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희가 선생님이 에어컨 때문에 춥다고 긴팔티를 가져오랬다며 우리는 왜 에어컨이 없냐고 묻는다. 우린 선풍기가 있다고 했더니 지희는 반에서 에어컨 없는건 자기밖에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북극곰 이야기는 더 이상 안 먹히니까 지희에게 다른 말을 해줬다. 지구가 점점 더 따뜻해지면 다른 나라 사람이 사는 곳이 물에 잠길지 몰라, 집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밖에 있는 사람은 더 더울거야. 지희는 날 미덥지 못하게 바라보면서 말했다. 


- 그래도 다른 사람들 다 에어컨 틀면 우리 혼자 이러는게 무슨 소용이야.


- 지희야 R님도 있고 누구도 있고, 또 누구도 있어. 우리만 이러는게 아니야.


 방송에서는 연일 폭염주의보가 나온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 추위에는 약해도 더위는 강한 체질인줄 알았는데 올해는 영 맥을 못춘다.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낸다. 가만히 누워 이게 한증막이려니 생각한다. <--최근에 찾아낸 정신 승리법? 돈 주고도 땀 빼는데 이 정도쯤이야라고 맘 먹으니 되려 덜 더운게 아쉬울 정도라고 하는건 나님 꽤 오바하는 것임.


 몇주 전까지 에너지 절약한다며 에어컨을 틀지 않던 사무실도 은근슬쩍 에어컨을 트틀어댄다.(오타인데 맘에 들어 놔둔다) 밖에 나갔다 사무실로 들어오면 살짝 춥다. 사람들은 출근하자마자 마치 자석에 끌린 듯 부리나케 에어컨을 틀어댄다. 잠깐이라도 덥거나 땀이 나면 큰일나는줄 안다. 나는 에어컨 바람이 싫다. 나로선 여름이니 좀 더워도 괜찮은게 아닐까 싶은데 말이다. 그나마 정부에서 전기세를 올릴 명목으로 '우리가 많이 썼으니 많이 내야지'란 의식화 교육이라도 시키는 듯 '에너지 절약' 운동을 해서인지 요새 음식점이나 가게에 들어가면 작년보다는 덜 춥다. 얼마나 가겠냐 싶지만.


 지구 온난화 얘기는 귀에 딱지가 앉을만큼 들어왔다. 그럼에도 아주 먼 이야기 같다. 일다의 기사는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싶은 일들이 기후 조건이 악화되면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6094%C2%A7ion=sc3


  지구 온난화가 없었더라면 그런 범죄가 일어났을까. 여름답지 못한 선선한 상태로 사는게 잘 사는걸까. 리모컨 하나만 누르면 당장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간편하고 놀랍도록 혁신적이다. 바람은 인공적이고 금세 몸을 차갑게 식힌다. 나무만 조금 있다면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올텐데. 더위를 이기고 견디는게 아니라 즐기는 방법은 없을까. 죄책감과 당위만으로 가능할까. 여러 의문들이 머리를 콩콩 두드리는 살짝 후덥지근하지만 지낼만한 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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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2-07-3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실 살짝 의문이..한 이십여 년 전만 해도 에어컨 없는게 어느 정도 당연했고(예를 들어 교실에서 벽에 있는 선풍기 2대로 여름보충수업을 하던 날들을 생각해보면요) 나름 잘 버텼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좀만 에어컨을 안틀어도 미칠 것 같아요. 에어컨에 인간이 길들여진 것인지 아님 지구온난화 때문에 그만큼 날씨가 더 더워진건지...원전에 관계된 기사나 메시지들을 보면서 아..이럼 안되지 하면서도 어느 틈에 제 손은 에어컨 버튼을 누르고 있으니 이거 참 문제는 문젭니다.

조카분에게는 예전에 무한도전에서 지구온난화 특집했던 거 틀어주면 어떨까요. 그거 꽤 재밌었는데.

Arch 2012-07-31 09:27   좋아요 0 | URL
상식의 배반에서 인상적이었던 통계가 있는데요. 유럽의 국가별 사후 장기기증 신청 비율이에요. 오스트리아장기기증 신청 비율은 독일보다 70~80% 이상 높아요. 왜 그런지 곰곰히 생각해봤죠. 역사적인 이유인가, 종교적인 신념? 그런데 알고보니까 오스트리아의 신청서에서 no라고 할 경우 우편물로 신청서를 따로 보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던거에요. 독일은 그 반대였구요.

에어컨 설치하기가 번거롭다거나 전기세가 확 올라서 에어컨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뭔가 좀 불편하고 번거롭다면 지금처럼 '막 에어컨'이긴 어렵지 않을까요.

저도 그거 봤어요! 저 내용을 어떻게 풀어가나 궁금했어요. 지희에게 다시 한번 얘기해봐야겠어요.

웽스북스 2012-07-30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엉. 저는 에어컨의 노예에요 ㅠㅠ

Arch 2012-07-31 09:29   좋아요 0 | URL
어제는 저도 노예하고 싶더라구요. 선풍기 바람이 남다르게 고맙던 밤이었어요.

조선인 2012-07-31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끔. 이제는 밤마다 에어콘 트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노예2에요. ㅠ.ㅠ

Arch 2012-07-31 09:30   좋아요 0 | URL
같은 댓글? ㅋㅋ 도시는 더 더우니까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hnine 2012-07-31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에어콘의 노예아니예요! ^^
(그런데 더위의 노예에요 ㅠㅠ)

Arch 2012-07-31 11:52   좋아요 0 | URL
^^ 그러고보니 저도. 더위가 시키는대로 막 샤워하고 늘어져있고.

마립간 2012-07-31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에도 에어콘이 없어요. 가족들에게 우리집만 없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 가능해서 기쁩니다.

Arch 2012-08-01 09:15   좋아요 0 | URL
벌써 저까지 네명이나 되는데요. 와~ ^^

머큐리 2012-07-31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에 에어컨이 없어요.. 애들은 집에 당연이 에어컨이 없는 줄 알아서 다행이죠..^^;;

Arch 2012-08-01 09:18   좋아요 0 | URL
옥찌도 그런줄만 알았는데 친구들 얘기 들어보니까 그게 아닌걸 알았나봐요.
 


* 닭이 세조각 남았다. 맥주도 다 떨어졌다. 밤은 깊은데 술도 닭도 더 시킬 기미가 안 보인다. 내가 나설까 하다가 나서기 아치는 여러군데에서 낭패를 많이 봤으므로 잠자코 있었다. 아, 오늘따라 왜 술은 꿀꺽꿀꺽 잘도 들어가는지. 철분 부족을 이유로 육식의 삶을 시작하고 치맥 때문에 내가 잡식동물임을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치킨 하나 더 못시킬 이유가 무어랴. 


 직장 다니는 스트레스를 이렇게 풀고 있다. 적게 벌고 적게 쓰자, 야식은 몸에 무리를 줘 어쩌고 저쩌고, 공장형 축사는 동물한테 스트레스를 블라블라. 치맥이 엄청나게 맛있기 때문에 먹어대는게 아니다. '오늘도 치맥'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죄책감과 또 치맥인가 싶은 자괴감이 몰려온다. 그런걸 다 이겨내고 '오늘도 치맥'을 먹는다. 확고함에 놀랄 따름이다. 내가 이렇게 확신에 찬 사람이었던가. 그럴리가 없는데, 그럴리가.


* 부유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먹고살 형편이 되는 분들의 모임에선 주문을 망설이지 않는다. 오로지 내가 이 모든 시간을 견디는건 이렇게 잘 먹고 잘 취하기 위해서라도 되는 것처럼. 순대를 쳐다보는 눈빛만 보고도 살짝 비싼 순대도 떡하니 시켜주고 술은 넘칠 정도로 채워준다. 그때는 별로 먹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치킨 두조각 먹는 동안 접시가 바닥난 상황을 보니 맥주 먹는 속도가 빨라질 수 밖에. 어리석은 소리를 주구줄창 늘어놓는 것 같아 망설여지지지만 상대적인 것 아니겠는가. 


 '나를 받아주는 클럽에는 들어가기 싫'은 것처럼. 

먹을게 없을 때 허기를 더 느끼는 것처럼.

술이 없대니까 없던 알코올 갈망이 생기는 것처럼.




* 같이 애니홀을 보는 모임이었다. 앞으로 몇 번 더 우디 앨런의 영화를 본다. 나는 수다스럽고 분열적인데다 산만하기까지한 우디 앨런을 좋아한다. 누군가 우디 앨런은 70년대판 너드 같지 않냐는 말에 한참 웃었다. 애니홀만 보자면 너드란 말도 틀린 것 같진 않다. 그래도 영화 속 캐릭터라지만 유명한 감독 보고 멍청하고 따분하다니! 문득 옥찌의 독후감이 생각났다. 


 마리화나 없이 섹스를 하다가 영혼이 빠져버린 다이앤 키튼과 그녀의 몸하고만 섹스를 할 수 없다고 투덜대는 우디 앨렌, 일상적인 대화 사이사이에 끼어든 속마음 자막. 애니홀은 우디 앨런식 영화기법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는 뉴욕이 아니라 여러 도시에서 영화를 만들지만 예전만큼 재미있지는 않다. 


* 술자리에서 말을 튼 여자 사람과 지하철을 탔다. 무슨 얘기를 한담, 그런데 의외로 대화가 쫄깃쫄깃했다. 영문도 모르는 두 사람이 단지 집이 같은 방향이라고 같은 지하철을 탄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불안하지 않냐고 물었다. 몇년 전 나를 보면서 남들이 하나같이 하던 질문을 내가 전철 옆자리에 앉은 여자 사람에게 하고 있었다. 누가 그랬단다. 일생동안 불안할거라고. 정도 차이지 불안하고 불안정한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만큼 모으고 이렇게 아끼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긋지긋한 돈벌이를 언제까지 할지 기약은 없지만 다들 이렇게 사는거라고 생각했다. 다들 사는 것만큼 살 자신은 없지만 버틸 자신은 있었다.


 그런데 내 옆에서 눈을 반짝이며 놀 궁리 중이라는 여자 사람을 보니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은거다. 나는 기타도 못치고 손재주가 좋은 편도 아니다. 아마 무턱대고 논다면 그 전처럼 늘어지는 백수짓을 하다가 간간히 나중에 덜컥 거리에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라 답답해 하겠지. 그 동안 전망 없는 업종들을 전전했으며 잠깐씩만 일하는 즐거움 따위를 알아간 정도였다. 아직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걸 모르겠는데 기약없이 노는게 가능한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주절주절 늘어놨다.


 

 여자 사람은 내가 백날 궁리만 하는 타입인걸 단박에 간파했는지 막걸리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여러 체험을 할 수 있는 '비비정 프리덤'과 오늘 있는 문화행사를 알려줬다. 흥, 내가 이런 사소한 미끼에 일희일비하는 사람인줄 알았나본데 맞다! 나는 그런 아치. 오늘은 신나게 놀고 제 4차 비비정 프리덤을 기다려야겠다. (급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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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6-22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랑도 치맥해요~

Arch 2012-06-23 11:3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금요일만 되면 술먹고 싶어 '발정난' 아치 같아요.

야클 2012-06-2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외로 치막도 괜찮다는.... ^^

Arch 2012-06-23 11:31   좋아요 0 | URL
^^ 막걸리는 두부랑 김치가 좋아요. 달지 않고 톡쏘는 맛 강하지 않은 막걸리가 좋은데

맥거핀 2012-06-23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비정이 뭔가 했네요.(찾아봤음) 저는 치맥보다는 치폭.(그러니 이모양) 문득 우디앨런이 한손에는 맥주잔, 한손에는 닭다리를 들고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Arch 2012-06-23 16:40   좋아요 0 | URL
마을 문화기획 같은거에요. 요즘은 그렇게 살고 싶기도 하고 아주 다른 곳에서 살아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 치폭! 치치폭폭? ^^ 치킨은 어떤 안주에도 잘 어울리네요.
시작은 술자리였는데 이것저것 잡다한 페이퍼에요. 우디 앨런은 미국 사람이라 양주를 먹더라구요. 크~

다락방 2012-06-25 11:27   좋아요 0 | URL
치폭은 뭐에요? 치킨과 폭찹스테이크?

Arch 2012-06-27 08:54   좋아요 0 | URL
치킨과 폭탄주~ 난 단박에 알아들었는데 ^^
 

  빨간 표지였다. 띠표지에 우리가 먹어야 할 50가지 음식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란 식의 선전 구호가 있었던가. 그저 그런 책인줄 알았는데 첫제목 빨간 테니스공에서부터 흥미진진했다. 어느 날 냉장고에 오랫동안 있던 토마토를 창밖으로 던져봤단다. 토마토는 테니스 공처럼 어느 한군데 상하지도 않고 잘 굴러가더란다. 예전보다 음식의 양과 모양새는 그럴싸해졌지만 그 전보다 영양소와 맛은 떨어졌다는 주제를 창밖으로 나가 통통 굴러가는 토마토로 이미지화한 부분은 설득력이 있었다. 


 누군가의 책상에 있던 책을 살짝 읽은 터라 다음을 기약했는데, 아뿔싸! 책 제목을 적어두지 않았다. 분명 제목을 내 눈이 봤고, 내 손이 책장을 넘겼다. 다음에 읽어야겠다며 맘까지 먹었다. 메모 한장 안 했다고 (메모해도 어디에 둔지 기억 못하는 것도 다반사지만) 읽으려고 찜했던 책 제목을 까먹다니. 결국 그 책과는 인연이 없는걸로 결론을 내렸지만 아쉬웠다. 왜 아니겠는가. 아직 읽지 않은 책만큼 매혹적인건 세상에 없다. 책은 기대한 모든 것이 다 들어있을 것처럼 기세등등한 뒷모습만 남긴채 사라졌다.









 윌리엄 레이몽은 패스트푸드에서 뿐 아니라 가공식품 속 식품첨가물이 좀 더 빠르고 즉각적인 맛을 위해 사용하는 물질들을 독소로 보았다. 이 책은 작가의 전작을 봐야 이 작가의 책을 앞으로 더 읽을지 말지 결정할 딱 그만큼의 성취만 보여준다. 자기 주장이 옳다는 확신이 넘치고 이야기 얼개는 살짝 조잡하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며 새로운걸 알아가고 동의하는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몇 군데 구멍 난 모기장을 쳐놓긴 했지만 초조한 맘으로 모기에 물리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이랄까. 반절 이상 읽었는데 '나는 사실 전작에 기대어 대충 찍은 책'이란 고백을 듣고 싶진 않았다. 제목 잘 뽑고, 표지도 괜찮다. '독소'란 책도 좋았다며! 그런데 이런식은 아니아니아니아니되오. 물론 식품에 대한 그물망이 크고 성근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오긴 한다. 


 암튼 이 책에서 그때 그 빨간 표지에서 읽었던 내용과 비슷한 부분이 나왔다. 혹시 하는 심정에 이번엔 저자의 이름과 책제목을 적어뒀다.















 오늘 아침 전희식 선생님이 쓴 이 책의 서평(http://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438502)을 보지 않았다면 빨간 표지의 책 역시 그때 당시 정말 보고 싶었지만 아마도 잊어버렸을 것이다. 뭔가 정말 하고 싶다가 이내 시들해지는게 내 천성인지 원래 사람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다. 박찬일의 '어쨌든, 잇태리'를 보고서 오전 내내 이탈리아에서 사는 꿈을 꿨다. 이탈리아 제스처도 해보고 싶고 맛있는 음식 먹으러 토리노에도 가보고 싶었다. 급기야 점심 때는 누구 보고 이탈리아 가자고 꼬시기까지 했다. 오후 동안 이탈리아에서 사는 방법을 검색해보다 취업이나 유학처럼 공력 많이 들어야 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길래 가고 싶은 맘이 시들해지고 말았다. 청산도에 살고 싶다고 섬에 가서 빈집 얻고 사는 수준으로 외국 나가서 살 생각을 한 내 식견은 한심하다. 유학이나 취업의 방도를 찾아야 한다니 귀찮다. 그 정도로까지 하고 싶진 않은 정도, 딱 그 정도의 열망만 꿈꾼다.  나는 요새 하루짜리 열망만 갖고 산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우리가 익히 채소 많이 먹으면 좋다고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요즘 채소는 '많이 먹어도 좋은 채소'가 아님이 분명해 보인다. 요즘 채소는 비닐 하우스에서 빨리 자라라고 주는 질소 비료를 과다하게 먹는다. 어떤 농가에서는 채소를 몇수십번씩 돌려 키우기도 한단다. 질소가 채소에 흡수되면 질산태질소로 변한다. 채소가 진초록이 되는 이유다. 질산태질소가 체내에 들어가서 고기나 생선에 포함된 단백질과 결합하면 '니트로소아민'이란 발암물질을 만든단다. 헐~


 그때 다시 빨간 표지의 그 책이 떠올랐다. 맛과 영양이 아니라 보관, 유통, 이윤만을 위해 생산되는 채소들. 빨간 테니스 공!

드디어 이 책을 찾았다.   
















 마이클 폴란이 아니라 토마스 F. 폴릭이다. 기대만큼 괜찮은 책일지는 모르겠지만 드디어 찾아서 다행이다. 이제까지 '육식 나빠, 그렇지만 맛있어, 채소 먹어야지'했는데 채소도 지금처럼 길러선 육식만큼 해로울 것 같다. 인간이 합성된 영양소만 먹고 살 수 없는 것처럼 식물도 그렇다는걸. 과학으로도 풀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는걸 왜 깨닫지 못할까.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안심할 수 있는 음식을 찾아야 하는 상황은 안타깝다.




그 밖에 식품 산업에 대해 참고할 수 있는 책










 음식에 대해 읽고 있는 책



 <--이건 그냥 말 그대로 레시피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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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6-09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좋은 밥은,
풀을 먹든 고기를 먹든,
스스로 길러서 먹는 길이에요.

스스로 길러서 먹을 때에는
어느 누구도 농약이나 비료를 안 주거든요.

자연 그대로 빗물 햇살 바람만 먹도록 한답니다.

Arch 2012-06-11 14:46   좋아요 0 | URL
저는 제가 기르는 고추에 음식물 남은거 주는데... 빗물과 햇살로는 좀 배고플 것 같아서 ^^

맥거핀 2012-06-09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아야할 내용이기는 한데, 저는 이런 책 겁나서 못보겠어요. 자꾸 알면 알수록 먹을 게 없어지느 것 같구요. 그렇군요. 채소도 그렇군요. 마트 유기농 코너에 있는 거라고 다를 거는 없겠죠..? 이이제이 방법을 여기에 써볼까요. 안좋은 채소는 술과 함께..아 이건 아니구나.

Arch 2012-06-11 14:48   좋아요 0 | URL
저도 막 유기농만 먹고 엄격하게 가리면서 못살아요. 이런데 관심이 가는건 지금 뭔가 잘못 되고 있는데 뭔지 알아야할 것 같아서가 더 큰 이유 같아요.
아, 이이제이~ 국사 시간 이후로 처음 들어보는데 웬지 설득력이 있는데요.^^ 채소 살짝 익힌거랑 따뜻한 정종 먹으면 맛있겠다.

고기는 가끔, 소박하게 먹자 해놓고 어젯밤에도 통닭을 먹었어요. 표리부동 아치인거죠.

nada 2012-06-12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채소의 진실!
아치님 서재에서 보니 엄청 반갑네요.
저 책 엄청 충격적이었요, 저는.
자연재배라는 개념도 처음 알았고,
진한 녹색 채소가 좋은 게 아니라는 것,
채소와 고기를 같이 먹는 게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도요(요건 저자 말을 다 믿어도 될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유기질 거름이든 화학 비료든,
지나친 영양이 좋은 게 아니라는 것 정도만 받아들이려구요.
영양이 많으면 병충해도 잘 생긴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되도록 자연을 닮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 같아요.

지난 일요일에 sbs 스페셜 보셨어요?
대부분 책에서 읽어 알고 있던 내용인데도
간만에 화면으로 보니까, 다시금 뼈저리게 각성하게 되더라구요.
그 전에는 고기 먹는 사람들 특별히 미워하진 않았는데..
(그냥 나만 안 먹으면 되지, 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방송 보고 나서는, 모두가 공범이라는 생각이 막 드는 거 있죠.ㅠㅠㅠ




Arch 2012-06-12 15:09   좋아요 0 | URL
벌써 읽었단 말예요?
와, 꽃양배추님은 모르는게 뭔가요.
저도 이런 생각했어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 다 먹지 말라는 소리냐에서 내가 막힌다는거.
다만 저는 이렇게 아는게, 알려고 하는게 더 나은 먹거리 선택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작게나마 나와 사람들의 삶을 조금쯤 괜찮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하지 않을까란 바람을 갖고 하는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만 잘 먹고 잘 산다고 건강해지거나 깨끗해질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거 안 좋고, 저거 안 좋대면 왜 안 좋은지 뭐가 문젠지 알았으면 하는 생각인거죠.
어제는 지민이 아토피를 보시고 어떤 분이 효소에 관한 책을 주셨는데요. 강경하고 확신에 찬 효소 옹호론이 와닿진 않았어요. 좀 더 두고봐야겠죠~

당연히 못봤죠. 가난해서 텔레비전이 없거든요. ㅋㅋ 농담이에요. 텔레비전 앞에서 붙박이장처럼 버티고 무기력한 저녁을 보낼까봐 TV를 없앴어요. 디지털 전환인가, 그것도 복잡해보이고. 암튼 말해주신 프로그램은 제가 어떻게든 꼭 봐볼게요.

막 추천해주세요. 음.. 저는 불후의 명곡 추천해줄게요.

종이달 2021-10-13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잘못 떨어뜨린 점 하나

    








  * 얼마 전 읽은 선현경의 책에서 딸 은서에 관해 얘기한 부분이 참 좋았다. 그런데 엄기호 책을 읽다보니 '사회는 우리에게 언제나 이름을 부여하고 그에 걸맞은 생활 방식과 내용을 강요한다.... 이 삶의 형식이 인간이 견디며 살 만한 것인지를 나의 경험을 가지고 드러내고 증언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나는 쉽게 누군가를 '~답다'란 식으로 규정하는건 아닐까란 생각이 드는거다. 아이라면 뭔가 잘 모르는데서 오는 엉뚱함과 살짝 어리숙한 모습을 기대하듯이 말이다. 그렇다고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너는 어떻게 느끼냐고 매번 물어보기도 그렇다. 다만 누군가의 말을 들어보기 전에 속단하는건 지양해야할 듯. 

 엄기호의 여느 책처럼 이 책 역시 격하게 공감하고 소문내고 싶은데 내 깜냥에 전체적인 균형을 잡고 요점을 간추린 리뷰를 쓸 수 없으니 막 이런식으로 노출하고 앉았는거다. 맥락에 안 맞는 인용이라고 뭐라해도 할말 없음. (면피용 멘트)

'가족 관찰기'는 언젠가 내가 써보고 싶었던 기획. 마을 탐방이나 실패한 사람들의 인터뷰, '꿈꾸는 피아노'라고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지만 실력이 안 되는 사람들의 연주회 등등을 꿈꿔왔다. 누군가 쓱쓱 하는 일을 나는 궁리만 하고 있다.


  

 은서의 명랑한 말들은 참 귀엽다.





 지민이가 그림 일기를 쓴다. 지희보다 훨씬 글씨도 잘 쓰고 그림 디테일도 살아있다.(옥찌 미안) 미니핀 강아지의 발톱 모양이 인상적이었는지 한참을 고민하더니 까미를 그린다. 지민이가 계속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는데 이 녀석은 군인이 되겠단다. 군인이 돼서 우리나라를 크게 만들겠다고 한다. 헐~ 군인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너도 다칠 수 있다. 전쟁은 우리나라를 크게 만드는게 아니라 사람들을 다치게 한다.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군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은 절대 싸우지 않을거다라고 설득해봐도 소용이 없다. 지금으로선 받아쓰기 20점 맞아선 군대 못간다고 으름장 놓는게 다.

 


 지희의 그림은 되게되게 재미있진 않다. 꽃과 나비, 나무, 하트 위주이고 사람들도 대부분 비슷하게 생겼다. 그리기 귀찮을 때는 눈알도 대충 그려버린다. 그렇지만 가끔, 속마음이 슬쩍 삐져나오면 지희가 무척 사랑스럽다. 호기심 많고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인 동생 때문에 철이 일찍 들어버린 지희지만 가끔 한번씩 이모를 챙겨주면, 친구한테 책을 소개해주는 맘을 보면 왜 나는 이렇게 나이가 많은데 지희만큼도 못할까 싶어 철푸덕. 


 그나저나 나는 '아직도 예쁜 이모'




 


 지민이 가방에서 발견했다.

이 사진 제목은 '고뇌하는 연필' 혹은 '갖은 고통을 당한 연필'?



 드드드디어 고추가 열렸다. 무기질 비료가 든 흙이 아니라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흙으로, 스티로폼 화분이 아니라 뿌리가 깊게 내릴 수 있는 화분으로, 모종이 아니라 씨앗으로 해야 한다는, 하고 싶다는 바람은 저만치 미뤄두고 고추를 키우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뭔가를 키울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마침 a가 선물로 고추 모종을 사온 것이다. 그런 고추가 이만큼 자랐다. 아, 뿌듯해라.

 한동안 잎에 생기는 빨간 거미 응애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응애 퇴치가 아니라 이 거미랑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기 때문이다. 담뱃물을 뿌리라는 둥, 물엿을 희석해서 뿌리면 된다고 했지만 응애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고추도 살리고 응애도 살리는 방법을 찾고 싶었지만 얄팍한 검색 능력 때문인지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응애가 고추를 다 못쓰게 만드는건 아니었지만 잎이 노래지고 구멍이 나니 혹시나 고추를 못살게 구는건 아닐까 싶어 미운 맘이 새록새록 커지기도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짠하고 무당벌레가 나타났다. 



 고추 자라는 것만큼 무당벌레가 짠하고 나타났다가 응애가 사라지니 다시 어디로 가버린게 더 신기하고 기특하다.



 고추래요~ 와, 꽃이 피더니 그 자리에서 고추가 난다. 무척 달뜨고 즐거운 일이다. 물론 ㄲ님 가든에 비하면 아주 손바닥만한 성과지만 그래도 고추를 막 응원하고 싶다. 다음에는 맛은 좀 밍밍하지만 건강한 흙에서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게 해줄게.



 얼마 전 사람들과 농촌으로 이사간 친구 집을 방문했다. 딸이 넷인 친구는 딸들이 아파트에서 차를 피하며 노는 모습이 안타까워 농촌으로 이사를 했단다. 등교 버스에 학교에서 다 지원해주니 학교 다니는 것도 그 전보다 훨씬 수월해졌고 아이들도 마당과 들에서 뛰어노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단다. 물론 집과 마당 텃밭, 리모델링까지 해서 꽤 많은 귀농자금이 들었지만.



 시골 마을에서 살면서 언제 행복했냐는 질문에 '봄이네 살림'은 이렇게 말했다. 해 잘 드는 마루에 앉아 빳빳한 기저귀를 차곡차곡 개킬 때라고. 마당에 널린 이불을 보니 나도 그러고 싶어졌다. 누군가 나중에 어떻게 살고 싶냐고 묻는다면 빨래 얘기를 할 것 같다. 


  마루에 앉아 빨래를 개우고 있으면 a는 이유 없이 강아지처럼 땅을 파고 옥찌들은 뛰어논다. b는 어느 방에선가 잠을 자고 있을테지. 가끔 가족들과 친구들이 놀러오면 돗자리 펴놓고 맛난거 나눠먹으며, 맛난거 사주라고 조르며(응?) 살고 싶다.    



 유정란 계사에서 본 병아리. 혼자 나와서 돌아다닌다. 요즘은 뭐 먹인 달걀보다 유정란이 대세 같다. 유정란이 드물던 시절에 닭들을 배밭에 풀어놓고 길렀다는 분의 농장에선 닭 냄새도 죽음의 냄새도 나지 않았다. 유행을 타던 오리는 다시 가격이 떨어져서 오리 농가는 줄줄이 빚더미에 올랐다고 한다. 언제까지 소비자들의 입맛에 따라 생산하고 유행따라 품목을 바꿔서 투자비 보전도 못한채 손해를 봐야할까. 적어도 생명을 다루는 농부는 공산품을 생산하는 사람들과 다른 대우를 받아야할 것 같은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건가. 농부가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해서 존경받았으면 좋겠다. 최근 어느 지자체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가격이 싼 음식점을 소개했다. 대부분 중국산이나 저품질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라고 한다. 싼 게 비지떡이다. 농산물의 경우는 거의 맞는 말 같다. 


 먹거리 불안이 가중되면서 생협들이 커지고 있다. 생산자들이 원가보전할 수 있는 가격, 직거래 판로 마련,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주는 기획은 애초의 의도를 잃고 표류하고 있다. 몸집이 커진 생협들은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수익성 사업쪽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듯 보인다. 먹거리 생산자들의 입장은 고려되지 않은 채 '공급업자'로만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생협에서는 방사선검사기기를 들여와 농산물의 방사능 수치를 검사했다고 한다. 어떤 품목의 수치가 높게 나왔고 해당 생협에서는 그 품목의 농산물 구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안전한 식생활을 위해서라지만 생협을 믿고 그 품목을 키운 농가는 어떻게 되는걸까. 몸집을 불린 생협은 유통업자로만 기능하는걸까. 생협 공동체가 그간 이뤄온 성과와 노력을 잘 몰라서 이런 무식한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런식으로 가면 안 될 것 같은데.

 


 

 쓰다보니 페이퍼 주제는 저 산으로 간 것 같지만 마지막으로 넣고 싶은 그림. 지희의 그림은 그렇다치고 지민 그림에서도 a는 그림 분석을 멈추지 않았다. 작은 벌레는 옥찌들이고 큰 벌레는 엄마다. 저기 사악해보이는 뱀은 아치다. 그럴리 없다며 지민에게 물었더니 답변이 명쾌하다. 작은 벌레는 옥찌들, 큰 벌레는 크니까 우리 중에 제일 큰 할아버지, 분홍뱀은 자기 약올리는 형아란다. 그럼 그렇지. 그림 분석이라니, 그림 분석이라니!



 

 최근 늦바람이 든 친구는 연달아 방탕지수 최고점을 갱신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나는 공감하고 북돋는 사람이 아니라 아치인지라 친구의 무의식을 분석했다.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믿는 현실적인 네가 억압된 욕망을 분출했다는 식으로. 아이, 낯뜨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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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6-04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모는 아직도 예쁘다'는 꽤 문학적인 표현이잖아요!!

Arch 2012-06-04 20:15   좋아요 0 | URL
아! ^^
난 완전 옥찌만 편애하고 말았어요.

이진 2012-06-04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 그림일기 내가 갖고 싶다. 한 어린이 그림일기 모아서 책으로 내면 아무도 안사겠죠? ㅋㅋㅋ
이번 페이퍼는 산만한듯 하면서도 다 아름답고 풋풋한 이야기와 사진 뿐인걸요.
이불을 널어논 폼(?)이 산뜻해요!

Arch 2012-06-04 20:19   좋아요 0 | URL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모아놓은 그림일기를 보여드릴게요. 옥찌들한테 허락맞고(허락맞고, 이거 헷갈렸는데 허락받고래요!) ^^
그쵸, 산만하죠~ 저도 이걸 따로쓸까, 이야기를 더 만들어낼까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사진 넣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페이퍼 하나에 다 넣어버렸어요.
이불 널고 싶어요. 햇빛 잘 드는 마당에서 뽀송뽀송 말리고 싶어요.

숲노래 2012-06-04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협은 여러모로 장단점이 있어요. 생협에 공급하는 분 가운데에는 '처음에는 농약 안 쓰다'가, '공급 물량이 안 되어 농약과 비료 몰래 쓰는' 분도 더러 있기도 해요. 그러나, 생협도 Arch 님이 쓰신 글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니,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하는 셈이에요......

고추는 '이어심기(연작)'만 안 하면 잘 자라요. 고추는 '다섯 해를 쉬고 다시 심으면' 병이 없이 잘 커요. 그러나, 고추는 환금작물이라 다들 마구 심으니 자꾸 병에 걸리거나 잘 안 커요. 고추 심은 자리에 이듬해에 감자를 심고, 이듬해에 배추를 심고, 이렇게 돌려심기를 하면 어느 밭이나 다 잘 된답니다. 시골 사는 분들도 다 알지만, '돈' 문제 때문에, 또 '입(식성)' 때문에 자꾸 이어심기를 하신다더라구요.

..

기저귀 보송보송 말라 갤 때마다 참 느낌이 좋긴 한데... 기저귀 빨고 아이들 치닥거리 하느라 하루 해가 언제 넘어가는지도 모르지요 @.,@

ㅋㅋㅋ 제 얘기입니다.... ㅠ.ㅜ

Arch 2012-06-04 21:58   좋아요 0 | URL
저는 기저귀를 빠는 것도 아닌데 조카들 돌보다 보면 잘 시간이 돼버려요. 흑

생협 얘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는데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잘못 판단하거나 현실적인 부분까지 다 헤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지리산닷컴 이장님이 하는 말처럼 너무 크지 않게, 작은 규모의 공동체나 직거래 판로가 있는게 좋지 않을까란 생각은 들어요.

고추! 정말 다섯 해를 쉬고 다시 심으면 병이 없나요? 그런게 신기해요. 그럼 5년을 기다려야겠네요.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해요. 돌려심기 한다고 어떻게 작물을 먹는 벌레가 없을 수 있을까.

nada 2012-06-04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울 집 고추는 뭐하는 거지!
아직 꼭지만 달려 있는 채로 그냥 있어요.
으아, 샘나! 화나!

게다가 호박도 암꽃은 하나도 없고 수꽃만 잔뜩...ㅠㅠㅠ
여기저기 자랑하고 왕창 폼 잡았는데, 요즘 슬슬 불안해집니다.
그래도 나름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공들였는데..ㅠㅠㅠ

아치님, 페이퍼 3개치를 이렇게 글 하나에 다 집어 넣다니요.
고추 얘기만 할라고 했는데, 귀농이며 빨래며 제가 좋아하는 얘기들이 가득하잖아요!
손빨래 하고 나서 만족도가 제일 큰 건 역시 흰 옷이에요.
흰 옷이 잘 어울리는 여름, 빨래가 잘 마르는 여름이 너무 좋아요. 히.

Arch 2012-06-05 14:15   좋아요 0 | URL
아이, 가든 있는 분이 스티로폼 상자에 담긴 모종을 부러워하다니! ^^ 꽃에서 열매가 열려서 신기했어요. 고추에 꽃부스러기가 남아있거든요. 꼭지부터 나왔나, 그건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호박 암꽃과 수꽃을 구분할 수 있나요. 수꽃만 잔뜩 나다니. 유성생식, 그런거죠? 아닌가. 수분, 씨방, 이건가? 농부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3년 정도 자기 농사를 지어봐야 감이 잡힌다고 하더라구요. 꽃양배추님 실망하지 말아요. 잘하시면서~ 저는 꽃양배추님의 새우 소묘를 보고 꽃양배추님은 나랑 뭔가 아주 다르다는걸 느꼈어요. 텃밭도 잘 될거라고 믿어요.

아, 나도 바싹 마른 여름 빨래가 좋아요. 빨래에서 텁텁하지만 은은한 여름 냄새가 나거든요.
알라딘에선 사진이 한꺼번에 안 올라가길래 하나씩 다 올렸는데 쓰다보니 주제가 없어서 나눌까 하다가 아냐아냐 사진을 다시 올리기는 진심 귀찮았더랬죠. 나중에 귀농, 빨래 얘기 더해요.

nada 2012-06-05 15:54   좋아요 0 | URL
암꽃은 밑에 호박이 달려 있어요.
수꽃은 그냥 꽃만 있고.
암꽃하고 수꽃하고 만나야 열매가 튼튼하게 맺히고 안 떨어진대요.
벌이 잘 안 오는 곳에서는 인공수정도 시켜준다나 봐요.
아직까지는 암꽃 전무..ㅠㅠㅠ
어쩌겠어요. 기다려야지.
이러다 암꽃 하나 피면 완전 방방 뛸 것 같아요.
나중에 소식 전할게요~~

Arch 2012-06-05 17:48   좋아요 0 | URL
신기해요. 식물들도 암꽃, 수꽃이 있다니!
꼭 소식 전해주세요.

카스피 2012-06-05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림일기 오랫만에 보니 상당히 재미있네요^^

Arch 2012-06-05 14:16   좋아요 0 | URL
^^

숲노래 2012-06-05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추는 '고추잎마름병'이 가장 끔찍한데, 이 병원균이 '5년 묵히'면 죽는다고 해요. 그래서 고추는 '같은 땅에서 4년을 쉬고 5년째에 심으면' 병에 걸리지 않아요.

텃밭이든 너른 밭이든 땅뙈기를 알맞게 나누어 서로 돌려가며 심으면 서로서로 잘 어우러지며 병이 생기지 않아요. 저희는 아직 더 깊이 배우지 못했지만, '푸성귀와 나무'에 따라 벌레를 막는 관계가 있어요. 그래서 고추밭에도 둘레에 '어떤 나무'를 심거나 '어떤 다른 푸성귀'를 심으면 벌레나 병을 막기도 한다고 해요.

'작물을 먹는 벌레' 문제는 '한 가지 푸성귀만 잔뜩 심을 때'에는 언제나 되풀이돼요. 여러 푸성귀를 골고루 심어야 하고, '벌레들이 꺼리는 풀이나 푸성귀'가 사이사이 있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Arch 2012-06-05 14:16   좋아요 0 | URL
작물들끼리 서로 그런 작용을 하는 게 참 신기해요. 신기하면서 정말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기도 하고 그래요.
 

 잠결에 밥솥 취사를 누르고(그동안 밥솥의 예약 기능을 사용했는데 얘는 지 꼴리는 시간에 밥을 해버린다) 아침에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밥통에 밥이 없다. 냉장고에 있던 쌀을 넣지 않았던거다. 미숫가루와 바나나로 아침을 먹고 나오는데 배가 비어선지 잠을 못자선지 어제 안주빨을 세우느라 위가 못쉬어선지 몸에 힘이 없고 어질어질 했다. 아프다고 엄살을 떨었더니 이는 분명 아침을 먹지 못한채 출근을 하게 한 자기탓이라고 판단한 a는 빵을 사오겠다고 했다. a는 문을 열지 않은 동네 빵집 대신 큰 빵집으로 가서 또띠야 샌드위치와 슈크림빵, 치즈 스틱을 사왔다.  


 하나같이 맛이 없었다. 또띠야는 눅눅했고 안에 든 치킨은 퍽퍽했다. 오로지 살짝 새콤한 양념 맛으로 근근히 먹다 말아버렸다. 내가 음식을 남기다니, 내가 음식을 남기다니. 치즈 스틱은 속에 치즈 하나 든 것 말고는 성의도 맛도 없었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평범한 슈크림빵을 베어물었는데 메주 냄새가 났다. 어제 먹은 청국장 맛을 아직도 기억하는건가. 조금 씹는다. 시큼시큼하다. 기미a에게 맛을 보라고 권했다. 당장 뱉는다. 나도 따라 뱉었다. 쉰맛도 구분 못하는 아치인 것이다.


 나는 거대 프랜차이즈의 음식 유통 문제와 맛없는 빵에 대해 한껏 짜증을 낸 후 몸을 일으켰다. a가 의심과 희망이 담긴 눈으로 나를 말리며 등을 떠밀었다. 우리는 씩씩대면서 큰 빵집으로 갔다. 가면서 어떻게 항의를 할지 모의 연습을 했다. 아프다고 드러누울까, 공간이 나올까, 눕다가 어디라도 찧으면 아플거 아냐, 그래 그건 좀 그렇다, 생크림 케잌 3호를 달라고 할까, 고작 슈크림빵 하나에? 본사에 이 지점 음식 문제를 올린다고 사뭇 강경한 소비자 흉내를 내볼까, 아 그건 좀 귀찮다. a는 자신이 맥주회사에서 일할 때 벌어졌던 클레임 사건에 대해 의기양양 얘기하고 나는 그게 또 좋다고 막 웃었다.


 빵집에 도착했다. 그냥 갈까. 괜히 왔다. 둘 다 혈액형과 상관없이 소심한 유형의 사람이고 아침부터 이런 일로 아침부터 일하는 분들을 귀찮게 하는 것 같았다. 정말 그냥 갈까, 처음에 뭐라도 할 것처럼 굴더니 이꼴 날줄 알았다. 빵집 앞에서 미적거리고 있자 a가 쑥 들어간다. 내가 계산대에 슬그머니 상한 슈크림 빵을 올려놨더니 a는 방언 터진 사람처럼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세상에, 빵이 상했더라구요. 여자친구한테 점수 좀 따려고 했는데 빵이 상했더라구요.(이 말 방금 전에 했잖아) 딱 먹으려고 하는데 냄새가 나서 뭔가 했는데 상했더라구요. (또또 말한다.)


 큰 빵집 직원들은 그럴 일이 없는데란 의심 대신 빵을 살짝 베어문 우리한테 해가 가진 않았는지 염려해주고 미안해하신다. 할 말이 없었다. 고의도 아니고 실수한건데 어쩌겠나. 아직까지도 또띠야 샌드위치가 넘흐 맛 없고 이런걸 비싼 가격에 파는 것도 당췌 이해가 안 가지만 그게 이분들 탓은 아니잖은가. 미안하다고 하고 계시는 분들께 '당당하게' 환불을 요구하고 나오는데 단판빵 두개를 주신다. 정말 미안하다며 방금 구운 빵이라고 먹어보란다. 한입 베어물었더니 달콤한 맛이 난다. 


 집에 가서 단팥빵 먹어야겠다 했는데 a가 벌써 깨끗이 먹어치웠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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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1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01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6-01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환불도 받고 단팥빵 두개도 받았다는거죠? 아..단팥빵 먹고 싶다. 난 지금 커피 내리고 있어요.

Arch 2012-06-01 15:43   좋아요 0 | URL
지금이 딱 출출할 시간이죠. 나도 배고프다.
간단하게 환불해줘서 좀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

잉크냄새 2012-06-0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쉰 냄새를 메주 냄새에 비유하는 건 천명관이도 못할 표현이네요.

Arch 2012-06-01 15:44   좋아요 0 | URL
^^ 잉크냄새님, 완전 과분한 댓글입니다.
비유라고 할 수 없는게 정말 그 냄새를 맡아서.

숲노래 2012-06-01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보면, 대형프렌차이즈 밑에서 일하는 사람 탓이 아닐 수도 있고 탓일 수도 있고...
스스로 작은 이름으로 작은 빵집을 꾸리면 한결 좋을 텐데,
그렇게 하면 돈이 안 된다 여길 수 있고, 돈이 될 수도 있고...

단팥빵을 혼자 먹어치워 못 드셨나 보군요. 저런... ㅠ.ㅜ

Arch 2012-06-04 09:00   좋아요 0 | URL
ㅋㅋ 단팥빵으로 깔끔하게 끝낸 것 같기도 해요. 달콤하긴 했지만 마구마구 먹고싶은 맛은 아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