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가장 빼어난 산문가 중 한 명인 발터 벤야민은 후에, 어린 시절 보았던 아버지의 모습을 기록한 적이 있다. 그가 다섯 살이었던 어느 늦은 밤, 자신의 방으로 찾아온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사촌의 죽음을 담담한 목소리로 전했다. 어린 벤야민이 잘 모르던 사촌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벤야민에게 그와, 그의 죽음에 대해 시시콜콜 설명했다. 어린 벤야민은 아버지가 하는 말들을 대부분 이해할 수 없었다. 한데, 아버지는 계속 사촌의 이야기를 했다. 후에 벤야민은 그 밤, 아버지가 자신을 찾아온 것이 아니라, 혼자 있기 싫어서 그랬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들을 찾아온 것이 아니라, 아들의 방을 찾아온 것이라는 사실 또한. 

 알고 지내는 여자친구의 아버지 또한 늦은 밤, 딸의 방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취해서 들어온 것을 안 친구는, 정신은 말똥말똥 깨어 있었지만, 그냥 자는 척을 했다고 한다. 친구의 아버지는 한참 동안 딸의 머리맡에 앉아, 잠들어 있는(잠든 척한) 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웅얼웅얼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이고, 우리 딸, 이렇게 못생겨서 시집도 못 가고, 불쌍해서 어쩌냐. 아버지들에게 자식은, 때론 그 존재만으로도 많은 말들을 하게 만든다. 혼잣말이든, 속엣말이든.  

이기호의 독고다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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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3-12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도 나고 이 글을 읽고 이기호의 에세이라는 이 책을 검색해서 장바구니에 넣은것도 나에요.

Arch 2010-03-12 17:33   좋아요 0 | URL
이런, 추천을 몰고 다니는 다락방 같으니.

hnine 2010-03-1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느닷없이 가슴이 찡....

Arch 2010-03-13 20:16   좋아요 0 | UR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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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lei 2010-03-04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트로가 이전 아취님 낭송 녹음 목소리랑 매우 흡사하군요. (아취님 목소리가 더 좋음)

Arch 2010-03-04 21:25   좋아요 0 | URL
히~ 음악 올린 보람이 있었어! 보람이 있었어 ^^
 

<왜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 위기 수준인데도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지 않을까> (일부 내용 편집함)

- 혹시 이런 건 아닐까? 선구자로서 먼저 각성한 나라들이 선진국이라서 그래. 재앙이 오더라도 자기네들은 다치지 않을 자신이 있기 때문이야. 왜? 이 세상에는 후진국들이 완충제로서 존재하니까.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면 가격이 올라가지. 선진국 사람들은 그것을 살 돈이 있어. 그리고 앞으로 물이 부족해져도 세계 인구의 20퍼센트가 독점하기엔 충분한 양이야. 후진국 사람들이야 어떻게 되든 말이야. 나중에 외상값을 치러주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지금 나의 안락함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이거지. 이치를 깨달았다 하더라도 이론에 머무르는 이유가 바로 그거야. 서양의 역사를 보면 그렇잖아?  역사적으로 봐. 제3세계 수탈해서 발판을 다진 거지. 그리고 제3세계가 왜 선진국처럼 될 수 없어? 제4세계가 없으니까, 등쳐먹을 나라가 없으니까 그런 거야. 서양인들은 남 등쳐먹는 문화에 젖어 있어. 늘 그래왔으니까 인식하지도 못할 뿐이야. 그것을 인식하고 죄의식을 느낀다면 그것도 지식으로서 아는 것 뿐이지. 그래서 자기네가 혜택을 본 문명의 대가를 지구 저편에서 치러야 하는 일에 무감각한 거라구.
- 그게 파렴치하다고 생각해?
- 그게 왜 파렴치야? 인간의 본성일 뿐이지. 나만 해도 그래. 선진국의 위선에 거품을 물면서도 내가 선진국의 대열에 낀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몰라. 여차하면 더 끼어 입을 털옷을 잔뜩 비축해두고 있는 나는 머리로만 골치가 아플 뿐이지, 내 몸은 떨 일이 없다는 걸 사실 알고 있어. 지금 남태평양이나 아프리가에 사는 사람들은 섬이 물에 잠겨드는 이유도 사막이 타들어가는 이유도 모를 거야. 신의 뜻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이유를 알아도 신의 뜻처럼 절대적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겠지. 그들에겐 이 상황을 바꿀 힘이 없으니까. 우리의 뜻이 그 사람들에겐 신의 뜻이라는 사실이 징그럽지 않아?

 자연은 너그럽지만 예민하다. 그래서 예민하지만 너그러운 인간들이 결국 자연에 맞추어야만 한다. 앞으로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아마 모두들 자발적으로 환경운동을 할 것이다. 천문학적인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전거 타고 다닐 것이고, 자발적으로 건물에 단열재 붙이고, 집에서도 두꺼운 옷을 입고 살 것이다. 경제법칙에 의해 사람들이 저절로 변할 텐데 우리는 뭣하러 미리부터 에너지 소비를 줄이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까? 진정한 목적이 지구의 환경을 구하는 것을 넘어서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우리가 벌이는 환경운동이 지구 환경을 구할 수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지구가 결딴나기 전에 인간성이 먼저 결딴나고, 그로 인해 인류는 파탄을 겪고, 또 그로 인해 지구 환경은 저절로 구해질 거라고 믿고 있다. 환경이 척박해지면 적자생존, 약육강식이 필히 고개를 들 것이다. 그 조짐은 세계 도처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먹이와 땔감이 부족해지면 인종, 종교, 국적을 핑계 삼아 각종 차별과 횡포가 다시 고개를 들게 될 것이다. 대륙과 대륙 사이에, 국가와 국가 사이에, 이웃과 이웃 사이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아주 멸종되지는 않을 것이고, 단지 인구가 대폭 줄어서 지구 환경이 저절로 정화되고 재생될지도 모른다. 이 말은 좋은 말이 아니라 아주 무서운 말이다. 인구가 대폭 준다는 말은 끔찍한 불공평을 의미한다.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 뻔한 이치 아니겠는가? 가해자만 또 살아 남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환경운동에 참여하는 이유다. 지구 환경을 구하려는 근본적인 의의는 공존에 있기 때문이다. 그 취지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데도 있지만 지구 반대편에 잇는 이웃과 더불어 살자는 데도 있다. 나는 이 취지를 가슴에 새기는 사람이 많을수록 인류의 대재앙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대재앙 속에서도 인간성을 아주 잃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혹시 또 아는가? 우리가 좀 더 노력하고 죽는다면 다음 세대는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고 다 같이 살겠다는 각오로 악착같이 대재앙을 막아내는 기적을 이루어낼지.

내게 말을 거는 공간, 임혜지, 한겨레출판

--- '고등어를 금하노라'가 도서관엔 없길래 저자의 다른 책을 봤다. 건축 이야기와 뮌헨, 옛 건물에 담긴 이야기들은 재미있다. 임혜지씨가 삶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방식도 맘에 든다. 무엇보다 난 앞으로 '네가 종이컵 안 쓴다고 지구온난화가 지체되는건 아니야'란 비아냥에 대해 무기력해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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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13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달이 가기전에 [고등어를 금하노라]를 사서 읽어야겠어요. 그리고 지금 말씀하신 [내게 말을 거는 공간]도요. Arch님의 이 페이퍼를 보니 저도 아주 많이 궁금해졌거든요.

비아냥에 대해 무기력해지지 말아요, 저는 응원하니까요, Arch님을!!

Arch 2010-01-13 13:02   좋아요 0 | URL
내게 말을 거는 공간은 참 좋아요! 세계사 시간에 건축으로 보는 유럽의 뭐뭐 이런거 얘기해줬음 나 완전 빠져들었을텐데.
제가 무기력해질 아치랍니까~ ^^ 달레랑스님 고마워요 히~

습관 2010-01-13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전에 '내게 말을 거는 공간'이 한 동안 요즘 가장 좋아하는 책이었던 적이 있어요.

물론, 지금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기억이 가물가물.

얼마전 '고등어를 금하노라'도 봤었는데, 그녀의 가족들 모습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와서 반가웠었어요.
그녀와 남편은 정말 천생연분 같은데,
첨에는 정말 천생연분을 만났구나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서로 노력하며 익숙해져 가서 천생연분이 되었구나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여하튼, 어쩌면 그녀가 건축을 전공해서 더 애착이 가는지도.

혹시 아치님도 건축일 하세요?? ㅎㅎ

참, 저 여기 글 처음 남기는데, 사실은 아치님 즐겨찾기 하고 있었거든요.

아치님, 안녕하세요.

Arch 2010-01-13 13:08   좋아요 0 | URL
습관님 안녕하세요 ^^
저는 여기저기 온갖 것에 관심을 갖고 있죠. 건축 일 하는건 아니예요. 설계 도면만 봐도 현기증 일으키는 공대계열(건축은 여러 건축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공대가 아니라 인문계열에 학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울렁증이 있는걸요. 히~

저도요. 책 보다가 이 사람들 이러다 싸우면 어떡하나 싶은 순간이 몇번 있었어요. 절대적으로 동감합니다. 천생연분은 좀 신화 같아요.

왜 이렇게 첫 댓글에 열을 내며 길게 늘여쓰냐고 물으시면 방긋 웃으며 대답할래요.



반가워서요^^ 라고. 반가워요, 습관님.

머큐리 2010-01-1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컵 얘기에 목이 컥~ 하고 막혀버린 머큐리에요...
사랑스러운 글이에요... 아치님처럼...

Arch 2010-01-13 13:08   좋아요 0 | URL
에쁘다에서 사랑스러운으로 등급업 되는거에요, 하악하악 ^^ 물론 제가 쓴 글이 아니란거 아시죠?

비로그인 2010-01-13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정말 이런 문제에 무척 민감해요. 하나하나 실천을 하려고 머그컵을 들고 다닌 적도 있고, 평상시에도 종이컵 아닌 커피잔에 커피를 마셔요. 맥심 노랭이 커피가 맛있다지만 되도록이면 집에서 원두커피를 내려서 갖고 와서 마시기도 해요. 일회용 포장 자체가 내 인생보다 더 오래갈 것 같아서요. 물건은 되도록이면 안사려고 하고(물론 요즘 옷과 구두와 화장품을 미친듯이 사긴 했습니다만..소비재를 사지 않으려는 노력은 해요), 개별포장된 마트를 가지 않고 시장에 장바구니를 들고 가요. 또 뭐가 있을까요. 책도 그래요. 되도록이면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다음 그래도 마음에 들면 그 때 사는 걸로 정책을 바꾸었어요. 일회용품이 언제 썩어 없어질까, 극지방 빙하가 녹으면 북극곰들과 펭귄들은 어쩌지, 이런 걱정을 하는데 다들 `너 하나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지냐’는 비아냥을 들으면 잠시 힘이 빠지긴 해요. 환경위기가 닥쳐도 전 만약 제가 당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환경위기에 가세했을테니까요. 하지만 목도리 도마뱀과 북극곰, 펭귄, 돌고래들은 어쩌나.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나 혼자 뿐인 듯 느낄 때가 많았는데, 결론은----반가워요, 아치님!

Arch 2010-01-13 20:33   좋아요 0 | URL
쥬드님이 길게 댓글을 달거 같았는데, 역시 ^^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선 식재료를 신문으로 싸는 것도 봤는데. (아, 우리 쥬드님 따라하실라..) 나중에 정리할 때 신문지가 온갖 것에 다 늘러붙어서 장난 아니던데요. 형광등 켜놓고 돌아다니는 대신 촛불을 켜서 대체조명으로 쓴다거나 또 뭐가 있지. 전 일회용품을 덜 쓰거나 에너지를 절약하려고 노력하는게 유별나거나 알량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재미있거든요. 전에 페이퍼에도 썼지만, 가게 주인분들도 장바구니 갖고 다니고, 비닐 봉지 안 쓴다고 하면 정말 좋아하시거든요. 게다가 아, 내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편한걸 누리고 살았구나 싶으면 낯설기도 하고 그래요. 전 낯섦이 좋구요.

마노아 2010-01-13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너무 좋아요. 책도 훌륭하지만 아치님께도 추천 한표!

Arch 2010-01-13 20:28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감사해요. ^^
 

 남자들의 ‘얽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즉 진지해지는 남녀 관계에 대한 공포에 관련된 설들은 많지. 여자가 어느 순간 적극적으로 나오면 자기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거나, 그것이 나이 꽉 찬 여자들의 경우 더 심해진다든가, 아니면 정말 남자들은 아직도 ‘더 놀고만 싶다거나’, 그런데 내가 보기엔 실제로 남자들이 진지한 남녀 관계에 발을 들이미는 것에 대해 그토록 두려워하고 있진 않은 것 같아. 그냥 단지 ‘당신’과 그러한 관계로 진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얘기라고 보면 돼 (좀 아프지?)

 젊은 시절, 나쁜 남자와의 나쁜 연애는 기력이 닿는 한까지, 유혹 받는 대로, 일단 몸과 마음을 던져보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런 남자들로 인해 험한 꼴을 보고, 휘둘리고, 배신을 당하고 엉엉 울고 짜기도 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연애의 진면목을 느끼고 배울 수 있으니깐. ... 하긴 아무리 나쁜 남자라고 해도 처음에 한창 러브러브일 때는 착한 남자들로서는 감히 흉내도 못 낼 만큼의 벅찬 감동을 안겨주곤 하지. 불행히도 그게 오래 안 갈 뿐이라 문제지만. 어쨌든 그 아수라장을 몇 번 겪다 보면 여자는 성장하기 마련이고, 제대로 성장해야 마지막 선택에서 ‘제대로 된 착한 남자’를 감별하는 능력이 생기는 법이야!

 급하게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할수록 연애는 잘 안 풀려. 자연스럽게 알 건 알게 되고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놔두는 게 오래 가는 비결! 연애가 잘 되려면 ‘서로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간에 무리를 할 필요가 없는 사이’가 이상적인 게 아닐까 싶어. 당신은 남자친구에게 보고할 의무도 없고 보고받을 권리도 없거든. 그냥 물 흐르듯 편안한 페이스로 가는 게 최고지만 역시 그래도 타고난 호기심이 자신을 미치게 한다고 굳이 뻑뻑 우긴다면야, 싸이. 이메일 스토킹을 매일 하는 것 대신, 딱 1주일에 하루 날 잡아서 한꺼번에 훑어본다, 이런 식으로 조절해 가면서 참아 가면 안 될까? 흠, 뭐 어렵게 알아놓은 것 딱히 안 보기도 좀 아깝잖아?

사랑한다면 그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되기보다 자신만의 시간을 더 바쁘게 가져.... 항상 마음 속에 빈 방 하나를 만들어 놓고 통풍이 잘 되도록 해 두고. 이 사람이 마지막이라는 둥 숨 막히는 소리는 그만!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몰라서 당신이 다른 남자에게 업혀 갈 수도 있고, 그가 다시 또 첫사랑한테 홀려 갈 수도 있어. 하지만 삼순이 말대로, 다시 아플까 봐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하지만 그 전에 당신 자신부터 먼저 사랑하고 챙겨주고 나서 알았지?

(사랑에) 인내와 상처가 왜 필요하지?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남자가 100%는 아니지만 그래도 남자친구로 인해 내가 내 자신에 대해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는 게 연애에는 필요해. 그리고 강요가 아닌 자연스럽게 그를 위해 더 나은 여자가 되고 싶게 만들도록 해야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잭 니콜슨의 명대사 ‘You make me want to become a better man"처럼 말야.

세상에서 가장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 내가 아무리 그 사람을 사랑한다 해도 한번 싸늘해진 마음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지. 그래서 슬프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어. 여자들은 차였을 경우, 죽기 살기로 매달리느냐 깨끗이 포기하고 쿨하게 놔주느냐 고민을 하겠지. 사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가장 내키는 대로 해서 속 시원해진 것은 남자에게 매달리고 못살게 굴고 스토킹하는 거야. 남자? 물론 질색팔색하지. 밤중에 계속 전화고문을 하거나 집 앞 현관에 앉아 밤새 기다리거나 심지어 혼자 사는 그의 집 문을 따고 들어가 침대에 이불 덮고 쥐 죽은 듯이 누워 그의 귀가를 기다리노라면 이미 갈 때까지 다 간 상태라 당신 입장에선 미련도 눈물도 싹 가실 수 있어.

(입장이 애매한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의 고민) 위와 같은 여자의 경우에는 두 가지의 타입이 있어. 첫째는 상대 남자의 마음을 알고도 그 감정과 호의를 이용하는 타입과, 나쁜 의도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이용하게 되는 것, 그리고 그런 자기 자신을 묵인하고 용서하는 타입. 그녀는 어떤 타입일지는 모르겠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앞으로가 험난할 것이라는 것.

 

 

 

 

 

 


 (반쪽을 튕기면, 나머지는 너그럽게 하란 말 끝에) 튕기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그 사람의 천성이자, 혹은 관계의 균형과도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1+1=2의 정확한 방침이 나올 수가 없으니까! 고로 나는 제안한다. 튕기는 테크닉 익힐 시간에 자신의 매력을 갈고 닦는 게 빠르다.
여자가 무진장 매력적이면 마음 내키는 대로 하고 안 튕겨도 되거든.

 임경선 '캣우먼의 발칙한 연애 관찰기'

 난 단기 연애 죄책감에서 조금쯤은 벗어날 것 같고, 여전히 뒤죽박죽이지만 연애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도 좀 바뀔 것 같다. 막 지르듯 쏟아내면서도 핵심은 놓치지 않는 저자의 얘기는 무척 공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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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12-1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연애는 물 건너갔으니...
태그만 보고 찌리릿!^^

Arch 2009-12-16 02:01   좋아요 0 | URL
^^ 메아쿨파님에게는 말이죠. 그냥 은근히 연애 하자고 조르고 싶어져요.

마노아 2009-12-1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f !supportEmptyParas]요거 들어간 건 어떤 기능이에요? 좀전에 복사해서 써봤더니 내용 다 사라지고 수정도 안 되더라구요..;;;

뷰리풀말미잘 2009-12-15 13:44   좋아요 0 | URL
낚시 아닐까요.

Arch 2009-12-16 01:23   좋아요 0 | URL
파이어폭스에서 쓰면 그렇더라구요. 저도 뭔지 모르겠어요.

뷰리풀말미잘 2009-12-15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양반 블로그도 있었는데 아직 운영하나 모르겠어요. 캣우먼은 글은 잘 쓰나 말에는 소질없는 사람의 전형이에요. ㅎㅎ 승주나무-말미잘보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합니다.

Arch 2009-12-16 01:24   좋아요 0 | URL
아직 운영하고, 생각보다 건전한 상담 공간이라 놀랐어요. 예전만한 물은 아닌 듯 해요.
상담소 차리라니까요. 집도의-환자만 써먹어도 매출은 보장받을 수 있어요^^ 꼬시는 중

Forgettable. 2009-12-15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 연애 많이 해보신줄 알았는데, 이런 승주나무-말미잘보다 한수 아래인 연애상담에 혹하는거에요?

저 또 제주도왔어요. ㅋㅋ
자랑은 아니고 엄청 좋은 콘도에 처박혀서 밤늦게까지 일해야된다고 징징대는거 ㅠ_ㅠ
심지어 비까지 와요 ㄷㄷㄷㄷㄷㄷㄷ

뷰리풀말미잘 2009-12-16 01:20   좋아요 0 | URL
뭐, 저만해도 나쁘지는 않죠. 닭잡는데 소잡는 칼 쓸 필요는 없잖아요?

제주도 부럽.

Arch 2009-12-16 01:27   좋아요 0 | URL
단기 연애라 뭐랄까, 깊지는 않고 얄팍하죠^^
뭐야 자랑이잖아! 엄청 좋은 콘도에서 비오는 소리를 들으며 작업한다는거 아냐! 밤늦게까지라는게 안 됐지만...
뭐랄까, 좀 간지러워요. 비 오는 제주도에서 밤늦게 작업한다니.
그나저나 뽀, 힘내요! 틈틈히 서재 들어와서 제 댓글 러쉬에 캐쉬로 답변도 해주고(얼마 전에야 제 농담이 구리다는걸 알고 자제하려고 했지만 새벽이고 해서)

Forgettable. 2009-12-16 18:03   좋아요 0 | URL
아 미잘님 상담은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좋죠!!!

저 밤 늦게 비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다찌마와리 봤어요 ㅋㅋㅋ최고 ㅋㅋ
근데.. 농담이 재미없다는거 얼마전에야 안거에요? 예전에 내가 우린 유머코드가 안맞는 것 같다, 언니는 너무 진지하다..면서 돌려말했던 것 같은데???? ㅋ 장난이고,
그치만 러쉬엔캐쉬는 초큼;;;;;;

다음엔 긴 연애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어봐야겠어요 ㅎㅎ

아침에 할말 이렇게 많았는데 바빠서 못적고 지금 막 터뜨리네요 ㅋ

Arch 2009-12-20 21:44   좋아요 0 | URL
맨날 느즈막히 터트리는 뽀님~ 인증샷 올려라, 올려라~

비로그인 2009-12-15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대로 성장해야 마지막 선택에서 ‘제대로 된 착한 남자’를 감별하는 능력이 생기는 법이야!"
왜 내 주위에는 이런 능력녀들 뿐이란 말인가? 나같은 나쁜 남자는 어쩌라구....


Arch 2009-12-16 01:30   좋아요 0 | URL
아음.. 전 이 댓글을 보고 부랴부랴 하얀코털님의 서재를 찾아갔어요. 집안의 정돈 상태와 죽을 팩에 넣은 솜씨, 고양이를 기르는 것까지... 전 굳게 여자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럴 수가! 대체 성별이 뭐 중요한가 싶다가도 요새 새로 알게 되는 분들의 성별을 다 제멋대로 틀리는 바람에 희안한 집착이 생긴달까.
조오기에도 나오잖아요. 나쁜 남자와 연애는 무척 짜릿하다고! 좌 제대로 된 착한 남자, 우 나쁜 남자. ㅋㅋ 로망이에요.

비로그인 2009-12-16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언니!! 여자인줄 알았다뇨...
나름 짐승남을 지향한답니다...


다락방 2009-12-16 16:30   좋아요 0 | URL
아, 하얀코털님...댓글에 저 쓰러졌어요. 짐.승.남. 저의 로망이에요. ㅎㅎ

Arch 2009-12-20 21:43   좋아요 0 | URL
사귀라고 말하면, 혼내실거죠? ^^

비로그인 2009-12-2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귀? 사기?

Arch 2009-12-23 15:19   좋아요 0 | URL
사기치라는건 아니지 않겠어요? ㅋ
 




I Fall in Love Too Easily
나는 너무 쉽게 사랑에 빠져요
I fall in love too fast
나는 너무 빠르게 사랑에 빠져요

I fall in love too terribly hard
For love to ever last
나는 너무 지독하게 사랑에 빠져서
사랑이 오래 간적이 없어요
 

My heart should be well-schooled
나는 좀 더 배워야해요
'Cause I've been burned in the past
지난 사랑은 늘 실패로 끝났으니까요.
 

And still I fall in love too easily
그리고 난 아직도 너무 쉽게 사랑에 빠져요
I fall in love too fast
너무 빠르게 사랑에 빠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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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1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1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12-11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다음 음악 페이퍼는 쳇 베이커였는데, 훗날을 기약해야겠군요.
쳇 베이커가 부르는 'come rain come shine'듣고 있답니다.^^

Arch 2009-12-14 00:57   좋아요 0 | URL
그 노래도 좋죠.
아니아니, 대체 제 보잘 것 없는 페이퍼 때문에 메아쿨파님의 페이퍼를 묵힌다니요!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어요. 저는 메아쿨파님을 여적 메이쿨파로 알았던 바보라구요.

2009-12-12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4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4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