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그레이 - 빨간 안경 단발머리 60대 춘애 언니의 감성 충만 우먼 라이프
변춘애 지음 / 라온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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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통찰과 미래 설계가 분명한 사람들의 삶은 분명 다르다. 

자신보다 조금 앞서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를 습득하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잘 산다. 244쪽


표지에 실린 저자의 모습을 보면 알겠지만 60대라고 나이를 밝히지 않는다면 정확하게 알아맞추기 어려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젊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과한 메이크업이나 의상이 아니면서도 그렇다고 너무 어둡거나 얌전한 옷차림도 아닌 자기만의 스타일이라는게 느껴지는 분위기다. 방송국의 피디이자 아나운서로 정년까지 근무한 이력을 가진 변춘애 저자의 <우먼 그레이>는 스타일링부터 건강에 이르기까지 같은 또래는 물론 아직 청장년인 후배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담아낸 한 권의 책이다. 시력이 좋지 않아 이른나이에 다시 안경을 써야만 했던 저자는 기왕 쓰는 거라면 자신을 돋보일 수 있는 안경을 스겠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얼굴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저자는 가지고 태어난 평범함을 후천적으로 노력해 개성으로 바꾼 케이스다. 나이들었다는 이유로 아줌마 펌을 고수하거나 무난한 옷만 입게 되면 마음도 나이처럼 늙어가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이래라 저래라 하는 투라서 만약 저자와 비슷한 또래의 어머니가 있다면 엄마의 잔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직장을 비롯 사회생활과 관련된 팁을 들려줄 때면 직장선배에게 듣는 ~라떼는 말이야 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자신의 경험과 실수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역시나 친근한 언니라는 느낌이 강했다. 저자의 말처럼 누구도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조언이라도 들려주는 것 이상은 해줄 수 없기에 그 안타까운 마음도 잘 느껴진다. 최근에 관절건강과 운동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열심히 운동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조금씩 실천해가고 있는데 <우먼 그레이>에서도 관절을 포함한 건강관리에 대해 엄청나게 강조했다. 진작 운동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나이들어 조금만 무리해도 여기저기 아픈 곳이라며 아직 젊을 때 열심히 운동하라는 것, 하지만 결코 운동이 일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이 얕지 않고 마찬가지로 나이가 많다고 말만 많은 것이 아니라는 말에 '나이'를 운운하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 혹은 지나치게 관대해진 척 한 것을 반성하게 되었다. 배움도 나눔도 습관이며 평생 그리고 꾸준히 해야한다는 말에 소위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 자신의 삶에 만족도가 큰 사람들의 공통점이 바로 나눔과 배움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엄마에게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일거라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엄마가 그때 왜 그런 말을 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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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 한 권으로 끝내기
김새미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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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로 대학진학을 생각한다면 수능과 내신에서 벗어나 '내가 왜 대학에 진학하는지?', '꼭 종합대학교에 가야만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인지?', '대학 생활에서 나에게 학교 외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보기 바랍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독일유학만 생각하고 책을 펼쳤다면 '진학이유'가 더 중요하다는 말에 흠칫 할 수도 있겠다. 비단 독일유학 책 뿐 아니라 다른 나라는 물론 유학이 아닌 어학연수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아닌 곳에서 무언가를 배우려 한다면 분명한 목표가 중요하다. 저자는 그동안 독일을 비롯 유럽에서의 진학이 지나치게 미화되거나 잘못알려진 부분이 많아 이부분을 바로잡고 싶었다고 말한다. 유학원을 통하지 않고 직접 독일에 있는 대학원을 진학하고 졸업 후 다시 들어간 이력만큼 독일에서의 대학진학정보만큼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펼쳤다. 나이도 많은데다 아이가 있는 내게는 여기저기 다니며 정보를 얻기보다는 책을 통해 먼저 독일의 분위기와 진학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살펴보기에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점에서 위의 서두에 발췌문 뿐 아니라 '유학을 결심하기에 앞서'부분에 나오는 저자의 조언이 정말 도움이 되었다. 왜 꼭 독일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독일어를 어떻게 준비할 것이며 얼만큼의 실력이 있는지 자문해볼 수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저자의 비유를 들자면 '축구장에 있다고 축구를 잘하는 게 아니듯' 독일어를 잘하고 싶어서등의 이유라면 독일로 유학까지 갈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유학을 결정한 이들이 누리게 될 장점은 첫 번째가 등록금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독일은 등록금이 없는 나라로 유명하다. 그만큼 들어가기 힘들다, 학비보다 생활비가 더 든다 등의 이야기가 물론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학사과정의 학생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학비외에 행정비와 학생복지에 들어가는 비용은 납부하는 정도고, 졸업 후에 직장을 다니는 셀러던트나 사립대학생들은 매 학기 1000유로 이상의 수업비를 내야 한다. 나의 경우는 후자에 속하기 때문에 저렴한 학비만 믿고 준비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더불어 독일 유학 후 취업까지 독일에서 하고자 할 때에는 저자가 조심스럽게 해주는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독일의 노동법에는 '그 자리를 대체 할 독일인이 없다'는 전제하에만 외국인을 채용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독일어가 우리의 생각만큼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단점과 우려사항을 다 확인한 후에도 결심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본격적으로 독일 유학시에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의식주 및 학업에 필수요소와 관련된 부분을 확인하면 다음과 같다. 학사, 석박사를 비롯 입시전형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독일어 실력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각 전형별 레벨이 달라지므로 확인 후 그 레벨의 시험만 보면 된다. 학교 및 과별로 해마다 전형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부분은 본격적으로 준비가 되면 반드시 그 해의 전형을 확인해야 하고 과별로 정원이 정해져 있거나 점수가 정해진 과 혹은 학교가 있기 때문에 수능없이 대학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합격 후 가장 중요한 것이 숙소를 구하는 부분인데 집에서 다니는 것이 아닌 이상 숙소를 구하는 문제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 만큼 중요한데 국내에서도 방을 잘 얻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학생신분으로 비자를 받았다면 기숙사, 일반WG, 원룸 그리고 홈스테이를 이용할 수 있다.WG는 공동 주거시설을 말하는 것으로 기숙사가 대학옆에 바로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시내에 몇 구역으로 나뉘어 산발적으로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통학시간을 확 줄여줄 수 있던 국내대학을 생각하면 안된다. 원룸의 경우 2년을 기본으로 계약하는 국내와는 달리 독일은 1년이 기본이며 1년내에는 방을 뺄 수 없다. 이외에도 학교별, 숙소별 내용은 물론 독일의 교육제도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 아이를 유학보내기 위한 부모님부터 저자처럼 대학원으로 진학하고자 하는 사람까지 책 제목대로 <독일 유학 한권으로 끝내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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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무덤 - 바티칸 비밀 연구
존 오닐 지음, 이미경 옮김 / 혜윰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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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예수님께서 고기를 잡는 어부였던 베드로에게 물고기가 아닌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 하시니 망설임없이 따라나섰던 성서의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곧 그물을 버리고'라는 말씀이 더 크게 마음을 흔들었다. 그렇게 곧장 예수님을 따라나섰던 베드로의 무덤이 발견된 것은 언제일까. 꽤 오랜시간 베드로의 무덤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그저 입과 전설로만 전해져내려왔었다. 유대인을 향한 가혹한 박해와 더불어 2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에 우연한 계기로 베드로의 무덤을 찾고자 하는 계획이 당시 교황이었던 비오12세에 의해 비밀리에 시작된 후 무려 75년간 진행된 발굴작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어부의 무덤>이다. 비밀리에 연구가 시작된 까닭을 추측하자면 베드로의 무덤을 발견하게 되면 과학적으로도 그의 존재와 더불어 성서의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신앙인들의 신심을 더욱 곤고히 할 수도 있지만 만약 발견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성서의 내용과 베드로가 로마에서 순교했다는 사실에 반하는 내용이 나올경우 기독교의 토대가 흔들릴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 작업에는 엄청난 자본도 필요로 했는데 원전발견으로 엄청난 재벌이 된 정유재벌의 도움은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대전으로 인해 안팎이 혼란스러웠던 만큼 로마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두 사제와 더불어 마르게리타 과르두치의 활약이 소설보다 더 극적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소설보다 극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위기와 답답할 정도로 안타까운 부분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초기부터 연구과정에 참여했던 페루아는 발굴과정중에도 고고학자로서의 면모보다는 자기의 위업을 달성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가득찼던 것 같다. 유물의 일부를 집으로 가져가 전시하기도 하고, 제대로된 확인과정 없이 다른 사람은 물론 동물의 뼈를 베드로의 것이라 발표하며 혼란을 주는 것은 물론 과르두치의 의해 진짜 베드로의 무덤을 발견한 이후에도 발견자가 여성인데다 자신의 업적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그저 종교에 미친 여자 취급을 하며 그녀가 이룬 업적 자체를 종교는 물론 고고학계에서도 흔적을 지워버렸다. 페루아 한 개인의 고집이라기 보다는 지나치게 닫혀있는 가톨릭 내부의 문제라고도 보여지는데 얼마전에 보았던 영화<신의 은총으로>가 생각날 정도였다. 연구를 시작했던 비오12세는 안타깝게도 베드로의 무덤이 아니라는 번복된 소식만을 듣고 영면에 들었지만 다행히 진실은 묻히지 않고 2013년 대중에게 공개되는 날이 맞이하게 된다. 단순하게 보자면 베드로의 무덤 발굴 과정이지만 그 과정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개인사와 더불어 베드로의 무덤이 어째써 박해의 중심지었던 로마에 있었으며 성 베드로 성당(바티칸 대성당)이 또 그 자리에 세워졌는지에 대한 역사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종교와 무관하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독자가 여성이라면 과르두치가 가톨릭이라는 남성과 계급으로 무장한 벽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결말부분에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부활을 여성이 처음 발견한 것도 막달라 마리아라는 여성이었고, 우물에서 사람들에게 메시아가 왔음을 전파하는 것 역시 여성이었으며 베드로의 무덤을 제대로 발견한 이도 여성이었음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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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나에게 - 불교철학자가 40년 동안 찾은 고독의 조각들
스티븐 배철러 지음, 이영래 옮김 / 유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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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고 옹호하는 고독은, 내 감정과 사고를 내게로 되돌려 놓는 일, 나의 발자국이 아니라 욕구와 불안을 제한하고 억제하는 일, 외적인 것들을 걱정하지 않는 일, 소중한 삶을 위해 봉사와 의무에서 벗어나는 일, 그러니까 인간애에서가 아니라 인간사에서 멀어지는 일이다. 42쪽


고독을 즐기기 보다는 고독을 잘 견뎌내보려고 애썼던 때가 있었다. 외로움, 고독 이란 단어가 들어간 에세이나 인문서적을 찾아 읽으며 어떻게든 그 시간을 미래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보려고 노력했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실패했다. 위의 발췌문에 나오는 '인간애에서가 아니나 인간사에서 멀어지는'일과 정확하게 반대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패자의 경험으로 말하자면, 책 <고독한 나에게>는 고독을 긍정적으로 여기되, 어떻게 즐겨야 하는 지 모르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저자는 오랜기간 불교에 몸담았었지만 그의 말처럼 이 책은 불교의 경전을 풀이해주거나 특정 종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라고 조언하지도 않는다. 앞서 언급한 고독을 삶속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전달할 뿐이다. 다만 조심해야 할 부분은 명상과 수련에 있어 약물을 이용하는데 마약은 누구에게 쓰이느냐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약물이 되기도 하지만 이를 악용 및 상습적인 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제재를 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부분에 있어서는 문화와 해당하는 규범에 따라 주의해야 한다고 미리 언급한다. 고독을 흔히 완벽하게 혼자 있을 순간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많은 이들 속에서도, 도심한가운데에서도 고독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 그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경전을 암송하는 것일 수도 있고, 멀고먼 길을 걸어가는 방식일 수도 있고 단기간 외부와 단절한 상태로 자연속에서 침잠하는 방법일 될 수도 있다. 무한히 자유로운 것이 고독처럼 보여지기도 하고 금욕과 같은 삶이 고독을 대하는 유일한 방법처럼 느껴지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종교적인 피정방식이나 묵상의 방법등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깨달음이 한 번에 찾아오는 것도 아니오, 그 깨달음의 결과가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어느순간에는 절대자를 향해 무릎을 꿇기도 하지만 때로는 절대자와 대화하듯 주거니 받거니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의 여러지역을 다니면서 결국은 오롯이 자신안에서 고독을 다스렸던 기록이 책에 담겨 있었다. 그때 그때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스스로를 다스리고 평안의 상태에 머무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몽테뉴의 삶과 저서, <시의 장>이 주된 뼈대가 되었지만 이외에도 한 번은 만났을 명작들과 예술가들의 만남을 통해 그 나름의 방식으로 콜라주한 결과가 이 책인 것처럼 독자는 또 하나의 재료를 담아 또 나름의 방법으로 콜라주를 만들면 될 것이다. 


걸을 때는 "내가 걷고 있다'는 걸 안다. 서 있을 때는 "내가 서 있다"는 걸 안다. 앉아 있을 때는 "내가 앉아 있다"는 걸 안다. 누워 있을 때는 "내가 누워 있다"는 걸 안다. 내 몸이 어떤지 안다. 61쪽


그는 충고한다. "다른 일에 몰두해 바삐 움직이고 있는 당신과 의지를 되찾아라. 당신은 스스로를 소모시키고 있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을 단단히 붙잡아라. 당신은 배신과 낭비와 도적질의 표적이 되고 있다." 95쪽


당신은 매번 새로운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두려움과 반사적 감정을 내려놓고, 열반에 자리 잡게 한 후, 번영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길을 나선 사람은 독립적이 된다.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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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 10년 차 서점인의 일상 균형 에세이
김성광 지음 / 푸른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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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의 곁을 오래 지키며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 '벽돌책'한 권 진득하게 껴안은 채 탐닉하고 해부하고픈 마음, 이 두가지를 결코 동시에 이룰 수 없는 현실이 슬펐다. 매일 시간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15쪽


계획이 있었던 없었던 상관없이 아이가 생기고 나면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특히 시간이 부족하다. 오롯이 나를 위해 사용되었던 시간을 새로운 생명과 나눠야하니 당연한 결과이긴 하다. 아이는 우유와 이유식을 먹고 자라기도 하지만  책<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의 저자의 말처럼'무엇보다 부모의 시간을 먹고'(11쪽)자란다. 임신하고 일을 쉬거나 그만두게 되면 한가하게 차를 마시고, 늦잠을 즐기며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그리 많지 않지만 여전히 임신이나 출산을 두고 '집에서 쉬는'거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처럼 직장을 다니는 아빠들도 시간이 없다고 하는데 하루종일 아이를 지켜봐야 하는 '독박육아'엄마들은 말하자니 입아플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이야기는 아내이자 엄마인 나에게도 거의 모든 부분에서 공감을 불러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 아이가 성장할 수록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반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 이런 부분을 어떻게 아이가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하는지 등 '부모'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사라지는 것도 문제지만 배우자와의 시간도 부모님들의 희생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살가운 성격이 아닌건 나도 마찬가지기에 저자의 고민 역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 중 하나였다. 책 중간중간 저자가 읽었던 책 속 구절 혹은 명언들이 등장하는데 내가 공감했던 부분과 일치할 때면 더없이 반가웠다. 특히 아이에게 규칙을 정해주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설명하며 인식시키는 것 못지 않게 부모의 삶 자체가 제대로 서야한다는 말에 한참을 멈춰있었다. 행동하나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되겠지만 배달은 맑은 날에만 시킨다던가 아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그 순간의 아이에게는 그것이 가장 최선이었을거라고 생각하겠다는 사소한 하나하나가 저자의 태도와 마음가짐이 얼마나 고운지 알것 같았다. 어쨌거나 이렇게 리뷰를 쓰는 중간 중간 아이를 달래고, 우유를 먹이며, 기저귀를 갈아주는 나 역시 육아든 삶이든 잘 해내고 싶다. 시간이 없다할지라도.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대하는 모습뿐 아니라 부모가 세상을 대하는 모습도 바로 옆에서 목격한다. 그런 부모를 통과해 결국 세상으로 나아간다. 아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부모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깊은 연관을 맺을 수밖에 없다. 176-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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