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 187호 - 2020.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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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책의 독특한 점은전통이라는 이름의 고집과, 신앙이라는 이름의 광신, 훈육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가차 없이 폭로하는 주인공이 미국 외부에서 유입된 난민이나 망명자 등 흔히 떠올리는 소수자‘가 아니라, ‘자유와 번영‘의 상징인 미국 내부에 서 자생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 백인가족 공동체가 보여주는 폐쇄성과 극 우적 편견, 광신이 결국 미국의 줄기세포‘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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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앨런 그린스펀.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지음, 김태훈 옮김, 장경덕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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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400년 동안의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 즉 세계의 변방에 있던 13개의 이주지 연합이 어떻게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대국으로 변신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중략- 우리 시대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문제, 즉 미국이 탁월성을 보존할지 아니면 다른 강대국에게 불가피하게 리더의 자리를 내줄지에 대한 문제를 풀어낼 것이다. 18쪽


앨런 그리스펀, 에이드리언 울드리지의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는 서두에 적힌 내용을 다루고 있다. 프롤로그를 참조하자면 미국은 수백년 전 인구대비나 면적대비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결코 패권을 쥔 강국으로 성장하리란 기대가 없었던 나라였다. 현재 경제적으로 최고의 국가이기도 하지만 기술이나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단연 선두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아니라 그렇게 성장하기까지 시련도 적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그러한 역사를 뒤로하고 앞으로의 미국은 어떤 모습일지가 책을 통해 가장 궁금한 부분이기도하다. 책의 구성은 1장 상업공화국 (1776~1860년), 2장 두 개의 미국, 3장 자본주의의 승리(1865~1914년), 4장 거인의 시대, 5장 자유방임주의에 맞선 저항, 6장 미국의 본업은 사업, 7장 대공황, 8장 성장의 황금기(1945~1970), 9장 스태그플레이션, 10장 낙관의 시대, 11장 대침체, 12장 쇠퇴하는 미국의 역동성에 이어 마지막으로 결론으로 매듭지었다. 1장에서 12장의 내용을 대략 요약하기 전 이 책의 초점이 '생산성, 창조적 파괴, 정치'라는 세가지 주체에 초점이 맞춰져(26쪽)있음을 밝힌다. 정치와 경제는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지만 간혹 이를 경시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고 까지 말하는 걸로 보아 정치와 밀접한 부분이 중요시 됨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정치적인 부분이 잘 드러남과 동시에 우리에게 익숙한 시대들을 좀 더 축약해보자면 2장 두 개의 미국, 남부와 북부시대로 나뉘어졌던 영화로도 익숙한 시대로 북부는 산업, 남부는 목화생산(목화 왕)에 집중했다고 한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남부지역의 노예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목화 왕이 부상하기 전만 해도 노예제가 자연스럽게 소멸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때 노예제 폐지론자들은 노예제를 야만적이라고 비판했고, 자유주의자들은 자유노동이 강제 노동보다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100쪽


저자들의 말처럼 '노예제는 생산성 혁명의 핵심(100쪽)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노예제는 유지되었고 그 잔혹성또한 영화나 소설을 통해 정치나 경제사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잘 알고 있을 정도다. 남북전쟁은 이런 양극으로 나뉘어진 미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반면 산업발전을 확대시키고 가속화하는데 크게 작용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이 제5장 '자유방임주의에 맞선 저항'에 등장하는 '경화'지폐와 '연화'를 두고 건국 초기부터 논쟁중인 것과 이어진다. 왜냐면 남북전쟁 무렵 은맥발견으로 인해 통화정책에 대한 논의가 더욱 복잡해졌는데 무기를 사들이고 병력을 마련하는 데 있어 다량의 화폐가 유통되기 위해서는 화폐를 제조해야 하기 때문에 이부분을 보면 화폐제조에서부터 전쟁까지 모두 경제와 밀접하며 미국의 자본주의를 둘러볼 때 언급되지 않을 수 없다라는 사실이었다. 책 중간지점에는 내용과 관련된 삽화와 참고사진들이 여러 장 수록되어 있는데 실제 사용했던 화폐나 금을 찾기 위해 애쓰는 노인의 모습 등 이미지로 보는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를 바라보며 그동안 읽었던 내용을 정리하며 보충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말미에 넣지 않고 중간에 넣어준 배려가 고마운 부분이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면 7장에서 다룬 대공황편을 그냥 지날칠 수 없을 것이다.


공황은 금본위제와 연계된 고정 환율이 뒷받침하는 안정된 세계 질서가 와해된 결과였다. 또한 전쟁이 발발하고 강대국들이 경제적, 재정적 영향력이 분배되는 양상의 변화에 적응하고 지속 가능한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했다. 272쪽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투자와 투기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농민인 경우가 많다. 미국의 대공황시대에도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유럽 곳곳이 농사를 짓지 못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미국의 농민들은 수요에 맞추기 위해 엄청난 땅을 매입하기 위해 부채를 질 수 밖에 없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바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농민들은 여전히 농작을 위한 땅을 매입했고 그결과 디스플레이션 시기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서 1933년에는 절반에 가까운 농민들이 담보대출을 연체하며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정치적으로 보자면 이시기에 임기중이었던 허버터 후버 대통령이 대공황으로 인해 큰 시련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 당장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물가가 오르고 가계의 부채가 늘어나면 임기중인 지도자를 탓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잘 해결해낸 대통령이 우리가 잘 아는 루스벨트로 1933년 취임과 동시에 지금까지도 그의 평판은 숱한 실수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지도자로 불려지고 있다. 선거철이면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경제'를 언급하는 것만 보더라도 그 어떤 정책보다 경제를 살리는 것, 당장의 내 통장을 부풀려주는 지도자를 선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대공황을 극복하고 황금기를 맞이했던 시기는 1945년부터 1970년까지로 8장에 해당되는 부분인데 지금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프랜차이즈'형태의 기업이 미국에서 활성화되었던 시기는 1955년 시기로 1954년 맥도날드 레스토랑이 가맹점 형태로 문을 여는 것이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시기는 기회도 많았을 뿐 아니라 그런만큼 불평등도 줄고 도시로 이주하여 더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듯 케네디 이후 취임한 린드 존슨의 위대한 사회로의 정책변화는 제대로된 준비없이 결정하는 가벼운 정책으로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았을 뿐 아니라 실제 지나치게 높은 연금정책으로 인해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조건적인 복지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도 이런 사례를 통해 점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안타까운 것은 존슨 이후 집권한 리처드 닉슨은 이런 위기에 무료급식, 실업 급여 증액(360쪽)등 복지정책을 더 크게 확대하기에 이른다. 이 시기의 미국의 모습이 다른아닌 1900년대초의 영국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들은 자신을 쓰러트린 복수의 여신으로부터 미국을 구할 새로운 사람을 찾았다. 레이건은 미국을 파괴하는 악령과 싸울 의지를 가졌을 뿐 아니라 미국식 자본주의르리 되살릴 기업인의 힘에 대한 열렬한 믿음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갖추고 있었다. 381쪽

존슨과 닉슨에 의해 무너진 경제를 되살릴 사람으로 선택된 이는 다름아닌 레이건 대통령이었다. 지도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경제라는 것이 확신케 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 레이건은 국민들의 기대에 맞춰 임기기간동안 GDP가 3분의 1이나 상승(386쪽)했다고 한다. 물론 사회정책에 있어서는 급속도로 폐지 혹은 축속되었음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때 레이건의 정책방향은 기업을 살리는 방식으로 현재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정책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업을 살린다는 것은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 사회계약을 바꾸고 경영진의 힘을 키워주는 것, 세제를 개편하는 것등로 말할 수 있다. 10장 낙관의 시기에는 앞서 보여준 사진 및 삽화 등이 마찬가지로 등장하는데 앤드루 카네기의 사진 및 전시중의 코라콜라 광고 등을 통해 대량생산과 관련된 내용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경제회복이 복지사업을 축소하고 기업의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정리하자면 복지국가의 위상이 높아진 현재의 시점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부분은 서문에서 내가 이 책을 읽고자 했던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한다. 저자들은 복지국가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스웨덴의 복지정책과 그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또한 그동안의 미국의 역사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결국 높은 기술력으로 지금의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근거로 하여 스웨덴의 방식을 미국사회에 맞게 적용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미국 스스로 묶은 족쇄들이 무엇인지는 설명했으니 과연 족쇄를 풀 수 있는 자발적인 힘을 가진 정치적 의지를 가졌는지를 묻는것으로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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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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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다시없을 흑역사처럼 느껴지는 시간도 지나왔다. 하지만 신세 한탄이나 불평을 하려고 여기 선 것은 아니다. 나누려고 나선 것이다. 우리를 서로이어주고 연결해주는 건 바로 인생의 보편적 경험이다. 나는 가끔 절망에 빠지곤하지만 사람들의 안내와 도움을 받아 빠져나온다. 우리의 대화, 우리가 직접 겪은경험, 우리가 나누는 진실이 사다리를 이룬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15쪽




코너 프란타의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예쁘다’였다. 핑크컬러의 책표지라던가 그 안의 꽃송이 때문이 아닌 그 모든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흐트러짐’이 이유였다. 저자의 솔직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 책의 내용도 마찬가지로 흐트러져 있기에 아름다워 보였다. 어쩌면 너무나 이른 나이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저자는 스스로도 자신이 누린 모든 경험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삶이 주는 우연과 평범함을 중요시 하는 겸손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은 짧은 글과 시적 형태를 오고가며 장소에서부터 유년시절의 방황, 연애 그런가하면 실연으로 이어지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그의 삶 면면이 지속적으로 드러난다. 그렇다고 눈에 띄는 일 없이 평범하게만 살아온 사람들이 공감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서 말한 것 처럼 저자에게는 일상의 소중함을, 내면으로 들어가 심연을 들여다볼 줄 아는 겸손함이 있었다. 자기가 머물고 있는 지역은 누구라도 여행하듯 관찰자 입장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면 더이상 ‘동네 산책’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 저자는 이를 ‘나만의 행복한 장소’라고 불렀다. 어릴 때부터 일정을 짜는 것을 즐겼다는 부분에서는 반가운 마음도 든다. 저자처럼 계획한 것을 지켜가는 좋은 습관까진 없지만 적어도 ‘나는 아는 것이 쥐뿔도 없다’라는 주제파악은 하고 있기에 무엇을 얼마나 더 알아가야하는가, 배우려고 할 때 무엇부터 시작해야하는지를 고민하는 일이 즐겁다는 것은 알고 있다.






저자에게도 런던이 첫 여행지였던 것 처럼 내게도 혼자서 떠난 해외여행지는 런던이 처음이었다. 퇴사를 하고서도 시간이 제법 흐른뒤라 나또한 보내야 할 메일도 없었고 그야말로 완벽하게 혼자일 수 있었던 그리하여 독립심이 마구잡이로 성장한 그곳. 관계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면서도 결국 삶속에서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자신 뿐임을 거듭 강조하는 저자를 보면서 이중적인 감정이 들었다. 유년시절 부모님이 문을 닫고 나간 방안에서 홀로 소리치던 꼬마아이를 보는 안타까움과 어린 나이지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계획을 지키는 것과 의존하는 것이 아닌 나눌 줄 아는 어른스러움을 향한 부러움. 이런 이중적인 감정은 어쩌면 이 책의 제목과 내용에서 비롯된 가장 솔직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침묵을 즐기면서도 내 사람이다 싶은 사람에게는 절제 없이 솔직해진다는 저자의 성향을 한 가지의 느낌으로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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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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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니 듀 모리에의 단편집 <인형>은 표제작을 포함 총 13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히치콕의 영화와 뮤지컬로 잘 알려진 [새]와 [레베카]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대프니의 단편들은 20세 초반에 집필했음을 말하지 않더라도 심리묘사와 날선 긴장감이 팽배한 스릴러로서의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책에 실린 작품 중 표제작의 경우는 남녀가의 성이 아닌 도구화된 성을 다뤘다는 점에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떠올리게 했다. 영화에서도 아가씨인 여주가 유사행위를 하는 장면이 충격적이라는 소감을 말하는 이가 있었던 만큼 수십년도 더 전에 그런 소재를 다룬 작가의 기발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가하면 어느시대를 막론하고 남녀, 부부사이의 날선 대화와 맘과 다른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안타까운일은 보편적 진리에 가까운 듯 싶다. 어쩌면 그렇게 남자들은 여자의 마음을 모르고 또 어쩌면 그렇게 여자들은 남자의 행동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마는지 안타깝다. 심각하고 기괴하게 느껴질만한 이야기들이 지나고 나면 마치 스릴러만이 장기가 아니라는 듯 ‘웃픈’이야기도 등장한다. 제목은 말하지 않겠지만 읽는 내내 정말 안타까움의 연속이었던 작품으로 다음의 발췌글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난 골더스그린에 사시는 어느 숙녀분에게 매일 말벗을 해주기로 했어. 근무시간은ㄴ 9시부터 7시까지야.”
그는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처럼 여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설마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
“왜! 뭐가 문젠데?”
“내 근무시간은 그 정밙대야. 7시부터 9시까지.” 121쪽

읽을 때는 그다지 와닿지 않았지만 해설을 읽고 보니 저자의 슬픈 성장배경이 짐작되어 안타까웠던 <집고양이>. 작가에게 관심이 많거나 팬인 사람들은 이미 알았겠지만 그녀가 유명한 부모와 조부의 영향으로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의 기대가 남달랐다는 것, 그로인해 친모로부터 시기아닌 시기를 받았던 것이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었는지를 해당 작품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단편이기 때문에 화자속 인물이 미래에 어떻게 이를 극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대프니의 경우는 자신의 능력을 잘 다룰 줄 알았던 것 같다. 마치 [겨울왕국2]의 엘사처럼.
이밖에 집필순서로 가장 첫 작품이었던 <동풍>을 포함해 모든 작품이 별도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지루하거나 별다른 흥미가 없지는 않았다. 아마 나 뿐 아니라 이 단편집을 통해 처음으로 대프니의 소설을 읽는 독자라면 중장편의 세계로 곧 넘어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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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집 - 늘 곁에 두고 싶은 나의 브랜드
룬아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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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취향이었다

<취향집>은 룬아 작가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신간소식을 통해 처음 접했을 때는 매거진B를 연상시켰다. 매거진B가 한 개의 브랜드를 심도깊게 다루다보니 매니아층에게는 고맙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물건을 사거나 무료로 배포하는 카달로그를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읽는 기분이 들때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취향집>을 읽기 전에 잠시 생각해보았다. 저자의 취향이 나랑 비슷하지 않다면 그다지 좋은 감상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이다. 책에 실린 저자의 약력에는 글과 사진을 좋아해서 인터뷰를 업으로 한 사람들이라고 적혀있었다. 또 개인의 취향을 담은 매거진을 기획중이라고도 말이다. 글과 사진을 좋아하는 것은 나와 같지만 누군가를 만나는 일에는 서툰 내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저자의 취향이 당연히 궁금해질 수 밖에 없었다. 책을 펼친 순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났던 브랜드도 있었고 저자를 통해 처음 알게된 반가운 브랜드들도 있었다. 물론 평소에도 자주 구매했던 브랜드 어라운드가 있어 안심할 수 있었다. 서둘러 브랜드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세 브랜드의 운영자들 모두가 유학파 출신이거나 해외에서 활동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때 느꼈던 분위기를 한국에서 재연해낸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보니 우리의 것을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고급스럽긴 해도 버터를 그냥 먹은 듯 보기엔 이쁘지만 내게는 맞지 않는 불편함이 느껴졌다. 물론 그들과 비슷한 경험이나 추억을 가진 사람들 혹은 내게는 불편해도 충분히 멋스럽게 활용할 줄 아는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눈도 마음도 정화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내게도 드디어 '이거다!'싶은 일러스트레이터 김한걸과 아트 디렉터 이현아의 웜그레이테일이 등장했다. '웜그레이테일'의 주제는 대자연이다. 





햇빛이 숨은 오후, 쇼룸 곳곳에는 주황빛의 등이 켜졌고 숨소리 하나 나지 않는 공간을 온갖 동물들의 몸짓이 한가득 메우고 있었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처럼. 문을 닫고 자리를 비우면 우리는 영원히 모를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이. 165쪽


작가의 글빨일까. 아니면 정말 저토록 신비로운 분위기가 생생하게 살아나는 공간인걸까. 활자로만 봐도 당장 쇼룸을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두 아티스트는 결혼한 부부로 남이 하면 멋있지만 내가 할 수 없는 '회사를 그만 둔'부부로 함께 작업을 하는 그야말로 멋진 아티스트들이었다. 저자역시 부부 중 한 사람은 안정적인 직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하듯 나 역시도 같은 마음이다. 졸업을 하고 다소 불안정한 직업을 계속 이어가려다보니 자연스레 남편에게는 늘 지금 회사를 놓치지 말라고 부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인터뷰에 나오는 것처럼 동업제안을 프로포즈와 함께 했다라는 것이었다. 낭만적인 부부와 함께 하는 고양이들의 이름이 바로 웜그레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색연필 세트에서 찾아낸 이름이라고 한다. 다른 아이의 이름은 더티 화이트. 낭만적인 듯 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직장을 다닐 때보다 더 열심히 작업하는 그들의 작품은 포스터나 엽서 뿐 아니라 컵, 배지나 가방등 실생활에서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는 아이템들도 다양했다. 첨부한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언젠가 한번은 만났을, 그리고 좋아했을 귀여운 동물들이 그들의 작업물이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어라운드'를 보고 책읽기를 선택했지만 보다시다시피 이 리뷰에는 해당 브랜드의 이야기는 담지 않았다. 이미 잘 알려있어서라기보다는 내가 알고 있던 브랜드의 이미지와 이야기였기에 특별하게 새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취향을 살린 브랜드답게 내 취향이다 싶은 한 가지 브랜드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의 리뷰로 더 잘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어느 시점에는 어떨지 몰라도 결국 내 취향은 '웜그레이테일, 그리고 이 브랜드의 인터뷰를 잘 담아낸 <취향집>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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