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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제국 - 거대 기술기업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훔쳤는가
루시 그린 지음, 이영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루시 그린의 <실리콘 제국>은 기존에 테크기업이라 불리는 구글, 애플, 아마존 그리고 페이스북 이나 테슬라와 같은 기업들이 사회의 다방면으로 끼치는 부정적이고 위협적인 부분을 담아낸 책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우선 제목만 보더라도 앞서 언급한 기업들이 모여있는 곳을 '실리콘 밸리'라고 부르며 스타트업, 벤츠, 창의성, 기술자들을 대변했던 이미지에서 '제국'이라 칭하는 것만 보더라도 저자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어떤 분위기인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애플사를 비롯 그들이 지속적으로 건설하는 사옥 및 캠퍼스와 같은 건물들은 그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자신들의 위상을 전면으로 부각시키는 상징적인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미 세워졌가나 건축중인 건물들의 크기와 형태에 대한 묘사를 읽다보면 베르사유궁전과 같다는 표현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2001년 닷컴 버블이 붕괴하고 2000년대에 들어서자 실리콘밸리는 빠르게 반등세를 탔다. -중략- 기술 브랜드들이 떠올랐고 불안했던 국가 경제에 안도감이 생기자 기업들의 주도하에 기술 숭배가 시작되었다. 스마트폰이 대량 소비제품이 되고 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이런 추세는 더 거세졌다. 47쪽
특히 정치적인 부분과 관련지어 보자면 이들의 영향력이 단순히 소셜네트워크, 온라인 쇼핑몰, IT업체 수준으로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 금융업에 뛰어든 회사가 있는가 하면 테슬라의 경우는 이미 우주의 다른 행성까지 그 영향력이 확대되었으며 구글이 한창 연구중인 의료분야와 전 세계의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려는 야심찬 계획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의 눈과 귀가 되고 있는 SNS가 정치적으로 악용되어 특정 유권자가 이를 악용할 경우를 상상해보면 두렵기까지하다. 그런가하면 최근 여러방면에서 가짜뉴스가 가지는 위험성에 대해서 주의하고 있는데 실리콘 제국에서 생성되거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지속적으로 활성화 되었을 때의 상황도 상상하자면 끔찍하다.
실리콘밸리 제국은 이렇게 언론을 치맿하면서, 역사적으로 언론이 수행해온 가장 크고 중대한 기능인 권력 견제 기능을 저지시키고 있다. 언론이 지닌 기능은 정부를 견제할 수 있고, 실리콘밸리도 견제할 수 있는 능력이다.-중략-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뉴스의 중재자이자 큐레이터이면서 뉴스의 주요 채널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뉴스의 생산자가 될 것이다. 111쪽
정치에 관심이 없던 너드로 보여졌던 실리콘 밸리의 기술자들이 이제는 공공연하게 정치활동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이들의 대표가 드러내놓고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얼마전에 읽었던 삼성인에서 아마존으로 이직한 한 회사원의 책을 읽더라도 아마존이라는 회사가 상당히 효율적이고 검소하며 무엇보다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상하계층이 그다지 무의미해 보이는 수평적인 회사인 것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는 점도 놀라웠다.
구글과 야후의 임원을 모두 지낸 마리사 메이어 같은 고위직 여성 리더들도 있었다. 그런데 메이어에 관한 신문 기사들은, 그녀가 출산 휴가를 단시간에 끝내고 복귀한 일이나 그녀가 회사의 책임자이면서 엄마의 역할을 병행한 것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는 식으로 대체적으로 여성의 성 역할을 다루는 내용이 많았다. 305쪽
성차별적인 문제도 언급되었지만 그보다는 엄청난 물류의 허브이자 플랫폼인 아마존에서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이 야근이나 과중된 업무가 절대적으로 기피해야 될 상황처럼 보이지만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이와 정반대로 늘 과중한 업무에 시름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 위에서 우아하게 오고가는 백조의 두 다리가 물 속에서는 어지러울만큼 바삐 움직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불균형 문제를 떠나 미래지향적이고 생활의 편의를 넘어 영생을 꿈꾸게 만드는 테크기업들의 행로가 과연 오롯이 인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어느 한 개인의 야심한 미래를 현실화하려는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얻어지는 것들 중 하나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