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허하노니 마오쩌둥을 외워라 - 생활문서로 보는 중국백년
쉬산빈 지음, 이영수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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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허하노니 마오쩌뚱을 외워라』    쉬산빈 / 정은문고


 


1.

100년 후쯤 내 후손 중 하나가 우연히 나의 핸드폰 요금 청구서를 보면 신기해하지 않을까? 아마 그 때쯤 되면 통신료라는 것이 진작 없어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들이마시는 공기에 대한 요금을 안 내듯이 통신이라는 것이 호흡처럼 되지 않을까. 아니 그 때는 돈을 내고 숨을 쉬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상상력이 증폭된다.


 


2.

만화 같은 상상은 순전히 이 책 때문이다. 결혼을 허하노니 마오쩌뚱을 외워라라는 책의 제목은 좀 생뚱맞지만 내용은 매우 충실하다 못해 대단하다. 생활문서로 보는 중국백년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3.

생활문서로 역사를 기록했다. 역사를 기술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감히 아무나 할 일이 못된다. 왜냐면 문서 또는 서류를 통한 사실적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저 문헌과 유추로 기록하는 역사와 차원이 다르다. 저자 쉬산빈은 증서와 문서를 이용하여 역사 쓰기를 시도한 첫 번째 인물이다. “10만 위안()으로 역사의 부스러기를 구매하다!” 지독한 수집광이었던 저자가 증서와 문서를 구입하기 위해 그 만큼 돈을 많이 썼다는 이야기다.


 


4.

수집품은 청나라 말에서 문화대혁명 사이에 일어난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벌어진 사회주의 정치운동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저자의 수집은 완벽에 가까운 경지라고 평가를 받고 있다. 수집벽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문서나 증서라고 해서 관()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민()이 대부분이다.


 


5.

아편 전쟁을 통해 서양 근대문명을 처음으로 접한 중국인들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정신을 차린 중국인은 교육의 변화를 계획하고 실행한다. 저자가 수집한 그 시절(1908) 사범학당 졸업증서가 첫 사진으로 등장한다. 졸업증서를 보면 학창 시절을 어떻게 보냈나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 모든 것이 적혀있다. 사이즈는 활짝 펼친 신문보다도 컸다고 한다. 그런대로 학창 시절을 충실히 보낸 졸업생들은 졸업증서로 집의 벽면 하나를 덮었을 것이다.


 


6.

개인적으로 중국의 문화대혁명에 관심이 많다. 관련 서적을 몇 권 읽었다. 여전히 궁금하다. 중국인들은 덮어두고 싶은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하지만, 나는 더욱 더 알고 싶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문화대혁명 기간이 없었다면 지금 중국의 모습은 어땠을까?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7.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잠시 주춤했던 마오쩌둥은 1965년 가을부터 10여 년 동안 문화대혁명을 주도하면서 다시 한 번 중국 사회를 흔든다. 중국은 당시 문화대혁명을 사람의 혼을 움직이는 혁명이라고 강조하며 중국 사회주의 혁명의 새로운 단계라고 공시적으로 규정했다. 내가 생각하는 중국의 문화혁명은 혼을 움직이는혁명이 아니라 혼을 빼놓는혁명이었다.


 


8.

문화대혁명 기간 중 졸업증서는 마오쩌뚱 초상과 혁명구호 그리고 정치 색채가 진하게 배어있다. 마오쩌둥어록1964년에 린뱌오가 마오쩌둥이 쓴 글이나 강연에서 한 말, 지시 내린 말 중에서 뽑아 엮은 책으로, 문화대혁명 당시 모든 이들의 행동지침이자 마오쩌둥 신격화의 상징이었다. 전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고 한다. 세계적 판매가 아니라 중국내 판매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중국의 인구가 말해준다.


 


9.

책에 실린 내용은 매우 흥미롭다. 시대별 사회적 분위기가 읽힌다. 글이 반, 사진이 반이라 읽기도 지루하지 않다. 아내를 파는 남자와 사는 남자, 아편 값을 조달하기 위해 딸을 파는 애비가 있다. 그 서류를 보면서 참으로 기가 막히면서 그런 일이 허용되는 사회적 배경이 더 궁금했다. 그 정도면 팔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나.


 


10.

역사란 이렇게도 볼 수 있다.” 그렇다. 역사를 보는 여러 관점 중에서 이 책에 실린 내용만큼 사실적인 것이 없다. 추론이 아니라 사실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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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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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명료하게 인식하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죽음은 살아있는 자의 시각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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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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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        줄리언 반스 / 다산책방


1.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할 정도면, 상당한 인생 내공의 소유자일 것이다. 아니면 아직 자신과  죽음과의 관계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던가. 아님 겁 없이(없는 척)사는 사람이던가? 나는 어떤가? 죽음이 두려운가? 그리 두렵진 않다. 그러나 죽음을 앞두고 혹시나 닥치게 될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게 어디 내 맘대로 되겠는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 책의 저자 줄리언 반스는 영국의 대표 작가이다. 그가 발표한 작품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주제는 소멸 또는 죽음이다. 작가의 첫 소설 『메트로랜드』도 그렇고, 노년을 주제로 한 단편집 『레몬 테이블』, 자살과 기억이 주 테마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작가의 문학적 동지이자 영국을 대표하는 문학 에이전트였던 아내 팻 캐바나와 사별 후에 쓴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에선 남겨진 삶의 모습이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3.
반스는 그의 철학자인 그의 친형과 외할머니 이야기부터 꺼낸다. 죽음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가 목도한 죽음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시종일관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주변사람들이 살아있는, 살아 있던 모습을 그린 것이 더 많다.


4.
작가는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등 직계가족의 죽음 외에 어디서 그렇게 끌어 모았는지 이미 고인이 된 작가, 예술가, 사상가등 유명인 들이 갖고 있던 ‘죽음’에 대한 생각과 죽음 전후의 상황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작가 스스로 ‘죽음’을 객관화시킨다.


5.
프랑스의 비평가 샤를 뒤보스는 죽음과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낯선 호텔방, 이전에 묵었던 투숙객이 맞춰놓은 자명종이 힘차게 울린다. 야심한 시각이다. 느닷없이 암흑과 공포가 몰려온다.” 그리곤 이 상황을 ‘죽음의 숙명을 알리는 모닝콜’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그는 매우 친절하게 “현세는 잠시 세 들어 사는 세계”라고 했다. 기분은 별로지만, 공감이 가는 표현이다. 그렇게 죽음은 불현 듯 찾아온다.  
 

6.
플로베르는 이런 말을 했다. “모든 것은 학습을 요한다. 독서부터 죽음까지.” 애매모호한 말이다. 학습이라는 것은 반복 작업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죽음을 어찌 학습하랴. 반스가 그리는 최고의 죽음이 있다. 정확히 마지막 책을 쓸 수 있을 만큼의 기간과 명료한 의식만 남아 있다는 의사의 진단에 달려 있었다. 그래서 그 책에 죽음에 대해 그가 생각하는 모든 걸 담아내려 했다는 것이다. 픽션이 될지 논픽션이 될지 모르지만, 이미 그가 몇 년 전에 구상하고 적어둔 첫 문장은 ‘이 죽음이라는 것을 정면 돌파해보자’였다. 하지만 세상 어느 의사가 작가의 문학적 요구나 여건에 맞춤한 진단을 내릴 것인가?


7.
이어지는 이야기는 한 편의 콩트다. 의사가 말한다. “유감입니다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작가가 말한다. “선생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전 알아야겠습니다. 얼마나 남은 겁니까?” “얼마나 남았냐고요? 2백 페이지 정도 남았다고 말씀드리면 될까요? 선생님이 운이 좋다면, 아니면 빨리 쓰면 250페이지도 가능 할 겁니다.”

8.
‘죽음’을 명료하게 인식하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죽음은 살아있는 자의 시각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죽음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인식하는 것을 기대하지 말지어다. 역시 죽음이 두려운 줄리언 반스의 시선과 생각이 흘러 가는대로 따라가 볼 일이다. 나의 마음이 머무는 그곳 어디쯤에서 나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진정으로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그런대로 ‘잘 살아온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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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무엇인가 - 프린스턴대학교 인생탐구 대기획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2
수전 울프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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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에 대한 ‘깊이’라는 것은 나와 남을 비교하는 잣대의 다른 표현이라 생각한다. 그 대상은 재물, 권력 또는 재능, 외모, 건강 등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몸에 붙은 액세서리가 주인 노릇을 하는 셈이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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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무엇인가 - 프린스턴대학교 인생탐구 대기획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2
수전 울프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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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이란 무엇인가수전 울프 / 엘도라도


 


1.

삶이란 무엇인가?’ 써놓고 보니 참 막연하다. 밑도 끝도 없는 질문 같다. 그럼 반대로 가볼까? ‘죽음이란 무엇인가?’ 하긴 이 책은 나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화두로 한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 의 연장선상이다. 삶이 죽음이고, 죽음이 삶이다. 두 주제가 나아가는 길은 서로 다른 듯하지만 결국은 으로 만난다.


 

2.

이 책은 독특한 편집 형태를 취하고 있다. 수전 울프 교수의 삶이란 무엇인가’, ‘삶은 왜 중요한가라는 타이틀로 두 편의 강의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 강의에 대한 네 사람의 논평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수전 울프가 논평에 대한 답변을 남겼다.


 


3.

수전 울프의 에 대한 관심은 삶에 담겨 있는 궁극적인 목적에 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왜 중요한지 이성적으로 밝히는데 관심이 있다. 사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에서 의미를 애타게 찾고 있다. 찾다 못 찾으면 무의미한 존재라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경우가 온다.


 


4.

그렇다면 좀 더 나아가서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어떤가. 그런데 과연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은 가치가 있는 일인가? 울프 교수는 이 책에서 삶의 의미라는 개념을 가치 있는 삶을 구성하는 독립적인 요소로 정의하고, 설명하며, 주장하고 있다.


 


5.

아울러 행복, 건강한 삶, 도덕성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울프 교수는 삶의 의미는 행복 및 도덕성과는 다른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녀가 말하는 삶의 의미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이자 충만한 삶을 이루는 핵심요소로 귀결된다.


 


6.

삶의 의미는 가치 있는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관여과정에서 그 존재를 드러낸다. 이런 차원에서 삶의 의미는 주관적인 이끌림이 객관적인 매력을 만났을 때 비로소 모습을 나타낸다.”


 

7.

아울러 울프는 삶의 의미가 인간의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깊이 공감한다. 그 의미에 대한 정의는 개인별로 다를 것이다. 어쨌든 그 의미를 끝까지 붙잡고 있을 일이다.


 


8.

어떤 면에선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만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될 것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삶의 의미라는 개념을 깊이(depth)’로 표현을 하고 있다. “삶의 의미를 향한 갈망은 자신의 삶이 피상적, 깊이가 얕다는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관심은 대개 임종의 순간에 직면하거나, 개인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죽음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된다.”


 


9.

삶에 대한 깊이라는 것은 나와 남을 비교하는 잣대의 다른 표현이라 생각한다. 그 대상은 재물, 권력 또는 재능, 외모, 건강 등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몸에 붙은 액세서리가 주인 노릇을 하는 셈이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10.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런 말을 남겼다. ‘라는 인간을 체험하는 것, 그것이 이다. 나를 제대로 체험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남의 삶만 열심히 들여다보고 내려다보고 올려다보는 관람객에 불과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깊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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