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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중의 탄생 - 흩어진 개인은 어떻게 대중이라는 권력이 되었는가
군터 게바우어.스벤 뤼커 지음, 염정용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새로운 대중의 탄생 / 군터 게바우어, 스벤 뤼커 지음 / 21세기북스
새로운 대중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우선 대중의 개념은 무엇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대중이라는 어원을 찾아보면 '덩어리'라는 의미에서 출발한다. 이때 덩어리는 빵을 만들 때의 밀가루 반죽 덩어리의 덩어리로 더이상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응축된 상태의 덩어리로 개인주의가 만연해지기 전까지의 대중은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집단으로 행동하는 무리라고 볼 수 있다. 무리지어 다가오면 그 목표 혹은 그들의 상황이 '난민'이라 할지라도 동정심이나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위험이나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실제로 민중들이 한데모여 그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만화나 영화속 장면을 보면 그들이 대항하고자 했던 '무력'과 별반다르지 않은 공포심과 폭력성마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대중에게는 그러한 힘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새로운 대중은 과거 대중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출현하는 장소가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개념외에 취미나 여가와 같은 장소에서도 모여든다는 것이며 그 영향력이 반드시 행동으로 드러나거나 실제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새로운 대중은 과거의 이론들이 주장하듯이 집단적 주체인 대중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의식 없이 행동하는 대중이 있다는 생각은 오늘날에는 과감히 수정되어야 한다. 9쪽
대중을 동원하고 조직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 형성을 이용해 자신의 주장을 정치적 노력을 통한 것보다 더 열렬하고 효과적으로 경청하게 만드는 사람은 오히려 대부분 소수들이다. '다수'는 대중과는 다른 개념이다. 161쪽
<새로운 대중의 탄생>을 읽다보면 단순히 대중의 개념이나 그 개념의 변화되는 과정을 뿐 아니라 사회운동 뿐 아니라 대중문화를 통해 전체적인 문화 흐름마저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과거의 대중은 폭력성 혹은 정치적 상황에서의 외침에 가까웠다. 재미난 사실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만나게 되는 '대중'의 움직임이 책에서 설명하는 바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축제와 같았던 지난 촛불시위는 민주주의를 언급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실례중에 하나가 되었다. 이전까지의 한국사회는 무력으로 진압되며 독재 혹은 경제적으로만 성장한 불완전한 상태의 민주사회였다. 하지만 각 개인이 '대중'으로서만이 아닌 개인의 목표로 대변되면서 그들의 승리는 대중, 집단으로서의 승리만이 아니라 하나의 개인들의 승리가 되면서 그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고 잠재적으로 유사한 시기, 상황이 닥쳐올 때면 마치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듯 다시금 집단으로서 행동하는 것이 이전과는 달리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전의 대중이라는 개념과 또 달라진 '새로운'점은 하나의 대중으로만 대표되는 것이 지금은 각 개인이 각각의 대중으로서 활동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단체의 일원이 되면 그 단체의 목표가 곧 그 개인의 목표여야만 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한다. 바꿔말하면 자신을 숨기고 대중의 무리속에 휩쓸려가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대중이 개인의 모든 것을 대변하거나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1950,60년대 미국과 유럽의 젊은이들은 이전 세대의 대중의 움직임과는 달랐다. 이전의 대중이 폭력적이고 집단적인 성향으로 대표된다면 50년대 비트세대에서 60년대 히피세대(책에서는 제임스딘과 그가 출연한 영화의 영향력을 언급)는 자신들의 젊음과 자유를 예술을 통해 전쟁에서 보여주는 폭력적인 행태와는 비교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가하면 대중문화를 예술, 즉 고급문화로 끌어올렸다고 평하는 앤디워홀의 예술세계는 엄밀히 말하자면 대중문화가 이전과 달리 승격되었다기 보다는 예술가로서의 앤디워홀이 독창성을 보여주었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이 갔다.
대중은 일반적으로 파괴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어서 대중의 출현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단 참사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금세 대참사를 불러오는 것은 대중 그자체가 아니라 그들을 물리치려는 시도가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206쪽
책에서는 난민들을 수용했던 독일의 모습과 영국과 프랑스의 보수언론이 비추는 대중들의 활동과 그로인해 얻어낸 결과가 사례로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한국인인 내게는 위의 문장을 보는 순간 축제와 같았다고 말하는 지난 촛불시위 때 있었던 안타까운 누군가의 죽음이 떠올려졌다. 새로운 대중의 탄생이라고 말하는 변화된 움직임이 과연 새로운 것인지 아니면 이전에는 침묵하거나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모습이 이제와 조금씩 드러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이 책은 저자의 의도대로 개인의 사회참여에 관해, 개인이라 부르는 작은 출발이 대중이라는 이름으로 변화되었을 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