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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꽃그림 모임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림이 목적이라기 보다 다과가 목적인양 주로 이야기
나누고 그림은 그리는 시늉만 하다 오기 일쑤였지만 일단 스케치북을 가지고 모였으니 그림모임이라고 해두자. 그 모임에서 우연히 김미경작가님의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김미경작가님은 그 모임 어느 분의 여고 때 국어선생님이셨다. 학교 때 김미경선생님은 아마 여고생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좋은 선생님인가 보았다. 그 분이 서촌을
그려서 전시회를 여는 날 그 때의 많은 여고생들이 모였다고 한다... 정도만 기억난다.
언니집에 들렀다가 <서촌꽃밭>전시회 소식을
들었다.
실은 그 전부터 푸른역사 아카데미에서 그 전시회 포스터를 보긴 했는데 가야지..정도만 하고 정작 날짜나 장소등은 챙겨보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월요일 강의를 듣기 전에 시간이 여유가 있어 <창성동 실험실>을 찾아 갔다. 전시장은 아담했고 소박했으며 그림들은
넘치게 어여뻤다.
무엇보다 꽃을 찾고 꽃을 보고 꽃을 그리는 그 마음을 안다고 생각했기에 그 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했다고
해얄까..먹먹했다고 해얄까. 암튼 이상 야릇한 그러면서도 참 좋은 기분이 들었다. 들어가는 초입에 작가님이 있다가 낯 모르는 나를 반겨주셨다.
사시 사철 눈으로 훑으며 그리지 못해 괴로워 했던 꽃들이 그 안에 한 가득.
나는 아는 체가 하고 싶어, 작가님이 건네주는 색인표를 마다하고, 다 알아요. 라고 말해 버렸다. (이런 나, 귀엽지 않은가..ㅠㅠ )작가님은 언제 어디서 그렸는지도 나와 있어서...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색인을 제자리로 갖다 놓으셨다..(죄송했어요..ㅎㅎㅠㅠ) 일 년동안 이틀에 한
점꼴로 그렸다고 전시장을 찾은 지인께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몸살났겠다..라며 나중에 나에게도 와인을 한 잔 건넨 그 지인 분은 작가님과 한겨레
문화센터 그림 모임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셨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이이는 이렇게 전시회를 연다구..너무 부럽다고 하셨다.
세어보진 않았는데. 대충
80여점이라 들은 것 같은데, 그 그림들은 이미 완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빨간 딱지가 붙지 않은 그림이 없었다. 나는 그림 가격이
일괄 십오만원이라는 것을 들을 때 부터 이미 한 점 사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 있었으므로 스텝에게 물어 보았다. 빨간 딱지가 안 붙은 건
어디있어요? 스텝이 가르쳐 준 것은 분홍 낮달맞이와 채송화였다. 그림을 보고 있는 사이 낮달맞이가 주인을 찾았고, 채송화 한 점만 남았다.
나는
마지막 아이를 데려 올 수 있음에 기뻐했다. 끝까지 선택 받지 못한 못난이. 인 셈이 아닌가! 색인을 보니 인왕산에 살았던 아이였다. 완판녀라며
작가님의 지인분들이 우루루 사진도 찍어 주셨다. 늙고 뚱뚱한 몸,사진 찍히는 것이 괴로웠지만 기뻐하며 찍었다.
정확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괴로워만 하고 정작 그리지는 않았던 십수년 세월의 '나를 깬'기념이었다. 감상적인 마인드로 논리적인 그림을 그리려고
끙끙대니 그림이 될 리가 없었던 것. 이게 내 결론이다. 암튼 '서촌 꽃밭'전시회에 다녀와서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연필을 놓은지 몇 년은
되나..까마득하지만 털별꽃아재비가 그리고 싶어 몇 년 땅을 보고만 다녔다. 너무 작아서 그릴 수가 없었다. 털별꽃아재비 잎에 돋아난 솜털을
어떻게 그리나 끔찍했다. 저 작은 꽃을 잎과 대비해서 보이게 그릴 수 있나 한숨 쉬며 들여다 보았다.
털별꽃아재비 같은 작은 꽃을 그리는 것은
순전히 자기 만족인데 시작만 하면 어떤 식으로든 그려질 텐테 그 시작이 안되었다. 작가님의 그림을 보면서, 솜털이 안보여도 되고, 꽃이 흐릿해도
되고, 그래도 느낌은 살아 있는 그림. 털별꽃아재비. 아..저렇게 그려도 되는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그림 한 점 한 점 구도랑 느낌들을 보며
얼마나 열심히 그려왔는지의 느낌도 왔다. 얼마나 애정어린 시선으로 대상을 보아왔는지, 꽃을 그렸지만 인생을 그렸구나 삶을 살았구나 하는 순간의
열정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리고 싶다'가 아니라 '그려야' 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작가님과 이거 저거 터놓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주저앉아 와인 마시고 오자라퍼 할 뻔 했다. 뒷 강의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못다한 아쉬움은 책 한 권 사 나오는 걸로 대신했다. 이 속에 다 있겠지...하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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