사는 없다라는 말도 좋아한다. 사실 이 두 말()을 좋아한다고 밝힌 지도 몇 해 안된다. 그전엔 남들 다하는 직장생활 말곤 꾸준히 한 것이 없었다. 내세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이 말들이 좋다고 밝히는 것은 몇 해 동안 꾸준히 해온 결과물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북 리뷰(서평)를 남기는 일이 그것이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그냥 읽기만 했더니, 남는 것이 없었다. 어떤 때는 읽어놓고도 처음 만나는 느낌인 경우도 있었고, 더 심한 경우는 책을 사서 대충 읽고 서가에 꽂아놓고는 서점에서 다시 구입한 책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리뷰를 남긴 햇수가 6년째 접어든다. 최근 3년 동안의 리뷰 카운트를 보니까, 2013년도에 234, 2014년에 267, 2015년엔 263권의 리뷰를 올렸다. 물론 숫자가 전부가 아니다. 꾸준히 읽고 쓰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정적으로 리뷰 올리는 공간도 처음엔 6~7곳에서 시작되었으나 현재 20곳으로 늘렸다. 그만큼 시간도 많이 소모되지만,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그저 내 복이려니한다.

 

 

 

내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순전히 이 책의 지은이 스토리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서른을 맞이하며 인생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뭐라도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에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지만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내가 하는 일이 늘 그렇지 뭐하면서 자조(自嘲)적인 나날을 보내던 중 블로그 여명기인 2004년 우연한 기회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업데이트를 하면서 블로그 운영에 익숙해질 즈음 서평 메일 매거진 지식을 힘으로!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난 오늘까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업데이트해왔다. 매스컴에도 소개되며 수만 명에 이르는 독자를 보유하게 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니까 당신도 블로그나 매일 매거진을 시작해보라는 말이 아니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한 가지 일을 지속적으로 오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습관 사이클

 

지은이가 생각한 습관 만들기 과정은 시작한다’, ‘지속한다’, ‘그만둔다이 세 가지로 축약된다. 조깅을 예로 든다. 조깅을 하려면 당연히 조깅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조깅하는상태를 유지하려면 조깅을 계속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계속 달릴 수만은 없으므로 어느 순간에는 멈추게 된다. ‘시작하다지속하다는 말은 그리 어렵지 않다. 행동에 옮기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그만 둔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지은이는 그만둘 수 있을 때 비로소 습관화가 완성 된다고 하는데, 그 말을 계속 들어본다.

 

    

    

스스로 하드워커였다고 고백한다. 개인 사업을 하면서 보통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장시간 근무가 꼭 긍정적인 귀결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금은 하루 4시간, 그것도 오전에만 일을 한다. 어떻게 그렇게 확 줄일 수 있었을까? “갑자기 확 줄인 게 아니에요.” 그렇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서서히 꾸준히 변화를 주는 방법밖에 없다.

 

 

그만두고 싶은데 그만두지 못하는것은 그만두고 싶지 않은 마음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쉼 없이 전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 있는 유혹의 악마와 이성의 천사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건 하고자 하는 본성에 따라 뇌가 이 욕망을 채우고자 하기 때문에 대부분 하고 싶은 일을 참지 못하고 할 때가 많다. 내 안의 악마가 천사를 이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 지은이의 경험담이 자주 소개된다. 그는 오후가 되면 꼭 간식을 먹는 습관이 있었다. 세끼 식사에 간식까지 꾸준히 흡입하다보니 순식간에 체중이 늘어났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먹는 양을 한꺼번에 줄이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음식 대신 수분을 섭취했다. 간식량을 조금씩 줄이면서 대신 차를 많이 마신 것이다. 차를 많이 마시면 배가 부르고 포만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조금씩 체중을 줄여나가다가 체중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난 뒤 간식을 먹는 안 좋은 습관을 끊을 수 있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란 말이 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근거 있는 자신감은 그 맛을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지은이가 강조하는 부분들은 이미 다른 자기계발서 에서도 볼 수 있었던 부분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지속성에 초점을 맞춰서 습관의 정체를 풀어나가고, 일단 시작을 하고, 도중에 그만두지 않기 위한 메커니즘 만들기 등을 세밀하게 분석한 점이다. 근거 있는 자신감은 지속성과 관련이 있다. 나의 경험이기도 하다. 처음에 북 리뷰를 쓸 때는 내가 읽은 책을 정리해놓는다는 다소 소극적인 행위였다면, 이젠 내가 올린 리뷰를 통해 읽을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에 더욱 진지하게, 꾸준히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일로 바뀌었다. 아울러, 내 삶의 다른 부분에도 밝고 긍정적인 변화가 왔다는 것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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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거울, 키루스의 교육 - 아포리아 시대의 인문학 - 그리스 군주의 거울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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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 이야기 2016-062

 

 

군주의 거울, 키루스의 교육 】       김상근 / 21세기북스

 

 

지금 우리의 삶은 정상궤도를 돌고 있는가? 희망을 갖고 살아가기엔 너무 팍팍한 사회가 아닌가? 각자 알아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면, 과연 이 사회와 이 나라엔 진정한 리더가 있기나 한건가? 나라 안에 대형 사건, 사고가 터져서 수많은 인명이 순식간에 숨을 거두어도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의지가 안 보인다. 리더의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버젓이 그 자리에서 자리만 보존하고 있으면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어둠의 생각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리더 다운 리더가 없는 것은, 리더를 키우지 못한 사회적 책임도 크다. 리더는 저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리더는 만들어져야 한다.

 

 

이 책의 주된 목적은 우리 자신이 먼저 돌이켜 반성하자는 것입니다. 남을 탓하기 전에, 그 책망의 손가락질을 우리 자신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그것이 가능하다면, 절망하고 분노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이 부족한 성찰의 책이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절망의 시대에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이 책을 통해 참된 리더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지은이는 그리스 고전이 기록된 그리스 아포리아 시대의 실감나는 현실을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아울러 아포리아 시대를 살아가는 리더가 성찰해야 할 가치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고전들은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플라톤의 국가,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등이다.

 

 

 

아포리아? “아포리아는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태’, 길 없음의 상태이자 출구 없음의 상태를 뜻한다.” 이미 우리는 여러 차례 국가적 아포리아 상태를 겪었다. 아직도 우리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대형 사고들이 떠오른다. 1994성수대교 붕괴 사건’, 1995삼풍백화점 붕괴그리고 최근 세월호 사건까지 이어진다. 천재지변인가? 모두 인재(人災)이다. 아포리아는 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태다. 위기 상황에선 어찌 비상조치라도 취해 볼 수 있지만, 아포리아 상태에선 무능, 무대책, 무책임등의 단어만 떠오를 뿐이다. 그리스에서 생겨난 이 말의 원래 뜻은 막다른 곳에 다다름이다. 작금의 한국 사회를 지칭하는 표현이라면 지나칠까?

 

 

리더의 자질이 없는 자는 척박한 땅에 만족하라.’ 헤로도토스는 역사적 사건의 발생 원인과 그 사건이 남긴 역사적 의미에 대해 탐사를 시도한 최초의 인물로 기록된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헤로도토스를 역사의 아버지로 불렀다. 헤로도토스는 그의 불멸의 저서 역사에서 우매한 군주 크로이소스를 첫 번째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크로이소스는 자신의 지위와 재산 그리고 하늘 끝까지 닿을 것 같은 권력에 도취되어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착각하며 살다갔다. 자신의 왜곡된 행복 추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는지도 모르고(생각조차 안하고)세상을 떠났으리라 생각된다. 헤로도토스는 크로이소스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내세우며 군주의 거울로 삼고 있다.

 

 

 

지은이는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을 그리스의 마지막 군주의 거울로 이름 붙인다. 그리스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태에 빠졌던 대형 사건이 세 가지 있다. 페르시아 전쟁, 펠로폰네소스 전쟁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죽음이 그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어둠의 터널에서 불빛이 반짝였다. 헤로도토스, 투키디데스, 플라톤 이 세 사람은 거듭되는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군주의 거울을 비춰줬다. 여기에 크세노폰이 가세한다. 키루스의 교육은 리더십에 대한 고대 그리스 시대의 깊은 성찰이 보존되어 있는 지혜의 책으로 기록된다. 이 책엔 참담한 아포리아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시대의 리더가 성찰해야 할 인문학적 가치들이 제시되어 있다. 지은이는 특별히 이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을 별도의 장으로 묶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그 소제목들만 봐도 리더들이 무엇을 잊고 살아가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정의의 수호자가 돼라’, ‘세월의 변화를 직시하라’, ‘스스로 고난을 함께 나누라’, ‘군주다움을 끝까지 지켜라’, ‘사람들은 군주의 뒷모습을 본다’, ‘초심을 잃지 마라

 

 

 

군주는 상대적 개념이다. 백성이 없다면 군주는 존재의 가치가 없다. 통치를 받아야 할 대상이 없다면 통치할 사람도 필요 없다. 팔로워가 없다면 리더도 없고, 따르는 사람이 있어야만 이끄는 사람도 필요하다. 너나없이 리더만 되려고 혈안이 되어가고 있는 사회는 절대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오르면 초심을 잊어버리게 된다. 아니, 아예 초심부터 작정하고 권력의 욕심에만 목을 매는 사람들도 많다. 권력의 맛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지고, 욕심이 이성을 앞지른다. 자신의 잘못은 그럴 수도 있지이고, 타인의 잘못은 그럴 수가 없지인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이 책은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우리의 젊은이들이 리더십에 대한 철저한 공부를 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중간 중간 들어있는 그리스 신화, 역사와 관련된 명화와 사진들이 자칫 고루한 이야기들의 나열로 생각될 그리스 고전들의 이해를 돕는 귀한 자료가 되고 있다. 개인 소장본으로 분류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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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과학 - 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 사소한 이야기
마크 미오도닉 지음, 윤신영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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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로선 보기 드물게,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그의 글들을 읽다보면, 각 사물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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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과학 - 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 사소한 이야기
마크 미오도닉 지음, 윤신영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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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 이야기 2016-059

 

      

    【 사소한 것들의 과학 】        마크 미오도닉 / MiD(엠아이디

 

 

초콜릿 한 조각을 입에 넣어보자. 고체 상태였던 그것은 굳이 깨 물려고 하지 않아도 어느 결에 사르르 녹아버린다. 혀에서 열을 흡수해 갑자기 흐물흐물해진다. 초콜릿의 달고 쌉쌀한 맛과 향이 입안을 꽉 채운다. “초콜릿은 입안에서 액체로 변하도록 설계됐다. 이런 기술은 수백 년에 걸친 요리와 공학적 노력의 결정체다.” 초콜릿이 처음에 태어날 때는 좀 독특한 음료를 만들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처절하게 실패한 뒤, 초콜릿 제조자들은 소스 팬이 아니라 입안에서 핫초콜릿을 만드는 게 훨씬 더 즐겁고 현대적이며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결과, 제조사들은 고체 음료를 만들어냈고, 초콜릿 산업은 계속 성공가도를 달렸다.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코코아 버터의 결정구조를 잘 이해했기 때문이다. 초콜릿 속에 숨은 과학의 힘이다.

 

 

 

종이는 어떤가? 종이 덕분에 출판문화사업이 번창해졌다는 사실은 두말 할 나위없다. 종이가 처음 세상에 태어날 때는 무척 귀한 존재감이었을 것이다. 요즘은 종이가 너무 흔하다. 재활용품 중에서도 폐지가 차지하는 범위가 넓다. “공책의 종이는 평평하고 부드러우며 연속된 물질처럼 보이지만, 그건 착각이다. 종이는 짚으로 만든 가마니처럼 작고 얇은 섬유로 되어 있다. 실제로는 울퉁불퉁하다. 그러나 우리는 종이의 복잡한 구조를 느끼지 못한다. 현미경으로나 관찰 할 수 있는 아주 미시적인 규모에서 가공돼, 우리의 촉각이 느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종이를 부드럽다고 느끼는 것은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서 둥글다고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구는 언덕과 계곡, 산 때문에 울퉁불퉁한데 말이다.

 

 

 

지구상의 쓰레기더미 속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이 플라스틱이 아닐까? 페트병은 아무곳에나 다 있다. 깊은 산 중에도, 강물위에도, 바다 위에 어디서든 찾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공해물질이 주는 삶의 편의성은 대단하다. “플라스틱 없이는 영화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셀룰로이드가 영상문화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셀룰로이드 플라스틱을 쓸 수 있게 되면서 필름 롤이 발명됐다. 이는 활동사진 기술로 연결된다. 사실 그림에서 작은 변화를 잇달아 보여줌으로써 그림이 움직이도록한다는 아이디어는 수백 년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유연하고 투명한 재료가 없을 때의 유일한 방법은 회전하는 조에트로프(원통모양의 도구에 조금씩 변화하는 연속그림을 그린 뒤 회전시키고, 구멍을 통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장치)실린더를 사용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셀룰로이드가 모든 것을 바꿨다. 사진을 필름 롤에 연속적으로 찍고 빠르게 돌려서 사진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조에트로프 보다 영상이 더 오래 움직이게 했을 뿐만 아니라 빛으로 투사할 수 있었고, 따라서 극장의 모든 관객이 경험을 나눌 수 있었다.

 

 

 

이 책의 지은이 마크 미오도닉은 타임스가 선정한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 100명 중 한 명으로 소개된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강철, 종이, 콘크리트, 초콜릿, 거품, 플라스틱, 유리, 흑연 등 우리의 일상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어서, 마치 인류와 함께 처음부터 존재했던 느낌마저도 갖게 하는 사물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그 사물들을 바라보며,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하며 그 이력서를 다시 써주고 있다. 과학자로선 보기 드물게,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그의 글들을 읽다보면, 각 사물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 올리버 색스는 밤을 지새워 이 책을 읽었다고 했고, 빌 게이츠는 미오도닉이 다음에는 어떤 책을 써낼지 기대된다.”고 했다. 나 역시 다음 책을 기대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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