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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보는 식물을 보았다. 홍예문 설명을 들으며 난간 너머로 고개를
쑥 빼서 보고 있는데 꽃은 주름잎인데 잎은 처음 보는 식물이 있었다.
난간 때문에 가까이서 찍지 못하고 아쉬워하며 오는데
골목길 담벼락에 핀 그 아이를 다시 발견. 잎이 넘 예뻤다.
일행들이 저만치 가고 있어서 허겁지겁 사진만 찍고 자리를 떴다.
처음 보는 식물을 본 날은 뭔가 더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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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 고향인 독서모임 선생님의 안내로 문학기행을 빙자해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 자유공원 팔각정에서 대략의 브리핑을 듣기로, 최인훈의 광장에서 주인공이 연인과 마지막 데이트를 한 곳이 월미도, 역의 동쪽 공단이 배경이 된 소설이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강경애의 인간문제,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이고,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의 배경이 차이나타운이었다고 한다.

인천의 근대사이야기를 들으며 근대건축을 둘러보고 월욜이라 휴무인 신포시장의 닭강정 대신 신포만두의 쫄면과 만두, 팥빙수로 하루를 마무리. 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 신포시장은 원래 좋아하는 코스 였지만 근대사박물관, 짜장면박물관, 건축박물관 등은 처음 가보는 코스라 흥미로웠다. 많이 개축이 되어 오리지널한 기품은 없었지만 근대 개항지의 분위기가 이만하게나마 보존되었다는데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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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피드에 필립로스의 책들이 유난히 많길래 혹시나하고 검색을 해보았다. 설마, 그런거야? 하는 심정이었는데 설마 그런거였다.

기분에 나는 그의 책을 다 가지고 있고, 그의 책을 다 읽었다.
기분이었다. 서가를 다 뒤졌지만 집에 있는 책은 미국의 목가, 휴먼스테인, 전락이 다였다. 집에 있다고 생각한 책들은 실은 가끔 가있는 친구집 서가의 환영이었다. 그 집 서가에서 빼든 죽어가는 짐승이 로스와의 첫만남이었다.
그리고 지독한 사랑에 빠졌다. 두어 달만에, 휴먼스테인, 굿바이 콜범버스, 전락 정도를 제외한 그의 책들을 다 읽어버렸으니까.

그리고 엊그제 새벽에 조문 가봐야하는 큰아버지 장례식에 못가고 누워있는 불안하고 죄의식에 가득찬 심정으로 휴먼스테인을 빼들었다. 두 번이나 시도했지만 포기했던, 이번엔 포기하지 않고 완독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애도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휘몰아치는 심정이 되어 정신없이 읽었던 그의 다른 책들에 비해 휴먼스테인은 그런 흡입력이 없었다. 실명이 거론되는 직설적인 화법이 유난히 거슬려 책장을 덮곤 했다.

육중한 문을 억지로 밀고 들어가듯이 휴먼스테인 1권을 끝냈다. 그리고 2권으로 진입하자 아, 역시나 실재의 현실을 이렇게 다각도에서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소설가, 이런 소설이 진짜 소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결되지 않으면서 한없이 갑갑해지기만 하는 인생의 모순을 맞닥뜨리게 하는 소설을 꾸역꾸역 읽어내면서 인간에 대해, 시대의 현실에 대해 외면하지 말라는 것이 그가 얘기하려고 했던 거구나. 실재보다 더한 실재, 현실 보다 더한 현실이 있음을.

마지막 장의 연보를 보니 내가 가장 베스트로 생각하는 소설 4권이
후기작이었다. 끝에서부터 4권이다.

미국의 목가,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휴먼스테인, 네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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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대온실과 춘당지


은은한 돈나무꽃향과 강렬했던 수수꽃다리향
백송 세 그루
처음 본 은행잎 조팝나무
용마루가 없는 통명전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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