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주말을 지내고 푹푹 가라앉는 월요일이다. 지난 주 택시와 접촉사고가 난 이후로 운전이 편치않다. 당분간 운전을 안하는 게 예의 일 것도 같은데, 아이가 늦잠을 자서 차를 가지고 와야 했다. 마음이 강팍하니 울긋불긋 가로수들을 보면서도 어여쁨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이들과 찬바람을 쐬며 아침 체조를 하고, 주말 새 환해진 은행나무를 보니 정신이 좀 돌아왔다. 일정이 일찍 끝나는 날인 건 그나마 다행이다.
녹차 티백 두 개를 서버에 우려 놓고, 금요일부터 읽기 시작한 임수진의 <언젠가 너에게 듣고 싶은 말>을 펼쳐 들었다. 밴드 '가을 방학'의 보컬 계피, 임수진의 산문집이다. 연필로 서걱서걱 써내려간 듯한 진솔함이 마음에 와 닿는다. 미사여구 없이 담담하게 쓴 생활글은 확실히 독자에서 주는 힐링의 요소가 있다. 마스다 미리의 무심한 듯 툭 뱉어 낸 한 줄의 문장이 공감을 일으키는 것처럼, 임수진의 글도 담박한 맛에 애써 읽지 않아도 저절로 읽히며 마음이 열린다. 꾸미지 않은 그녀의 독백이 지금 이 순간 무척이나 위로가 된다.
가을 방학하면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가 떠오른다.
가라 앉는 마음에, 깊어 가는 가을에 어울리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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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뭔진 몰라도 그냥 소박하게, 내 맘대로 안되지만 그래도 아껴주는 거 정도로 하면 안 될까? 이해는 안 되지만 지도 뭔가 사정이 있겠지 하고 눈감아주고, 감기 걸리면 목도리 한 번 여며주고, 울면 괜찮다고 안아주는 정도로 하면 안 될까?
당신은 열정이라고 말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착취욕, 아닌 거 맞나요?137
양극단 사이를 진동하는 내 얼굴을 거울로 비추어본다. 내 감정은 믿을 수 없다. 내 생각도 믿을 수 없다. 감정이 나를 속인다. 믿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이 감정에 사로잡힌 순간이 지나고 나면 나는 분명히 다른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177
조용했으면 좋겠다. 사막이나 북극에 갔으면 좋겠다. 먼지 묻은 바람에 싸여, 혹은 칼처럼 베어내는 바람에 기대어, 아무도 아무 말도 없는 곳에서 아무 말도 아무 독백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 속내도 전하지 않고, 그래 전할 속내조차 없을 수 있다면,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