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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미의 꿈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1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1
레오 리오니 글 그림, 김서정 옮김 / 마루벌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일전에 '간디문화축제'에 가니 꿈을 적어 내라는 쪽지를 나눠주었다. 모인 이들의 꿈종이를 다 받아서 한 곳에 놓고 꿈을 가지고 이루라는 노래를 불렀다. 난 '책 읽어주는 할머니', 내 옆의 지인은 '세계여행가', 불행히도 다음 날이 수학경시대회였던 딸은 '수학경시대회100점'이라고 적었다. 기가 막히지만 내 죄고 내 현실이다.
난 꿈이 없는 청소년기를 살았다. 기억이 안날수도 있겠지만 대충 막연한 어떤 직업을 선망하는 정도지 구체적인 목표의식이 없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자기 꿈을 찾는 것은 현실인식에서 비롯 된다. 그 현실은 밝으면 밝은대로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꿈을 찾고 이루고자 하는 의지 앞에서 디딤돌이 된다. 그리미도 먼지투성이 모퉁이를 아름답게 인식하면서 꿈을 향한 첫 발을 내디딘다.
그리미가 던진 마지막 말 "나의 꿈이랍니다" 는 놀고 먹어도 할 말이 있었던 으쓱한 모습의 프레데릭이 연상되면서 웃음이 난다. 어린이에겐 이런 으쓱한 자아존중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구조를 만들었을 테고 아이들은 충실히 긍정적이고 확신에 찬 꿈을 키울 것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고, 먹고 사는 것이 매우 힘들었지만 그리미는 세상 모든 것을 그림에 담으면서 그리는 행복감에 젖어 살았습니다. 이렇게 끝내면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실패와 성공이라는 말도 가치관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산골에 가서 살기를 소원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그런 보금자리를 얻었다면 그 사람의 삶은 성공한 것이다. 꿈이라는 화두로 펼친 이야기에 부와 명성이 곁다리로 들어가서 거슬린다. 부와 명성이 따르는 삶이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