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힘든 열흘을 지나 너덜너덜해진 심신을 끌고 세 곳의 도서관을 돌았다. 단지, 시간을 보낼 목적이었다. '아마도 책은 안 읽힐거야'라는 마음으로 돌았는데, 왠걸 집중이 잘 되었다. 그동안 너무 안읽어서 세포가 종이책을 기다렸나 보았다. 첫번째 도서관에서는 <설국>을 두 번째 도서관에서는 <여행자의 책>과 <제주 돌담>을 세 번째 도서관에서 <여행의 기술>을 읽었다. 

 

<여행의 기술>은 예전에 몇 번이나 앞부분을 읽다가 던져버렸었다. 당최 무슨 얘기를 하는지...읽히질 않는 거였다. '이게 뭐야. 다들 그렇게 좋다는데 이렇게 안 읽힐 수가...쩝' 하던 책이었다. 오늘 세 번째 도서관은 책이 없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곳이라 신간 코너를 아무리 봐도 손이 가는 책이 없었다.

 

덕분에 손에 든 책이 <여행의 기술>. 집에도 있는 책을 굳이 도서관에서 들고 앉은 이유는 아무 데나 펼쳐서 운세나 점쳐 보려는 거였다. 하필 펼쳐진 부분이 [예술] '미술에 대하여'와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 였다. 구구절절 공감되는 말만 씌여 있었다. 이 사람, 보통씨는 평범한 일상적 사유들을 비범하게 풀어내어 공감하게 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여행도 여행이지만 이 사람, 엄청난 독서를 했구나 싶은 내공이 팍팍 느껴져서 기가 죽었다. 여행에 빗대어 삶을 이야기하는, 삶을 풍요롭게 해줄 교양 필독서는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이겠다. 책은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 총5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월 한 달 동안 각 장들을 천천히 곱씹으며, 적어가며 읽고 싶다.

<여행자의 책>이랑 함께 읽어 가면 상승 효과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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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첫 책으로 뭘 읽을까 고민을 하다 보니, 연휴기간에 읽을 책을 주문하지 않았다,

뭔가 정리하고 뭔가 버려야 하고, 비워야 한다에 목숨 거는 요즘이라

책주문 마저 게을렀다. 잠 안오는 밤에 읽을 책이 없으니?  낭패다.

1월에 읽을 책을 정리해 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베트남에서의 가난한 어린 시절, 중국인 남자와의 광기 어린 사랑을 바탕으로 쓴 자전 소설. 프랑스의 여성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1984년 작으로, 같은 해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1992년 장자크 아노 감독의 동명 영화로 제작되었다. 1984년 <연인>을 초역해 국내에 소개한 김인환 교수가 다시 우리 말로 옮긴 새 번역본이다.

1929년 프랑스령 베트남. 가족과 함께 방학을 보낸 프랑스인 소녀는 기숙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나룻배를 타고 메콩 강을 건넌다. 난간에 홀로 기대서서 강물을 바라보는 소녀의 모습은 남성용 중절모와 생사 원피스, 굽 높은 구두 차림에서 풍기는 조숙하고 독특한 분위기로 같은 배에 타고 있던 부유한 중국인 남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소녀는 남자의 제안으로 그의 독신자 아파트로 안내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욕망을 경험하고 해방감을 느낀다. 가난한 환경에 대한 절망으로 무기력해진 어머니, 마약과 노름에만 빠져 있는 난폭한 큰오빠, 그리고 늘 큰오빠에게 시달리는 나약한 작은오빠. 비정상적인 가족에 대한 혐오가 더해 갈수록 소녀는 남자와의 관계에 더욱 몰입하고, 그 관계는 점점 광적인 욕망과 공허한 사랑으로 치닫는다.

이 작품은 여러 시공간을 넘나드는 짤막한 문단들로 가득 차 있다. 영화가 프랑스인 소녀와 중국인 남자와의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 순차적으로 사건을 진행시킨다면, 소설은 베트남에서의 어린 시절이, 프랑스로 귀국해 문단과 학계의 저명인사들과 교류하던 시절이, 노년에 이른 현재의 시간이 뒤섞여 있다. (알라딘 책소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1991년 작.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을 다루며 그 서술의 사실성과 선정성 탓에 출간 당시 평단과 독자층에 큰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다. 임상적 해부에 버금가는 철저하게 객관화된 시선으로 '나'라는 작가 개인의 열정이 아닌 일반적이고도 보편적인 열정을 분석한 반(反)감정소설로, '이별과 외로움이라는 무익한 수난'을 겪은 모든 사람들의 속내를 대변한다.

2001년 국내에 처음 소개되어 꾸준히 사랑받아온 작품으로, 이번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 새롭게 속하며 이재룡 문학평론가이자 숭실대 불문과 교수의 해설이 더해져 르노도상,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등을 수상하고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된 아니 에르노만의 독보적인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도 더할 수 있게 되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권.(알라딘 책소개)

 

 

 

옥타비오 파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함께 중남미 문학의 3대 작가로 알려진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장편소설. 카를로스 푸엔테스가 쓴 환상소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소설은 아득한 먼 옛날부터 인류가 염원해 온, 영원히 죽지 않는 삶과 죽음도 뛰어넘는 사랑의 끝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이 작품은 젊은 역사학도 펠리페가 늙고 추한 노파와 한눈에 반할 만큼 아름다운 여인 아우라를 만나면서부터 시작한다. 펠리페는 어느 날 신문에서 눈에 띄는 일자리를 발견한다. 다음날 그 일자리를 구하러,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은 낡고 어두운 저택으로 찾아간다. 그 집의 주인 콘수엘로 부인은 펠리페에게 죽은 남편 요렌테 장군의 비망록을 정리하는 일을 제안한다.

펠리페는 대답을 망설이지만, 콘수엘로 부인이 소개한 그녀의 조카 아우라를 만나자마자, 아름다운 두 눈동자에 이끌리듯 빨려들어 그들과 함께 살기 시작한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기이한 일상이 펼쳐진다. 식탁에는 알 수 없는 1인분이 더 준비되고, 우연히 본 정원에서는 고양이들이 불타고 있다. 그리고 누구도 의문들에 대해 속시원히 설명해 주지 않는데…(알라딘 책소개)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의 작가 바르가스 요사의 1988년작. <새엄마 찬양>은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녹색의 집>, <세계 종말 전쟁> 등 다른 대표작에서 흔히 드러나는 정치사회적 관심사가 배제된 개인의 성적 욕망을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외부와 단절된 채 리고베르토 씨 저택 안에서만 진행되며, 등장인물도 네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바르가스 요사가 그리는 개인의 욕망은 사회를 뒷받침하는 무형의 구조인 도덕규범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갈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사회 속 개인의 욕망을 미시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르가스 요사는 유혹과 욕망이라는 주제를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는 전형적인 서사의 순서에 따라 펼쳐가면서 욕망하고 유혹하는 인간에 대한 철학적 담론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또한 인간과 욕망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이후 <새엄마 찬양>의 후속작인 <리고베르토 씨의 비밀노트>, <마담 보바리>를 모티브로 한 <나쁜 소녀의 짓궂음> 등으로 이어진다.(알라딘 책소개)

 

두 권은 프랑스 작가, 두 권의 남미 작가의 책이다. 프랑스 작가의 책들은 어떤 식으로든 인연이 있었던 작품이고 남미 작가의 책들은 낯설다. 작년에(라고 써본다) 가브리엘 마르께스의 책을 재밌게 읽었던 터라, 새로움의 세계로 나아가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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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1 0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1 0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1-27 21:51   좋아요 0 | URL
1월이 거의 끝나가는데 이 책들은 다 읽으셨나요? 올려진 책들중 세권의 책을 제가 읽었고, 세권 다 저는 좋았던 작품들이라 쑥님 감상이 궁금하네요.
:)
 

2015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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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와 추락을 연이어 읽었습니다... 마음 불편한데 재밌었어요. 마음 무거워지는 것도 조금 즐겼고요. 이런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부럽기도 했습니다. 올 핸 특히 가브리엘 마르께스와 살만 루시디 자서전을 읽은 게 기억에 남네요. 도리스 레싱과 쿳시도 자서전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어요. 늘 12월만 되면 어딘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혼자, 조용히, 들리는 소음 없이 스스로도 소음 내지 않으면서 침잠하고 싶다.란 생각에 빠져 사는데, 운 좋은 몇 해는 1박2일쯤 그런 시간을 가지기도 했는데..올 핸 사람 북적거리는 곳을 찾아다니고 있네요.

요즘은 또 언니가 던져주고 간 자투리털실과 코바늘로 모티브 뜨기를 하고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시간 잘가. .라는 언니말처럼 정말 시간이 잘가네요.

며칠 전엔 극장에 가서 <바닷마을 다이어리>도 보았어요. 화면은 밝고 따듯해서 예쁘지만, 응축된 슬픔이 베이스 된 영화였어요. 원작을 읽은 친구는 원작에 비해 영화가 별로라고 했지만 저는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도입부에 반해버렸습니다. 큰언니가 막내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등을 토닥이는 뒷모습은 정말 울컥 코 끝 찡한 장면이었어요. 가족이나 사랑에 대해 우리가 이야기할 때 떠올릴 수 없는 어떤 방식들을 이야기해주는, 그래서 늘 위로 받곤 합니다. 정상?이지 않아도 괜찮아.뭐 어쨌다구.이런. . . 같은 감독의 전작 <아무도 모른다>에서도 느꼈던, 자식을 버린 부모에게 면죄부를 주는 영화이기도 했구요.

뭔가 얘기는 해야겠는데. 할 얘기가 없어서 이렇게 두서없이 몇 자 끄적거려 봅니다.
가까이 가고 싶어 더 멀어지는 날들.
별 일 없으면서 별 일 있는 나날들이 이렇게 흘러갑니다. 모두 건강한 새 해 맞이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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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12-31 12:15   좋아요 0 | URL
쑥님도 손재주가??^^
이쁘고 화사합니다 한 번씩 요런 작품들을 보면 코바늘을 배워보고픈데~~늘 생각만 많아요^^
쑥님도 오늘 즐겁게 보내시고 내일은 복 많이 받으시어요^^

2015-12-31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1-01 00:49   좋아요 0 | URL
쑥님, 조금 늦었지만 북플 마니아 되신 것 축하드려요.
새해가 되어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지난 해에 쑥님의 서재에서 좋은 사진과 책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올해는 더 좋은 일들,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 되시기를 기원할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6-01-01 0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1-01 12:48   좋아요 0 | URL
서재에서는 이 모티브 사진이 보이지 않아서 볼 수 없어 아쉬웠어요, 북플에서는 볼 수 있었습니다.
참 공들여서 시간 많이 들여서 짜셨겠는데요. 쑥님, 솜씨가 좋으세요.^^

단발머리 2016-01-11 21:13   좋아요 0 | URL
코바늘로도 이렇게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거군요.
여러가지 색상이 어우러져서 더 근사하네요.
저는 손으로 만드는 모든 것에 어설픈 사람이라서 더욱 더 멋져 보입니다.
시간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네요~~~
 

일 끝난 기념으로 좋아요.도 한 번 누르고. 일이 더뎌 다들 12시에 퇴근하는데 나는 5시에 겨우 퇴근. 3개월을 무사히 마친 기념으로 친구랑 약간의 음주후 귀가. 이제부터 정말 열심히 읽어야지. 첫책으로 노인과 바다 들었다. 오늘 내일 다 읽고, 모레부턴 그리스인 조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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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22 21:37   좋아요 0 | URL
쑥님, 행복한 책읽는 시간 되세요^^

2015-12-22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5-12-23 19:37   좋아요 0 | URL
페이퍼를 읽었더니, 한동안 많이 바쁘셨던 것 같은데, 그래도 그 사이 책을 많이 읽으셨나봐요.
12월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쑥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