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비가 이렇게 가만히 줄기차게 내리는 날도 드문 것 같다. 가회동에서 강의를 듣고 밥을 먹고 조금 걸었다. 이 맘 때 쯤이면 한 번은 북촌 길을 걷게 되는데, 오늘은 가고 싶었던 커피집이 자리가 없어서 정처 없이 이동을 하다 우연히 들어 선 길이 그 곳이었다. 이끄는대로 들어갔더니 창 하나가 전부인 작은 가게였다. 눈 둘 데가 한 곳 밖에 없는 작은 공간. 비와 단풍이 고스란히 다 내 품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이 맘 때 가장 예쁜 곳에, 있고 싶은 자리에 있어진 것이다. 일행들을 먼저 보내고 혼자 좀 더 앉았다가 어두워진 북촌길을 걸어 내려왔다. 불빛들은 따듯하고 조용했고 골목골목 이야기가 그득했다.
201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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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는 세상과 자신에게 민감해지는 일이에요.
시인은 인생과 발가벗고 동침하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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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동생이 먼저 읽고 ..언니 난 별로던데..라고 해서 별 기대감이 없어서 그랬는지 어쨌는지..)아침에 처음 펴든 첫 장부터 참 좋았다. 읽자 마자 마음이 착 가라앉으면서 평온한 상태가 되어 부담 없이 술술 읽혔다. 오늘 아이들과 마지막? 단풍을 보았다면 본 셈인데, 안산의 오솔길이 더 아름답게 다가온 것도 <남아 있는 나날>의 분위기를 마음 속에 가지고 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 며칠 사이에 나의 상상을 붙들어 온 그 여행을 정말 감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패러데이 어르신의 안락한 포드를 타고 나 홀로 즐기게 될 여행, 잉글랜드의 수려한 산하를 거쳐 서부 지방으로 나를 데려다 줄 여행, 그리고 예상컨대 무려 닷새나 엿새동안 나를 달링턴 홀에서 떼어 놓을 여행이다. 9

 

 

<남아 있는 나날>의 첫부분인데 정말 편안한 시작이다. 아침에 읽은 책이 하루 종일 마음을 지배하는 것 참 좋은 경험이다. 동네 공원을 한 바퀴하고도 영국 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드니 말이다. 아름다운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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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4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05 21:29   좋아요 0 | URL
네 영화는 오래전에 본 것도 같아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소설가를 읽는 방법>을 읽다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로 넘어왔다.

오랫만에 전철을 타고 오면서, 60쪽 가량을 읽었다.

전철을 이용하면 이틀이면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침 저녁으로 두 시간,

혼자만의 음악 가득한 공간을 포기할까 싶은 생각이 살짝 든다.

 

남아 있는 나날을 읽는데 왠지 기시감이 느껴져서 영화를 봤을 수도 있단 생각을 했는데,

봤던 안봤든 찾아 보아야 겠다. 틀림없이 아름다운 영국의 전원 풍경이 펼쳐질 테니...

아름다운 영국 전원 풍경이 나오는 영화들이 몇 개가 같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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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좋아졌다.

네가 건넨 책을 받아 든 순간,

책도 참 예뻤지만

얼핏 들추어 본 사진들이 마음 속에 와서 꽂혔다.

너는 나와 같은 것을 보는 사람.

나는 이미 너의 뷰파인더가 되어서

너의 마음자리까지 훑는다.

여자는 매일 밤 어른이 된다.

제목을 보고 나는 헉..했다.

나는 한 번도 어른이란 단어를 나와 연결시켜 본 적이 없기에.

매일 밤?

그렇게 자주 어른이 된 너는 어떤 사람인건가

 

너는 서울에 살면서도 따로 방을 잡아 서울 여행을 하는 사람

어깨가 잠기는 깊은 욕조를 좋아하는 사람

밤의 장미가 좋은 사람

밤에 미술관에서 마크 로스코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보고 싶은 사람

내일은 내가 제일 먼저 취해야지 하고 맘 먹을 줄 아는 사람

젠장. 이라며 한 마디 내 뱉는 말이 참 귀여운 사람이었다.

 

너의 사진 한 구석탱이

너의 문장 마지막 한 단어

에서 나는 나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떠올렸다.

그 중에 가장 자주 떠오른 사람은 바로 '나'였다.

그렇게 너는,

나와 닮은 또 한 명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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